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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Original |

Translator | 淸風

제 4화 시끄러


“내 턴. 추억의 그네 발동. 붉은 눈의 흑룡을 한 턴간 묘지에서 부활시켜, 마법 카드 흑염탄!”

 흑염탄의 효과로 상대의 라이프에 2400의 데미지를 준다.

“거기에 더해, 붉은 눈의 흑룡을 릴리스해, 붉은 눈의 암룡을 소환!”
“고, 공격력 5400?!”
“내 묘지의 드래곤 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네게 놀랐어. 붉은 눈의 암룡의 공격으로 내 승리―.”

 붉은 눈 좋아 붉은 눈. 저편의 세계에서 1기때 한 뒤로 오랜만에 유희왕을 했더니 잔뜩 바뀌어서 깜짝.
 어느샌가 붉은 눈의 서포트 카드가 늘어서 나 정말 기뻐. 싱크로라거나 융합은 눈물이 글썽거려.
 이쪽 세계에서도 유희왕은 초등학생에게 대인기였습니다. 유희왕 대단해―.
 페이트와 만나고서 2일 뒤. 내 영혼의 붉은 눈 덱으로 반 친구들을 박살 내가며 나노하의 자리에 눈을 향한다.
 나노하에게서 전화로 온천에서의 일을 대강 들은 뒤, 오늘 다시금 상담하기로 했지만, 당사자인 나노하가 아직 등교하지 않았다.
 뭐어, 어차피 내가 아직 염화도 못 쓰고 주변의 눈도 있으니 방과후까지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하겠지만.

“젠장, 다시 한 번!”
“예이예이―.”

 유희왕은 이 세계에도 있었지만 듀얼 디스크는 이 세계에 없었다. 유감. 한 번 그런 분위기로 듀얼같은 거 하고 싶었는데―.
 스카 씨 정도에 부탁해 보면 만들어 주지 않을까. 문득 페이트와 나노하가 배리어 재킷 모습으로 듀얼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위험해, 저거 봐.

 같은, 바보스러운 걸 생각하고 있는 사이 나노하가 등교해서, 평소대로 알리사, 쓰키무라와 이야기를 시작한……건 좋지만.
 얼굴에 무지막지하게 낙담해 있어요 하고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쓰여 있었다. 나노하와 이야기하고 있는 두 사람도 그걸 눈치채서, 얼굴을 흐린다.
 쫌만 더 숨기라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초등학교 3학년한테는 무리한 이야긴가. 빨리 지원하러 안 가면 안 되겠네에.

“질풍의 게일을 특수소환!”
“엑, BF 자중해라.”

 한눈팔았더니 BF에 박살 나 버렸고만.






“앗, 잠깐 미안.”

 언제나처럼 셋이서 점심을 먹으려 할 때, 나노하의 휴대폰에서 메일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누가 보냈어?”
“에에, 유토 군이야. 무슨 일일까?”
“너, 요즘 그 녀석이랑 사이 좋네. 무슨 일 있었어?”
“아―, 그게, 뭐어, 이것저것 있어서.”

 설마 마법에 관련된 사건에 얽혀 있다고 설명할 수도 없어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나노하.
 하지만 알리사 입장에서는 지금 아무리 봐도 낙담해 있는데도 아무것도 말해줄 것 같지 않은데다 더해, 더욱이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아 굉장히 달갑지 않다.
 그 불만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뺨을 부루퉁 부풀리고 있다.

“알리사, 질투?”
“누가 누구에게?!”
“우후후, 누굴까~?”

 화제가 된 소년과 알리사 사이에 약간 확집인지 인연인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 하는 말이다.
 열받아 대답하는 알리사와 달래는 스즈카를 보고 약간이나마 미소를 흘린 나노하는, 음료수를 마시며 소년이 보낸 메일을 열어,


잔뜩 내뿜었다.


“우왓, 더러워?!”
“나, 나노하?!”
“코, 콜록, 콜록.”

 갑자기 음료를 내뿜고 사레들린 나노하의 등을 문지르는 두 사람.
 슬쩍 나노하의 휴대폰을 훔쳐보면 거기에는 포크를 문 비슷한 나이대의 금발 여자애 모습이 보였다.

“괘, 괜찮아?!”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나노하의 등을 문질러주며 둘이서 얼굴을 마주 보는 알리사와 스즈카. 이 소녀의 무엇이 나노하를 거기까지 동요시키는지 전혀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미, 미안. 좀 놀라……서?”

 두 사람의 덕분에 어떻게든 진정한 나노하의 눈에, 사레들리게 한 원인이 된 메일을 보낸 소년의 모습이 비친다.
 그건 일단 괜찮다 치자. 하지만 문제는 소년이 손에 든 물건이었다. 휴대전화. 메일을 보낸 게 그였다면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자세는 메일을 보냈다는 것보다 아무리 봐도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를 쓴 자세다.
 카메라를 든 그가 뭘 찍은 걸까. 그리 달갑지 않은 상상이 나노하의 머리를 스쳐간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는 듯 소년은 씨익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천천히 발뒤축을 돌린다.

“알리사, 스즈카, 잠깐 미안!!”
“자, 잠깐 나노하?!”
“나노하?!”

 허둥지둥 먹다만 도시락을 정리하고, 서둘러 소년의 뒤를 쫓아가는 나노하. 남겨진 두 사람은 그 뒤를 쫓지도 못한 채로 다만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차암―, 나노하도 저 녀석도 대체 뭐야―!!”
“지, 진정해, 알리사.”

 스즈카는 평소대로 짜증을 터뜨리는 알리사를 달래갔지만, 어쩌다 알리사가 띄운 표정을 보고 뒤로 물러난다.

“후후훗,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직접 그 녀석을 혼쭐내주겠어. 전부 그 녀석이 원인인게 틀림없어! 그게 분명해!”
“아, 알리사?”

 어쩐지 위험한 쪽 텐션이 오른 친구에게 싸악 식는 스즈카였다.






“유토 군!!”
“복도를 달리면 안 됩니다.”

 옥상에서 도망치고 얼마 안 가 뛰어 다가온 하얀 악마에게 붙잡혔다.
 뭐어, 이쪽은 평범하게 걷고 있었으니 당연하겠지만.

“앗, 아우우. 으, 그게 아니라 아까 그 사진 어떻게 된 거야?!”
“아니, 노린 거긴 하지만 그렇게 잘 될 거라곤 생각 못했어. 자, 봐 봐. 무지개 생겼어.”

 아까 막 찍은 참인 나노하가 입으로 음료를 내뿜는 결정적인 순간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나로써도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기껏해야 페이트의 사진에 깜짝 놀란 재밌는 얼굴을 찍으려고 생각한 것뿐인데, 여기까지 개그로 승화시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무, 무지개 같은 거 안 나왔는걸! 아니 잠깐 그런 거 찍었어?!”
“아니, 재밌어 보여서 무심코.”

 허둥지둥 얼굴을 붉게 붉히며, 양손을 흔드는 나노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무, 무심코가 뭐얏. 그런 거 빨리 지워줘!”
“에―? 모처럼 이렇게 잘 찍혔는데.”
“잘 찍혔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냣!”
“오오, 슬슬 점심시간도 끝나겠네. 돌아가야지.”
“아직 시간 남은걸!”
“뭐, 레어 카드를 넘기라고? 뭐야 그 억지는. 어쩔 수 없네에, 여기.”

 주머니에서 유희왕 카드를 한 장 꺼내 나노하에게 넘겨준다.

“그런 거 한 마디도 안했……이거 바퀴볼! 레어 카드도 아니잖아!”
“뭐, 내 영혼의 카드, 붉은 눈을 넘기라고? 뭐 이런 하얀 악마. 잔혹을 넘어서 외도야.”
“그러니까 그런 소리 안 했다니까―!”

 이래저래 나노하로 놀고 있는 동안 점심시간은 끝났다.
 결국, 나노하의 사진은 삭제당해 버렸지만, 사전에 내 PC로 전송을 마쳐 백업은 제대로 해 뒀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나노하가 노려봤지만, 약간은 기운을 찾은 모양이고 전부 장땡이겠지. 아마.






“잠깐 함께해 주지 않을래?”

 방과후가 된 순간, 금발 로리에게 호출을 받는다.
 왠지 잘 모르겠지만 겁나게 기분 나빠 보인다. 대체 내가 뭘 했다는 거지?

“미안, 나 초등학생은 연애대상으로 보기 힘든데…….”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가슴팍을 잡혀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뭐 이런 불합리.

“나노하!”
“예, 예?!”

 알리사와 마찬가지로 날 다그치려 하고 있던 나노하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잠깐 이거 빌릴게.”
“에, 아, 으, 응.”
“에, 뭐야. 나, 물건취급?”
“시끄러.”

 이쪽을 전력으로 노려본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페이트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해 줘?’

 알리사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떨면서도 염화를 날려오는 나노하에게 쓴웃음 지으면서 끄덕이고 손을 흔든다.

“그럼, 잠시 이쪽으로 와 줘.”
“미안해. 알리사가 꼭 유토군에게 묻고싶은게 있다는 모양이라.”
“사랑의 고백이라면 앞으로 8년 뒤쯤이면 기쁘겠는데.”
“하겠냐!!”

 그리고 질질 끌려서 옥상으로. 여전히 이 애는 내게 자비가 없구나.

“그래서, 대체 너, 나노하한테 뭘 했어?”
“순식간에 나 악인 확정?”
“그게, 요즘 나노하가 자주 유토 군하고 함께 있잖아? 그래서 알리사가 질투하는 거야.”
“과연. 새침데기 소녀.”
“납득하지마―! 누가 새침데기야?! 애초에 내가 누구한테 질투한다는 거야?!”
“누구라니, 그치?”
“그치?”

 쓰키무라와 둘이서 얼굴을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으이―!”

 나와 쓰키무라의 반응에 알리사가 점점 더 열을 올린다.

“거기서는 으이―가 아니라 시끄러워시끄러워 쪽이 포인트가 높다고 생각해.”
“셧업! 넌 쓸데없는 소리 안 해도 돼! 스즈카도 이녀석한테 맞추지 말고!”
“그런 소리를 해도.”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것 뿐인걸, 그치?”
“그치?”
“아아, 차암, 너희 둘은 언제나 언제나―!!”
“예, 자아 자아―”
“침착하고 심호흡해―. 자, 후―하―”

 아무래도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올라간 모양인 알리사를 둘이서 달랜다. 이러다 혈관 끊어지는 거 아니려나.
 번번이 정말 놀리는 보람이 있는 아가씨다.

“하―하―, 아아, 너한테 어울리고 있다간 해가 저물겠어. 좋아, 이제 제대로 주제로 들어갈게.”
“부디, 부디.”
“너랑 나노하. 요즘 둘이서 항상 방과후에 뭔가 몰래 하고 있지? 덤으로 나노하는 얼마 전부터 묘하게 낙담하고 있는데, 네 메일에 한순간에 건강해졌고…….”

 마지막 부분은 어쩐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려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알리사가 말하고 싶은 건 대강 이해했다. 미묘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요약하면 나노하가 없어서 쓸쓸하니까 나도 끼워줘. 거기에 낙담한 나노하를 격려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정도로 OK?”
“응, 대강 그런 정도가 맞지 않으려나.”
“어어어어,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얼굴 새빨갛게 붉히면서 말 해봐야.”
“설득력 없는 걸?”
“그렇지?”
“으으으으으읏.”

 알리사가 지금 당장에라도 육체언어로 이야기를 시작할 것 같은 건에 대해. 무서워 무서워.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하자.

“뭐어, 농담은 젖혀두고.”
“농담?!”
“자―자―, 안정해.”

 쓰키무라가 달래주는 동안에 어떻게 전할 건지 고민한다. 역시나 내 쪽에서 마법에 대해 까발릴 수도 없으니까.

“뭐, 확실히 요즘 나노하는 조금 성가신 일에 얽혔긴 한데. 괜찮아, 얼마 안 가 전부 깨끗이 정리될테니까.”
“……너랑은 관계없어?”
“무관계하진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서포터. 주체는 나노하야.”
“…….”

 거기서 입 다물고 노려봐도 곤란한데.

“그런 걱정 안 해도 괜찮다니까. 시간이 좀 지나면 그 녀석도 제대로 이야기 해 줄테니까.”
“그런 건 네가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그래도 지금 나노하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 녀석이 아무것도 이야기해 줄 것 같지 않으니까 화난 거지? 그런 나노하를 도울 수 없는 자신에게 분하지?”
“……읏.”

 알리사가 얼굴을 분한 듯이 찡그려, 쓰키무라가 반사적으로 그 손을 누르듯 잡는다.

“그래! 네가 말하는 대로야! 나빠?!”
“아니, 전혀.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해. 오히려 샘날 정도로. 너 같은 친구가 있는 그 녀석한테.”

 나도 친구쯤은 있지만, 친우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관계인 녀석은 없다. 나름대로 초등학생 생활을 하곤 있지만, 역시나 성격적으로 반에서 때때로 떠있을 때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이 애들처럼 친우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건 솔직히 부럽다고 생각한다.
 뭐어, 예전 세계에서도 애인은 있었지만 친우는 없었으니까, 원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응.

“뭐, 내가 이번에 사정을 알고 있는 것도, 도와줄 수 있을 법한 상황에 있는 건 단순한 우연이었고. 그렇게 질투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응― 평소대로 지내주면 괜찮지 않을까? 평소대로 이야기하고 투닥거리고. 아마도 그게 나노하에게는 제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생각해도 말이 너무 진부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어떡할까.

“흐응. 아니면 그 녀석을 믿지 못하는 거야? 그 녀석이 혼자서 자신의 고민 하나 해결할 수 없다고?”
“……아―, 좀! 알았어! 나노하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거지!”
“오―, 짝짝짝.”
“알리사, 장해!”

 쓰키무라와 둘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너희 두 사람, 진짜 날 바보 취급하고 있는 거지?”
“그런 거 아니야, 그치?”
“그치.”

 쓰키무라의 말에 동의하듯 끄덕여 둔다.

“하아, 이제 됐어. 다·만.”

 우리 둘이 끄덕이는 모습에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쉰 알리사는 내게 손가락을 확 가리킨다.

“이번 건에 대해서는 네게 맡길게! 제대로 하도록!”
“옛써―, 알겠습니다―.”

 알리사 공주님의 명령에 경례로 보답한다.

“응, 좋아.”

 내 경례에 알리사는 팔짱을 끼고 만족스러운 듯 끄덕여, 쓰키무라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쉰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다면 가르쳐줘. 언제든지 도울테니까.”
“그럼, 10년 뒤에 결혼해 줘.”
“아하하, 10년 뒤에 생각해 볼게.”

 시원스레 흘려버렸다. 역시나 쓰키무라는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만만찮다.

“자, 그럼, 나 이제 갈게.”
“나노하를 잘 부탁해.”
“오케.”

 쓰키무라의 목소리에 한 손을 들어 대답하며 몸을 돌린다.
 꼬맹이의 신뢰를 배신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은 하자고 다시금 결심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린애들은 언제나 웃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보호자 기분을 가득 뿌리는 채로, 나노하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자아, 나노하에게는 어떻게 페이트에 대해 설명할까나.






“아, 유토 군!”

 나노하와 약속한 공원에 도착하자, 나를 발견한 나노하가 바로 뛰어온다.
 먼저 합류한 모양인지 유노도 그 어깨에 타 있었다.

“알리사랑 한 이야기는 뭐였어?”

 나를 부를 때 알리사가 험악한 기세였던 게 계속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아까까지 나에 대해 무지막지하게 화냈었는데. 기분 전환이 빠르다고 할까 걱정꾸러기라고 할까.

“널 잘 부탁하겠대. 그리고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힘이 되겠다고 전언.”
“에?”
“둘 다 네가 낙담하고 있던 걸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야. 오늘 나노하, 계속 침울 모드였으니까.”
“나, 난, 그렇게 낙담한 것처럼 보였어?”

 자각증상은 없었던 모양이다.

“누가 어떻게 봐도. 그치, 유노?”
“응. 확실히 그건 다 드러나려나.”
​“​으​으​…​…​미​안​해​요​.​”​

 딱히 혼내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예이 예이. 사과할 정도라면 후딱 기운 차리라―고―”
“머머머야?!”

 추욱 낙담한 나노하의 뺨을 요래조래 잡으면서 땡긴다.

“오―, 잘 늘어난다 늘어난다―.”
​“​히​햐​히​햐​히​햐​히​후​―​”​

 아등바등 날뛰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을 놓는다.

“으으―, 유토 군이 괴롭혀―.”

 약간 눈물을 띄우면서 볼을 누르는 나노하가 노려보지만 그건 어른의 여유로 시원스레 받아흘린다.

“어린애들의 흐뭇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치, 유노?”
“아, 아하하하……굳이 말하자면 좋아하는 애를 괴롭히는 개구쟁이 같은.”
“후에?”
“핫핫하, 전혀―.”

 유노의 말에 눈을 둥글게 뜬 나노하에게 쓴웃음을 참을 수 없다.
 농담에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회피 기능을 습득시키면 내가 재미없어져 버리니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뭐, 그건 접어두고 침울해 있던 나노하에게 상입니다.”
“아아, 페이트야?!”

 내가 보여준 휴대폰 화면을 본 나노하가 놀라 눈을 크게 뜬다. 화면에 보이는 건 파르페를 눈 앞에 두고 긴장한 표정을 띄우는 페이트의 모습.

“맞아, 아까부터 계속 물으려고 했는데, 왜 유토 군이 페이트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거야?! 언제?! 어째서?! 왜?!?!”
“오, 오오옷?”

 무시무시한 기세로 어깨를 잡고 흔든다. 어깨를 잡은 나노하의 힘이 생각 외로 쎄서 놀랐다. 이게 화재현장의 괴력인가.

“나, 나노하, 진정해!”
“아, 미, 미안.”

 멋진 느낌으로 머리가 흔들리고 있는 나를 두고 보기 힘든 유노가 말려, 간신히 나노하에게서 풀려난다.
 할 수 있다면 좀 더 빨리 말려줬으면 싶었다.

“으으, 속 안좋아.”
“에, 에에, 그래서 왜 유토 군이 페이트랑?”

 얼버무리듯 말을 꺼낸 나노하에게 뭔가 말하려고 생각했지만, 이 이상 질질 끄는 것도 불쌍하니 얌전히 이야기에 들어가기로 하자.

“실은 이차저차여차저차한 일로.”
“모르겠어!”

 그치.

“저기, 나노하가 친구들이랑 온천에 간 사이 주얼 시드를 발견했더니, 그 애랑 만나서.”
“에, 주얼 시드 찾았었어?”

 놀란듯한 소리를 내는 페럿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래서 넘겨달라고 말해서 그대로 넘겨줘삣어, 에헷.”
“에헷, 이 아니잖아!”
“응. 솔직히 나도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어. 다시는 안해.”
““그쪽이 아니니까!””

 더블 태클을 받았다. 둘이서 호흡 딱 맞네.

“그래서, 뭐어, 배고프니까 같이 밥 먹으러 간 것뿐.”
“에, 그것뿐이야?”
“그것뿐이야.”

 이야기 일부를 생략하고 있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
 나노하는 정신을 멍하니 놓았었지만, 이윽고 그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치사해, 치사해! 어째서 나랑 있을 땐 이야기도 안 들어줬는데 유토 군하고는 같이 밥까지 먹는 거야?! 어느새 사이 좋아진 거야?!”

 그런 식으로 손을 붕붕 흔들며 항의해도 곤란하다. 페이트가 나노하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건 나하고 관계없다고.
 애초에 밥을 먹은 것뿐이지 제대로 이야기 같은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사이 좋아진 것도 아니지만 그건 입 다물어 두자.
 돈을 빌린 건 절대로 입에 안 꺼내.

“저기, 봐. 뭐라고 할까, 이게 사랑?”
“이상해!”
“나노하의 태클 레벨이 올랐다. 축하해.”
“절대로 네 탓이지.”
“아니, 그렇게 칭찬받으면…….”
“칭찬한 거 아니니까.”
“핫핫하.”

 이 페럿 유사품도 점점 거리낌이 사라져 오네. 얼싸 좋네, 얼싸 좋아.

“으으, 유토 군 혼자 치―사―해―!”
“거기에다 페이트가 주얼 시드를 모으고 있는 이유도 알고 있다고. 우하하, 부럽지?”
“으읏―.”

 빵빵히 복어처럼 뺨을 부풀리는 나노하에게 히죽거림을 금할 수 없다.
 아마 기운 난 모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됐다. 약간 더 떠밀어주도록 하자.

“그래서, 어떡할래? 나한테서 페이트의 사정을 들을래? 아니면 본인한테서 들을래? 애초에 나노하는 페이트를 어떻게 하고 싶어?”

 뭐어, 물어도 가르쳐줄 생각은 없지만. 나한테 들어봐야 페이트랑 관계가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원작대로, 나노하는 자신의 마음과 말로 페이트에게 부딪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니까.

“나는……내가 하고 싶은 건…….”

 내 질문에 나노하는 눈을 감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댄 채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그 눈을 뜬다.
 그 눈에는 아까 전까지와는 다른 사람 같은, 강인한 의지와 결의가 세겨져 있었다.

“나는……그 애에 대해 알고 싶어. 제대로 말을 전해, 그 애와 이야기 하고 싶어.”
“응.”

 나노하의 기대대론지 예상대론지의 반응에 나는 만족스럽게 끄덕인다. 9살 주제에 나 같은 것보다 굉장히 심지가 강하다니까, 정말.

“그럼, 나노하의 방식으로 마음껏 부딪치면 좋아. 말을 부딪치고, 그래도 만족할 수 없으면 주먹으로도 마법으로도 뭐로도 좋아.”
“에, 그, 아무래도 주먹은 좀…….”
“핫핫하. 어리석은 놈! 이 세상에는 부딪치는 걸로 깊게 이어지는 우정같은 게 썩어넘칠 정도로 많아!”
“에에에!”
“그 전에, 애초에 알리사랑 친해진 것도 주먹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문득 떠올랐지만, 확실히 나노하가 알리사와 쓰키무라와 함께 있게 된 건 그 뒤부터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 아―, 그, 그러고 보면 그런 일도 있었으려나. 아, 아하하하. 그런데 어째서 유토 군이 그걸 알고 있는거야?!”
“아,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봤더니 우연히 보여서. 이야, 설마 타이밍 좋게 볼 수 있다곤 생각지도 못했어.”

 잘 생각해 보면 그 무렵부터 주먹으로 대화하고 친해지는 이야기의 편린은 있었나. 원작 에피소드를 목격한 걸로 흥분해서 그런 건 자연스레 신경끄고 있었다.

“아아, 그러고 보면 알리사와 투닥거리는 사진도 남아있다고? 거리가 좀 있어서 잘 찍히진 않았지만.”
“으와―! 으와―! 으와―! 안 보여줘도 괜찮으니까!!”

 휴대폰을 꺼내려 했더니 나노하가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이제 와서 숨기지 않아도.

“그렇구나―. 그래서 페이트랑도 주먹으로 대화한 끝에 사이좋아지는 건가요. 뭐 이런 악마적인 이야기가.”
“으으, 그, 그다지 좋아서 그렇게 된게 아닌 걸…….”

 본능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거군요. 역시나 전투민족. 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하고, 더이상 괴롭혔다간 회복할 수 없게 될 것 같으니 이즈음에서 그만두자.

“농담은 젖혀두고, 괜찮아. 나노하의 방식과 생각대로 하면 좋아. 나노하의 마음은 절대로 페이트에게 닿을테니까. 내가 보증할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불안한 듯 올려보는 나노하에게 크게 끄덕여준다.

“물론. 나도 함께 밥 먹는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 가져도 좋아. 응.”
“……응. 나, 해 볼게!”

 내 말에 나노하는 힘차게 끄덕인다.
 그래, 이 녀석의 한없이 솔직한 말과 마음은 반드시 페이트에게 닿아, 단단한 연을 묶는다.
 나는 그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그럼, 이야기하기 전에 격추당하지 않도록, 대 페이트전 대책의 비책을 하사해 주도록 하지.”
“예, 잘 부탁합니다!”
“……어째서 유토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야?”

 기세 좋게 인사하는 나노하와 대조적으로 유노는 수상쩍은 눈길을 향해온다. 분위기 읽어.

“흐응, 우문이구나. 페이트의 배리어 재킷을 보면 스피드를 우선해, 방어를 희생한 종이 장갑이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어.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페이트의 전투 스타일이나 약점쯤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 그런 거야? 마법의 지식조차 없는데……대단한 통찰력이네.”
“헤에―, 유토 군 대단해……, 어, 어째서 눈을 돌리는 거야?”
“별것 아냐.”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걸 보고 알 수 있을 리 없고, 처음부터 예비지식으로써 알고 있었던 것 뿐이다.
 그런 내게 보내오는 존경의 눈빛이 너무 눈부셔서 쪼만큼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거나 해서 직시할 수 없었던 거다.
 ……다음번은 좀 더 자중하자.







 그래서, 그 뒤는 레이징 하트의 의견을 섞어가며 소설에서 차용한 페이트 공략법과 앞으로 나노하의 훈련 메뉴를 상담하거나.

“그래서 순조롭게 전에 내가 말했던 대로 해피 트리거한 포격마법소녀의 길을 나아가는 거지만, 일반적인 세간의 마법소녀적인 이미지와 한참 멀어져 가는 감상은 어때?”
“……부탁이니까 묻지 말아줘.”

 그대로 후후후 어두운 미소로 자조하는 걸 보면, 역시나 나라도 더 가기 힘들다.
 아무에게도 지적받지 않았던 것 뿐이고 실은 상당히 신경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에.
 오늘은 나노하의 학원이 있어서, 앞으로의 지침으로써 나노하의 훈련 메뉴를 결정했을 즈음에 이야기가 끝났다.
 나노하는 귀가 후 학원에. 그럴 필요 없는 나와 유노는 각자 주얼 시드를 탐색하게 된다.

“그럼, 내일 봐―.”
“아, 유토 군!”
“으응?”

 평소대로 손을 들고 몸을 돌렸을 즈음에 나노하가 불러 세웠다.

“뭔고?”
“에, 그, 저기, 고마워. 이래저래.”

 뭐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날 젖혀두고 나노하는 말을 잇는다.

“유토 군 덕분에 여러 가지 일들에 답이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유토 군이 없었다면, 나 계속 멈칫거렸을 거로 생각해.”

 뭐어, 내가 없었어도 너는 스스로 답을 냈었는데.
 내가 한 건 그 답이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약간 바꾼 것뿐이지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다.

“뭐,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조언 정도밖에 없고 말야.”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설령 이 앞에 일어날 사건을 알고 있다 해도, 할 수 있는 건 뻔한 것들이다.
 페이트가 프레시아에게 학대당하고 있는 걸 알고 있대도, 나노하와 페이트가 싸울 때도, 시간의 정원에서 결전할 때도 단지 손가락을 빨고 보고 있기밖에 알 수 없다.
 자기가 일에 끼어들어 놓고 하는 짓이 너무 맥빠져서 울음이 나온다, 젠장할!

“그렇지 않아.”

 남몰래 자조하는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노하는 생긋 미소짓는다.

“유노 군이나 유토 군이 있어 주어서 나도 힘낼 수 있어. 셋이서 함께여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나 같은 말뿐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나노하의 이야기는 본심으로부터의 말.
 자신보다 자그만 여자애에게 격려받아서 어쩔 거야 나.

“나노하가 부끄러운 말을 진지한 얼굴로 하고 있는데, 유노는 어떻게 생각해?”
“엣, 나, 나한테 넘기는 거야?”
“저기, 유토 군, 혹시나 수줍어?”
“아니, 그건 아냐.”

 당황하는 유노는 신경 쓰지도 않고 나노하는 기쁜 듯 미소를 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전혀 수줍어하고 잊지 않으니 확실히 부정해 두었다.
 조금이나마 더 힘내자고 생각한 것 뿐이다.

“우―. 조금쯤은 수줍어해 줘도 괜찮은데.”

 내 얼굴을 살펴본 나노하는, 실제로 내가 수줍어한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 게 정말로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흐응. 날 상대로 우위에 서는 건 10년은 일러.”
“뿌―.”










 이러쿵저러쿵 해서 나노하가 시원스레 미소를 되찾고서 며칠 뒤.

“다시금 주얼 시드 발견. 나, 로스트 로기아를 찾는 재능이 있는지도 몰라.”

 단순한 운이지요, 예.
 찾아낸 주얼 시드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나노하와 연락을 취하려 휴대폰을 꺼낸다.
 아직 발동의 전조는 없었지만, 빠르게 나노하가 봉인해주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
 나노하·유노조와는 사전에 탐색 범위를 나눠서 따로따로 행동하고 있지만, 두 사람 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다.

‘여보세요?’
“아, 난데……읏?!”

 갑자기 느낀 마력에 숨을 삼킨다. 이곳 일대에 퍼지는 듯한 마력류가 발생한 거다.
 전화 저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숨을 삼키는 기색이 전해져 온다.

‘유토 군, 이건!’

 나노하의 다급해진 목소리에 나쁜 예감을 부풀리며 수긍한다.

“아―, 페이트와 알프구나. 이거.”

 그 두 사람도 주변에 와 있었던 건가. 어라? 이 전개는 기억에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을 즈음부터 주머니에 넣어둔 주얼 시드가 위험한 빛을 내뿜고 있는 걸 눈치챈다.

“위, 위험해……!”

 서둘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얼 시드를 잡지만, 이미 그건 주변을 가득 덮을 정도의 빛을 내뿜고 있다.
 주얼 시드를 내던지려 하지만, 그 행동으로 옮겨가기 전에 몸의 감각이 사라진다.

‘유토 군?! 무슨 일이야……! ……!’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나노하의 소리가 멀어지는 동안, 디바인 버스터로 박살나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너, 너무 싫어…….
 이런 전개는 들은 적 없어―! 애초에 주얼 시드의 폭주에 말려들어서 구출받는다니, 마치 헤로인 역할이잖아!!
 나, 남자야! 헤로인이 아냐―! 오리주라면 오리주답게 멋있게 히로인을 구하는 역할 시켜줘, 젠장할―!!
 그런 생각을 목소리로 꺼내지도 못한 채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PREVIEW NEXT EPISODE■

괴로워하며 계속 싸워가는 소녀를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유토.
미래를 알면서도, 소년에게 할 수 있는 건 너무나도 적다.
소녀의 힘이 되고 싶다.
얄궂게도 그 마음이 새로운 혼란을 가져오는 거였다.

유노 ‘검은 용.’

역자의 말:
 리리컬 브레이커를 번역하고 있으면 제 텐션이 너무 높아집니다. 평소라면 하루만에 번역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는데……. 뭐, 재밌으니 됐죠.
 그나저나, 이번 화를 번역할 때 제일 고생한 건 유희왕 카드들 한국 이름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OTL. 혹시 틀린게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럼, 언제일지 모를 다음화에 뵙겠습니다. 의외로 내일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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