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화 커다란 거 갑니다
“아파…….”
어디야, 여기? 따끔따끔 아픈 머리를 만지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뭐에 쓰는지 알 수 없는 컴퓨터 비스무리한 공구가 널부러져 있는 방.
굉장히 오랫동안 쓰이지 않았는지, 그것들은 모두 먼지로 덮여있다.
바닥이 무너져서 떨어진 뒤, 정신없이 플로터 필드를 형성해서, 옆의 구멍――벽이 무너져 있었던 이 방으로 뛰어들어온 거다.
무너진 바닥 아래까지 무너지고 있다니, 시간의 정원은 대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 거냐고 불만을 토하고 싶다. 푸념을 토할 상대는 역시 프레시아일까? 차원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혹시나 그대로 떨어졌다면 시간의 정원에서 내팽겨졌을지도 모르겠다. 공간의 틈새에 내던져진 뒤의 말로같은 건 상상하는 것도 무섭다. 역시 아스라에서 얌전히 경비 신세나 하고 있었어야 했다.
오늘만으로 몇 번 죽을 뻔했었나. 머리가 냉정을 되찾자, 굉장히 무모한 행동을 저질러 버렸다는 걸 느낀다. 분위기와 기세만으로 행동하면 변변찮은 결과가 나온다는 건, 몸으로 체득했을 텐데도 학습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결국, 요매난 힘으론 도움도 안된다는 거구나.”
한마디 내뱉고선 일어설 기력도 생기지 않아서, 주저앉은 채로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엉터리같이 무지막지한 마력이 있어도 그걸 쓸 수 없어서야 완전히 썩히는 거다. 그래도 어떻게든 힘을 얻고 싶어서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거쳐 보았지만, 결과는 언발에 오줌누기.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약간의 실수와,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자그마한 소녀의 부담을 가볍게 해 주고 싶다는 엉뚱한 책임감으로 행동을 함께 했다. 그리고 발견된 내 힘. 하지만, 그걸로 아무것도 바뀌는 일은 없었다.
“……………하아.”
자신이 지금 뭘 바라고 있는지를 깨닫고 자조한다. 나노하를 돕고 싶다고 생각했던 주제에, 어느샌가 자기 자신의 힘을 바라고 있다. 주객전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이 속물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자각하면 좀 우울해진다.
일단 앞으로 어떻게 할까. 크로노 일행에 대해선 걱정이지만, AAA클래스가 셋이나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겠지. 상대가 로스트 로기아라고는 해도, 그 세 사람이 모여서 진다는 건 좀 상상하기 힘들다. 내가 나가봐야 발목잡기밖에 못 할 테니까, 일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는 게 정답이겠지.
그렇대도, 위에서 항쟁하고 있으니까 머지않아 여기도 붕괴에 말려들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해서 위를 향하지 않으면 안 되려나.
느릿느릿 일어나서, 출구를 찾으려고 발을 디디고――.
“에?”
발밑에서 펼쳐지는 마법진. 트랩? 침입자 격퇴용 트랩입니까? 그런 게 있다곤 듣지도 못했는데요?
내가 대응을 하기보다 빠르게 마법진이 강한 빛을 내뿜고――――내 시야는 뒤집혔다.
“요즘 계속 이런 일만…….”
시야가 위아래 뒤집힌 채로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아까 마법진은 강제전이를 시키기 위한 거였던 모양이다.
아까 방과는 또 다른 장소다. 방의 중앙에 받침대 같은 게 있긴 한데, 그리 넓지는 않다. 뭐야, 여긴.
“읏차.”
적당히 위아래가 뒤집힌 자세는 질렸기에 일어나서, 다시금 받침대에 눈을 향한다.
원기둥 모양의 받침대 위에는 댕그러니, 검은 금속의 세모꼴로 생긴 플레이트가 놓여 있었다.
“혹시나……디바이스?”
색은 다르지만 바디시의 스탠바이 폼을 연상시킨다. 크기쪽도 비슷비슷하겠지.
왜 이런 곳에 디바이스가? 의문을 가지고 플레이트로 손을 뻗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받침대 반대쪽에 나타난 사람이 조용히 말했다.
“으앗?!”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놀라서 무심코 뒤쪽으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뭐야?! 누구?!! 여기에 와서까지 모르는 적은 좀 봐주라?!
『제 이름은 리니스. 이 시간의 정원의 주인, 프레시아 테스타로사의 사역마입니다.』
지금 들은 말에 무심코 귀를 의심하고, 고개를 든다. 거기에 있던 건 확실히 어디선지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리니스. 프레시아의 사역마이자 페이트의 교육 담당. 하지만, 그녀는 페이트가 마도사로서 완성되었을 때, 그 역할을 마치고 소멸했을 터.
그게, 왜 지금 이렇게 내 눈 앞에 서 있는 거지?
『지금의 저는 본체가 아닙니다. 이 디바이스에 기록된 데이터를 재생하고 있는 것뿐인 입체영상입니다.』
입체영상? 조심조심 일어서서 리니스에게 손을 뻗는다. 리니스의 몸에 닿은 것처럼 보인 손은, 아무런 감촉 없이 허공을 가른다. 오오, 대단해. 입체영상같은 거 처음으로 봤어.
『이 메시지가 재생되고 있을 때, 저는 이미 주인인 프레시아와의 계약을 마치고 소멸해 있습니다. 제 주인, 프레시아와 그 딸, 페이트 테스타로사, 그 사역마인 알프 외의 사람이 제 방에 들어왔을 때, 이 메시지가 재생되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입체영상 안에 손을 찔러넣은 나를 신경도 안 쓰고 이야기를 계속하는 리니스. 손을 리니스의 얼굴 앞에서 흔들거나, 혀를 내밀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반응같은 건 할 수 없는, 문자 그대로 재생 전용 데이터인 모양이다.
『제가 이루지 못했던 소망. 그걸 남에게 맡기기 위해서. 프레시아와 페이트. 그 두 사람을……』
그리고 리니스는 프레시아와 페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프레시아가 얼리샤를 잃은 과거. 페이트의 탄생 과정, 그리고 리니스가 태어난 이유.
프레시아는 페이트를 도구로서 취급하는 걸로, 자신에 대한 가치를 찾아내고 있었다는 것. 얼리샤를 잃은 것에 대한 자책의 마음이 프레시아를 부수고, 그로 인해서 페이트를 둘째 딸로서 사랑하는 걸 참지 못했다.
그 모두가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기는 했지만, 단지 재생되기만 하는 메시지인 이상 말참견 해봐야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이 자리를 떠나지도 못해 리니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버린다. 담담히 리니스는 이야기를 잇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우려가 담겨있었다.
이건 리니스의 유언. 페이트를 위해 움직이면, 주인인 프레시아를 배신하게 된다. 역으로 프레시아의 의지를 계속 따르면, 페이트가 불행해진다. 주인과 자신이 키운 소녀 사이에서 리니스는 계속 갈등했다. 그리고 양쪽을 모두 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리니스와 프레시아의 계약 내용은 페이트를 한 사람 몫을 하는 마도사로 키우는 것. 페이트가 우수하기 때문에, 리니스의 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결국 저는 그 모자의 응어리를 풀 수 없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애를 위해서 만든 디바이스, 바디시에 소망을 맡기고, 이 이름도 없는 디바이스에 메시지를 남기는 것뿐.』
깨닫고 보니 내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리니스가 이야기 한 이야기 같은 건 원래부터 알고 있다. 모두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런데 왜 이제와서 나는 눈물같은 걸 흘리고 있는 거야.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나 눈물이 많아 진걸까.
리니스가 이야기하는 말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슬픔과 원통함, 그게 쓰라릴 정도로 전해져 왔다.
『당신이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이 땅을 찾아왔는지는 모릅니다. 염치없이 드리는 말씀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부디, 그 두 사람을 부탁합니다……!』
그런 걸 부탁받아도 솔직히 곤란하다. 뭘 어떡하면 좋을지 검토도 못하겠다. 하지만.
――――몬트리히트. 마도사의 링커코어에 기생해서, 그 정신을 미치게 한다고 하는 로스트 로기아.
페이트와 알프, 그리고 리니스. 테스타로사 집안의 깊은 슬픔이 그 눈깔에게서 기인한다고 한다면. 그건 전력으로 배제해야만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는 그딴 건 존재하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가 그자식을 프레시아에게서 끄집어냈다.
“혹시나, 이게 내가 이 세계에 있는 이유인 걸까.”
영문도 알지 못한 채로 원래 세계에서 이 세계의 삶을 받았다. 나름대로 긴 시간동안, 고민하고 갈등한 기억도 있다. 공교롭게도 나노하와 얽혀서, 이 건에도 얽히게 되었다.
결과로서 상황이 호전되었는지 어떤지는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혹시나 그 로스트 로기아에게서 프레시아를 구하고, 정신을 되찾아줄 수 있다면.
페이트와 프레시아는 평범한 모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프레시아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아니 돌아가도 페이트를 사랑한다곤 보장할 수 없지만, 그래도 걸어볼 가치는 충분히 있을 터다.
페이트와 프레시아를 구한다. 그걸 위해서 나는 이 세계에 왔나?
“아니아니아니아니.”
당치도 않고,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것도 너무하다 싶은 생각에 쓴웃음 지어 버린다. 역시나 그렇지야 않겠지. 태클 걸 대가 너무 많다.
『Get Set.』
“오.”
갑자기 바디시랑 닮은 남성 음성으로 말한 디바이스가 내 쪽으로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뻗은 손으로 그걸 받는다.
『혹시, 당신이 프레시아와 페이트를 위해서 움직여 준다면, 그 디바이스는 반드시 당신의 힘이 되겠지요. 이미 사라진 제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대가입니다.』
손에 든 디바이스가 기잉 하고 작게 운 뒤에, 리니스의 영상이 약간 투명해져, 서서히 뿌옇게 사라진다.
『프레시아와 페이트를 부탁합니다……그 모녀와 당신에게, 행운이 있기를…….』
그리고 리니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말, 주인을 생각하는 데도 정도가 있다.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이런 디바이스를 남겨서 메시지를 전하다니. 상대가 악인이거나 했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부탁받았으니 싫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아, 정말! 방금 전에 분위기랑 기세로 행동하는 건 그만두자고 결심한 참인데! 얼마나 분위기를 잘 타는 거야, 난.
가슴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뜨거운 뭔가가 치솟아 오른다. 마력이 커다란 것뿐인 내가 디바이스를 손에 든 걸로 뭔가를 할 수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할 수 있을까, 내가?
내 힘으로 다른 애들을 도울 수 있을까? 오히려 발목을 잡아 버리는 결과가 아닐까. 하지만, 남자로서 여기서 숨어 있는 건 올바른 건가? 자신보다 어린 꼬맹이들에게 맡기고 아무것도 안 하는게?
이성이 내가 발목을 잡을 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속삭이지만, 동시에 마음이 움직이고 날뛰며, 행동하라고 외친다.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에, 어쩔 도리가 없는 딜레마에 시달린다.
어떡할까? 어떡하는게 옳지? 생각해라, 내가 고를 가장 올바른 선택지를…….
“정말! 아―진짜! 시꺼! 이러쿵저러쿵 생각하는 건 때려쳤어! 전! 혀! 나답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커다랗게 소리를 내며 외친다. 애초에 내가 머리 써서 행동하고 제대로 된 결과가 된 기억이 없다.
이럴 때는 달려! 아무것도 생각말고 달려! 내가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다!!
――맞아.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 안 하는 쪽이 유토 답다고?
갑자기 옛날에 들은 말을 떠올린다. 쓸데없는 참견이야, 냅둬줘.
뇌리를 스쳐간 그림에 태클을 걸고, 손에 든 디바이스를 굳세게 쥔다. 리니스가 맡긴 힘. 헛되게 만들 순 없다.
위쪽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아직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가르쳐 준다.
“네 힘, 빌린다.”
『OK, Boss.』
물음에 대해, 정말 힘찬 대답이 돌아온다. 인텔리전트 디바이슨가. 레이징 하트 때는 안됐었지만, 마력을 자각한 나라면 쓸 수 있을 터. 아니, 써 보이겠다.
『유토! 들리면 대답해! 유토!』
이 소리는 유논가. 제법 좋은 타이밍에 맞으러 왔다.
“가자, 파트너!”
『All right.』
디바이스를 쥐고, 자신이 두를 배리어 재킷을 머리에 그리며 뛰어나갔다.
“변……신!”
몬트리히트의 공격을 피해, 칠흑의 배리어 재킷을 몸에 두른다.
몬트리히트. 고대의 유산, 로스트 로기아.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단, 그걸 능가하는 뭔가가 공포를 억눌러, 나를 움직이게 한다. 뜨겁고, 격렬한 무언가가.
주먹을 펼쳐,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쥔다. 망설일 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 저 눈깔에게서 프레시아를 떼어놓고, 쳐부순다. 그냥 그거 뿐인 이야기다.
“해――――주겠어!!!”
자신을 고무하듯 소리치고,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질주한다. 디바이스의 기능은 마법 발사의 보조가 아닌, 마력 제어에 리소스 대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크로노 가로되, 나 혼자서 마력을 압축·수속 시켜도, 실제로는 소비 마력의 절반도 유효하게 쓰지 못하고 그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있다고. 하지만 디바이스의 보조를 얻는 걸로 그 날려버리고 있던 마력을, 약간은 유효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신체능력 강화의 효과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드높다. 빨갛지도 않고 뿔도 안났지만, 스피드도 파워도 3배는 파워업 했다.
다짜고짜 실전에서 마법을 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내 마법 자질은 거의 전멸이기에 아마도 효과가 부족할 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 서포트를 시켜서 강화하는 쪽이 확실히 효과가 있고, 신뢰성도 높다.
“멍청아!! 정면에서 돌진하는 녀석이 어딨냐?!”
크로노의 욕지거리가 들려오지만, 신경 쓰지 않고 돌진한다. 순식간에 이쪽을 향하는 촉수와의 거리가 사라져 간다. 촉수와의 거리가 0이 되는 순간, 크게 무릎을 굽혀서 도약.
5미터 이상의 도약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도약에 내심 조바심을 내면서도, 위쪽에 플로터 필드를 이중으로 전개해서 거기에 뛰어든다.
플로터 필드의 사용법은 단순히 발판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술자의 컨트롤에 따라, 수축성을 가진 트램펄린같이 반발력을 가지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나 혼자선 그런 세세한 컨트롤도 못하고, 한 순간에 만들 수 있는 수도 기껏해야 하나. 디바이스의 서포트라는 은혜가 있기에 가능한 기예다.
깊이 가라앉은 필드에 손을 대고, 목표를 굳힌다. 일점 필중. 그리고 한순간에 뛴다. 필드의 반발력을 더한 도약은, 처음의 도약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내 몸을 가속시킨다. 앞으로 내민 발 끝에 마력을 집중. 모은 마력의 빛으로 발끝이 짙은 감색에 휩싸인다.
“라이더――――키―――익!!”
초고속으로 날린 발차기는 뻗은 촉수를 죄다 쳐내고, 몬트리히트 본체로 육박한다.
“우럇!”
몬트리히트의 실드와 킥이 격돌한다. 그 순간, 발끝과 장벽의 사이에 격렬한 스파크가 생겨난다. 튼튼하다. 뚫는 건 무린가. 여기서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장벽을 박차 그 반동으로 탈출한다.
“전혀 효과 없네―.”
녀석의 장벽에는 금 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쪽을 도발하는 듯이 바쁘게 그 눈동자를 움직이며 흘겨보고 있다. 지금 뭔가 했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재생된 촉수를 꿈틀거리고 있다. 이자식. 조금, 아니 굉장히 열받았다.
“바보냐, 넌?!”
“으컥?!”
정수리에 충격. 머리를 누르며 올려다보자, 주먹을 쥔 크로노가 노려보고 있었다.
“생각도 없이 돌진해서 어쩌게! 애초에 네가 녀석에게 먹혔다간 그걸로 끝장이야! 애초에 그 디바이스는 뭐야?! 어디서 손에 넣었어?!”
“그런 멍청한 짓 안해!! 갑자기 주먹 날리지 마!! 이 디바이스는 주웠어!!”
갑자기 가슴팍을 잡고 소리치는 크로노에게 이쪽도지지 않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정말……!”
“으앗?!”
크로노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가슴팍을 잡은 채로 뒤돌아서 그대로 위로 들어올렸다.
아까까지 있었던 곳을 내려다보자, 거기에는 당연하게도 촉수가 꽂혀 있었다. 방심할 틈도 없나, 저 눈깔새끼.
“알프! 이 바보를 부탁해!”
“읏쌰.”
그대로 크로노에게 던져져서, 알프가 받게 되었다.
“내 취급 너무하지 않아?”
“그래도, 유토가 떨어졌을 때 도우러 가라고 나한테 말한 건 크로노야. 크로노는 크로노 나름대로 널 걱정하고 있는 거야.”
나에 이어서 아래서 날아온 유노가 쓴웃음 지으며 말한다.
“저 녀석은 우리들 만으로 어떻게든 할게. 너는 알프와 함께 가급적 멀리 떨어져.”
몬트리히트에 눈을 향한 채로 디바이스를 잡은 크로노는 이쪽을 보지도 않는다.
“머리에서 피 흘리면서 말해도 설득력 없당께!”
“그래도 이 녀석 상대로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늑대 형태가 된 알프에게 올라타면서 지적하지만, 크로노는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술술 대답한다. 귀엽지 않네.
“흥, 저녀석의 목표가 나라면 미끼쯤은 돼. 너무 길게 끌면 프레시아가 버티지 못할거 아냐. 후딱 해치워!”
“그럴 수 있으면 고생도 안해. 몬트리히트의 방어는 단단해. 그렇게 간단히는 뚫을 수 없어.”
“뭐, 이 맴버로 고전중이니까 그렇겠지만. 뭐든 저 녀석의 행동 패턴의 우선순위 정도는 검토할 수 없나? 거기에 날 미끼로 쓴 작전이라거나.”
말하는 동한 촉수가 날아온다. 정말로 끈질기네, 이자식. 촉수를 빠져나가듯 비약하는 알프에게 붙잡힌 채로, 쫓아오는 촉수를 차내고, 후려친다.
“……없는 것도 아냐.”
촉수를 격추하면서 크로노는 불쾌한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계획을 꺼내기 시작했다.
“OK. 그럼, 그걸로.”
“아니, 그렇게 시원하게?!”
염화로 전해진 크로노의 계획에 동의하자, 나노하가 놀란 소리를 낸다. 그렇게 안 놀라도 되는데.
“정말로 알고 있냐? 이 계획은 네가 위험에 제일 노출된다고?”
“그걸 위해서 유노 선생님이 있는 거잖아? 어떻게든 된다고. 자, 그러니까 유노 선생님은 후딱 페럿이 되어서 와줘.”
“으, 응.”
어차피, 이쪽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고, 프레시아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 수단이 있으면 후딱 실행해야 한다.
“그럼, 잽싸게 가자고. 저 눈깔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주장께……!”
페럿 모드의 유노를 품에 품고, 알프에게서 뛰어내려 몬트리히트의 정면에 내려선다.
아까까지 계속 촉수로 나만 쳐 노리고, 진짜 짜증나.
“포톤 랜서, 셋! 파이어!!”
우선 나를 향해서 날아오는 촉수를 페이트의 랜서가 쓰러뜨린다.
“슛!!”
다음 수단으로, 네 개의 빛이 몬트리히트를 향해 내쏘인다. 분홍색 광구는 몬트리히트의 실드에 막히지만, 마지막 한 발이 실드에 금을 넣는다. 거기로 쏟아지는 건 푸른 섬광. 스팅어 스나이프. 이 중에서 제일 벅찬 게 크로노라고 인식한 건지, 그 마력반사 실드는 크로노의 공격에 반응해 형성된다. 하지만, 스팅어 스나이프는 크로노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사격마법. 설치형 실드로는 막을 수 없다.
빛의 채찍은 약삭빠르게 반사 실드를 우회해, 나노하의 공격으로 금이 간 실드와 함께 장갑을 꿰뚫는다.
하지만 이쪽이 추가타를 넣기 전에 몬트리히트의 보옥이 빛난다. 크로노가 말한 대로의 패턴이다.
설령 실드를 부순다고 해도 결정타를 넣기 전에 이 공격이 날아온다. 방어에 전념하면 이쪽의 실드가 뚫릴 일은 없지만, 이쪽에서도 공격을 못하고 그 위력에 눌린다. 그 틈에 몬트리히트는 느긋하게 갑주와 장벽을 재생해 버린다.
나노하의 디바인 버스터 풀파워라면 이것들의 공격을 꿰뚫고 몬트리히트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겠지만, 그 경우 안쪽의 프레시아가 위험해진다. 크로노나 페이트는 몬트리히트의 공격을 상쇄하고 추가로 적절한 대미지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낼 수 없다.
전방위로 날아오는데다가 위력도 상당해서 귀찮은 물건이지만, 여기서부터가 내 역할이다. 몬트리히트를 노려서 땅을 박찬다.
솟아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며 질주하는 속도를 올려간다.
이건 내기다. 예상이 빗나가면 한 방에 끝장날지도 모르지만, 잘 되면 프레시아를 되찾을 기회가 생겨난다.
임계치까지 빛을 늘린 보옥에서 폭풍같은 포격이 날아온다. 주변 일대를 자줏빛 탄환이 후려친다. 하지만, 내게 날아오는 건 마력탄이 아니라 촉수였다.
전방위에 마력탄을 내쏘는 중에, 내가 있는 곳에만 마력탄은 날아오지 않았다.
역시나. 크로노가 예상한 대로의 결과에 자연스럽게 입가가 올라간다.
녀석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나를 먹어치우는 것. 그렇다면 내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공격은 날리지 않는다. 숙주라고도 할 수 있는 내가 죽어선 의미가 없으니까.
“유노!!”
“맡겨줘!”
페럿 형태가 되어 내 재킷에 숨어 있는 유노가 배리어를 형성한다.
반구형 배리어를 문자 그대로 방패로 써서 촉수를 떨쳐내고, 더더욱 거리를 좁힌다. 이게 포격이었다면 뚫고 나가긴 커녕 힘껏 쳐날아갔을 터다.
그리고, 나와 몬트리히트의 거리가 제로가 되려 하는 순간, 뛴다. 녀석의 장벽은 아직 부활하지 않았다.
“뒤는.”
“맡겨줘.”
내 말을 바로 뒤에 있던 페이트가 잇는다.
몬트리히트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금색 섬광이 두 세번 빛난다. 찢어발겨지는 갑주.
그 갑주를 알프가 잡아, 있는 힘껏 쥐어 뜯는다.
나와 알프를 잡으려는 듯 촉수가 뻗어오지만, 그것들을 싸그리 크로노와 나노하가 쳐부수고, 유노가 구속하고, 나는 도망간다.
“이게―――――――!!”
이윽고 알프가 갑주를 쥐어뜯어, 안의 프레시아가 노출된다.
“어머니!!”
바로 페이트가 프레시아를 구속하고 있는 코든지 뭔지를 절단하고, 해방된 프레시아를 알프가 껴안고 탈출한다.
몬트리히트는 보석을 충전하면서, 받은 대미지를 재생하고 있다. 그만큼 페이트가 휘둘러 쳐댔는데도 불구하고, 힘들어 보이지 않는 건 질릴 지경이지만, 프레시아를 되찾은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몬트리히트가 충전을 완료하기 전에, 나노하쪽으로 뛴다.
“마무리는 맡길게.”
“응!”
플로터 필드의 위에 선 나는 나노하의 뒤에 숨어, 유노를 나노하의 어깨로.
이쪽이 공격하는 찬스를 주지 않으려는 듯 몬트리히트의 전방위공격이 날아온다. 촉수를 덤으로 붙여서.
“방어는 내가!!”
“그리고, 마력 공급은 나. 잔탄은 신경 쓰지 말고, 전력 전개로 쳐날려버려!!”
“응! 다카마치 나노하, 커다란 거 갑니다!”
유노가 방어를 맡고, 나는 나노하의 어깨에 손을 대고 마력을 공급. 나노하가 레이징 하트를 거머쥐고, 마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Starlight Breaker.』
나노하가 고른 건 일격필살 최대최강의 수속공격마법. 레이징 하트의 끝에 광구가 생겨나, 주변의 마력이 빛이 되어 모여간다.
프레시아를 탈환한 탓인지, 지금까지 보다도 포격이 격렬함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유노의 강인한 실드는 그것들 전부를 막아, 광구는 더욱 빛을 늘려간다.
몇초 뒤에 쏟아지던 몬트리히트의 공격이 멈춘다. 하지만, 아직이다. 나노하의 준비는 완료되어 있지만, 지금은 아직 쏘지 않는다.
“선더――――스매셔―――――――!”
“블레이즈 캐논!”
몬트리히트에게 엄니를 드러낸건, 페이트와 크로노가 동시에 쏜 금색과 푸른색 격류.
확실히 몬트리히트의 장멱을 뚫고 대미지를 줄 위력을 가진 포격은, 몬트리히트가 펼친 널빤지 모양 실드에 빨려들어간다. 마력 반사 실드.
무제한적으로 반사할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만,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반사되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다. 두 사람의 포격은 확실히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맞추기 위한 포석. 그 실드가 출현한 시점에서 나노하는 레이징 하트를 들어 올리고 있다. 광구는 나노하의 제어 한계를 넘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져서, 스파크를 만들고 있다.
“전력전개!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분홍빛 섬광이 탁류처럼 내뿜어졌다.
“여전히 사기같은 위력이네―.”
나노하가 포격한 곳을 내려본다. 거기에는 큼지막한 크레이터가 뚫려 있다. 중심에는 몬트리히트의 잔해. 응, 훌륭히 가루가 되었다. 두렵다. 이게 나중에 더더욱 파워업 해 가는 거니까 두렵다. 그게 친구가 되고 싶다는 애한테 이걸 쳐쏘는 거니까 두렵다.
언젠가의 사건을 떠올리자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도 어쩔 수 없고.
“아하하. 그래도, 프레시아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나노하의 눈길 끝에는 얼리샤의 캡슐이 있었고, 그 바로 옆에서 페이트 등이 프레시아를 간병하고 있었다. 유노가 확인하기에, 쇠약해져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런 상태로 얼리샤의 캡슐에 펼쳐진 결계를 계속 유지한 프레시아의 집념에는, 정말로 놀람밖에 안 나온다.
“뭐―, 이번에야말로 한 건 끝났다는 걸로.”
“응, 나도 완전 지쳤어―.”
그토록 대단한 나노하도 지친 건지, 내 플로터 필드 위에 비실비실 주저앉는다.
오늘 하룻동안 계속 싸우기만 했으니까.
“아니……안심하는 건 아직 이를지도 몰라.”
“에?”
불길한 소리를 꺼낸 크로노는 언짢은 얼굴로, 몬트리히트의 잔해를 노려보고 있다.
“아직 아스라와 연락이 잡히지 않아. 녀석이 펼친 결계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거야.”
“어이어이…….”
“그건 설마…….”
우리들의 기쁘지 않은 예감을 뒷받침하듯, 몬트리히트의 잔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짓말………….
멍하니 우리들이 얼이 나가 있는 동안, 잔해에서 눈깔이 떠올라서 빛이 윤곽을 만들어간다.
“저기, 왠지 아까랑 모양 다른 것 같은데……?”
“제 2 형태군요. 압니다.”
나노하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굳어진 표정으로 내가 대답했다. 이런 클리셰는 너무 안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