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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러브·커뮤니케이션


 장미관 2층에는 요시노를 필두로 사이좋은 3학년들이 모여있었다.
“――그럼 피고인 시마즈 요시노 양. 뭔가 해명하고 싶은 건 없습니까?”
 노트를 펴고 펜을 든 마미가 쿨하게 물어본다.
“피, 피고인이라는 건 너무하지 않아?”
“그 곤란해하는 표정도 좋아―.”
“잠깐, 그만둬, 이런 거 찍지 말아 줘.”
 카메라를 향하고 셔터를 누르려고 하는 츠타코를 어떻게든 말리려 한다.
“유, 유미 양도 가만 있지 말고 도와줘.”
“에? 음―, 그렇게 말해도.”
 어떻게든 원군을 얻으려 말을 걸어 봤지만, 굉장히 믿음직스럽지 않은 대답과 표정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시마코 양은 어떻게 생각해?”
 츠타코의 이야기에 시마코가 지긋이 요시노를 바라본다. 거북한 마음에 무심코 시선에서 피하듯 고개를 숙여 버렸다.
“……유미 양에겐 가르쳐 주고 우리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다니, 슬퍼.”
 시마코가 뺨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대곤 가느다란 한숨을 흘리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다.
“미, 미아……그래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유미 양에게는 그, 유키 군의 누나기도 하니까.”
“아아, 과연. 시누이니까요.”
“과연 과연.”
 마미와 츠타코가 의미심장한듯한 눈길로 바라본다. 공개처형 당하는 기분이다.
 유키와의 교제를 유미에게 전하고 며칠 뒤, 가까스로 유미 외의 극히 한정된 친구들에게도 가르쳤지만, 설마 그 탓에 심문당하는 신세가 될 줄이야. 확실히 가르치는 타이밍이 엇갈려 버리긴 했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거 아닌가. 게다가 레이에게 말한 것도 엊그제고.
 덧붙여서 레이는 요시노의 예상관 반대로 정말 침착히 받아들였다. 당황할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상냥하게 웃으며 “잘 됐네, 축하해.”라고 축하의 말을 보내줘서 굉장히 기뻤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조금 늦어진 것뿐인데 공개재판이라니 지독한 처사다. 아까부터 친해진 계기가 뭐냐거나, 언제쯤부터 의식하게 됐냐거나, 고백은 누가 어떤 대사로 했냐거나, 데이트는 어디로 갔냐거나 등, 온갖 것들을 캐묻고 있다. 요시노에게 묵비권은 없는 모양이다.
“잠깐, 마미 양. 정말로 ‘릴리안 학보’에 싣거나 하진 말아 줘?”
 약간 뺨을 붉히며 다시금 마미에게 다짐을 받는다. 이런게 재미 반으로 기사로 나갔다간 참기 힘들다.
“저는 언니랑 다르게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기삿거리로 쓰거나 하진 않아요. ……뭐어, 분명히 릴리안과 하나데라의 학생회장끼리 커플이 됐다고 하면 모두 정말로 기뻐하며 분해할 건 틀림없지만.”
“……정말 그만둬줘.”
“괜찮다니까. 그 대신, 죄다 가르쳐 줘.”
“으으……시마코 양, 도와 주세요.”
 유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시마코를 아군으로 삼아야겠다 싶어서 울며 달라붙어 본다.
 하지만 시마코는 마리아님 같은 미소를 지으며,
“요시노 양과 유키 군은 이미 입맞춤은 했니?”
 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런 일이 있었어. 너무하지―.”
『아하하, 요시노 양, 재난이었구나.』
 저녁밥을 다 먹은 뒤,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하고 싶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기 방에서 유키에게 전화를 걸어 봤다. 휴대폰이니까 유키가 아니면 안 받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전화 걸 때는 긴장된다.
 덧붙여서 시마코의 ‘입맞춤’ 발언은 물론 전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런 연애 이야기, 좋아하니까.』
“남자는 그런 거 안해?”
『물론 하지. 나도 학생회 동료들에게는 말했지만, 상대가 요시노 양이라는 걸 알고 다들 살기를 드러냈다고. 너무 부럽다면서.』
“그, 그래? 아하하, 나 같은 걸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즐겁다.
 다른 학교고 귀가중 다른데 들르는 것도 금지되어 있으니 직접 만날 기회는 의외로 적지만,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채워진다.  『――그런데, 요시노 양. 이번 주말 혹시 비어 있어?』
“에, 왜? 응, 특별한 예정은 없는데.”
 우와, 데이트 초댄가 싶어 조금 전화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저말야, 괜찮으면 집에 놀러 안 올래?』
“응, 갈게 갈게!”
『저, 정말?!』
 왠지 깜짝 놀란듯한 소리를 내는 유키. 사귀기 시작한 남친이 데이트 신청을 한 거니까 시간이 있으면 기꺼이 OK할게 당연하잖아.
“…………어, 에?”
 요시노는 완전히 데이트라고 믿고 대답했었지만, 뭔가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유키는 뭐라고 했었나. 분명, ‘집에 놀러 안 올래?’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에, 에에에에?!”
『우왓?!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전화 너머서 요시노가 큰 소리를 내서 놀란듯한 유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냐, 아무것도 아니, 려나?”
『하, 하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요시노는 후쿠자와네 앞까지 찾아오게 된 거다.
 하지만 긴장된다.
 지금까지 이 집에는 여러 번 실례한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미의 친구로서 유미와 놀러 방문한 거였다.
 하지만 오늘은 유키의 애인으로서 유키를 찾아온 거다. 쉬는 날이니 당연히 부모님도 계시겠지. 예전에 유키도 부모님이 빨리 데려와 소개해달라고 시끄럽다는 이야길 했었으니, 오늘은 분명 그거겠지.
 유미의 아버지와는 가볍게 인사한 정도로 거의 면식은 없지만, 어머니와는 여러번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유미의 어머니답게 정말로 친해지기 쉬웠다. 분명 아버지도 그럴 테니 묘하게 힘을 넣을 건 없다고 자신을 설득해 보지만, 그렇게 잘 될리도 없고.
 어떤 차림으로 가면 될지 망설였지만, 너무 멋을 부리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 고른 복장은, 블라우스 위에 캐멀에 검은 레이스가 달린 카디건을 맞춰 입고 아래는 베이지색 플리츠 미니 스커트에 검은색 니하이속스로 코디네이트 해 보았다. 머리카락은 평소의 땋은 머리로.
 일단 어머니에게 상담해서 방문 선물도 사 왔다. 덧붙여서 아버지는 단순히 유미의 집에 놀러 간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면목없긴 하지만, 한동안은 기다려주셨으면 싶다.
“그럼, 들어와.”
 유키가 선도해서 현관을 연다.
 역까지 마중와줘서 이렇게 함께 들어가게 된 거라, 조금 기쁘다.
“실례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유키를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
“――아, 어서와, 요시노 양.”
“안녕, 유미 양.”
 후다닥 달려온 유미와 어째선지 “이예이―!” 하고 오른손을 맞친다. 혹시나 긴장을 풀어주려 한 걸지도 모른다.
“어머어머, 어서 오렴, 요시노 양.”
 잠시 뒤 유미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은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갑자기라니. 예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자, 들어와 줘……어머, 이런 선물까지 가져오다니, 정말 고마워.”
“아뇨, 그런. 별 것 아니에요.”
 꾸벅꾸벅 고개를 마주 숙인다. 왠지 근질거리는 느낌.
 계속 현관 앞에 있을 수도 없으니 안내받아 거실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던 유키의 아버지가 일어나는게 보였다.
“자, 유키, 네가 소개하렴.”
“아, 응.”
 역시나 긴장돼서, 등골을 곧게 편다.
“아버지, 이쪽, 시마즈 요시노 양. 이야기했던 제가 교제하고 있는 여성입니다.”
“시마즈 요시노예요. 유키 군과 교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가급적 점잖게 말하며, 꾸벅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교제하고 있는 여성”이라니 좀 너무 딱딱한 건 아닐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자,
“……요시노 양, 으로 괜찮을까?”
“아, 예.”
 진지한 표정으로 요시노를 바라본다. 무슨 일일까. 뭔가 이상한 거라도 저질러 버렸나 싶어 걱정된다.
“정말로 우리 유키랑 사귀고 있는 거니?”
“에? 아, 예, 그건 물론.”
“……아니, 미안해. 너무 사랑스러운 아가씨다 보니, 아들의 상대라는 걸 믿기 힘들어서.”
“잠깐, 아버지?!”
“자 자, 그럼 인사는 이쯤으로 하고 다들 앉아요.”
 유키의 어머니가 짝짝 손바닥을 두드리며 자리의 분위기를 푼다.
“아버지도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미안해, 요시노 쨩. 이 사람, 유키가 처음으로 애인을 데려와서 긴장하고 있는 거야.”
“하, 하아.”
“요시노 쨩도 앉아 줘. 차를 내올 테니까. 미안하지만, 잠시만 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어울려 주렴.”
“예, 아, 아뇨, 저는 상관 없으니까.”
“자, 그럼 요시노 양과 유키는 이쪽에 앉아 줘.”
 유미에게 이끌려 유키와 나란히 앉는다.
“요시노 양, 오늘 옷 귀여워! 굉장히 잘 어울려.”
“응, 고마워.”
“유키는, 제대로 칭찬해 줬어?”
“아아, 응, 잠시 가만히 있다가 떠올린 것 처럼.”
“우와, 유키, 그럼 안되잖아! 바로 말해야지. 감점 1점이야.”
“시, 시끄러, 잊은 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겼던 것 뿐이라고!”
“에…….”
 확 얼굴이 붉어진다.
 확실히 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부자연스럽게 멈춰서긴 했었지만, 정말 눈길을 뺏겼었던 걸까.
“으아아, 생생한 염장이야!!”
“아, 아니 지금 건!”
 허둥지둥 손을 흔드는 유키를 보곤, 좀 울컥했다.
“에, 뭐야, 설마 거짓말이었어 유키 군?”
 입술을 빼죽이며 물어본다.
“엣? 거, 거짓말은 아니야, 정말로, 굉장히 귀여워서 넋을 잃었었다고!”
“앗……고, 고마워.”
 실패했다. 자기가 태클을 걸어놓곤 유키의 대답을 듣고 부끄러워져서 얼굴을 붉혔다. 뭐어, 요시노 이상으로 유키 쪽이 빨개지긴 했지만.
 그런 둘을 보면서 유미가 뭐라 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으으……친구와 남동생이 닭살커플이 됐어…….”
“잠깐……유미 양도 차암!”
“기다렸지? 후후, 사이 좋구나. 거기에, 정말로 유키 쪽이 요시노 쨩에게 홀딱 반한 모양이네. 이런 유키를 보는 건 어머니인 나도 처음이야.”
“누나인 나도 처음이야.”
“으으, 정말, 봐주라~.”
 새빨개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신음소리를 내는 유키. 요시노도 부끄럽긴 했지만, 웃어 버렸다.
 유키의 아버지는 이야기에 못 끼어들어서 곤란해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따스한 눈으로 유키와 요시노를 바라보고 있는게 느껴진다.
 어깨서 힘이 빠진다.
 따뜻한 분위기에 감싸여, 후쿠자와 댁에서의 담소는 계속됐다.


 차시간을 마쳐 일단락난 시점에, 부모님 앞에서 떠나 유키의 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실례합니다~.”
 빼꼼 방 안에 고개를 넣어 들여다본다.
 꽤 깨끗이 정리된 방. 책상, 침대, 책장, 딱히 특별한 부분은 없지만 처음 들어온 남자의 방, 아니 ‘애인의 방’에 조금 두근두근거리고 있다.
“들어와, 아무것도 없지만.”
 발을 디디자 왠지 방 안이 유키의 냄새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집인데 유미의 방과 다른 냄새가 난다.
“에에, 이 쿠션이면 괜찮으려나. 앉아줘.”
“응, 고마워.”
 건네받은 쿠션 위에서 치맛자락을 누르며 살며시 앉는다. 유키도 비스듬히 앞쪽에 앉는다.
“왠지 미안해, 우리 부모님, 완전 신나 버려서. 특히 아버지쪽이.”
“아니야, 즐거웠고……후후, 유키 군의 재밌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우와……떠올리게 하지 말아 줘.”
“왜, 귀여웠는데?”
“또 그런 소릴.”
 새빨개져서 머리를 긁적이는 유키를 보니 왠지 미소가 나온다.
 실제로 부모님이나 유미를 앞에 두고 요시노와의 관계로 놀림받아 안달하는 유키의 모습이 왠지 신선하고, 그러면서 귀여웠던 거다.
 자, 유키의 방에 들어왔기에 요시노는 눈길을 옮긴다.
“……뭔가 찾는 거 있어?”
“아, 응. 저기, 좀 방 안 봐도 괜찮아?”
“별로 상관없는데?”
 유키의 허락을 받고 일어나, 불쑥 책장 앞으로 간다. 유키에게 들었던 대로 책이나 CD등이 나란히 놓여있다.
“딱히 이상한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음~~.”
 고개를 갸웃거리는 요시노.
 빙글 유키 쪽으로 몸을 돌린다.
“……저기, 유키 군. 야한 책은 어디 숨기고 있어?”
“――――에?”
“유미 양의 이야기론 아마 다른 책의 커버로 덮어서 숨기고 있을 것 같다던데. 침대 아래에는 없었던 모양이니까.”
“에……잠, 엣, 잠깐 요시노 양?!”
“아, 괜찮아, 남자애인 걸. 화내거나는 안해. 단지……어, 어떤 걸 보고 있는지, 조금 흥미가.”
“아니아니, 그, 그런데 흥미 안 가져도 괜찮으니까! 아니 그보다, 안 가지고 있으니까, 정말로!”
“에, 그래? 왠지 재미없네~.”
 정말인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이 이상 떼를 써서 곤란하게 하는 것도 그러니 물러나기로 했다. 뭐어, 실제로 남친이 가지고 있는 에로책을 본다고 해도 곤란할 뿐이지만, 태어나서 그런 책을 본 적이 없어서 흥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 거다.
“그것보다, 흔한 패턴이지만 앨범 볼래?”
“아, 볼래 볼래!”
 그야말로 흔한 패턴이지만, 빼놓을 수도 없는게 앨범이다.
 유키가 꺼낸건 평범한 가족앨범. 뭐어, 학교의 졸업 앨범같은 데는 자기가 찍혀있는 사진은 얼마 되지도 않으니까.
“아하핫, 유키 군도 유미 양도 귀여워~~!”
 어릴 적의 유키와 유미의 사진을 보며 기뻐하는 요시노.
“유키 군과 유미 양은, 어렸을 때는 완전 판박이었네.”
“아아……자주 착각당했어.”
“어라, 이거, 둘 다 유미 양……?”
“이건 억지로 여자 옷을 입혔던 거야.”
“에, 어느 쪽이 유키 군이야? 싫다, 모르겠어, 그보다, 귀여워.”
 사진과 유키를 번갈아 보며 눈을 끔뻑이는 요시노. 사진 안에선 여자의 모습을 한 유키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듯 부루퉁해 보인다.
 이 뒤에도 시치고산(七五三.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일본의 행사.) 생일파티, 운동회, 소풍 등 갖가지 사진을 보며 즐긴다.
“아, 이 사진은 유미 녀석이 갑자기 뒤에서 안겨붙어서.”
“……저기, 유키 군.”
“응, 왜?”
“왠지 말야, 사진 대부분 유미 양이랑 함께지 않아?”
“그래? 뭐어, 남매고 같은 학년이니까.”
“것보다 뭐야 이거, 남매 레벨을 넘은거 아냐? 왠지 러브러브한 애인의 앨범으로밖에 안 보이기 시작했는데?!”
 어릴적의 사진은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이도 가깝고 사이 좋은 남매라는게 보여서 미소가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중학생 정도의 사진에도 함께일 때가 많고, 각자 서서히 남자답게, 여자답게 되어가자 좋은 사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중학생 새 교복을 입고 팔짱을 끼거나, 무릎베개하거나, 유키가 말한 것처럼 껴안거나 껴안기는 등, 모르는 사람이 봤다간 정말로 는실난실하고 있는 사진처럼밖에 안 보이는 것들이 많다.
“아니, 고등학생이 된 다음에는 그런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중학생 무렵엔 아직 그, 좀 애같았으니까.”
“…………정말? 유미 양의 이런 사진을 보고 야한걸 생각하거나 한 거 아냐?”
 요시노가 가리킨 사진은 탱크톱 차림의 유미에게 유키가 호스로 물을 끼얹어 젖은 모습으로, 헐거운 가슴께로 가슴 위쪽이 보이는 거였다.
“안해! 친누나한테 그런 생각 안한다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요시노 양 뿐이니까!”
“뭐…………!”
“앗……아니, 저기, 지, 지금 건…….”
 유키는 자폭했지만, 요시노도 동시에 피해를 입었다.
 입을 다물어 버린 두 사람.
“…………에에, 저기.”
 참지 못하게 된 건지 유키 쪽이 입을 열려고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요시노는 붉어진 뺨을 자각하면서도, 슬쩍 눈을 치뜨며 유키를 바라보곤.
“나……나한텐,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야?”
 라고 부끄러운 듯이 물어봤다.
“으……그, 그건.”
“그건?”
“에에, 그,”
“…………나는, 생각한다고?”
“――에?”
“아, 별로, 야한 거 이야기 같은 게 아니니까?! 저말야, 유키 군의 ​사​진​…​…​사​진​메​일​이​지​만​,​ 그걸 보면, 조금 두근두근거리고, 기뻐지고, 자연스레 미소가 흘러나와.”
 이런 걸 말하는 건 물론 부끄럽다.
 하지만 요시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입에 담은 뒤, 다시 한 번 유키를 슬쩍 바라본다.
“나……나도 물론 요시노 양의 사진을 볼 때마다 두근거려. 이런 귀여운 애가 내 애인이 되어 줬구나 싶어서.”
“그렇구나. 그럼 똑같네.”
“그러, 려나.”
“응, 똑같아.”
 그렇게 말하고 웃자,
 유키 또한 미소를 띄웠다.


 다음 날.
“저기 요시노 양, 어제는 유키랑 방에서 뭘 했어?”
“뭐냐니, 앨범 보고 이야기 했었어.”
“정말로 그것 뿐이야? 키스 쯤은 한 거 아니야?”
“안 했다니까, 정말. 우리는 퓨어한 교제를 하고 있으니까. 그보다, 유미 양은 자기 남동생의 키스 이야기 같은 거, 듣고싶어?”
“내가 듣고 싶은 건 친구인 요시노 양의 이야기인 걸.”
“정말…….”
 예상대로라고 할까, 학교에서 유미에게 잔뜩 추궁당했다. 애초에 부모님도 있었고 방 문도 조금 열려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대담한 걸 할 리가 없다.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니까.
“유미 양, 요시노 양, 평안하세요.”
“평안하세요, 시마코 양.”
 장미관에 시마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마코는 가방을 두곤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요시노에게 미소지었다.
“요시노 양. 어제 유키 군의 방에서 둘이서 보냈다면서? 역시, 입맞춤 받았니?”
“잠깐……유미 양, 왜 말하는 거야―!”
“아하하, 미안, 그래도 그 정돈 괜찮잖아?”
“아니 그보다 시마코 양도, 왜 그렇게 입맞춤, 입맞춤 거리는 거야?!”
“어머, 그치만 신경 쓰이잖니. 유미 양도 신경 쓰이지?”
“뭐어…….”
“자, 그러니까 요시노 양, 부끄러워 하지 말고 가르쳐 줘.”
 천사같이 맑은 미소로 정면으로 파고들어오는 시마코.
“아앗, 정말, ​그​만​두​라​니​까​―​―​―​!​”​
 요시노는 몸부림치지만, 왠지 모르게 이해하고 있다.
 시마코도 유미도 요시노가 ‘물어줬으면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말하는 건 부끄럽지만, 조용히 있는 것도 왠지 아깝다고 할까 남에게 전하고 싶다고 할까 싶은 기분을 안고 있는 요시노를 이해해 주고 있다.
 그래서 요시노는 부끄럽지만 입을 여는 거다.
 자못 점잔빼듯이.
“키, 키스는 안 했지만, 손은 잡았어……?”
“에―, 뭐야, 유키 쪽에서? 녀석, 야해――!”
“어머, 요시노 양은 사랑스럽네, 정말.”
“벼, 별로, 손을 잡은 것 뿐이지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정말로!”
 뺨이 뜨거운 걸 자각하곤, 부끄러워하면서도 웃으면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쁨을 요시노는 맛보고 있었다.

~추신~
 역시 퓨어한 러브는 좋지요. 정말, 에로스따윈 언어도단이에요. (폭발)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키와 요시노 커플은 역시 어울린다 싶습니다. 그리고, 요시노에 대해선 에로스한 이미지는 전혀 솟아오르지 않아서요. 딱히 체형운운같은 건 관계 없습니다. 이미지적인 거려나요~

역자의 말:
 평안하세요, 淸風입니다.
 요시노 블레이드에서 10주년 기념 앙케이트를 하고 있는데, 혹시 흥미가 있으시면 참여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둘 다 정말 귀엽네요. 이런 풋풋한 느낌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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