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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꽃보라


 모르는 새 장마가 시작되었다.
 축축하면서 무더워서, 땀이 끈적여서 왠지 기분나쁘다. 이거랑 비교하면 차라리 한여름이 나을 것 같다. 요시노는 장마를 좋아하지 않았다.
 날씨에 싱크로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요시노의 마음속도 구질구질, 질퍽질퍽하다. 자기 자신도 이런 기분인 건 싫지만, 별 도리가 없다.
 원인을 물으면, 당연히 유키 때문이다. 골든위크에 데이트 중 고백받았을 때부터, 아무리 해도 마음이 가라앉질 않는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올라 버려 그때마다 홀로 동요하고 아무것도 하질 못하다 보니, 떨떠름한 느낌을 씻질 못해 기분은 언제나 흐린 비라는 느낌이다.
 데이트날 이래로 유키완 만나지 않았다.
 아니, 유키 쪽에서는 여러번 어프로치가 있었지만, 모두 요시노가 적당히 변명을 만들어 피해온 거다.
 만나서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를 전혀 알 수 없었던 거다.
 그건 고백이었던 걸까. 그렇다면 대답을 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까지랑 마찬가지로 친구로서 접하면 되는 걸까. 아니아니, 지금까지랑 마찬가지라니, 대체 뭐야. 지금까지 어떻게 유키와 접해왔었는지, 생각을 해도 모르겠다.
 대답을 내지도 못하고, 요시노는 오직 유키에게서 도망치고만 있었다.
“아니, 아냐. 이건 전략적 후퇴라는 거야.”
 홀로 주먹을 쥐고 중얼인다.
 가게의 창문에 비친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요시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일부러 외출했건만 노리던 책은 품절이라 성과가 없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역시 푹푹찌는 날씨에 기분은 나쁘고, 인파가 북적여서 다른 사람한테 어깨가 부딪치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지고, 이것저것 떠올라서 마음도 답답하고.
 사실 오늘도 원래는 유키가 이야기를 걸어왔었던 거다. 요시노는 휴대폰이 없지만, 다행히 집에는 컴퓨터가 있었기에, 컴퓨터 메일을 통해서 유키에게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유키의 이야기에 대해 마음 정리가 아직 안 되었던 요시노는 당연한 듯이 완곡히 거절했지만, ‘자신은 한시간쯤 어떤 가게에 있을테니 마음이 내키면 와 줬으면 싶다.’는 이야기를 들어 버렸다.
 대답은 안 했고 요구받지도 않았지만, 결국 신경 쓰여서 밖으로 나와 버린 건 유키의 술책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안 가는 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 버리니까. 조금 치사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슬렁어슬렁 고개를 내밀 만한 결심도 안 생기다 보니, 메일에 쓰인 시간보다 꽤 전부터 근처를 우왕좌왕하고 있다. 현재 유키가 지정한 한시간 중, 30분정도가 지났다. 앞으로 30분, 하지만 30분, 어쩌지. 요시노는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과연 어떡하면 좋을지――
“저기 저기, 너, 혼자야?”
“그러면 우리랑 놀자.”
 혼자서 고민에 잠겨 있는 중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헌팅인 거겠지. 운 없는 날은 철저히 운이 없구나 싶어,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쉰다.
“너, 무진장 귀엽네.”
“어디 학교야? 어디 가고싶은데 있어?”
 모자에 안경에 수염 등, 조금 꾸민 느낌을 주는 남자와, 상쾌한 느낌의 남자. 하지만 둘 다 가벼워 보인다. 여러 부분이.
 무시하고 걸음을 옮긴다. 이런 건 반응을 하니까 즐거워 하거나 기뻐하거나 하는 거다. 그러니까 철저히 무시하는게 낫다. 거리에는 사람의 눈도 많으니, 폭력적으로 나올 만큼 머리가 부족하진 않겠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면 바로 다른 타깃으로 바꿀 거다.
“잠깐은 괜찮잖아, 우리가 살테니까.”
 하지만 상대도 의외로 끈질겨서, 요시노의 정면으로 돌아와서 계속 요시노를 꼬시려 한다. 멈춰서서 고개를 들고, 정면에서 바라본다.
 나름대로 외모에 자신은 있을 거고, 확실히 나쁘진 않지만, 따라갈 생각은 전혀 없다.
“헌팅이라면 거절이에요, 폐가 되니 그만둬 주세요.”
“에―, 까다롭네―. 좀 더 생각해 봐, 응?”
“한가하잖아? 아까부터 여길 혼자서 오가는 걸 여러 번 봤고.”
“아아 정말! 끈질기네. 그만두라고 말했잖아?”
 거절해도 포기하지 않고 얽혀오는데다 팔을 잡으려고 해서, 반사적으로 떨쳐버렸다.
 남자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어서, 아, 실수했나 하고 느꼈다.
“기센 여자는 좋아해―, 나.”
 아니었지만,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서투르게 반응해 버린 자기 자신의 성급함이 원망스럽다. 역시 이런 녀석은 어찌됐든 무시하는게 나았던 거다. 다시금 무시하기로 하고 걸음을 옮긴다.
“어라, 뭐야, 어디 가는 거야?”
“우리들 무시? 차갑지 않아~?”
 옆에 들러붙어서 이래저래 말을 걸어오지만, 전부 무시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지독히 끈질긴데다가 가는 길을 방해하기도 해서 떨쳐낼수가 없다.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몸을 확 돌려서 도망치려 했다.
“어?”
 안경을 낀 남자가 갑자기 가는 길을 막으려고 팔을 뻗어 왔다.
“에?!”
 뻗어온 남자의 손이 우연히 요시노의 가슴에 닿았다. 의식하고 한 건 아닌 건지 남자도 조금 놀란듯 허둥지둥 손을 움츠린다.
“아차, 미안 미안, 그래도 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니까 말야―.”
 조금 면목없는 듯한 표정을 짓고,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남자가 말한다.
“그래도 뭐 용서해줘. 그리고 말야, 닿아도 신경쓸만한 가슴도 아니잖아? 아니, 가슴을 만졌는지도 몰랐으니까 괜찮다니까, 응?”
“에―, 진짜? 뭐, 확실히 없네.”
 둘의 눈길이 가슴을 향하는게 느껴졌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었다.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고, 그런 이야기를 알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듣고 싶지도 않았고, 분하고, 무진장 열받아서, 불만 한마디쯤은 토하고 싶은데, 그런데도 입이 열리질 않는다.
“아, 미안, 혹시 신경쓰고 있었어?”
“것보다―, 나, 거유판데.”
“멍청아, 넌 다물고 있어.”
​“​그​래​도​~​…​…​…​…​.​”​
“………….”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들려왔다.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젠장, 이런 일에 입을 다물어 버리는 자신이 한심하다.
 말해 줘. 깔보지 말라고.
 하지만 상대는 남자고, 둘이고, 역시나 무서워서, 분한데 아무 말도 못 하는 자신이 원통해서, 그래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장난치지마 새끼들아!!”

 하고, 갑자기 누군가가 옆에서 힘차게 뛰어와서 요시노와 남자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하아?”
“뭐야, 넌?”
“엣, 유, 유키 군?!”
 놀랍게도, 나타난 건 유키였다.
“어, 어째서 여기?”
“뭘 요시노 양을 울리고 있는 거야!”
“엣.”
 아니, 울지는 않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으로, 왠지 무진장 기뻤다. 그리고 두근두근하고 있다. 어떻게든 해 줬으면 싶을 때 나타나서 감싸 주다니, 이러면야 아까까지 느꼈던 분한 마음 따윈 깨끗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뭐야, 이녀석.”
 요시노보다 유키를 모르는 두 헌팅남이 더 당황하고 있다.
 요시노는 순간적으로 유키의 팔에 달라붙는다.
“제 애인이에요! 그러니까 돌아가 주세요.”
 노려본다.
 그러자.
“뭔가 거짓말 같지만, 뭐, 됐나. 확 식었고.”
“나도. 다음엔 가슴 큰 애 찾자고.”
 시원스레 남자들은 물러갔다.
 한동안 남자들의 등을 노려봤지만, 이윽고 완전히 인파속에 사라져서 안 보이게 되었을 즈음 간신히 안도하고 숨을 내쉰다.
“후…….”
“에에, 요시노 양?”
“에, 아……으, 미안!”
 유키의 팔에 달라붙어 있었던 걸 떠올리고,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손을 뗀다.
“그런 ​것​보​다​…​…​괜​찮​아​?​”​
“에, 뭐가――.”
 유키가 가리키고, 그리고 요시노 자신의 손으로 만져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느샌가 한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던 걸.



 거리에서 떨어져, 사람이 적은 강변을 찾아왔다.
 옆에 있는 유키와는 무난한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왔다. 만나면 어쩌지, 무슨 이야기를 하지 하고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게 신기할 정도로 평범하게 이야기했던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건 이야기의 내용이 별 상관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눈물을 흘린 요시노를 배려한 건지, 유키가 그런 이야기밖에 걸어오지 않았으니까.
 요시노는 멈춰서서 강을 바라보면서 제방의 풀숲에 앉았다. 원피스가 더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쉬고 싶었다. 풀의 냄새가 기분 좋다. 거리를 두고 유지도 앉는다.
“……미안해. 그래도 이제 괜찮으니까.”
 어째서 눈물따윌 흘려 버린 걸까. 분했던 건 확실하지만, 눈물은 참았었을 텐데. 유키가 나타나서 긴장이 풀려 흘러넘쳐 버렸던 걸까.
“녀석들한테 무슨 일 당한거 아냐? 정말로?”
“헌팅 좀 당한 것 뿐이라니까. 끈질겨서 곤란했었어. 아, 그러고 보면 저번에도 이상한 남자가 얽혔을 때 유키 군한테 애인 행세를 부탁했었네. 미안해. 왠지 이런 일만…….”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이러선 전에 고백같은 걸 받았을 때랑 같아져 버린다.
 그런 걱정이 머리를 스쳤지만, 유키는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정말 괜찮아? 그, 울 정도의 일이었던 거 아냐?”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그래도.”
“아―, 그게. 나 이래봬도 좋은 집 아가씨니까. 헌팅같은 건 역시, 무서웠다고 생각해.”
 진짜로 신경써 주고 있는 건 안다.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기색을 풍기고 있는데 끈질기게 달라붙는 건 매너가 부족한게 아닐까.
“그것보다 유키 군, 좋은 타이밍에 와 줬네. 살았어―.”
“에, 아아. 요시노 양의 모습을 쫓고 있었더니, 남자들이 말을 거는게 눈에 들어와서.”
“흐응―, 그렇구나……어, 에?”
“……아.”
 잘 생각해 보니, 너무 등장 타이밍이 좋았다. 마치 가까이서 요시노를 보고 있었던 것 처럼. 그러고 보면 애초에 오늘은 유키군에게 불렸던 거고, 유키가 기다리고 있겠다던 장소도 바로 근처였었고.
“호, 혹시나, 유키 군.”
“아니, 저기 미안, 뭐라고 할까.”
“어, 언제쯤부터 깨닫고 있었어?”
 조심조심 물어보자,
“에에……하, 한시간쯤 전, 이려나.”
 유키의 대답을 듣고.
​“​우​아​…​…​아​…​…​.​”​
 순식간에 뺨이, 얼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진다.
 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덧는다.
 그야, 갈까 어쩔까 헤매느라 우왕좌왕한 자신이 잘못한 거겠지만, 사실은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니, 너무 부끄럽다. 소리치고 도망쳐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요시노 양이 와 줄지가 신경 쓰여서 가게 밖을 보고 있었더니 요시노 양의 모습이 보였어. 헤매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 준게 기뻤어. 가게까지 와 줄까 싶어서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아까 모습이 보여서 걱정돼서 나가 봤는데……미안.”
“아니, 유, 유키 군이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그보다, 으아~, 무, 무지 부끄럽잖아 나?!”
 쪼그려 앉아있던 무릎에 얼굴을 묻어서 숨긴다.
“아니, 내가 사과하고 싶은건, 왠지 무진장 치사한 방법을 써 버린 것 같아서.”
“에, 뭐가?”
 약간 고개를 들고 슬쩍 유키를 살펴본다.
“오늘에 그런 식으로 불렀으니까, 역시, 안 오면 미안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그, 그거 말이구나. 응, 그렇네. 그건 치사하네.”
“윽……역시 봐주질 않는구나.”
“앗! 아, 미미미안, 무심코.”
“그 말 그대로니까 괜찮아. 그래도 그렇게 해서라도 요시노 양이랑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심장 고동이 빨라진다.
 기척이 느껴진다. 앞으로 분명 유키는 중요한 말을 하겠지. 그걸 듣고, 받아들이고, 과연 요시노는 대답할 수 있을까. 대답할 수 있는 자신이 없으니까 만나는 걸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건데.
 유키를 바라보지 못한 채로 저녁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수면으로 눈을 돌린다.
“저, 저기,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 안해? 이 시간의 강은.”
 일어나서 요시노는 얼버무리듯 강쪽으로 향하려 했지만, 그 팔을 붙들린다.
“유, 유키 군?”
“미안,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
 진지한 표정에 농담같은 걸로 얼버무릴 수 없는 분위기라, 요시노도 숨을 삼키고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유키의 손이 떨어져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바람에 풀이 흔들린다. 오늘은 땋지 않은 머리카락도 흔들린다.
“무, 무슨 말……일까.”
“응, 에에…….”
 위험해.
 심장이 무진장 두근, 두근, 하고 고동치고 있다. 얼굴 온도는 가속적으로 올라가지만, 마주보고 있는 유키의 얼굴도 붉어져 있다.
“계속 말하려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못했었는데.”
 꿀꺽, 숨을 삼킨다.
 이런 때에 한해서 아무런 방해도 없다. 러닝하고 있는 사람은 한참 멀리 있고, 개를 산책시키고 있는 사람은 개랑 노느라 향해오질 않고, 할아버지는 기분 좋은 것처럼 벤치에 앉아 졸고 계시고,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 아주머니의 모습도 야구소년의 모습도 안 보인다.
 느껴지는 건 오직 유키의 얕은 호흡소리와 자기자신의 고동.
 그리고.

“저, 요시노 양……요시노 양을, 좋아합니다.”

 말을 꺼내왔다.
 얼굴을 마주보고, 제대로 말로 전해왔다.
“어, 어어어, 어째서?!”
 예상하고 있었을 텐데 말을 듣고 동요해 버린 요시노는 그런 말을 꺼내 버렸다. 그리고 한 번 입을 열자, 멈출 수 없었다.
“어째서 나를? 나같은 것 보다 사치코 님이 더 예쁘고, 시마코 양이 더 머리가 좋고, 레이 쨩이 더 상냥하고, 나는 제멋대로고, 그리고, 그리고.”
 왜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걸까. 그래도 그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곡해하거나, 비하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뛰어난 동료들에게 질투는 한다. 자신이 가지지 않은 걸 잔뜩 가지고 있는 게 부러워진다.
“그런 거 상관 없어. 내가 좋아하게 된 건 요시노 양이니까.”
“으…….”
 기쁘다.
 좋다고 들은 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나 기쁘다니.
“다른 사람이랑 비교같은 건 못해. 내게는 요시노 양의 기운찬 모습이 누구보다, 그, 매력적이니까.”
 말하는 중에 부끄러워진 모양이지만, 그 말을 듣는 쪽도 무진장 부끄럽다. 물이 끓는다는게 과장표현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뜨겁다.
“가슴이 없는 것도 그건 그것대로 하나의 매력이라고 난 생각하고, 그러니까.”
“――――응?”
 왠지 지금 선뜻 지독한 소리를 끼워넣은 듯한 기분이 든다.
 바라보자,
 얼굴을 붉힌 채로 유키는 자기가 담은 말에 당혹하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고백하는 자리서 그런 소리를 듣다니.
“유키 군……혹시나 아까 헌팅남들이 하는 이야기, 듣고 있었어?”
“아아, 아니……응, 그래도 저기, 나는 정말로,”
“그게 아니라…….”
 미소가 약간 굳는다.
“응, 확실히 작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다’고는 말 안하지 않았었나?”
“아, 아니, 그!”
 허둥지둥거리는 유키.
 그런 유키를 향해서,
“……유키 군, 바보!!”
 요시노가 있는 힘껏 혀를 내밀며 말한다.
“미미, 미안! 기다려줘 요시노 양!”
 등을 돌리려는 요시노의 팔을 다시금 잡는 유키.
“뭐……뭐야.”
 유키를 바라본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휘감는다.
“아직, 중요한 걸 말 안 해서.”
 아까 대화로 침착을 되찾은 듯 보였던 마음이, 다시 날뛸 것만 같다. 호흡이 괴로워진다.
 도망칠 수는 없다.
 유키는 진지하게 마음을 전하려 하고 있는 거니까.
 전하려 해 주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시마즈 요시노 양, 저랑, 사귀어 주세요.”
 똑똑히 말하며, 깊게 고개를 숙이는 유키에 대해.

“에, 에에, 예! 예, 예, 저, 저로 괜찮다면…….”
 인생 역사상 최고로 얼굴과 몸이 뜨거워져가는 걸 느끼며, 요시노는 즉답했다.
 그런 거다. 헤매고 있다고 말했지만, 분명 결론은 나와 있었던 거다.

 장마가로 축축한 날씨에서.

 사람이 적은 강변을 선선한 바람이 지나간다.
 이름도 모르는, 강변에 핀 꽃이 선명한 색채로 둘 사이를 춤춘다.


 요시노에게 애인이 생긴 날이었다.

~추신~
 이렇다는 걸로.
 드디어 둘은 커플이?!
 뜻밖에? 아뇨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무진장 멀리 돌아서 간신히 여기까지 온 거지만요. 자 자, 그렇지만, 이 뒤에 어떤 느낌이 되어 갈지……그건 아직 미정입니다.

역자의 말: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상쾌한 번역글이 저녁 하늘에 메아리친다.
 삼천세계에 모여드는 유저들이 오늘도 천사같이 순진한···은 아닌 것 같네요.

 어쨌거나, 요시노 시리즈 한 그릇 추가입니다.
 앞으로도 본가쪽을 따라잡을 기세로 꾸준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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