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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8화 기습 크래시


『드디어 염화를 배웠다고!』
『에, 그……응, 축하해.』

 수업중에 큰 소리로 외친 나에게 나노하가 해 준 칭찬의 말은 굉장히 미묘한 느낌이었다. 염화 정도로 그리 기뻐하지 않아도…… 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별 수 없다.

『그래도 수업중에 그렇게 큰 소리 안 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수업중에 자신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면 나라도 성가시다고 생각하겠지.
 나노하의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을 정도로 정론이었다.
 염화의 연습은 처음부터 시작했었지만, 쓸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아 들떠버렸다. 반성.

『저기, 유토 군은 아직 주얼 시드 탐색 계속할 거야?』
『예?』

 칠판에 쓰여가는 글자를 공책에 옮겨쓰면서, 이 꼬맹이가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건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제는 굉장히 위험했었지. 나나 유노 군하고 다르게 유토 군은 아직 마법을 못 쓰고.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랑 유노 군 둘이서만 찾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흠.』

 나노하가 하는 소리는 옳다. 애초에 스스로를 지킬 수단도 없는 나는 주얼 시드가 발동할 때 무력하다. 주얼 시드를 찾고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탐색이라고 해도 앞으로 페이트가 이번처럼 강제 발동이라는 수단을 택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뭐어, 그건 주얼 시드를 발견했을 때 내가 손대지 않고 나노하에게 맡기면 문제없긴 하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내가 협력하고 있는 건 조금이나마 두 사람의 힘이 되고 싶다는 내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다 슬슬 알스라와 그 집무관인 크로스케도 행차하실 시기다. 그렇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져 버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기까지 얽혀놓고서 이 뒤는 맡길게 옙 안녕히 하는 것도 뒤가 켕긴다. 설령 스스로의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그런 나노하야 말로, 주얼 시드 수색을 그만둘 생각은 없어? 너도 어제는 충분히 위험했잖아?』

 그렇다, 어제 그 일은 자칫 했다간 나노하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나지만. 다시 그런 얼빠진 짓을 할 셈은 없으니 그건 무시하기로 하자.

『……나는, 안 그만둘 거야. 확실히 처음에는 유노 군을 돕는 것 뿐이었지만 지금은 달라. 그 애와……페이트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응.』
『거기에 주얼 시드도 내버려 뒀다간, 또 유토 군같이 말려들어 버리는 사람이 나올지도 몰라. 나는 그런 희생자를 내고싶지 않아.』
『과연.』

 나노하가 결의를 밝히는 걸 들으며 생각한다. 뭐어, 애초에 그녀를 멈추거나 설교할 생각따윈 눈곱만치도 없다.
 나노하 스스로 싸울 이유를 제대로 가지고 있다면 문제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약간이나마 기운이 나도록 뒤에서 받쳐주거나,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을 정도로 억제하는 것. 결국, 그게 내 포지션이겠지. 이미 그건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는 별 관심 없지만.』

 나노하가 숨을 삼키는 기색이 전해진다. 초등학생 상대로 일부러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말을 잇는다.

『친구가 다치는 것도 싫고, 알고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싫어. 그러니까 나도 마지막까지 함께 할게.』
『유토 군.』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에는 약간 안심한 듯한 기색이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걱정은 필요 없다고. 위험해 지면 바로 빠질 거야. 허세 부리는 거랑 튀는 건 자신이 넘치니까!』
『그게 잘난 듯 말할 만한 부분이려나?』
『뭐어, 나노하 같은 어린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허세도 튀는 것도 싸움에는 양쪽 모두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이것들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맞으면 맞을수록 더더욱 필요한 거라고 역설하려고 했을 때, 나노하같은 강자에게는 그런 게 상관없다는 걸 깨닫는다. 크윽, 이런 초등학생 무렵부터 격차사회의 파도가 밀려올 줄은!

『어린이라니, 유토 군도 같은 나이야…….』
『풋.』

 육체적으로는 어쨌건, 인생의 경험치는 대강 두 배 이상 있으니까, 그 지적에는 코웃음을 참을 수 없다.

『풋이라니 뭐야? 뭐야 뭐야, 뭐야 지금 그 여유는?!』
『굳이 말하자면 어른의 여유겠지.』

 예상과 같은 나노하의 반응에 웃음을 흘리며 비웃는다.
 뭐어, 육체 나이가 젊어진 만큼 정신연령도 좀 내려간 기분도 들지만. 실제로 살아온 나이로 계산하면 너무 슬퍼져서 말하지 않는다.

『뭐어, 말싸움으로 나에게 이기면 대등하다고 인정해 주지. 훗훗훗훗.』
『으으―.』

 애답게 신음소리를 흘리는 나노하를 놀리며, 앞으로의 방침을 생각한다. 알스라와의 합류는 그리 먼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합류한 뒤는 주얼 시드 수색을 위해 한동안 학교를 쉬게 될 터.
 내가 알스라에 따라가서 뭘 할 거냐고 하면, 넌지시 프레시아 이야기를 흘려서 에이미 등의 부담을 줄이는 정도밖에 할 수 없겠지만.
 다음은 나 자신이 제대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고 싶으니까, 이 기회에 적성 검사 같은 거라도 받아두고 싶다. 까놓고 말해서, 아무 짓도 안 해도 해결될 사건 쪽보다 그쪽이 더 큰 이유다. 아침 연습 결과 미드식 적성은 절망적인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혹시나 근대 벨카식이라면 희망은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나도 모르는 레어 스킬같은 게 있을지도!
 뭐어, 희망이 너무 크면 그 뒤에 낙담도 클 테니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에서 어찌 하는 건 무리겠지만, 어둠의 서 사건 때는 어떻게든 싸울 수 있을 정도로는……하고 생각하다 상대가 지나치게 나쁜 걸 깨닫는다.
 무리야. 시그넘이라거나 비타 같은 괴물은 물론, 자피라나 샤말마저 감당할 수 있을법한 상대가 아녀. 어둠의 서의 어둠이라거나 폭주 하야테같은 건 좀 더 논외.
 까놓고 싸움에서 내가 활약할 수 있을 법한 장면이 하나도 없어서 절망했다.
 무인도 A's도 주변의 녀석들 레벨이 겁나게 높잖아, 빌어먹을. 그렇달까, 애초에 그 녀석들과 싸울 법한 상황으로 가고 싶지 않다.
 결국, 앞으로도 자신이 도움될 법한 장면을 떠올리지 못해, 난 홀로 풀죽었다.
 ……현실이란 괴롭구나아.





 방과 후가 되어, 현실이라는 벽에 대해 고민하며 터덜터덜 걷고 있자, 생각지도 못한 주얼 시드의 기색을 느꼈다.

“어라, 벌써?”

 아직 발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 느낌을 보면 그리 긴 유예는 없다.
 장소는……바다 쪽. 그렇단 소리는, 틀림없이 이번 전투에서 크로스케가 나타난다.

“넘 일러, 젠장할!”

 세세한 부분까지 남지 않은 자신의 원작지식을 원망하며, 아직 아픈 몸을 채찍질해 달린다.

『나노하!』
『응! 나도 느꼈어! 유노 군하고 같이 가고 있으니까!』

 염화로 부르자 바로 힘차게 대답이 돌아온다.

『OK. 그럼 거기서 합류하자. 페이트 일행도 거기 있을 거니까 방심하지 마.』
『응, 맡겨줘!』

 하고 말로 주의를 해 두긴 했지만, 둘이 제대로 격돌하기 전에 크로노가 멈춰 줄 테니까 그리 걱정하고 있진 않다.
 주얼 시드의 폭주체같은 건 더더욱 두 사람의 적이 아니다.
 문제는 오직 하나. 이쪽에서 해변 공원까지 거리가 상당히 먼 거다. 도착이 늦어서 결계에 못 들어가, 알스라 일행과 만날 기회를 놓친다거나 하면 너무 싫다.
 나노하 쪽은, 굳이 말하자면 내가 주얼 시드 수색을 하는 것도 반대인 모양이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놓고 가 버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끝나지 마……!”

 아픔에 비명을 지르는 몸을 꾸짖으며 나는 전력으로 달렸다.




“허억! 허억!”

 전력질주 한 보람은 있어, 어떻게든 결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아, 젠장, 힘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쪽에는 분홍색 섬광이 날뛰고 있다. 느긋하게 걷고 있을 여유는 없는 모양이다.
 무릎을 짚고 있던 손을 들고, 다시금 달린다.

“거, 벌써 있는 거냐.”

 나노하와 페이트 사이에 선 흑발의 소년. 어라, 몇 살이었더라? 키는 그다지 우리랑 차이 없는디 하고 생각하고 있자 크로노를 향해 전격이 내쏘인다.
 쏜 건 짐승 형태의 알프다. 착탄시 생긴 연기에 크로노가 휩싸인 틈에 주얼 시드로 손을 뻗는 페이트. 그걸 연기 속에서 내쏘인 마력탄이 덮친다.
 마력탄은 페이트를 꿰뚫어, 페이트는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

“어, 어이!”

 그 소린, 페이트가 어마어마한 대 위기 아냐?! 왠지 피가 흐르고 있고?!
 예상 밖의 사태에 늦추려 했던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은 채로 계속 달렸다.
 추락한 페이트는 알프가 받아들었지만, 이미 크로노는 추격타를 넣으려는 것처럼 디바이스를 잡고 있다.
 나노하는 양쪽 사이에 끼어들어 크로노를 멈추려는 듯 양손을 펼친다――한편 나는 갓 쓸수 있게 된 마력을 발 끝에 집중. 달리는 기세 그대로 땅을 박찬다.
 노리는 건 하나, 오직 한 가지……!

“안돼“기습 크래시!!”

 크로노의 뒤통수를 노려서 날아차기를 한다.
 크로노는 이쪽에 등을 향한 채니, 이 타이밍이라면 피할 턱이 없어! 나는 그렇게 확신했지만, 하야테에 대한 볼켄리터의 태도보다 10배는 물렀던 모양이다.

“어래?”

 내 혼신의 힘을 담은 발끝은 몸을 반쯤 돌린 크로노의 왼손 하나, 정확히는 거기서 생긴 마법진에 막혔다.
 거기다, 마법진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생각했더니 그대로 발끝부터 튕겨나 버렸다.

“Ouch!”

 낙법을 펼치지 못한 나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어,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으으, 요즘은 이런 일 뿐이고……!
 내가 데굴데굴 구르는 틈에 페이트를 등에 실은 알프는 그대로 도망간다. 크로노 쪽은 나노하에게 막히고 있기도 해서 쫓을 타이밍을 놓친 모양이다.

“그래서, 너는 대체 무슨 속셈이야?”

 가볍게 어깨를 늘어뜨렸나 생각하자, 엉덩방아를 찧은 나에게 확 디바이스를 향하는 집무관님. 나는 마음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양손을 올리고 말했다.

“아니, 일단 공격은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수단이 발차기였던 건 달려온 기세랄까 무심코 분위기를 탔달까?”

 어차피 먹힐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고.
 아하하, 하고 알랑거리는 웃음을 띄워 봤지만, 크로노 군은 전혀 웃어주지 않았다.
 그렇겠죠.

“아, 저기, 유토 군은!”

 당황스러이 후다닥 내 변호를 해 주려 하는 나노하에게 괜찮다고 손을 흔들며,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뭐어, 고민할 것도 없이 이쪽이 한 장난이 너무 지나쳤던 건 명확하다.
 여기는 오의, 맹호낙지세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죄송합니다.”

 이래도 계속할 거냐는 느낌으로 땅바닥에 머리를 비벼댈 기세로 사과한다. 여기서 크로스케와 대립해도 아무 이득이 없다.
 나중까지 들러붙을 법한 성격이 아닌 건 알고 있지만, 화근은 지워두는 것 이상으로 나은 건 없다.
 나는 협조와 평화를 위해서라면 프라이드 같은 건 쓰레기같이 버릴 수 있는 남자인 거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안 하면 될텐데.』

 마지막 생각이 염화로 죄 흘러나간 모양이다. 나노하에게 태클당해 버렸다.

『아니, 프라이드는 버려도 분위기는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어쨌건 상관없지만, 나한테도 들리고 있는데.”

 유감. 갓 배운 참인 내 염화는 대상을 능숙하게 지정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크로노 집무관의 눈이 차가웠다.

“뭐어, 그리되어서 배운지 얼마 안 된 마력으로 약간 장난 쳐보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자 간신히 크로노는 디바이스를 물려주었다.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는 그 모습은 기분 탓인지 굉장히 힘이 빠진 듯이 보였다.

“시공관리국 집무관 ​크​로​노​·​할​라​오​운​이​다​.​”​

 그렇게 말하고 아직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내게 손을 내뻗어 주었다. 남자가 손을 내밀어도 기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며, 얌전히 그 손을 잡고 일어난다.

“도미네 유토. 그쪽의 하얀 게 마왕이고 쪼그만 게 음수.”

 자신의 이름으로도 바보짓을 해 볼까 생각했지만, 별 특성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 만큼 적당한 소잿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 또 마왕이라고 말했어! 나, 마왕이 아닌 걸!”
“으, 음수란 건 뭐야?!”
“……너희들은 어떤 관계냐?”

 붕붕 손을 흔들며 항의하는 하얀거와 음수를 곁눈질로 작게 중얼거리는 크로노였다.



『크로노.』

 크로노가 주얼 시드를 확보하자, 린디 씨로부터 모니터 통신이 들어왔다.
 오오, 역시 린디 씨는 미인. 진짜로 애 딸린 것처럼 안 보여.

“죄송합니다, 한 쪽은 놓쳐 버렸습니다.”
『음―, 뭐, 괜찮아. 그래서? 약간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까 그쪽의 애들을 안내해 줄래?』

 하고, 이런 느낌으로 알스라에 초대받게 된 마왕 일행이었다.

“그러니까 마왕이 아니라니까!”

 칫, 염화로 작게 중얼거릴 셈이었는데 제대로 들린 모양이다. 음―, 아직 출력 조정이 어설프네.






“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알스란가! 나는 지금! 무지무지 감동하고 있다!”

 미지의 기술로 만들어진 전함! 남자로서 마음이 날뛴다!
 뭐어, 전이마법으로 날아왔으니 여기는 쫌 괴상한 통로밖에 없고, 겉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유토 군, 알고 있었어?”
“아니, 전혀.”

 사실은 알고 있지만 설명이 귀찮으니 적당히 둘러댄다.

“모르는데 어떻게 감동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분위기라니까.”

 바로 대답한 나에게 나노하는 자그만 한숨을 내쉬고,

“뭐어, 유토 군인걸.”

 우와아, 왠지 굉장히 무례한 걸 생각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저기, 유노 군, 여기는 대체……?』

 크로노의 뒤를 따르며 나노하가 불안한 듯 염화로 물어왔다.

『시공관리국의 차원항행선 안이야. 저기, 간단히 말하자면 수없이 많은 차원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한 배.』
『에, 에……별로 간단하지 않을지도.』

 아니, 정말 간단하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SF같은 거에 연이 없으면 감이 안 올지도 모른다. 이야기에 끼어들까 생각했지만, 귀찮으니 그대로 유노에게 설명을 맡긴다.
 그 설명을 흘려듣다가 생각한다. 차원세계, 인가. 그 안에 원래 내가 있던 세계는 있는 걸까? 뭐어, 차원세계라 묶어 불러도 이 지구라는 별의 세계는 하나밖에 없을 테니, 차원세계라는 묶음과는 또 다른 해석의 차원일까. 평행우주라거나 표현법이 여럿 있을 법하지만.

“뭐어, 계속 그 모습으로 있는 것도 거북하겠지. 배리어 재킷과 디바이스는 풀어도 괜찮아.”

 유노의 설명이 일단락 지어진 뒤에 크로노가 그렇게 말을 꺼냈다. 네가 그 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떠오르는 범위 내에서, 너는 언제나 배리어 재킷을 입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내 기억이 잘못된 탓일까.
 뭐어, 어쨌건 상관없는 일이지만.

“아아, 그런가.”

 크로노가 말한 대로 배리어 재킷을 푼 나노하. 언제나 생각하지만, 진짜 그거 편리하네.

“너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도 괜찮지 않냐.”
“아, 그러고 보면 그렇네요. 계속 이 모습으로 있다보니 잊어 버렸어요.”

 아니, 사람으로써 잊는 건 곤란하지 않냐, 그거.

“후에?”

 크로노의 말에 끄덕인 유노가 빛을 내뿜기 시작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나노하에게 보이지 않도록 카메라를 준비한다.
 실은 살짝 유노 폭로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던 거다.

“엣?”

 당연히 그 나노하는 그럴 경황은 아닌 모양이라, 놀란듯한 소리를 내면서 표정을 휙휙 바꿔대고 있었다.
 물론 그런 재밌는 얼굴은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후우, 나노하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오랜만일지도.”

 뭔 시치미 떼는거야, 이 꼬맹이는? 오랜만이긴커녕 처음인데요.

“후에에? 에에?”

 상쾌한 체 하고 있는 유노와 대조적으로 한가득 동요하고 있는 나노하에게 쓴웃음을 참을 수 없다. 셔터는 누를거지만.

​“​후​에​―​―​―​―​엣​?​!​”​

 그리고 나노하의 비명이 알스라 안에 울려 퍼진 거다.

“나, 나노하?”
“유노군은, 유노군은, 그, 뭐야?! 에에, 진짜?! 후에에에에엣?!”
“……너희들 사이에 뭔가 견해의 차이라도?”
“뭐어, 페릿인 체 하며 여탕에 들어간 게 들킨 것 뿐이려나.”
“잠깐, 유토?!”
“호오.”

 슬쩍 작은 소리로 흘린다. 크로노는 흥미 깊다는 듯 끄덕이고, 나노하는 그때 있었던 일을 떠올렸는지 부들부들 떨었고, 그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간다.
 유노와 둘이서 서로 허둥거리고 있지만, 딱히 거짓말은 안 했으니 상관 없겠지.

“아, 아아아아”
“치, 치치치침착해, 나노하!”
“너도 침착해.”
“누구 탓인데?!”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그래, 여탕에 숨어 들어가는 듯한 변태에게는 나중에 한가득 벌을 주지 않으면―.”

 나노하를 달래려고 머리에 손을 얹고서 쓰다듬었지만, 그걸 들은 유노는 보고 있는 이쪽에서 웃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수, 숨어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그건 나노하랑 친구들에게 억지로 끌려 들어간 것 뿐이고!”
“그리고 시노부 씨나 미유키 씨와 혼욕을 했다는건가, 네놈!! 꼬맹이 세 명은 어쨌건 상관 없지만 그 두 명과 혼욕하다니 너무 부럽다고, 이봐!!!”
“그쪽?! 갑자기 그런 걸 폭로해도?!”

 기다리고 있던 린디 씨는 뒷전으로 하고 떠들고 있었더니 크로노 군에게 가볍게 설교를 먹어버렸다.
 일단 눈물을 글썽거리는 나노하를 달래고, 유노가 인간 형태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인식시켜서 수습을 마쳤고.

“뭐어, 봐. 페릿이 되어 있을 때 이 녀석은 겉모양만이 아니라 마음도 페릿이 되어 있으니까 사람 취급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으, 응, 그런……걸까?”
“잠깐, 유토! 그런 엉터리……!”
『그치만 너, 페릿 때 나노하의 손가락 햞거나 했장. 아니면 그건 뭐야? 사람일 때도 가지고 있는 성벽?』

 나노하에게 들리지 않도록 슬쩍 염화로 묻는다.
 혹시나 여기서 긍정되었다간 친구로써 사귀어 나갈 방법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으, 화, 확실히 페릿 형태의 습성은, 그 모습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는데.』
『사람 취급하지 말라는 건 비유나 농담같은 거니까 진지하게 듣진 말고?』
『네가 말하면 진심으로밖에 안 들리는데…….』

 실제로 거짓말이나 농담을 할 때도 포함해서, 나는 언제나 진심이니까 그건 당연하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린디 씨의 방으로 불려 간 세 사람이었다.
■PREVIEW NEXT EPISODE■

마침내 아스라와 합류를 마친 유토 일행.
소녀를 도울 힘을 얻기 위해, 유토는 자신의 비밀을 린디에게 털어놓는 거였다.

린디 ‘아스라에 어서와.’

역자의 말:
 “하야테에 대한 볼켄리터의 태도보다 10배는 물렀던 모양이다.” 는 원래 “린디차의 10배는 달았던 모양이다.” 입니다. 나노하 내 소스를 이용한 말장난이어서 괜찮은 걸 찾느라 고민했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떠오르지 않아서 일단 애둘러 표현했습니다.

 덧붙여, アースラ를 알스라로 쓴 건, 영문 표기가 Arthra기 때문입니다. 이건 영문판 일문판 양쪽 모두 동일하고요. 그 외에 영문판·일문판 표기가 상이한 경우, 보다 상식적인 표기를 따르고 있습니다. -> 한국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발음이 다를 경우 영국의 발음을 택하기에, 그에 따라 아스라로 수정하였습니다.
 덤으로, 일반적으로 벨카의 경우 Ace Combat의 벨카 공국에서 따왔다고 보는게 일반적입니다. 이쪽은 고민의 여지가 없어서 표기를 정하기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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