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화 너를 죽일래.
스즈카, 나노하, 알리사 세 사람은 쓰키무라 저택에 평소대로 다과회를 열고 있었다.
아니, 평소 대로라고 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나.
평소대로라면 웃으며 떠들고 있을 소녀들의 표정이 침울하고, 누군가 화제를 꺼내도 거기에 대답하는 말은 평소보다 적고, 분위기가 흥하기 전에 나누는 말이 끊긴다.
지금도 스즈카가 읽은 책의 화제를 꺼내 봤지만, 친구 두 사람의 대답은 건성건성이었다.
스즈카는 오늘, 몇 번째가 되는지 알 수 없는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자신도 포함해, 친구들의 표정이 침울해진 원인은 하나밖에 없다.
반 친구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사실.
그것도 요즘 와서 같이 지낼 기회가 늘었던, 사이 좋은 친구라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겠지.
도미네 유토. 그게 행방불명 된 친구의 이름이다.
그가 행방불명 되었다고 담임이 알린 건 어제 아침. 그 뒤로 이미 하루 이상 지났지만, 그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평소대로 친구 두 사람을 초대해 본 것 까진 좋지만,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들 즐겁게 떠들 수 있을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알리사는 어딘가 언짢은 듯한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나노하의 표정도 깊게 가라앉아 있다. 스즈카는 분명 자신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스즈카가 느끼기에 도미네 유토라는 소년은 조금 별난 존재였다.
반 애들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 같은 건 아니다.
친구들의 교제도 보통 정도고, 그 자신이 뭔가 문제를 일으킬 때도 거의 없었다.
학력에 대해선 알리사와 학년 1위를 겨룰 정도기는 하지만, 운동신경 쪽은 평범.
수업중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서 대답하는 것도 아니고, 체육에서도 눈에 띄게 활약하는 것도 아니다. 반 안에선 말수도 적어서 처음에는 과묵하단 인상이 강했다. 실제론 과묵하다기보다 낯을 가리는데 가까워서, 마음에 든 상대에게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된 건 입학하고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 뒤였다.
일을 솔선해서 하는 타입은 아니고, 오히려 귀찮은 건 남에게 떠넘기고 농땡이 피우려고 한다. 한 시기, 학업에 대해서도 그런 경향이 보여서 알리사와 한바탕 말썽이 일어난 적도 있었을 정도다.
반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기본적으로는 자기 일 아니라는 듯이 시치미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주제에, 반 친구들이 곤란해지거나 정말로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되면 작은 말로 나직히 해결책을 꺼내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의 눈이 가지 않는 곳에 눈이 가고 있다고 할까, 다른 애들이 간과할 뻔한 부분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충하거나 하는 식이다.
남을 잘 돌보고, 솔선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알리사가 겉의 리더라고 하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는 유토는 그림자의 리더, 아니, 배후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때때로, 보고 있는 이쪽이 불안해 질 정도로 먼 곳을 바라보는 눈길.
출석번호가 가까운 것도 원인 중 하나겠지만, 스즈카가 유토에게 흥미를 느껴서 관찰하게 된 건 동년배 소년들과는 다른 뭔가를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 넘치는 언동을 취하면서, 한 걸음 물러나 선 위치에서 자신이나 반 친구들을 보는 눈길이 어딘가 언니나 친구의 오빠랑 비슷하다는 건 요즘 와서 느꼈다.
그런 친구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걸 들어도, 스즈카는 좀 믿기 힘들어서 실감이 오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 대답을 돌려 주는 게 아닐까. 그런 감각마저 느껴버릴 정도로.
그래, 그야말로 지금, 스즈카의 눈앞에서 슬금슬금 알리사의 등 뒤로 돌아가는 소년처럼.
“……?!”
무심코 두 눈을 양손으로 비비는 스즈카. 다시금 눈을 떴을 때, 거기에 소년의 모습은 없었다.
“스즈카?”
“무슨 일 있니?”
“으,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조금 지친 걸까.”
“?”
스즈카의 수상쩍은 모습에 얼굴을 마주 본 나노하와 알리사는 둘이 함께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두 사람에게 마른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리려는 듯 근처의 홍차로 손을 뻗는다.
이미 미지근해진 홍차를 입에 머금으면서 고민한다.
유토가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다. 그가 무사했다면 먼저 무사하다는 연락을 줄 거다.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장난을 걸거나 하진――
“오히려 적극적으로 할 것 같네…….”
한숨과 함께, 티 컵을 놓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까 전 본 유토는 환영도 기분탓도 아니라, 진짜 유토였으리란 확신이 스즈카의 안에서 태어나 버렸다.
――있다. 유토는 분명 이 근처에 숨어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거다. 장난을 위해서 몸을 던지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 유토는 틀림 없이 전자다.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야?”
“에에, 유토 군 이야긴데.”
“유토 군이?”
나노하와 알리사가 고개를 갸웃한 그 순간――
“냐―.”
“아야?! 야 야, 이리 오지 마, 올라타지 마, 발톱 세우지 마―!!!”
알리사가 앉은 의자 뒤에, 새끼 고양이들이 몰려들어 유토가 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토, 군?”
“……너, 그런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하아.”
나노하는 멍하게.
알리사는 목소리를 떨면서.
스즈카는 한숨을 내쉬면서.
세 사람의 눈길이 유토에게 모인다.
유토에게 몰려들던 고양이들은, 자리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달아나듯이 흩어졌다.
세 사람에게 들킨 걸로 유토는 노골적으로 실패했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것도 한 순간.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알리사를 놀래주려 했더니, 고양이에게 습격을 받아서 곤란에 빠졌었어!”
“가슴을 펴고 할 말이냐아아아아!!”
“그것보다, 왜 그렇게 평소대로 태연하게 있는 거야?!!”
알리사에게 멱살을 잡히고, 나노하에게 추궁을 받는 유토. 스즈카도 그녀로선 드물게도, 기막힘과 비난이 섞인 눈길로 유토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거기에 대해, 유토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걱정 끼쳐서 정말로 미안했어. 정말 미안.”
“에……?”
“거짓말……?”
유토가 솔직히 고개를 숙인다는 사태에 무심코 동요하는 알리사와 나노하.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유토가 고개를 숙이고 사죄했다.
분명히 평소처럼 얼버무려서 유야무야하게 자기 페이스로 끌어갈 거로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둘에게 있어서 이 일은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무의식중에 한두걸음 씩 뒤로 물러나 버릴 정도로.
“두사람 다 그 반응은 좀 너무해.”
“아무리 나라도 좀 상처입는다구.”
둘의 지나친 반응에 스즈카는 쓴웃음 짓고, 고개를 든 유토도 마른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아니, 그치만…….”
“유토 군인 걸?”
“모처럼 처음으로 무사를 전하러 왔는데 이 취급이야. 나, 그냥 돌아가도 되려나.”
스즈카가 어깨를 톡톡 쳐주고 있는 유토의 등에는 뭐라 할 수 없는 애수가 감돌고 있었다.
“그, 그러면, 평범하게 나오라고! 평범하게!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마, 맞아! 다들 진짜 걱정했었어!”
드물게도 불쌍해 보이는 유토에게, 아무리 그대로 말이 심했다고 느꼈는지 당황하며 변명하는 알리사와 나노하.
“얼굴 내밀까 해 보니까, 장례식같은 분위기였잖아? 그런 상황에서 평범하게 나오는 것도 좀 마음이 그랬다고.”
“……으.”
그런 말을 들으면, 두 사람도 자신들이 낙담해 있었던 자각이 있는 만큼 돌려줄 말이 없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담담하거나 혹은 히죽거리는 표정을 지은 유토가 상대라면 좀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유토는 불쌍해 보일 뿐만 아니라 어딘가 낙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게 두 사람의 상태를 한층 엉망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걱정해 준 건 기뻤어. 고마워.”
거기다 마지막에는 이 말이다. 직설적인 말과 평소와의 갭에, 알리사는 묘하게 근지런 기분이 솟는 걸 느꼈다.
“걱정해 준 건 나노하와 스즈카 뿐이고, 나는 너 같은 거 걱정따윈 안 했으니까!”
“에. 알리사, 아까 우리라고…….”
“말 안했어!”
“나도 그렇게 들은 것 같아.”
“기분 탓!”
나노하와 스즈카의 태클에도 알리사는 위협적으로 부정했지만, 그 표정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어서야 낯부끄런 걸 숨기려 하는 행동이라는 게 빤히 보인다.
그런 알리사를 유토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어서, 히죽거리는 미소를 한순간 띄운 뒤,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그렇게 얼굴 새빨갛게 해서 말하지 마. 부끄러워 하는 게 빤히 보인다구, 아~땅♪”
“그러니까 아~땅이라고 하지 마!”
알리사가 욱해서 소리쳤지만, 알리사를 놀리는데 정통한 유토한테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
오히려 그런 반응이야 말로 유토가 바라는 거였다.
“알리사, 그렇게 욱하면 욱할 수록 수줍어 한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윽.”
스즈카의 봐주지 않는 태클에 알리사의 움직임이 멈춘다. 거기서 유토와 나노하가 추격타를 찌른다.
“뭐어, 이미 늦었지만.”
“아하하……역시 변명하기 힘들지도.”
“윽, 으으으……!”
여기서 다시 욱해서야 유토가 바라는 대로야, 진정해……진정하라고 나, 라고 자신의 이성을 풀동원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알리사.
하지만 물론 여기를 놓칠 정도로 유토는 상냥하지 않다.
“에이구야, 인기남은 괴롭네. 마음 놓고 행방불명도 될 수 없고.”
고개를 크게 흔들며 한숨을 푹 내쉬어, 나노하와 스즈카는 “그건 아냐아냐”라고 말하는 것 처럼 기막힌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부정하지만 알리사의 시야에는 그 두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알리사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꾹, 굳게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이런 빤히 보이는 도발에 걸려선 안 된다고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른다.
“그보다, 그만큼 화낸 걸 보면, 사실 나 좋아하는 거지, 너.”
――――빠직.
그때 알리사의 뒤에 있던 나노하와 스즈카는, 뭔가가 끊기는 소리를 들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팔의 흔들림은 어느샌가 멈추고, 알리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조용히, 살포시 내뱉는다.
“너를 죽일래.”
“갑자기 살인 예고?!”
“아, 알리사 침착해!!”
평소의 알리사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말.
그건 들은 사람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안겨주는데 너무나 충분한 힘을 담고 있었다.
나노하는 물론, 평소는 유토와 한 편에서 알리사를 놀리는 스즈카마저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이게 말로만 듣던 얀데렌가.”
“여기까지 와서 더 놀리는 거야?!”
“너도 태클 역으로 성장했――?!”
나노하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듯이 말하던 유토의 말이 끊겼다.
그 결과를 낳은 건 모션 없이 펼쳐진 알리사의 주먹.
가까스로 회피했지만, 알리사의 일격은 확실히 유토의 코를 스쳐 갔다.
“피하지 마! 바보 유토!”
“안 피하면 아프잖아!”
“네 바보는 한 번 죽기 전에는 안 나아! 얌전하게 나에게 죽어!”
이어지는 두 발째의 주먹. 하지만, 그것도 허무하게 허공을 가른다.
“아하핫! 유감이었네, 한 번 죽은 정도로는 안 낫는다고!”
“에, 그쪽?”
“그럼, 두 번 죽어어어엇―!!”
알리사와 유토의 추격질은, 알리사의 체력이 다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침착해 졌어?”
“누구 탓인데!”
“뭐어, 그건 그렇다 치고.”
“너, 역시 나한테 싸움 걸고 있는 거지? 그렇지? 그런 거지?”
“아, 알리사.”
“참아 참아.”
나노하와 스즈카가 알리사를 말리는 걸 보고 자그맣게 웃는 유토.
유토의 미소가 자신을 비웃는 거로 느낀 알리사가 소리를 지르려 한 순간――.
“마, 맞아! 대체 뭐가 있었어?!”
이대로는 무한 루프에 들어가 버린다고 판단한 나노하가 순간적으로 말을 끼워 넣는다.
“응, 그거 말인데…….”
유토 쪽도 그건 제대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더이상 알리사를 놀리는 건 그만두고, 한 번 숨을 내쉰다.
그리고 유토치곤 정말 드물게도, 굉장히 곤혹스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하아?”
“에에, 그건 무슨……소리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 사람의 눈길을 받으며, 유토 자신도 어떻게 설명하면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뭐어, 말 대로인데. 깨닫고 보니 뒷산에 있었고, 시간이 이틀 지났었어. 언제, 무슨 일로 거기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나.”
생각지도 못한 유토의 이야기에 세 사람은 다들 곤혹스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유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건, 이틀 내내 거기서 기절해 있었다는 소리야?”
“글쎄, 어떠려나.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는 저녁에 거리를 걷고 있었을 텐데…….”
스즈카의 의문에 유토 자신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저녁이었을 텐데 깨닫고 보니까 한낮이야. 그래서 당황해서 휴대폰을 봤더니 이틀이나 지나 있었다고? 나도 영문을 알 수 없어서 곤란했어. 그래서, 일단 어머니에게 연락하고, 사정을 설명해서, 그대로 병원에 끌려갔어.”
“병원?”
“뭐어, 이틀이나 행방불명 되었었으니까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어서. 대충 검사 같은 걸 받고 나니 이미 이 시간이었어.”
행방불명이 되었던 아이가 발견되면, 우선 그 안부를 신경쓰는 게 부모란 거겠지.
거기다가 본인이 그 이틀간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면, 먼저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하는 건 당연한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어?”
“심신 모두 이상 없음. 뇌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는 모양이니까, 뭔가의 계기로 떠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해. 그러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조심조심 물어보는 스즈카에게 당차게 대답하는 유토.
“그러니까라니, 미묘하게 말이 안 이어지는데, 그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결과 좋으면 장땡이잖아.”
“아니, 거기는 좀 더 신경 쓰는게 괜찮은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주의여서.”
“……너를 걱정한 우리가 바보였어.”
나노하의 태클에 가슴을 펴고 대답하는 유토를 보고, 몸에서 힘이 탁 빠진 알리사. 이미 걱정한 걸 부정할 기력조차 잃은 모양이다.
이쪽을 잔뜩 걱정시켰으면서도, 당사자가 이렇게까지 천연덕스러우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지.
꼬박 이틀이나 행방불명 된데다가 그동안의 기억이 없다는 소리는 일반적으로 보면 꽤나 큰 문제겠지만, 이 한없이 가벼운 소년에게는 별일이 아닌 모양이다.
제일 불안해야 할 본인이 이렇게까지 느긋해 해서야, 더 이상 걱정하거나 태클 거는 것도 멍청한 짓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하하, 그래도 정말 유토 군이 무사해서 잘 됐네.”
그런 친구들의 태도와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즈카도 미소를 흘린다.
내심 알리사와 비슷한 걸 느끼면서, 유토가 한 일련의 행동은 자신들이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게 하려고 배려해 준게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든다.
유토의 한없이 무사태평하고 근거 없는 자신에 넘치는 태도는, 막연한 불안이나 우려를 날려버릴 때가 있다.
그걸 본인이 의도적으로 하는 건지, 무의식중에 그렇게 하는 건지까지는 스즈카가 알 수 없었지만, 유토의 그런 분위기를 스즈카는 바람직하게 느끼고 있었다.
“걱정 끼친 건 정말 미안했어. 진짜 미안해.”
“그렇게 사과 안 해도 괜찮아. 이야기 듣기론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알리사는 고개를 돌리며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지만, 그게 부끄러워하는 거라는 건 일목요연했다.
그걸 알고 있는 유토와 나노하, 스즈카 세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며 작게 웃어, 알리사가 정말 조금 얼굴을 붉힌다.
서투르게 반론하지 않는 건, 자신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 탓인지, 혹은 반응 하는 게 유토가 노리는 거라는 걸 학습했기 때문인지.
방금까지 감돌고 있던 암울했던 분위기는 깨끗이 사라졌다.
그러는 중, 문득 어떤 걸 깨달은 나노하가 염화를 날린다.
『저기, 다크 브레이커한테 물으면 뭐가 있었는지 알 수 있지 않아?』
『유감. 이녀석도 나랑 같은 증상이었던 모양이야.』
가볍게 돌아온 유토의 대답에 나노하의 표정이 한 순간 바뀐다.
말로 나오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해야 할까.
『그건, 혹시나.』
『디바이스에 간섭할 수 있다는 건 틀림없이 마법이 얽혀 있는 거겠지.』
나노하의 생각을 시원스레 긍정하는 유토.
동요하는 나노하가 입을 열기 전에, 그대로 말을 잇는다.
『뭐, 나도 이 녀석도 딱히 이상은 없었어. 얼마 뒤에 또 아스라에서 조사도 할 거고. 저쪽에는 이미 연락 넣어 뒀으니까. 이상한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 절대로 괜찮으니까.』
『……그거, 절대로 근거 없는 소리지?』
한 조각의 망설임도 없이 단언하는 유토.
돌아올 대답을 반쯤 예상하면서도, 나노하는 그 질문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감은 맞으니까.』
『………….』
확신에 흘러넘치는 그 말투에, 나노하는 반론할 기력을 뿌리째 빼앗겨 버렸다.
“맞아맞아, 잊을 뻔했어. 이렇게 여기까지 온 건, 생환 보고만이 아니라 세 사람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였는데.”
“유토 군이?”
“우리에게…….”
“부탁하고 싶은 거?”
유토의 말에 셋은 얼굴을 마주봤고, 유토는 장난거리를 떠올린 어린애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하아.”
부재중 메시지로 들어와 있던 내용을 다 들은 하야테는 조용하게 한숨을 쉬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자신의 주치의인 이시다 사치에가 보낸 식사 초대였다.
내일은 자신의 생일이다. 그걸 배려해주는 것 자체는 고마웠지만, 지금의 하야테는 생일 따위를 기뻐할 심경이 아니었다.
“유토 군 바보.”
자신의 침대에 엎드리면서 말을 내뱉는다.
도미네 유토. 이틀 정도 전부터 행방불명이 된 친구.
정말 며칠 전에는 함께 웃고 떠들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었다.
“축하해 줄 지가 읎어지서 우얄낀데.”
그의 어머니에게서 유토의 실종에 대해 들었을 때, 하야테는 귀를 의심했다.
상식을 잔뜩 의심하고 싶어지는 센스를 가진 친구였지만, 하야테에게 있어선 유일한 동년배 소년이었다.
그런 친구가 자신의 생일을 칭찬해 준다고 말했던 거다.
동년배의 친구에게 축하받는 첫 생일. 동년배의 소년소녀와 비교해, 정신적으로 성숙되었다곤 해도 9살 소녀가 그걸 기대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게 겨우 이틀 전에 중지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축하해 줄 친구가 소실되었다는 최악의 형태로.
가슴에 구멍이 떵그러니 뚫린 듯한 상실감. 소설이나 만화같은데서 자주 있는 표현이지만, 자신이 그걸 이렇게 맛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자신의 생일 같은 건 어쨌든 좋다.
단지 무사하게 있어줬으면 싶다.
그 마음을 담아서 친구의 이름을 한 마디 흘린다.
“유토 군.”
――털컹.
갑자기 난 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어떻게 알았어? 소리도 없이 숨어든 유토 군을.”
“――――힉?!”
창문에서 들어온 침입자에 얼빠진 비명을 지르는 하야테.
“무무무무무무…….”
“뮤므미?”
눈물을 글썽이며 동요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 방치되어 있던 책을 더듬어 찾아 집는 하야테.
“문 짓 하는기가, 멍충아――――!!”
“꾸엑?!”
하야테는 손에 든 두께 5센티의 책을 힘껏 투척. 투척된 흉기는 빗나가지 않고 침입자――도미네 유토의 얼굴을 모서리로 찍었다.
“악, 위험해! 떨어져! 죽어!”
창틀에 다리를 대고 올라타려 하고 있던 유토는 얼굴에 닥친 충격에 자칫 추락할 뻔하면서도 어떻게든 밸런스를 잡아서 방 안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하야테의 방은 2층.
거기서 추락할 뻔했다는 공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얼굴에서 핏기가 가셔서 새파래졌다.
그리고 거기만 붉게 물든 코를 누르면서 눈물맺힌 눈으로 소리친다.
“위험하잖아! 떨어지면 어떡할 건데?! 지금 건 진짜 위험했다고!!!”
“이런 한밤중에 갑자기 창문으로 불법침입하는기가 훨씬 위험타 안카나! 행방불명 됐던 주제에 상식 버리고 등장하지 마라!!”
“자고 있으면 그러려나―싶어서 배려해 주느라 슬금슬금 창에서 들어와서 놀래주려고 생각한 거잖아!”
“배려 방법이 이상타! 진짜 심장 멈출 뻔했다 안카나, 이 무시마야!”
대답하는 하야테는 마음속 깊이 놀란 모양인지, 이쪽도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두꺼운 책 던지지 마!! 진짜 죽나 싶었잖아!”
“자칭 마법사믄 그쯤은 우찌 해삐라! 이 미끼마스터!”
“자칭이라든가 미끼마스터라고 하지 마!!”
서로 진심으로 무서운 경험을 겪은 탓인지 평소 이상의 기세로 말싸움을 했지만, 숨돌릴 틈도 없이 큰소리로 떠든 탓에 양쪽 다 숨이 막혀 헐떡이고 있었다.
“하아하아……잠깐……쉬자……그보다, 주변에 폐, 다.”
“이의, 없음…….”
하야테의 제안을 유토도 바로 받아들여, 서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 사이 치솟았던 감정도 정리되어, 하야테는 고개를 들고 조용하게 물어봤다.
“그래서, 무하러 왔노?”
“무사 보고랑 앞으로 일어날 서프라이즈에 대해서 보고할까 해서.”
“서프라이즈―?”
즉답하는 유토에게 하야테는 수상쩍은 눈길을 향한다.
이 소년이 하는 이야기는 반쯤 흘려듣는 게 제일이라는 건, 지금까지의 교제로 싫을 정도로 숙지하고 있다.
서프라이즈라는 걸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유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멍청한 하야테가 아니다.
자세를 고치고, 진지한 눈빛으로 똑바로 유토와 눈길을 마주친다.
“그 전에 말할 거 읎노?”
지긋이 바라보는 하야테의 눈길에, 유토는 한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바로 그 의도를 깨달은 건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걱정 끼쳐서 미안합니다. 나는 웃고 있습니다. 건강합니다.”
“전혀 안 웃짢노.”
라며 하야테는 쓴웃음 섞인 태클을 넣었지만, 그 소리는 평소의 부드러운 소리로 돌아가 있었다.
그 등장 방법에는 여러가지로 불만스러운 부분만 가득했지만, 이렇게 눈앞에 유토가 무사한 모습으로 있다.
그걸 확인한 순간, 아까 전까지의 암울한 마음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진짜진짜괘안나?”
“아아. 심신 모두 양호. 걱정 필요 할 없소이다.”
“근가. 그럼 다행인디.”
딱 잘라 말하는 유토를 보고 간신히 하야테도 미소를 띄워, 미소를 되찾았다.
“그래서, 밤중에 여자애의 방에 불법침입한 건에 대해, 아줌마랑 경찰, 어느쪽에 연락하는 기가 맘에 드노?”
“미안, 양쪽 다 봐주세요.”
유토는 바로 머리를 융단에 비볐다.
“애초에, 뭐하다 이런시간에 왔노.”
둘은 하야테의 방에서 거실로 이동해, 유토가 차를 우린다. 유토가 우린 차를 홀짝이면서 하야테는 언짢은 듯이 다그친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이미 23시를 지났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간에 남의 집에 방문하는 건 상식 밖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병원에 끌려가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보고하거나 하는 동안에 밤이 되어서 외출금지령이 나와서 슬쩍 빠져나올 기회를 기다렸더니 이런 시간이었어.”
“응?”
애매하게 대답한 하야테에게, 유토는 다른 애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해 간다.
요약하면, 행방불명이 되었던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당분간 홀로 외출하는 걸 금지당해, 어딘가에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이나 친구와 동반하는 게 의무가 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다.
실제로 저녁에 스즈카네 집에 갔을 때도, 어머니 동반이라는 조건 아래서 허가받은 외출이었다.
좀 과보호라고 말 못할 것도 아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원인불명의 행방불명을 당한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하면 유토도 반론하지 못해, 마지못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스즈카의 집에 있던 시점에서 해가 떨어져, 귀가했을 때는 19시가 지났다. 행방불명에서 막 돌아온 유토가 그런 시간부터 외출하는 걸 허락받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에서 잔 척을 했다가 슬쩍 집을 빠져 나왔다는 거다.
거기까지 들은 하야테는 마음 속 깊이 질린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까지 안캐도 전화 하믄 글로 되는디.”
“음―.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건 아깝구나 싶어서.”
“근가 근가, 글케도 내가 놀라는 걸 보고팠나.”
하야테가 아는 유토라면, 그런 쓸데없는 일을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걸 할 정도라면 좀 더 빨리 무사하다는 연락을 보내라는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전화가 아니라도, 메일이라도 한 번 받았다면 그렇게나 괴로운 기분을 느낄 리가 없었는데.
“아니아니, 그쪽이 아니라.”
하야테가 내뿜는 그런 분노에 당황해하며 변명하는 유토.
“에에, 아까도 말했던 서프라이즈! 그걸 설명하는 건 조금 전화론 이야기하기 힘들어서! 연락이 늦어진 건 정말 미안하지만!”
“……남한테 쓸데없는 걱정 끼친 만큼의 가치가 없으면, 어떻게 될진 각오 하고 있제?”
“음, 거기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긋이 노려보는 하야테에게 조금도 겁먹지 않고 대답하는 유토.
매번 있는 일이지만, 하야테는 유토의 이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성격, 이라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그래서, 그 서프라이즈란건 무꼬?”
“음, 그건 말야…….”
슬쩍 시계에 눈을 향한 유토는, 한 호흡을 두고 말했다.
“축하해! 날짜가 바뀌는 순간 당신에게 가족이 생깁니다!”
“………….”
하야테는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자, 아줌마에게 연락할까. 아, 구급차 부르는 게 나으려나?”
“음, 뭐어, 그 반응은 예상대로지만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들어 주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테이블 너머에서 제대로 하야테의 휴대폰을 손으로 누르는 걸 보면 연락이 가거나 하는 사태는 정말로 피하고 싶은 모양이다.
“………….”
“부탁이니까 마지막까지 들어 주세요.”
하야테의 말 없는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유토는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그 말에 약간 속이 시원해진 하야테는 말없이 그 뒷 이야기를 재촉했다.
“에에, 하야테의 방에 있던 이 책 말인데.”
거실로 이동했을 때, 하야테의 허락을 받고 들고 나온 책을 가리킨다.
십자 형태로 얽힌 사슬로 봉해진 한 권의 책.
“이 녀석은 어둠의 서라고 해서, 로스트로기아라는 마법문명의 유산 중 하나야.”
“헤―.”
라고 대답하고 있지만, 불쌍한 걸 보는듯한 눈길을 보면 하야테는 유토의 이야기를 1미크론도 믿지 않고 있다는 건 명백했다.
“왜 그런 게 우리 집에 있는긴데?”
“뭐어, 그건 여행하는 마도서 운운이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샤말 선생님 정도에라도 물어 줘.”
“사말 선생님은 누꼬?”
“이 어둠의 서의 수호기사. 하야테의 생일이 되면 이 책에서 가슴 마인, 로리, 얼빠진 언니, 마초 개. 총 3사람과 한 마리가 당신의 하인으로서 등장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수상쩍어하는 눈초리에서 한순간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 하야테가 테이블을 팡 내려치면서 말했다.
“가슴 마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아아, 거기 반응 하는구나.”
수호기사나 하인보다 여실하게 반응을 드러낸 부분이 거긴가. 하고 기막혀하면서도, 유토는 설명하는 게 여러모로 귀찮게 느껴졌다.
“뭐, 그건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일단 날짜가 바뀌었을 즈음이긴 한데, 내일 밤이었는지 까먹었는데 갑자기 그 책에서 네 사람이 나올 거니까 놀라서 기절하지 않도록 해.”
“에, 뭐야. 그 장난, 내일 밤까지 계속이가?”
“…….”
가슴 마인에 낚였나 했더니, 조금도 믿고 있지 않은 하야테에게 유토는 불만을 토할뻔 했지만, 그게 당연한 반응인가 싶어 그만둔다.
“그보다, 마법은 믿어도 내 말은 못 믿는다니.”
“아하하. 그치만 이런 책에서 사람이 나오거나 하면 완전히 판타지 아이가.”
“마법도 충분히 판타진데.”
그렇다곤 해도, 빛나거나 날거나 하는 것 보다 책에서 사람이 나오는 쪽이 훨씬 더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반대 입장이라면 자신도 믿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을 고친 유토는, 더이상의 설명은 포기하고 날짜가 바뀔 때까지 방치하기로 한 뒤 차를 홀짝인다.
“응― 확실히 그렇지만, 유토 군이 보여준 마법은 별로 시원찮았으니까―.”
그런 유토를 히죽이며 바라보면서 놀리는 하야테.
하야테도 유토가 의미없이 헛소리나 거짓말을 말한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방에 있는 책이 마법의 책이어서 거기에서 네 사람의 하인이 나타납니다.”라는 소리를 듣고 “예, 그렇습니까.”라고 믿을 수 있을 턱이 없다.
유토 자신이 마법을 써 보여준 전례도 있으니, 마음속 어딘가에서 혹시나……하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거나 하진 않는다.
“……좀 있으면 나올 네 세로운 가족에게 마음껏 보여 달라고 하라고, 빌어먹을.”
유토 입장에선 굉장히 열받는 이야기지만, 쓸 수 있는 기술 중 가슴을 펴고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플로터 필드 정도밖에 없다.
낙하속도를 완화하는 건 척 보기에도 수수하다. 배리어 재킷 장착은 다크 브레이커로 하고 있고, 디바이드 에너지는 공유할 상대가 없으니 하야테에겐 보여주지 않았다.
최근이 되어서 비행마법을 어떻게든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 시점에선 비행이라고 하기보단 호버링이라고 말하는 편이 적절하겠지.
신체능력 강화 부분은, 엄밀히는 마법조차 못된다.
“아하하, 화내지 마 화내지 마. 유토 군이 아무리 어설픈 마법사라도,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라도 나만은 친구로 있어 줄테니까―.”
“예이예이, 고맙습니다.”
하야테의 놀림에 유토는 평소보다 무표정하게 대답했지만, 하야테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도 즐거운 모양인지 계속 싱글벙글 웃고 있다.
“……그럼, 슬슬 이때 쯤이려나?”
시계가 오전 0시를 가리키려고 하고 있는 걸 깨닫고, 가져온 짐에서 슬금슬금 뭔가를 꺼내는 유토.
“읏차.”
“……폭죽이랑 카메라?”
유토에게 건네받은 폭죽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야테. 언제나 그렇지만 유토의 행동은 의미를 읽기 힘들다.
“아, 볼켄즈 소환 신을 제대로 담아둘까 해서. 책에서 나오는 순간 같은 건 꽤 보기 힘들고. 그래서, 내가 셔터 누르면 바로 폭죽 터뜨려줘. 훗훗훗―볼켄즈가 어떤 표정 지을지 두근두근하네.”
“…….”
쓸데없이 호기심을 내보이고 있는 유토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볼켄즈라고 하는 건 아마 어둠의 서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거겠지 하고 판단하는 하야테.
유토는 하야테가 모르는 말을 내뱉으며, 뭔지 혼자서 완결짓고 있었지만, 이런 것까지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방금까지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진심이었던 것 같다는 걸 이해했다.
그러면 신경 쓰이는 건 뭐가 유토를 이런 행동에 이르게 했나 하는 근거다.
기본적으로 귀차니스트인 유토가, 뭔가의 확신도 없이 이렇게까지 행동하리라곤 믿기 힘들다.
“애초에 유토 군이 그런 걸 우찌 알고 있는데?”
하야테가 의문스레 느낀 걸 그대로 꺼내자, 유토는 바로 대답했다.
“내 감은 맞으니까.”
“……설마.”
주저하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즉답하는 유토를 보고, 하야테는 태클할 기력마저 잃었다.
제대로 대답할 마음이 없다면 물어봐도 쓸데 없다고 판단한 하야테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거실의 시계에 눈길을 향하자 시간은 23시 59분. 곳 날짜가 바뀌어, 하야테의 생일이 된다.
유토에게 슬쩍 눈길을 향한다.
볼켄즌지 뭔지가 나타나는 게 정말로 기대되는 건지, 그 눈길은 시계와 탁자에 놓인 어둠의 서를 계속해서 왕복하고 있다.
‘임마, 분명 내 생일 까뭇다……’
아까 전까지는 단순히 유토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즐기고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묘하게 열이 받는다.
이대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 줄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거실 시계가 0시가 지난 걸 알린다.
“………….”
“………….”
1초. 2초. 3초. 4초. 5초.
두 사람이 조용히 어둠의 서를 바라본 시간은 30초를 경과했다.
“……암 일도 없는디?”
지긋이 유토를 노려보는 하야테.
“으음―, 내일 밤이었었나?”
유토 입장에선 10년 이상 전의 기억이다.
어둠의 서가 각성하는 게 하야테의 생일날 밤이었다는 건 기억하고 있지만, 그게 날짜가 바뀐 직후인지, 해가 떴다 진 뒤의 밤인지까지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막연히 하야테의 생일이 된 순간에 나올 거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1분 이상 지나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은, 유토의 기억과 다르게 어둠의 서가 각성하는데 어긋나는게 있었다거나.
“아.”
유토가 하야테의 날카로운 눈길을 맞으며 으음―하고 신음하고 있자, 갑자기 하야테가 손뼉을 치며 말을 꺼냈다.
“여기 시계, 2, 3분쯤 늦는 거 까뭇다.”
“어이!”
에헷, 하고 사랑스럽게 혀를 내미는 하야테를 보고 유토가 무심코 손등치기를 넣으려고 한 순간――――――그게 깨어났다.
두둥실 하늘에 떠올라 반짝거리는 빛을 내뿜는 낡은 책.
길고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개변되어, 저주라는 쐐기가 박힌 꺼림직한 마도서.
본래의 이름을 잃은 그 마도서의 이름을 어둠의 서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