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 내가 뉴타입이다
도미네 유토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걸 다카마치 나노하가 안 건 5월 31일 밤.
시간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는 유토를 걱정한 그의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온 건 19시를 지난 시점이었다.
아무리 유토가 겉모습과 다른 행동이나 성격을 보인다곤 해도, 세간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단순한 초3에 지나지 않는다.
슬쩍 집을 빠져나가는 정도라면 몰라도, 부모님에게 연락 하나 없이 저녁시간에도 돌아오지 않고 휴대폰도 받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부모님이 걱정돼서 유토의 친구에게 연락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초여름도 가까운 이 계절. 휴대폰은 배터리가 끊긴 것뿐일지도 모르고, 해는 아직 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토의 어머니가 나노하에게 건 전화도 처음에는 그리 심작한 건 아니었다.
그게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노하가 깨달은 건 그 직후였다.
염화가 닿지 않았던 거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리 염화로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는 표현이 옳을까.
나노하 정도의 마력이면 우미나리시 전역에 염화를 날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번 만이 아니라,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불렀지만 유토에게선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한순간, 염화가 닿지 않는 우미나리시 밖까지 나갔나 했지만, 평일이고, 학교에서도 막 만났던 유토가 부모님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멀리 나가리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나노하의 가슴에 형언할 수 없는 불안과 초조가 태어난다.
염화로 유노에게, 학원 수업을 받느라 마침 같이 있던 알리사와 스즈카에게도 유토와 연락이 닿지 않는 걸 전해 마음이 짚이는 곳이 없는지를 물어봤지만, 그 모두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명확히 안색을 바꾼 나노하를 보고 서로 얼굴을 맞대는 알리사와 스즈카.
염화에 대해서 모르는 두 사람은, 뭐가 나노하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지 알 수 없다.
시간과 유토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리 심각한 상황같진 않기 때문이다.
“괜찮아. 그 바보가 하는 짓이니까 다음 날이 되면 평범하게 얼굴 내밀 거라니까.”
“응. 애초에 유토 군이 큰일 나는 걸 상상하는 쪽이 어려울지도.”
“그러게 말야.”
뭐든지 혼자서 안는 경향이 있는 친구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농담 섞인 웃음을 나누는 두 사람.
그런 둘의 배려를 느낀 나노하도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띄우며 대답한다.
“……응. 그렇네. 유토 군인걸. 분명 괜찮겠지?”
스즈카의 말 대로, 평소에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사람을 놀려대기만 하는 유토에게 무슨 일이 터지는 상황은 꽤 떠올리기 힘들었다.
나노하보다 훨씬 약하다곤 해도 불완전하나마 마력을 쓸 수 있는 이상, 유괴같은 범죄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유토 혼자라면 몰라도, 다크 브레이커라는 디바이스도 붙어 있는 거다. 혹시 무슨 사건에 말려들었다고 해도, 염화로 자신이나 유노에게 알리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마법관계 트러블이라면 혹시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얼 시드 사건에서 한달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이 시기에 바로 또 마법 관련 사건이 일어나리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분명 어딘가서 낮잠을 자고 있거나, 염화가 닿지 않을만한 곳에 있는 게 틀림없다.
내일이 되면, 아니 조금만 지나면 “걱정 끼쳐서 미안했어. 미안.”하고 유토쪽이 무슨 연락을 줄 거라고 자신에게 들려주며, 학원 수업에 집중한다.
결국 그 날, 도미네 유토에게서의 연락은 없었고, 다음날이 되어 반의 담임에게 새삼스레 유토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도미네 유토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사실은, 나노하를 통해 아스라 크루들에게도 전해지게 되었다.
『정말 미안해. 손을 빌려주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같지만, 관리외 세계의 일에는 쉽게 손을 내밀 수 없어.』
“……응. 역시 그렇구나.”
통신으로 돌아온 크로노의 답변에, 나노하의 마음은 더더욱 가라앉아 간다.
학교가 끝난 뒤, 유노와 협력해서 염화로 부르거나 탐사마법까지 써서 유토를 찾았지만 진전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아스라와 연락 한 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단지, 나노하 입장에서도 이 대답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
기본적으로 관리국은, 로스트로기아나 관리세계에 얽혀있는 범죄자 등이 연관되어있지 않은 경우, 관리외 세계에서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가족레벨에서 이주나 교류 같은 건 꼭 그렇지도 않지만, 이번 같은 사태의 경우 크로노 일행이 어떤 명목도 없이 유토의 탐사에 협력할 수는 없는 거다.
『만일을 위해 이쪽에서도 이동마법의 흔적이나 로스트로기아의 분실기록을 조사하고 있어. 뭐 있으면 연락할게.』
“예, 예! 부탁합니다!”
『유토니까. 분명 무사하게 있을 거야. 마력과 악운의 강함만은 넘쳐나니까. 머지 않아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얼굴 내밀거야.』
우연히도. 나노하를 격려하려 한 크로노의 말은 전날 알리사가 말한 말과 비슷했다.
“아하하, 내 친구도 비슷한 소리를 말했었어.”
『뭐어, 유토 군인 걸.』
『유토라면 어쩔 수 없지.』
에이미의 사정없는 말에, 바로 수긍하는 크로노.
평소에 유토가 어떤 이미지인지를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일로 약간 나노하에게도 미소가 돌아온다.
“그럼, 뭔가 알게 되면 연락 주세요. 이쪽에서도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요.”
『예예―.』
나노하와의 통신이 끊긴 뒤, 바로 크로노는 린디에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함장?”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어. 자신의 변덕으로 소란을 일으킬 법한 애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너무 적다. 성격에 얼마간 문제가 있어도, 상식까지 부족한 애는 아니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정신은 가지고 있다.
어린이의 가출이나 장난이라는 가정은 접어둘 수 있겠지만, 문제의 해결론 이어지지 않는다.
무슨 사건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그 목적이나 유래등은 전혀 예상이 가지 않는다.
“뭔가 이쪽 관련 문제일까요?”
마법 관련으로 뭔가에 말려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염화가 닿지 않는 것, 디바이스인 다크 브레이커에게서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실종된 것에 대한 설명은 된다.
어느 정도의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노하나 유노에게 연락을 할 수단을 끊고 납치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마력이 크다고는 해도, 그 개인의 전투력은 대단하지 않으니까.
“로스트로기아일 가능성도 버릴순 없지만……주얼 시드 사건에서 별로 시간도 지나지 않았어. 이런 단기간에 또 다시금 로스트로기아가 얽혀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주얼 시드처럼 무슨 사고나 우연적인 요인으로 관리외 세계에 로스트로기아가 있는 일은, 사실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주얼 시드가 떨어지고 나서 몇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로스트로기아가 낙하, 혹은 발견되었다곤 생각하기 싫다.
실제로는 주얼 시드 만이 아니라, 9년정도 전부터 어둠의 서라는 극히 위험한 로스트로기아가 존재하는 거지만, 그걸 린디나 크로노가 알 리도 없다.
“이쪽 관계자가 유토 개인을 노렸다는 가능성도 제로라곤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목적이 수수께끼야. 유토 군 자신은 관리외 세계의 일반인에 지나지 않고, 그 개인에게 특필할 가치 같은 건 없을 터인걸.”
아무리 마력이 강대하건, 기본적으로 그 힘을 행사하는 건 본인밖에 할 수 없다. 자질이 없는 유토에게 마도사로서의 가치는 까놓고 말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공급하는 걸로 때와 경우에 따라 커다란 전력이 되는 일도 있겠지만, 그런 레어 케이스를 위해 일부러 한 개인을 노릴 이유는 되지 않는다.
크로노나 린디의 머릿속에 예전에 말했던 ‘유토가 인조마법사일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그 이야기 자체가 근거 없는 농담에 지나지 않기에 입에 내진 않는다.
“어느쪽이든지, 이쪽에서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들은 해 봐야지.”
나노하에게 말했던 것 처럼 이동마법의 흔적이나 로스트로기아의 분실계 파악 등, 아스라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다.
그걸로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단지 추론만을 겹치는 것 보다는 훨씬 건설적이다.
“이 일에 대해서, 페이트에게는 역시 전해야 할까요?”
에이미의 질문에, 그렇구나. 라며 린디는 생각에 잠긴다. 페이트에게 사정을 전한다고 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녀 자신도 재판중이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신분은 아닌 거다.
페이트에게 있어 유토는 나노하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생긴 친구이자 바꿀 수 없는 존재일 터다.
나노하가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유토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걸 알리면 마음이 크게 다치고, 슬퍼할 건 틀림 없겠지.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기보단, 어떤 진전이든 있을 때까지 입을 다물어 두자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괜찮아. 그녀들에게는 내가 말해 두도록 할게.”
“괜찮은 건가요?”
“어쨌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고. 나중에 알리는 것보단 빠른 편이 낫잖아?”
“……알겠습니다.”
약간 시간을 두고 크로노가 대답했다.
지금 페이트는 환경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좋은 경향에 있다. 시간이 걸린다곤 해도, 재판의 상황도 순조롭고, 프레시아와도 양호한 관계를 맺고 있다.
크로노에겐 그런 상황에서 친구의 실종이라는 나쁜 뉴스를 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린디가 말하는 대로 비디오메일 건도 있으니 계속해서 숨겨둘 수는 없다. 실종이 오래 가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건 나중이 되어 알리는 편이 쇼크가 큰 법이다.
그런 크로노의 심정을 느낀 건지, 린디는 웃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페이트 양에게는 프레시아 여사도 알프도 있어. 나노하 양도 우리들도.”
“예, 알고 있습니다.”
린디가 말하려고 한 걸 느끼고 대답하는 크로노.
혹시, 페이트가 외톨이라면 한없이 침울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노하에게 알리사나 스즈카라는 친구나 가족들이 있는 것처럼, 페이트에게도 프레시아나 알프, 그리고 자신들이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필요이상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거다.
“유토가 행방불명…….”
린디에게서 대강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페이트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이 자리에 있는 건 프레시아와 알프 뿐. 유토에게 일어난 일을 전한 린디는 프레시아의 눈짓도 있어 이 자리를 떠났다.
“그가 걱정이니?”
“……응. 유토만이 아니라 나노하도. 분명 침울해져 있을것 같아서.”
“그렇구나, 그녀는 상냥한 애니까.”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프레시아는 내심 약간 놀라고 있었다.
페이트가 행방불명이 된 유토만이 아니라, 그걸 걱정할 나노하에 대해서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것에.
딸의 그런 소소한 성장에 남몰리 기뻐하며, 페이트의 독백에 귀를 기울인다.
“이럴 때. 친구가 곤란하거나 괴로워하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건, 이렇게나 마음이 괴로운 거네.”
혹시 자신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바로라도 나노하에게 달려가고 싶다.
말을 걸고, 격려하고, 함께 유토를 찾으러 가고싶다.
그 마음만이 페이트의 마음을 뒤덮어간다.
“그렇구나. 사람에게 가장 괴로운 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니까.”
프레시아 자신도 그 마음을 싫을 정도로 뼈저리게 느껴왔었다. 자신이 광기에 붙잡혀 버릴 정도로.
더더욱 그렇기에, 자신과 마찬가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페이트의 어깨를 안고 말을 걸었다.
“그러니 강하게 되렴. 힘이나 마음만이 아니라, 지위나 권력도. 온갖 바람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되렴.”
이전에, 리니스가 사라졌을 때도 같은 말을 던졌었다.
그때의 프레시아는 분명 페이트를 원망하고, 싫어하고 있었다. 더더욱 그렇기에 이 말을 전한 건 본능적으로 자신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탓일지도 모른다.
“……나는 강해질 수 있을까? 나는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나노하나 유토. 알프, 크로노가 없었으면 어머니는…….”
이전에는 바로 엄마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바로 수긍하지 못했다.
페이트의 뇌리를 스쳐간 건 주얼 시드 사건. 지금 자신과 프레시아가 있는 건, 자신의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나노하를 시작으로, 다른 많은 사람의 힘을 빌려 도움을 받았기에 지금의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다.
자신 홀로는 엄마도 자신도, 아무것도 구할 수 없었다.
“페이트.”
프레시아는 살며시 페이트의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에 기대도록 했다.
“사람과의 인연도 강함 중 하나야. 자신을 가져도 좋단다. 너는 분명 강해질 수 있어.”
――죄를 범하고, 거기에서 눈을 계속 돌려온 나 보다 훨씬. 이라는 말을 붙이며.
“앞을 보고 망설임 없이 똑바로 나아가렴. 당당히 가슴을 펴고.”
“……예!”
약간의 틈을 두고 페이트는 조용하게, 힘차게, 분명히 대답했다.
그 대답에 프레시아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살며시 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페이트가 시공관리국 촉탁 마도사 인정시험의 수험을 결심한 건 이 다음 날이었다.
“으에?”
도미네 유토가 눈을 떴을 때, 그곳은 낯선 방의 침대 위였다.
낯선 광경에 몸을 벌떡 일으켜, 당황해 눈길을 주위로 돌린다.
학교 교실과 같은 정도의 넓이에, 서양식 세간을 갖춘 고급 호텔 방같은 방이었다.
당연하지만 유토는 자신이 이런 방에서 자고 있었던 이유가 짚이지 않았다.
“……………뭐야, 대체 뭐가 일어났어?!”
자신에게 뭐가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유토.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한에 몸을 떨며 우선은 자신의 몸을 확인한다.
부상같은 건 없고, 옷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허리 벨트에는 제대로 파트너인 디바이스도 존재한다.
“……휴. 너도 함께였구나.”
자신 혼자만이 아니라, 디바이스도 함께 있었던 거에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가, 나는…….”
고개를 흔들며 혼란에 빠진 정신을 가라앉혀, 자신의 기억을 더듬는다.
학교를 마친 뒤, 자신은 뒷산에서 마법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다크 브레이커가 누군가의 공격을 경고했다.
바로 마력을 발동시켰지만, 상대의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뒤에서 공격을 받아 그대로 의식을 잃었던 거다.
“브레이커, 상대가 누구고 여기는 어딘지 알겠어?”
『Sorry. I don't know. It was stopped a system till I came to here』
“진짜냐.”
자신의 디바이스의 대답에 무심코 얼굴을 찡그린다.
다크 브레이커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는 녀석이 있다는 건 틀림없이 마법 관련 사건에 말려들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에 이 시기에 일어날 마법 관련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하야테의 생일이 찾아와 볼켄리터가 소환되는 거지만, 그게 자신을 이렇게 납치하는 것과는 이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아직 볼켄리터가 소환되지조차 않았다.
보유마력량은 어쨌건, 그 외에 장점도 없고 가정적으로도 특별한 배경이 없는 자신이 납치당할 이유 따윈 도무지 짐작가지 않았다.
“음―생각해봐야 별섮나.”
하여간에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상대의 모습조차 보지 못했으니 그 의도를 추측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내심으론 굉장히 낭패해서, 그 탓인지 팔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표면상으로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위를 보고 눕는다.
매트의 질은 나쁘지 않아, 딱 좋은 부드러움 덕에 적당히 릴랙스 할 수 있었다.
방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한다. 창은 없고, 문이 셋. 밖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냥 감금만 하기엔 방의 질이 너무 좋다.
팔다리도 구속되어 있지 않으니 바로 자신이 어떻게 되거나 하진 않을 것 같지만, 더더욱 상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목적이려나.”
그 말을 하며, 꽤나 침착을 되찾은 자신에 대해 자각한다.
“적당히 익숙해진 거려나~.”
원래라면 좀 더 허둥지둥거리며, 침착을 잃어도 괜찮을 사태지만, 요즘 몇달간의 체험으로 완전히 내성이 붙어 있었다.
애초에 자신은 전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체험을 한 거다. 거기에 비하면 이 정도의 이상함은 허용범위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 주얼 시드 폭주체와 만났을 때는 잔뜩 당황해, 여유를 잃었었지만.
“읏차!”
복근을 써서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방 안을 탐색한다.
침대 외에는 책상이나 필기도구 등이 존재했지만, 이 장소의 단서가 될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방에 갖춰진 세 문중에 둘은 욕실과 화장실이 각각 존재하고 있었다.
“굉장히 호화스럽네.”
감금하기에는 쓸데없이 대우가 좋은 방이라는데 기막혀하면서도 남은 문을 향한다. 마지막에 남은 문이 밖으로 나갈 유일한 곳이라는 건 틀림 없겠지.
손잡이를 돌려보지만, 역시 당연하게도 잠겨 있었다.
그러면, 하고 문에서 거리를 벌려 다섯 손가락을 펼쳐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검지 손가락부터 하나씩 손가락을 꺾어 주먹을 굳게 쥐었다.
“브레이커.”
『Get set.』
한마디로 주인의 생각을 느낀 다크 브레이커가 배리어 재킷을 전개.
칠흑의 재킷에 몸을 두른 유토는 바로 마력을 개방.
배후에 전개된 플로터 필드를 향해 가볍게 스탭을 밟는다.
“충격의―――……”
유연성을 가진 필드에 몸을 묻어, 허리춤에 잡은 주먹에 전 마력을 집중시킨다.
목표는 물론 눈 앞의 문.
“퍼스트 불리이이잇!”
필드의 반동을 그대로 돌진하는 기세로 바꿔 펼치는 일격.
하지만, 유토의 주먹이 문에 닿으려고 한 순간, 청색의 마법진이 떠올라서 주먹을 막는다.
“체에에엣!”
덧없이 주먹과 함께 몸이 튕겨나가, 잔뜩 뒷걸음질친다.
“으―, 역시 결계정도는 펼쳐 둔건가.”
그러면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다시 플로터 필드를 전개.
“격멸의 세컨드 불리잇!!”
벽을 향해 다시금 일격.
하지만, 이쪽도 문과 마찬가지로 결계에 막힌다.
“무리, 항복.”
디바이스를 뺏지 않았던 것도, 유토의 힘으로는 결계를 부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악에 차서 결계를 부수려고 해도 헛수고로 끝날게 틀림없다.
그렇게 판단한 유토는 시원스레 힘으로 탈출하는 걸 포기했다.
“그치만 이거, 어떻게 된 거려나.”
지금 당장 자신의 몸에 위험이 없다곤 추측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론 위안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고, 자신이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끌려왔는지를 알지 못하면 대책을 취할 수도 없는 거다.
태도를 확 바꾼 유토는 배리어 재킷을 해제하고, 침대 위로 몸을 던진다.
“뭐, 될대로 되겠지.”
적어도 현 상태에서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현재 할 수 있는 건 여차할 때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할 일은, 자신이 여기에 납치된 이유 같은 것들을 찾는 거다.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심경 속에서, 유토는 살며시 눈을 감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계기를 기다린다.
근심거리는 여러가지 있다.
가족에 대해. 나노하나 하야테 등에 대해.
당연하게 권외로 표시되어 있는 휴대폰의 시간을 보면, 거의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경과해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걱정을 끼치는 건 물론, 무사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행방불명이 되었던 이유를 붙이는 등 머리 아픈 문제는 산더미같이 많다..
덤으로 하야테의 생일까지 시간은 오래 남지 않았다. 기사들이 수집을 시작할 때 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고 해도, 자신이 언제까지 구속되어 있을지도 예상할 수 없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얼마간 손은 써 두었지만, 그게 어떻게 흘러갈지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가급적 그게 헛수고가 되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뭣보다 신경 쓰이는 게 하나.
“하야테의 생일까지 돌아갈 수 있으려나.”
그녀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약속한 그녀에게는 친구에게 축하받는 첫 생일일 거다.
――기대 안 하고 기다릴게.
입으론 그렇게 말했었지만, 마음 속으론 잔뜩 기뻐하며 기대해 주고 있을 거다.
볼켄리터나 리제 아리아, 리제 롯테나 그레이엄 제독의 동향을 읽을 수 없기에 나노하나 스즈카를 초대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 홀로라도 제대로 그녀를 축하할 생각이었다.
그 약속이 허사가 되면 그녀는 틀림없이 마음을 다치겠지.
사정을 이야기하고 제대로 사과하면 그녀는 웃으며 용서해 줄게 틀림없다. 자신의 아픔이나 슬픔을 전부 자신 마음속으로 삼키면서. 어린 주제에 뭐든지 자기 혼자 안으려고 하는 애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유토의 가슴속에 뭐라 할 수 없는 뜨거운 뭔가가 치솟아 오른다.
――뭐가 어찌됐든 돌아가야만 한다. 하야테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적어도, 모든걸 알고 있는 자신이 그 애의 슬픔을 더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에라도 몸을 움직여, 여기를 탈출하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E랭크 정도인 자신은 나노하나 페이트처럼 힘에 맡긴 행동은 일으킬 수 없다.
그러면 남은 수단은 생각하는 것. 상대에게 자신의 지식이나 잔재주가 통할지 어떨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념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머리를 풀회전시킨다.
자신이 있을 곳에 돌아갈 기회를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계기는 생각외로 빨리 찾아왔다.
“밥―! 배고파―.”
눈을 뜨고 한 시간 뒤, 유토는 있는 힘껏 소리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한 번 배고픔을 자각하면, 그 뒤는 한없는 공복감을 느끼는 것도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방 안에 냉장고나 식사같은 건 없다. 이쪽을 아사시키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렇게 배고픔을 알리고 있으면 식사를 가져오는 정도는 해 줄 거다.
그리고 예상대로, 철컥 문이 열려, 식사를 실은 왜건을 가지고 초로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연하지만 이 남성을 본 적은 없다. 마법에 얽혀있을 초로의 남성이라고 해서 그레이엄 제독을 떠올렸지만, 공교롭게도 유토에게 면식은 없고, 눈앞의 남성은 기억속에 있는 그레이엄과 다르게 꽤나 늘씬한 체격이어서 제독이라기보다 집사라고 하는 편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초로의 남성은 침대 위에서 책상다리로 앉아있는 유토에게 우아하게 인사한다.
“식사는 하루 세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이 얌전히 있어 주신다면 이쪽에서도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답무용으로 납치해놓고 뭘 뻔뻔스레.’
마음속으로 독설을 내뱉고, 패고싶어지는 충동을 억누르면서 상대의 모습을 살핀다.
일견 무방비하게 보이지만, 틀림없이 자신이 달려든다고 해도 시원스레 반격당할게 틀림없다.
하지만,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칠수는 없다.
“그러면 왜 나 같은 걸 납치했어? 뭐가 목적이야.”
“면목 없습니다만, 저는 그걸 대답해 드릴 순 없습니다.”
바로 돌아온 대답이 예상 범위 내인데 난처해하면서도,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럼, 후딱 집으로 돌려주지 않을래? 이래 봬도 바빠.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어서.”
사살 씨같은 마음으로 노려보지만, 당연하게도 눈앞의 상대는 거기에 겁먹지 않고 입을 연다.
“면목없습니다만, 그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마음이 괴롭습니다만, 최소한 며칠간은 구속해 둬야 하게 되었습니다. 최악, 반년 정도는 여기에 계셔주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이 방에서의 외출은 허가할 수 없습니다만, 필요하신게 있다면 가능한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과연.”
뜻밖에도 자신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얻은 걸로 자연스레 유토의 입이 미소를 그린다.
그 유토의 표정 변화를 의문스럽게 생각했는지, 상대는 아주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
하지만 다음 순간 유토가 꺼낸 말에 초로의 남성은 말을 잃었다.
“……안타깝지만 당신이 말씀하신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초로의 남성이 대답할 때까지 약간의 시간과, 정말 자그만 낭패의 기색. 그게 유토 자신의 추측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줬다.
“숨길 필요 없어. 난 너희 목적도 수단도 전부 알고 있어.”
그리고 작은 소리로, 하지만 상대에게 확실히 들리듯 그걸 입에 담는다.
거기에 따라 이쪽을 의심하고 있던 상대의 분위기가 표변한다. 이쪽이 불온한 행동을 취하면 당장에라도 덮쳐올 듯한 살기를 드러낸 태도로.
“너……대체 어디서 그걸……!”
“한때 전쟁이 있었어…….”
상대가 드러낸 살기에 내심 잔뜩 쫄면서도, 표면상으로는 다부진 미소를 유지한 채로 유토는 입을 연다.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한 유토의 진의를 읽지 못해도, 여차하면 바로 행동에 옮기려는 듯이 자세를 잡는 초로의 남성.
“그 싸움 속에서 특수한 힘을 가진 인간이 있었다는 건 들은 적 있어?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때때로는 미래를 엿보는 것마저 가능한 힘을 가진 자가 있다는 걸.”
“설마……네가?”
상대의 반응에 만족하며, 자신에게 도취한 상태로 느긋히 끄덕이고, 헛소리를 했다.
“그래, 내가 뉴타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