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쳐날아가라
“빌어먹을―!”
이제 몇 대짼지 세는 것도 바보같을 정도로 솟아나온 꼭두각시 병사들에게 마력을 부딪친다.
움직임을 멈춘 꼭두각시 병사를 크로노가 쳐날린다.
“하아……하아……하아.”
“숨을 헐떡이고 있네. 슬슬 마력 부족이야?”
“누가!”
크로노에게는 그렇게 말을 내뱉었지만, 마력은 둘째치고 몸의 피로 쪽이 문제였다. 정원에 돌입하고 거의 멈춤 없이 달리기만 했다. 특별히 단련하고 있지 않은 초등학생의 체력으로는 제법 힘들다.
크로노 쪽은 중간중간 날거나 했고, 원래부터 몸 쪽도 나름대로 단련하고 있겠지. 숨까지 헐떡이는 이쪽과 비교하면 시원스런 얼굴을 쳐하고 있다.
아―, 젠장. 내일부터라도 몸을 단련해야 하나?
“정말로 마력은 문제없어?”
“당연히. 지금까지 써 온 마력의 4배는 남아 있어.”
무릎에 손을 댄 채로 걱정스러운 듯한 크로노에게 대답한다. 체력은 둘째치고 마력에 대해서는 허세같은 게 아니다. 여기에 올 때까지 제법 마력을 써댄 감은 있지만, 마력 부족까지는 턱없이 멀다.
“정말로 어이가 없는 마력량이네……너, 정말 인간이야?”
“너,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굉장한 말 하네? 멀쩡한 인간이라니까. 어디부터 어딜봐도 평범한 초등학생이잖아.”
“겉보기는 둘째치고, 네 언동에 대해서는 ‘평범’을 부정할 수밖에 없어.”
“근가.”
실제로 평범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살아온 세월만으로 말하면 크로노의 배에 가깝다. 몸의 실제 연령이나 환경 탓인지 정신연령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느낌은 전혀 없지만. 그렇달까 가끔씩 퇴화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살아온 햇수만큼 늙어갔어도 싫지만.
“휴식은 여기까지야. 슬슬 가자.”
“오케.”
크로노의 말에 땀을 닦고 달려나간다. 에이미 씨에 따르면 프레시아가 있는 곳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 휴식이 되겠지. 지금 시점에서는 두 사람 다 부상같은 부상은 입고 있지 않다. 원작에서는 프레시아가 있는 곳에 도착한 크로노는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약간은 나도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혹은 여기부터 뭔가 있는 걸까. 어느쪽이든 약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고, 마음을 다잡은 순간.
“유토!”
“아앗?!”
갑자기 옆의 벽이 무너져서, 걸음을 멈췄던 나와 선행하던 크로노가 분단되었다.
무너져버린 벽에서 우글우글 나타나는 꼭두각시 병사들.
길을 막은 돌조각들의 틈을 엿보면, 앞서가던 크로노의 전방에도 엉터리같이 큰 녀석이 갈 길을 막고 있다.
저건 확실히 나노하와 페이트가 둘이 덤벼서 쓰러뜨린 녀석이던가?
“유토! 잠시동안 스스로 버텨봐!”
“안 말해도 그럴 거야!”
돌조각들의 너머에 있는 크로노에게 소리쳐 대답한다.
아무리 크로노라도, 저 커다란 것과 이쪽을 동시에 대응할 수는 없을 터. 분단된 나를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꼭두각시 병사 상대라면 어떻게든 된다.
“이자식!”
마력을 부딪칠 틈도 없이 내리치는 은빛.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구르면서 그걸 피한다.
이만큼 접근당한 건 처음이지만, 이 정도로 쫄고 있을 순 없다. 다리가 떨리는 건 분명 기분 탓!
구르던 기세로 그대로 일어나, 뒤쪽으로 뛰어서 거리를 번다. 이 사이에 충분한 양의 마력 준비는 완료되었다. 이 뒤는 이걸 부딪칠 뿐이다.
“THE 월드! 시간아 멈춰라!”
이쪽으로 뛰어오는 꼭두각시 병사들에게 팔을 쳐내려서, 대량의 마력을 끼얹는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마력을 받은 꼭두각시 병사들은 그 움직임을 멈춘다.
“으앗, 날았어?!”
마력의 확산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아까 전의 일격에서 피한 한 대가 날개를 펄럭이며 직선으로 이쪽을 향해온다.
녀석의 움직임을 멈출 정도의 마력은 때맞춰 모을 수 없다.
내려치는 참격을 지켜보며 주먹을 강하게 쥔다. 은색 빛을 정면에서 받아들이려는 듯, 주먹을 휘둘――
“무리!!”
참격을 받아들이지 않고 옆으로 뛰어서 피한다. 무리. 저렇게 힘차게 내려치는 검을 맨손으로 막는 건 너무 무섭다. 만에 하나 맞아서 잘려나가거나 하면 농담으로 안 끝난다.
내려치는 검이 마루를 부숴, 함몰시킨다. 받아들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이 틈에 움직임을 멈출 정도의 마력을 모았다.
이번에야 말로 오른 주먹을 휘둘러 내려, 거기에서 쏘아낸 짙은 감색 빛이 꼭두각시 병사를 꿰뚫는다.
이쪽을 향해서 검을 내려치려 하고 있던 꼭두각시 병사는 그 도중에 움직임을 멈추――
“지 않아?!”
내려치던 기세 그대로 검이 홀랑 빠져서 날아왔다. 조금의 빗나감도 없이 내 머리를 노려서 날아오는 칼날.
생각하기 전에 몸이 반응한다. 고개를 약간 기울이자, 그 옆을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는 검.
“우, 우하하하.”
위, 위험해. 마른 웃음을 흘리면서 흘러 떨어지는 땀을 닦는다.
반사신경이 평범했으면 죽었었어. 농담 아냐.
비실비실거리며 주저앉은 참에 굉음이 울린다.
그러고 보면, 돌조각들 저편에 크로노가 싸우고 있었지.
“잠깐, 너희들은 움직이지 마!!”
처음에 움직임을 멈췄던 녀석들이 기기기기 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색을 보여서 다시 마력을 부딪친다.
그보다, 진짜 효율 나쁘네 이거. 제대로 공격 에너지로 변환하면 가루를 내고도 덤이 남을 정도의 마력을 써서, 수십초 정도밖에 움직임을 못 멈춘다니 여러 가지로 너무해.
다행히도 꼭두각시 병사는 가까이 있는 것에밖에 반응하지 못해서, 움직임을 멈춘 틈에 거리를 벌리면 쫓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공격력이 평균 이하인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지만.
“…….”
자신의 주먹과 움직임을 멈춘 꼭두각시 병사를 비교한다. 정말로 안 들을지 좀 시험해 볼까.
반신을 열어 주먹을 당긴다.
“읏차!”
기합 한 번. 허리의 회전에 맞춰, 마력을 실은 주먹을 힘껏 쳐날린다. 오른손에 충격. 주먹에 직격한 꼭두각시 병사는 그 충격에 크게 날아갔다. 만.
“…………전혀 효과 없어―.”
확실히 날아갔다. 하지만 그 금속 갑주는 정말 눈꼽만큼 패인 것 뿐이지, 대미지 다운 대미지를 받은 걸로 보이진 않는다. 혹시 꼭두각시 병사가 제대로 움직였다면 쳐날릴 수 있었을지조차 수상쩍다. 확실히 이래선 크로노가 말한 대로, 제대로 했다간 꼭두각시 병사에게마저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후, 결국은 E랭큰가.”
눈물이 나온다. 방구석에서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가득하지만, 그런 걸 하고 있으면 다시 꼭두각시 병사가 움직이기 시작할테니 후다닥 크로노와 합류하자.
살짝 돌조각에서 고개를 내릴어 보자, 크로노가 지팡이를 큰 꼭두각시 병사에게 찌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팡이로 꿰뚫린 꼭두각시 병사는 크게 그 몸을 흔들고, 그 직후에 아래로 박살나 떨어져간다.
브레이크 임펄스, 였던가? 물체의 고정진동수를 어떻든가 저떻든가 해서 분쇄하는 마법. 사람한테 쓰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기 싫어지는 마법 중 하나다.
일단 주위를 둘러보고, 위험이 없는 걸 확인. 한다름에 돌조각들을 뛰어넘듯 걸음을 내딛는다.
“아앗?!”
정원 전체를 흔드는 듯한 진동이 덮쳐, 발밑의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려, 뛰려 하고 있었던 나는 어중간한 걸음으로 허공으로 내던져졌다.
위아래가 뒤집힌 시야에는 3미터 정도는 될 법한 거대한 바위가 육박해 온다. 위험해.
“유토!!”
크로노의 목소리가 멀리서. 역시나 저만치 큰 건 내 힘으로는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발을 디딜곳이 없는 허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대미지를 줄이기 위해 마력을 모아서, 거북이처럼 몸을 움츠리는 것 뿐.
“――――읏!”
수초 뒤에 찾아오는 충격을 생각해 무심코 눈을 감는다.
하지만 다음에 내가 느낀 건 딱딱한 바위의 충격이 아니라, 뭉클한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뭉클?
“?”
어딘가 느낀 적 있는 감촉에 눈을 떠 보자, 거기에는 알프의 얼굴이 크게 업.
과연. 손등으로 느낀 이 기분 좋은 감촉의 정체는 이건가.
“위험한 상황이었네.”
“살았어. 고마워.”
알프에게 안겨있는 상태로 인사를 꺼낸다. 뭐 이런 부수입. 설령 이걸 준게 알프라고 해도 좋았다.
나노하나 페이트로는 이런 멋진 감족은 얻을 수 없었다. 가슴!
할 수 있다면 손의 방향을 바꾸고 싶지만, 이 뒤에 여러 가지 지장이 생길 건 확실하기에 자중한다.
“읏차.”
알프가 바닥에 착지해 당연히 나도 내려졌다. 가능하다면 프레시아가 있는 곳까지 안고 가 줬으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무사하냐!”
드물게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크로노에게 약간 신선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알프의 덕분에. 그보다, 나노하 일행 있는 쪽을 향한 거 아냐?”
크로노에 대한 대응은 대강 젖혀두고 의문으로 생각하던 걸 묻는다. 분명히 나노하 일행과 합류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말야, 들어봐. 정말.”
갑자기 알프의 표정이 굉장히 나긋나긋해져서, 오싹해서 뒤로 물러난다.
“확실히 처음에는 그 나노하라는 애가 있는 곳에 가려고 했었거든? 페이트가 스스로 그 애를 도우러 가겠대!”
“하, 하아.”
“그 애, 네가 말하는 대로 스스로 일어서 줬어! 나, 정말 기뻐서 말야……!”
어느 샌가 흘러넘치는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하는 알프.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걸 볼 것도 없이, 기뻐서 감극하고 있는 건 알겠지만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해도 좀 곤란하다.
“페이트가 말야, 제대로 끝내서 제대로 진정한 자신을 시작하겠다고……흑.”
“그런가.”
좀 과정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페이트는 스스로 일어서 주었던 모양이다.
애초에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뇌리에 그 광경을 떠올릴 수 있다. 상처 입은 바디시와 함께 일어서는 페이트의 모습. 도우러 온 페이트의 모습을 보고 응응 끄덕이는 나노하의 미소.
아아, 그걸 봤을 때는 정말로 힘이 넘쳤었다. 아니, 그보다 현재 진행형으로 힘이 넘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는 페이트에게 들은 대로 이쪽을 도우러 온 거야?”
“엣? 아, 맞아 맞아. 페이트나 나노하가 네가 믿음직스럽지 않으니 좀 돌봐 달라고. 너, 그리 신용받지 못하고 있구나.”
믿음직스럽지 않은 건 사실인 만큼 불만을 말할 순 없지만, 사람의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문지르면서 그렇게 기쁜 듯한 표정을 짓는 건 왤까.
거기에 우두둑 뭔가가 부서져 떨어지는 소리. 뒤를 돌아보자, 아까 전에 내가 움직임을 멈췄던 녀석이 이쪽을 향하려고 하고 있다.
“너희들은 닥치고 있어!”
팔을 한번 휘둘러 꼭두각시 병사들의 움직임을 멈춘다. 진~짜 효율 나빠, 이거!
“……너, 또 출력 오르지 않았어?”
“시간이 아까워. 서두르자.”
크로노의 말에 입가를 끌어올리며 대답해, 달려나간다.
뇌내 BGM은 페이트가 활약할 때 흘렀던 그 노래. 힘이 안 넘치는게 이상하다.
“너, 못 날았지? 나한테 타.”
알프가 늑대 형태가 되어서 나란히 달린다.
“땡큐!”
알프의 등에 손을 뻗어, 그 등에 올라탄다.
인간 형태로 안고 옮겨주는 편이 감촉적으로는 고맙겠지만, 이건 이걸로 좋다. 알프라이더 정도로 자칭할까.
“어조가 너무 나쁘네…….”
“뭐가?”
“아, 이쪽 이야기.”
“그보다 손님 여러분의 도착이다.”
전방에는 꼭두각시 병사들의 벽. 엉터리같이 큰 녀석부터 자그마한 녀석까지, 큰놈 작은놈 다 모아서 마중이다.
“맡길게!”
충전은 이미 완료했다. 한 팔을 휘둘러 마력을 방출.
움직임을 멈춘 꼭두각시 병사를 크로노가 꿰뚫어, 길을 만든다.
“기다려, 프레시아! 절대로 울려 줄테니까!!”
‘되찾겠어. 이럴 리 없었던 세상의 모든 것을!’
아스라를 통해 린디 씨와 프레시아의 대화가 들려온다.
좀 곤란하다. 총 13개의 주얼 시드에 의해 발생되는 차원진. 나노하가 구동로를 봉인했다고 해도 차원단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다.
린디 씨마저 억누르지 못한다는 모양이라 혀를 찬다.
“저쪽이야! 저 앞에 프레시아가 있는 방이야!”
“좋아!”
알프가 가리킨 문은 반쯤 부서져 떨어진 돌조각에 막혀 있었다. 크로노는 망설임 없이 포격을 부딪쳐 길을 만든다.
지금부터는 크로노 군의 슈퍼 명언 타임.
“세계는 언제나! 이럴 리 없었던 것들뿐이야! 한참 옛날부터 언제나! 누구나 그래!”
크로노가 뛰쳐들어 외치고 있는 사이에, 포격으로 발생한 분진에 섞여 나와 알프는 산개해서 돌조각 뒤쪽을 슬금슬금 움직인다.
지금의 프레시아에게는 뭘 말해도 통하지 않고, 이쪽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오버 S랭크인 마도사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할 마음은 전혀 없다.
주얼 시드는 프레시아의 지팡이에 수납되어 있는 건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여하튼간에 저 지팡이를 뺏는 게 우선인가.
프레시아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 있는 알프와 염화로 타이밍을 전한다.
“이럴 리 없었던 현실에서 도망칠지, 아니면 맞서 싸울지는 개인의 자유야! 하지만 자신이 떼쓰는데 증오와 무관계한 사람들을 말려들게 해도 좋은 권리는 어디의 그 누구도 있을“기습 감사!!”
크로노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돌조각들 뒤에서 뛰쳐나온 나는, 양손으로 잡은 돌맹이를 전력으로 던진다. 시야의 구석에서 크로노가 얼굴을 찌푸린 기분이 들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내 마력을 부여했다고 해서 돌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을테니, 그냥 힘줘서 던졌을 뿐이다. 하지만 단순한 돌이라고 해도 나름대로 크고 나름 빠른 속도를 가지고 날아가면 충분히 흉기로 변한다. 신체능력을 강화한 내 완력으로 던졌으니, 맞으면 아픈 정도론 끝나지 않는다. 아마도.
물론 단순한 돌맹이 같은 건 프레시아 입장에서 움직일 필요 없이 막을 수 있겠지.
“프레시아!!!”
『Blaze Cannon.』
전투 능력에 제로에 가까운 나는 미끼일 뿐이다.
알프가 돌조각 뒤에서 뛰쳐나와, 주먹을 후려갈긴다. 동시에 S2U에서도 푸른 섬광이 달린다. 얼리샤의 캡슐을 등지고 있는 이상 프레시아는 막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다.
내가 투척한 공은 허공에 생겨난 유리 결정같은 장벽에 튀어나갔다, 알프의 주먹과 크로노의 포격도 마찬가지로 손과 지팡이 끝에 생겨난 마법진 실드로 막혔다. 미쳤대도 오버 S랭크. 그렇게 쉽게 될 리는 없나.
“방해하지 마!”
주먹과 포격은 마법진의 폭발로 튕겨나가, 상쇄된다.
프레시아가 낸 소리와 동시에 그녀와 얼리샤를 뒤싸는 듯한 무수한 광구가 나타난다.
위험해――하고 소리를 내기 전에 도망을 준비한다.
“으아아?!”
비내리듯 내리쬐는 벼락 화살을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한다. 다행이라고 할까 이쪽으로 날아 온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잽싸게 돌조각들 뒤쪽으로 몸을 날려 엎드린다. 포톤 랜서가 박살낼 때마다 흩어진 파편이 떨어져 오지만, 그런 건 신경쓸 여유도 억다.
“그 소리, 아까 잔뜩 제멋대로 지껄여 준 꼬마인 모양이네…….”
프레시아의 공격이 멈췄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들켰다. 몸을 엎드린 채로 슬금슬금 그 자리서 떨어진다. 같은 위치에 머무르는 건 곤란하다.
크로노와 알프의 반응이 없지만, 아무래도 저걸로 끝난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미끼로써 조금이라도 프레시아의 정신을 뺏는다. 그것 밖에 없다.
없지만……하기 싫은데에. 제대로 돌진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빡친 프레시아 씨의 눈길을 끄는 것도 부디 거절하고 싶다. 아까는 넘치는 기세로, 생각하는 대로 입을 놀렸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면 그건 너무했다. 말하는 게 너무나 유치해서 창피했다. 그보다, 프레시아에게 하는 말이 통한다면 아무도 고생 안해―.
분위기랑 기세라는 건 무섭다.
“안에는아무도없어요.”
“그쪽!”
“으잇?!”
무심코 낸 소리에 바로 랜서가 발사되었다. 벽으로 삼은 돌조각이 박살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위험하네, 어이! 말없이 공격하는 건 너무하잖아?!”
그 순간 발을 스프링으로 삼아 공중 앞구르기. 바로 직전까지 몸이 있었던 곳에 구멍이 생겼다. 우와아.
“꼬맹이 상대로 뭘 죽일 기색 가득한 거야! 어른이라면 애를 돌봐!!”
소리치면서 그 자리에서 달려나가 다음 돌조각들 뒤로 몸을 숨기지만, 프레시아는 봐주지 않고 랜서를 계속 쏴날려온다.
그 모두가 나 자신을 노리는 건 아니고, 아슬아슬하게 내게 직격하지 않도록 발밑이나 눈앞의 벽을 노리고 있다.
젠장, 완전히 쳐놀고있네. 일격으로 쏴맞추는게 아니라, 고양이가 쥐를 괴롭히듯 서서히 이쪽을 몰아넣을 기세다. 나는 거기에 대해 발을 멈추지도 못하고, 오직 볼성사납게 달려서 몸을 굴릴 수밖에 없다.
“후후. 너는 집에 들어온 벌레를 보살피니?”
너무 전형적인 대답에 눈물이 나온다.
“이런 가녀린 어린애한테 벌레라는 건 감성이 이상하잖아!”
발밑이 날아간 기세로 한바퀴 돈다. 위를 향해 쓰러지지만, 바로 온몸을 용수철로 삼아 벌떡 일어난다.
“가녀린 어린애? 누가?”
“정말 그러게.”
프레시아의 목소리에 대답한 건 내가 아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크로노가 프레시아의 머리 위에서 디바이스를 휘둘러 내린다.
『Stinger Snipe.』
한 가닥의 섬광이 나선을 그리며 프레시아를 향한다. 그리고 동시에 번개 탄환이 내려쬔다. 설치형인 포톤 랜서 멀티 샷.
프레시아가 왼손을 들어서 발동시킨 실드가 스팅어 스나이프를 튕겨내, 랜서는 자동으로 발동된 것으로 보이는 장벽에 막힌다. 거기에 날아오는 한 줄기의 그림자. 알프가 뛰어든 기세로 그대로 주먹을 내려친다. 내려치는 주먹도 장벽에 막히지만, 알프는 그럼에도 더더욱 주먹을 날리고자 그 자리에 발을 멈춘다.
“우와아아아앗!”
포효. 알프의 주먹이 마침내 프레시아의 장벽을 부숴, 소실시킨다. 프레시아의 반격을 경계한 알프는 바로 뒤로 빠져 거리를 벌린다.
“스나이프 샷!”
그 틈을 놓칠 크로노가 아니다. 튕겨나간 빛의 채찍을 되감아 재장전. 첫 공격에 비근한 속도로 다시 쏴낸다.
덮쳐오는 빛에 대응하듯 포톤 랜서가 내쏘이지만, 빛의 채찍은 그걸 깡그리 박살내며 프레시아에게 육박한다.
프레시아가 손에 든 지팡이로 그걸 후려친다. 지팡이의 끝이 보라색 마력광에 감싸여, 빛의 채찍과 격돌한 순간에 폭발한다.
이걸로 끝, 일리는 절대로 없다. 나는 다행이라는 듯 거리를 벌려, 크게 숨을 들이마쉰다.
“유토! 너는 이제 됐어. 물러나 있어!”
그런 말 할 것도 없다. 하지만 프레시아에게는 말하고 싶은게 하나 남아있다. 돌조각의 꼭데기에 진을 치고 큰 소리로 소리친다.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고 패션 결정해, 아줌마! 그러니까 장래에 딸이 노출광이 되는 거야! 이 히스테리 할머니!!”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후딱 돌아가! 이 멍청이!”
아, 알프가 넘어졌다.
“잠깐, 으아앗?!”
말하고 싶은 걸 토해내서 속이 편해진 것도 잠시, 폭연의 속에서 마력 사슬이 날아온다.
당황해서 재빨리 물러서 그걸 피했지만, 이어서 두 줄기째의 사슬이 하늘에서 내 다리를 붙들어맨다.
“이런……으아아아아?! 아파! 아파!”
땅바닥에 내팽겨쳐진 뒤, 어마어마한 기세로 프레시아 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아파!
머리가 쾅쾅 땅바닥에 부딪치며 쓸려가고 있는게! 바로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도 아픈 건 아프다.
“바보!”
“이게!”
“방해하지 마.”
바로 크로노와 알프가 움직이려 하지만, 바닥에서 솟아오른 꼭두각시 병사들이 사이에 끼어들어 온다.
두 사람 다 적은 수의 꼭두각시 병사들이라면 방해조차 되지 않지만, 프레시아에게 있어서는 얼마간 시간을 벌면 그걸로 충분했다.
“움직이지 마.”
꼭두각시 병사들을 박살낸 크로노 일행의 움직임을 멈춘 건 프레시아의 소리와, 그 프레시아에게 머리를 잡힌 내 모습이었다.
“움직이면 이 애의 목숨은 없다?”
“젠장……!”
한손으로 목을 꾸구국 쥐어 올려, 고통의 신음이 새어나온다.
젠장, 분위기에 너무 타서 실수했다. 자신의 실태를 후회해 봐야 때는 이미 늦었고.
어린애의 몸이라고는 해도, 목을 한손으로 들어 올리는 상태만으로도 제법 괴로운데, 거기에다가 조이고 있으면 제법 힘들다, 이거.
“젠장!”
“칫.”
그 크로노도 나라는 인질이 있어서는 생각처럼 움직일 수 없다. 알프도 움직이지 못하고 혀를 차고 있다.
“이 애의 목숨이 아깝다면, 그쪽의 주얼 시드를 건네렴. 그렇게 하면 이 애는 돌려 주겠어.”
내 목을 쥐어올리며 프레시아가 천천히 크로노에게 눈길을 돌린다.
프레시아가 앞으로 정말 약간만 힘을 담으면, 내 목은 시원스레 잘려 버리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거절한다.”
약간의 망설임 뒤에, 크로노는 단호하게 말했다.
주얼 시드를 건네면 수많은 세계를 말려들게 하는 차원진이 발생한다. 어린애 하나의 생명과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니,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렇겠지.”
프레시아 쪽도 진심으로 거래를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어서, 무뚝뚝한 소리를 내며 그 눈길을 나에게 향한다.
“잘도 굉장히 제멋대로 지껄여 줬구나? 네게는 잔뜨으?!”
잔학한 미소를 띄웠던 프레시아의 목소리가 중간에 잘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벗어던진 신발이 얼굴에 직격한 탓이다.
“이, 이자식……!”
“후, 후하하……꼴봐라.”
분노의 표정을 띄우는 프레시아에게 비웃음을 향한다. 목을 졸리고 탓에, 목소리가 쉰 느낌인 건 볼썽사납지만.
그리고, 조금만 더.
“바보! 이 상태에서 상대를 화내게 해서 어떡할거야?!”
크로노의 욕설이 날아온다. 뭐어, 확실히 크로노가 말하는 대로지만 이대로 목을 죄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조금이라도 보답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서야 가치가 생기는 인질이기에 더더욱, 이 정도로 바로 살해당할 일은 없을 거고.
“어머니!”
“페이트!!”
알프의 목소리에 눈길을 향하자, 뛰쳐들어오는 페이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뭘 하러 온거야?”
프레시아의 말에 페이트의 발이 멈춘다.
“더는 네게 용무는 없어. 사라지렴.”
페이트는 한순간 슬픈 듯 눈을 내리뜨지만 바로 또렷히 눈길을 프레시아에게 향한다.
할 수 있어.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 왔습니다.”
“……너?!”
프레시아가 경악의 소리를 낸다. 상대는 페이트가 아니라, 이 나. 깨닫는게 정말 약간 늦었다. 이미 내 준비는 갖춰져 있다.
나는 목이 죄였을 때부터 프레시아의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담아, 미소를 띄운다.
“쳐날아가라.”
“잠깐!”
그 소리를 신호로 마법을 발동시킨다.
내 제어력은 극단적으로 부족한 탓으로, 마법으로써 발동시킬 때 마력은 제어를 잃고 폭주한다. 폭주한 마력은 그 힘을 순수한 파괴 에너지로 변화시켜, 폭발을 일으킨다. 물론 쓴 마력이 크면 클수록 그 규모도 파괴력도 크게 오른다. 쉽게 말하면 단순한 자폭.
설령, 프레시아라 해도 이만치 가까운 거리에 기습이라면 방어도 제 때 맞지 않을 터. 마력도 충분한 양을 모았으니까, 파괴력도 문제 없다.
내 손에서 거대한 섬광이 흘러나와, 눈 깜짝할 새 나와 프레시아를 삼킨다. 훈련에서도 이만큼의 마력을 폭발시킨 적은 없어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뭐어, 페이트 일행이라면 이 거리라도 어떻게든 방어는 제때 할 수 있겠지.
이 출력으로 마력을 폭발시키면 죽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나는 의식을 잃는다. 프레시아가 기절할지 어떨지는 미묘한 선이지만, 본인도 차원마법을 써서 몸에 부담이 걸리고 있는 이상 쉽게 끝나진 않겠지. 그 뒤는 크로노에게 죄다 맡기는 거고.
시야를 섬광이 가득 메우는 사이, 나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