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화 변신
“……토 군! ……군!”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멀다. 말도 띄엄띄엄해서 뭘 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정……려! ……군!”
“……군”
뿌연 의식 속에서 천천히 눈꺼풀을 든다. 시야에는 넋이 나간 것 같은 누군가의 우는 얼굴.
서서히 흔들리던 윤곽이 모이며, 시야가 분명히 보여간다.
“유토 군! 정신 차려!”
눈물 띈 눈으로 외치는 나호의 목소리에, 간신히 의식을 각성시킨다.
“……여어, 건강해, 보이네.”
“유토 군! ……훌쩍, 다행이야.”
눈물을 훌쩍 머금은 나노하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려고 하다가, 팔에 찾아온 통증에 무심코 신음을 내 버린다.
“가만히 있어. 큰 부상은 아니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는게 좋아.”
아무래도 지금 나는 위를 보고 누운 채로, 유노에게 치료 받는 도중인 모양이다.
온몸을 찌르는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움직이자, 쓰러져 있는 프레시아를 구속한 크로노와 그걸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페이트, 다가붙어있는 알프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 모양이다.
주변 일대는 나와 프레시아가 있었던 걸로 추측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방사형 균열이 만들어져 있었다. 얼리샤의 캡슐도 땅에 떨어져 있었지만, 프레시아가 방어마법을 펼치고 있었는지 캡슐 그 자체는 무사했다.
“얼마나 기절하고 있었어?”
“일분 정도려나. 우리들이 여기에 왔을 때, 딱 네가 자폭하고 있었어.”
“차암! 그런 무모한 짓 하면 안 돼! 무진장 걱정했으니까!”
나노하가 눈물을 닦고, 화난 듯이 뺨을 부풀린다. 아이 같은 그 모습에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온다.
“유토 군!”
“미안해.”
그런 나를 나노하가 노려봐서, 여기선 얌전히 사과한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었잖아? 라고 말했다간 버스터로 벌을 받을 것 같으니 말은 않겠지만. SLB같은 건 다시는 먹고싶지 않아.
그 상황에서 주저했다간 프레시아에게 눈치채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 입장선 다른 애들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고른 최선의 행동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걱정을 끼친 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탓으로 원작보다 사태가 악화되거나 하는 게 싫다고 뒷일을 생각 안 하고 저지른 건 인정한다. 다만, 저런 상황이 되어 버린 시점에서 논외겠지만. 발목을 잡진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실패했네.
그 프레시아에게 불만을 토하는 건 좀 더 안전한 곳에서 해야 했다. 크게 반성.
“크로노도 화냈어. 아스라에 돌아가면 린디 씨와 둘이서 설교한다고.”
“으에.”
크로노의 설교만으로도 길 것 같은데 거기에 린디 씨가 더해지면 어떻게 되지. 평소에는 온화한 만큼, 이럴 때는 그 반동이 클 것 같아서 무섭다.
정좌로 한 시간 코스같은 걸 각오 안 하면 안 되려나.
축 늘어지는 나를 보고 나노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응응 끄덕였다.
“잔뜩 무모한 짓 해서 모두를 걱정시켰으니까 당연해.”
무모한 짓 하는 건 너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잘 보면 나노하나 유노의 배리어 재킷은 군데군데 대미지를 받고 있다.
부상같은 건 입지 않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구동로까지 상당한 격전이었던 모양이다.
“뭐, 일단 이걸로 한 건 해결인가.”
원인인 프레시아가 구속당한 걸로, 주얼 시드에 의한 차원진도 억누른게 된다. 이 뒤에 나 같은 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사건 처리는 크로노 등, 관리국의 일이다.
프레시아가 살아남은 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모른다. 페이트가 제대로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는지 걱정스럽지만, 내가 말을 꺼낼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나노하와 알프에게 케어는 맡겨두자.
……괜찮은 거지? 같은 걸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일이 갑자기 일어났다.
――먹고싶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머리에 그 말은 조용히 울렸다. 온몸의 털이 솟는 감각. 무심코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프레시아에게서 오버 S랭크의 마력반응 발생!』
“으앗?!”
에이미 씨의 경고와 크로노의 비명이 들려온 건 완전히 동시였다.
“어머니!”
“안돼, 페이트! 뭔가 위험해!”
뭐야? 의식을 잃은 프레시아에게서 묘한 빛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게 크로노를 쳐날리고, 뭔가 필드를 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페이트가 프레시아에게 달려들려고 해서 알프가 억누르고 있다.
확실히 알프가 말하는 대로, 저건 뭔가 위험하다. 모두가 긴장과 경계로 가득한 눈길로 프레시아에게서 흘러넘치는 빛을 바라보고 있다.
――먹고싶다.
다시, 아까 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고, 다음 순간 그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엑.”
프레시아의 위에 사람의 머리정도 되는 것 같은 거대한 눈깔이 출현한다. 거기에서 와이어 프레임 같은 보라색 빛이 윤곽을 만들어, 프레시아 자신도 그 안에 포함되어 간다. 그리고 프레임 사이를 채우는 듯 하얀 빛이 넘쳐간다.
“뭐야……저거?”
나노하의 혼잣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거 내가 묻고 싶을 정도다.
저런 게 나온다니 들은 적 없어. 정말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태에 나는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뭐가 일어나고 있어? 왜 프레시아한테서 저런 눈깔이 튀어나와? 그보다, 저거 뭐야? 먹고싶다니 뭐를?
하얀 빛이 가득찬 뒤에 모습을 드러낸 건 거대한 눈깔을 중심에 곁들인 구체, 인가? 직경 3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구체. 기하학모양으로 새겨진 금속질의 빛. 거기에서 몇 줄기의 촉수같은 게 나온다. 거대한 눈깔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그게 이쪽을 향했을 때 딱 움직임이 멈춘다.
――찾아냈다.
“저기? 저거, 확실히 이쪽을 노리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쁜 예감에 얼굴을 굳히면서도, 나노하는 레이징 하트를 잡고 경계태세에 들어가 있다. 나노하만이 아니다.
크로노도 페이트도 디바이스를 잡고 임전상태다. 나도 유노에게 어깨를 빌리며 눈깔과 마주본다.
“다들, 긴장을 늦추지 마. 이녀석의 정체는 불명이지만, 확실히 적의를 가지고 있어. 에이미!”
『아스라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데이터 있음! 이녀석은……제 이급 봉인·파괴지정 로스트 로기아, ‘몬트리히트’!』
“몬트리히트……?”
그런 이름 들은 적 없어. 뭐야 그거.
몬트리히트라는 이름인 모양인 눈깔는, 이쪽에 눈길을 고정한 채로 촉수 비스무리를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있다. 눈깔 외의 부분은 기계 같지만, 생생한 눈깔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굉장히 기분 나쁘다.
『사람의 링커코어에 기생해서 마력을 계속 빨아들이는 기계생명체! 이 녀석이 들러붙은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당해서, 이윽고……제정신을 잃어……!』
에이미 씨의 말에 안색을 바꾸는 페이트. 데이터를 읽어나가는 에이미 씨의 목소리에 비통의 색이 섞여 있었던 건, 페이트를 걱정했기 때문이겠지.
그 데이터가 옳다고 하면, 프레시아가 미쳐서 페이트를 증오하게 된 모든 원흉은 그야말로 이 녀석일 높다.
“이 녀석이……이 녀석이 어머니를……?”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중얼거리는 페이트. 알프가 억누르고 있는 탓인지, 다행히도 페이트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
자신을 학대하고, 절망을 들이댄 어머니가 자연스레 미친게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어서, 그게 눈 앞에 났다났다고 하면.
“안에 먹힌 프레시아 테스타로사는 어떻게 되어 있어?”
페이트와 눈깔의 양쪽을 신경 쓰면서 물어보는 크로노. 적의 마력은 오버 S랭크. 능력은 미지수. 경솔하게 덤벼들만한 상대는 아니다.
지금의 질문은 페이트에게 들려줘서 진정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거겠지.
『프레시아 테스타로사의 바이탈 확인! 지금은 살아 있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위험할지도!』
그 말을 들은 페이트는 바로 행동을 일으킨다.
『Thunder Smasher.』
디바이스를 잡고, 금색의 마법진을 형성시킨다.
“선더――――――!”
“안돼! 페이트! 전격계 마법은 안의 프레시아까지 대미지가 가!”
“――으!”
크로노의 말에 페이트의 움직임이 멈춘다. 상대는 금속. 프레시아가 그 안에 갇혀 있다면, 전격에 따른 공격은 그대로 안의 프레시아에게도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들, 주의해! 한 번 그 녀석이 들러붙으면 그대로 벗겨낼 수 없어!』
페이트의 마력에 반응 한건지, 꾸불꾸불거리고 있던 촉수가 딱 움직임을 멈춘다. 여전히 눈길은 이쪽에 고정된 채지만, 굉장히 나쁜 예감이 가득하다.
“만에 하나, 들러붙은 경우의 대응방법은 있어?”
『에에, 그 때, 들러붙은 사람보다 큰 마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에게 들러 붙으려고 실체화 하는 모양이야.』
“그렇다는 건, 지금 여기에 프레시아 씨보다 큰 마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니까, 저게 튀어나왔다는 소리?”
“어머니보다 큰 마력을 가진 사람……?”
페이트의 말에 모두의 눈길이 일제히 나에게 집중된다.
“에, 저게 나온거 내 탓?”
나쁜 예감 적중. 크로노가 힘껏 찌푸린 얼굴로 끄덕인다.
그걸 신호로 삼은 건 아니겠지만, 멈춰있던 촉수가 일제히 이쪽을 노려서 날아온다. 그 숫자는 가볍게 총 10을 넘는다.
“디바인 슈터! 슛!”
“포톤 랜서! 파이어!”
“스팅어 스나이프!”
그것들을 금색과 분홍색, 푸른 섬광이 모두 격추하고, 나는 유노의 어깨를 빌린 채로 뒤쪽으로 난다. 유노의 치료 덕분에 어느정도의 아픔은 있지만, 움직이는 것 자체에 지장은 없다.
“에이미! 유토를 아스라에 전송 시켜줘!”
눈깔이 노리는 건 틀림없이 나. 그리고 내 힘은 논외. 꼭두각시 병사와 다르게, 독립가동 타입인 이 녀석에게 대량의 마력을 퍼부어도 효과는 없다.
그런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방해가 될 뿐. 여기까지 와서 외야로 밀려나가는 건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종료……엣!』
우와, 에이미 씨가 낸 소리에 다시 나쁜 예감밖에 안 든다.
『몬트리히트에게서 시간의 정원 전체를 덮는 듯이 결계가……으……!』
에이미 씨의 목소리가 중간부터 노이즈가 섞인 뒤에 들리지 않게 된다.
“혹시나……갇혔나?”
“그런 모양이네.”
에이미 씨가 남긴 말과 상황에서 추측하면, 아마 이 눈깔 자식이 통신과 전이를 방해하는 결계를 펴고 있는게 틀림없다.
페이트 일행에게 격추된 촉수는 잘린 부분부터 재생하고 있다. 폼으로 프레시아의 마력을 계속 흡수한 게 아닌지, 전투력도 터무니없이 높은 모양이다.
이런 거한테 노림받는 건 정말 봐줬으면 한다.
날카롭게 번득이는 몬트리히트의 눈이 빙글빙글 움직이며, 우리들을 노려본다. 마치 사냥감을 찾은 육식동물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 같다.
이 경우 메인 디시는 역시 나겠지. 저런 날 것 같은 거 한테 기생 당한다니, 소름 끼치는 이야기다.
“칫! 유노는 유토를 보호해! 남은 전원은 한번에 공격!!”
“응!”
크로노의 말에 유노 외의 전원이 수긍해, 몬트리히트를 둘러싸듯 이동해서 행동을 개시한다.
“체인 바인드!”
우선은 알프가 바인드. 마력 사슬이 몬트리히트의 촉수에 얽혀붙어 구속한다. 그 틈에 바디시를 잡은 페이트가 접근. 검은 전투도끼에 금색 칼날이 빛난다.
“하아아아아앗?!”
전투용 낫을 쳐내리려고 한 페이트의 얼굴에 경악이 달린다. 알프가 구속한 것과는 별개로 촉수가 더더욱 생겨나, 그 손을 뻗는다. 필연적으로 페이트는 쳐내리려 했던 손을 멈추고 회피동작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뻗은 은의 마수를 춤추듯이 피하고 전투용 낫으로 잘라넘겨, 몬트리히트에게서 떨어지는 페이트.
“스팅어 블레이드 익스큐션 시프트.”
“디바인―――――! 버스터―――――!!”
거기를 노려 공격하는 두 사람의 마법사. 검 모양으로 푸르게 빛나는 칼날이 무수히 쏟아지고, 분홍빛 섬광이 구체를 통째로 삼킨다.
“됐나……?”
“야, 그 대사는 실패 플래그야!”
크로노가 중얼거린 말에 반응하듯, 다섯 개의 섬광이 솟구친다.
“윽!”
다섯 개의 섬광은 우리들을 각각 노려치고, 이쪽으로 날아온 건 유노가 막는다.
“그런……멀쩡해?”
자신에게 날아온 섬광을 막은 나노하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몬트리히트는 폭연에서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 그 장갑은 가벼운 빛을 내뿜고 있다. 충격을 받고 있는 건 나노하 만이 아니다. 크로노도 페이트도 조금이나마 놀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노하의 포격을 먹고 멀쩡하다니 무슨 사기.
“아니, 아냐. 녀석의 갑주는 순수 마력 대미지를 안 받는 거야. 녀석의 공격에 대응했을 때, 물리 대미지로 설정했던 스팅어 스나이프는 확실히 녀석의 본체에 상처를 줬어.”
처음 촉수를 상대했을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이미 재생한 건지 이쪽에서는 상처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럼 물리 대미지 설정으로!”
주먹으로 손바닥을 팡 때리며, 사나운 미소를 띠는 알프. 왠지 굉장히 기쁜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인걸까.
“그래도, 조절을 잘못하면 어머니가…….”
“읏, 그런가.”
알프 자신은 프레시아의 안부따위 어쨌건 좋겠지만, 프레시아에게 뭔가 있으면 페이트가 슬퍼하게 된다. 그건 알프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물리 대미지라면 통하겠지만, 그 위력이 너무 크면 녀석의 갑주를 뚫은 만큼의 피해는 그대로 프레시아가 받게 된다.
“어중간한 대미지는 바로 재생하는데다, 자칫 큰 대미지를 줬다간 프레시아가 위험해. 너무한 핸디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어. 반드시 어머니를 되찾겠어.”
힘차게 선언한 페이트는, 힘껏 바디시를 거머쥔다. 지금의 페이트에게는 주저도 망설임도 없다.
프레시아가 미친 원인이 녀석이라면, 녀석을 쓰러뜨려 프레시아를 구출하면 얼리샤의 기억에 있는 상냥한 어머니로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을지도 모른다.
“응, 하자. 우리들도 협력할테니까, 같이 힘내자!”
“아아, 어찌됐건 녀석은 내버려 둘 수 없어. 저런 위험한 걸 놓아줄 순 없으니까.”
나노하도 크로노도 기력 가득. 그보다 최종 보스였을 터인 프레시아가 한바퀴 돌아 붙잡힌 히로인이라니 뭐야 이 초전개.
뭐, 알기 쉬운 최종 보스가 나와 준 건 좋지만, 내 입장에서는 예상 밖의 사태에 따돌림 당한 기분이다.
그리고 최종 보스의 타깃이자, 근접 전투밖에 할 수 없는데다가 날 수 없는 나도 히로인 포지션이군요, 알겠습니다.
페이트와 프레시아가 화해 할 수 있는 것 같은 상황이 나온 건 좋지만, 그것 외에는 전혀 기쁘지 않다.
“알프는 저 애를 지켜줘.”
“아아, 맡겨둬.”
아까처럼 날 수 없는 나를 개 형태로 태워 주는건가.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몬트리히트가 움직인다.
철컥 하고 온몸 곳곳에서 녹색 보석이 열려, 빛나기 시작한다.
“아―, 또 나쁜 예감.”
“온다!”
크로노가 외친 직후, 무수한 보석에서 섬광이 솟구친다. 무차별적으로 뿌려대는 빛은 그 진로에 있는 걸 최 박살낸다. 뭐야, 이 초 파괴병기.
“큭……무거워!”
이쪽에 날아 온 건 단단하기로 평판있는 유노 선생님이 모두 막는다. 하지만 섬광의 탄환은 끊임없이 쏟아져, 용서없이 유노의 실드를 깎아낸다.
갑자기 탄환이 멈춘다. 역시나 이만큼의 공격을 무제한으로 쏴내는 건 불가능한 건가. 녹색 보석은 마치 충전 카운트다운을 표시하듯 점멸하고 있다.
“유토! 유노! 발 아래를 조심해!”
“에?”
몬트리히트의 촉수 몇 줄기가 땅에 박혀 있는 걸 눈치챘을 때는, 때가 늦었다.
“으와아아아아아?!”
“유토!”
마루를 뚫고 온 촉수에 유노가 튕겨날아가, 나는 발을 잡혀서 그대로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또 이런 신세냐――――?!”
방금 전도 마찬가지로 프레시아에게 붙잡혔던 참인데. 하늘에 날아 오른 채로 몬트리히트의 눈깔과 눈길이 마주친다.
―먹는다.
아까 전까지와는 다르게, 머리에 소리가 울리는 게 아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눈길은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녀라면 몰라도 눈깔한테 먹히는 건 진짜 싫다고―――――!”
마음 속 깊이 절규했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나에게는 허공에서 쓸 수 있는 기술따위 없다. 이대로 촉수에게 끌려가서 녀석에게 먹히는 광경이 뇌리를 스친다. 실제로는 먹히지는 않고, 저게 내 링커 코어에 기생해서 마력과 정신을 먹어 치우는 거겠지만, 어느 쪽이든 전력으로 사양하고 싶다.
“그렇게 안 둬!”
시야를 스친 건 검은 그림자. 금빛 섬광이 촉수를 찢어발겨, 자그마한 손이 내 몸을 안아 붙든다.
“사, 살았다! 고마워! 페이트! 사랑해!”
“에? 아, 엣, 저기.”
일단 저 거대 눈깔에서 달아난 감격이 넘쳐, 무심코 페이트에게 안겨붙는다. 페이트가 당황하거나, 페이트가 안아올리는 꼴인 내가 폼 안 난다거나, 순간적으로 내가 무슨 말을 꺼냈다거나 등등 깡그리 다 신경 쓰고 있을 수 없었다. 그만큼 본능적인 공포가 컸던 거다.
“디바인 슈터! 슛!”
“블레이즈 캐논!”
디자인 슈터가 촉수를 찢어발겨, 크로노의 포격이 날아간다.
직격 코스! 그보다, 저 위력이면 프레시아 안 위험해? 하고 난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건 기우 수준이 아니었다.
디바인 슈터는 몬트리히트를 감싸듯 전개된 구형 실드에 튕겨나가, 그 위에 전개된 판형 실드가 블레이즈 캐논을 막는다. 블레이즈 캐논은 그대로 아무런 저항 없이 판에 빨려 들어가 사라진다. 하지만, 판형 실드는 사라지지 않고 푸른 빛에 감싸여 있다.
“아, 또 나쁜 예감.”
“설마……마력 반사 실드?!”
내 중얼거림과 유노의 비명이 겹친다. 실드가 한층 강하게 빛났다고 생각한 직후, 크로노의 마력광과 같은 빛이 확산되듯이 내쏘인다.
“윽!”
나와 페이트가 있는 곳은 완전히 그놈의 사정거리 내. 나를 안은 채로 페이트가 회피행동을 했지만, 양손이 막혀있는데다가 확산 수준이 말도 안 됐다.
“앗!”
“페이트!”
나를 감싸듯 몸을 내던진 페이트의 등을 마력탄이 스친다. 페이트의 얼굴에 아픈 빛이 떠올라, 그 충격으로 다시금 나는 튕겨나간다.
젠장! 완전 너무 짐이잖아!
안에 내던져진 나에게 다시금 촉수가 덮쳐온다.
“젠……장! 날것 주제에 분위기 타지 마――――!!”
마력을 오른 주먹에 입중. 내 몸을 잡으려 한 촉수에게 주먹을 후려친다. 그 충격으로 촉수는 나로부터 궤도를 바꾼다.
이어지듯 다른 촉수가 몇 줄기나 날아오지만, 그건 초록 사슬에 막혔다.
“알프! 페이트를!”
나는 낙하속도를 늦추는 마법을 발동시키며 소리친다. 내가 소리칠 것까지도 없이, 알프가 자세를 무너뜨린 페이트를 받아들인다.
알프가 받아든 페이트는 바로 자력으로 날아올라, 바디시를 고쳐쥔다.
확산시켜 반사한 덕인지, 페이트의 대미지는 생각보다 적어 보인다.
거기에 안도하면서도, 아까 전 눈앞에 보였던 페이트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뇌리를 스친다.
“빡쳤어! 이 눈깔자식! 절대, 쳐날려준다!”
머리에 피가 오른 나는 소리치면서, 한손을 짚고 바닥에 내려선다――그 순간, 내가 착지한 바닥이 갈라진다.
“에?”
프레시아와의 전투나 차원진, 그리고 몬트리히트와의 전투로 상당히 바닥 상태도 나빠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낙하속도를 약간 줄였다고는 해도, 내가 착지했을 때의 충격이 바닥의 내구 한계에 막타를 쳐넣은 모양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다시금 뛰어오를 틈도 없이, 나는 바닥의 붕괴에 삼켜졌다.
유토가 바닥 붕괴에 삼켜지고 10분 정도 지나려 하고 있었다.
그를 구출하는 데는 유노를 보냈고, 남은 모두가 응전하고 있지만, 전황은 좋지 않았다.
강력한 재생능력에 더해 마력공격을 흡수, 확산시켜서 반사하는 실드가 번거롭기 짝이 없다. 다행히, 마력 반사 실드는 한 번에 한 방향으로밖에 전개할 수 없는 건 판명했지만, 보통 실드도 예상 이상으로 단단하다. 나노하 일행의 힘이라면 깨부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문제는 프레시아가 안에 있는 이상 너무 강력한 공격을 경솔하게 날릴 수도 없다.
몬트리히트의 방어를 뚫고, 그러면서도 프레시아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힘조절을 하라는 건 입으로 말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인원들 중에서도 그정도의 기량을 가진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마법을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노하는, 비살상 외의 방법으로 미묘한 힘조절을 하는 기술은 아직 익히지 못했다.
페이트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는 기준을 만족하고 있지만, 상대가 어머니를 집어삼키고 있기에 중요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질 못한다.
크로노의 공격은 반사 실드로 막혀, 그 외의 공격은 마력 실드나 갑주에 막힌다. 상대의 공격은 촉수만이 아니고, 충전이 완료되면 폭풍같은 난사.
이쪽이 격추당할 일은 없겠지만, 마력을 소비하기만 하고 몬트리히트에게 결정적인 대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력로의 봉인에 마력 대부분을 쓴 나노하의 여력이 부족하다. 원래 나노하 본인의 체력은 동년배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해상 결전에서 여기에 이를 때 까지 연전으로 마력도 체력도 바닥이 보이려 하고 있었다.
“모냐 도냐, 돌격한다! 서포트를!”
“기다려, 페이트! 그건 무모해!”
그런 나노하의 여력을 알아챈 페이트가 크로노가 막는 걸 뿌리치고 접근전을 시도한다. 무수한 촉수로 된 방벽에 더해, 상대는 마법사의 링커 코어에 기생한다고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대의 마력을 가진 유토가 가까이 있다고는 해도, 다른 누군가가 기생당하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다. 어떻게 마도사의 링커 코어에 기생하는 걸까? 그 과정이 판명되지 않은 이상, 근접거리 공격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덮쳐오는 촉수를 빠져나가, 찢어발겨, 몬트리히트에 육박하는 페이트.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도 마력탄으로 촉수, 혹은 본체를 공격하는 걸로 서포트에 전념한다.
촉수에 의한 탄막을 빠져나간 페이트가 있는 힘껏 바디시를 치켜든다.
『Scythe Slash.』
배리어 관통능력을 부여받고, 칼날의 강도를 늘린 마력칼날이 그 빛을 더한다. 페이트가 바디시를 한계까지 당기고, 휘둘러내리기 직전. 바닥에서 페이트의 몸을 꿰뚫듯 솟아오르는 촉수.
“페이트!!”
나노하가 비명을 지른다. 촉수가 페이트의 몸을 뚫는다.
아니다. 촉수가 뚫은 건 그 잔상.
블리츠 액션. 단거리 한정 초고속 이동마법을 발동시킨 페이트는 이미 몬트리히트의 뒤쪽으로 돌아가, 그 칼날을 쳐내리려 하고 있었다.
금색 칼날이 자줏빛 장벽에 저지당한다. 하지만 페이트는 개의치 않고 바디시를 잡는 팔에 힘을 계속 담는다.
“하아아아앗!!”
기합을 지른다. 페이트의 포효와 함께 휘둘러내린 바디시의 마력칼날이 장벽을 찢어발긴다. 이어지듯 칼날을 들어올린 페이트가 본 건, 빛나는 녹색 보석.
공격태세에 들어간 페이트에게 그걸 피할 여력은 없다. 그리고 날아온 마력탄이 페이트의 자그마한 몸을 노린다. 한발. 두발. 세발. 네발. 다섯발. 끈임없이 날아온 탄환 모두가 페이트를 맞춘다.
“페이트!!”
나노하는 도우려 했지만, 몬트리히트는 그것마저도 봐주지 않는다. 녹색 보석은 페이트에게만 향해진 게 아니다. 마력탄으로 된 탄막이 다른 사람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나노하도 크로노도 알프도. 각각이 자신을 향한 공격을 막는 걸로 힘이 부쳐 페이트를 도울 여럭이 없다.
“……윽!”
탄환의 연사를 먹은 페이트는, 어떻게든 하늘에서 자세를 제어해 착지한다.
바디시가 방어마법 “디펜서”가 발동된 덕에 치명상은 면했지만 페이트의 방어력은 원래 그리 높지 않다.
지금의 공격으로 상당한 마력을 소비해 버렸다. 하지만 이 정도로 포기할 리도 없다. 무릎에 손을 대고 온몸으로 숨을 헐떡이면서도 당찬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페이트!!”
“위험해!!”
알프와 나노하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윽!”
고개를 든 페이트에 육박하는 특대 마력구. 페이트는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지금까지의 대미지와 피로로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회피도 방어도 늦다. 그렇게 페이트가 생각한 순간――
“그렇겐 안둬!!”
탄환같이 날아오는 그림자가 하나.
덮쳐오는 빛에 날아오던 기세 그대로, 휘둘러올린 오른손을 후려친다.
“으앗, 무거! 뜨거워! 아파! 무리지, 이거?!”
후려친 오른손은 간신히 마력탄의 속도를 약간 줄인 정도로, 상쇄하기에는 한참 위력이 부족해서, 견디다 못해 양손으로 막는다. 물론 한 손으로 견적이 안 나오는 게 양손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어찌 될 리가 없다. 정말 잠시동안 억누르는게 한계. 그걸 넘으면 순식간에 페이트와 함께 삼켜진다.
“디바인 버스터―――!!”
페이트와 날아들어온 그림자를 구한 건 옆에서 날아온 분홍색 섬광. 분홍색 격류가 몬드리올이 쏴낸 마력탄을 흔적도 없이 삼킨다.
날아온 그림자가 만들어낸 정말 한순간의 틈이, 나노하에게 디바인 버스터를 쏠 기회를 만든 거다.
“으아아아아아앗?!”
마력탄을 직접 막고 있던 그림자, 도미네 유토는 디바인 버스터의 여파에 있는 힘껏 쳐날라가, 페이트의 옆에 내던져져 있었지만.
“괘, 괜찮아?”
“괘, 괜찮아…….”
내던져졌을 때 쎄게 얼굴을 부딪쳤기에, 코를 누르며 비틀비틀 일어나는 유토.
페이트에게는 허세를 부려도, 그 눈에는 한가득 눈물이 맺혀 있는 만큼 폼이 나진 않는다.
“페이트!! 유토 군!! 괜찮아?!”
“더―, 덕분에―. ……아야야.”
몬트리히트를 향해 디바이스를 거머진 채로 내려오는 나노하에게 한 손을 들어 응하는 유토.
나노하가 보기에, 옷은 엉망진창이지만 유토 자신에게 큰 상처는 없는 것 같다.
“멍청아! 왜 돌아온 거야?! 녀석의 목적은 너잖아!! 그대로 끝날 때 까지 숨어있어!”
유토가 무사한대 안도하면서도 욕설을 날리는 크로노.
유토 개인의 마력량은 상식 밖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걸 다룰 기량이 없다. 이 몬트리히트 상대로 그가 나설 상황은 없다. 그건 그 자신도 알고 있을 터다.
그 자신이 몬트리히트의 타깃인 이상, 최선의 선택은 몬트리히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 있는 거다.
혹시 유토에게 몬트리히트가 들러붙어 버리면, 그 뒤로 떼어낼 수단은 없으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산더미같지만, 나한테도 싸울 이유가 생겨 버려서 말야.”
흘러넘치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고, 확실히 양다리로 일어선다. 기분 탓인지 다리가 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공포 때문일까.
“영문 모르는 소리를!! 싸우지 못하는 네가 나올 막이 아냐!”
유토의 대답은 불손할 정도로 자신이 가득한 소리.
“그건 어떨까.”
크로노가 그걸 미심쩍게 여길 틈도 없이, 유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설마……?!”
『Get set.』
유토가 손에 들고 있는 건 X자 모양의 금속형 플레이트. 페이트의 목소리에 응하듯 플레이트는 음성을 낸다.
새카맣게 칠해진 그것의 정체를 제일 빨리 깨달은 페이트에게 히죽 웃음을 띄우는 유토.
“리니스의 선물이야.”
“리니스의……?”
리니스. 페이트를 한사람분 마도사로써 키워낸 프레시아의 사역마. 한동안 입에 담을 일 없었던 이름에 페이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두 사람 다 위험해!!”
나노하의 경고와 함께 세 사람이 그 자리를 피한다. 유토를 노려 날아온 촉수는 허무하게 하늘을 가르는 결과로 끝난다.
“보여 줄게……리니스에게서 맡은 힘과 마음을!!”
땅에 굴러가듯 착지한 유토는 바로 일어나서, 칠흑빛 플레이트를 잡은 채로 오른쪽 팔꿈치를 세워, 왼손을 껴안듯 상반신을 비튼다.
강하게 움켜쥔 양 주먹이 삐걱거리듯 소리를 낸다.
“변신!”
순간적으로 팔이 교차한 뒤, 교차하듯 치켜올린 왼손이 반원을 그려, 더더욱 반전한다.
흘러넘치는 마력의 격류. 검은 플레이트가 빛나기 시작해, 짙은 감색 빛이 온몸을 감싸, 그 모습을 바꿔간다.
한때 레이징 하트를 손에 들었을 때 이상의 고양감과 마력이 유토를 감싼다. 그때 이래 느끼고 있었던 자신의 무력함. 열등감.
생각해 보면, 그가 이 사건에 얽힌 건 자신의 확고한 의사에 따른 것은 아니다.
친구인 소녀를 놓아둘 수 없었다고 하면 듣기는 좋지만, 보고도 못 본 체하면 뒷맛이 나쁘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
어쩌다 보니. 흘러가다가.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또 다른 문제다.
처음부터 만반의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매사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 이전의 과정에서 충분한 경험을 거치고 간신히 각오와 결의를 가지게 되는 거다.
유토는 좋게도 나쁘게도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힘이 억다는 것. 자신이 뭘 하지 않아도 최종적으로는 해피 엔드라고 할 수 있는 결과를 맞이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번 일은 자각이 있든 없든, 어딘가 남의 일로써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시간의 정원 내부에 오게 된 건, 지금까지의 관성과 그 자리의 기세 때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크로노나 페이트 등은 이 짧은 시간에 유토의 몸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 리 없다. 그래도 그 자신에게서 흘러넘치는 마력과 기백. 자신이 싸운다고 하는 확고한 의사를 느끼게 할 수 있었다.
유토의 온몸을 덮는 빛이 사라진다.
양손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손토시. 칠흑의 재킷. 그리고 허리에 있는 은색 벨트에는 날카로운 빛을 내뿜는 붉은 보석.
칠흑의 배리어 재킷으로 몸을 두른 소년은 드높이 외친다.
“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