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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한가득

おもいでが、いっぱい


원작 |

역자 | 淸風

~ 추억이 한가득 ~ 다섯 번째


 꿈을 꾸고 있었다.
 어릴 무렵의.
 요시노의 곁에는 언제나 레이가 있었다.
 아니, 레이밖에 없었다.

 멀리 있는 공원에는 동년배의 소년소녀가 즐거운 듯 떠들며 놀고 있다. 요시노는 그걸 부러운 듯이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시노에게는 레이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로 괜찮았다.

 어릴 무렵의 기억. 그건, 가족과 레이와의 기억이기도 했다.
 요시노는 그걸로 만족하고 있었다.

 친구와 논 일.

 친구와 웃은 일.

 친구와 운 일.

 친구와 싸움한 일.

 친구와 장난친 일.

 그건 어릴 무렵만이 아니라 성장해 가는 사이의 어느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언제부터였을까. 요시노의 기억 속 앨범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기 시작한 건.
 처음은 어슴푸레하게 사람의 윤곽이 비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건 아마도 산백합회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모두 영상이 뿌옇고, 누가 누군지 잘 알 수 없다. 그게 서서히 선명해져 간다.
 결정적으로 화상이 깨끗해 졌을 때, 비치고 있던 건――유미 양. 거기에는 유미 양의 꾸밈 없는 미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뿌옜던 인영이 한순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산백합회 사람들.
 그렇다.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 아니, 잊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그때까지는 자신의 속에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기억 속에 제대로 남아있지 않았었다.
에리코 님, 요코 님, 세이 님, 사치코 님, 그리고―――시마코 양. 그녀들의 모습이 그때까지는 대체 뭐였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선명히 칠해져, 생명력을 가지고 빛나고 있다.

 즐거운 듯이 요시노에게 짓궂은 짓을 해 오는 에리코 님.
 장난을 쳐 오는, 성희롱 아저씨 같은 세이 님.
 곤란하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모두를 따뜻한 눈으로 보고 있는 요코 님.
 요코 님이나 세이 님 일행에게 놀림당해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사치코 님.
 떠들썩한 모두들을 싱글벙글 조용히 미소지으며 바라보는 시마코 양.
 유미 양과 시마코 양이 서로 얼빠진 행동을 하는 걸 보고 태클을 넣는 요시노.
 소중한 언니들을 위해서 함께 차를 우리는 유미 양, 시마코 양, 그리고 요시노. 서로 떠들면서 하는 뒷정리. 바퀴벌레가 나와서 큰 소란을 일으킨, 장미관 대청소.
 교내를 뛰어다니는 밸런타인데이의 보물찾기 이벤트. 장미님들의 졸업식과, 송별회의 장기자랑으로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은 일.
 산백합회의 동료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이윽고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츠타코 양의 모습이 더해져.
 메모장과 펜을 가지고 장미님에게 취재를 하는 마미 양.
 장미님 일행이나 요시노와 대치하고 있는, 소란스런 미나코 님.
 밉살스런 라이벌, 하지만 최근에는 약간 사이 좋아진 타누마 치사토.
 시마코 양의 곁에서, 평소의 쿨한 표정에서 싹 바뀌어 미소짓고 있는 노리코 쨩.
 노려보며 싸우고 있는 코토 쨩과 카나코 쨩.

 그렇다. 요시노 인생의 앨범은, 그때까지는 가족과 레이 쨩과의 앨범이었다. 거기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최근 일어난 일.
 그리고 그건 요시노에게 있어서 결코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새겨져 가는 궤적.
 그 사이에서.
 시마코 양의 모습이 희미해져간다. 잿빛이 되어간다. 그리고 사라져간다.
 시마코 양이 요시노를 거절했으니까. 요시노와 친구로 있는데 지쳤으니까. 그래서, 시마코 양이 멀어져 간다. 요시노의 앞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싫다. 그런 거, 싫어.
 그런 일로 시마코 양을 잃고 싶지 않다. 확실히 처음에 시마코 양이 심부름하려 장미관에 들어왔을 즈음에는 그다지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거리도 벌리고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이 멀고도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완전히 다른 것 같으면서도, 하지만 그 알맹이에 굉장히 닮은 부분이 있어서.
 서로 닿을 일이 없는 마주본 거울.
 그렇기에 더더욱 뒤얽히기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시마코 양도 유미 양과 비슷할 만큼 요시노에게 있어 바꿀 수 없는 친구인 거다.
 기다려. 가지 말아줘.
 작아져 가는 시마코 양에게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아서. 단지, 슬픈듯한 표정을 띄우고 시마코 양은 멀어져 간다.
 외쳐라.
 외쳐라.
 지금 여기서 잃고 싶지 않다면 외쳐라.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기분을, 말로 꺼내는 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하고 싶은 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외쳐라. 마음속부터.

“시마코 양―――!!”


“――――아, 정신이 든 모양이야!”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기척이 든다. 여기는 대체 어딜까. 자신은 어떻게 되어 버린 걸까. 감촉을 보면 침대 위. 혹시나 병원인 걸까.
 그렇다고 하면, 혹시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꿈인 걸까. 장미관도, 산백합회도, 전부 꿈이고, 요시노는 여전히 심장에 병을 안은 채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걸까. 그 눈부신 나날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던 건가.
“……다행이야, ​정​말​로​―​―​―​다​행​이​야​.​”​
“시마코 양, 울지 마.”
 시마코 양?
 울고 있어?
 거기서 요시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소리가 난 쪽으로 눈길을 향하자, 여러 명의 사람이 보였다. 그 사이에 동글동글 말린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요시노 양, 내가 누군지 알겠어?”
 질문을 받아 요시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마코 양이다. 시마코 양에게 말해야만 하는게 있다.
“나 말야, 요시노 양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게 있어.”
 !
 먼저 시마코 양이 그렇게 말을 꺼내서, 요시노의 심장은 날뛰기 시작했다. 뭘 말하려고 하고 있는 걸까, 설마, 설마.
“나, 나 말야, 요시노 양. 너와―――.”
 거짓말이야. 그만둬. 그런 소리 하지 말아줘.
 시야에 비치는 시마코 양의 윤곽이 조금씩 흐릿해져 간다. 모습이 흐려져,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되어 간다.
 그런, 시마코 양이 사라져 간다. 요시노의 앞에서 사라져 간다.
 그런거 싫어!!
 시마코 양은 다음 말을 자아내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안돼, 다음 말을 꺼내게 해선 안 된다.
 요시노는 오직 그것만을 생각해, 무아지경으로 노력했다. 다음 말을 하게 둬선 안 된다, 시마코 양의 그 입술을 막지 않으면.
 그래서 요시노는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잽싸게 몸을 일으켜서 눈앞에 있는 시마코 양에게 달라붙어, 그 입술을 막았다.

 자신의 입술로.

​“​―​―​―​―​―​―​읏​?​!​”​
 필사적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마코 양에게 마지막 말을 꺼내게 둬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 입술을 떼고, 요시노는 시마코 양에게 매달리듯 소리쳤다.
“미안해, 시마코 양! 내가, 내가 나빴어. 사과할 테니까, 반성하고 있으니까,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부탁이니까 날 용서해줘! 내 친구를 그만둔다는 소린, 하지 말아줘!!”
“요, 시노……양?!”
“미안해미안해. 흑, 미아……내.”
 제대로 말도 내지 못하는 채로 시마코 양의 풍만한 가슴에 고개를 묻는 듯한 자세로 요시노는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고 있었다.
“요시노, 양.”
​“​미​아​…​…​시​마​…​…​.​”​
“저기, 언제 내가, 요시노 양의 친구를 그만둔다고?”
“……엣?!”
 고개를 든다.
 시마코 양이 멍한 표정으로 요시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탓인지 그 눈이 약간 빨개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그치만 장미관에서 유미 양과 이야기하고 있었잖아. 나랑 사귀는 데 지쳤다거나, 이제 그만둔다거나.”
“에?……아아, 에?”
 거기서 시마코 양은 옆에 있던 유미 양과 얼굴을 마주 본다. 그때 요시노는 처음으로 이 자리에 유미 양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아무래도 여기는 양호실인 모양이다.
“혹시나, 그 이야기일까?”
“그런, 모양이야.”
“요시노 양, 그건 착각이야.”
“……에?”
“내가 그만둔다고 한 건, 요시노 양과의 싸움을 이제 그만둔다는 소리야.”
“하앗? 그, 그럼, 나랑 사귀는 데 지쳤다는 소리는?!”
“싸움을 하는게 괴롭다고 말하고 있었어. 정말로 싸움이 이렇게나 피곤한 걸지는 몰랐어. 정말 정신적으로 괴로워서.”
“이, 일요일에 유미 양과 만나고 있었던 건?”
“에, 싫다, 알고 있었니? 어떻게 하면 화해할 수 있을지 유미 양에게 상담을 부탁했던 거야.”
“그, 그럼 저번 주에 복도에서 만났을 때, 얼굴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나를 무시한 건?”
“그건, 어떤 표정으로 요시노 양을 보면 좋을지 몰라서, 일부러 처음부터 눈치 못 챈 척을 한 거야……그러니까, 그, 미안해.”
“뭐, 뭐야……다, 다행이다.”
 털썩하고, 그때까지 긴장하던 게 빠져서 힘이 빠진다.
 대체 어찌 된 일이야. 청신호인건 평소의 일이지만, 결국 자기 혼자서 넘겨짚고 질주하고 있었던 거다.
“차암, 요시노 양은 정말로 덜렁거린다니까.”
 쿡쿡하고 시마코 양이 웃는다.
 하지만 그런 시마코 양을 보고 이번에는 유미 양이 싱글벙글 웃고 있다.
“어라~? 요시노 양이 쓰러진 걸 보고 죽었다고 떠들면서 패닉을 일으키고 있던 시마코 양도, 마찬가지가 아니려나?”
“유, 유미 양, 그 ,그건!”
“‘분명, 나한테 너무 화를 내다 심장에 부담이 가 버린 거야’라고 말하면서, 조금 전까지 울고 있었어.”
​“​시​마​코​…​…​양​이​?​”​
 믿을 수 없었다. 시마코 양이 그렇게 흐트러진 일은 본 적이 없다.
“그, 그러니까……그렇게 생각해 버렸는 걸.”
 어머머.
 아무래도 정말인 모양이어서, 시마코 양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다.
“저기, 그보다 두 사람은 언제까지 껴안고 있으려나? 나로서는 좋은 사진이 찍혀서 좋은데.”
““엣!!””
 말을 듣고 처음으로 시마코 양에게 껴안긴 채라는 걸 깨닫고 당황하며 떨어졌다. 요시노도 시마코 양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져 있겠지.
 그보다, 츠타코 양이 있었다니 전혀 깨닫지 못했다.
“좋은 사진? 그래도, 요시노 양도 나도 지독한 표정이야.”
 시마코 양이 그렇게 말한 대로, 운 탓인지 시마코 양의 눈이 빨개져 있고 어딘가 부석부석하고, 요시노 역시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진창이다.
 그런데도 츠타코 양은.
“그런 거 아니야. 둘 다, 정말로 멋져.”
 그렇게 말하고 양손 엄지와 검지로 프레임을 만들어, 시마코 양과 요시노를 그 사이에 담았다.
 시마코 양과 요시노는 동시에 웃었다.





 
여섯 번째에 계속
~가운데 말~
 어찌된 걸까.
 상상이지만, 요시노 양은 이랬던게 아닐까 생각했습니까.
 평범한 일을 평범하게 하지 못했던 것.
 평범한 걸 평범하게 할 수 있는 기쁨.
 그걸 하나씩 손에 넣어서.

역자의 말: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고를 저질러도 어색하지 않다는게 요시노의 매력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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