태양이 타오르고 있다
어딘가 먼 곳에서 날 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번 발걸음을 멈추고 좌우를 둘러봤지만 낯익은 얼굴은 보이지 않아, 유키는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거기서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멈춰서 이번에는 아까보다 주의 깊게 전후좌우에 눈길을 돌린다.
그러자 저 먼 뒤쪽에서 누가 이쪽을 향해 오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모양이다. 눈길을 집중해서 그쪽을 보자 본 적 있는 머리 모양이 달리는 모습에 맞춰 흔들리고 있다.
한동안 그대로 기다리지만, 그 사람과의 거리가 꽤나 줄지 않는다. 달리는 건 굉장히 느린 모양이었다.
겨우 유키 주변까지 왔을을 때, 그 소녀, 시마즈 요시노 양은 숨도 헐떡거리고 이마에서 땀도 흘리고 있었다.
“안녕, 요시노 양. 무슨 일이야?”
“……무, 무슨 일이야, 가, 아니, 야…… 헉, 헉…….”
거기까지 말하고 한 번 숨을 가다듬는다.
“보통, 눈치챘다면 그쪽에서 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여자애를 계속 뛰게 한다니.”
“아, 미안. 그렇지, 미안.”
“뭐어, 내가 멋대로 쫓아 온 거니까 별로 상관은 없는데.”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요시노 양이 허리에 손을 대고 왠지 잘난 듯 끄덕이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응, 그냥 유키 군의 모습이 보여서 부른 것뿐이야.”
아무런 용무도 없이 부른 거냐고 생각하면서도, 꾸밈없는 미소를 보이는 요시노 양을 보고 있으면 그런 걸 말할 필요도 없다고 느껴 버린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시노 양은 그럴 만큼 귀엽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남자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할 정도로는.
오늘의 요시노 양은 레몬옐로 카디건에 데님 바지를 더한 활동적인 모습이어서, 크게 열린 목 주위가 약간 건강미를 내보이고 있다.
둘이 나란히 서서 정처 없이 걸어 다닌다. 유키도 부모님께 부탁받았던 심부름은 이미 마쳐서 특별히 급한 볼일도 없다. 요시노 양은 뭘 하고 있었는지 물어보자, 그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날씨는 적당히 괜찮아서, 산책에는 딱 좋은 온도.
요시노 양은 중간에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3단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면서 걷고 있다. 컬러풀하게 쌓아올린 아이스를 작은 입으로 맛있는 듯 먹는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저기, 유키 군은 언제나 그걸로 나가고 있니?”
문득 요시노가 물음을 꺼냈다.
그거 라면서 눈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 유키가 끌고 있는 자전거였다. 오늘은 날씨도 좋아서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나온 거다.
“아니, 언제나 그런 건 아니야. 오늘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드르드륵 하고 가벼운 소리를 내며 타이어가 앞으로 굴러 나아간다. 마을은 평화 그 자체, 엇갈리는 사람들도 어딘가 미소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유키 자신의 심정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평온하구나~.”
“평온하네~.”
같은, 나이 드신 분들 같은 태평스런 말이 나와 버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요시노 양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걷는다. 이런 것도 또 괜찮다고 하고 생각하며 옆에 눈을 향하자.
“―――아.”
요시노 양이 먹고 있는 3단 아이스크림이 원래부터 균형이 나쁘게 쌓였던 건지, 아니면 온도 탓에 녹아 버린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울어졌다.
이 대로는 떨어져 버린다고 순간적으로 유키는 생각했지만, 자전거를 끌고 있어서 양손은 차 있다.
거기서 순간적으로 목을 뻗어 자신의 입으로 떨어질 뻔한 아이스크림을 막았다.
“…………에?”
그 뒤의 일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눈앞에는 아이스크림을 사이에 두고 역시나 아이스에 입을 옮기려 하는 요시노 양의 얼굴이 있어, 그 큰 눈은 놀란 탓인지 더더욱 크게 뜨여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 간다.
옆에서 보기에는 기묘한 광경인지, 아니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그림인 건지. 둘은 아이스크림을 사이에 끼우고 마치 키스를 하는 듯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유키 자신도 뒷일을 생각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몸이 굳었고, 덤으로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지지하고 있으니까 소리를 댈 수도 없다. 아이스크림의 차가움이 입술에 스며들어 달콤한 맛이 파고 들어온다.
“……뭐, 뭐, 뭣.”
당황해서 떨어지는 요시노 양.
다행히 아이스크림은 균형이 바로잡혔지만, 그런 걸 신경쓸 상황은 아니다. 어떡하면 좋을지 몰라서 눈길만이 허공을 노닐고 있다가, 견디지 못하게 되어서 우선 상황을 얼버무리려는 듯 고개를 돌리곤 아이스크림에 입을 댄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핥고 나서 바로 움직임이 멈춘다. 유키도 깨달았다. 유키가 입에 댄 부분의 바로 옆에 요시노 양이 입을 댔다는 걸.
간접 키스.
요즘 세상에, 초등학생도 그런 걸 신경 쓰는 애는 적을 거로 생각한다. 활발한 요시노 양이라면 신경 쓰지도 않고 먹어 버리나 했는데, 사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다는 걸 깨닫자.
“유, 유키 군!”
“예, 예?”
“입, 벌려.”
“예?”
“됐으니까, 빨리.”
“예, 옛.”
이야기를 들은 대로 입을 열자.
“우왓?!”
갑자기 요시노 양이 손을 찌르는 듯한 느낌으로 아이스크림을 입안에 찔러 넣었다. 아직 3단째의 아이스크림도 남아 있는 상태로 들어와서, 눈을 크게 뜬다.
“책임지고, 전부 먹어!”
콘 부분을 유키가 손에 든 걸 확인하자 요시노 양은 손을 떼고, 팔짱을 끼고 옆을 향한다.
유키는 한편 입안 가득히 아이스크림이 채운 채로 뱉을 수도 없어서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3종류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녹아서, 섞여가며 미묘한 하모니를 자아내고 있는 걸 필사적으로 삼켜버리려 한다.
“――――읏!!”
정해져 있듯 머릿속이 째앵 울려서 얼굴을 찌푸린다.
아픔을 참으며 간신히 삼키고, 덤으로 남은 콘을 이빨로 아삭아삭 씹은 뒤 정신을 차린다.
“너무하네, 요시노 양. 갑자기 뭘 하는 거야.”
“뭐야, 너무한 건 유키 군이잖아. 남의 아이스크림을 먹어 버리곤.”
그건 요시노 양이 억지로 먹인 게 아닌지 생각했지만, 화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걸 보면 수줍음을 숨기려 한 걸 이해할 수 있어서 말로는 꺼내지 않았다.
“아, 유키 군도 참, 칠칠치 못하네, 콧등에 아이스크림 붙어 있어.”
“응?”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을 얼굴로 지탱했을(?)때 아이스크림이 코에 들러붙어 버린 모양이다. 유키는 한 손을 핸들에서 떼고 주머니를 뒤졌지만, 손수건은 들어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손으로 닦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네, 자.”
요시노가 손수건을 꺼내서 콧등을 닦아 주었다. 손수건에서 어딘가 감귤계를 떠오르게 하는 향기가 흐르고,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코를 집는다.
“아, 고마워.”
“천만에.”
사랑스러운 동작으로 손수건을 집어넣는다.
콧등에 부드러운 감촉이 남아 있는 기분이 들고, 왠지 그런 거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자, 그럼. 내 아이스크림을 먹어 버렸으니까 변상받아야겠네.”
“에, 그치만 그건.”
“설마, 무전취식 같은 걸 생각하고 있진 않겠지?”
싱긋하고, 약간 박력 있는 미소를 보이는 요시노 양.
결국, 유키는 근처 가게에서 요시노 양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게 되었다. 요시노 양은 4단 아이스크림을 사서, 균형을 잡으면서 먹었다. 분명 3단 아이스크림을 유키가 먹어 버렸으니까 이번에는 4단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요시노 양은 귀여웠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뒤,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한다. 원래 약속을 하고 만난 것도 아니고, 단지 흘러가듯 함께 걷고 있었던 것뿐이다. 과연 요시노 양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건가.
“저기, 저기, 유키 군.”
큰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본다.
그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표정을 짓고 이쪽을 바라보면, 정면에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게 되니까. 요시노 양은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은 채로 이야기를 걸어온다.
“학교에 가거나 할 때도 타고 다니니?”
가리키고 있는 건 유키가 끌고 있는 자전거였다.
“아니, 아무래도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유감스럽게도 자전거 통학도 금지여서.”
“흐응―.”
아까도 자전거에 대해 물어봤었고, 굉장히 흥미로운 듯한 느낌으로 자전거를 바라보고 있다. 특별히 멋있는 자전거도 아니어서 뭐가 흥미를 끄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타고 싶어?”
하고 자전거를 요시노 양 쪽으로 약간 기울여 보자
“아, 으으응, 괜찮아 괜찮아.”
손을 흔들며 부정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역시, 타 버릴까―.”
홀쭉한 손가락을 뺨에 댄다.
땋은 머리가 흔들린다.
“괜찮아. 특별히 별다른 것 없는 자전거지만.”
“응, 그런 게 아니라. 뒤면 괜찮아.”
“에, 그건 둘이서 탄다는 이야기?”
“응 응.”
“아니, 그래도 둘이 타는 건 도로교통법 위반이고.”
“그렇긴 한데, 그럼 유키 군은 둘이서 타본적 없니?”
“……그야 뭐어, 없는 거야 아닌데.”
코바야시나 아리스를 태우거나, 옛날에는 유미를 태우고 달리거나 한 적도 있었다. 위반인 건 알고 있지만 무심코 저질러 버리는 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요시노 양은 미소를 가득 띠고 자랑스런 표정으로 가슴을 편다.
“그럼, 괜찮잖아. 들키는 게 곤란하다면 주택가 쪽을 돌자. 그쪽이라면 순찰차도 안 다닐 테고.”
릴리안의 아가씨가 그런 걸로 괜찮은 걸까 생각하면서도 요시노 양에게 거스를 수 없어서, 큰길에서 길을 꺾어 점점 사람이 적고 차가 적게 다니는 길로 나온다.
“여기라면 괜찮지 않을까?”
두리번두리번 좌우를 눈으로 확인한다.
유키는 포기하고 순순히 안장에 올라탔다.
요시노 양도 뒷자리에 살짝 올라탄다. 무게가 걸리는게 자전거를 타고 전해져 온다.
“그럼, 갈게.”
“응, 자, 가자!”
페달에 갈쳤던 발에 힘을 넣어 밟기 시작한다.
“오오오, 움직였다!”
“그야 그렇지.”
요시노 양은 가벼웠다.
달리기 시작할 때 약간 무게를 느낀 정도지, 바로 느끼지 못하게 될 정도로.
“와―, 빨라! 기분 좋아―.”
슬쩍 뒤를 살피자, 꾸밈없이 기뻐하고 있는 요시노 양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 좀 더 즐겁게 해 주고 싶어지고, 발의 회전도 빨라진다.
주택가이기에 차는 거의 지나지 않고 사람의 모습도 적고, 도로는 정비되어 있어서 깨끗하다. 자연스럽게 스피드가 빨라진다.
“오―, GoGo―!!”
뒷좌석에서 귀여운 환호성이 귀에 전해진다.
한동안 집들 사이를 지나다니자, 오래 걸리지 않아 내리막길에 다다랐다.
페달을 밟는 걸 멈추고 언덕의 경사에 맡겨 자전거를 달린다. 휙휙 가속해간다.
“우, 우왓―――!!”
급하게 속도가 빨라져서 놀란 건지, 뒷좌석의 요시노 양이 등에 꾹 안아 붙어왔다.
오오, 이게 만화 같은 데서 흔히 있는 전형적인 패턴인가. 등 뒤에서 눌리고 있는 부드러운 두 개의 탄력……하고 생각했지만.
“……후, 현실은 그렇게 무르지 않은가.”
특별히 등 뒤에 느껴지는 건 없었다. 물론 그런 걸 입에 담았다간 상처입힐 건 알고 있고, 그 이상으로 자신이 심한 일을 당할 것 같아서 그만뒀다.
“응, 뭔가 말했어?”
“아니, 아무것도.”
그래도 배에 감긴 손에서, 그리고 등에서 따스함이 확실히 전해져 온다.
그러니까.
“좋아, 좀 더 속도 올릴게!”
“에, 진짜? 우와, 와와와와왓?!”
가냘픈 팔에 더더욱 힘이 들어간다.
껴안기는 게 기분 좋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이 둘을 감싸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요시노 양이 바라는 대로 적당히 돌아다니는 동안에 해가 굉장히 기울었다.
지금은 속도를 내지도 않고,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있다. 법규 위반 같은건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자전거로 거리를 달린다는 행위가 이렇게나 즐겁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그건 물론 뒷좌석에 앉아있는 소녀의 덕분이었다. 뭘 보더라도 눈을 빛내며 흥미를 내보이는 모습은 마치 새끼 고양이 같아서, 그만 그녀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여러 장소를 지나다닌 거다.
“……요시노 양은 기운차네.”
“뭐야, 그건 뒤에 타고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한 나한테 빈정대는 거니?”
“아니아니, 말 그대로의 의미라니까.”
“그래? 그래도, 그렇구나. 지금까지 기운을 내는 것도 못했으니까, 계속 쌓여왔던 걸지도 모르겠어.”
얼마 전까지 요시노 양은 심장에 병을 앓고 있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앞으로는 얼마든지 나갈 수 있잖아?”
“그렇네.”
흔들흔들 흔들리는 땋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면서, 지는 해에 눈을 가늘게 뜬다.
귀가길을 재촉하는 아이들과 엇갈려 지나간다.
“앞으로는―――.”
해바라기가 활짝 편 미소를 보이는 여름도.
코스모스가 몸이 다는 듯한 사랑을 하는 가을도.
프리지어가 고요히 잠드는 겨울도.
그리고 벚꽃잎이 춤추는 봄도.
그 언제나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요시노 양은 말했다.
분명 그럴 거라고 유키도 생각했다.
“그래도, 아까 비명을 지르던 요시노 양은 기운이 넘친다는 느낌이었지만.”
“에―, 그, 그런 비명같은 거 안 질렀는걸!”
입을 빼쭉이며 부정한다.
하지만 그런 표정이 또 귀여워서, 유키는 그만 심술을 부려 버린다.
“아니, 지르고 있었다니까. 그 내리막길에서.”
“그, 그건 환호성이야.””
“‘꺄악!!’ 하는 소리를 크게 내면서 매달려 왔는데?”
“매매매, 매달리지 않았는걸! 유키 군 바보!”
“아야야야얏!”
옆구리를 꼬집혀서 비명을 지른다.
힘이 약한 요시노 양이었으니 사실은 별로 아프지 않고, 오히려 간지러울 정도였지만.
“에잇! 정정해!”
“아, 아파, 진짜 아프다니까!!”
꼬집힌 곳이 비틀려서, 이번에는 진짜 비명.
아픔에 정신을 뺏겨서 자전거가 꾸불꾸불 흔들린다.
“와왓!”
균형을 무너뜨린 요시노 양이 안아 붙어온다.
“아…….”
“에…….”
무심코 말이 멈춘다.
저번에 안아 붙었을 때는 내리막길이어서 속력이 오르고, 유키는 핸들을 쥐는데 정신을 뺏겨 있었고, 요시노 양은 놀라서 안겨 붙어 온 거니까 서로 그리 의식하고 있지 않았었지만, 이번은 다르다. 느린 속도로 나아가고, 둘 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비탈길 때는 부드럽지 않구나 하고 생각하거나 했었지만, 역시 여자애니까 푹신한 느낌이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몸 앞으로 두른 요시노 양의 손은 유키의 심장 박동을 느끼고 있는 걸까.
안겨 붙은 유키의 등은 요시노 양의 가슴 고동을 느끼고 있는 걸까.
“저기…….”
“뭐야.”
왠지 뾰롱통한 목소리.
고개를 갸우뚱해 뒤를 향해 봤지만, 등에 얼굴을 딱 붙이고 있는 건지, 그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가끔은 괜찮잖아, 이런 것도.”
페달을 밟는다.
차륜은 돈다.
저녁놀에 물든 거리를 배경으로 둘이 탄 자전거의 그림자가 천천히 달려간다.
“……그렇구나, 이런 것도 괜찮네.”
말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역시 제대로 입으로 꺼내 보았다. 약간 부끄러웠지만 말한 순간에 몸을 두르고 있는 팔에 조금 힘이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문득, 그런 걸 입 밖으로 꺼낸다.
기분 좋은 분위기,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 싶다고 느끼는 분위기에 취해 있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렇구나.”
그러자 뒤쪽의 요시노 양은 몸을 약간 꼼작거리고,
“태양이 타오르는 한, 일까.”
그런 걸 입에 담았다.
놀라서 뒤를 바라보고.
타오르는 저녁해의 주황빛을 받아 미소를 가득 띠는 그녀의 모습에, 말도 없이 유키도 역시 따라 웃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