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문화 콘텐츠 사이트 삼천세계

추억이 한가득

おもいでが、いっぱい


원작 |

역자 | 淸風

~ 추억이 한가득 ~ 두 번째


 ​장​미​관​에​ 들어가자 거기에는 시마코 양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2번째로 들어온 모양이다.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평소와 같은 인사를 나누고 가방을 내려둔다. 시마코 양은 딱 홍차를 우리려 하고 있었던 때라, 잽싸게 요시노의 컵도 꺼내서 준비해 준다.

“시마코 양, 도울게.”

 그렇게 말하고 싱크대를 향한다.

 1학년 때는 같은 학년인데도 시마코 양과는 이야기할 일이 많지 않았다. 일은 했고, 1학년이니까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싱크대 앞에 설 일도 여러 번 있었지만, 거의 말 없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북하다는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두 사람 다 어딘가 벽을 만들어서 닿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확실히 노리코 쨩 등과는 다르게 취미나 화제가 잘 맞는다 하긴 힘들지만, 서로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친구니까 화제같은 건 뭐든 괜찮은 거다. 시마코 양도 예전과는 다르게 서먹하지 않은 대답을 해 주게 되었다.

“그래? 그래도 괜찮아.”

“에이, 줘 봐.”

“그래도, 이 뒤는 기다리는 것 뿐이니까.”

 시마코 양은 약간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홍차는 이미 우리기 시작했으니, 얼마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찻잔 둘이 쟁반 위에 올려져 있다. 하지만 돕겠다고 말한 이상 여기서 물러날 수도 없다.

 이미 쟁반을 든 시마코 양에게 다가간다.

“내가 들고 갈게. 줘 봐.”

“아, 잠깐, 요시노 양. 위험하니까.”

“괜찮다니까.”

 시마코 양이 든 쟁반을 억지로 뺏으려 한다.

“앗!”

“뜨거!”

 균형을 무너뜨려 버린 시마코 양은 쟁반 위에 있었던 찻잔을 엎어 버렸다. 그리고 흘러넘친 뜨거운 액체가 시마코 양을 덮쳤다. 찻잔이 슬로우 모션처럼 떨어져 내려가는 게 보였다.

“……으!!”

 시마코 양은 그 아름다운 얼굴를 찡그리며 손을 억누른다. 시마코 양의 가늘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바로 덴 거다.

 거기서 간신히 요시노는 정신을 차린다.

“아, 괘, 괜찮아, 시마코 양?!”

 서둘러 싱크대에 가서 손수건을 물에 적셔 시마코 양의 손에 가져다 댔다. 슬쩍 보인 아름다운 하얀 피부는 조금 붉어져 있었다.

“응, 괜찮아. 약간 데인 것뿐이니까.”

 시마코 양은 당차게도 그렇게 말했지만, 약간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홍차는 시마코 양의 손만이 아니라 스커트나 부츠에도 얼룩을 만들었다.

 다시금 요시노는 자신이 지독한 일을 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저, 저기, 시마코 양. 미아―――”

“미안해, 요시노 양.”

“―――에?”

 ​요​시​노​가​ 입 밖으로 사과를 꺼내는 것보다 먼저 시마코 양이 사과해 왔다. 요시노는 멍하니 시마코 양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가 얌전히 요시노 양에게 부탁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시마코 양은 약간 비스듬히 아래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고개를 숙이고,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째서 시마코 양이 사과하는 걸까. 지금 잘못한 건 누가 봐도 요시노 쪽인데.

 그런 시마코 양의 표정을 보는 중에 무언가가 요시노의 깊숙한 기억 속에서 솟아 올라온다.

‘아아, 미안해. 요시노 양의 잘못이 아닌걸.’

‘요시노 양은 앉아 있어줘. 우리들이 할게.’

‘요시노 양도 생각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응 응, 요시노 양이 말하는 게 맞는 말이야. 좀 더 우리들도……’

‘요시노 양은―――’

――― ​요​시​노​양​의​잘​못​이​아​닌​걸​ ―――

 ​어​째​서​,​ 다들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어째서 나를 특별하게 취급하려고 하는 거야?

 내가 ​병​약​하​니​까​―​―​―​심​장​에​ 병이 있으니까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래서 다들 그렇게 억지로 만든 듯한 미소로 어린애를 구슬리는 듯한, 할머니를 돌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는 거야?

 내가 잘못해도 내가 흥분하지 않게 하려는 듯 아무도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아.

 그리고 지금―――시마코 양 까지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엣?”

 ​요​시​노​의​ 손수건에 손을 누르고 있던 시마코 양이 고개를 든다.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지금은 누가 봐도 내 잘못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시마코 양이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저질러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는 이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 기세를 멈출수도 없었다.

“요, 요시노 양?”

“피해를 당한 건 시마코 양이잖아! 뜨거운 홍차가 팔에 쏟아졌고, 교복도 더럽혔고. 그런데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요시노 양, 진정해.”

“대체 뭐야! 시마코 양까지 나를 조심조심 대하는 거야?! 내 몸에 무슨 일이 있으면 큰일이니까, 그러니까 자기가 나쁘지도 않은데 사과하는 거야?!”

 시마코 양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하지만 한 번 흥분해 버린 요시노는 말을 억누를 수 없었다.

“애초에, 시마코 양은 언제나 그래! 다른 사람이 뭔가 잘못해도 자신이 나쁘다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혼자서 다 뒤집어쓰고.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라도 한 거야?!”

“나, 나는 그럴 셈은…….”

“없다고 말하려고? 그러면 지금은 어째서 사과한 거야? 응?”

“그, 그건…….”

“그런 모습을 보이면 다들 우러러봐 주리라고 생각하고 있기라도 한 거야? 노리코 쨩처럼 찰싹 달라붙기라도 할거라고?”

“노……노리코는 관계 없잖아?!”

 ​생​각​지​도​ 못한 시마코 양의 강한 말투에 노리코도 한순간 기가 꺾인다. 하지만 여기까지 말해버린 이상, 더는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성격도 그렇고, 기세도 그렇고. 더는 말하지 말라고 마음속에서 자제하고자 하는 자신도 있었지만, 멈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뭐야, 노리코 쨩 일이 되니 그렇게 화내고선. 노리코, 노리코라니. 역시나 소문대로 그렇고 그런 거야?”

“뭐……그런 소리를 한다면, 요시노 양도 말을 꺼냈다 하면 레이 님 이야기만 하잖아. 언제나 떼만 써대서 레이 님이 얼마나 곤란해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니?!”

 레이 쨩 이름이 나와서 화가 울컥 치밀었다.

 시마코 양이 맞대꾸를 하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시마코 양에게 있어 노리코 쨩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큼 중요한 무게라는 거겠지. 하지만 요시노 역시 완전히 스위치가 들어가 버렸다.

“그쪽이야말로, 레이 쨩은 전혀 관계없잖아!”

“먼저 노리코 이야기를 꺼낸 건 요시노 양이잖아? 그래서 레이 님 이야기를 듣는다고 화내는 건 이상하지 않니?”

“그러면, 시마코 양 이야기를 해 줄게. 애초에, 시마코 양은 언제나 자기 주변에 너무 벽을 만들고 있다고. 시마코 양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대로 말로 안 하면 전해지질 않아!”

“요, 요시노 양은 조금 더 생각한 뒤 행동을 하는 쪽이 좋지 않겠니? 언제나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행동해서, 레이 님이나 유미 양이 뒷감당에 언제나 고생하고 있어.”

“또 그렇게 다른 사람을 꺼내서. 시마코 양은 언제나 그래, 자신에 대해서는 숨기고 싶은 거지?”

“자신에 대해 누구한테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내 자유잖아? 나는 요시노 양이 아니야.”

“뭐라고……!!”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려 할 때, 냉정한 소리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 다, 그 정도로 해 둬.”

 깜짝 놀라 두 사람 다 동시에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입구 부근에 사치코 님, 유미 양, 노리코 쨩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어느새 들어오는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두 사람 다 흥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밖에까지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대체 무슨 일이 있었니?”

 사치코 님은 평소와 변함없는 차분한 눈으로 요시노와 시마코 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미 양은 놀라고 있다고 할까, 눈을 크게 뜨고 있다.

 노리코 쨩은 화난 듯한 표정과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번갈아 짓고 있는 모양이다. 화내고 있는 건 분명히 요시노에 대해서겠지. 그 모습을 보면 시마코 양과 말싸움한 내용을 들은 걸지도 모른다.

“그, 그건…….”

“뭐어, 됐어. 일단 시마코의 치료가 먼저야. 노리코 쨩, 양호실에 시마코를 데려가 주겠니?”

“아, 예.”

“사치코 님, 저는 괜찮으니까.”

“괜찮으니 다녀오도록 하렴. 만일을 위해서 제대로 진찰을 받도록 해. 오늘은 그 뒤에 돌아가도 좋아. 노리코 쨩, 부탁할게.”

“예, 옛!”

 과연 사치코 님이라고 해야 할까. 사치코 님은 시마코 양을 보고 상태를 바로 깨달아, 거부권 없이 양호실에 가게 시켰다. 시마코 양은 뭔가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노리코 쨩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으로 장미관을 나섰다.

 자리에 남은 건 사치코 님과 요시노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 허둥지둥 거리고 있는 유미 양.

“그럼, 우리들도 가자. 유미.”

“엣? 어, 어디로요?”

“돌아가는 거야. 레이도 볼일이 있다고 했었고, 오늘은 일이 손에 잡힐 것 같지도 않잖니.”

“에엣? 그, 그래도, 저, 요시노 양은, 그, 시마코 양도”

“요시노 쨩은 제대로 여기를 정리한 뒤에 돌아갈 것. 알겠지?”

“……예.”

 사치코 님의 지시에 요시노는 고분고분 받아들였다.

“그래도 사치코 님, 요시노 양 혼자선…….”

“괜찮으니까. 가자, 유미.”

 그런 말을 들었지만, 유미 양은 아직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사치코 님과 요시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괜찮아, 유미 양. 사치코 님과 함께 돌아가 줘.”

 ​어​떻​게​든​ 미소를 지을 수 있었을까.

 유미 양은 그 뒤로도 한동안 망설이는 모양이었지만, 간신히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사치코 님과 함께 떠나갔다.

 그렇게 요시노는 홀로 남겨졌다.

 그래도 이렇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유미 양이 남아 있었다간 그야말로 시마코파 VS 요시노파 같은 느낌이 될지도 모르니까.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감정적인 상태인 걸 생각하면 유미 양을 이쪽으로 붙이려고 이상한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리라곤 할 수 없고.

 ​요​시​노​는​ 모두가 떠나간 부실에서 힘이 빠진 듯 주변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린 걸까.

 ​새​삼​스​럽​겠​지​만​,​ 책상에 엎드리듯 쓰러져서 머리를 싸맨다.

 말싸움 중에도 몇 번이나 자신이 말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건 요시노 쪽이겠지. 그런데도 사과하기는커녕 시마코 양에게 굉장히 심한 말을 해 버렸다. 거기에 ‘그’ 시마코 양이 맞대꾸해 온 거다. 언제나 마리아님 같은 미소를 띠며, 결코 화내는 일은 없을 듯한 시마코 양이.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화내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어 보였다.

 유미 양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치코 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노리코 쨩은―――

 방 안에는 마루에 스며든 홍차 냄새가 분위기를 파악지 못하는 듯 향기롭게 감돌고 있었다.

세 번째에 계속
~가운데 말~

 충돌

역자의 말:

 가끔 보면 虹님이 요시노 팬인지 안티인지 고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