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하리니 내 밤의 판타지
“축제 가고싶어! 불꽃놀이! 것보다, 여름축제와 불꽃놀이를 안 가면 여름방학이라고 못 한다고!!”
땋은 머리를 흔들며 힘차게 선언한 건 시마즈 요시노. 릴리안 여학원의 3학년이자 현 황장미님.
턱을 괸 요시노를 올려다 보고 있는 건, 여전히 늠름함을 지키고 있는 전 황장미님인 하세쿠라 레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유키 군에게 말하면 되잖아.”
“그치만, 그래도 수험생이고 저번에 풀에도 막 놀러간 참이고.”
뺨을 부풀리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는 요시노.
“너무 귀찮게해서, 제멋대로인 여자라고 생각되는 것도 싫고.”
“아니, 제멋대로라는 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을 거잖아.”
“――무슨 소리 했어, 레이 쨩?”
“아니아니, 아무것도.”
번뜩 노려보는 요시노의 눈길을 시원스레 받아 흘리는 레이. 얼마 전까지였다면 레이 쪽이 약해서 언제나 요시노의 태도에 놀아났었겠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사라졌다. 오래 사귀어 오긴 했지만, 요시노의 주된 이야기가 예전까지 떼쓰던 것과 다르게, 사귀고 있는 상대인 유키에 대한 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레이에게 있어선 “그런데?”로 끝마치고 싶어질 만한 이야기들 뿐이고, 요시노도 아마 마음 속으론 알고 있을테니 그 이상 강한 태도로 레이를 재촉하진 못하는 거겠지.
사랑하면 여자는 바뀐다고 하지만, 그건 레이의 사촌동생이자 소꿉친구에게도 들어맞는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흐뭇한 마음도 들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입장에선 때때로 상대하는게 피곤할 때도 있다. 뭐어, 그런 태도를 드러내면 기분 상할 테니 적당히 진지하게 맞장구 쳐줄 필요는 있지만.
“으으~~~~.”
팔짱을 끼곤 방 안을 처벅처벅 돌아다닌다.
머리를 비튼다.
머리카락을 쥐어짠다.
마지막엔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아 테이블에 엎드렸나 싶었는데, 나지막히 중얼거리듯 요시노가 말을 꺼냈다.
“…………역시, 올해는 참을래.”
“에, 정말?!”
분명, 조금만이라면 같은 식으로 이야기할거라고 생각했던 레이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놀랄 거 없잖아. 나도 참을 때쯤은 있어.”
“뭐어, 그치. 보통이라면 보통이지만.”
“거기에 나도 알고 있어. 릴리안 여대를 지망하는 나보다, 유키 군 쪽이 훨씬 힘들다는 것 쯤은.”
애초에 릴리안 여학원의 고등부에서 릴리안 여대로 진학하는 건 그리 힘들지 않다. 일반 수험을 받는다면 몰라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지키기만 하면 추천시험으로 거의 확실히 진학할 수 있고, 요시노의 성적이면 떨어질 확률은 굉장히 낮다. 그렇다곤 해도 2학기 성적을 확 떨어뜨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수험도 결과가 나쁘면 떨어질 때도 있긴 하지만.
한편 유키는 완전히 바깥 대학을 치는 거라, 완전히 입시 단판승부. 대학의 레벨과 본인의 레벨에도 따르지만, 합격 확률이 높다고 간단히 이야기 할 순 없다. 그야말로 이번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승부라고도 할 수 있는 거다보니, 놀이나 사랑에 정신을 빠트리고 있다간 라이벌과 차이가 벌어져 버릴 수도 있다.
요시노 자신만이라면 몰라도, 요시노가 제멋대로 하다가 유키에게 폐를 끼쳐 버리는 건 참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나, 참을래!”
“오오―――!”
요시노의 결의를 듣고 레이가 짝짝 박수를 친다.
“수험만 끝마치면 놀 수 있으니까, 그 때까진 참을 거야. 앞으로 겨우 반년이잖아…………반년……반년인가아…….”
“아, 약해지기 시작했다.”
“벼, 별로, 괜찮은 걸, 나는……아, 메일.”
휴대폰의 메일 착신 내용을 확인하자, 유키가 보낸 거였다. 타이밍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고민하며 내용을 확인해 보자,
“…………뭐야, 왜 그래, 나쁜 일이야?”
메일을 본 요시노의 모습을 보곤 레이가 물어본다.
“아니, 그건 아닌데.”
오히려 기쁜 일이라고 할까, 불꽃놀이에 가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메일이었다. 그야말로 이심전심, 요시노의 마음을 멀리 있으면서도 파악한 게 아닐까 싶은 타이밍에 보내온 메일이다. 하지만 참겠다고 결심한 순간에 보내오다니, 기뻐해도 괜찮을질 모르겠다.
“으으으으으으음…….”
휴대폰을 잡고 다시 머리를 감싸안는 요시노.
“……아, 안돼 역시. 거절할래.”
“무리하지 마. 하루쯤은 괜찮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저번에 풀에 간 거야. 여기서 응석부렸다간, 브레이크가 망가져 버릴 거라구!”
“아아, 그렇겠네. ”
“그래. 유키 군도 나랑 같이 노는 즐거움이 몸에 박혀 있으니까, 여기서 응석을 받아줬다간.”
“아, 유키 군 이야기였어? 요시노의 브레이크가 망가지는건가 싶었어.”
“…………레이 쨩 시끄러.”
지긋히 곁눈질로 레이를 노려보곤, 거절 메일을 회신한다.
“…………으.”
“안 보내? 송신 버튼 눌러 줄까?”
“직접 누를 수 있어!”
그렇게 말은 하지만, 오븐쯤 고민한 뒤에야 간신히 답장을 보냈다.
가고 싶지만 수험공부도 있으니 내년에 다시 올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고,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1년 뒤에 같이 가자는 의미도 담은 고도의 메일 테크닉이다.
“…………고도?”
“아아 정말, 레이 쨩은 입다물어!”
갈등의 끝에 울면서 거절한 거니, 성질 급한 요시노의 심기가 언짢아지기엔 넘치는 이유다. 이 이상 무슨 소리를 해도 요시노는 기분 상할 거고, 요시노도 수험생이다.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레이는 일어나 작별 인사를 했다.
남은 요시노에겐 당연하지만 공부할 기력이 솟지 않았다.
“괜찮아. 스스로 정한 거고, 메일도 전화도 할 수 있고.”
자신을 설득하듯 소리를 내고, 그런데도 그 날 요시노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음날, 어떻게든 기분을 일신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미 정한 거니까 마음을 굳게 먹고 힘내자고. 그런 건 우물쭈물 일을 너무 뒤로 끌지 않는, 시원시원한 성미의 요시노니까 할 수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필 이럴 때 왠지 유키에게서 다시금 권유 메일이 날아왔다. 조금 쯤이라면 공부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 방심이 무서운 거다. 요시노는 이미 어제 참자고 결심했으니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미안해, 유키 군.”
그렇게 말하며, 괴로운 마음으로 답장한다.
하지만 다시금 유키에게서 메일이 날아온다. 하루 내내 노는 게 아니라 저녁부터 밤까지만이고, 수험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도 그 정도 쉴 때는 있다. 그 전까진 제대로 공부 할거고, 혹시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 거라면 괜찮다고.
기쁜 말이긴 하지만, 응석부릴 수는 없었다.
세 번째 거절을 하고 이번에야 말로 공부에 집중하려는데, 다시금 메일이 날아왔다. 기쁘긴 하지만 아무래도 요시노도 좀 울컥했다. 이만큼 안된다고 거절했는데, 계속 권유하는 건 그렇지 않나. 요시노도 싫어서 거절하는게 아니라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 건데, 유키는 자기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정말, 나도 참고 있는 건데!”
뺨을 복어처럼 부풀리곤, 요시노는 핸드폰을 내팽겨치곤 책상을 향한다.
그 뒤로도 밤까지 여러 번 메일이 왔지만, 전부 무시해 버렸다. 원래는 중간에 뭔가 답장할까 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도 다시 메일이 날아와서 울컥한 마음에 그만둬 버렸다.
그렇겐 말해도, 전부 무시할 수도 없으니 다음날이 되었을 때 메일 해 두었다. 어제 일을 조금 사과하면서도, 서로 참고 앞을 향할 수 있도록 수험에 전념하자고.
그리고 날이 지나가, 불꽃놀이 당일.
“――요시노, 불꽃놀이 안 갈래?”
“하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레이 쨩.”
요시노는 방에 들어온 사촌언니를 번뜩 노려봤지만, 레이도 이미 익숙해 졌기에 조금 기가 죽긴 했지만 그대로 침대에 앉았다.
“놀러 가고 싶다면, 같이 가든지 다른 친구랑 가면?”
“뭐야, 차갑긴―.”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건지 싶다. 그야 요시노도 너무 가고 싶지만, 그걸 참고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건데.
“그래도 말야, 확실히 유키 군은 승부의 여름이라 큰일일지 몰라도 상대가 나라면 괜찮지 않아? 따로 약속 같은 거 안 해도 되고, 옷이나 머리도 그렇게 신경 안쓰고 나갈 수 있고.”
“아……그야 뭐어, 그렇기 한덴.”
지금 말에 동요한다.
확실히 유키랑 약속을 했다면 모처럼 가는 불꽃놀이니까 귀여운 유카타를 입고 싶을 거고, 그렇게 되면 머리카락도 유카타에 맞춰서 세팅하고 싶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시간도 걸리는 법이고.
“요시노는 그렇게 다급한 상황이 아니잖아? 스트레스도 쌓인 것 같고, 조금쯤은 괜찮지 않아?”
“으으으, 그래도오.”
유키에게 그렇게까지 실컷 거절해놓고 혼자 가기엔, 아무래도 좀 꺼림찍한 느낌이 든다.
“봐, 나 혼자 가는 것도 쓸쓸하고, 부탁해.”
“…………어, 어쩔 수 없네에. 외톨이 레이 쨩이 불쌍해서니까, 잠깐 나가는 거라면.”
“응.”
감쪽같이 꾀어 넘어간 것 같긴 하지만, 요즘 유키와 메일을 주고받느라 스트레스가 쌓였던 건 사실이니 기분전환삼아 나가는 것도 괜찮겠지.
“에에, 그럼 저녁에 맞으러 올테니까.”
“응. 아, 레이 쨩, 가슴이 눈에 안띄는 옷으로 와.”
“예이예이, 알고 있습니다요 공주님.”
레이는 꽃미남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가슴은 꽤 크니까 여름철 셔츠 한 장으론 가슴 크기가 눈에 띄어 버린다. 그래선 헌팅남이 다가오는 걸 막지 못하는 거다.
“……자, 그럼 시간 될 때 까지 공부 힘내 볼까!”
가까운 목표가 생기면 할 마음도 난다.
저녁까지 요시노는 기합을 넣어 문제집을 풀어 나갔다.
“우와―, 역시나 사람이 많아!”
약속한 대로 레이와 함께 찾아온 불꽃놀이는, 노점도 잔뜩 있었고 당연하게도 꽤 북적였다.
“저기저기 레이 쨩, 사과 사탕 먹자!”
레이의 팔을 잡고 노점 구경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은, 아마 누가 봐도 커플처럼 보이겠지.
티셔츠 위에 반소매 셔츠를 입고, 데님을 입은 레이는 역시 남자역. 요시노는 논 슬리브 셔츠에 짧은 바지를 입은 러프한 스타일이고, 머리카락도 고무줄로 간단히 뒤에서 묶기만 했다. 이러면 준비에 시간도 별로 안 쓰이고, 돌아간 뒤에 어떻게 해야 할 것도 없으니 마음 편하다.
레이에게 사과 사탕을 사달라고 해서 날름날름 핥으며 불꽃 시간까지 뭐하고 놀지 고민하고 있는 중에, 전화가 울려서 받았다.
『――여보세요, 요시노 양?』
유키였다.
“엑.”
하는 말을 어떻게든 꿀꺽 삼킨다.
축제에 들떠 확인도 없이 전화를 받아 버렸는데, 완전 실수였다. 전까진 메일만 보냈으면서 왜 당일이 돼서 직접 전화를 하는 건지.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끊을 수도 없으니, 이렇게 된 이상 축제에 나온 걸 들키지 않게 할 수 밖에 없다.
“여, 여보세요, 유키 군? 무슨 일이야?”
이야기하면서 인기척 없는 곳에 향하려 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쉽게는 움직일 수 없다.
『조금 이야기 하고 싶어서……지금, 밖? 주위가 왠지』
“아, 으, 응. 레이 쨩이랑 좀 쇼피항러 나와서, 돌아가는 길이야.”
『그렇, 구나. 에에…….』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건, 바꿔 말하면 분명 유키 쪽에서도 요시노의 목소리가 듣기 힘들단 걸거다. 주위를 보고, 어쨌든 조금이라도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다.
“저기, 저기 유키 군. 이따 다시 전화 할테니까, 에에.”
『그래도, 요시노 양.』
그런데, 그 때.
요시노의 뒤에서 ‘삐유우우웅~~~~’ 하는 새된 소리가 들렸나 싶었는데, 화려한 폭발음이 울리고 동시에 하늘에 큰 꽃송이가 피었다.
『――――요시노 양, 지금 소린.』
“에, 아, 아니, 지금 건!”
변명을 하려고 해도 차례차례 내쏘이는 불꽃 소리는 숨길수가 없다.
『……혹시나, 불꽃놀이에 간 거야?』
“아, 그건.”
『그만큼 공부에 집중하자고 말했던 건 요시노 양인데…….』
“아, 아냐, 이건 말야, 저기.”
「……왜 그래 요시노, 괜찮아?」
따라온 레이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봤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해야만 한다.
『――나, 지금부터 그쪽 갈테니까.』
“에, 엣?! 온다니, 여기로? 그, 그런거 안돼, 안돼 안돼!”
모처럼 공부에 집중시키려 했던 게 말려 버린다.
하지만 요시노가 초조한 마음에 반대할수록 유키의 소리가 굳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갈테니까. 장소, 가르쳐줘. 아니, 약속 장소를 정하자.』
“그, 그, 그래도.”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유키가 완전 어거지고, 또 요시노도 약점이 있다 보니 크게 반대할 수가 없어서 합류할 곳을 정하고 전화를 끊게 되어 버렸다.
“왜 그래 요시노? 유키 군 전화였어?”
“……어어, 어쩌지 레이 쨩. 유키 군, 무지 화났을지도 몰라.”
전화를 끊고 레이에게 호소한다.
전화로 들은 유키의 목소리는 전에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말투여서, 왠지 무서웠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 자신이 뿌린 씨앗이다. 유키의 권유를 거절해 놓고 이렇게 자신은 불꽃놀이를 보러 온 거니, 완전 제멋대로인 여자라고 화내면서 기막혀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자업자득이라고 할까.
이렇게 될 거면 레이의 권유에 신나서 따라가는 게 아니었단 생각도 들지만 이미 늦었고, 오히려 레이의 탓으로 안 돌리는 만큼은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 걸지도 모른다.
“음―, 괜찮지 않을까?”
한편 레이는 남 일이어설까, 느긋하게 그런 소리를 해온다.
어쩌지, 하고 생각해봐야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순순히 사과할 수 밖에 없나.
식으로 허둥지둥 고민하는 사이,
“――――요시노 양!”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꽃놀이는 이미 종반이고, 요시노는 인파에서 떨어진 곳에 머물러 유키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달려온 유키는 숨도 헐떡이고 땀에 흠뻑 젖어서, 여기까지 역부터 달려왔을 게 보인다.
“……으, …………하아, 후우…….”
“저기…………미안, 해.”
유키의 호흡이 조금 가라앉아온 시점에, 앞서 사과한다.
“요시노 양…………이쪽, 봐줘.”
그 말을 듣고 눈을 향하지만, 면목이 없어서, 꺼림찍해서, 아무리 해도 얼굴을 돌리게 될 것만 같다.
거기다 유키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게 무서워서 제대로 상대할 수가 없다. 무지 화난 걸까, 아니, 화 난 정도라면 괜찮지만 완전 제멋대로인 탓에 기가 막혀서 헤어지잔 이야기를 꺼내면 어쩌지 싶어서 흠칫거린다.
유키는 그런 요시노를 바라본 뒤, 주위에 눈을 향해 다른 사람을 찾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어디에 있어?”
“에? 에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려 주고 있는데.”
레이 이야길까.
“그런가……그, 말야.”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마음 준비를 한다. 무슨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곤 생각하지만.
“내가, 뭔가 잘못했었어?”
“…………에?”
“싫은게 있으면 뭐든 말해 줘. 그, 꼴보기 싫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나, 요시노 양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면 고칠 테니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없어? 부탁……이니까.”
“에, 엣?! 자, 잠깐 기다려 유키 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한테 화내고 있는 거 아니었어?”
“화내? 에, 화났던 건 요시노 양 아니야?”
“어째서 내가 화내는 거야? 그보다 헤어진다는 건 뭐야? 왜 내가 헤어지고 싶어하는 게 된 거야?”
“――――?”
“――――응?”
서로의 이야기가 맞물리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한다.
거기서 새삼스레, 어째서 서둘러 여기까지 왔는지를 물어봤다.
“에, 그치만, 요시노 양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왜 나랑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된 거야?”
“불꽃놀이에 불러도 OK 안 해 주고, 메일도 왠지 무미건조하고. 그래도 공부를 위해서라는 걸로 이해하려고 했는데, 오늘 전화 했더니 불꽃놀이에 와 있는 것 같고, 내가 오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으니까……나랑 만나게 하고 싶지 않은 다른 녀석이랑 와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응, 에, 그건.”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 녀석과 놀러 온게 아닌가 해서.”
“에에에에엣, 아냐아냐, 그런 거 아냐, 있을 리 없다니까!”
있는 힘껏 부정한다.
하지만 유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확실히 자신의 행동에는 오해를 낳을만한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싶어 힘이 빠진다.
“그럼……오늘, 같이 왔다는 건.”
“당연히 레이 쨩이지, 봐.”
하고 가까이서 상황을 보고 있을게 뻔한 레이를 향해 손짓을 하자, 바로 모습을 드러내는 상쾌한 얼짱 레이.
“그랬……구나. 그럼, 정말로.”
“당연하잖아. 너무 넘겨짚었다고 할까,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너무 갔…………지만, 그래도.”
운동화로 땅바닥 흙을 톡톡 건드리면서,
“……유키 군. 나한테 다른 신경쓰이는 사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질투해 준 거야?”
“으…….”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는 유키를 보고, 미안하긴 하지만 조금 기뻐진다. 지금까지는 이러쿵 저러쿵 해도 요시노만 질투를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이렇게 유키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왠지 웃음이 나온다.
“그야, 질투 쯤은 하고, 불안해도 지고, 공부도 요즘 별로 집중이 안 되고.”
“엣?! 그래?”
오해라곤 해도 요시노의 태도도 큰 원인이다 보니, 미안한 기분이다. 그래서 사과하려 하다가,
“――말해 두겠지만, 나, 요시노 양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요시노 양을 좋아하니까.”
조금 무뚝뚝한 느낌으로, 그래도 그건 수줍어하고 있다는게 뻔히 보이는 느낌으로, 유키가 말했다.
확, 하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요시노.
“뭣……으……그, 그런 거”
치사해. 진지하게 갑자기 그런 소릴 하다니.
그러니까.
“내……내 쪽이 더 좋아하는 걸!”
하고 대답해 주곤,
“으……아…….”
입에 담은 요시노 자신이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진다.
“――예이예이, 저기, 내가 있는 거 잊은 거지?”
“으, 으와아 레이 쨩?! 언제부터 엿보고 있었던 거야!”
“저말야……뭐어 어쨌든, 오해라는 걸 안 거면 잘 됐잖아.”
“응, 미, 미안해 유키 군. 내 탓으로 나쁜 생각 들게 해서.”
“나야 말로, 요시노 양을 의심해서 미안해.”
“으으응, 내가 말이 부족했어. 공부, 중요한 시긴데.”
“여기선 화해의 키스라도 하면? 아, 나는 신경쓰지 말고.”
“엣?!”
“뭐뭣, 레, 레이 쨩?!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안 하는 걸, 그런 거.”
“싫어?”
“싫은 게 아니고, 아, 아직 그런 거 이르다고 할까, 그, 그런 건 수험이 끝난 다음부터 생각할 거야!”
“――그렇단 모양인데, 유키 군은 이걸로 괜찮을까?”
“아, 에, 예.”
얼굴이 빨개져서, 요시노와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요시노도 마찬가지로 아래를 향한다.
“자―, 둘 다, 아래만 보지 말고, 화해했으면 고개를 들어.”
기가 막힌 레이가 둘의 턱에 손을 대고 고개를 들게 하자,
“――――와앗.”
밤하늘에는 불꽃놀이를 매듭짓는 현란한 스타마인. 환상적으로 밤하늘에 펼쳐진 판타지 그림책.
이런 저런 일은 많았지만, 둘이서 불꽃을 볼 순 있었다.
옆의 유키가 레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살며시 손을 뻗어서 요시노의 손을 건드린다. 살며시 손을 펴곤, 손을 맞잡는다.
둘이서 처음으로 보내는 더운 여름은, 이렇게 끝난다.
즐거운 여름이었다.
하지만 분명 내년 여름은 좀더 멋진 여름이 되어 있겠지.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