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아스라에 어서와
“와오.”
“우와아.”
크로노에게 이끌려 들어간 방 안을 보고, 나노하 일행 세 사람은 무심코 소리를 흘려 버렸다.
쓸데없이 수가 많은 분재 한가운데에 불상이라도 놓으려는 듯 자리 잡은 다다미. 거기에는 야외에서 다회를 할 때 쓰일 법한 차양 정도만이 아니라, 대통이 물을 쏟아내며 부딪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굉장히 급조했다는 느낌이라, 방의 벽과 굉장히 안 어울렸다.
그러고 보면 이런 방이었지요. 아마 이쪽에 맞춰서 준비해 준 거라곤 생각하지만, 다다미 같은 건 어디서 조달해 온 걸까. 원래부터 있었던 걸까. 무시무시한 아스라 자재창고.
“세 사람 모두 아스라에 어서와. 아무튼, 부디 즐겨줬으면 해.”
정좌로 맞아준 함장은 굉장히 느긋한 분위기였다. 알고 있었지만.
사전지식이 없는 나노하와 유노는 얼빠진 표정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부디.”
“아, 예.”
“잘 먹겠습니다.”
내온 양갱에 잽싸게 손을 내민다. 미드칠더에도 양갱은 있는 건가? 이미지를 보면 일본풍 물건들은 없을 법한 느낌이 드는데.
설명은 유나노에게 맡기고 나는 양갱을 먹는데 전념한다.
이쪽의 설명이 끝난 뒤에는 린디 씨의 로스트로기아 강의. 완전히 까먹고 있었지만, 주얼 시드 몇 개가 제대로 발동하면 여러 세계가 한 번에 멸망해 버린댔었나. 그런 거의 폭주체에 먹혀버렸었다고 생각하면, 새삼스럽지만 소름이 끼친다.
하느님부처님옥황상제님.
양쪽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면서 앞으로의 일을 고민한다. 유나노가 택할 선택지는 정해져 있으니 어쨌건 좋다. 문제는 나 자신이라고 할까, 어디까지 내가 가진 정보를 밝힐 지다.
자칫 전부를 밝혀서 예상 밖의 전개에로 나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건 곤란하다. 앞으로의 흐름에서 페이트가 얽혀오는 건 해상 대결전과 나노하와의 단신 승부, 그 이후에 시간의 정원에 들이닥쳐 올 거다.
할 수 있다면 해상 대결전에서 그대로 시간의 정원에 쳐들어가고 싶다. 해상 결전 뒤에 페이트는 프레시아에게 학대를 받고, 그게 원인으로 알프는 프레시아에게 반항해서 상처를 입고, 알리사에게 보호 당했을 터. 그 흐름이라면 단신 승부 이벤트가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 뒤에 보충……할 수 있나? 일단 두 사람의 연합 이벤트는 이미 경험을 마쳤으니까 그걸 생각하면……아니, 그래도, 음……?
뒷일을 이래저래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서투르다. 기본적으로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그 자리의 분위기에 따르는 게 전부니까 말야.
자신 혼자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도 말려들 때는 그럴 수도 없다. 애초에 이번 상황은 기본적으로 내가 손을 쓸 수 없다. 뭐가 일어나도 그 책임을 질 수 없으니까.
아무것도 손을 대지 않으면 좋은 결과로 끝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페이트를 빨리 어떻게든 해 주고 싶다는 게 사람의 정이겠지.
내가 혼자서 이런저런 걸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이야기의 흐름은 기억대로 시공관리국이 전권을 맡겠다고 선언하고, 나노하 일행은 오늘 밤중에 고민한 뒤 다시금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바래다줄게. 원래 장소면 괜찮지?”
“아―, 그 전에 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이 두 사람 빼고.”
“에?”
나노하와 유노를 가리키는 나를 보고 두 사람 함께 놀란듯한 소리를 낸다.
“유토 군?”
“좀 내 마력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두 사람은 먼저 돌아가도 좋아.”
미심쩍어하는 둘에게 그렇게 말하고, 린디 씨에게 슬쩍 눈짓한다.
슬쩍 둘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
“그러고 보면, 너는 주얼 시드의 폭주에 말려든 적이 있었지. 확실히 한 번 제대로 검사를 하는 편이 낫겠어.”
역시나 미인. 내 생각을 정확히 헤아려준 모양이다.
“검사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유토 군이 말하는 대로 둘은 먼저 돌아가는 편이 나을 거야. 가족들도 걱정할 테고.”
“에에.”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제대로 검사를 하고,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면 책임지고 보내 줄 테니까. 알겠지?”
“아, 예.”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린디 씨에게 말을 계속 끊긴 나노하는 약간 낙담한 표정으로 수긍한다.
“자, 가자.”
“돌아가면 메일 할게―.”
크로노에게 등을 밀려 떠나가는 나노하를, 걱정은 필요 없다는 듯 손을 휙휙 흔들며 배웅한다.
정말로 걱정꾸러기라니까.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당신의 마력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
“그 두 사람이 아직 모르는 페이트·테스타로사의 사정이라거나 그 외 여러 정보를.”
싱긋 웃는 린디 씨에게 나는 바로 대답했다. 린디 씨는 흥미 깊은 듯 눈빛을 빛낸다.
“그러고 보면 너는 페이트 양과 이야기를 했다고 했었지. 그때 들은 거니?”
“뭐어, 본인도 모르는 정보 같은 것도 여럿 알고 있거나 한데요.”
“어떻게?”
“그쪽의 말로 표현하면 레어 스킬 같은 걸까요. 예지몽이라거나 그런 느낌의.”
“예지몽?”
미리 생각해 둔 가짜 이유를 꺼내 보았다.
뭐어, 이런 걸 듣고 바로 믿거나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거짓말을 어느 정도 믿게 할만한 수단은 있다.
설명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서 어찌 되는 것도 아닐 테니까. 아마.
전생의 기억 운운이라거나를 갑자기 꺼내는 것 보다 좀 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당신들에 대해서도 약간 알고 있어요. 에이미 씨라거나 크로노 집무관의 스승에 고양이 사역마인 롯테와 아리아 자매에 대한 거라거나.”
내가 입에 담은 단어에 린디 씨의 눈이 놀란 듯 활짝 뜨인다. 그리고 한 순간 경계의 색을 보인 듯한 기분이 든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걸려들었다. 지금의 표정을 보는 한, 동요나 경계의 색을 보이지 않는 건 역시나랄까. 실제로 뭘 생각하고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린디 씨라면 나쁘게는 하지 않겠지.
에이미에게 녹화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뭐어, 괜찮으려나, 아마.
“저기,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요?”
“그렇구나. 우선은 당신의 그 능력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을까?”
내가 꾸며낸 능력의 설명은 아래 대로다.
자신이 모르는 미래의 광경을 꿈에서 꾼다. 시계열은 뿔뿔이. 그리고 거기서 본 게 반드시 현실이 되는 건 아니고, 거기에 간섭할 법한 행동을 취하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도 있다. 내 의사로 그 능력을 제어할 수는 없고, 보고 싶은 광경이나 시간 같은 걸 선택하지도 못한다. 발동도 완전히 랜덤. 나 자신도 그리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힘이라는 것.
“뭐어, 그런 거여서요.”
내가 생각해도 여기저기 허점이 있는 설명이지만, 꾸며낸 거니 어쩔 수 없다. 지적을 받으면 거기는 잘 모르겠다는 걸로 넘어가면 된다. 여하튼 꿈으로 꾸고 있다는 설정이니까.
“과연. 그래서 우리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는 거네.”
고개를 끄덕이는 린디 씨. 현재까지 몇 가지 질문은 받았지만, 내 말 그 자체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전부 믿어 주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뭐어, 잘 맞는 점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덤으로 이 일을 남한테 이야기 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건 어째서?”
“아까도 말했던 대로, 내가 본 미래가 반드시 실현되는 건 아니니까요. 원하는 대로 힘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이야기해서 그게 퍼져서 성가시게 되는 것도 싫고.”
실제로 내 기억 같은 건 애매하거나 어정쩡한 부분도 많으니까 죄 거짓말인 것도 아니다.
“거기에 앞으로 일어나는 걸 이야기해서 이상한 쪽으로 변해도 곤란하니까요. 제가 본 미래는 대강 해피엔딩이어서.”
“그렇게 말한다는 건 이번 사건에 대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과 결말도 알고 있는 걸까?”
역시나 날카롭다. 내 말투와 이미 이야기한 내용에서 그걸 추측한 모양이다.
“뭐어, 전부 알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요. 거기다 반드시 실현된다고 할 수도 없고.”
“과연, 그렇구나. 유토 군의 능력에 대해서는 대략 이해했어.”
그렇게 말하고 린디 씨는 소문이 자자한 각설탕 든 녹차를 입으로 옮긴다.
각설탕을 넣을 때 나노하가 놀란듯한 소리를 냈었지.
“그런데, 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믿고 계신가요?”
“그렇구나. 3할 정돌까?”
웃는 얼굴로 태연스레 선언하는 린디 씨.
나도 차에 입을 대면서 생각한다. 흠. 뭐어, 3할이라면 괜찮은 수준, 이려나?
“뭐어, 그렇다면 이야기를 들을 가치가 있다는 정도로는 생각해 주고 계신다는 거죠?”
“그렇구나. 역시나 전부를 믿어줄 순 없지만, 이야기를 듣는 정도라면. 뭔가 우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거지?”
“거기까지 꿰뚫어 보셨나요.”
애초에 숨길 셈은 없었으니,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어 고맙다.
“이쪽이 넘길 정보는 페이트·테스타로사와 그 흑막에 대해서. 뭐어, 신빙성을 보장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앞으로 일어날 일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지. 아, 그래도 아스라가 공격당하는 타이밍 정도는 말해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가 희망하는 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아스라의 승선허가를 얻는 거예요. 그리고 문제가 없다면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 이유는?”
“지금까지 엮여왔으니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고. 그 외에는 페이트나 나노하가 걱정되고요. 나노하와 유노는 반드시 수사 협력을 자청할 테니까요.”
분명 지금 쯤 둘이서 상담하고 있을 즈음이겠지. 크로노에게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해도, 나노하가 페이트를 손 놓을 리도 없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유노도 따라온다.
“그건 그런 미래를 봤으니까?”
“친구로서의 확신이에요. 유노 혼자라면 몰라도, 나노하는 페이트를 굉장히 걱정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원작 지식이 없었다고 해도 나노하가 이 일에 마지막까지 얽혀들려고 하는 건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마법을 배우고 싶다는 걸, 그걸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하니까. 솔직히 나노하처럼 바로 힘이 붙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해서.”
원래 연기는 특기가 아니다. 생각한 걸 그대로 입 밖으로 전달한다. 이런 걸 나노하나 유노 앞에서 말했다간 얼굴이 빨개지겠지.
린디 씨와 에이미에 대해서는 애초에 포기했다. 크로스케는……뭐, 됐어.
“그래서, 뭐어, 제 조건은 이런 건데 어떠신가요?”
“그렇구나…….”
린디 씨는 턱에 손을 댄 채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정면에서 그 눈길을 받아들여, 수상쩍은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라는 의미를 담아 마주 바라본다.
내 조건을 받아 들여줄까 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불리한 내기다.
나노하 일행은 전력으로써 메리트를 제공하는 걸로 수사협력 허가가 내려왔지만, 내 경우에는 그리되지도 않는다. 내 정보가 옳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린디 씨로서는 메리트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 애초에 내 정보가 없어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까.
뭐―, 안된다고 하면 얌전히 포기하자.
“뭐, 괜찮아. 마법을 가르쳐 주는 건 아직 확약해 줄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렇게 시원스레 허가해 줘도 좋은 걸까, 아스라 함장. 하고 생각했지만, 이쪽 입장에서야 잘 된 일이니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 외에 조건으로써, 신병을 일시적으로 시공관리국에 맡길 것. 이쪽의 지시에 반드시 따를 것. 괜찮니?”
“그거야 물론.”
린디 씨의 말에 따른다. 혼자라면 몰라도 관리국은 조직으로써 움직이고 있는 거다. 사람 개개인이 지시를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거나 했다간 조직으로써 성립되지 않는다.
비상시에는 그럴 수 없을 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위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훼방꾼밖에 안 된다. 인간사회의 기본이야.
애초에, 내가 현장으로 나갈 일은 없겠지만.
“그럼, 들려줄래? 페이트·테스타로사에 대한 정보를.”
이렇게 되어 나는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페이트, 그리고 프레시아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페이트가 주얼 시드를 모으는 이유는 어머니인 프레시아·테스타로사에게 명령받았으니까.
프레시아는 과거의 사고로 외동딸인 얼리샤를 죽게 해 버린다. 얼리샤를 잃은 프레시아는, 죽은 딸을 되찾기 위해 각종 연구를 행해, 이윽고 인조 생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 『F.A.T.E』에 도달한다. 그 연구성과로써 얼리샤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인조생명체에 얼리샤의 기억을 옮기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건 그리 잘 풀리지 않았다. 얼리샤의 유전자 정보, 기억을 이어받아도 성격이나 잘 쓰는 손이 다르고, 얼리샤가 가지지 않은 마력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얼리샤를 얼리샤가 아닌 다른 존재로 인식한 프레시아는 얼리샤의 기억을 지우고 페이트라 이름 붙여, 자신의 도구로써 키워간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프레시아는 얼리샤를 소생시키는 수단이 잃어버린 이세계 『알 해저드』에 있다고 생각하여 차원진의 틈새에 그리로 향하는 길이 있다고 믿고, 그를 위해 주얼 시드를 필요로 하고 있다.
페이트를 얼리샤의 짝퉁으로 인식하고 있는 프레시아는 페이트를 속으로 증오해, 그녀를 학대하고 있다는 것.
기억이 어슴푸레하기에 세세한 부분이나 일부 개요는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큰 줄기는 잘못되지 않았을 거라 덧붙여 내 이야기를 마쳤다.
“……뭐어, 제가 알고 있는 건 이런 거예요.”
“……그래.”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린디 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서 이렇게 상세한 정보를 들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것도 있겠지만, 페이트나 프레시아의 처지에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 거겠지.
나 자신도 다시금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를 한 걸로 기분이 암울해져 왔다.
프레시아의 처지는 동정도 가고, 슬픈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소설판에서는 사고 자체도 프레시아에게 책임은 없고, 이익을 위해서 어거지 스케줄을 세운 상층부나 그녀가 세운 안전설비를 무시하고 있었던 상사야말로 가해자라 할 수 있었다. 프레시아는 틀림없는 피해자 중 한 사람인 거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페이트를 증오할 만한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녀가 폭주한 마력로와 같은 마력광을 가진 것도, 얼리샤와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린 것도, 무엇 하나 페이트에게 책임은 없으니까.
페이트를 가짜 얼리샤가 아닌 다른 한 사람의 딸로써 접할수만 있었다면. 프레시아도 페이트도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에 가슴이 괴로워진다.
실제로 페이트와 만나서 말을 나눈 시간은 짧았지만, 그녀가 굉장히 좋은 애라는 건 온몸으로 느꼈고, 그렇기에 더더욱 조금이라도 그 부담이나 슬픔을 줄이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새 나는 자신의 주먹을 꽉 잡고 있었다.
그 손을 살며시 린디 씨의 손이 감싸서 나는 당황하며 고개를 든다.
“고마워. 유토 군에게는 괴로운 이야기를 시켜 버렸네.”
“아, 아뇨. 그다지 저는. 이라고 할까, 애초에 제가 꺼낸 이야기고요.”
애초에 내가 괴로운게 아니고. 린디 씨의 걱정하는 듯한 눈길에 당황하며 손을 흔드는 내게, 린디 씨가 손수건을 건네줬다.
“저기?”
건네받은 손수건이 무슨 의민지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에 눈물, 맺혀있어.”
“에에?!”
말을 듣고 보니 눈물이 흐르고 있지는 않지만, 확실히 눈물이 맺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당황하며 눈을 감고 자기 손으로 그걸 닦는다. 곤란해, 이건 좀 부끄럽다.
“아, 아하하하…….”
역시나 거북해진 나는 억지 미소를 띄웠지만, 린디 씨의 애처로운 듯한 눈길이 굉장히 씁쓸했다.
“그런데,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 오늘은 이즈음에서 이야기는 끝내도록 할까.”
그래서 린디 씨의 말은 솔직히 고마웠다. 이대로 따뜻한 눈길을 계속 받았다간 죽어 버린다.
“이 건이 해결될 때까지 아스라에 탄다면, 부모님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지? 더 이상 늦어지기 전에 한 번 돌아가는 편이 좋아.”
“아―, 그러고 보면 그렇죠.”
잊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이 무겁다.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생각하고 있지만, 믿어 줄지는 미묘하다.
이제와서 허가를 못 받았다간 어쩌지.
“함장, 이야기는 끝나셨나요?”
내가 골을 썩히고 있자 타이밍 좋게 문에서 크로노가 들어왔다.
아니, 그게 아닐거다. 아마도 에이미와 함께 모니터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겠지.
“응. 크로노. 유코 군을 배웅해 줘.”
“예.”
“그럼, 유토 군. 다음에 봐.”
“예.”
린디 씨에게 고개를 숙인 뒤……일어 나려고 하다,
“……뭘 하고 있어?”
“아, 발이 저려…….”
“어머머.”
린디 씨는 됐다 치고 크로노 군의 시선이 굉장히 따갑습니다.
최근 오래 정좌할 기회가 그다지 없었던걸 쫌 후회했다.
“함장, 정말로 이렇게 한 게 괜찮았을까요?”
유토와 린디의 이야기는 유토의 예상대로 크로노와 에이미 두 사람이서 모니터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크로노는 유토가 아스라에 타는 걸 쉽게 허가해준데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그가 말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어.”
“미래지식같은 건 레어 스킬 중의 레어니까요―.”
크로노와는 대조적으로 아스라 통신주임 겸 집무관보자인 소녀, 에이미는 태평한 소리를 하며 아스라의 단말을 조작하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꿈으로 꿀 수 있다고 소년은 말했다. 확실히 수많은 차원세계 안에 그런 능력이 존재한다고 하는 기록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소년이 한 말을 믿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꿈으로 본 것치고는 정보가 지나치게 세세해.”
그가 말한 정보는 애매한 꿈이라는 형태로 봤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시각정보와 청각정보만으로 얻을 수 있을 법한 정보가 아니다.
페이트 일행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 엉터리.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조사한 다른 세계의 사람, 혹은 범죄자――라 하는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그가 말한게 정말이라면 좋고. 혹시 거짓말이었거나 뭔가 다른 목적이 있다면, 가까이 둔 편이 대처하기 편하잖아?”
“그건……확실히 그렇지만요.”
유토가 뭘 꾸미고 있다고 하면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보다 아스라 안에 두는 쪽이 감시도 경계도 간편하다.
그게 린디가 유토가 함에 타는 걸 허가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에이미, 그가 말한 것과 그 자신에 관한 정보의 조사. 맡길게.”
“물―론. 이미 하고 있어요―.”
크로노의 말에 가볍게 대답하면서도 손을 계속 움직이는 에이미.
린디와 이야기 할 때부터 이미 유토의 증언을 뒷받침할 사실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
유토에 대해서도 이 세계의 성장 내력이나 경력에 대해서 뭔가 수상한 점이 없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믿고 있으니까.”
“응, 맡겨줘♪”
역시나 하루 만에 그걸 모두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집무관 보좌의 이름은 장식이 아니다.
며칠 내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 준비해 줄 거라고 크로노는 확신하고 있다.
“뭐, 직접 이야기한 한에서는 기우로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
“그렇죠―. 그게 연기라면 초일류 배우가 될 수 있어요.”
아래턱에 손가락을 대며 유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린디의 말에, 에이미도 동의한다.
능력 운운의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서 미심쩍다고 느꼈다.
하지만 페이트·테스타로사와 프레시아·테스타로사의 이야기를 할 때 그가 띄운 슬프고 괴로운 표정. 거기서 거짓은 느낄 수 없었다.
린디는 겉보기에 만사태평한 낙천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AA클래스의 우수한 마도사이며, 시공관리국 제독으로써도 확실한 수완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보는 눈에 대해서도 그만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린디가 보기에, 유토는 모든 걸 이야기하진 않았다. 미래에 대한 것 외에도 뭔가 숨기고 있는 부분은 느껴졌지만, 프레시아 모녀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안고 있고, 페이트나 나노하가 걱정된다는 말은 아마 거짓이 아니겠지.
적어도 본질적으로는 악인이 아닐 거라는 게 린디의 판단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남을 믿을 만큼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지만.
“크로노. 여유가 있을 때면 되니까, 그의 마법 훈련을 봐 주도록 하렴.”
“제가……인가요?”
“응. 직접 접할 기회가 많으면 그만큼 그의 됨됨이도 이해하기 쉬워지잖아?”
“알겠습니다.”
혹시, 그가 뭔가 행동을 일으켰다고 해도 자신들이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유토와의 회화기록에 눈을 향하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한다.
“대마도사 프레시아·테스타로사에 주얼 시드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까다로운 일이 될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