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톱니바퀴는 돌기 시작한다
문화제가 끝난 뒤의 하나데라 학원은 해마다 있는 행사인지 화제인지에 말려들고 있었다.
지금 또한 유키의 눈앞에서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작년까지는 별 흥미 없이 흘려들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럴 수도 없었다.
“너희들, 적당히 해.”
“유키치, 뭐하는 거야!”
불만을 내뱉는 코바야시를 무시하며 집어든 사진에 눈을 돌린다. 거기는 유키의 교복을 입은 유미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런 걸 네가 계속 갖고 있게 둘 수는 없으니까.”
잽싸게 교복 안쪽 주머니에 넣는다. 참말, 대체 이 누나의 어디가 좋은 건지.
“됐어, 그거 말고도 유미 쨩의 사진은 있고, 다시 현상 받을거니까.”
전혀 질린 기세 없이 코바야시는 다른 사진을 내민다. 그걸 보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문화제 뒤의 연례행사라는 건 도와주러 온 릴리안 여학원 산백합회 사람들에 얽힌 일이었다.
사진부에서 촬영한 사진은 이런저런 곳에서 주문이 쇄도해 선생님들도 모르는 곳에서 공급되고 있다. 공공연히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뒤쪽에서는 인기투표가 진행되어 치열한 파벌 싸움까지 일어나고 있다던가 없다던가.
“뭐야, 유키치는 흥미 없어?”
“그런 소리 해 봐야 진짜 누나라고. 그런 식으로는 안 보인다니까.”
“딱히 유미 쨩이 아니라도 상관없잖아. 이렇게나 미소녀가 가득하니까.”
참말, 정말로 산백합회 임원은 얼굴로 고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해 버린다. 산백합회 임원이 미소녀로 가득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소란스러워 질 일도 없었을 텐데.
덧붙여서 사진이라고 해도 도촬같은 수상쩍은 건 아니다. 설령 그런 거였다고 하면 학생회장으로써도 남동생으로써도 봐줄 수 없다. 뭐어, 문화제중에는 하나데라 학생회가 계속 지키고 있었으니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일단 제대로 그녀들에게 “사진 찍을게요.”라고 말하고 찍은 것들이다.
“덧붙여서 지금, 누가 제일 인기 좋은지 가르쳐 줄까.”
“왜 네가 그런 걸 알고 있는 거냐.”
“뭐어, 이러저러하게. 뒤쪽의 정보망에서.”
“……아, 그래.”
물론 공식적으로 인기투표 같은 걸 하고 있지는 않다. 아이돌 같은 것도 아닌 산백합회의 사람들에게 그런 걸 했다간 실례다. 하지만 인기투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에서 누가 제일 인기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막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온다.
“역시나 사치코 씨나 시마코 씨가 인기 있는 것 같아ー.”
그건 그렇겠지. 그 두 사람은 릴리안을 대표하는 초절 미소녀.
“‘누나로 삼고 싶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상급생인 사치코 씨와 레이 씨, 역으로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쪽에서는 유미 쨩 등이 인기 있어.”
“그건 또 굉장히 세세한 분륜데. 하지만 본인들한테는 정말 실례니까 그만둬.”
“뭐어 그렇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아무리 그만하라고 말해도 반드시 어디선가는 하게 되어 있다니까.”
“으…….”
그 말대로다. 그렇기에 더더욱 학생회장인 유키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거기도 하다.
“그래도 말이야, 종합적으로는 사치코 씨나 시마코 씨가 강하긴 한데 ‘결혼하고 싶어’ 쪽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게 의외였어.”
어이 어이. ‘사귀고 싶어’가 아니라 갑자기 ‘결혼’이냐.
그래도 뭐어, 그 기분은 알 것 같다. 사치코 씨나 시마코 양은 지나치게 미소녀여서 현실에서 붕 떠있는 느낌이다. ‘결혼하고 싶어’라고 해 봐야 실제로 자기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걸 상상할 수 없겠지. 그 점에서 유미 같은 건 서민적이고 소탈한 느낌이 드니까 의외로 인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TV나 잡지 같은 데서 밖에 볼 수 없는 우상으로서의 아이돌이 아니라, 실제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캐릭터로써.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누나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건 그리 기쁜 일은 아니기에 유키는 미묘한 심정이었다.
“덧붙여서 유미 쨩 이야긴데…….”
“그러니까 됐다니까.”
“뭐어, 그런 말 하지 마. 유키치의 취향은 알고 있으니까 과묵한 널 위해서 특별한 걸 줄 테니까.”
“뭐야 그거. 내가 어떻다고 멋대로 정하지 말라니……잠깐, 뭐 하고 있다고?”
이 뒤에 결국 아리스나 타카다까지 찾아와서, 이런저런 것들로 떠든 끝에 이 화제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남자 고등학교라고 하는 건 정말로 여자애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타는 법이다.
“아, 다녀왔어ー.”
집에 돌아가자 유미가 거실 소파에 엎드려서 입에 포키(일본의 빼빼로 같은 과자)를 문 상태로 잡지를 읽고 있었다. 정말로 이 누나가 좋은 걸까.
“잘 다녀왔어.”
힘이 빠져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는다. 오늘은 역시나 피곤해서 2층의 방까지 올라가는 것조차 내키지 않았다.
“뭐야, 칠칠치 못하기는.”
유미는 자기 모습은 덮어둔 채로 그런 말을 한다.
“아니, 오늘은 이런저런 일로 지쳐서.”
특히 정신적으로.
“흐응ー. 왠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쳐 보이는 표정이네. 샤워라도 하는 게 어때? 개운해질 거야.”
“음ー.”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은 덥기도 해서 조금 땀에 절기도 했으니 얌전히 샤워를 받기로 했다.
개운한 기분으로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거실에는 유미가 어딘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 위에 앉아 있었다. 팔짱을 끼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유미?”
“우, 우와앗?! 유, 유키, 깜짝 놀라게 좀 하지 마!”
“놀라게라니, 멋대로 놀란 거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에, 그게ー.”
대체 뭘 당황하고 있는 건지. 표정이 휙휙 바뀌는 걸 보고 있는 건 재밌지만, 그건 양쪽 다 마찬가지다.
그리고 곤혹해 하는 표정에서 확 바뀌어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잘 알아보기 힘들지만, 소파 위에서 정자하고 있다.
“저기, 유키. 지금 좋아하는 여자애 있니?”
“하앗?!”
뭐야 갑자기. 깜짝 놀라게.
“아니, 진지한 이야긴데.”
“갑자기 그런 소리 해도 말이야. 지금은 딱히 그런 건 없어.”
“신경 쓰이는 여자애도 없니?”
“남학교니까 주변에는 여자애도 없고.”
“진짜로ー?”
“갑자기 대체 뭐야.”
“흐음ー.”
유미는 팔짱을 끼며 거듭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겨 버렸다. 정말로 갑자기 어떻게 된 걸까.
“뭐어, 그런 걸로 해 두자.”
묘하게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그런 식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신경 쓰이고, 조금 울컥 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뒤에 어떤 식으로 물어봐도 유미는 아무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그런 게 있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릴리안 여학원의 문화제를 위해 하나데라의 학생회가 도와주러 가게 되었다. 내용은 작년에 이어서 연극으로, 게다가 올해는 하나데라 학생회 총출동이다.
여하튼 해야 할 일이 넘치도록 많다. 연극의 대사를 기억해서 공연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인데 그 외에도 대도구, 소도구, 의복 등등. 여러 클럽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세세한 작업은 그렇다 치고,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솔선해서 해야 한다.
지금 또한 여자애들이 눈앞에서 골판지 박스에 가득 담긴 짐들 옮기려 하고 있어서 말을 걸었다.
“노리코 양, 들 수 있겠어?”
“예, 괜찮아요.”
시원스럽게 거절당했다. 노리코 양은 언제나 그렇다. 1학년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쿨한 느낌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릴리안에 들어왔기 때문인지, 다른 릴리안 여학원 학생들과는 말이나 행동에 일선을 긋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저는 괜찮으니 저쪽을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골판지 박스를 안은 채로 노리코 양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쪽이라고 한 쪽에 눈을 돌려보니 땋은 머리를 한 소녀가 골판지 박스와 격투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도 제가 그렇게 부탁했다는 건 부디 비밀로 부탁드려요.”
“오케이ー.”
장난스레 웃은 노리코 양이 짐을 안은 채로 걸어간다. 그때 보여준 표정이 조금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쨌건 다른 한 사람의 소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그 소녀, 요시노 양은 필사적으로 골판지 박스를 들어 올리려 하고 있었지만, 이를 어쩌랴. 박스가 너무 무거운 건지 힘이 부족한 건지, 움직이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으읍ー” 이라거나 “읏차ー” 같은 호령을 내지르고 있는 게 덧없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정말로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고 할까, 절로 미소가 나온다고 할까.
얼마 전에 약간의 말썽으로 그녀와 얽힐 기회가 있어서, 겉모습과 비슷한 성격이 아니라는 건 어찌저찌 알고 있지만.
“요시노 양, 들어 줄까?”
“하나ー둘, 앗, 와, 유키 군?”
힘을 넣으려 했을 때 갑자기 말을 걸어와 놀란 건지, 요시노 양은 골판지에 대고 있던 손을 떼어 놓고 그 기세로 뒤로 철퍼덕 엉덩방아를 찧어 버렸다.
“미안, 놀라게 했나?”
당황하며 무심결에 손을 내민다.
그 손을 보고 요시노 양이 한순간 눈을 둥글게 뜨는 게 보였다.
아차, 릴리안이라 하는 온실의 여학교에 계속 다녀왔으니 아는 사람이라고는 해도 남자의 손 같은 걸 가볍게 잡지는 못하려나? 예전에 손을 잡은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긴급사태였고. 아니, 애초에 짐들을 이것저것 옮긴 뒤에 손을 씻지도 않았고.
하지만 요시노 양은 이쪽의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단히 손을 붙잡아왔다. 그 손은 역시나 깜짝 놀랄 정도로 가냘팠다.
“놀랐어. 살짝 뒤에서 말을 걸어와서.”
요시노 양은 일어난 뒤 약간 뺨을 부루퉁하게 부풀리며 말했다. 그래도 진짜 화가 난 건 아닌 듯 바로 미소로 돌아온다.
“미안미안. 사과 대신이라기는 뭐하지만, 짐 들어줄게.”
쪼그려 앉아서 요시노 양이 분전하고 있던 골판지 박스에 손을 댄다. 요시노 양이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게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긴 하지만, 후딱 들어 버리자.
“……와아.”
“응? 왜 그래?”
“아니, 굉장히 간단히 들어 올리는 걸 보니 분하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으.”
우와, 요시노 양은 분명 노려볼 셈으로 보고 있는 걸 텐데 자신을 올려다 보는 그 표정은 새끼 고양이가 토라진 것 같아 반칙적으로 귀엽다. 좀 위험하다. 당황하며 눈을 피해 얼굴을 보지 않도록 한다.
“이래도 일단은 남자니까 말야.”
확실히 이 골판지 박스는 여자에게 조금 무거울지도 모르겠지만,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인 것 같지는 않다. 요시노 양은 몸이 약했었다고 하지만, 유키의 상상 이상으로 체력이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
“하아, 검도부에 들어가 있는데 아무래도 기본적인 힘도 체력도 너무 부족하다니까. 운동을 워낙 안 한 정도가 아니라 가방보다 무거운 걸 든 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에다, 그 가방마저 언니가 들어줄 때가 많았고.”
“레이 씨는 상냥하구나.”
“언니는 단순한 과보호야.”
“하하, 가차 없네.”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 걷는다. 그러다 옆에서 걷고 있던 요시노 양이 약간 상반신을 앞으로 숙이는 듯한 자세로 골판지 박스를 들고 있는 유키의 오른팔을 바라봐 왔다.
“어머, 유키군. 잠깐 기다려. 소매단추가 떨어질 것 같아.”
“응? 아, 진짜네. 어디에 걸렸나? 이 정도는 괜찮아.”
확실히 골판지 박스를 든 탓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오른쪽 소매 즈음의 버튼이 덜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뭐어, 소매 자체가 떨어질 것 같은 상황이랑 비교하면 훨씬 낫다.
“안돼안돼, 단정치 못하긴. 자, 벗어줘. 꿰매 줄 테니까.”
“에엣, 괜찮아.”
“사양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 혹시나 난 그런 거 못 할 거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런 거 아닌데.”
입씨름하다가 결국 윗도리를 빼앗겨 버렸다.
“그럼 해 둘 테니까, 다음에 장미관에 받으러 와줘.”
“아, 요시노 양, 잠깐!”
멈출 틈도 없이 요시노 양이 유키의 교복을 휘두르며 달려가 버렸다.
“……이거, 어디에 가져가야 하는지 못 들었는데…….”
한동안 일하고 해님도 거의 기울어갈 무렵, 유키는 장미관으로 돌아갔다. 시마코 양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
남자 혼자서 릴리안 여학원 안을 걷는 건 사실 곤란한 일이어서, 아까 요시노 양과 헤어진 뒤에 약간 말썽이 일어나거나 해 큰일이었다. 하지만 여자애와 함께 있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긴장하는 상황이 된다. 함께 걷는 사람이 초가 붙을 정도의 미소녀라면 더욱더 그렇다.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거의 이야기 같은 것도 나누지 못하는 동안 장미관에 도착했다. 시마코 양에게 이끌려 안에 들어가자 실내는 어둑어둑하고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걸까.”
낡아서 지금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계단을 삐끄덕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시마코 양. 2층에 도착해서 문을 연다.
“……요시노 양?”
“읏?!”
불도 켜지 않은 실내에 움찔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흔들리는 땋은 머리 실루엣은 틀림없이 요시노의 머리다.
“불도 안 켜고 어떻게 된 거야?”
시마코 양이 실내의 전등을 켜자 요시노 양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 앞에 뭔가를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시마코 야……유, 유키 군?!”
요시노 양은 유키의 얼굴을 보고 한층 더 큰 소리를 냈다. 보기에는 무진장 허둥거린다고 할까 당황하고 있다고 할까, 무의식중에 손을 아등바등 흔들고 눈길은 두리번두리번 헤매며 당황스레 부산떨고 있다.
“아ー, 저기, 그, 마마마맞아 유키 군. 미안, 버튼이 잘 꿰매지지 않아서.”
요시노 양이 손에 들고 있던 건 유키의 교복이고, 요시노 양은 그걸 수선하려는 듯이 책상 위에 뒀다.
“그건 괜찮은데, 무슨 일이 있었어…….”
“그, 그러면 나는 레이 쨩에게 불렸으니까 갈게. 시마코 양, 이 뒤는 잘 부탁해.”
“에, 에에…….”
뭐가 있었는지 알지 못해 멍하니 서 있는 시마코 양과 유키를 그곳에 남겨두고 요시노 양은 삐꺽삐꺽하는 큰 소리를 울리며 계단을 달려 내려가 버렸다.
그 뒤에는 멍하니 서 있는 두 사람과 책상 위에 방치된 유키의 교복만이 남겨졌다.
“요시노 양, 무슨 일 있었던 걸까요?”
“글세, 나도 전혀…….”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마코 양. 요시노 양이 저지른 기행의 원인은 시마코 양도 짚이는 곳이 없는 모양이었다. 일단 모르는 걸 더 생각해도 별 소용 없으니, 유키는 우선 책상 위의 교복에 손을 뻗었다. 가볍게 옷감을 잡은 그 순간, 손에 무언가 교복과는 다른 질감이 느껴졌다.
대체 뭘까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그걸 꺼내 본다.
“…………읏?!”
엉겁결에 당황하며 그 손에 든 걸 숨겼다. 그 모습을 시마코 양도 수상하게 생각했겠지.
“왜 그러시나요?”
라고 물어왔다.
하지만 유키는 대답할 수 없었다.
슬쩍 본 그건 틀림없이 누나인 유미의 사진. 코바야시에게서 빼앗았던 그 사진이다.
설마 이 사진을 요시노 양이 봐 버린 건가. 그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여하튼 소매 버튼을 고치기 위해 교복을 만졌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다면 아까 요시노 양이 당황스러워하던 이유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친누나의 사진을 품 안에 숨겨 둔다니, 시스터 콤플렉스를 넘어서 변태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 없다. 생각해 보면 요시노 양은 유키의 모습을 보고 더더욱 동요를 키워 갔었고.
곤란해. 그런 오해를 하게 둔 채론 다음번 작업에도 영향이 생길테고, 그리고 뭣보다 유키의 남자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얽힌 문제다. 어떻게든 해서 반드시 오해를 풀어야만 한다.
시마코 양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이 유키는 얼굴을 안은 채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