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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23화 안 되겠어, 이 녀석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런 시간에 뭘 까다로운 표정 짓고 있는 거니. 뭔가 문제라도 있었어?”

 아스라 함내의 어느 방.
 뭘 하지도 않고, 모니터에 표시되는 데이터만을 바라보고 있던 크로노에게 말을 건 건 2인분 커피를 가져온 린디였다.

“아뇨, 문제라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개인적으로 조금 신경이 쓰여서.”

 크로노 몫의 커피를 건네고, 모니터를 살펴보는 린디. 거기에 표시되어 있는 건 그녀도 알고있는 소년의 데이터였다.

“유토군의 검사 결과구나. 딱히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었잖아?”

 도미네 유토. P.T 사건의 현지협력자. 전례 없는 마력과는 반대로 마법의 재능은 전무. 본인에 따르면 불확정적이지만 미래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수상쩍은 소년.
 그 소년에게 걸려있었던 마력 리미터와 거기에 대한 검사결과에 대해서는 린디도 이미 보고를 받았다.
 새로운 의문은 태어났지만, 현시점에서는 사소한 일들 뿐이다. 집무관인 크로노가 신경쓸만한 건 아니다.

“예. 검사결과 그 자체에는 특필할만한 게 없었습니다. 단지, 유토 개인의 마력에 대해서 좀 떠오르는 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며 크로노가 모니터 안의 어느 데이터를 확대시킨다.
 그 내용은 이번에 새로이 검사한 유토의 마법자질 결과였다.
 데이터는 각각 수치화되어, 레이더 차트로 표시되어 있다.
 그 모습은 이전에 아스라 안에서 검사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없이 직선에 가까운 형태의 다각형이었다.

“정말, 언제 봐도 한없이 비상식적인 결과네.”

 그 데이터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그 엉터리같은 모습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높은 건 총 마력량과 최대 출력뿐이고 다른 수치는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그래프 모양 자체는 예전과 마찬가지지만, 리미터가 사라진 탓인지 마력량과 출력쪽은 이전의 결과보다 커져 있었다.

“예, 정말 그래요. 확실히 마력량과 재능은 반드시 비례한다곤 할 수 없지만…….”

 크로노의 말대로 개인이 가진 마력량과 마법의 재능은 꼭 비례하진 않는다.
 실제로 크로노 자신도 거기에 해당한다. 부모가 모두 뛰어난 마법사였기 때문인지, 크로노가 타고난 마력량은 상당했었다. 거기에 반해서 마법에 대해 가진 재능은 마력량과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약관 14세라는 젊은 나이에 AAA+클래스의 마도사로 오를 수 있었던 건, 우수한 스승에게 배운 것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이 노력한 결과였다.
 닮은 환경에 놓인 유토를 보고 크로노가 약간 공감하고 있다는 걸 린디는 느꼈지만, 그녀가 입에 담은 건 다른 소리였다.

“그의 경우, 그게 너무 ​극​단​적​이​지​…​…​크​로​노​가​ 걱정하는 건 그 부분이니?”
“예, 그 부분이에요. 확실히 링커 코어를 가지고 있어도 자질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그는 지나치게 이상해요.”

 출력만이 아니고, 마력 그 자체를 제한하는 리미터를 건 상태에서도 나노하의 3배를 넘는 마력량.
 이번 검사에서 다시 계측한 결과, 더더욱 어이없는 수치가 산출된 건 말할 것까지도 없다.
 상식적으로 일반인이 가질만한 마력허용량을 터무니없이 넘었다.
 그만한 마력을 가진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뒤져봐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았겠지.
 그럼에도 그걸 행사하는 자질은 전무하다. 단순한 레어케이스라고 단언하기에는 지나치게 부자연스런 밸런스다.

“마치 링커 코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거대한 마력만을 부여한 듯한…….”

 이전에는 그 이상성을 눈치채고도 그런 일도 있겠지 하고, 그리 신경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유토에게 걸려있던 리미터와 거기에 대한 검사결과. 그것들을 안 뒤에는 아무래도 단순한 레어케이스라 단언할 수 없었다.
 이번 일로 과거의 데이터를 조사해 보았지만, 역시 유토정도로 극단적인 예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다.
 크로노가 뭘 말하고 싶은지 느낀 린디가 크르노의 말을 잇듯이 입을 열었다.

“인위적으로 처치를 가한 인조마도사. 유토 군에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인조마도사. 인간에게 인위적인 처리·조정을 가하는 걸로 강력한 마력이나 마법사용능력을 얻은 마도사. 마법문명이 전성기에 놓인 이후, 몇 번이나 실험과 실패를 되풀이하며 연구해온 기술이다. 페이트를 낳은 “프로젝트 F.A.T.E”, 인간의 몸과 기계를 융합시켜 일반인을 넘는 능력을 부여시키는 “전투기인” 등의 생명조작기술등과 마찬가지 기원을 가진다. (단지, 페이트 테스타로사나 그 뒤에 태어날 에리오 몬디알이 링커 코어를 가지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우연적인 자연발생이기에, 그들은 이와 같은 정의에서의 인조마도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지, 이론적, 그리고 그 성공률 등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있어, 현재는 위법이자 금기시되어있는 기술이다.
 물론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고는 해도 관리국의 눈을 피해서 수면 아래서 그런 연구를 계속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끊이지 않는다.
 유토의 이상할 정도로 강대한 마력과 언밸런스한 자질은 그런 사람들의 연구성과가 아닌지 크로노는 고민했던 거다.

“어디까지나 추론과 가능성의 문제긴 하지만요. 적어도 검사결과에서는 그런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 자신도 마법 세계와 얽혀있던 적은 없습니다.”

 인조마도사라는 건 주로 외과적인 처치·처리가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런 만큼 검사를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떠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인 거다.
 하지만, 유토의 몸에도 링커 코어에도 어떠한 처치가 된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와 처음으로 만난 뒤로, 그 언동 탓에 철저하게 신변조사를 하기도 했었다.
 그 결과는 백. 그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그 친척까지 손을 넓혀 조사했지만, 마법세계와 관계를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기록이나 기억이 바뀐 흔적도 없었으며, DNA 감정 결과로도 그 부모님의 친자식인게 증명되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유토에게 이야기하고, 사과했었다. 물론 유토는 그렇게 되는 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개의치 않고 웃어넘기고 있었다.)
 물론 개인레벨에서의 접촉 같은 건 아무래도 조사할 수 없는 법이기에, 완전히 마법세계와 관계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설령 그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 목적이 미스테리야. 마력이 크기만 하고 그걸 취급할 수 없는 마도사의 수요같은 건 없는걸.”

 린디가 말하는 대로, 마력이 크기만 하고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는 마도사 따위, 기본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요구되지도 않는다.
 마도사라는 건 단순히 힘이 많으면 괜찮은 게 아니다. 물론 마력이 크면 당연히 좋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어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게 전제인 거다.
 완전히 제어된 10의 힘이 제어되지 못한 1000의 힘을 능가하는 일조차 있는 거다. 유토처럼 언밸런스한 힘을 가진 사람이 요구되는 경우는 일단 없다고 해도 좋다.
 설령 그를 처음부터 마도사로서 키워내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전력이 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유토가 크로노와 비슷한 노력을 10~20년 계속한다고 해도, 크로노와 같은 영역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리라 말해도 괜찮겠지. 아무리 마력이 크다고 해도 그걸 다루는 재능·자절이 절망적인 수준으로 낮다.
“정상적이지 않은 수단으로 그 마력을 살릴 수단이 있는 건지. 아니면 목적은 그 애가 가지고 있는 예지능력? 그 거대한 마력은 그 부산물일 가능성도…….”

 유토가 가지고 있다고 한 예지능력. 그 힘에 대해서는 불명한 부분이 많지만, 그가 알리 없는 프레시아 테스타로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 힘이 사실이고 유토가 인조마도사로서 처치를 받았을 경우에는, 그 힘을 얻는 게 목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린디는 본인이 다루지 못할 정도의 마력은 그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이 아닌지 하는 추론을 한다.
 예지능력 운운은 유토가 이야기의 앞뒤를 맞추기 위해서 날조해낸 완전 엉터리 이야기니, 당사자에게 이걸 들려줬다간 마른 웃음을 지으면서 눈을 피하겠지. 설마 다른 세계에서 자신들에게 일어난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존재하고, 거기다 그 기억을 가진 인간이 이 세계에 있다니. 지금 이야기하는 추론보다도 훨씬 황당무계한 일이 진실이라고는 상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외에는 실험의 실패작……그래서 리미터를 걸어서 관리외 세계에 방치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리미터를 건 이유론 납득할 수 있는데…….”

 인조마도사 실험에 의한 실패작. 마력을 부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걸 다룰 자질을 부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실패작으로 리미터를 걸어 그 마력을 본인. 실험의 흔적을 숨기려 했다. 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조리에 맞는다.
 그렇다곤 해도, 그걸로 의문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처치한 인조마도사를 관리외 세계라곤 해도, 일부러 자신들의 관리 밖에 방치하는 이유. 현재의 기술로 그 정도의 마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 누가 그걸 했는지 등등 사소한 부분까지 가면 끝이 없다.

“결국 근거없는 추론에 지나지 않아. 그걸 뒷받침할 증거같은 건 아무것도 없는걸.”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의 데이터를 바라보던 린디의 표정이 느슨해지며, 그 손이 컵을 향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약간 미지근해지긴 했지만, 당분과 밀크를 가득 넣은 커피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린디의 분위기가 풀어진데 맞춰서 크로노도 어깨의 힘을 빼고, 의자에 기대면서 자신의 컵에 입을 댄다.
 입안에 퍼지는 블랙커피의 쓴맛이 굉장히 기분 좋으면서, 어머니와 같은 맛이 아니었던데 내심 안도한다.

“예. 실제론 단순한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리미터가 걸린 뒤 9년. 진상이 어떻든, 이제 와서 그 자신에게 뭐가 일어나는 일도 없겠죠.”

 그렇다. 지금까지 나온 건 전부 근거 없는 추측뿐이다. 그걸 실증할 물증 따위는 무엇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위구심을 안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기에 본인에게 여기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두 사람도 진심으로 그런 걸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별일 아닌 잡담의 연장으로서 가능성을 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도미네 자신을 봐도 아무런 이상은――성격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없​다​.​

“그렇구나. 단지 그의 경우, 설령 진상이 어떻든지 간단히 받아들일 것 같지만.”

 농담을 섞어 말하는 린디의 말에, 크로노도 그렇게 되었을 경우를 상상해 본다.
 유토에게 자신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처치를 당했다고 고했을 때의 반응을.
 자신보다 연하인 주제에 묘하게 달관한 분위기를 풍길때도 있는 소년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를.
 처음에 떠오르는 감상은 놀람? 공포? 아니면 불쾌감? 어느 감정을 드러내도 부자연스럽진 않다. 단지 결국엔 그 얼빠진 소년은 시치미 떼는 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흐응―”, 하고.
 그 광경을 떠올리곤 자연스럽게 쓴웃음이 흐른다. 결국, 잘 알지 못하는 이상한 녀석이라는 게 크로노가 유토에 대해 가진 평판이다.

“틀림없네요. 좋게 봐도 나쁘게 봐도 깊게 고민하지 않는 녀석이니까요.”
“후훗, 본인이 들으면 뭐라고 말하려나?”
“사실이니까요.”






“엣취!”
“유토 군, 감기?”
“글쎄.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는 거 아니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즈카에게 코를 홀짝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이런 시기에 감기같은 건 너무 미묘해서 싫다.

“그러면 틀림없이 험담이겠네. 마음 짚이는 곳은 잔뜩 있겠지?”
“부정은 안 하겠는데, 어째서 넌 그렇게 잘난듯한 거야?”

 그렇게 물어봐도 금발 새침데기는 흐흥 하고 다부진 미소만 띄우곤 말을 무시했다.
 가슴을 펴는 건 괜찮지만, 빨래판인 초등학생이 그래봐야 조금도 기쁘지 않다. 다음에 알프에게라도 부탁해 볼까.

“누구 짚이는 사람이라도 있어?”
“글쎄, 어떠려나.”

 요즘 굉장히 교우관계가 넓어졌기에 이야기할만한 상대는 잔뜩 있는 기분이 드는데.
 프레시아 모녀라거나 나카지마 가족이라거나. 뭐어, 험담이라고 하면 어딘가의 집무관 정도려나.

“뭐어, 그건 치워두고 셋이 모여서 무슨 볼일이야.”

 방과후가 되자마자, 셋이 짠 것처럼 내 자리까지 들이닥쳐 왔다.

“저기, 오늘 너 한가해?”
“한가하다면 한가한데.”

 바쁘다고 하면 바쁘다. 여하튼 하야테의 생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어둠의 서 대책으로 이것저것 고민하거나 손을 써두거나 하긴 했지만, 이게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고양이 자매의 행동이라거나 볼켄즈의 반응같은 것들을 완전히 다 예상할 수도 없고. 페이트때의 몬트리히트같은, 내가 모르는 불명확요소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깊게 고민해봐야 끝이 없기에, 아예 내가 알고있는 걸 전부 이야기해서 크로노와 린디 씨에게 죄다 떠넘기고 싶을 정도다.
 고양이자매도 지금까지는 행동을 일으키고 있지 않겠지만, 관리국과의 연을 가지는 내가 볼켄즈와 접촉했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 아 진짜 귀찮네.
 이것저것 고민해서 행동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만은 그럴 수도 없는 게 괴롭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고민하다 보면, 어설프게 지식이 있는 게 좋은지도 고민거리지 싶다. 너무 고민하다가 거꾸로 못 움직이게 된다.
 거기에 덤으로 하야테의 생일선물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자애한테 선물을 주는 건 처음은 아니지만, 초등학생 3학년이 되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귀찮다는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도 없는데~ 하고 세상의 가혹함을 맛보고 있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그럼, 오늘은 너희 집으로 습격할게.”
“아아, 멋대로 하면 ​되​잖​아​…​…​므​라​고​?​”​

 가볍게 흘려들은 말에 무심코 고개를 든다. 거기에는 소녀 셋이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봐, 아직 유토 군의 집에선 논 적이 없었잖아? 모처럼이니 한 번 놀러 가 보고 싶은데―하고 생각하게 돼서.”
“저번에 스즈카네 집에도 갔었고, 문제 없지?”
“남자애의 집은 처음이니까 조금 기대돼.”

 내 얼이 나가 있는 동안 소녀 셋이 멋대로 말을 꺼내댔다. 그거냐. 저번의 촬영회는 오늘 전의 예비연습이었냐, 어이.

“사정이 안 좋으면 다음 기회로 할 생각인데, 어떠려나?”

 쓰키무라 양이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 조만간 우리집에 오는 건 확정사항인 모양이네요. 더럽네. 역시 쓰키무라 더러워.

“아니면 뭐야? 뭔가 우리들에게 보여주면 곤란한 거라도 있니?”

 오히려 그쪽이 재밌다는 것처럼 멋진 미소를 짓는 알리사 양.
 보여서 곤란한 건 없지만, 잘못 만졌다간 곤란한 건 있다. 뭐어, 이 녀석들이라면 괜찮겠지만.

“뭐어, 괜찮나. 멋대로 하면 되잖아.”

 무리하게 반대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어둠의 서 대책도 묘안이 떠오를 듯한 기분은 안 든다. 그러면 기분전환을 겸해서 이 녀석들과 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아, 정해졌네. 훗훗훗. 저번의 패배는 오늘 너희 집에서 제대로 갚아 줄 테니까!”
“흐응, 괜찮겠지. 내 연승기록이 늘어날 뿐이야.”

 덧붙여서 연승하고 있는 건 알리사를 상대할 때뿐이고, 쓰키무라에게는 연패. 나노하와는 대강 반반이다.

“흐응,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야. 여하튼 몰라볼 정도로 강해진 내 포켓몬이 이번에야말로 너를 쓰러뜨릴 테니까!”
“………….”

 훌륭할 정도로 스스로 패배 플래그를 세운 알리사에게 어떻게 대답할지 잠시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데​기​데​기​☆​새​침​데​―​기​☆​데​깃​데​―​☆​돈​,​ 찬, 틴! 새침데기 알리사가 승부를 걸어왔다.”
“누가 새침데기야!”

 포켓몬 실버의 라이벌 BGM에 맞춰서 흥얼거렸더니 나노하와 쓰키무라가 웃음을 터뜨리고, 알리사가 소리쳤다. 나노하와 쓰키무라가 약한 부분에 먹힌 모양이어서 알리사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어서 웃음을 참고 있는게 빤히 보인다. 그리고 그걸 보고 점점 심기가 언짢아지는 알리사.
 어쩔 수 없다. 좀 도와줄까.

​“​데​깃​데​―​데​―​☆​데​깃​데​―​☆​새​침​데​―​기​☆​새​침​데​―​기​☆​새​침​데​―​기​☆​데​깃​데​―​☆​”​
“아하, 아하하하핫!”
“아, 안돼! 더는 안돼! 아하하하하!”

 마지막으로 슬쩍 등을 밀어주자 담이 무너진 것처럼 배꼽을 잡고 둘은 웃기 시작했다.

“그 묘한 노래는 그만둬!! 너희도 웃지 마!!”

 쓴데레 양이 내 어깨를 양손으로 끌어당기며 소리쳤지만, 역효과인 모양이다. 나노하와 쓰키무라는 다시금 웃음 발작에 휩싸여 구르기 직전이다.

“알리사는 소리쳤다. 하지만 역효과인 모양이다.”
“네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새침데기 수고.”
“누가 언제 살갑게 대했는데?!”
“나한테 쌀쌀하고, 나노하랑 스즈카한테 살갑게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떠신지?”
“하나하나 성실하게 대답하지 마!!”

 대체 이 새침데기는 나한테 어쩌라는 건가.
 나노하와 스즈카의 웃음을 멈추려는 금발 새침데기를 곁눈질로 보며,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 뺨이 아파아.”

 알리사 집의 리무진에 타고 우리 집까지 도착한 건 좋지만, 쓰키무라가 빨개진 뺨을 문지르고 있었다. 웃음 발작을 멈추기 위해서 알리사가 잔뜩 집어당긴 결과가 이 참상이다.

“괜찮아? 정말……알리사도 조금 살살해 줘, 점잖지 못하게.”
“네가 말하지 마!!”
“웃음이 멈추는 타이밍에 BGM을 흥얼거려서 웃게 만든 건 유토 군이지.”

 알리사의 공격으로 쓰키무라랑 마찬가지로 빨개진 뺨을 문지르는 나노하가 눈물맺힌 눈으로 노려봤다. 에이고야.
 어깨를 움츠리고 우리 집 현관문을 연다.

“다녀왔어요―.”
​“​“​“​실​례​합​니​다​―​.​”​”​”​

 내 소리에 이어 소녀 셋의 인사가 이어진 시점에서, 여자애 셋 안에 남자가 홀로 있다는 상황에 익숙해진 걸 깨닫는다.
 예전의 기억을 비춰보면, 초등학생 저학년 무렵에는 별로 남녀 구별없이 놀고 있었지만, 3~4학년 무렵에는 약간씩 남녀가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 갔었던 것 같다. 마침 지금이 그 시기지만,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뭐, 별로 깊은 사이도 아니니까 상관 없으리라고 결론짓는 상황에, 복도 안쪽 문이 열려, 탁탁탁 슬리퍼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성인 여성이 한 명. 까놓고 말해서 내 어머니다.
 보통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회사에 다니지만, 저번의 휴일근무 대신에 오늘은 집에 계시는 거다.

“어머니, 다녀왔어요.”
“어서와―앗, 어머어머.”

 어머니는 내 바로 뒤에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입가에 손을 대면서 눈을 크게 뜬다. 그 눈에 호기심이 깃든 건 뭐, 예상대로였다.

“우리 어머니. 그리고, 이쪽이 반 친구들.”

 어머니를 상대로 여자친구들을 소개하는 건 아무래도 근지럽다. 서투른 짓은 하지 말고, 적당히 소개한다.

“알리사 배닝스예요.”
“다카마치 나노하예요.”
“쓰키무라 스즈카예요.”
“알리사 양에 나노하 양, 스즈카 양이구나. 큰 대접은 못 해주지만, 느긋이 있으렴.”

 이라고 말하면서, 어머니의 눈길은 나노하에게 록온되어 흥미깊은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나노하는 당황섞인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에, 에에, 무슨 일 있나요?”
“아, 미안해. 나노하 양에 대해선 우리 유~야한테서 이것저것 들었으니까.”
“우리 유~야?”
“이것저것?”
“나노하 양에 대해서?”

 어머니의 말에 소녀 셋의 눈길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알리사의 입가가 풀어지고, 눈이 반짝 빛난 것 처럼 보이는 건 아마 기분 탓이다. 무시무시.

『저기, 유토 군. 혹시…….』
『응. 우리 가족한테는 마법에 대해서도 전부 이야기해 뒀어.』
『에엣?!』

 그러고 보면 나노하에게는 그걸 이야기하지 않았었나.
 놀라는 소리는 염화만으로 그치고, 표정에는 약간밖에 나오지 않는 건 꽤 솜씨 좋다. 아무래도 작은 소리로“왜,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한 거야……?”같은 쇼크를 받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걸 입이 아니라 염화로 중얼거리는 건 역시나 감탄할만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나노하 일행의 모습을 깨달은 건지 즐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싱글거리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이런 거 아니려나, 젠장.


 일단 현관에서 계속 서 있어봐야 아무것도 안 되니 거실까지 셋을 안내한다. 어머니는 다과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그럼, 잠시 여기서 기다려 줘. 나는 잠시 내 방에 다녀올테니까.”
“아, 나도 같이 갈래! 훗훗훗, 수상쩍은 걸 숨기려고 해도 그렇게는 안돼.”

 라고, 2층의 내 방으로 돌아가려는 내 앞에 버텨서는 건 말할것도 없이 금발 새침데기였다.
 입으론 꺼내지 않았지만, 나노하와 쓰키무라도 내 방에 흥미가 있는지 알리사에게 찬동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딱히 와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내가 갈아입는 걸 보고싶은 거야?”
“뭐……?!”

 그 말의 효과로 바로 얼굴이 새빨개진 알리사에게 차이듯이 거실에서 쫓겨났다.
 처음으로 오는 남의 집인데 겁내지 않는 성격은 굉장히 달갑다.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자, 거기에는 어머니의 모습은 없었고 소녀 셋이 사이좋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쓰키무라 저택에서 마신듯한 본격적인 홍차는 아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듯해서 약간 안도한다.

“기다렸지.”
“잘 다녀왔어, 우리 유~야♪”

 첫 번째로 입을 연 알리사의 말이 이거다. 그 싱글거리는 표정은 더 이상 기쁠 수 없을 정도로 기뻐 보여, 정말로 즐거운 듯 했다.

“잘 다녀왔어―, 우리 유~야♪”
“먼저 차 마시고 있어요, 우리 유~야♪”

 미리 셋이서 맞춰둔 건지, 나노하와 쓰키무라까지 편승했다. 얼굴을 보면 알리사 외의 두 사람도 신나하는 게 빤히 보인다.
 애초에,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 정도로 동요할 내가 아니다. 실망한 듯한 표정을 가장하며 알리사가 홍차를 입에 담은 타이밍을 노려서 입을 열었다.

“뭐어, 부디 느긋이 보내 줘. 아~땅.”

 푸학, 하고 알리사의 입에서 홍차가 힘차게 뿜어졌다. 칫, 실수했다. 나씩이나 되는 게 촬영 기회를 놓쳐 버렸다.

“아뜨거!”
“아아아, 알리사, 괜찮아?!”
“하와왓!!”

 이런. 홍차에서 저지른 건 실수였나. 내뿜은 홍차가 힘차게 알리사의 손에 튀었다. 수건을 가지고 알리사에게 서둘러 뛰어간다.
 다행히 입안에 머금을 정도로는 식어있던 덕인지, 화상은 입지 않은 모양이다. 수건을 건넨 뒤에 부엌에서 젖은 수건을 가지러 간다.

“유토 군.”

 젖은 수건을 나노하에게 건넸을 때, 쓰키무라가 이쪽을 노려봤다. 역시나 이번은 변명도 할 수 없기에 알리사에게 엎드려 사과한다.

“미안해요, 분위기에 너무 탔어요. 더는 안 할게요.”
“응. 다음에 할 때는 제대로 위험하지 않은 타이밍을 노려야 해?”
“오케이.”
“잠깐, 기다려, 너희들!”

 쓰키무라의 말에 동의하자 알리사에게서 노성이 날아온다.

“무슨 일이니, 아~땅.”
“무슨 일이야, 아~땅.”
“문제는 거기가 아니잖아! 누가 아~땅이야?! 누가!”

 아~땅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지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어서 전혀 박력이 없다. 쓰키무라는 싱글벙글 웃고,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면서 태연한척하면서 아~땅의 반응을 즐긴다.

“설명이 필요하려나, 아~땅?”
“그치?”

 평소 그렇듯 쓰키무라와 미리 짠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가끔 이 애가 굉장히 블랙 스터먹으로 느껴지는 건 나 뿐인걸까.

“그러니까 너희는~~!!”
“아, 알리사, 진정해!”
“거꾸로 화내는 건 안 좋아. 별명으로 불러준 친구에게 친애를 담아서 별명으로 불러 준거잖아. 그게 아니면 뭐야? 아~땅은 나를 별명으로 부르는 건 괜찮은데 반대는 안 되는 거야?”

 내 말과 나노하에게 막혀, 간신히 알리사는 자제할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 뺨이 분명히 굳어져 있는걸 보면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으……그, 그럼 나만이 아니라 스즈카나 나노하도 있잖아! 스즈카는 뭐라고 부를 거야!”
​“​…​…​…​…​스​즈​야​?​”​
“지금 간격은 뭐야! 분명 지금 생각한 거지! 나 때랑 분명 차이가 있잖아!!”
​“​H​A​H​A​H​A​그​런​일​없​어​.​”​
“제대로 사람의 눈을 보고 말해! 노골적으로 눈을 피하지 마!”
“뭐어, 진정해 줘 아~땅.”
​“​네​·​가​·​말​·​하​·​지​·​마​~​.​ 자, 스즈카도 뭐라고 말해줘!”

 희망대로 쓰키무라의 별명을 생각했는데 뭐가 불만인 건지. 남의 뺨을 꾹꾹 집어당기는 건 그만둬줬으면 싶다.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쓰키무라를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 필사적인데, 너.

“스즈야, 인가……응. 나쁘지 않을지도.”
“………….”
“쓰키무라는 스즈야가 마음에 든 모양인데?”

 아~땅이랑 다르게 스즈야는 내 명명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저기, 저기, 유토 군. 나는?”

 자신도 별명을 바라는 건지, 나노하가 강아지처럼 손을 짚고 몸을 이쪽으로 내민다. 마법 쓰고있을 때는 저런데 평소에는 강아지계라니까, 이녀석.

“음, 네게 딱 맞는게 하나 있다구.”
“정말?!”

 뭐어, 나노하의 별명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두근두근 눈을 빛내는 나노하에게 대범히 수긍하며 말했다.

“하얀 악마.”

 아, 넘어졌다.

“너, 너무해!! 왜 내가 악마야?!”

 어지간히도 기대했던 모양인지, 벌떡 일어나서 눈물맺힌 눈으로 나노하는 저항을 시작했다.

“아니, 그 대사 꽝이니까. 여기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구? ‘악마라도 괜찮아. 악마같은 ​방​식​으​로​…​…​이​야​기​를​ ​들​을​테​니​까​!​’​야​.​”​
“누구의 대사인진 모르겠지만, 나 그런 소리 안하는 걸!!”
“………….”
“뭐, 뭐야, 그 눈은?! 그런 차가운 눈으로 보지 말아줘!!”
“아니, 모른다는 건 행복한 거구나 싶어서.”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야.”

 그 뒤에도 옥신각신 떠든 끝에, 지금까지 불렀던 대로 부르는 걸로 정리되었다.
 주로 아~땅과 하얀 악마의 저항에 의해서.

“조금 유감일지도.”
“라고 쓰키무라는 말하고 있는데.”
“……본인이 괜찮다는데 그냥 내키는 대로 하면?”

 지금까지의 대화로 상당히 체력을 쓴 건지, 소파에 기대앉은 알리사의 말은 될대로 되라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왜 스즈카만 성으로 부르는 거니?”
“에? 아니, 기본적으로 나는 성으로 부르고 있다고. 알리사나 나노하가 예외인 것 뿐이고.”

 현재 다른 반 친구들은 예외적으로 이름 쪽으로 부르는 녀석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성으로 부르고 있다.
 이건 단순히 예전부터의 습관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정도는 기본적으로 이름쪽을 부르고, 고학년 정도에서부터 성으로 부르게 되고, 고등학교 무렵에는 여자만 양을 붙여 불렀던……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풍습은 뭐, 지역차같은 게 있겠지. 세이쇼의 경우에는 사립인 것도 있어선지 이름에 군 같은 걸 붙이는 게 보통이고 나처럼 남녀 모두를 호칭 없이 부르는 건 소수파다.

“나노하는 자기가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고, 알리사는 배닝스라고 부르는 게 왠지 부르기 힘들었던 것 뿐이고.”
“그런 이유냐!!”
“아, 그럼 나도 스즈카로 괜찮아.”
“응, 알았어. 그럼 앞으로 그렇게 할게.”
“바로 무시하지 마!!”
“뭐어뭐어, 진정해 아~땅.”
“그·러·니·까, 아~땅은 금지라고 말했잖아~.”

 다시금 양 볼을 집어당긴다.
 입으론 이기지 못한다고 깨달은 건지, 요즘 이러는 일이 잦아져서 곤란하다.
 아무래도 연하인 여자애 상대로 반격하는 것도 어른스럽지 못하니, 이쪽에서는 손을 낼 수 없다.
 평소라면 멈춰줄 나노하도 ‘하얀 악마’로 잔뜩 화난 모양인지, 자연스레 알리사랑 같이 내 뺨을 당기는데 참가하고 있군요, 젠장할.

“후훗, 다들 즐거워 보이네. 자, 케이크야.”

 어머니, 아들이 여자 둘에게 뺨을 당겨지고 있는데 할 말은 그것 뿐입니까?
 내 뺨을 솔선해서 당기는 알리사는 물론이고, 나노하도 스즈카도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지만, 내 상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우리 유~야가 하야테 외의 여자애를 데려온다니, 정말 드무네~. 저기 저기, 유~야가 좋아하는 애는 이 애들중에 있니?”

 어머니의 폭탄발언에 내 얼굴이 딱 굳는다.
 돕기는커녕 핵을 추가로 투입하는 겁니까, 어머니는. 놀란 마음에 소녀 셋의 눈길이 뜨여, 내게 쇄도한 건 말할것도 없다.

“아니아니 안 가르쳐 줄테니까.”

 라고 말했지만, 이런 화제에서 물러날 만한 상대들은 아니었다.

“저기저기, 유토 군 좋아하는 애 있니?!”
“누구누구? 우리 학교?”
“애초에 하야테는 누구?”

 셋이 모두 눈을 빛내며 다가온다.
 까놓고 말해서, 꼭두각시 병사들의 10배는 무서웠다.

“말 안할거고, 안 가르쳐 줄거고! 단호히 묵비권을 발동한다!!”

 셋의 기세에 무심코 뒤로 물러나면서 소리쳤지만, 내 말에 알리사가 빙긋 비웃음을 지었다.

“훗훗훗, 부정하지 않는다는 건 좋아하는 애가 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네.”
“으극…….”

 실수했다. 어머니의 핵 투하가 지나치게 기습적이었던 탓에 나 씩이나 되는게 선택지를 잘못 골랐나.
 그리고 봤다. 소녀 셋 사이에서 계획대로라는 듯이 미소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속였구나?! 어머니!!”
“어머어머, 듣기 안 좋네. 평소에 쓸데없이 얌전하고 살찬 유~야가 곤란한 표정을 보는 건 즐겁구나~하는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다구?”
“본심 잔뜩 흘리고 있잖아?! 그래도 어머니야? 어이!”

 반사적으로 태클을 걸지만, 어머니는 그것마저도 즐겁다는 듯이 후후 미소짓고 있다.
 최, 최악이야, 이 어머니……!

“우와―, 유토 군이 이렇게 동요하는 거 처음으로 봤을지도.”
“확실히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역시 어머니네.”
“약간 신선해서 재밌을지도.”

 너희들 기회라는 것처럼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계시네요. 알리사는 평소대로지만 노골적으로 눈을 빛내고 있고 스즈카도 굉장히 신선하다. 나쁜 의미로!

“후후후, 그럼 나는 방해되지 않도록 물러나겠지만, 유~야가 좋아하는 애를 들으면 아줌마한테도 가르쳐 줘?”
​“​“​“​예​~​!​!​”​”​”​

 이 짧은 시간에 뭘 결탁한 거야 이 사람들.

“이렇게 됐으니~.”
“심문 시간으로 갈까요~, 유~야♪”
“하야테라는 애에 대해서도 들려 줘―.”

 왠지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에 제일 즐거워 보이는데요!!

“하야테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말하겠지만, 다른 일에는 묵비권을 발동해서 단호히 거부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세 사람에게서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뭐야, 이 박력은.
 아니 그보다, 초등학교 3학년 주제에 뭘 남의 연애사정에 흥미진진한 거야. 애초에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은――입학식 날에 바로 옆자리 애한테 한눈에 반했었구나, 그러고 보면!!
 지나간 날을 떠올리며 놀라는 중 어느샌가 등이 벽에 닿았다.

“후후훗, 유토 군! 더는 도망 못가~.”
“나노하, 지금의 자신을 거울로 봐봐. 악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구.”
“읏!”

 내 말에 나노하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다행이다, 여기서 레이징 하트를 거머쥐곤 “악마라도 괜찮아.”같은 소리를 들었다간 정말로 기절할 수 밖에 없다.

“나노하, 이 녀석의 말에 넘어가면 안돼. 여기서 이 녀석의 약점을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 녀석한테 주도권을 잡힐 거야.”
“우와아, 뭐야 그 퉁퉁이 이론. 장래의 꿈은 골목대장입니까? 공터에서 리사이틀이라도 열 겁니까?”
“누가 퉁퉁이야?!”

 바로 알리사를 가리킨다.

“실제로, 학급위원도 하고 있고, 일마다 주도하고 있으니까 입장적으론 비슷한 거 아니야?”
“응, 확실히.”
“듣고 보면…….”

 타겟전환 성공. 후후후. 알리사여, 나를 상대로 삼기에 너는 아직 미숙해!

“둘이서 이쪽 보지 마! 애초에 너도 같은 학급위원이잖아!”
“아니, 나는 떠밀린 것 뿐이고.”
“나도 그래!”

 1, 2학년이라면 몰라도, 3학년이 되면 학급위원이 귀찮은 역할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 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역할을 배정받는 사람은 스스로 나서서 입후보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에게 떠밀리는 운이 없는 사람 두 종류다.
 불운하게도 지금의 반에 스스로 나서서 귀찮은 일을 떠맡아주는 맛간(한없이 사견으로)사람은 없어서, 이러쿵저러쿵 하다 나와 알리사가 학급위원을 맡는 신세가 된 거다.
 알리사는 남을 잘 이끄는 부분이나 잘 돌보는 부분을 평가받았고, 나는 동아리도 없고 학원도 안 다니는 한가한 사람으로서. 그 외에는 쓸데없이 성적이 좋으면 이런 걸 떠맡기 쉽다는 폐해도 있다.

“그래서, 그건 그렇다 치고 유토 군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니? 우리가 아는 사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화제를 돌렸다. 역시 제일 버거운 건 네 놈인가, 스즈카!
 말투는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지만, 그 눈은 다른 누구보다도 빛나는 것 같았다. 보통 땐 얌전한 주제에 이럴 때만 쓸데없이 압도적이다.

“노 코멘트. 어느 쪽이건, 대답할 의무는 없어. 내가 대답해야 하는 이유를 부디 가르쳐 줘.”
“우리가 유토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저리 가.”
“그럼 그럼, 힌트만이라도! 나이라거나 사는 곳이라거나.”
“각하. 대답할 필요성이 없어.”

 그런 정보는 내가 알고싶을 정도다.

“그보다, 그런 너희는 어떤데? 좋아하는 녀석 없어?”
“““에?”””

 네 말에 셋 다 얼굴을 마주 본다. 뭐어, 내가 아는 대로라면 이 녀석들 19살 먹어도 남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나 아직 첫사랑조차 시작하지 않은 걸까.

“에에, 나는 지금 시점에선 그런 건……스즈카는?”
“나도 특별히 없으……려나. 알리사.”
“……없어.”

 셋 다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얼굴이 조금도 빨갛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없는 모양이다.

“안 되겠어, 이 녀석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힘차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셋 다 동급생 사이에선 내밀하게 나름대로 인기 높은데.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이건 지독하다. 유노나 친구들에게 연민을 느껴버린다.

“시, 시끄러워! 일부러 소리로 내서 말하지 마!”
“아니, 무심코. 뭐―, 개인의 자유니까 딱히 불만을 말할 생각은 없으니 신경쓰지 마.”
“으으,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토 군의 눈길에 불쌍해하는 느낌이 잔뜩 느껴져~.”
“음, 날카로운데. 칭찬해 주지.”
“전혀 기쁘지 않아…….”

 아마, 유토도 들었다간 슬퍼하리라 생각해.

“에, 에에, 그럼, 하야테라는 애는?”

 자신들의 전황이 불리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잽싸게 화제를 바꾸는 스즈카.
 약간 강제적인 기분도 들지만, 여기는 어른의 태도로 넘어가 주자.

“하야테, 구나. 뭐어, 그쪽은 얼마 뒤에 소개할게. 분명히 너희랑도 마음이 맞을거야.”

 하야테의 생일까지 얼마 안 남았다. 그때까지는 대응을 정해둬야 한다. 나노하 외에는 지금 바로 소개해도 문제없겠지만, 나노하가 얽히면 볼켄리터나 고양이 자매에 대한 대응이 까다로워진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진, 신중한 대응을 해야 하겠지.

“헤―. 어떤 애니?”
“예능인?”
“너……분명 적당히 말한 거지?”
“그리 틀린 말은 아닌데.”
“뭐야 그거. 좀 더 진지하게 대답해.”
“응―, 뭐부터 이야기할까.”

 세 사람이 돌아갈 때까지 이것저것 잡담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보냈다.




 셋이 웃으며 돌아가는 걸 배웅하면서, 하늘을 보며 생각한다.
 이런 당연하고 아무 일 없는 일상. 분명 모두가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하는 나날.
 하지만 그런 당연한 나날은 찰나에 간단히 잃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아니, 나만이 아니다. 모두가 그걸 알면서 여전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것 뿐이다.
 가슴 속이 조금 아프다.
 잃은 미래. 거기에 있었을 미소.
 잃은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현재를 싸워서 미래를 바꾼다, 인가.”

 내가 있는 걸로 바뀌는 미래. 그게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는 모른다.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내가 알던 미래는 오지 않겠지.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내가 바라는 미래로 향하기 위해 가능한 일을 해 나갈 뿐이다.
 나노하나 알리사, 스즈카의 미소. 거기에 더해 페이트나 하야테. 녀석들이 웃으며 보낼 수 있는 자그마한 행복을 부수지 않도록.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서. 새삼스레 힘껏 힘내자고 생각했다.
■PREVIEW NEXT EPISODE■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남은 시간을 모두 딸을 위해 쓰는 프레시아.
어머니의 미소를 위해 계속 싸워나간 소녀는, 당황하면서도 지금의 행복을 음미한다.

프레시아 ‘네가 생각하는 대로.’

역자의 말:
 ​“​데​기​데​기​☆​새​침​데​기​☆​데​깃​데​―​☆​돈​,​ 찬, 틴! 새침데기 알리사가 승부를 걸어왔다.” 는 ​“​데​레​데​레​☆​쓴​데​―​레​☆​데​렛​데​―​”​ 입니다. 한 번 실버버전 라이벌 승부 노래를 들어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겁니다.

 정말 리리컬 브레이커를 번역하고 있으면 즐겁습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분량을 이기진 못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제 번역 솜씨가 부족해서, 이번 화를 읽으시는 분들이 저만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지가 걱정스럴 따름입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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