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기운 내, 응?
이러쿵저러쿵 무시기저시기로 어떻게든 부모님을 설득해, 유나노와 함께 아스라에 신세 지게 되었다.
부모님과의 대화 중 이것저것 있었지만, 여기선 할애.
뭐가 어찌됐건 이해심 있는 부모님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어, 그건 그렇다 치고, 나, 나노하를 도와줘야 할게 하나 있었다.
“이렇게 되어서, 나랑 나노하는 한동안 쉬게 될테니 잘 부탁해.”
『……이렇게 되어서라고 말해봐야 자세한 건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수화구에서 기가 막힌 듯 맥풀린 목소리가 울린다.
“뭐어, 나도 전부 털어놓고 싶긴 한데, 뭐 갖가지 귀찮은 사정이 있어서……”
『도미네 군은 언제나 그렇게 얼버무리네.』
“원래, 인간이 좀 덜 됐어. 미안.”
긍정도 부정도 없는 침묵의 시간이 묘하게 괴로웠다.
“……미안해.”
『뭐, 어쩔 수 없네.』
하고 말하면서도 그 소리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뭐어, 그러니까 배닝스에게도 전해줘. 나노하의 뒤치다꺼리는 가능한 한 할거라고.”
『스스로 말하면 좋을텐데.』
쿡쿡 웃는 기색이 전해져 온다.
“아, 그게 그 녀석은 날 그리 안 좋아하는 모양이고. 내가 전화했다간 무조건 기분 나빠질 거야, 그 녀석.”
평소의 태도를 보면 내가 전화해도 그리 좋은 표정은 짓지 않겠지.
평소 이런저런 것들을 대강대강 하는 나는, 진지한 배닝스에게 있어서 미묘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인 거다.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있다……까지야 아니겠지만,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배닝스에게 전화했을 때의 첫 마디를 상상해 본다.
『왜 네가 나한테 전화하는 거야.』
응. 대강 이런 느낌이겠지.
『아하하, 확실히 그럴지도. 알리사, 도미네 군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즐거워 보이고.』
“속마음이 드러나고 있다는 의미서는 잘못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야기의 연결이 이래저래 이상해, 그거.”
『아하하.』
“뭐, 됐나.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뭣하니 오늘은 이즈음에서 끊을게.”
시간은 20시를 지나 있다. 초등학생 3학년 신분으로 너무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곤란하겠지. 사실 그보다 쓰키무라랑 이야기할 화제도 없다.
『응, 고마워 도미네 군. 여러모로 신경 써 줘서.』
“뭐어, 나노하는 지금 힘이 부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야.”
살아온 해의 길이나 경험치고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짜잘하다. 슬슬 자조도 질려왔지만.
『……나노하에 대해 잘 부탁해.』
“아아, 맡겨둬. 그쪽도 건강하고. 잘 자.”
『응, 도미네 군도 건강하고. 좋은 꿈 꿔.』
쓰키무라의 말을 들은 뒤 삐 하고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러, 침대에 자빠진다.
“좋은 꿈 꿔, 인가.”
이렇게 한밤중에 여자애랑 전화하는 건 얼마 만일까.
연하라곤 해도, 조금 공백이 길었던 일도 있어 어울리지도 않게 긴장해 버렸다.
평소에는 메일로 마치고 있는데.
――좋은 꿈――
갑자기 옛날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콕콕 찔리는 듯 아프다.
전생의 기억이 있다……고는 해도, 그때의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여러모로 결론을 낸 셈이긴 하지만, 때때로 갑자기 떠오르거나 한다.
체념하지 못한다고 할까 미련이 남았다고 할까. 거슬려.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을 정리한다.
옛날 일은 어쨌건 상관없다. 지나간 걸 말해도 별 도리도 없다.
지금은 앞으로의 일만을 생각하자.
손에 든 휴대폰을 팽개치고 이불 안에 기어든다.
이래저래 뱅뱅 돌 것 같은 생각을 집어 던지고, 나는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셋이서 함께 마력자질 검사 겸 능력 테스트를 받거나 하게 되어서.
아스라의 지휘 아래에 들어간 이상, 개개인의 능력은 제대로 파악해 둬야 할 테니 당연한 처치겠지.
마력자질에는 당연히 개인차가 있다. 마력 그 자체의 양이나, 마력을 번개나 화염으로 바꾸거나 하는 변환자질 등등. 개개인이 가진 마력자질에 따라 각자가 특기로 하는 마법도 바뀌어 간다.
나노하가 포격이나 단단한 방어, 유노가 보조나 회복계를 특기로 하고 있는 것도 자질에 의한 부분이 크다.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마력량이 적거나, 그걸 제어하는 힘이 없거나, 마력을 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이 낮거나 하면, 모처럼 마력이 있다고 해도 썩히는 것 같은 일이다. 빌어먹을!
“아……에, 그, 기운 내, 응?”
“나노하……이럴 때는 가만히 놔둬 주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아아. 이럴 때에 서투르게 격려하려고 했다간 상처 입어 버리는 법이야.”
“시끄러! 그런 건 본인이 못 듣는 곳에서 떠들어, 빌어먹을!”
사람이 현실에 짜부라진 뒤쪽에서 눈물이 나오는 잡담 하는게 아냐!
“우선 그 눈물은 닦는 게 좋아.”
“안 울었어! 안 울었는걸! 이건 눈물이 아니라 단순한 땀인걸!”
크로노가 내민 손수건은 받지 않고 팔로 쓱쓱 물을 닦는다.
크로노는 그걸로 기분 상한 듯한 태도도 보이지 않고, 내 어깨에 손을 톡 얹는다.
“뭐어, 그렇게 낙담할 건 없어. 이토록 지독한 결과는 나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지만, 앞으로의 노력과 훈련에 따라 어느 정도 어떻게든 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격려하는 건지 상처를 벌리는 건지 잘 모르는 말 고마워, 이 자식.”
상냥하게 격려해 주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만. 이건 이것대로 바보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열이 받는다고, 젠장할!
“젠장……남은 항목에서는 유노도 크로노도 나노하도 박살내 주겠어……!”
“딱히 기합을 넣는다고 수치가 올라가는 건 아닌데.”
“아ー아ー안들려ー.”
크로노의 말에 귀를 막으며 계측대를 향한다.
남은 검사항목은 마력의 보유량과 최대방출량뿐.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결과를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제각각의 결과는 모니터에 방사형 도표로 표시하고 있다.
마력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와 다르게, 부드럽게 마력을 다루는 두 사람은 이미 검사를 모두 마쳤다.
지금 표시된 건 나노하와 유노만이 아니라, 참고용으로 표시된 크로노를 더해 3인분. 크로노는 전체적으로 큰 원형. 역시나 집무관답게 모든 능력이 높은 레벨로 통일되어 있다. 나노하는 울퉁불퉁. 마법을 쓰게 된 시기를 생각해보면 기술에 능숙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순간 최대 출력이나 마력보유량 등의 부분은 크로노를 상회하고 있는 건 역시나. 치트도 적당히 하라고 하고 싶다. 유노는 전체적인 밸런스는 괜찮지만, 공격능력이나 마력량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앞서 말한 두 사람보다 몇 단계 아래인 모양이다.
나는 모두 끝나진 않았지만, 이미 비참한 결과로 끝나는 건 확정되어 있다. 젠장. 젠장.
『예이예이ー. 자, 유토 군, 있는 힘껏 마력을 전개해 봐ー.』
“네ー이.”
뢴트겐을 찍는 듯한 계측기의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의식을 모은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마력을 전개한 적은 없었구나. 대부분 그 전에 폭발했었고!
링커 코어에서 흐르는 마력을 온몸으로 보내, 서서히 그 양을 늘려간다.
아아, 그렇다 치고 완전 계산 미스였네. 설마 이렇게나 지독한 결과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검사로 미드식은커녕 근대 벨카식에 대해서도 거의 적성이 없다는 게 판명. 마력제어라거나 마력을 효율 좋게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 치명적으로 부족했다.
연습때의 마력탄같이 몸 밖에 마력을 에너지로써 만들려 했을 때 폭발하고 있었던 건 그런 부분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모양이다.
마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미역국을 마신 결과가 이 꼴이야.
뭐야. 마력을 쓰면 폭발이라니 개그냐. 어디의 허무인지 물어보고 싶다. 그건가, 사역마라도 사역하라는 건가. 장르가 다르죠. 예.
아ー, 젠장. 왠지 점점 열받는다. 마력이 있어도 없어도 보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없다니 뭐야 그게. 지독하게 의미 없잖아.
크로노가 말한 대로 노력이나 훈련으로 어떻게든 된다고 해도, 한계는 있을 거고 단기간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겠지.
『유토 군, 유토 군, 스톱!』
“엥?”
에이미의 당황하는 듯한 목소리에 무심코 얼빠진 소리를 내 버렸다.
눈을 떠서 주위를 보자, 크로노와 유노, 모니터의 에이미가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보고 있다.
나노하는 모두가 왜 놀라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대체 뭐야?
『유토 군, 어딘가 몸이 아프거나, 숨이 헐떡이거나 하진 않아?』
나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할아버집니까?
“완전 여윤데, 왜?”
딱히 몸은 별일 없고, 마력은 아직 올릴 기미가 보인다.
“욥.”
만화 같은 소리를 내고 기합을 넣으려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중에 부끄러워질게 확실하기에 관뒀다.
초등학생이니까 창피한 짓도 어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기록되고 있으면 너무 싫다.
“음ー, 이게 한계출력이려나?”
마력 자체는 아직 남아 있는 느낌이지만, 이 이상은 마력을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후에ー, 이거 놀랐어. 최대 출력은 유노 군 이상, 크로노 군 미만. 총 마력량의 경우에는 나노하의 3배 이상이야.』
“예?”
기다려. 지금, 에이미가 말한 건 뭔가 이상해. 천연스레 뭔가 터무니없는 걸 들은 기분이 든다.
“미안, 잘 못 들었어. 다시 한 번.”
『최대 출력은 유노 군 이상, 크로노 군 미만. 총 마력량은 나노하의 3배 이상.』
아니, 에이미 씨. 오늘은 4월 1일이 아닌데요?
“또 농담을…….”
『아니, 농담도 뻥도 거짓말도 아니고 진짜라니까.』
“……레알로?”
크로노에게 눈길을 향한다. 굉장히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앗, 유토 군. 대단해 대단해!!”
웃는 얼굴로 뛰어온 나노하가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든다.
“아니아니기다려기다려침착해, 이건 공명의 함정이야.”
“네가 침착해. 당황하는 것도 알겠지만, 공명의 함정도 에이미의 뻥도 아닌 명백한 사실이다.”
머리를 들볶였다. 크로노가 말하는 대로 좀 패닉 상태였던 건 부정할 수 없다.
약간 침착한 뒤 현실을 다시 인식하자.
“레알로?”
“레알로.”
“혹시나 나는 마도사 랭크 대단한 거야?”
나노하의 총 마력량 3배 이상이 되면 틀림없이 오버 S랭크. 자칫하면 하야테 이상이다.
이건 혹시나 나 SSEEEEE플래그!
“아니, 그건 아니고.”
1초만에 부정당했다.
“어째서.”
“확실히 마도사 랭크에 총 마력량이나 최대 출력은 큰 영향을 줘. 하지만 그걸 쓸 기술이 없으면, 전혀 의미가 없어.”
『덧붙여서 유토 군의 최대 출력까지 계측하는 데 걸린 시간은 나노하의 거의 30배네. 순간최대출력은 10분의 1 이하. 에너지 변환 효율도 비슷하고ー.』
“오키. 파악했어.”
최대출력이 높아도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 좁쌀만하다. 아무리 마력량이 많아도, 그걸 제어할 수 없으면 의미는 없다.
냉정한 상태로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거였다.
“의미 없구나ー. 구슬이 석말 있어봐야!”
정말로. 하고 중얼거리는 크로노의 목소리는 젖혀두고 비슬비슬 쭈그려 앉는다. 한순간에 힘이 다 빠졌다. 기력 없어 이제ー
“괘, 괜찮아! 크로노 군도 말했잖아. 훈련하면 제대로 쓸 수 있게 될 거야!”
그건 정론이겠지만, 기술만이 아니라 적성치까지 최저인 인간이 연습을 해 봐야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으려나.
『예. 이게 유토 군의 계측 결과야ー.』
에이미의 목소리에 모니터를 바라보자, 크로노, 나노하, 유노에 이어 내 데이터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건……정말 뭐어.”
머리 위에서 크로노가 기막혀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할 수 없다. 결과만을 보면 나도 그렇게 느낀다.
울퉁불퉁이라거나 예각이라거나 그런 레벨이 아냐.
직선이었다. 딱 총 마력량과 최대 출력이 정반대에 위치해 있어, 그 2개만――특히 총 마력량 만이 바보같이 높고, 다른 건 한없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 레벨.
“뭐 이건 웃을 수밖에 없겠네.”
“정말로.”
어쨌건 상관없지만 크로노 군은 아까부터 봐주질 않네. 서투르게 격려받거나 동정받거나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보다, 대체 뭐야, 정말.
“자, 앞으로 2주일 정도라면 난 손이 비어있어. 그 시간이라면 계약대로 마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데 어떡할래?”
진짜로 황혼에 빠져 있는 상황에, 머리 위에서 들린 목소리에 무심코 크로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에? 크로노가 가르쳐 주는 거야?”
너무 놀라서 크로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봐 버렸다. 마법을 가르쳐 주는 게 어느샌가 확정된 것도 놀랐지만, 집무관이 직접 가르쳐 준다는 데 2중으로 놀랐다. 기껏해야 적당한 무장국원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로는 불만?”
“아니, 완전 고마운데.”
불만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 사이에서 제일 기술이 능숙한 건 크로노인 거다.
거기에 불만을 안았다간 누구한테 배우라는 건가.
“계약? 마법을 가르친다……니 무슨 소리야?”
“나도 못 들었는데.”
나노하와 유노가 둘이 함께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두 사람에게는 내가 아스라에 타는 조건 운운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 짬이 난다면 아스라 사람들한테 마법을 배울 수 없는지 부탁했었어. 유노는 나노하와 함께 주얼 시드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주얼 시드 수색에 대해서는, 탐색은 아스라, 확보는 나노하와 유노 둘이서 하는 게 되었다. 두 사람이 주얼 시드 탐색에 협력하는 데 대해, 아스라 측에 주는 메리트로써 자신들을 전력으로써 제공해준 거다.
나노하 자신의 능력은 이미 수많은 주얼 시드를 위험 없이 봉인하고 있는 걸로 실증되어 있고, 무엇보다 나노하 자신이 페이트에 대해 강하게 구애되어 있어서 이 건에 협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스라 만으로도 사건 해결은 가능하겠지만, 크로노라고 하는 전력을 온존하는 건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민간인이 얽히는 것에 대해 크로노는 그리 좋은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나노하의 희망과 아스라의 메리트를 생각하면 저절로 대답은 정해진다.
린디 씨도 저리 보여도 상당히 만만찮고.
뭐어, 그렇게 되어서 언제 출동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유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 아스라의 무장국원에게 배우려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어쩌면 디바이스라도 빌려서 연습할 수 없으려나ー하고 생각해서.”
“그런 건 입 밖으로 꺼낼 이야기가 아냐.”
“사소한 걸 신경쓰면 벗겨진다.”
“훈련용 디바이스를 빌려줄 예정이었지만 필요 없는 모양이네.”
“죄송합니다.”
바로 머리를 숙였다.
“왠지, 유토 군이랑 크로노 군은 사이 좋아 보이네?”
“그런 모양이야.”
“그런 건가?”
“몰라.”
매정한 집무관이었다.
“콜록! 콜록콜록! 젠장, 또 실패냐…….”
마력탄의 생성에 실패해서 또 멋지게 폭발시켰다.
“조금 쉬자. 너무 힘을 쏟아도 별로 안 좋아.”
“예ー이.”
감독하고 있었던 크로노의 말을 순순히 따라, 그 자리에 쪼그려 앉는다.
내가 아스라에 타고 이미 10일이 지나려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발견한 주얼 시드 4개 중, 2개는 나노하. 그 외의 2개는 숨어서 탐색하고 있는 페이트가 확보했다.
이쪽의 수사 그물 사이로 빠져 들어와 주얼 시드를 확보해 가는 페이트의 수완에는 에이미도 감탄하고 있다던가.
그래서, 그 사이의 나 개인의 훈련 진척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10일이나 걸려서 익힌 마법이 3개뿐인가.”
그것도 기초 중 기초. 리얼타임으로 나노하가 마법을 배우고 있던 과정을 봤으니만큼, 이 성과에는 낙담을 금할 수 없다.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훈련으로 보내고 있는데 반해, 나노하가 쓴 시간은 실전과 새벽 훈련 뿐. 눈물 나오네.
“그렇게 낙담할 건 없어. 이 단기간에 3개나 배웠으면 훌륭해. 솔직히 말해서 네가 여기까지 노력할 거라곤 생각 못했어.”
“그건 감사.”
크로노가 던져서 넘긴 청량음료 페트병을 받아 입을 축인다.
목을 축이는 그 액체가, 피곤한 몸에 굉장히 달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마법학교의 평균 같은 거랑 비교하면 역시 한참 느린 거지?”
“아아. 그래도, 네 적정을 생각하면 그건 어쩔 수 없어. 아무리 마력을 가지고 있어도 누구에게나 쉽고 어려운 분야가 있어. 너는 전부 어려우니까.”
“위로도 띄워주는 것도 아니겠지, 그거.”
곁눈질로 찌릿 노려보지만, 크로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아, 단순히 사실을 나열한 것뿐이다.”
시원스레 말해치워 버렸어요, 이 녀석.
“켁.”
하지만 그 배려 없는 모습이 의외로 기분 좋기도 하다.
상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10일간 굉장히 크로노랑 마음을 터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친구라기보다는 악우 같은 느낌이지만.
“너는 좀 더 자신에게 자신을 가져도 좋아. 확실히 네게 마력을 쓸 적정은 없지만, 절대적인 마력량이라고 하는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어드벤티지가 있어.
시간은 사람의 10배 20배는 걸리겠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어.”
“10배 20배는 무지막지한 핸디 아냐?”
2·3배라면 가볍게 흘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20배는 역시 불지옥모드 같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어. 무책임한 걸 말했다가 책임 전가를 당해도 곤란하니까.”
“안해ー, 그런 거. 책임 전가는 폼도 안나고.”
“그건 나도 다행이고.”
함께 침묵.
이 자식 상대로 말하는 게 거북하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난 어느 정도, 신용 받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내가 말한 건의 입증은 됐어?”
그로부터 대단한 일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이쪽에서도 딱히 언급한 적 없고, 저쪽에서도 뭔가 물어오지 않았다.
내 질문에 크로노는 한 눈을 감고
“지금까지는 검증중……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쪽이 조사한 범위 내에서 네가 말한 건 대체로 올바르다는게 판명되어 있어.”
“역시나. 일이 빠르네.”
내 증언이 실마리가 되었다곤 해도, 그걸 이 단기간에 검증하는 건 역시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Fate’같은 건 확실히 비합법이니까 데이터도 적을 텐데.
“그래서, 나는 지금 어느 정도 신뢰받고 있음미까?”
“60% 즈음이려나. 네가 모든 걸 이야기했을 거라곤 나도 함장도 믿고 있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이쪽에 대해서 피해를 줄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전의 3할에 비하면 굉장히 진보한 것처럼 보인다.
크로노가 이렇게 나랑 어울려 준 건 날 감독하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겠지.
뭐어, 여하튼 내가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딱히 나를 완전히 믿어줄 필요는 없고.
“뭐어, 실제로 그런 마음은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이쪽이 신세를 지고 있으니만큼 감사할 정도다.
“뭐,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훈련을 재개하자.”
다 마셔서 텅 빈 페트병을 쓰레기통에 던진다. 홀인원.
“다시 한 번, 마력 운용을 처음부터 복습이다. 술식의 구축 자체는 잘하고 있어. 마법으로써 발동시키기 직전의 제어에서 실수하지 마.”
“그건 알고 있는데ー.”
이론으론 알고 있어도 그걸 실천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해서 그걸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습니다.
이미 똑같은 걸 여러 번 되풀이해 왔지만, 횟수를 세는 것도 바보 같다. 절실히 자신에게 마법의 재능이 없음을 통감하게 된다.
“쫑알쫑알 거리지 말고. 이걸 마칠 수 없으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
“예ー이.”
양손을 가슴 앞에 마주 놓고, 마력을 집중시킨다. 디바이스는 미사용.
앞에 한 번 훈련용 물건을 빌렸더니 마력 허용량 오버로 박살나 버렸다. 그 이상 사용허가가 내려오지 않습니다.
변상해야 하는지 어떨지 남 몰래 전전긍긍했던 건 비밀이다.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시켜, 술식을 구축해 간다. 여기까지는 언제나 문제 없다. 문제는 구축시킨 술식을 발동 시키는 순간. 언제나 같은 타이밍에, 마력은 내 제어능력을 넘어서 폭발해 버린다.
매번 같은 곳에서 실패하고 있는 만큼 싫어도 긴장해 버린다. 만화의 마력이나 기 같은 사용법은 할 수 없는 게 좀……응?
“왜 그래. 갑자기 손을 멈추고?”
“아니, 문득 떠오른게 있어서.”
술식을 파기하고 오른손을 뿌리친다. 그 동작으로 집중시켰던 마력은 무산한다.
꾹 주먹을 쥐고 다시금 마력을 집중시켜 간다.
자, 잘 될까?
“……엉망진창이네, 너는.”
크로노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지만, 지금의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훗훗후ー, 그래도 이건 커다란 진보 아냐?”
떠오른 대로 시험해 본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되었던 만큼, 크로노의 멍한 눈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쓸 수 있다. 이 기술은 통한다.
“신나 있는데 미안하지만, 그건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아냐.”
“뭐라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는 크로노를 뒤돌아본다.
모처럼 제대로 쓸 수 있을법한 기술이 늘었는데 그 말은 흘려들을 수 없다.
“까놓고 말해서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건 마도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 기술 레벨로 말하면 최저인 F랭크야. 하지만 아무도 그런 걸 하는 사람은 없어. 왠지 알겠어?”
“몰라.”
마법 초보자인 내가 그런 소리를 듣고 알 리가 없다. 기술적으로 최저 랭크라는 건 모르지도 않겠지만.
“마력의 소비에 반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너무 적어서야. 제대로 술식을 짜서 마법으로써 발동시켜 보면, 반 이하의 마력으로도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그렇게 어렵지 않은 난이도로.”
“오오…….”
이 무슨 충격의 진실……도 아닌가. 내가 하고 있는 건 문자 그대로 힘기술일 뿐이다. 약간 공부하면 좀 더 효율 좋은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겠지.
예를 들면, 강을 건널 때 다리가 바로 옆에 있는데 헤엄쳐서 건너는 것 같은? 확실히 비효율 넘치네ー 같은.
“애초에, 그런 어거지 사용법을 하면 눈 깜짝할 새 마력이 바닥나버려. 보통 마도사가 같은 짓을 했다간 3분도 못 버텨.”
“아니, 별문제 없는데?”
현재진행형으로 기술은 발동 중 중. 쓰기 시작한 지 3분쯤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특별히 별 변화는 없다. 확실히 마력은 상시 소비되고 있는 느낌은 있지만, 그게 바닥에 닿는다거나, 괴롭다고 하는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그럴 리는……아니, 그랬구나. 네 마력량은 어처구니 없는 양이었나.”
어쨌건 상관없지만, 본인 눈앞에서 그렇게 머리아픈 듯한 한숨은 쉬지 마.
“뭐, 짜잘한 건 됐어. 내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는 건 변함 없고.”
“긍정적이네.”
“구시렁구시렁해 봐야 별수 없고. 가진 카드로 해 나갈 수밖에 없잖아.”
투덜투덜 불만을 내뱉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쿵저러쿵 고민하는 것 보다, 이렇게 어찌 됐든 움직이는 쪽이 훨씬 건설적이다.
최근에는 아무래도 사고가 수렁에 빠져대고 있던 기분이 안 들지도 않지만.
“저기 저기, 한 번만 모의전 해보지 않을래?”
역시나 크로노에게 이길 수 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를 시험해 보고 싶다.
어제까지 익힌 염화같은 마법에 비해서, 확실히 마력을 쓰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자신 혼자서 시험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넘치는 건 마법 초보자로써 어쩔 수 없겠지.
“나로썬 그런 것보다 아까까지의 훈련으로 돌아가는 걸 추천해. 그런 힘 기술에 의지하기보다, 기초를 익히는 쪽이 훨씬 더 유의미하고.”
“그렇대 봐야 그쪽은 전혀 진보 없으니까.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자그마한 기분 전환은 필요하잖아? 거기서 뭔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실제로 훈련 쪽은 벽에 막혀있다. 재능이 없는 상태인 건 알면서 하고 있지만, 그래도 풀죽는 건 죽기 마련이다.
할 수 없는 걸 되풀이하기보다, 얼마간 돌아가는데다 방향성이 바뀐다고 해도 새로운 한 걸음을 걸을 수 있다면 그쪽으로 나아가고 싶어지는 건 인간의 본성이겠지.
“……어쩔 수 없지. 한 번뿐이야.”
내 흥분한 모습에 마지못해 동의해주는 크로노. 이러쿵저러쿵해도 남을 잘 돌보는 성격이라니까, 이 애.
“승부는 먼저 한 발 때린 쪽이 승리. 핸디로써 나는 최초 1분은 공격하지 않아.”
“오케이.”
피아의 전력차를 생각하면 핸디는 당연하다. 크로노는 S2U는커녕 배리어 재킷도 전개하지 않는다.
아, 실제로는 그런 핸디캡이 있건 없건 당해낼 도리가 없지만, 이번은 애초에 승패는 관계없다.
내가 얼마나 움직여낼 수 있는지를 실감하기 위해 크로노가 도와주게 된 것뿐인 이야기다.
카드를 아끼진 않는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간다……!”
“언제라도.”
마력의 출력을 전개. 일격을 내찌르기 위해 디딤축에 힘을 담아…….
공보가 울려퍼졌다.
“이머전시! 수색지역의 해역에서 대규모 마력반응을 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