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화 내 이 손이 새빨갛게 불타오른다!
RPG든 슈팅이든 뭐든 그렇지만, 대부분의 게임에는 보스라는 게 존재한다. 기나긴 고난의 끝에 마침내 도달한 마지막 보스. 흔히 말하는 최종보스라는 녀석이다. 그녀석을 쓰러뜨렸을 때, 게임의 엔딩을 볼 것까지도 없이 어떤 종류의 감동과 달성감에 휩싸이는 경험은, 수많은 플레이어가 경험한 적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쓰러뜨렸을 터인 최종보스가 다시 일어나, 새로운 힘과 변화한 모습으로 다시금 앞을 가로막는다면?
초전에서 고전하는 일도 없어, 부족하다고까지 느꼈던 플레이어는, 그야말로 쓰러뜨릴 보람이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도전할까? 아니면, 초전부터 모든 힘을 퍼부어서 HP도 MP도 더이상 안 남았어―! 뭐야 제2형태는! 듣지도 못했어―! 이쪽에는 더이상 여력같은 거 안 남았다고―! 장난치지마!, 라는 절망과 함께 도전할까?
적어도 지금의 내 기분은 한없이 후자였다.
눈 아래의 몬트리히트는 이미 새로운 모습이 되어 여유있게 기다리고 있다.
큼지막한 구체에서, 이번에는 어떤 복잡한 형태로 변화할까 생각했더니, 의외로 몬트리히트가 형성한 건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다. 단, 그 키는 3미터 전후는 있어 보이고, 그 피부……갑주?는 전례에 따라 은빛으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덤으로 양어깨에는, 각각 붉고 푸른 보석이 박힌 실드같은 것까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코나 입은 없고, 몬트리히트의 본체로 보이는 거대한 보석이 하나 있을 뿐. 판타지나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외눈거인, 사이클롭스 종류가 메탈화 한 느낌이다. 곤봉같은 무기는 들고 있지 않으니, 맨주먹인가. 정말 강하고 단단해 보인다.
“역시, 아까보다 강해져 있……는걸까?”
옆에서 나노하가 레이징 하트를 거머쥐며 중얼거린다. 확실히 촉수와 빔을 내갈겼던 구체와, 금속의 외눈거인. 겉모습만 보면 어느 쪽이 강한지를 판단하는 건 어려울 법 하다.
“프레시아를 뺏겼으니까 약체화, 라면 기쁠텐데~. 18호를 토해낸 셀 처럼.”
“상대는 오랜 기간, 마도사의 마력을 축적해온 괴물이야. 그런 안이한 희망은 가지지 않는게 좋아.”
“그렇……지아앗?!”
크로노의 말에 동의하려고 했던 말이, 경악으로 바뀐다. 눈앞에는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한 순간에 도약해, 주먹을 후려치려고 하는 몬트리히트.
『Protection.』
“이게!”
레이징 하트와 유노가 동시에 배리어를 발동한다.
“거짓말?!”
하지만 그 두개의 배리어는 몬트리히트의 주먹이 격돌하자 아무런 저항도 없이 소실되었다. 뿐만 아니라, 발판으로 삼고 있던 플로터 필드까지 갑자기 사라진다.
거기에 놀랄 틈도 소리를 낼 짬도 없다. 거의 반사적으로 오른손으로 나노하를 밀치고, 왼손을 든다.
“으헉!”
팔의 가드도 뭣도 없다. 몬트리히트의 주먹은 가드째 내 몸을 쳐날려서, 그 충격에 폐의 공기가 한숨에 튀어나간다. 디딜곳도 없어서, 하늘에 떠있는 자세인 나는 버텨내긴 커녕 아무런 저항도 없이 쳐날아갔다.
다음 충격은 등. 벽에라도 부딪친 걸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른 기분이 든다. 이쪽은 꺼질 것 같은 의식을 잇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다. 숨을 쉬고 있는건지마저 알 수 없다. 멍한 시야에 분홍빛 섬광이 달린다. 하지만 그건 몬트리히트에 맞기 전에 소실되었다. 배리어나 실드에 막혔다, 는 느낌은 아니다.
유노와 레이징 하트의 배리어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박살나, 나노하의 포격도 지워버린다. 뇌리에 떠오른 건 마력결합을 캔슬하는 필드.
“떨어져, 나노하!!”
벽에 박힌 채로, 있는 힘껏 소리칠 셈이었지만, 몸에 받은 대미지의 탓인지 성량이 생각외로 작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노하에게는 전해진 모양이라, 몬트리히트가 육박하는 것 보다 빨리 후퇴한다.
몬트리히트는 무리하게 나노하를 쫓으려곤 하지 않고, 빙글 내 쪽을 돌아본다. 큭, 제2형태도 나를 우선하는 건 여전한 거냐!! 몬트리히트에 푸른 색과 금색 빛이 쳐박혔지만, 역시 나노하의 포격과 마찬가지로 몬트리히트에 맞기 전에 지워진다.
“젠, 장!!”
가슴과 등에 달리는 격통을 무시하고, 다리를 치켜들어 발뒤축으로 벽을 박차고 억지로 벽에서 떨어진다. 부양감. 움직임이 제한된 공중에 있는 건 곤란하다.
플로터 필드를 형성해, 오른팔로 후려친다. 반동을 통해 바닥으로 억지로 몸을 날리는 걸로 아슬아슬하게, 오른손을 펼치며 육박하는 몬트리히트에게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착지의 충격으로 발이 저리지만, 그것도 무시하고 몬트리히트에게 눈길을 향하자, 아직껏 손을 펼친 채로 낙하해 오는 거인의 모습이.
“위험해……!!”
바로 그 자리를 박차려고 다리에 힘을 넣었지만, 생각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휘청거린다. 잡히겠어――그렇게 생각한 순간, 생각보다 빠르게 팔을 휘두른다.
바닥을 찬 반동으로 정말 약간, 자신이 있는 위치를 옮겼다. 수 센티 앞에서 거인의 손가락이 바닥을 두드렸다.
――완전히 죽일 셈이야, 이녀석.
적어도, 내가 치명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는 대미지를 입히는데 주저는 없는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보자, 팔을 휘둘러내리는 자세인 체로 무방비한 몬트리히트의 머리.
있는 힘껏 땅을 박찬다. 왼손이 저려서 움직이지 않는다.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 후려팬다.
“오오오오오옷!!”
혼신의 힘을 담아서 몬트리히트의 턱에 쳐올린 주먹을 들이박는다. 주먹은 그대로 멋지게 쳐올려, 거인은 그 상체를 크게 뒤로 젖힌다.
“꼴좀 봐라……!”
덤이라는 것 처럼 몬트리히트의 가슴을 박차고, 거리를 크게 벌린다.
“스팅어 스나이프!!”
내가 떨어짐과 동시에 크로노의 소리가 들렸다. 푸른 채찍이 향하는 곳은 몬트리히트――가 아니라 벽. 마력의 채찍이 벽을 박살내, 붕괴를 일으킨다. 몬트리히트는 붕괴된 암석 속에 묻혀간다.
역시나 크로노. 이해가 빠른데다가 대응도 확실하다.
“유토 군! 괜찮아?!”
바로 모두가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온다.
“어떻게든…….”
등과 왼팔의 고통을 오기로 버티며 대답한다. 단순한 타격이었던 탓인지, 생각 외로 대미지는 적다. 그렇다곤 해도, 배리어 재킷이 없었다면 확실히 행동불능이 되어 있었다. 리니스와 디바이스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틈에 작전회의, 일까.”
“에?”
“이걸로 끝나면 고생은 안해. 저건 단순히 시간 벌기 정도야.”
“그, 그래?”
크로노가 말하는 대로다. 최종보스가 저 정도로 끝날 리가 없다. 쓸데없이 튼튼해 보이고.
“어라, 알프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고 깨달았다. 알프의 모습이 어디에도 없다.
“알프에게는 어머니랑 얼리샤를 부탁했어.”
“아―…….”
확실히 프레시아를 놓아뒀다가, 다시 저 녀석이 들러붙었다간 아까까지의 고생이 물거품이다. 얼리샤도, 상대가 AMF를 가지고 있다면 프레시아의 실드도 의미는 없다. 이미 그 생이 끊어졌다고 해도, 앞으로의 싸움에 말려들었다간 잠시도 버티지 못하겠지. 그렇게 될 경우, 나노하 등이 정신을 빼앗겨서 굉장한 위기에 몰릴지도 모른다. 나도 어린 소녀의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거절하고 싶다.
“굿 잡. 나이스 판단이야.”
“응. 그래도 문제는…….”
“저녀석을 어떻게 할까, 구나. 이쪽의 마법이 지워진다는 건…….”
『Jammer field detected.』 (재머 필드를 탐지했습니다.)
예상대로라곤 해도, 바디시의 말에 낙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아니, 여기서 AMF라니 난이도 너무 높잖아.
“재머……필드?”
“안티 마기링 필드. 효과범위내의 마력결합이나 마법을 무효로 하는 AAA랭크의 방어마법이야.”
“……에에, 무슨 소리야?”
아직 필요 최소한의 지식밖에 없는 나노하가, 크로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스라에 처음으로 갔을 때도 생각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언어능력은 그 나잇대랑 별 차이 없어, 이 녀석.
“필드 안이라면 공격마법은 물론, 비행마법 같은 것도 캔슬되어 버려.”
“에엣?! 그, 그건 어떡하면 괜찮아?!”
크로노와 유노의 설명에, 상황을 이해한 나노하는 허둥지둥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어, 이 시기라면 그런 반응겠지.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1달도 지나지 않은 나노하에게 AMF의 대응법 같은게 있을 리가 없다.
즉, 상대에게 AMF가 있는 한 지금의 나노하는 완전히 전력 외. 저 강적을 상대로 그건 좀 봐줬으면 싶은데.
“다행히, 저 녀석의 AMF는 강력하지만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아. 거리가 좁혀지면 일단 거리를 벌려. 알겠지?”
“으, 응. 알았어.”
마법을 쓰지 못하는 나노하 같은 건, 정말로 평범한 초등학교 3년생 여자애밖에 안된다. 저 녀석의 주먹 같은걸 먹었다간 한 발로 끝이다.
그런 의미론 아까는 정말로 위험했다. 표적이 나여서 다행이었다……고 해야 하나? 응?
“내 강화는 영향 없었던 기분이 드는데?”
이제 와서 깨달았지만, 내 신체강화는 AMF의 효과를 받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배리어 재킷이 있었다고는 해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아까, 저 녀석을 때렸을 때도 강화가 무효가 되었다간 저 높이까지 뛰는 것조차 불가능했었을 거다.
“당연해. 네 그건 마력결합도 하지 않았고, 마법조차 아냐. 그냥 마력을 압축·수속시키고 있는 것 뿐이야. AMF의 효과를 받을 요소가 없어.”
“오오.”
그런 부수효과가 있다는 건 처음으로 들었다. 이건 조금 기쁜 오산이다.
“아, 그럼! 나도 유토 군이랑 똑같은 걸 하면!”
“그만둬. 너 운동능력 제로잖아.”
“어차피, 저걸론 큰 대미지도 줄 수 없어.”
“아으으…….”
나와 유노, 더블 태클에 풀죽는 나노하. 실제로, 내가 때렸을 때도 금 하나 가지 않았다. 나노하가 같은 걸 해도 도움이 되진 않겠지. 나도 그렇지만.
“그래서, 크로노랑 페이트는 AMF 대책 있어?”
“아아. 상당히 강력한 AMF지만, 수단은 있어.”
“나도. 리니스에게 대응방법을 대강 배웠으니까.”
“역시나. 두 사람 다 믿음직스럽네.”
예상대로라곤 해도, 여기까지 단언해 주는 건 제법 마음이 든든하다.
“나와 페이트가 공격할게. 나노하랑 유노는 거리를 벌려서 유토의 호위를 부탁해.”
“알았어.”
“응, 맡겨줘!”
“오케.”
나 혼자만 호위대상입니까, 그렇습니까. 잔뜩 반론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상대의 능력을 모두 알지 못하는 이상 사냥감인 내가 달려나가는 건 멍청한 짓이다. 여기선 얌전히 따를수 밖에 없나.
페럿이 나노하의 등에서 내 등으로 옮겨감과 동시에, 돌조각들 아래서 손을 뻗는 듯이 몬트리히트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저만큼의 바위들이 직격했는데도, 대미지다운 대미지를 입은 것 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런이런――으아?!
“으허?!”
맹렬한 기세로 몬트리히트가 달려와서, 내게 손을 뻗으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오른손 하나가 하늘로 치솟고 있는 건, 꽤나 두렵다.
내심 쫄면서, 눈에 들어온 광경에 무심코 소리를 지른다.
“좀더 빠르게! 높게! 저 녀석이 뛰어와!!”
“알고 있어!!”
내가 말할 것도 없이 나노하는 나는 속도를 확 올린다. 몬트리히트는 이미 다리를 구부려, 도약 자세에 들어가 있다. 아까 전을 생각하면, 이정도의 거리라면 한순간에 매워져 버린다.
몬트리히트가 도약하려고 한 순간――――
“선더―――――!! 레이지――――――!!”
무수한 벼락이 번뜩였다.
아무리 AMF가 마법을 지운다고 해도, 마법으로 발생된 번개나 화염, 물리적인 공격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상대는 금속. 뇌격은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벼락이 거인에 도달하기 직전, 보랏빛 벽에 튕겨나갔다. 틈을 주지 않고 크로노의 블레이즈 캐논이 내쏘였지만, 보랏빛 벽이 사라짐과 함께 몬트리히트의 눈 앞에서 푸른빛이 사라져 버린다.
AMF만이 아니라 그 외에 대한 방어도 착실한가요, 그런가요. 비겁한 놈.
몬트리히트의 거대한 눈은 페이트와 크로노의 공격따위는 개의치 않은 듯 나에게만 눈길을 고정하고 있다. 고등학생 정도의 미소녀라면 어쨌건, 이런 괴물에게 사랑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다.
거체가 뛰고――――그 등에 은의 날개가 생겨났다.
빠르다. 확확 거리가 줄어들어 간다. 이대로는 따라 잡히는 것도 시간 문젠가. 그렇게 되면 나노하는 완전히 AMF의 효과범위에 붙잡히게 된다.
“나노하! 손 떼!! 빨리!!”
“안돼!! 절대 놓을 생각 없는 걸!!”
이쪽을 되돌아보지도 않고 소리치고, 꾸욱 그 자그마한 손에 힘을 넣고있다.
“멍청아!! 이대로는, 너까지 말려들잖아!! 나라면 괜찮으니까 손 떼!!”
“싫어!! 유토 군을 버리는 것 같은 짓은 절대 할 생각 없는 걸!! 레이징 하트!!”
『Divine shooter.』
커다랗게 호를 그리듯이 비행하며, 나노하의 주위에 네 개의 광구가 생겨난다.
“슛!!”
네 개의 광구가 일직선으로 쫓아오는 몬트리히트를 향하지만, 그것들은 당연하게 AMF에 의해 사라져, 방해조차 되지 못한다.
우리들과 몬트리히트의 사이에 크로노와 페이트가 끼어들어 공격을 넣지만, 몬트리히트의 AMF와 방어마법에 의한 이중 방어의 앞에서는 그리 효과가 없다.
크윽, 이쪽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상태로는 무리하게 팔을 떼어놓을 수도 없다. 이럴 때에 고집부리지 마!!
“유노!!”
“응!!”
내 등에서 유노가 난다. 공중에 멈춘 유노는 바인드로 주위의 바위를 묶어서, 그걸 바리게이트처럼 전개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은빛 거인을 방해할 수 있을 수준은 못된다. 이미 얻은 속도와 그 거체는 그 자체가 거대한 탄환, 아니, 포탄같은 거다. 덤으로 장벽으로 더더욱 견고함을 더하고 있다.
은의 탄환은 힘들지 않게 바위 바리케이드를 분쇄해, 이쪽에 손을 뻗는다.
나노하는 거기에서 도망치려 궤도를 바꿨지만, 속도는 둘째치고 선회가 따라가지 않는다. 저 거체로 나노하보다 선회반경이 작고, 속도도 빠르다니 반칙에도 정도가 있어! 하지만, 몬트리히트의 반칙 정도는 내 상상의 위를 달리고 있었다.
팔꿈치 부분에서 팔이 분리되어, 한층 더 속도를 내며 날아온다. ――세간에서 말하는 로켓 펀치다.
“거짓말―――?!”
“반칙에도 정도가 있잖아―――――?!!”
나노하와 내 비명이 겹친다. 날아오는 팔이 본체와는 다른 궤도를 그리며 날아와, 돌아 들어오듯이 이쪽의 갈 길을 막는다. 바로 후방에는 본체. 그야말로 절체절명.
“이게!!”
금색과 푸른색 섬광이 각각 팔과 몬트리히트의 본체를 쳐갈긴다. 갈 길을 막고 있던 팔은 AMF도 방어마법도 발동할 수 없었는지, 전격을 그대로 맞고 날아가 버린다.
“아자!!”
나는 그 광경에 무심고 경탄했지만, 그건 우리들을 막는 그림자가 생긴 일로 바로 김칫국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
나노하의 발밑에 발생된 분홍빛 날개――플라이어 핀이 사라졌다. 그건 몬트리히트의 AMF 범위 안에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고개를 든 내가 본 건 눈앞에서 쳐내리는 거대한 손. 거인의 팔은 두개. 페이트에게 튕겨나간 게 아닌, 다른 한 쪽의 팔.
“젠장!!”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간신히 저림이 잦아든 왼팔을 들어 올리고, 오른팔을 억지로 뒤로 물리는 것뿐이었다.
터무니없이 큰 망치에 힘껏 두드려 맞은 것 같은 충격. 위도 아래도 알지 못하는 채로 튕겨나가는 중에, 오직 나노하의 자그마한 몸을 감싸 안듯이 끌어들인다.
시야만이 아니라 의식을 붙잡아 둘 수 있을지조차 위험한 상황에서, 오직 나노하의 몸을 껴안는다. 얼마 정도의 시간동안 그렇게 하고 있었던 걸까. 한 순간, 혹은 수 초인가.
그 끝을 고한 건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정신 차려줘!!”
온몸을 괴롭히는 고통 속에서, 호소하는 소리에 응하듯 어떻게든 의식을 깨운다.
“페이……트, 야?”
뿌연 시야 속에서, 걱정스러운 듯 이쪽을 바라보는 페이트의 얼굴이 비친다.
“가만히 있어줘. 머리에서 피 나고 있어.”
피? 진짠가. 반사적으로 손을 머리에 댄다. 질척.
“으아.”
손바닥이 미끈미끈한 기분 나쁜 감각. 손바닥이 훌륭하게 흠뻑 선혈에 물들어 있었다.
찰과상 정도라면 어쨌건, 이정도의 출혈량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다.
칫. 정신 차려. 이 정도는 찰과상 범주다.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 상황의 파악에 힘쓴다.
지금의 나는 나노하를 껴안은 채로, 마법진의 위에 있었다. 이 마력광의 색은 페이트 건가. 아무래도 쳐날아간 나는 페이트의 플로터 필드에 구해진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완전히 바닥에 쳐박혀서, 좀더 지독한 피해를 입고 있었을 상황이다.
위를 올려다보자 크로노가 혼자서 몬트리히트를 막고 있었다. AMF의 간격을 간파한 건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적확히 공격을 퍼붓고 있다. 단지 제대로 공격이 통하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이지 않지만.
“나노하!! 유토!! 괜찮아?!!”
“아아, 어떻게든 괜……찮나?”
이쪽으로 날아오는 유노에게 그렇게 대답했을 때, 나노하를 안고 있던 손에서 미끈미끈한 감촉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나노하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나노하?”
당황해서 껴안고 있던 팔의 힘을 빼고, 얼굴을 살펴본다――다음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나노하의 눈은 감긴 채. 그건 아직 괜찮다. 하지만 그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건 뭐야?
아니,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이성이 그걸 이해하는 걸 거부하는 듯 사고를 멈추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었어? 내 탓……인가? 내가 여기에 와서, 저 녀석을 끌어냈기에 나노하가 이런 일을 맞은 건가?
손에 걸리는 무게는 너무나 자그맣고 가볍다. 자신보다 아득히 어린 자그마한 여자애. 설령 나 자신보다 힘이 있었다고 해도, 그런 건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 여자애가 이렇게 자신의 탓으로 다쳤다. 내 경솔한 행동 탓으로. 내. 내 탓으로.
“나노하, 정신 차려!”
사고의 루프에 빠질뻔한 상황에 유노가 외친 소리로 현실에 끌려왔다.
――그래. 지금은 멍하니 있을 상황이 아냐. 반성도 후회도 그런 것들은 모든 게 끝난 뒤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유노. 나노하를 부탁해.”
살며시, 가슴에 안고 있던 나노하를 유노에게 건넨다. 회복마법도 부상에 대한 대응지식도 없는 내가 나노하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응, 유토는……!”
나노하를 안은 유노가 내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아마 지금 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다.
자신도 놀랄 정도로 머릿속이 선명해져 간다. 분노와 슬픔. 그것들의 감정이 모여간다. 오직 한 가지 일을 이루기 위해. 그 사고를 깨끗이 갈아간다.
“저 녀석은 박살낸다……반드시.”
“앗! 기다려!”
페이트의 소리를 냅두고 달려나간다. 이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또 나노하가 말려든다.
위를 보자 크로노가 튕겨나가고, 일직선으로 이쪽을 향해오는 몬트리히트의 거체.
그래. 와라. 너를 부른 게 나라면, 내 손으로 결판을 내 주마.
“멍청아!! 도망쳐!!”
발을 멈춘 나에게 크로노가 소리친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몬트리히트에게만 의식을 집중한다. 녀석의 움직임, 그 하나하나에 대응하기 위해 전신에 마력을 가득 채워간다.
몬트리히트가 낙하하면서 주먹을 휘둘러 내린다. 그게 내려옴과 동시에 뛴다. 땅을 두드린 팔에 뛰어 올라가, 그 팔을 달려 올라간다.
“오오오오오옷!! ……으랴앗!!”
있는 힘껏 쥔 주먹을, 눈깔이 있는 머릿부분에 휘둘러 쳐갈긴다. 몬트리히트의 거체가 휘청거린다.
아직이야. 아직, 한참 모자라. 착지와 함께 오른발을 내밀어, 옆면으로 후려친다.
크로노는 말했다. 내 마력은 내 기력, 즉 마음에 의해서 출력이 좌우된다고. 그렇다면, 내 마음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그 강함이 늘어날 터.
좀더. 좀더, 좀더. 좀더, 뜨겹게……! 강하게……!
“오른쪽으로 뛰어!!”
페이트의 소리에 바로 왼다리로 뛴다. 아까까지 내가 있던 위치를, 모기라도 때려잡는 것 처럼 몬트리히트의 오른손이 두드렸다.
“선더―――! 스매셔―――――!!”
“핫!”
몬트리히트의 정면을 쏴갈기는 전격. 내가 착지함과 동시에 땅을 박차, 몬트리히트의 등 뒤에서 주먹을 후려갈긴다.
전격과 주먹을 막는 건 보랏빛 방벽. 방벽에서 발생된 반발력에, 몸째로 주먹이 뒤로 날아간다.
“……읏! 아직이야!!”
바닥에 몸을 부딪치면서도, 구르며 몸을 일으킨다.
아직이야. 이정도로 쓰러질 수는 없어. 좀더, 좀더 뜨거워 져라. 좀더 강하게, 강하게……! 그리고 녀석을 쓰러뜨릴 수단을 생각해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쓰러뜨릴 수단을 찾아내라.
몬트리히트의 몸이 선회. 바람을 가르면서 그 팔을 맹렬한 기세로 휘두른다.
“큭.”
땅에 이건 어떠냐는 듯이 몸을 비벼댈 기세로 엎드려서, 그 팔을 피한다. 풍압만으로도 몸이 날라가려 하는 걸, 있는 힘껏 양손으로 바닥을 붙잡는걸로 막는다.
“이게―――!”
상공에서 내려온 크로노가 그 기세를 담아 디바이스를 쳐내린다. 쿵, 하는 타격음과 함께 몬트리히트의 거체가 수 미터쯤 날아간다.
집무관 대단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일으켜 돌격한다.
“녀석의 실드에 있는 보석을 노려! 저게 AMF와 실드의 발생장치야!”
그 말을 실증하려는 듯 크로노가 마력탄을 쏘아댄다. 당연한 듯이 거기에 대해 AMF가 발동해, 마력탄은 지워졌지만 확실히 녀석의 푸른 보석이 빛을 내고 있는 걸 봤다.
그걸 확인한 나와 페이트가 좌우에서 에워싸듯 움직여, 동시에 돌격한다.
뻗은 손을 보고도 주저하지 않고, 질주하는 속도를 올린다. 몸을 비틀어 피하려 하지만, 손가락이 왼 어깨를 훔쳤다. 그 충격으로 몸이 한바퀴 도는데도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불타는 듯한 둔통이 왼 어깨를 덮친다. 무시. 팔로 뛰어오른다.
노리는 건 아까전에 빛났던 푸른 보석과 대를 이루는 붉은 보석.
“꿰뚫어으어?!”
주먹을 들어올린 순간, 눈앞에 다가오는 보랏빛 벽. 그 앞에 비쳐 보이는 붉은 보석이 빛을 내고 있다. 보랏빛 벽에 몸째로 돌격해, 튕겨 나간다.
허공을 올려다보며, 오늘만으로도 이게 몇 번짼지 알 수 없는 몸이 하늘에 떠오르는 감각. 갑자기 몸에 팔이 감겨서 끌어당겨진다.
“너는 비켜 있어……라고 말해도 안 듣겠지.”
나를 어깨로 안은 채로 나는 크로노가, 사람의 눈을 보고 자그만 한숨을 내쉰다.
“그보다, 사람을 짐짝처럼 짊어지는거 관둬. 이 자세론 피가 머리에 오르겠지.”
“녀석에게 공격은 나와 페이트가 할게. 너는 미끼가 되어서 회피에 전념해. 알겠지?”
“……오케.”
깨끗이 불만을 받아 흘리면서도, 크로노의 지시에 따른다.
지겹게 되풀이하지만, 내 공격으로는 대미지를 줄 수 없다. 그건 지금까지의 공격이 증명하고 있다. 설령, 한 번이나 두 번, 같은 곳에 공격한다고 해서 대미지를 줄 수 있을 리는 없다. 하지만 녀석이 나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만은 보랏빛 방벽은 해제되고, 내게 주의가 향하는 만큼 두 사람에 대한 공격도 빈도가 준다. 필연적으로 두 사람이 공격할 기회는 늘어나고, 자세를 무너뜨리는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움직여 주겠다.
“부디 실수하지 마.”
“너야말로!!”
내 소리를 신호로 하늘로 내던져진다. 나는 몸을 비틀며, 공중에서 플로터 필드를 전개, 그걸 발판으로 다시 도약해, 이쪽을 향하던 몬트리히트의 등 뒤로 돌아간다.
땅을 미끄러지듯 착지하며, 다음의 동작으로 옮기기 위해 힘을 모은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위냐 정면이냐. 다음에 몬트리히트가 일으킬 동작에 대응하기 위해 의식을 좁혀간다.
여기서 뒤는 하나의 미스도 있어선 안된다. 녀석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식을 집중에, 무너뜨린다.
거인은 내가 뒤에 돌아갔기에 발을 멈춰, 왼발을 축으로 돌아보려 한다.
“거기!!”
등뒤에 필드를 전개. 뒤로 미끄러지는 기세를 이용해 온몸으로 필드 안에 뛰어든다. 프로레슬링의 링 로프와 같은 요령이다.
반동을 이용해서 뛰어나온 나는 땅 아슬아슬한 곳을 날아, 발끝을 내지른다.
뻗어 나간 발끝은 노린 대로 거인의 디딤발에 박혀, 그 거체를 뒤집는다. 하지만 거인은 그래도 나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고 있다. 막 일어난 나는 거기서 피할 방법이 없다.
“으윽……!”
쳐내린 손을 양손으로 받아든다. 지나친 무게에 지탱하는 양팔이 비명을 올려, 발밑이 함몰한다. 이대로 찌부러질지, 으깨질진가.
지나친 위기지만, 동시에 지금이 기회이기도 하다. 이 타이밍이라면 방벽은 형성할 수 없다. 물론, 이 틈을 놓칠 둘이 아니다.
『Blaze Cannon.』
“아크!! 세이버―――!!”
푸른 격류와 금빛 칼날이 푸른 보석을 노려 날아간다. 그리고 AMF의 영향하에 있으면서도 두개의 빛이 보석에 격돌해, 거체가 날아가, 나도 해방된다.
“……쳇.”
몬트리히트에서 거리를 떼면서,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무심코 혀를 찬다.
둘의 공격은 확실히 보석에 직격했다. 하지만, AMF의 효과로 위력이 약해진 건지 보석을 파괴하기에는 힘이 미치지 않았다. 둘이 맞춘 대미지는 자그마하게 튼 정도에 머물렀다.
『예상대로 방어가 단단해…….』
“그래도 효과가 있어. 저 녀석을 부술 때까지 계속 되풀이하면 돼……!”
페이트의 염화에 주먹을 다시 쥐며 대답한다. 단단함의 대가인지, 구체때의 터무니없는 재생능력은 사라져 있는 모양이다. 저 방어력으로 재생능력이 그대로였다면 확실히 난감하다.
『어쨌거나 저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탈출도 못해. 이대로 가자!』
『응!』
“좋아!”
이 거인과의 전투를 시작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보석에 한방을 넣은 탓인지 녀석의 방어에 틈이 없어졌다.
나를 잡으려는 것보다도, 자신의 방어에 전념하는 듯이 행동 패턴이 바뀌었다. 덕분에 그 이후, 이쪽은 제대로 대미지를 주지 못하고, 시간과 함께 체력과 마력을 계속 소비해갈 뿐이었다. 마력은 내가 공급할 수 있으니까 괜찮다 쳐도, 체력 쪽은 그러지도 못한다.
실제로 내 몸은 몇 번이나 녀석의 공격에 스쳐, 그때마다 쳐날아갔다. 배리어 재킷이 없었으면 한참 전에 전선에서 빠졌어야 할 상황이다.
확실히 쌓이고 있는 피로 속에서, 완전히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 녀석을 무찌를 수 있는 한 순간의 찬스를 기다리면서.
“체에에에엣!!”
구르면서 연속해서 내지르는 거인의 다리를 피한다.
“손을!!”
페이트의 목소리에 구르면서도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날아오는 페이트가 내 손을 잡아, 몬트리히트의 사거리에서 탈출한다.
“뒤야!!”
거리를 벌려 안심할 틈도 없이 크로노의 경고. 날아가는 이쪽의 뒤를 쫓는 듯이 몬트리히트의 팔이 분리되어, 문자 그대로 날아온다.
기다리고 있던 찬스에 자연스럽게 입가가 올라간다.
“이 녀석을 기다렸어!! 페이트!!”
“예!!”
페이트가 빙글 돌아, 날아오는 팔과 마주본 순간에 내 손을 놓는다. 당연히 나는 몬트리히트의 팔을 향해 날아가지만, 이 궤도라면 아슬아슬하게 팔의 위를 지나간다.
“여기다!!”
팔과 엇갈린 순간, 주먹을 있는 힘껏 눈 아래로 쳐내린다. 위에서 벡터를 받은 팔은 그대로 진로를 바꿔, 바닥을 박살내며 멈춘다. 바로 팔꿈치 부분에 있는 배니어를 페이트가 찢어발겨, 그 기능을 정지시킨다. 장갑 외의 부분은 그리 단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주먹을 휘두른 직후에 플로터 필드를 형성해, 반전. 양손으로 껴안듯 그 팔을 들어올린다.
“크로노! 녀석의 보석을 이쪽으로 향해줘!”
자이언트 스윙의 요령으로 팔을 휘두르며 소리친다.
『오케이!』
내 의도를 파악한 크로노가, 포격으로 녀석의 디딤대를 부순다. 밸런스가 무너져 무릎을 꿇는 몬트리히트가 어깨의 실드――AMF를 발생시키는 푸른 보석을 이쪽에 내보인다.
“로켓! 펀―――――치!!”
그리고 팔을 잡고 있던 양손을 떼놓는다.
확실히 몬트리히트의 장갑은 견고하다. 하지만 이렇게 녀석의 장갑을 그대로 쳐박아 주면……!
윙윙거리며 날아가는 몬트리히트의 팔. 보랏빛 장벽이 발생되지만, 자신의 몸은 대상 밖인건지 보석을 향해 돌진하는 팔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 처럼 장벽을 지나쳐, 실드에 직격해, 팔과 함께 박살난다.
“아자!!”
“잘됐어!”
“아직이야! 단숨에 간다!”
환성을 지르는 나와 페이트를 꾸짖듯 소리를 낸 크로노가 S26를 높게 들어, 크로노의 전방에 수많은 원형 마법진이 떠오른다.
“바디시!”
『Thunder Smasher.』
바디시를 거머쥔 페이트도 마찬가지로 포격 자세에 들어간다. 그리고 쏘아낸 두 개의 포격과 그걸 막는 보랏빛 장벽.
“들을까……?”
AMF가 사라진 지금이라면 녀석의 방벽도 꿰뚫을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배신하듯 거인이 펼친 장벽은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두개의 포격을 계속 막는다.
“윽……단단해!”
“AMF 없이도 이리 단단한가……!”
둘의 목소리에도 초조함이 나와 있지만, 이어서 일어난 현상이 새로운 충격을 우리에게 가져온다.
부서졌던 실드와 팔의 파편 하나가 떠올라서, 본체에 들러붙어서 빛을 내뿜는다.
“설마……재생 하려고 하고 있는 거야?!”
“젠장!!”
크로노가 경악에 가득한 소리를 냄과 동시에, 나는 왼팔로 바닥을 치며 도약한다.
재생 속도는 구체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늦다. 재생중은 움직일 수 없는지, 방벽 외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같은 수단이 두 번 통하리라곤 볼 수 없다. AMF가 부활해 버리면, 이쪽의 승산은 한없이 적어져 버린다. 녀석이 완전히 재생하기 전에 저 장벽을 박살내서, 본체를 깨부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게――――!!”
플로터 필드에 의한 반동을 이용해서, 두 개의 빛을 막는 장벽에 마력을 집중시킨 발끝을 연달아 내지른다.
――통하지 않는다. 역으로 튕겨나간다.
디딜 곳이 없는 날라차기론 안된다. 순간적인 파괴력은 어쨌건, 부하를 계속 줄 수가 없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뭐야? 머리를 돌리려 한 그 순간――――상공에서 분홍빛 섬광이 흘러넘쳤다.
그 빛의 발신원에 눈을 향한 순간, 안도와 함께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라 버린다.
――역시나 주인공. 최후의 최후로 멋진 부분은 전부 가져간다.
“다들, 미안! 이 뒤는 맡겨줘!”
빛의 날개를 펼친 레이징 하트를 용맹스럽게 들어올린 하얀 마도사. 그 눈앞에는 별들의 빛이 모이는 것 같은 강대한 광구가 빛을 내고 있다.
AMF를 봉한 지금이라면, 나노하의 화력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다.
“스타 라이트!!”
“안돼! 아직 쏘지 마!”
크로노의 소리에 폭발 직전의 빛에 지팡이를 휘둘러 내리려 한 나노하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지금 쏴도 본체를 완전히 격파할 순 없어! 우리가 저 장벽을 부술 때 까지 기다려!”
확실히 크로노가 말하는 대로였다. 방벽과 AMF가 없더라도 여전히, 저 갑주는 경이적인 방어력을 자랑한다. 저걸 깨끗이 일격으로 파괴할 수 있는 건, 나노하의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뿐이겠지. 방벽 너머로 쏜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로는, 아마 본체를 완벽히 파괴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리고 지금의 나노하에게 2발째는 없다. 유노의 치료에 의해,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회복한 모양이지만 이 단기간에 완전히 회복되었을 리가 없다. 잘 보면, 나노하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숨도 헐떡거리고 있었다. 마력은 내가 보충할 수 있어도, 체력이 한계겠지. 그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다. 나노하 외의 모두가 방벽을 부수고,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로 마무리를 한다. 이게 우리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의 수단이다.
“그, 그래도!!”
“우리를 믿어, 나노하!!”
몬트리히트의 방벽에 녹색 사슬이 얽히며, 부하를 늘린다.
“우리가 반드시 부술테니까!!”
금빛 격류가 그 빛을 더한다.
아아, 그렇다. 그렇고 말고. 이런 녀석에게 이 멤버가 질 리가 없다.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충동. 좀더, 좀더. 좀더 뜨겁게, 좀더 격렬하게. 좀더 불타올라라.
솟아오르는 충동을 모아, 오른손을 든다. 내 마음이 고조되면, 마력량은 오른다. 좀더 좀더 고조시키려면……!
“내 이 손이 새빨갛게 불타오른다!”
들어올린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 짙은 감색 빛이 오른손 전체를 감싸간다.
“승리를 잡겠다고! 크게 외친다!!”
포효와 함께, 오른손을 두른 빛이 그 빛을 늘려간다. 좀더……좀더 좀더, 불타올라라……!
“폭렬!!”
손을 강하게 쥐고, 땅을 박찬다.
“가아아앗!! 핑거어어어어!!”
다섯 손가락을 펼치고, 전 마력을 모은 손바닥을 장벽에 두드린다. 손바닥에 담긴 마력과 장벽이 간섭해, 격렬한 빛을 낸다.
“으으으으으으!!!”
장벽에서 나오는 반발력을, 다리, 허리, 온 몸으로 견디며, 장벽을 부수기 위해 팔을 쳐박아간다.
“으오오오오오오오!!”
하지만, 우렁찬 외침과 함께 쳐박은 팔은 장벽을 뚫지 못하고, 그 도중에 딱 멈춰버린다. 얼마나 힘을 담든 이 이상은 나아가지 못한다. 두 사람에게 눈을 향할 여유도 없다. 오른손 하나, 아니, 손가락 하나라도 좋아……! 부탁해, 꿰뚫어줘……!!
하지만, 아무리 바라도, 힘을, 마음을 담아도, 오른손은 1밀리조차 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팔의 감촉은 앞으로 조금만 힘이 더 있으면 방벽이 부서지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앞으로 조금……! 정말 조금인데……!!
발버둥치는 우리들을 비웃듯이, 파괴된 몬트리히트의 팔이 수복되어간다.
――더는 무리인가?
“젠……자아아아앙!!”
입에서 솟구치는 절규도 허무하게, 체념할 뻔 했다――――그 때,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
“?!”
내 몸을 둘러싸는 듯이 귤색의 빛, 아니, 귤색의 원형 마법진이 떠오른다.
――이건 뭐야? 마법? 누구의? 무슨? 이 색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와도 다르다. 뭐야, 뭐가 일어나고 있어?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하는 내 마음과 관계 없이 마법진은 빛을 늘려――산산조각이 났다.
대체, 뭐가 일어났어? 내가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변화가 찾아왔다.
링커 코어를 통해서 솟아오르는 마력량이, 갑자기 단숨에 부풀어 오른거다.
“마력이 올랐어……?”
영문을 알 수 없다. 자신의 몸에 대체 뭐가 일어난 거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 힘이라면―――할 수 있어.
“으, 오오오오오오오옷!!”
있는 힘껏 소리치면서, 늘어난 마력을 모두 오른손에 붓는다. 손끝이 정말 조금씩이지만, 움직이기 시작한다. 1밀리, 2밀리, 3밀리……!!
“가라―――――!!”
그리고 마침내 손가락이 장벽을 뚫는다. 그 확실한 감촉에 입가가 올라가, 검지 손가락에 모든 마력을 모은다. 손끝 하나.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양을 넘겨서.
“히이이이트!! 앤드으으!!”
마법을 발동시킨다. 한계를 넘어 모인 마력은 폭발해, 파괴 에너지로 바뀌어간다. 미쳐 날뛰는 파괴의 힘은 몬트리히트의 강고한 방벽에 틈을 만들어, 그게 거미집꼴로 펼쳐져간다.
설령, 아무리 강고한 벽이라 해도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 버리면. 강의 흐름을 막는 제방이 자그마한 구멍 하나로 무너지는 것 처럼. 틈이 장벽 전체로 넓어진 순간――――금색과 푸른색 섬광이 보랏빛 벽을 박살냈다.
장벽이 박살나, 그 안에서 폭발하고 있는 마력이 내 오른손을 통째로 삼키며, 몸을 쳐 날린다. 그 충격과 오른팔이 찢기는 듯한 아픔에 의식을 놓칠 뻔 하지만, 이를 악물어 의식을 억지로 잡는다. 아직 의식을 잃을 수는 없다. 몬트리히트의 소멸을 지켜볼 때 까지는……!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돌조각에 쳐박혀 몽롱해진 시야 속에서, 그야말로 별을 박살낼 듯한 기세로 분홍빛 섬광이 달린다. 아까 전에 쏜 것보다 더더욱 굵고, 강한 빛을 내뿜는 빛에 삼켜진 거인의 모습.
눈부신 빛 속에서 그 윤곽은 흔들려, 무너져 내린다.
끝났다. 더 나을수 없이 완벽하게. 이 뒤는, 최후의 마무리를 남길 뿐.
“풀 드라이브, 갈 수 있어?”
분홍빛 격류가 달리는 동안, 아픈 몸에 채찍질해서 몸을 일으킨다. 배리어 재킷이 사라진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전혀 감각이 없었다. 이건 곤란한데, 하고 생각하면서, 허리의 디바이스에 말을 건다.
『Three second.』
“충분해!!”
간신히 움직이는 왼손을 벨트의 보석에 다가댄다.
『Blade Form』
『Blade Form.』
디바이스의 무기질적인 소리와 함께 벨트에서 빛의 손잡이가 생겨나, 그걸 꽉 붙잡는다.
아직이야. 아직 일러. 내가 풀 드라이브를 쓸 수 있는 건 겨우 3초. 쓸 때를 오인할 수는 없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빛이 힘을 잃어가, 이윽고 사라졌다. 그곳에 거인의 모습은 없다. 거대한 크레이터의 중심에 있는 건 거인의 말로.
하지만, 나도, 크로노도, 페이트도, 유노도. 누구 하나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당연하다. 저 보석은 저 상태에서 그 모습으로 부활했던 거니까, 녀석의 본체를 지울 때 까지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돌조각 속에서 빛이 떠오른다. 몬트리히트의 색이 되는 눈깔이.
“지금이야!”
나는 꾹 쥔 손잡이를 뽑아내, 푸른색과 녹색 사슬이 겹겹히 눈깔에 얽혀, 페이트가 날아간다.
검은 금속질로 만들어진 손잡이와 날밑. 손잡이와 날카로운 날밑 중앙에는 붉은 보석. 거기에서 형성된 건 짙은 감색으로 빛나는 마력 칼날. 단, 그 칼날은 길이가 내 키마저 넘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바디시의 세이버 폼이다. 원래라면 평범한 칼 크기까지 칼날을 모으고 싶지만, 내 능력으론 디바이스의 힘을 빌려도 이게 한계다. 덤으로 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진짜 몇 초. 마력 칼날의 형성에 리소스를 분배하고 있기에, 내 신체능력도 크게 내리지만, 공격력만은 크게 올라있다.
“거기!!”
휘두른 대검을 투척. 바로 바닥을 박차고 질주. 빛의 칼날이 거대한 눈깔을 꿰뚫는다.
――나머지 2초.
페이트가 섬광의 칼날을 휘두름과 동시에, 대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나머지 1초.
“하아아아아아앗!!!”
“즈아아아아앗!!”
금색 칼날이 하늘에서 땅으로 일직선으로 내려오고, 감색 칼날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0. 감색 마력 칼날이 무산된다.
십자로 찢어갈겨진 눈깔. 옛 유산은 소리도 없이 폭발해――――소실되었다.
……끝났다. 이번에야 말로. 몬트리히트의 소멸을 지켜보고, 긴장의 끈이 뚝 끊어졌다.
“이제 안돼. 한계.”
체력도 기력도, 한계를 넘어서 죄다 짜냈다. 탱그렁, 하고 손에서 디바이스가 흘러 떨어져, 털썩 무릎을 꿇는다.
무거워진 눈꺼풀에 저항할 것도 없이, 나는 의식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