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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한가득

おもいでが、いっぱい


원작 |

역자 | 淸風

~ 추억이 한가득 ~ 세 번째


 장미관에서 시마코 양과 큰 소리로 싸운 다음 날.
 거북한 마음을 가지고도 학교를 쉴 수는 없어서, 괴로워하며 요시노는 등교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짧은 거리를 걷는 중에도 ‘시마코 양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뭐라고 말을 걸면 좋을까.’ 같은 것만을 생각하느라 이야기를 걸어오는 레이 쨩의 말에도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학교에 도착해, 교실에 들어간다. 물론 다른 반인 시마코 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반이 다르다는 건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같은 반이라면 필연적으로 얼굴을 마주치게 되니 바로 말을 걸어서 사과할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다른 반이라면 마음을 다잡아 굳힌 다음 만나러 갈 수 있다.
“평안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반 친구들의 인사가 귀에 들어온다. 그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교실 앞쪽의 출입구에 눈길을 향하자, 역시나 유미 양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유미 양 역시 뭔가 말하고 싶다는 표정으로 요시노를 슬쩍 바라봤다.
 하지만 바로 마미 양이 나타나 뭔가 이야기를 시작해 버렸다.
 약간 마음이 놓인다. 유미 양이 어제 일을 물어왔다간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자신도 모르겠으니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예비종이 울려, 조례가 시작되어, 그리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물론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3교시째 수업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친 뒤, 거울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1교시와 2교시 사이, 그리고 2교시와 3교시 사이에 두 번의 쉬는시간이 있었지만, 시마코 양 쪽에는 결국 가지 못했다.
 평소에는 청신호, 가자가자 GOGO 인 성격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마음도 몸도 움직여주지 않는지를 요시노는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시마코 양 쪽에서 와 준다면 괜찮을 텐데 하고,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생각을 떠올려 버리거나.
 평소와 모습이 다른 요시노를 보고 마미 양이나 츠타코 양은 걱정해 주었지만, 유미 양에게도 말 하지 않은 걸 말할 수도 없어서 애매하게 웃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면 안 돼. 응, 점심시간에 마무리를 짓자!”
 자신에게 호통치듯 양 뺨을 짝 때렸다. 곁에서 손을 씻고 있던 애가 깜짝 놀란 듯 요시노를 보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기합을 넣어 결심하지 않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맹세해, 약간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 화장실을 나선다.
​“​―​―​―​아​―​―​―​.​”​
 교실에 돌아가려고 몸을 돌린 순간, 복도 앞쪽에 보인 그 모습.
 뭔가의 수업으로 교실 이동을 하는 도중이었는지, 반 친구들과 함께 걸어서 이 쪽으로 오는건 틀림없는 시마코 양.
 아까 전의 결의는 어디로 갔는지 머릿속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뱅글뱅글 맴돌아, 가슴 고동은 점점 빨라져,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점심시간이라고 ​말​했​잖​아​―​―​―​―​―​?​!​’​
 같은 소리를 한 건 요시노 혼자의 생각이니, 통했을 리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반대로 걷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그런 걸 했다간 수업 시간에 늦어 버린다.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대로 멈춰선 요시노.
 앞쪽에서 걸어오는 시마코 양이 친구와 수다를 떨며 눈만을 요시노 쪽으로 향했다. 저쪽도 당연히 눈치채고 있다.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이며 느릿한 속도로 걸어가는 요시노.
 두 사람의 거리는 확실히 가까워져 있다.
 얼마 뒤면 스쳐 지나간다. 어떡하지, 어떡할까 생각하면서도 시마코 양의 모습을 비스듬히 바라보며 입을 연다.
​“​―​―​―​저​기​―​―​―​―​.​”​
 가냘픈 목소리로, 그 말만을.
 하지만.
 시마코 양은 마치 요시노를 알아보지도 못했다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옆을 지나쳐 갔다.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데 열중하느라 주변이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요시노 양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확실히 그 전에 눈이 마주쳤다. 시마코 양은 요시노가 거기에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시노에게 말을 걸지도 눈길을 향하지도 않고, 바로 옆을 지나가 버린 거다.
“…………에?”
 돌아보지도 못한 채로.
 오직, 시마코 양이 남긴 달콤한 향기만을 느끼며 요시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가슴이 아프다.

 점심시간에도, 방과후도, 장미관에는 갈 수 없었다.



 그로부터 주말까지는 괴로운 나날이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은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교사 안에서 시마코 양의 모습을 발견하면 무의식중에 도망치고 있었다.
 사과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런 소리까지 해 버린데 대한 꺼림칙함과 그 시마코 양이 화내고 있다고 하는 것과 하찮은 자신의 오기가 방해를 해서. 그리고 화장실에서의 건도 질질 끌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3일 연속으로 그럴 수도 없어서, 그 다음 날에는 장미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시마코 양의 모습도 있었지만,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짐짓 밝은 소리를 내며 애써 일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유미 양은 확실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지만, 아무것도 물어오지 않았다.
 사치코 님은 평소와 변함없고, 레이 쨩도 알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특별히 달라진 모습은 없다.
 노리코 쨩도 평소와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요시노에 대해서 때때로 험한 눈길을 날려온다.
 그리고 시마코 양이라고 하면―――역시나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고, 요시노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나, 아직 화내고 있는 거다.
 당연하겠지, 그렇게나 부당하게 비난당했으니까.

 결국, 부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걸리는 채로 그날 산백합회의 일을 마쳤다.



 일요일, 날씨도 좋은데 요시노의 마음은 흐렸다.
 시마코 양과의 승강이가 있었던 게 주초였으니까, 이번 주는 정말로 1주일이 길게 느껴졌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했다. 그 때문인지 어제는 토요일이었는데도 밤이 되자마자 바로 잠들어 버렸다. 정신적인 피로는 육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
 원래는 오늘도 퍼져 있을까 했지만, 집에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게 떠올라 낙담할 것 같았으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K역 앞까지 외출했지만, 특별히 갈 곳이 있을 리 없다. 서점이라거나 잡화점 등을 어슬렁어슬렁 목적도 없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조금 피곤해서 어딘가에서 차라도 마실까 하고, 적당한 가게를 찾고 있을 때였다.
“에……?”
 눈에 들어온 순간, 바로 그 몸을 숨겼다.
 한순간이었지만 잘못 봤을 리 없다. 그 트윈 테일과, 동글동글 말린 머리카락의 소녀.
“어떻게 된 거지……?”
 요시노 양은 그런 걸 중얼거리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무의식중에 두 사람의 뒤를 쫓고 있었다.
 유미 양과 시마코 양은 요시노를 눈치챈 기색 없이 뭔가를 이야기하면서 걸어간다.
 그날 이래로 요시노는 시마코 양은 물론, 유미 양과도 거북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 두 사람은 휴일에 이렇게 둘이서 거리에 나온 걸까. 유미 양과는 같은 반이고, 장미 관에서도 만났었다. 둘이서 일요일에 논다는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다.
 물론 유미 양과 시마코 양이 둘이서 만나는데 요시노의 허가 같은 건 필요 없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그런 걸 하고 있는 건 무슨 일일까. 이제 요시노 같은 거에는 말을 걸고 싶지 않은 걸까. 둘에게 버림받은 걸까.
 우연이야, 그런 일은 없다고 자신에게 들려주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즐거운 듯 이야기하고 있다.
“…………읏!!”
 모르는 사이에 요시노는 달려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괴로워진다.
 울음이 터지려는 걸 참으며, 요시노는 달리고 있었다.


 어느샌가 집 근처까지 돌아와 있었다.
 아까 전 본 두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 붙박혀 떨어지지 않는다. 일요일에 둘이서 만나고 있었던 유미 양과 시마코 양. 그리고 그걸 전혀 몰랐던 요시노.
 물론, 둘이서 놀러 가는 것 정도야 있겠지. 혹시나 어제 같은 때 갑자기 마음먹었다는 일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쓸데없는 생각이 몰아쳐 오른다.
“어, 어쩌지…….”
 그리고 이미 1주일 가까이 지난 이제 와서, 새삼스레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레이 쨩과는 어렸을 무렵부터 수없이 싸워 왔다. 자그마한 것부터 큰 싸움까지. 그리고 그건 언제나 레이 쨩 쪽이 굽혀서 사과한다는 형태로 끝났었다. 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요시노가 억지를 부리거나, 심기가 언짢거나 하는 일이었지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레이 쨩 쪽이 사과해 온다. 레이 쨩의 상냥함에 응석 부리는 부분도 있었고, 레이 쨩이니까, 요시노를 알아주고 있으니까 그런 것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상대는 레이 쨩이 아닌 거다.
 레이 쨩처럼 조건 없이 자신을 감싸줄 리 없다.
 잘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레이 쨩 외의 사람과 싸움 같은 걸 한 적은 없다.
 불안이 한순간에 복받쳐 오른다. 정신이 들자 집이 눈앞에 서 있었지만, 요시노는 자신의 집이 아니라 바로 옆의 가장 사랑하는 사촌 언니네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레이 쨩!”
“요, 요시노?! 무슨 일이니?”
 갑자기 방에 뛰쳐 들어와서 안겨온 요시노에게 놀라면서도, 레이 쨩은 요시노의 가냘픈 몸을 상냥하게 받아들여 주었다.
“무슨 일이야, 요시노. 진정해.”
“어떡하지, 레이 쨩. 나, 어떡해.”
“그러니까 진정하라니까, 이야기 해줘, 응?”
 레이 쨩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요시노는 지난주에 일어난 일과 자신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이야기했다. 물론 모든 걸 이야기한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레이 쨩은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약간 웃기까지 했다. 웃을 일이 아닌데.
“그래서, 요시노는 어떻게 하고 싶니?”
“어떻게 하고 싶냐니…….”
“화해하고 싶은 거지, 시마코랑?”
“으, 응……그야.”
“그럼, 할 일은 알고 있잖아, 요시노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상대는 레이 쨩이 아니다.
 불안했다. 대체 어떤 반응을 돌려줄지.
“괜찮아, 요시노. 제대로 성의를 가지고 접하면.”
 레이 쨩은 그렇게 말해 줬지만.
 불안은 완전히 사라져 주지는 않았다.




 
네 번째에 계속
~가운데 말~
 요시노 양의 마음 속.
 요시노 양은 강하지만, 약하다고 생각해.

역자의 말:
 이런 마음이 오가는 이야기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 분이 많지 않은지 추억이 한가득은 반응이 적은게 아쉽네요.
 앞으로 세 화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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