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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시리즈 요시노편

マリみて 祐麒シリーズ


원작 |

역자 | 淸風

LOVE LOVE SHOW


“저기 요시노, 이거 귀엽지 않아?”
“확실히 귀엽지만 좀 어린애 같지 않아?”
“그래? 으음~, 그럼, 이건 어때?”
“그런 천 면적이 작은 건 무리, 무리야!”
“음―, 그럼, 어떤 게 괜찮은 거야?”
“그러니까, 너무 어린애같지 않고, 너무 경박하지 않고, 괜찮은 느낌인 걸로.”
“어렵네~.”
 요시노와 레이가 이것도 아냐, 저것도 아냐 하고 있는 곳은, 쇼핑몰의 수영복 매장이었다.
 여름방학, 수험공부가 중요하다곤 해도 한숨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 뭣보다 사귀기 시작하고 첫 여름방학이니 당연히 놀고 싶은 마음이라 기획한 게 유원지 데이트였다. 그 상황에 욕심꾸러기 요시노가 모처럼 여름이니 풀에 가고 싶다고, 풀도 있는 대형 유원지로 가는 걸 플랜으로 삼았다.
 이런 상황이라 급하게 수영복을 사러 온 거다.
“그치만, 그, 나, 체형이 빈약하니까…….”
 완망스러운 듯이 자신의 몸, 특히 가슴 언저리를 바라보는 요시노. 뒤이어 레이의 가슴에 눈길을 지긋이 보낸다.
“봐, 가슴의 크기같은 건 상관 없이 유키 군은 요시노를 좋아하잖아.”
“그야 그렇지만.”
“……으음~, 이렇게 자연스레 자랑하는 거구나~.”
“응, 뭐가?”
“예이예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 그럼 애인을 뇌쇄시킬만한 수영복을 고르죠, 공주님.”
“아아, 정말, 놀리기나 하고!”
 입을 복어처럼 부풀리고 있지만, 마음속으론 그리 화난 것도 아니다. 언제나 레이와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거기에다 무엇보다, 즐겁다.
 지금까지도 수영복을 고르러 온 적은 있지만, 그때랑은 전혀 다르다. 유키에게 보여줄 걸 생각하면서 고르다 보면 두근거리고, 울렁거린다. 어떤 수영복을 보여주면 유키는 기뻐할까. 남자니까 역시 수영복 차림은 좋아하겠지만, 어떤 수영복이 괜찮을까. 원피스일까, 비키니일까, 프릴 달린 수영복이려나, 파레오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너무 아슬아슬한 건 부끄러우니까 안되겠고.
 몸이 가냘퍼서 가슴도 작고 엉덩이도 작으니까 섹시한 수영복은 안 어울리니, 그라비아 아이돌 같은 걸 기대하고 있다면 미안하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신이 사랑스러워 질만한 수영복을 고르고 싶다.
“저기 저기 레이 쨩, 이런 거 괜찮다고 생각 안해?”
 손에 든 수영복을 몸에 대고 레이 쪽을 바라보자,
“그 미소……왠지 원망스러.”
“왜 그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레이 쨩.”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물어보자,
“아무것도 아니야. 자아―, 나도 찾아 볼까.”
“앗―, 뭐야, 가르쳐 줘―, 정말 레이 쨩 바보!”
 혼자서 자기용 수영복을 고르기 시작한 레이의 등을 보고, 요시노는 혀를 훽 내밀었다.


 그 뒤 드디어 찾아온 유원지 데이트 날. 날씨는 더할나위 없을 정도로 맑고, 더워서 도착하기 전에 뻗어버릴 것 같은 기온이다.
 오늘의 계획은 오전중에 풀에서 놀고 점심을 먹은 뒤 유원지에서 노는 순서여서, 요시노의 체력이 괜찮을지 유키가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는 게 조금 불만스럽긴 하지만, 놀 체력이라면 괜찮을 거다. 단지 집에 돌아간 뒤에 확 피로가 쏟아질 가능성은 높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력으로 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갈라져, 밖에 나온 곳에서 약속을 잡는다. 역시나 여름, 요일은 평일이지만 꽤 북적거린다. 탈의실 안에도 사람이 잔뜩 있어서, 무심코 여러 사람들의 스타일을 슬쩍 바라봤다.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이상한 곳이 없는지 수없이 확인한 뒤 간신히 탈의실을 나선 뒤, 뜨거워진 땅을 밟고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주위를 신경 쓰면서 약속 장소로 향하자 무료한 듯 서있는 유키의 모습이 보였다.
“――――좋아.”
 꾸욱, 하고 주먹에 힘을 넣는다.
 보여주기 위해 산거나 마찬가지라곤 해도, 역시 수영복 차림을 보이는 건 부끄럽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간 의미가 없다.
 천천히 걸어가는 중에 유키도 요시노가 오고 있는 걸 깨닫곤 고개를 들었다. 그 뒤 순간적으로 눈길이 몸에 박히는 게 느껴져, 화악 얼굴이 붉어진다.
“기, 기다렸지……미안, 오래 기다렸어?”
“으, 으으응, 괜찮아.”
 가까이 다가가자 더더욱 세게 느껴지는 눈길.
 요시노의 속마음을 표현하면, 우와아, 보고 있어, 보고 있어……다리, 허리……아, 지금, 가슴 봤다. 역시 보겠지. 부끄럽지만 안 보면 그건 그것대로 열받고, 아아 그래도 부끄러워! 같은 느낌이다.
“아, 수영복 무지 잘 어울려. 귀여워.”
“응, 고, 고마워, 헤헤.”
 칭찬받으면 역시 기뻐서, 가볍게 웃는다.
 요시노가 고른 수영복은 작은 가슴에도 맞는 디자인의 플레어 탑 밴드 비키니였다. 가슴 근처의 프릴로 볼륨업되어 보이는 디자인이고, 물색과 노란색을 상쾌하게 배색한 그라디에이션 프린트도 마음에 드는 포인트.
“유키 군도 수영복 차림 멋있어.”
 가늘고 날씬하긴 하지만, 예전에 야구를 한 적 있는 만큼 몸은 적당히 만들어져 있어서 빈약하다는 인상은 없다. 요시노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자는 “굉장해”하고 느끼긴 하지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유키 정도가 딱 좋다고 하는 건 단순한 콩깍지인 걸까.
“보통 수영복이야. 거기에다, 태우지도 않아서 피부도 하야니까~.”
“괜찮잖아. 딱히 태워야 좋은 것도 아니고. 그보다, 슬슬 풀에 가자.”
 계속 입구 근처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다. 요시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손을 뻗어 유키의 팔을 잡으려 했다.
“에――어라?”
 그 손이 닿기 직전, 유키가 놀라서 눈과 입을 크게 벌렸다.
“뭐야, 무슨……으에?!”
 확인하고자 유키의 눈길을 따라 뒤를 돌아본 요시노의 눈에 보인 건,
“어머, 요시노 쨩이잖아?”
“평안하세요, 둘은 데이트? 뜨겁네~~.”
“뭣……사, 사치코 님에, 미나코 님?!”
 릴리안 여대에 진학한 사치코, 외국어 대학에 진학한 미나코가 유키와 요시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이 졸업한 뒤로 오랜만에 만난다곤 해도 몇 달 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생이 된 둘은 어딘가 어른스러워진것처럼 느껴진다.
“둘이 왜 같이 풀에…………아, 아아아앗!!”
 의문을 마지막까지 입에 담기도 전에 요시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건 사치코와 미나코 둘 다음으로 다른 한 명이 모습을 보였으니까.
“레, 레이 쨩?!”
 제일 놀라운 인물이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사치코와 미나코 둘만 있는 것보다 레이가 있는 쪽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어머, 요시노도 오늘이 데이트였어? 우연이네.”
 레이가 손을 들고 인사를 건네왔지만, 하는 말은 어딘가 기계적이라고 할까 책이라도 읽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요시노의 기분 탓이 아니겠지. 애초에 수영복을 가러 갈 때 데이트 날 이야기를 했으니 모를 리가 없는 거다.
 요시노는 레이를 포함한 셋을 지긋이 노려본다.
 사치코는 블랙 스커트 타입 비키니 차림에 레이스 달린 스커트가 귀엽지만, 고저스한 몸을 가진 사치코가 검은색을 몸에 두르고 있으니 굉장히 어른스럽고 섹시하게 보인다.
 화려한 히비스커스 무늬의 홀터넥 비키니인게 미나코고, 나풀거리는 파레오가 정말 차밍하다.
 그리고 레이는 에스닉한 무늬를 곁들인 튜브 타입 톱스와 쇼츠로 된 비키니. 뒷모습이 꽤 큐트한 건 요시노도 같이 샀으니까 알고 있다.
 셋은 다 가슴은 크고 허리는 들어간 스타일이 발군이고, 덤으로 사치코는 여왕님같은 풍격의 미소녀, 미나코는 밝은 태양같은 미소가 어울리는 미소녀, 레이는 보이시한 미소녀인 등, 각자 타입이 다른 미소녀들이라 굉장히 눈길을 끈다. 이래서야 먼저 등장한 요시노는 단순히 세 사람의 조역이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옆에 있는 유키도 그런 셋의 수영복차림을 얼굴을 붉히며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자, 자, 유키 군, 가자. 다음에 봐, 레이 쨩.”
“에, 요시노 양,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우리 데이트고, 레이 쨩 일행은 셋이서 놀러 온 거잖아?”
 언제까지나 저 셋 근처에 있게 둘 수 없어서, 유키의 손을 잡아당기며 걸어간다. 일단 빨리 거리를 벌려 버릴 수 밖에 없다.
“――너희들, 여자 셋이서 온 거야? 괜찮다면 우리랑 같이 안 놀래?”
 그렇게 조금 걸음을 옮겼는데,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헌팅남이 바로 셋을 사냥감으로 삼아 말을 건 모양이다. 아무래도 좀 걱정돼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헌팅남이 쫓고 있던 레이 일행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유키의 좌우와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우리, 그, 그이랑 같이 놀러 왔으니까.”
“맞아 맞아, 괜찮으니까, 그치 유키 군?”
 레이가 유키의 왼손목을 잡고, 미나코가 오른손에 달라붙으며 말한다. 사치코는 유키의 뒤에 서서 말없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
 헌팅남은 얼이 빠져 눈을 크게 뜨고 있다. 그 틈에 셋은 유키의 팔을 잡은 채로 달아나듯 북적거리는 풀의 인파에 섞인다.
“에, 자, 잠깐 기다려?!”
 홀로 남겨질 뻔한 요시노도 허둥지둥 뒤를 쫓아, 어떻게든 넷을 찾아냈다.
“이봐 레이 쨩, 언제까지 손 잡을 거야! 미나코 님도, 아―정말! 유키 군도 헤벌레 하지 마!!”
 팔에 달라붙은 미나코의 풍만한 가슴이 유키를 밀어붙여, 유키는 새빨개진 채로 억지로 떨쳐내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런 유키를 보니 애가 타서 요시노는 억지로 사이에 끼어들어 미나코를 떨쳐낸다.
“에―, 괜찮잖아 요시노 양. 헌팅을 회피용으로 잠깐쯤 애인 빌려줘도.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도 봐, 세상 물정 모르는 사치코 양이나 레이 양이 이상한 남자한테 걸려도 괜찮아?”
“아, 아무리 레이 쨩이 얼빠져도 그렇게까진…….”
 그렇게 말은 하지만 불안한 기분도 든다. 레이는 사람이 좋은데다, 지금까지 여자에게는 굉장한 인기였더라도 남성이 떠받들어준 적은 없으니까 꽃미남이 말을 걸어오면 무심코 따라갈 가능성도 없다곤 할 수 없다. 그리고 잘 말로 구슬려, 어느샌가 단 둘이 어딘가 가서 그대로, 라거나.
“으으……바, 방해 하지 말아 주세요.”
 어쩔 수 없이 요시노는 타협했다.
“고마워, 요시노 양. 에헤헤, 그럼 내게도 찬스가……이 매혹의 보디로 잘 구슬리면, 말야. 왠지 그, 다른 사람 게 되면 가지고 싶어지지 않니, 사치고 양?”
“나, 나는 별로. 단지 유키 군은 내가 유일하게 평범히 접할 수 있는 남성이고, 내 장래의 파트너가 되기엔 딱 맞으니까.”
“잠깐, 미나코 씨, 사치코, 우선 내가 먼저라고…….”
 셋이 뒤에서 속닥속닥 뭔지 모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신경 쓰인다고 할까, 나쁜 예감밖에 안 들지만.
 그런 식으로 찌푸린 표정을 짓고 있던 요시노가 데이트를 방해받아 기분이 불편해졌다고 생각한 건지, 유키가 수습하고자 말을 걸어온다.
“뭐어 그, 사람이 잔뜩 있는 쪽이 즐겁긴 할거고, 가끔은 괜찮잖아.”
“……뭐어, 유키 군은 눈보신이 되어서 기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셋에게 둘러싸여 헤벌리고 있던 방금전의 모습이 떠올라 버려서, 말투도 태도도 험악해져 버린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리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라 여유도 없어서 겉치레도 힘들다.
 모처럼의 데이트고, 좀더 즐거운 기분으로 미소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삐친 태도 때문에 화가 나거나 질린건 아닐까 싶어 조심조심 유키를 바라보자,
“그, 그런 거 아냐. 확실히 세 사람은 매력적이지만, 내게는 요시노 양이 다른 누구랑 비교해도 최고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뭐…………”
 화아아악 하고 얼굴이 붉어진다
 부끄럽다. 하지만 기쁘다. 하지만 역시 부끄럽다.
“저, 정말! 유키 군도 참,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니까 부끄러워서 확 하고 유키의 가슴을 세게 밀었다.
“우와앗, 잠깐, 와와왓?!”
“엣? 아, 잠깐, 유키 군 위험……꺄아악?”
 균형을 무너뜨린 유키를 돕고자 손을 잡았지만, 힘이 없는 요시노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어서 둘이 같이 풀에 멋지게 떨어져 버렸다.
“――――, 푸하! 앗, 코에 물이, 콜록 콜록.”
“푸아, 하아! 나, 나도…….”
 물 속에서 허덕지덕 발버둥쳐 간신히 물 위에 얼굴을 내민 뒤 둘은 콜록거리며 서로를 마주보곤,
“…………풉.”
“……아하핫.”
 왠지 웃겨서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손님, 위험하니까 풀 사이드에서 장난치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런 둘에게 감시원의 주의가 날아왔다.
“아, 죄, 죄송합니다!!”
 둘은 허둥지둥 풀 안에서 사과했다.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옥신각신 하긴 했지만, 풀에선 즐겁게 놀았다.
 셋이 무진장 유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 특히 풀 안에 들어가면 수영을 가르쳐 달라거나, 파도가 강해서 무섭다거나, 사람에게 떠밀렸다거나 등 왠지 계속 접촉하고 있던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리고 풀에서 오르자고 말하고 있는데, 왠지 유키 혼자한테만 좀 더 풀에 있자고 떼를 쓰거나도 했었고.
 오전 중을 그렇게 보내고 점심이 되었을 때 올라와 런치 타임. 수영하고 밥을 먹어 배가 한가득 차고 나니 강력한 수마가 덮쳐올 수 밖에 없어서, 의자에 앉아 깜빡깜빡 졸아 버렸다.
“요시노 양, 괜찮아?”
 유키가 들여다본다.
“응……아, 괜찮아, 괜찮아. 지금은 느긋하게 있으니까 조금 졸린 것 뿐이야. 놀기 시작하면 날아갈 거니까.”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서 잠기운을 떨쳐낸다.
“요시노, 무리하지 말고 조금 자 두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어오는 레이.
“응 응, 유키 군은 우리가 즐겁게 해 줄테니까, 요시노 양은 휴게소에서 한숨 돌리는게 좋아. 응.”
 싱글벙글 포니테일을 흔들며 제안하는 미나코.
“괘, 괜찮으니까요! 정말, 유키 군, 가자.”
“에, 좀 더 쉬는게.”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정말.”
 유키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워서 유원지의 놀이기구를 향해 렛츠 고.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잠기운 따윈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럼, 제트 코스터는 누구랑 누가 나란히 앉을지 가위바위보를.”
“그러니까 저랑 유키 군은 데이트 하러 온 거니까, 저랑 유키 군이 같이 타는 게 당연하잖아요?!”
“…………쳇.”
“왜 혀를 차는 건가요!”
 유원지에서 노는 건 즐거웠지만, 때때로 방해를 건다고 할까, 훼방을 놓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모처럼 온 거니 다함께 즐기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마음이 안 드는 건 자신의 속이 좁아설까.
 이런 식으로 저녁이 되고,
“――――저기, 죄송합니다.”
 갑자기 유키가 멈춰 섰다.
 옆에 서서 그 표정을 보자, 평소와 다르게 굳고 딱딱한 느낌으로 보였다.
 세 사람도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기……앞으로 저희 둘이서 돌 거니까요.”
“엣?”
“그럼……요시노 양, 가자.”
“에, 아, 응, 앗, 우왓,”
 꾹 손을 붙잡혀서 그대로 달린다. 요시노도 함께고 다른 손님도 있다보니 결코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급작스런 일에 얼을 빼앗겼는지 세 사람은 쫓아오지 않았다.
 그대로 한동안 달려 관람차까지 도착해, 줄을 선다. 서있는 사람이 적어서 생각 외로 빠르게 탈 차례가 왔지만, 탈 때까지 흐트러진 호흡도 정리할 수 있었다.
 천천히 도는 관람차에 올라타서 마주보고 앉는다.
“저기…………유키 군.”
 침착해 졌을 때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왠지 아까 전부터 뭔가를 깊게 고민하는 것 같은 조금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신경 쓰인다. 혹시나 요시노의 마음속 불만이 겉으로 드러나서, 그걸 유키 군이 알아 버린게 아닐까 싶은 불안감도 들었지만.
“――――미안, 요시노 양!”
 갑자기 머리를 숙여서 가슴이 철렁한다.
“에, 뭐, 뭐가?”
“아니, 나, 더 참기 힘들어서……셋이 와서, 같이 즐겁게 놀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모처럼 온 요시노 양과의 데이트니까 역시 둘이 놀고 싶어서, 그래서 이렇게 억지로 끌고와서.”
“에…………에?”
 눈을 크게 뜬다.
“에에, 셋이랑 같이 즐거운 것 같았잖아.”
 저도 모르게 요시노가 질투해 버릴 정도로.
“그, 그야 안 즐거울 리는 없지만, 역시 요시노 양과 단 둘이 되고 싶었다고 할까……아, 벼, 별로 나쁜 의미는 아니고?!”
“………….”
 힘이 빠진다.
 아무래도 유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연상인 미인 셋이 추켜세워줘서 헤벌쭉하고 있기만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달랐다는 걸 알고 안심했다. 동시에 유키를 믿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나야말로 미안해, 그렇게 사과하려 했다.
“……요시노 양도 셋이랑 함께 즐거운 것 같았는데, 정말 미안.”
​“​…​…​…​…​…​…​하​아​.​”​
 이번엔 아까완 다른 의미로 힘이 빠졌다.
 요시노도 유키의 심정을 오해하고 있었지만, 유키 쪽도 요시노를 이해하지 못했다. 요시노도 단 둘이 있고 싶었는데.
“정말, 유키 군도 참, 둔감해, 바보.”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그게 아니야, 정말. 유키 군도 참, 뭘 모른다니까.”
“에, 뭐, 뭐가?”
 허둥지둥 안절부절못하며 요시노에게 물어보는 유키.
“으음―, 그럼, 그건 숙제야. 아, 봐, 무지 예뻐!”
“에엣, 잠깐, 신경 쓰이는데?!”
 관람차를 즐기고, 그 뒤 놀이기구 몇 개를 둘이서 즐긴 뒤 귀로에 올랐다.


“웅―, 가드는 단단했나~.”
 팔짱을 낀 미나코가 중얼거리듯 말한다.
“나는 딱히, 처음부터 요시노 쨩과 유키 군의 사이를 응원했었어.”
“또 그러긴, 솔직해지라고 사치코 양. 그래도 정말, 누구 손에 들어가 버리면 갑자기 굉장히 좋게 보여서, 아까워지네. 레이 쨩이 기합 넣을 정도인 걸.”
“나, 나는……요시노랑 사귀기 전부터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데이트 때까지 따라가는 건 너무하지 않니? 뭐어, 불려서 바로 따라온 나도 남말 할 처진 아니지만.”
 어깨를 움츠리는 미나코.
“그래도 뭐……우리가 들어갈 여지는 없어 보이는데?”
 사치코가 그렇게 말하자, 셋이 다 같이 정면으로 눈길을 향한다.
“――아하하, 정말, 귀엽다니까~.”
 절로 미소가 우러나오는 눈길의 끝에는.
 흔들리는 전철 자리에 앉아 사이좋게 손을 잡고, 서로의 몸에 기댄 채로 평온히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요시노와 유키의 모습이 있었다.

~ 추신 ~
 왠지 여기저기서 노려지고 있는 유키 (폭발) 과연 요시농은 온갖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을지……라니, 뭐어 둘은 주위에서 보면 단순한 닭살 커플에 가깝지만요.

역자의 말:
 평안하세요. 淸風입니다.
 슬슬 작가분께서 추신에 변명을 넣는 것도 포기하셨습니다. (.. ) 아무래도 사이에 남들이 끼어들어와 허둥지둥거리는 커플을 그리는게 즐거우신 모양이에요.
 그래도 다음 화 부터는 다른 분위기로 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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