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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무구전기


요동의 이검장李劍場은 상당한 명문이었다. 비록 원래 요동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전주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대부분 조선으로 내려가버린 탓에 그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태조 이성계의 사촌이 되는 이천계가 요동에 남아 남은 세력을 수습했기에 지금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천계는 생전 조선의 국왕이 된 이성계에게서 적자이자 적통인 자신이 받아야 할것을 이성계가 빼앗았다고 생각하여 요동에 남은 혈족을 모으고 세력을 수급해 이검장을 세웠다. 하지만 이천계는 이성계와 본격적인 권력 다툼을 시작하려던 찰나 급사하고 그의 장자였던 이지명은 아버지가 모은 힘을 숙부와의 권력투쟁이 아닌 그를 돕기위해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후 그것을 알게 된 이성계는 이지명에게 자신이 장수였을 적에 사용한 무공의 일부를 전하였고 이지명은 그 무공을 받아 연구해 이검장을 한층더 부흥시켰다.

현재 이검장은 요동 변방에 자리하고 있지만 중원에서도 무시하지 못하는 세력으로서 군림하고 있었다.



이검장李劍場 1화




"오랜만이야. 시현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석장주님"

중원을 돌아다닌지 근3년 만에 이검장으로 돌아온 시현은 현재 장주를 맡고 있는 방석을 향해 절을 올렸다. 본래 이가장에서 가지는 시현의 배분이면 현재 장주를 맡고 있는 이라고 해도 절을 올릴 필요는 없으나 방석의 본래신분을 알고 있는 시현이었기에 철저하게 예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말라니까. 내 본래 신분이 뭐였든 돌아가지 못하니까 의미가 없잖아."

"하지만..."

"그러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마. 너마저 그러면 나도 섭섭하다고."

"아하하. 나 그렇게 딱딱한가?"

"너무 딱딱해서 섭섭했다고"

"그정도인거야?"

방석의 말에 시현은 머리를 글적였다. 확실히 그 '신분'을 가지고 있을때 그대로 대했으니 무척이나 딱딱했으리라. 방석의 말에 말을 풀기로 한 시현은 장원의 장주실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그나저나, 꽤나 화려해졌네 장주실-"

10년전에 봤을때는 이검장에서 가장 검소한 장소였건만 그간 몇번이고 중원을 돌아다니며 나다니던 사이 어느샌가 가장 화려해져 있는 장주실이었다. 가구쪽도 예전에 쓰던것이 아닌 장인의 손길을 거친 화려하고도 실용적인 가구들이었다.

시현의 지적에 방석은 씁쓸한것인지 아니면 멋쩍은것인지 모를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냥 검소하게 놔두려 했는데 네가 보내준 장인匠人들이 이렇게 엉성한건 그냥 못둔다고 해서 말이야."

"아아... 그 소인분들-"

지난 10년간 구한 이민족 중에서 소인小人족의 장인들이 있었음을 기억해 낸 시현은 납득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족의 장인들은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했기에 어설픈 물건을 보면 참지 못했다.

그런 소인족의 장인들이기에 장주실을 이렇게 바꿨으리라. 아마 그들 성격으로 보자면 이검장 다른곳도 상당히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게 좋을것이다.

"나중에 주의시켜 둘게."

"아니아니 괜찮아. 서역 양식도 나름 운치 있는듯하고"

"하지만..."

"게다가 모처럼 우리 장원에 의탁한 이들이다. 가능하면 원하는대로 하게 해주고 싶어. 우리들에게 해가 가는일도 아니고"

"그건 그렇겠지만..."

물론 직접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그로인해 생길 수 있는 간접적 피해와 관련된 걱정때문이었다. 중원은 생각이상으로 배타적인 곳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엔 얼마나 있을 예정이야? 지난번처럼 말도없이 휙 사라지면 또 곤란하다고"

"글쎄... 보름에서 한달가량일까?"

"너도 참 돌아다니는거 좋아하는구나"

"그런걸까. 나로선 사문의 일때문이지만. 그러고보니 성진이는 요즘 어때?"

"요즘 막 전어도(傳御刀)를 익히기 시작한 참이야."

"전어도를?"

과거 환조 이자춘이 발견하고 태조 이성계가 사용한 칼의 이름이자 조선왕실의 비전의 무공인 전어도의 이름이 언급되자 시현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방석을 바라보았다.

"상당한 재능이지?"

"그래, 설마 약관도 못된 녀석이 전어도에 입문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어도는 지극히 패도적인 무공으로서 과거 이성계가 전장에서 수많은 왜구를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칼이었다. 그 위력만큼이나 몸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때문에 아무리 재능이 있다해도 몸이 완성되기 전까진 좀체 가르치지 않는 무공이나 성진은 15살이라는 나이에 왠만한 외공 고수급으로 몸을 완성했기에 배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게 다 네가 가르쳐준 수련법 때문이지만 말이야."

"내가? 아... 그걸 말하는거야?"

방석의 말에 시현은 3년전 그에게 가르쳐준 고대의 ​연​기​연​신​鍊​氣​鍊​身​법​인​ ​금​강​진​혈​체​金​鋼​眞​血​體​에​ 대해 떠올리며 웃었다. 사문의 창고에 박혀있던 고대의 불가해 무공을 설마 이런식으로 쓰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던 탓이었다. 아니 무공으로서 쓰기보다는 훈련법으로 쓴 것이지만서도.

"그러고보면 시현아,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말이다."

"뭐가요?"

"혹시 ​상​고​시​대​의​.​.​.​.​"​

콰광쾅!

시현에게 뭔가를 물으려던 방석은 갑작스럽게 벽을 부수고 문을 찢어발기는 기운이 시현과 방석의 사이를 통과하며 방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냈다. 그 광경에 방석은 시현에게 뭔가를 물으려다 말고 장주의 자리 뒤편에 있는 정신봉을 들고서 부서진 벽으로 튀어나갔다.

마치 생사대적 혹은 불구대천을 상대하러 가는듯한 얼굴에 시현은 살짝 몸이 굳었었으나 이내 부서진 벽을 보며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방석의 출신을 생각하면 이 예술적인 조형으로 만들어진 벽이 완전히 박살나 버렸으니 예술품을 아끼는 방석의 성격상 참을 수 있을리 없었다.

방석의 뒤를 따라 벽을통해 나온 시현은 어느샌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외견을 지닌 청년을 향해 정신봉을 휘두르는 방석을 볼 수 있었다.

"성진이 네 이놈! 폐관수련장도 아닌곳에서 전어도를 휘두르지 말라고 했지!!"

"자... 잠깐 아버지! 거기엔 이유가..."

"문답무용!"

중重자결을 담아 휘두르는 방석에 성진은 재빨리 비룡전검을 휘두르며 방석의 정신복을 쳐냈다. 하지만 중자결이 담긴 정신봉을 쳐내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힘겨워 했다.

"역시 몽둥이 휘두르는게 더 늘었구나 형님은, 그리고 성진이 녀석은... 오 제법인데, 형님의 중자결을 저리 받아낼 거라곤, 녀석의 나이를 생각하면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여어, 왔나 대장大匠"

두사람이 칼과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시현은 옆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 있는것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의복을 걸친듯한 소인의 모습. 예전에 자신이 구한 소인의 장인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흑철씨."

"오랜만이야 대장. 이번 중원행은 어땠어?"

"뭐 지난번이랑 같았어요. 평소처럼 정체를 감추고 돕고... 그런 정도에요."

"대장의 무술실력이면 걱정할건 없겠지만. 이번에 혹시 백철이는 보지 못했어?"

"미안하지만 아직... 그보다 요즘 소인족도 많이 숨기는 추세더라고요. 제 활동때문도 그렇고, 요즘 마교의 반응도 그렇고."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살아있으면 이 하늘아래 있는한 못만날리는 없을테니"

그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흑철은 고개를 돌려 요란하게 벽이며 건물을 부수고 있는 방석과 성진을 보았다. 기껏 공들여 만든 집의 일부를 박살내고 있는 두사람을 보며 화낼법도 하건만 흑철은 도리어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도 또 유쾌하게 부숴대는구만!"

"다 부수고 있지만 괜찮습니까?"

"부서지면 또 만들면 되는거야. 그나저나 대장, 혹시 주변 소문에대해서 들었어?"

"무슨 소문을 말하는거죠?"

"나도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요 주변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듯한데. 나중에 야화夜花쪽에 물어보던지. 어차피 이검장의 정보담당은 그들이니 말이야."

"기억해 둘게요."

"아, 그리고 대장. 나중에 잠깐 공방에 들려주지 않겠어?"

"왜요? 뭔가 문제라도"

"운철을 녹이려는데... 아무래도 화로의 화력이 모자라서 말이야. 그렇다고 우리가 쓰던 화로를 만들고자하니 크기가 너무 커져서. 혹시 방법 없을까?"

"이게 끝나면 바로 가서 해결하도록 하죠"

"뭐, 구경하던건 마저 구경해야겠지."

두사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석의 정신봉으로 부터 맹렬한 경기가 발해졌다. 유형화 되지는 않았지만 대기를 울리는 힘은 성진의 몸을 옭아메고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그 압력은 금강진혈체를 익힌 성진의 몸을 진탕시킬 정도.

젊은 나이에 전어도를, 그리고 고대의 수련법인 금강진혈체를 익힐 정도로 천재인 성진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렸을적 부터 서른이라는 이 나이까지 무시무시한 수련을 쌓은 방석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방석은 그것을 아주 훌륭히 증명해 보였다.

단 한번의 내려치기로-

"벽劈-!"

투쾅-!!

그리고 그날, 마치 벽력성과 같은 포성과 함께 이검장의 바깥 담장이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그것에 놀라는 마을 사람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검장의 담벼락이 무너지는 정도의 일은 태연한 일상이었으니까 말이다.
처음이자 간만의 무협... 잘 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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