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화 네가 생각하는 대로.
“자, 어서오렴, 페이트.”
“예, 예!”
프레시아에게 불린 페이트는 긴장한 모습으로 대답한 뒤, 주뼛주뼛 프레시아에게 다가간다.
본인은 태연한 척하고 있을 셈이겠지만, 오른손과 오른발을 동시에 내미는 모습에서 긴장이 엿보인다.
그런 페이트를 보고 쓴웃음 지으면서도,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자신의 무릎을 두드려 거기에 앉도록 재촉하는 프레시아.
“시, 실례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귀중품을 만지듯이 프레시아의 무릎 위에 앉는 페이트.
그 송구스러운 듯한 태도에 프레시아만이 아니라 늑대형태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알프도 쓴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프레시아가 페이트를 무릎 위에 앉히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반쯤 일과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페이트는 익숙해질 기미가 없다.
페이트가 프레시아에 대해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하는 건, 지금까지의 경위를 생각하면 당연한 거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슬슬 익숙해져 줬으면 싶다고 프레시아가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자신이 그 원흉이라는 걸 고려하면 그다지 쎄게 말할 수야 없지만, 이 정도로 그렇게까지 긴장해서야 프레시아 쪽도 곤란하다.
이게 얼리사였다면, 이쪽의 심경은 신경 쓰지도 않고 응석부렸을 텐데.
내심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면서도, 손에 든 브러시로 페이트의 머리를 천천히 빗어간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긴장하고 있던 페이트의 힘도 빠져, 눈을 감고 릴랙스해가는게 눈에 보였다.
이전의 페이트에게선 볼 수 없었던, 마음속 깊이 안심한 모습에 알프의 꼬리는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아스라 안에서 살게 된 뒤, 프레시아의 태도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 바뀐 모습이 너무나 지나친 탓에 알프는 놀라기 전에 거북함을 느꼈을 정도다.
이전의 프레시아는 연구만 파고들던 탓에 원래부터 페이트나 알프와 접점이 적었고, 얼굴을 맞대면 또 맞댄 대로 페이트에게 억지스럴 정도로 모질게 대했다.
그게 아스라에서 함께 살게 된 뒤부턴, 시간이 허락하는 한 페이트와 함께 보내고, 과보호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페이트를 응석부리게 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잘 때는 같은 침대 속에서, 식사는 반드시 모녀가 함께 먹고, 샤워도 함께 하고, 페이트의 머리를 감기거나 드라이기로 말리거나 등등 하루 내내 페이트에게 딱 붙어있다.
프레시아 입장에선 페이트 스스로도 좀더 응석부려줬으면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페이트 자신이 응석부리려 하는 성격이 아닌 탓에 지금 시점에선 별로 잘 되고 있지 않다.
페이트는 그런 프레시아를 보며 당황하면서도, 그녀――얼리샤――의 기억에 있는 상냥한 어머니에게 애정을 느끼고, 알프도 페이트가 기뻐한다면 괜찮다고 한 걸음 물러난 위치에서 둘을 지켜보고 있지만.
“――――그런데, 알프. 준비는 하고 있지?”
프레시아의 팔 안에서 페이트가 잠이 붙은 뒤, 알프의 싸움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페이트를 볼 때와는 돌변해서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같은 눈초리로 알프를 바라보는 프레시아.
“흐흥, 물론. 언제든지 괜찮아.”
거기에 대해, 알프도 사냥감을 앞에 둔 늑대처럼 야성적인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내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내 대신――아니, 나와 리니스 몫까지 네가 페이트를 지키렴.”
페이트와 프레시아가 아스라에서 살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프레시아가 알프에게 한 말이다.
자신의 몸은 병에 시달리고 있다. 설령, 그 여생이 오래 남았다 해도, 이번 사건에 의한 죄로 수백년 단위의 유폐는 면치 못한다.
지금처럼 페이트 옆에 있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반년도 되지 못하겠지.
페이트는 프레시아가 살아있는 한 함께 있는 걸 바라겠지만, 프레시아 자신은 페이트의 족쇄가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재판이 끝나 페이트가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는 그녀가 자신의 뜻대로 선택지를 골라, 스스로 바라는 길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리샤의 여동생인 페이트가 행복해 지는 것. 그게 지금의 프레시아가 바라는 유일하고도 최대의 바람이 되어 있었다.
따라서 프레시아는 페이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으로서, 두 가지 행동을 시작했다.
하나는 어머니로서, 가능한 오랜 시간을 페이트와 함께 보내는 것.
과거에 페이트에게 해 온 걸 생각하면, 이제 와서 어머니로서 접하는 건 굉장히 독선적이면서 제멋대로인 행동이리라곤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페이트가 아직 어머니로서 인정하고, 원하고 있다면――――
과거의 속죄, 얼리샤와 리니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페이트와 모녀로서 살아간다.
분명 그게 얼리샤와 리니스가 바라는 자신들의 모습이겠지.
그리고 다른 하나.
프레시아의 명령을 듣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능은 리니스가 가르쳐, 마도사로서는 높은 레벨인 페이트긴 하지만, 다른 방면, 특히 인간적으론 나이에 걸맞는 성장밖에 이루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도 프레시아가 부모로서 옆에 있어줄 수 있다면 그래도 문제 없다. 페이트의 성장에 맞춰서 계속해서 가르쳐 가면 되지만, 프레시아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렇기에 프레시아는 자신 대신에 페이트를 지지하고, 지킬 존재로서 사역마인 알프를 눈독들였다.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처세술, 특히 선한 사람인 행세를 하는 악인이나, 악덕기업등을 상대하는 기술. 그것들 모두를 알프에게 가르치기 위해, 1주일 중 사흘은 강의를 하게 되었다.
알프 자신은 이런 강의나 머리를 쓰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이트의 미소를 위해서 필요한 거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알프도 페이트의 능력적인 면에 대해서는 넘치도록 믿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이 지나치게 좋다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다. 프레시아가 말하는 것처럼 선한 행세를 하는 악인에 휙 속아 넘어가는 일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고.
페이트에게 악의를 가지고 다가가는 사람, 아니 어떤 것에서도 페이트를 자신이 지켜나가겠다고――그 날, 페이트와 사역마의 계약을 이룬 날에 결심했었다. 물리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로도.
이렇게 한 사람과 한 마리의 이해는 일치했다.
“알프. 페이트의 순진함을 이용해서 울리거나 하는 녀석이 있다면, 어떡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흥, 그런 건 당연하잖아. 온갖 수단을 써서 그 녀석을 배제한다. 태어난 걸 후회할 정도로!”
“그래, 그 말 대로야. 그리고 그걸 위해 필요한 건…….”
이렇게 프레시아와 알프의 밤은 지나간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셋.
“뭐라고 할까……프레시아 씨는 처음 만났을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네~.”
“얼리샤의 소생에 향하고 있던 광기가 벡터를 바꾼 것 뿐으로도 보이지만…….”
“어쨌거나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이네.”
각각 말을 꺼낸 집무관 보좌와 집무관, 그리고 아스라 함장의 등에는 뭐라 할 수 없는 애수가 감돌고 있었다.
“휴우우…….”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정신을 집중해, 마력을 집중시킨다.
뇌리에 마력을 발동시키는 이미지를 그려,
“핫!”
짧은 호령과 함께 방출한다.
막대한 마력이 몸에서 빠져나감과 동시에 몸 전체가 부유감에 휩싸인다.
“됐어! 해냈어, 유토 군!”
“응, 그래. 그 상태. 그대로 마력의 방출을 계속해.”
유노에게 들은 대로 마력의 방출을 계속한다.
그에 따라 마력도 계속 올라가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뿐이고 별 효과는 나오지 않았다.
“에고~.”
이윽고 집중력이 끊긴 나는 마력 방출을 멈추고, 그대로 맥없이 지면에 주저앉는다.
“응. 우선은 일보 전진한 거야. 앞으로는 좀더 긴 시간동안 지금 상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볼까.”
“……오케. 그래도 오늘은 지쳤으니까 끝―. 항복.”
짧은 시간 동안 마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 이상의 마력을 소비한 나는 한심하게 뻗어서 지면에 누웠다.
“아하하, 고생했어. 그래도 드디어 유토 군도 날 수 있게 됐구나. 축하해!”
“…….”
나노하의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난 거고 악의는 없는 건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지금 그녀의 말에서 아무래도 악의밖에 느낄 수 없는 건 내 성격이 비뚤어져 있는 탓인 걸까.
“그렇네. 겨우 10cm정도 지면에서 떠있는걸 난다고 표현해도 괜찮은지는 지독한 의문이지만―.”
덤으로 점프 뒤 10cm 이상의 높이에서 발동시켜도 천천히 지정된 높이까지 내려가는 미묘함.
순순히 기뻐하는 건 꽤 어렵다.
“그치만그치만그치만!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게 됐는걸! 좀 더 자신 가져야지!”
“그건 그렇지만―. 에잇!”
“냐?! 왜 내 임 냠는거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데다, 레이징 하트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기 시작한 너한테 그 소릴 들으면 빈정거리는 걸로밖에 안 들려!”
집은 나노하의 뺨을 꾹 집어당긴다. 음, 여전히 탱탱하고 부드러운 뺨이다.
“오해햐―!”
“그건 단순한 화풀이네.”
“응. 그말 대로야.”
마음속 깊게 스며드는 유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노하의 뺨에서 손을 뗀다.
“으―, 유토 군은 역시 심술쟁이야~.”
“뭐어, 신경쓰지 마. 그러다 쾌감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구?”
“절대 싫어…….”
응, 나도 실제로 그렇게 되면 상당히 곤란하다.
나노하가 불만을 더 말하려는 참에, 나노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예, 여보세요. 나노하예요.”
『……』
『…….』
“아, 에이미 씨. 응, 안녕 크로노 군.”
아무래도 상대는 아스라 사람들인 모양이다.
곧 나노하가 옆에 있는 나와 유노도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조작한다.
아스라의 무시무시한 기술력의 덕이고, 내 핸드폰도 아스라에서 오는 통신을 받을 수 있도록 개조되어 있다.
편리하긴 편리하지만 망가졌다간 업체에서 수리 못 받겠지.
『――그래、나노하 양에게는 마도사로서의 넘치는 재능과 미래가 있어.』
그리고 별 의미없는 접담에서, 다시 린디 씨의 권유가 시작되었다.
린디 씨가 나노하를 권유하는 건 이번에 시작된 게 아니다. 이미 익숙해졌다고 할까 상례가 됐다고 할까.
나와 유토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나노하도 똔가……하는 느낌으로 약간 표정이 굳어있다.
『그러니까~ 지금 학교 졸업한 다음도 괜찮고, 기본 업무에 대한 희망도 들어줄 테니까 역시 여기 취직하지 않을래? 급료도 좋고, 복리후생도 제대로고♪』
“저, 저기저기 전부터 말씀드렸던 대로, 아무래도 초졸로 취직이라는 건 이쪽 세계에 이 나라의 법률적으로는 조금……뭐라고 할까…….”
갑자기 알랑거리는 듯한 소리로 변한 린디에게 당황하면서 반론하는 나노하.
뭐어, 아무래도 초졸로 취직은 그렇지~. 세계는 커녕 나라만 달라도 풍습도 바뀐다. 능력만 있다면 지금 나이로 일할 수 있는 건 생각하기에 따라 멋진 일일 수 있지만, 일본의 상식으론 초졸은 무리가 있다. 원작에서의 중졸도 꽤 그랬었지만.
이쪽 세계의 경력으론 나노하 일행은 역시 중졸로 기록되었을까?
덧붙여서 내가 린디 씨에게 권유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연령적으로 알바도 할 수 없는 신분인데다가 급료 부분도 굉장히 끌리는 부분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원래 대학생이었던 감각으론 초등학생이 쓸 수 있는 급료는 굉장히 부족하다. 건프라도 좀 더 사고 싶고, 16살이 되면 바로 면허도 따서 바이크도 역시 사고싶다. 그리고 자기 전용의 PC도 가지고 싶다.
그렇다곤 해도, 나정도의 힘으론 알바 취급으로 일하는 것도 어려우려나~.
다음에 퀸트 씨에게라도 상담해 볼까. 바다에선 무리라도 바다보다 인재가 부족한 육지라면 좀 기준이 나을지도 모른다.
“뭐! 나는 사역마가 아냐! 일단, 인간 마도사야!”
『아아, 그랬나. 잊었었어. 그 모습이 너무 어울리니까.』
“으, 뭐라고……!”
같은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있자, 어느 샌가 크로노와 유노의 싸움이 시작되었소이다.
“앗, 변신.”
크로노의 말에 울컥한 유노가 나노하의 어깨에서 내려, 오랜만에 인간 형태가 된다. 정말로 오랜만이네~.
“이러면 어때!”
『응, 인간형태로의 변신도 부족함이 없군. 역시 우수한 사역마야.』
가슴을 펴며 대답하는 유노를 보고, 동요하지도 않고 태연히 유노를 사역마 취급하는 크로노.
“으. 딱히 사역마니까 이렇다 저렇다 싶은 건 아니지만, 왠지 크로노가 악의를 가지고 말하는 걸 들으면 묘하게 울컥해.”
『의외네. 칭찬해 줬잖아, 우수하다고.』
“거짓말 마! 대체 크로노는 왜 나한테 그렇게 달려드는 거야?”
『하아?! 그건 자의식 과잉이겠지? 그 소리를 한다면 왜 너는 나를 편하게 부르는 건데!』
양쪽 다 뜨거워 지셨습니다.
“편하게 부르라고 말했었잖아!”
응, 말했었어 분명. 나도 같이 들었으니까 틀림없어.
“거기에 크로노도 나노하한테 크로노 군이라고 듣곤 얼굴 붉힌 주제에.”
『하아?! 누가 언제?! 몇월 며칠 몇시 몇분?! 증거는 있냐?!』
평소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크로노 군도 뜨거워지면 이런 식이다. 에이구야.
“유토!!”
방관자 행세를 하고 있었더니 이쪽으로 이야기가 튀었다.
뭐어, 여기는 유노 선생님의 주장이 정론이니 가세해 주자.
“듣고싶어?”
『!?』
『?!』
나를 부른 유노가 아니라, 휴대폰을 잡고 힘빠진 목소리로 크로노에게 물어본다.
“5월 x일 15시 34분. 증거는 이 영상이려나?”
공중에 뜬 모니터를 향해, 저장해 두었던 화상을 보여준다. 물론 이 영상은 언젠가 아스라 안에서 촬영했던, 크로노가 얼굴을 붉혔을 때의 영상이다.
“어떠냐! 이게 못 움직이는 증거야!”
『으……으윽.』
승리를 뽐내는 유노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몸을 부들부들 떠는 크로노. 이건 이걸로 레어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눌러 바로 저장한다.
『잠깐, 찍지 마!』
모니터 너머에서 소리쳐봐야 전혀 무섭지 않다. 나는 무표정하게 어깨를 움츠릴 뿐이다.
“아하하. 역시 좋구나~, 남자끼린 사이 좋아서.”
이 대화를 사이 좋다는 한마디로 단정할 수 있는 여자들의 생각은 가끔 나한텐 굉장하게 느껴진다.
“나노하……그건 아냐!”
『어……어처구니 없다.』
둘이 함께 반론하지만, 그건 나노하와 에이미 씨의 미소를 부를 뿐이다.
『뭐, 개구장이들은 놓아두고. 사실 이번 통신은 평소의 연락이에요.』
아스라 측에서 우리들에게 연락하는 거라고 하면, 말할 것도 없이 페이트에 관련된 이야기다.
페이트와 헤어진 뒤에 세월이 지나는 것도 빨라서, 벌써 두 번째 공판은 끝난 모양이다.
페이트의 경우는 거의 무죄, 못해도 집행유예의 범위내에서 끝날 모양이다.
주범인 프레시아의 경우에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걸로 감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건이 중대한 탓에 실형을 면하기는 어려우리라고 크로노는 말했다.
단지 당사자는 자신의 여명이 길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는 탓인지, 자신의 재판 결과 자체에는 그리 흥미가 없는 모양이다.
“페이트는 거기에 대해서 알고 있어?”
나노하가 뭉는 말에 크로노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프레시아 본인은, 아마 전할 마음은 없는 것 같아.』
페이트는 프레시아의 몸 상태에 대해서 모른다. 그걸 페이트에게 전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내용이 내용인 만큼 안이하게 할만한 행동도 아니었다.
“……그런가.”
나노하도 그걸 이해하고 있으면서, 페이트의 심정을 생각하면 견디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페이트가 과거에 두 번 보낸 비디오 메일(마법제 디스크 포함)로 모습을 보여준 프레시아는, 시간의 정원에서 본 그녀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온화하고, 어디에나 있을법한 아이에게 신경쓰는 어머니여서. 페이트와 프레시아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행복한 모녀였다.
단지 그 행복한 시간은 어디까지나 제한시간이 붙은 것. 그것도 최악 몇개월, 길어도 1년도 되지 못하는 시간.
그 시간이 끝을 고했을 때. 페이트의 심정을 생각하면, 나노하가 침울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같은 기분이니까.
그렇다곤 해도, 나까지 침울해질순 없다.
“네가 침울해 한대도 의미 없잖아. ”
“후에?!”
약간 힘을 담아 나노하의 머리에 손을 톡 얹는다.
“앞날의 일을 지금부터 걱정해봐야 의미 없어. 페이트가 침울해할 때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게 친구의 역할이잖아.”
쉽게 말할 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우리가 침울해한다고 해서 좋은 게 있을리 없다. 그러면 페이트가 침울해져 있을 때 약간이나마 기운을 내게 도울 수 있도록 마음준비를 해 두는 쪽이 훨씬 건전하다.
내 손을 머리에 얹은 채로 나노하는 눈을 크게 떴지만, 이윽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래, 우리가 페이트의 옆에 있어 주면 괜찮은 거야!”
거기까지 말한 기억은 없지만, 나노하가 웃을 수 있다면 됐다.
“그런 거야.”
『물론 이쪽에서도 할 수 있는 한 도울 생각이다. 그 부분은 너무 의식하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페이트에게 접해 줘.』
“응! 두 사람 다, 고마워.”
『그리고, 기다리던 그건 이미 보냈으니까. 오늘 즈음에 도착하지 않으려나.』
“진짠가요?!”
에이미 양의 말에 나노하가 표정을 확 펴며, 얼굴에서 빛이 난다. 말할 것도 없이 그거라는 건 페이트가 보낸 비디오 메일이다.
『아아, 답장을 만들면 통신 줘. 책임지고 그녀에게 건네줄테니까.』
“응! 고마워.”
『그럼, 이쪽에서도 또 연락할게. 그리고, 오늘 저녁 즈음에는 그 통신 들어갈 테니까.』
「예. 기다릴게요.」
『무슨 이야기야?』
『비밀 이야기야♪』
에이미 양의 대답에 “뭐어, 상관 없나”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 크로노.
집무관을 통하지 않고 그런 이야기를 정해도 괜찮은지 태클 걸고 싶은 부분이지만, 서프라이즈로 해 두는 쪽이 재밌으니 입 밖으론 내지 않는다.
『그럼, 유노. 앞으로도 둘에게 제대로 마법 가르치라고.』
“걱정 안 해도 제대로 할 거야.”
『……귀엽지 않은데, 너는.』
“안 귀여워도 됐습니다!”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크로노를 밉살스레 노려보는 유노.
어느샌 둘은 이렇게 상성이 나빠진 걸까.
“뭐어, 싸움할 정도로 사이가 좋다고 할까.”
『“아냐!”』
“아하하! 그럼, 다음에 봐.”
『또 봐.』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이구동성으로 반응하는 남자 팀과는 대조적으로, 여자 팀은 상쾌한 인사를 나누며 통신을 끊었다.
“혹시나 지금 도착해 있으려나?”
“응, 도착했을지도.”
“또 셋에게 납치당하는 방과후가 시작되나…….”
“그럼, 가자!”
물론 나노하는 그런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그 뒤는 학교에 가서, 방과후에는 셋에게 납치당해, 페이트가 보낸 비디오를 보고, 나노하가 페이트의 모습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고, 알리사와 스즈카가 나노하를 달래고, 내가 슬쩍 촬영한다.
알리사와 스즈카는 학원이 있어서 답장용 비디오 메일은 또 며칠 뒤에 찍기로 하고 해산.
남은 나는 마법용 디스크를 보는 것과 서프라이즈를 위해, 그대로 다카마치 가에 연행당했다.
“으―, 지쳤어~.”
“수고했어, 알프.”
조사심문을 위해, 페이트와 알프, 프레시아 셋은 본국을 방문했었다.
“그치만 재판이라는 건 이것저것 귀찮아서 지쳐.”
“응, 이것저것.”
“어깨는 뻐근하고, 배도 꺼졌고…….”
“오늘은 에이미가 저녁을 만들어 준다는 모양이니까, 그때까지 참으렴.”
“예~.”
프레시아에게 주의받은 알프를 보고 무심코 웃음을 머금는 페이트.
한때 알프는 프레시아에 대해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혐오감을 드러냈었지만, 지금은 그때 일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게 사라졌다.
자신에게 있어 제일 가까운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와 버린다.
“에이미, 굉장히 기운 넘쳐 보였는데 무슨 일 있었나?”
오늘 에이미는 저녁 식사 시간을 지정해, 그때까지는 아스라에 오도록 지시를 했다.
에이미가 요리를 만드는 것 자체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일부러 시간을 지정하는 일은 자유 넘치는 그녀 치곤 드문 일이었다.
“뭐, 나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됐어. 그래 봬도 에이미는 요리 잘하니까―.”
“정말, 알프도 참. ……어머니?”
지금도 침을 흘릴 것만 같이 칠칠치 못한 표정을 짓는 알프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가, 프레시아가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걸 깨닫는다.
“재판이 끝나면 너는 어떡할지 생각하고 있니?”
――재판이 끝나면.
자신은 자유의 몸이 되고, 프레시아는 형을 집행당한다. 크로노나 린디의 도움으로 얼마간 감형은 받겠지만, 실형은 면치 못한다.
꽤 장기간의 유폐, 혹은 격리처분이 내리리라는 건 이미 들었다.
자신이 자유를 얻었을 때, 어떡할지. 막연히 생각하고는 있었다.
린디에게선 관리국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나노하나 유토같은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트의 속에는 그것들을 밀어낼 정도로 강한 마음이 있었다.
“나는 어머니와 알프랑 함께 있으면 그걸로 괜찮아.”
드디어 마음이 통했다. 유일한 육친인 어머니와 계속 함께 보내고 싶다. 그건 꾸밈없는 페이트의 본심이었다.
“페이트.”
페이트의 머리에 손을 얹은 프레시아는 야단치는게 아니라, 타이르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지금까지 계속 나를 위해서 살아 왔어.”
그게 프레시아의 바람이자, 페이트의 바람이기도 했다. 누구에게 강제당한 것도 아니다. 페이트 스스로의 소망. 하지만, 하고 프레시아는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렴. 네가 생각하는 대로, 네가 바라는 대로.”
“……자기 자신, 을 위해.”
나에게 구속되지 마. 넌지시 프레시아는 그렇게 고하고 있었다.
“지금 내 바람은 너 자신이 행복해지는 거야. 나만이 아니라, 너 자신의 세계를 넓히렴.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천천히 생각해 보렴.”
“……예.”
수긍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바로는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머니와 함께 웃으며 보내는 게 자신에게 있어 무엇보다 큰 소망이었으니까.
그래도, 라며 페이트는 자문자답한다. 자신과 어머니를 떼어놓고 생각하면 어떨지를.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떠오르는 건 다카마치 나노하의 미소와, 도미네 유토의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온화한 눈길이었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지금은 답이 나오지 안는다. 하지만 재판이 끝나 자유로워진다면.
우선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만나러 가자. 거기서부터 자신의 세계가 넓어져갈 기분이 든다.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든 건 거기서부터 시작되리라고.
프레시아의 손이 자신을 상냥히 쓰다듬는 걸 느끼며, 페이트는 조용히 확신했다.
“그런데 페이트. 유토 군에게의 대답은 어떡할 거니?”
움찔 페이트가 그 몸을 떤다.
유토에게의 대답.
――그건 시간의 정원에서 분위기를 타고 유토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꺼낸 “사랑해”라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유토 본인에게 페이트를 이성으로서 어떡하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대인경험이 부족한 페이트가 그걸 느끼진 못하고, 완전히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성의 고백은 커녕 친구조차 없었던 페이트가, 어머니인 프레시아에게 상담한 건 극히 당연한 흐름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상대가 나빴다고 해야 할까,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할까.
할머니라든지 뭐라든지 하며 폭언을 통해댄 유토에 대한 반격, 그리고 딸의 숫된 반응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을 부추긴 건 페이트의 기억에 생생하다.
유토를 싫어하진 않지만, 애초에 남녀의 연애관조차 가지지 못한 페이트에게 갑자기 결혼이라는 건 과정도 마음 준비도 지나치게 부족했다.
자신의 잘못된 지식을 유토에게 지적당했을 때는, 지금 당장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속 깊이 안도함과 동시에 얼굴에서 불이 나올 정도로 부끄러운 체험을 했다.
그 순간 유토의 디바이스――다크 브레이커를 언급해서 화제를 돌린 건 초 파인 플레이였다고 페이트가 남몰래 자화자찬할 정도였다.
덧붙여서 유토는 이야기의 흐름으로 완전히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물론 페이트는 여전히 착각한 상태다.
프레시아와 알프는 페이트의 착각이라고 이해하곤 있지만, 페이트의 성장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일부러 페이트에게는 전하지 않았다.
“어, 어떻냐고 해도 유토는 그, 친구고……별로 사귀자거나 그런 소리를 들은 것도 아니고…….”
확실히 고백은 받았다. 친구도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앞으로 어떡할지는 전혀 듣지 못했다. 페이트가 대답을 어찌저찌 해야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머, 너는 모처럼 고백해준 남자애에게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을 생각이니?”
“으, 으으…….”
프레시아의 말에 반론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목 위쪽을 새빨갛게 물들인 페이트.
당연하지만, 제대로 사람을 사귄 적이 없었던 페이트에게 남에게 고백받았을 때에 대한 대응법이나 지식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유토에 대해서 좋아하냐 싫어하냐 묻는다면 좋아한다. 하지만, 그게 남녀 사이의 이야기냐고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건지. 페이트는 유토를 거의 모르는데다, 연애경험도 없는 어린 페이트가 그리 간단히 답을 낼 수 있을리 없다.
비디오 메일로 대화하는 건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게 아니어서 딱히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얼굴을 맞댔을 때 지금처럼 옆에서 부채질하면 페이트의 머릿속은 오버히트 해 버리겠지.
“유토 군도 불쌍하게도, 모처럼 용기를 짜내서 고백했는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다니.”
“으으…….”
프레시아의 전혀 본심이 섞이지 않은 말이 페이트에게는 효과 발군이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으―으―하고 신음하기 시작하는 페이트.
그리고 그런 페이트를 꾹 껴안고 싶어지는 충동이 솟아오르고 있는 한 사람과 한 마리.
곤란해하며 고민하는 페이트의 모습은 반칙적일 정도의 귀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금 페이트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돋아, 건드리고 싶어질 듯한 귀여움. 말하자면 초S 생산기라고 해야 할까.
프레시아와 알프는 냉정한 척 하고 있지만, 그 속마음은 페이트의 귀여운 모습에 뿅가 정신이 나갈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페이트가 얼굴을 붉히거나 수줍어하거나 하는 반응이 또 참기 힘든데―, 라며 자랑하는 알프의 표정은 정말로 황홀래 보였다고 나중에 에이미는 전한다.
“후훗. 유토 군을 만났을 때 어떡할지 지금부터 제대로 생각해 두렴.”
마침내 페이트가 그 눈에 눈물을 띄우기 시작했을 때, 이 이야기는 끝이라는 듯이 프레시아가 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페이트가 불쌍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눈물맺힌 눈으로 올려다보는 페이트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더 이상 자신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으리란 자신이 없었던 것 뿐이다.
“……예.”
프레시아의 말에 천천히 페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국 아스라에 돌아올 때 까지 페이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였다.
이렇게 유토를 재료로 삼아 프레시아가 페이트를 놀리는 건, 유토가 페이트에게 감정을 안고 있지 않다는 걸 린디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단지, 설령 페이트가 유토나 다른 누군가에게 연애감정을 안고 있다고 해도, 프레시아는 거기에 참견하려는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페이트의 생각을 존중해서 지켜보려는 스탠스다. ――――단지, 페이트를 울리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혹시, 설령 페이트를 장난으로 슬퍼하게 만들고, 울리는 멍청한 녀석이 있을 경우――
“물론, 물어 죽여♪”
“태어난 걸 후회시켜 주겠어.”
한 마리와 한 사람의 손으로 지옥을 보게 될 건 정해진 일이겠지.
그리고 아스라에 돌아온 페이트와 알프가 저녁식사 시간에 불려 나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오오! 어서와.”
“어서와~.”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는 에이미와 린디, 크로노, 프레시아의 모습도 있다. 그리고 잔뜩 담긴 호화스런 요리 갖가지가 놓여 있었다.
“오오! 고기! 고기!”
“에이미……무슨 일이야, 이거?”
눈앞의 진수성찬에 꼬리를 흔드는 알프와, 너무 호화스런 모습에 얼이 나간 페이트.
“에헤헤―. 오늘은 페이트와 알프의 계약 기념일이잖아? 모처럼 기념일이니까 좀 축하를 하자는게 돼서.”
“조, 좀 수준이 아니잖아, 이거. 양도 호화스럼도 넘친다고.”
눈앞에 늘어선 갖가지 요리는 있는 사람들만으로 먹을 수 있을만한 양이 아니라, 가볍게 10인분을 넘어 보였다.
“에헤헤. 취미 섞여 있습니다―.”
“자, 오늘은 둘이 주역이니까 앉아, 앉아.”
“자, 알프도.”
“후후, 둘 다 축하해.”
린디와 크로노에게 재촉당해 자리에 앉는 페이트와 알프.
그 둘 앞에 프레시아가 가져온 케이크가 놓였다.
“후후후―, 사실 이 케이크, 프레시아 씨의 수제야~.”
“어머니의……?!”
“에에?!”
페이트와 알프의 놀란듯한 눈길을 받은 프레시아는 약간 부끄러운 듯한 미소를 띄운다.
“케이크 같은 걸 만드는 게 몇 년 만인진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니까……미안해. 대단한 걸 해 주지 못해서.”
“아……아니야. 아니에요! 어머니가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나는 기쁘고.”
프레시아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케이크. 오직 그것만으로도 페이트의 마음은 풍족해져, 자연스레 눈물이 흘러나온다.
“봐, 생일도 아닌데 케이크용 초도 준비했어. 이걸 셋 꽂아서, 불을 붙이면……자.”
“이 습관, 나노하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모양이에요.”
“케이크랑……초 말인가요?”
“그래서, 조명을 잠시 끄고.”
“와~……예뻐.”
“……응.”
어두워진 실내에, 케이크의 초에 붙인 불빛이 신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저도 모르게 감탄하는 소리를 흘리는 페이트와 알프.
“자, 둘이서 후 불어줘.”
“아, 에에.”
“그…….”
이렇게 축하받은 경험이 없는 둘은 무심코 얼굴을 마주보며 어버버거리고 있다.
“자, 둘 다 사양하지 마.”
“그럼, 알프…….”
“으, 응. 그럼…….”
프레시아에게 재촉받아, 마음을 잡는 두 사람. 하나 둘 하고 타이밍을 맞춰서, 양초의 불을 불어서 끄는 두 사람.
조명이 원래의 밝기를 되찾아, 박수소리가 울려퍼진다.
“기념일 축하해.”
“둘 다 축하해.”
“두 사람 다, 잘됐어.”
“고, 고마워! 다들, 고마워!”
“아―, 정말. 너무 페이트를 부끄러워하게 하지 말아줘. 나도 왠지 부끄러우니까.”
축하받은 게 페이트만이라면 어쨌건, 자신도 세트로 붙으면 아무리 알프라도 낯부끄러워지는 모양이라, 페이트와 함께 얼굴을 붉혀서 주위의 미소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울려퍼지는 새로운 박수소리.
『아하하, 축하해. 페이트, 알프 씨. 오늘은 그런 기념일이었구나. 나도 축하하게 해줘.』
『나도.』
『여어! 축하한디.』
갑자기 들린 소리에 돌아보자 거기에는 공간 모니터 너머로 비치는 친구들의 모습이 있었다.
“나노하에 유토……?!”
“유노도.”
『『응.』』
『아아.』
놀라는 둘에게 화면 너머의 소년소녀들은 먹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엣, 엣, 이건 리얼타임 통신이야?!”
“사랑스런 아이의 특별한 날에는, 관리측의 주의력도 산만해지는 모양이어서.”
당황하는 페이트에게 자랑스런 얼굴로 대답하는 린디. 그 뒤에서 크로노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엄밀히는 0.05초 늦게 이어지니, 리얼타임 통신은 아니지만.”
누가 어떻게 들어도 변명으로밖에 안 들리지만, 그걸 신경 쓰는 풍류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나노하…….”
『응.』
모니터 중앙에 비치는 나노하. 거기에서 한 걸음 뒤에 유토가 서 있었다.
“이쪽은 그, 건강해. 다들 굉장히 상냥해서 왠지 마음이 잘 못 따라가.”
『아하하. 분명 곧 따라붙을 수 있을거야. 분명 괜찮아.』
“응.”
『알프, 건강 괜찮아?』
「아아, 이미 완전 건강해!」
『건강해 보여서 잘 됐어.』
“……아.”
유토의 말을 듣는 순간, 아까 프레시아에게서 놀림받았던 걸 떠올려 페이트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 뭔일이야? 왠지 동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냐! 태연해!!”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토에게 새빨개진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부정하는 페이트.
그런 페이트를 크로노를 제외한 여성진들이 따스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 그것보다 셋이 있는 건 밖이야?! 거기는 숲 속?!”
『응, 뒷산. 지금은 너무 길게 이야기 못 하고, 선물도 바로 못 보내니까.』
『훗.』
『……뭐야, 유토 군, 그 웃음은.』
『훗훗훗, 이 뒤의 즐거움이야.』
『으―, 분명 또 뭔가 꾸미고 있어~.」
수상쩍은 미소를 띄우는 유토를 나노하가 수상스럽게 느꼈지만, 시간이 없는 걸 떠올리고 지금은 추궁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크흠. 우리들의 축하, 보고 있어.』
『Stand by ready.』
『자, 유노 군, 유토 군! 레이징 하트.』
『All right.』
『응!』
『언제든지.』
오른 어깨에 유노, 왼 어깨에 유토의 손을 얹은 나노하가 레이징 하트를 잡고 하늘을 바라본다.
『밤하늘을 향해서……포격마법 평화 이용편!』
『Starlight Breaker.』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불꽃놀이 버전!』
풀 드라이브 모드의 레이징 하트 끝에 거대한 마력이 모여, 분홍색 빛이 주위를 물들인다.
『브레이크……슛!』
폭음과 함께 밤하늘에 내쏘여, 폭발음과 함께 자그마한 빛이 되며 흩어진다. 그게 한 번만이 아니라 자그만 연쇄를 일으켜, 밤하늘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분홍 빛만이 아니라 초록색과 푸른색이 뒤섞여, 진짜 불꽃놀이 같은 배색을 띈다.
“대단해…….”
“어머…….”
“예뻐…….”
“빛의 예술이네.”
“또 쓸데없이 거대한 마력을…….”
“대단해 나노하……!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이 춤추고……진짜 예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자연스레 감탄의 숨을 흘리는 페이트.
다른 아스라 사람들도 그 광경에 반하거나, 기막혀 하면서도 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사건에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랐다.
『응, 두 사람 다, 계속해서 가자!』
『응!』
『좋아!』
『『『하나―둘!』』』
첫 번째보다 더한 굉음과 빛의 연쇄.
“여, 연발?!”
“여전히……뭔 터무니없는 마력이야?!”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의 이 연발. 상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마력량에 기막혀하는 아스라 팀이었지만, 거기에 다시 다부진 소리가 울린다.
『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뭐야?”
싱긋 미소를 띄우는 유토의 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우리들의 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서, 설마…….”
『스타라이트 브레이커어어어!』
『궈렌다!』
그 뒤로는 페이트 등의 상상을 초월한 광경이었다.
스타라이트 브레이커가 5연발로 내쏘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이미 그건 어정쩡한 불꽃놀이 같은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빛과 소리의 난무.
“뭐 이런 비상식적인…….”
페이트나 크로노, 에이미 만이 아니라, 프레시아마저도 그 터무니없는 광경에 말을 빼앗겼다.
여기까지 오면 놀람도 감동도 뛰어넘어서 그냥 기막힐 뿐이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렇다곤 해도, 아무래도 총 7발의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는 힘들었던 모양인지 나노하도 유노도 숨을 헐떡이고 있다.
“나, 나노하……유노, 괜찮아?”
『아, 아하핫. 괜찮아.』
『응……완전.』
『그렇게 숨을 헐떡이면서 말해도 설득력 없어―.』
“왜 너는 태연한 거야……?”
『단련하고 있으니까.』
그런 레벨의 문제가 아니다. 크로노 속의 유토가 나노하 이상으로 상식도 비상식도 초월한 변태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제대로 된 선물은 비디오 답장하고 같이 보낼게.』
『아, 내건 이미 에이미 씨에게 건네 뒀으니까.』
『……에?』
숨을 헐떡이던 나노하가 딱딱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천천히 뒤로 돌려 유토를 돌아본다.
『에이미 씨―.』
“예이예이―.”
유토가 부르자, 에이미는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각각 페이트와 알프에게 건넨다.
“에? 에?”
『내가 둘에게 주는 축하야. 대단한 건 아니지만 받아 줘.』
“고, 고마『어째 어떻게! 어떻게 왜?!』
페이트의 감사 인사를 지운 건, 동요한 나노하의 목소리였다.
『어째 어떻게 유토 군 선물 준비한 거야?! 우리가 연락받은 건 바로 요전이었잖아?!』
『감이야.』
『거짓말!!』
『칫.』
『봐, 지금 혀 찼잖아!! 치사해치사해!! 왜 자기만 페이트한테 선물 보내는 거야!』
『그런 거 당연하잖아.』
『……왠지 알 것 같지만 일단 말해봐.』
『남을 빼놓는 걸 좋아하니까―!!』
『유토 군……바보오오오오오오오!!』
『앗―?!』
거기서 작렬하는 폭발음.
“저, 저기 나노하……슬슬 시간 다 됐어.”
『앗, 저기 방금 건 꼭 오늘 중에 전하고 싶었던 축하야!』
“……응……고마워. 고마워, 나노하. ……그리고, 유토, 괜찮아?”
『예이~.』
라는 대답이 돌아오긴 하지만, 유토는 뻗어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로 한손을 들고 있을 뿐이다.
『분명 곧,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평범하게 작별이야. 또 봐, 페이트.』
“응, 고마워. 나노하.”
페이트가 감사의 말을 전하자, 나노하는 기쁜듯이 끄덕이고, 그 어깨에서 유노가, 뒤에는 부활한 유토가 조용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 영상이 끊긴다.
“미안, 여기까지.”
에이미가 진심으로 면목 없다는 듯 사과하지만, 페이트는 지금 걸로 충분했더ㅏ.
“응. 다들……고마워. 왠지 여러가지로……기뻐서, 가슴이 벅차서……미안해……말로 제대로 전할 수 없지만……정말……고마워!”
자연스레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솟아오르는 말을 입에 담는 페이트.
“자, 울지 마. 나노하나 유토 군에게 놀림받아.”
기묘하게도. 프레시아가 페이트에게 꺼낸 말은 몇 시간 전 나노하가 알리사에게 들은 말과 거의 마찬가지였다.
“그래, 페이트. 지금은 식사 때니까.”
“그런 너도 같이 울고 있어.”
“아으읏! 그런 태클은 반칙이잖아~.”
프레시아의 태클에 웃음이 크게 솟아오른다.
그리고 아스라에서는 손이 빈 다른 승무원을 섞어, 페이트와 알프의 계약 기념일을 성대하게 축하했다.
수많은 미소와 따스함에 감싸여…….
페이트는 지금, 분명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도미네 유토가 행방불명 되었다고 알려진 건 그 10일 뒤.
5월 31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