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화 또 만날 수 있으려나.
볼켄리터와 아스라 사이에 공동전선이 펼쳐지고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현시점에선 수집도 순조. 그런 과정에서 크로노는 기사들의 신용을 얻어, 어둠의 서의 주인인 하야테도 관리국의 보호대상이 되었다.
보호대상이라곤 해도 정기적으로 검사같은 걸 받는 것뿐으로, 지금까진 우미나리에서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여하튼간에 순조로워서 잘됐다.
초등학생인 우리들은 여름방학에 들어가, 무더우면서도 온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라고 말은 해도, 새벽의 마법 연습은 주 2번. 볼켄즈와의 훈련은 1주일에 1번. 본국에 가서 긴가, 스바루와 노는 게 월 1번 등, 평범한 초등학생 답지 않은 행동은 계속하고 있지만.
여름방학에 들어가 스즈카나 알리사와도 만나는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페이트에게 비디오 메일을 보내는 일도 있어 이러쿵저러쿵 해도 1주일에 한 번은 만나고 있다.
그 내가 좋아하는 사람 운운 이야기에 대해선, 애들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해도 안 믿어서 완전히 방치――――페이트에게는 전력으로 오체투지를 하며 모든 걸 이야기해, 용서를 비는 걸로,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 용서를 받았다.
그렇다곤 해도, 애초에 페이트는 화내거나 낙담하거나 하진 않았고, 뿐만 아니라 약간 안심한 것 처럼 보였다.
고백받아서 기뻐하고 있었다기보단,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하고 있었으리라는 게 내 견해다.
실시간으로 대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사과한 직후의 반응을 본 건 아니니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하고 뭘 숨기지 못하는 페이트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리 빗나가진 않았겠지.
어쨌든, 이래저래 원만하게 페이트의 오해를 푼 걸로 나는 내심 숨을 돌렸다. 뭐, 대신에 어떤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게 됐지만.
『괜찮으면 유토가 좋아하는 애가 어떤 애인지, 가르쳐 줬으면 해.』
솔직히, 꽤나 고민했다.
그녀에 대해선 말을 꺼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반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모순된 기분도 있었다. 물론 누구든 상관없이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페이트라면 입도 무거울 거고, 제대로 입막음을 부탁한 뒤에 내가 저번처럼 자폭하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거기에, 내가 묘한 착각을 시켜버린 이상, 제대로 이야기하는 게 도리인 게 아닐까?
자신에 대한 그런 변명들을 몇 가지 늘어놓고, 결국 나는 페이트에게 보낼 비디오 메일로 그녀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애였는지를 마음껏 늘어놓았다.
오늘, 내가 우미나리에서 벗어나 이 땅에 찾아온 건 오랜만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한 탓에, 묘한 감개에 휩싸여 버린 게 원인이다.
전에 내가 태어나고 자라, 그녀와 만난 곳.
우미나리에서 3시간 너머 걸려 도착한 역의 개찰구를 나섰을 때, 나는 억누를 수 없이 가슴이 고조되는 걸 느끼면서, 자신의 모든 걸 잃어버릴 것만 같은 형언할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시라카와 유나와 나――사기자와 유토가 만난 건 고등학교 입학식 날. 옆자리에 앉아 있던, 머리칼이 어깨까지 닿는 약간 동안의 여자애. 나는 시원스레 한눈에 반했다.
“사기자와 군, 잘 부탁해.”
처음으로 본 유나의 미소는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내 기억에 새겨져 있다. 첫인상은 어른스럽고 진지한 애. 그건 잘못되지 않았었지만, 접하는 동안 그녀의 좀 더 많은 부분을 알아가게 된다.
다행히, 출석번호가 연달아 있기도 해서 학교에선 그녀와 접할 기회도 많아, 1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나름대로 사이가 좋아졌다.
“어이~, 사기자와 군~, 방과후야~.”
방과후까지 잠에 푹 빠져있던 나를 깨워 주거나.
“자, 봐 봐. 이거, 귀~엽지~?”
새로 산 휴대폰 스트랩을 기쁜 듯이 보여주거나.
“으으~, 사기자와 군 너무해~.”
견실한 사람인가 싶으면, 의외로 얼빠진 부분이 있어 놀리기 쉬웠다거나.
“응. 반 대항전, 꼭 이기자.”
이상한 데서 완고하고 지길 싫어한다거나.
“야호~, 알바하는 데 견학하러 왔어~.”
유나의 옆에서 잡담을 나눈다. 그냥 그러는 시간이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그녀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힘낼 수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역에서 걸어 몇 분.
나와 그녀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도착한다.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아니, 그래선가. 동아리 활동에 힘쓰는 애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인지 불행인진 모르겠지만, 남루한 교사는 내 기억 안에 있는 거랑 별 차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안에 들어가거나 하진 않았지만, 운동장이나 교사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무렵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만 같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3년간 다녔던 이 학교에는 그녀와의 추억이 산더미처럼 있다.
체육제나 문화제, 구기대회 등의 이벤트는 물론, 숙제를 베끼거나, 도서실에서 같이 책을 찾거나. 이 학교에 얽힌 기억 대부분은 그녀와의 기억뿐이었다.
우리들이 입학한 해까지 앞으로 3년. 그러니, 동아리도 요리부였던 그녀가 지금 있을 리도 없는데, 그 모습을 찾고 있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지어 버린다. 머리론 알고 있다고 해도, 감정의 안쪽까지는 아무래도 제어되지 않는다.
아쉽기는 하지만, 오늘 하루로 제한된 시간에 돌아보고 싶은 곳은 아직 잔뜩 있다.
미련이 남아 떨치기 힘든 기분으로, 그 자리를 떠난다.
그녀와 함께 간 수많은 장소. 되풀이해 다닌 그 가게와, 수영장과 공원. 노래방과 영화관, 오락실 등등. 떠오른 장소에 걸음을 옮기는 것 만으로도 눈 깜짝할 새 시간이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한 건, 자그만 언덕이다.
저녁놀에 물든 거리 풍경을 내려다보며, 살며시 한숨을 내쉰다.
한때의 내 집이나 그녀의 집에도 갔었지만, 양쪽 다 전혀 다른 문패가 붙어 있었다.
이 세계에 예전의 내가 없다는 데는 약간 안심했다. 딱히 내가 있었다고 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기분은 안 들 거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난감하다.
유나가 없는 건, 고등학교 입학때 이쪽으로 이사를 왔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더이상 기쁠 수 없었겠지만, 이것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단순한 초3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면식도 접점도 제대로 없는데 어프로치를 할 수도 없다.
초등학생이라는 건 마음이 편하고 시간 여유가 있는 반면에, 제한도 크다.
집에 늦게 들어가도 안되고, 알바도 못 한다. 초등학생의 용돈으론 여기에 오는 것만으로도 금전적으로 힘들었다. 덕분에 오늘, 우미나리에 있는 축제에도 안 간다. 고등학생이 되어 제멋대로 지내던 무렵을 생각하면 의외로 자유가 부족한 부분도 많아서, 가끔은 미드칠더에서 알바를 할 순 없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있다.
적어도 고등학생 신분이라면, 이쪽 학교에 입학하거나 편입할 수 있을 거고, 알바도 할 수 있게 되는 등, 할 수 있는게 단숨에 늘어날텐데.
에이구야 하고 자조하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이 언덕은 자그만 벤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내게는 추억에 남은, 정말로 소중한 장소였다.
그날 밤을, 나는 절대로 잊지 않는다.
사이 좋은 반 친구 여럿과 불꽃놀이를 보러 간 그날.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에 다들 매점을 만끽한 건 좋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다들 찢어져 버려서.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조금 전에 그녀를 꼬셔서 여기로 왔다.
그때는 거절당하면 어쩌지 싶어서 정말로 긴장하고 있었고.
약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수긍해 준 그녀의 손을, 서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핑계로 잡았다. 내가 생각해도 약았다.
인파를 빠져나와도, 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구실로 계속 손을 잡았었다.
으, 떠올리니까 왠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와앗.”
불꽃을 쏘기 시작하는 시간보다 조금 늦게 여기에 도착한 유나는, 제일 먼저 그런 소리를 냈다.
“후후~, 명당이지? 포장마차 있는 데서도 떨어져 있고, 계단 오르는 것도 힘드니까 별로 사람도 안 와.”
“응, 고마워. 사기자와 군.”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는 나를 보고, 유나는 쿡쿡 웃었다.
그대로 한동안 둘이서 불꽃을 바라보며 떠들었다.
“저기, 시라카와.”
“응?”
불꽃놀이 빛이 비치는 얼굴로 이쪽을 돌아본 유나는 굉장히 환상적이고 아름다워서.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느끼며, 나는 자신의 마음을 입에 담았다.
“나, 너를 좋아해.”
“에?”
느닷없는 이야기에 유나가 눈을 크게 뜬다. 순식간에 유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간다.
“에, 에에, 지금, 뭐라고……?”
새빨개진 얼굴로 허둥지둥거리는 유나의 모습이 또 귀여워서. 더더욱 사랑스럽게 느끼는 마음이 치솟아 오른다.
“내가 시라카와를 좋아한다고 말했어.”
“…………에.”
지금 생각해 보면, 뭐 그리 급작스럽고 맥락없는 고백이냐고 과거의 자신에게 딴죽을 걸고 싶어진다.
내가 다시 한 말에 시라카와는 말문이 막히고……그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시, 시라카와?!”
“……으, ……흑.”
좀 당황했었지. 그녀가 어떤 반응을 할지 여러가지 케이스를 예상했었지만, 설마 울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미, 미안! 그, 에에……어, 어쨌거나 미안!”
완전히 패닉에 빠져 제대로 된 말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허둥지둥거리며 달래려는 날 보고, 유나는 눈물을 흘리는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미안, 그……기뻐서.”
“에.”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눈물을 닦는 유나는, 목이 멘 소리로 똑 잘라 말했다.
“저도 사기자와 군을……좋아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생각이 멈춰, 재기동할 때 까지 몇초 걸렸다.
솔직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망상하고 있던 거랑 다르게 직접 들은 그 말은, 내 생각을 멈추게 하는데는 넘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기자와 군?”
“아, 에에, 그, 정말로?”
고개를 새빨갛게 붉힌 채로 끄덕이는 유나.
내 세상에 봄이 왔다! 마음속으로 승리 포즈를 지었지만 동시에 패닉에 빠졌다. 이 뒤에 입에 무슨 소리를 담아야 할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머리를 풀회전 시켜서, 간신히 말을 자아냈다.
“그, 나랑, 사귀어 주세요.”
“……예!”
기쁜 듯이 수긍한 그녀의 미소는 지금도 뇌리에 못박혀 있다.
그렇게 사귀기 시작한 우리들은, 문자 그대로 언제나 함께 지내, 주위에서 바보 커플이라고 자주 놀림받았다.
단지,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마음속 깊이 즐기고 있던 나에게, 그 정도의 놀림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요리를 좋아해서, 일부러 내 몫까지 도시락을 만들어 줘서. 그러면서, 묘하게 질투가 강해서.
“사기자와 군, 방금 그 여자애랑 사이 좋지?”
“에에, 혹시나 가와무라 이야기야?”
“알바하고 있을 때, 굉장히 즐거운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나 질투해?”
“…………그렇지 않은 걸.”
“지금 틈은 뭐야, 틈은.”
“기분 탓입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삐친 표정이라 너무 알기 쉬웠다.
“걱정 안 해도 나는 유나밖에 눈에 안 들어오니까 안심해. 언제나 유나한테 푹 빠져있다고.”
“앗.”
그렇게 말하고 유나의 얼굴을 끌어당겨 쓰다듬는다.
“으~.”
뺨을 부풀리면서도 유나는 내 손을 떨쳐내지 않고, 뺨을 붉게 물들인 채로 내 가슴에 몸을 맡긴다.
그런 유나가 더더욱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그런 유나는 언제쯤 되면 나를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줄까?”
“아, 으으…….”
사귀고 나서 2달이 지나, 나는 유나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지만 유나는 여전히 성으로밖에 불러주지 않았다.
단순히 부끄러워 하는 것 뿐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부분을 놀리고 싶어지는 것도 유나의 매력 중 하나였다.
“유나가 날 부르는게 서먹서먹해서, 가끔은 나, 사실은 미움받는 게 아닌가 싶고.”
“절대 그런거 아냐!”
이쪽이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소리치는 유나를, 얼이 빠진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
유나는 자신이 낸 큰 소리에 스스로 놀라고, 부끄러워진 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고개를 푹 숙인다.
“사기자와 군을……정말, 좋아해.”
이번에는 기어가는 듯한 자그만 소리.
소리를 높여 외치고 싶다.
나 를 뿅 가 죽 게 할 셈 이 냐.
하지만, 그 정도로 용서해 줄 만큼 나는 상냥하지 않다.
“그럼, 이름으로 불러줘.”
“으으~, 심술쟁이…….”
히죽거리며 바라보는 나를 유나는 원망스런 눈빛으로 노려보지만, 이윽고 결심한 듯이 입을 연다.
“유, 유토 군…….”
“군 붙이나~.”
“으으~, 심술쟁이~…‥.”
좀 너무 놀렸는지, 유나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해서 무심코 웃음을 흘려 버린다.
“앗써 앗써. 이번에는 이 정도로 봐 줄게. 그래도 언젠가는 호칭 빼고 불러 줘.”
“……노력하겠습니다.”
결국 유나가 나를 친숙하게 부르게 된 건, 고3이 된 뒤였다.
이윽고 고2가 된 뒤엔, 유나도 나랑 같은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하고만 보냈다.
항상 함께 뭔가를 할 필요 같은 건 없다. 단지, 서로가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거리에 있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기뻤다.
슬픔도 기쁜 기억도 전부 그녀와의 기억뿐.
대학교도 같은 곳에 붙어서, 둘 다 같은 방을 빌려, 같이 살았다. 물론 가끔은 싸움도 했지만, 그 기억마저도 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서.
유나와 만나, 유나와 접해, 유나와 함께 웃었다. 오직 좋아하는 마음 뿐인 서투른 사랑.
내게 있어, 그녀와 보낸 시간은 무엇보다도 빛나고 있었고,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혹시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그녀야말로 운명의 상대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이 내 지정석. 그게 앞으로도 계속, 끝없이 이어져 간다. 그걸 의심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믿고 있었다.
“정말, 뭐가 어떻게 된 거려나.”
슬쩍 눈을 뜨고, 눈 아래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본다. 여기서 보이는 경치는 기억에 남은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게 묘하게 가슴을 괴롭게 만든다.
깨닫고 보니 이 세계에 환생했었기에, 원래 세계의 내가 어떻게 됐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나는 죽은 걸까. 아니면 단순히, 내 기억만이 여기의 나에게 있는 건가. 그걸 확인할 수단조차 없다.
바라건데, 원래 세계의 그녀는 어떤 형태로든 행복해져 줬으면 한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옆에 있는 게 나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Boss.』
“응?”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낸 건 내 허리의 벨트――다크 브레이커다. 이 녀석이 나를 부르다니, 드문데.
『Are you okay?』(괜찮습니까?)
뭐가, 하고 물으려고 하다, 내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걸 깨닫고 당황하며 그걸 닦는다.
“미안. 괜찮아. 옛날 일을 좀 떠올린 것뿐이니까.”
그래. 나는 괜찮다.
그녀와 만나지 못하게 되어서, 한때의 나는 틀림없이 절망했었다. 지금 상황을 저주하기도 했다. 아예 자살을 할지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가 나를 구해주었다.
설령, 다시는 유나와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녀와 지낸 나날을 저버릴 수는 없다.
내가 자살을 고르거나 했다간, 그녀는 틀림없이 화내고 슬퍼한다. 그러니 나는 필사적으로 지금을 살아가겠다. 그녀에게 가슴을 펴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절망에 무릎을 꿇고 있을 순 없었다. 앞을 향하고 똑바로 살아간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이 세계에도 그녀가 있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나날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세계가 바뀐다 해도, 몇 번이라도 둘이서 살아가고 싶다.
“너랑 또 만날 수 있으려나”
눈을 감고 그녀와 수없이 본 광경을 마음속에 굳세게 세긴다.
이 세계에도 유나가 있다고 해도,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우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아무리 소중한 추억이라고 해도, 그건 이미 10년 이상 과거의 일이다. 끝까지 선명하게 기억할 수도 없고, 실제로 아련해진 기억도 적지 않다.
언젠가는 유나를 단념하고,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른다.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계속해서 잊지 못하고, 그 사람만을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강하지 않고, 한결같지도 않다.
언제든지, 사실은 다른 사람의 온기를 계속해서 바라고 있다. 자신의 마음 모두를 드러내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상대를.
그래도, 언젠가 그리 머지않을 때 그런 순간이 온다고 해도, 나는 유나를 잊거나 하지 않는다.
설령,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그녀를 향한 이 기억은 결코 잃지 않을 거다.
그녀와 보낸 나날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그렇지, 유나?
『Boss.』
“응, 이번엔 뭐야?”
『I'll be with you forever.』 (저는,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갑자기 브레이커가 꺼낸 말에 허를 찔려, 나는 말을 잃었다.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고마워, 파트너. 의지하고 있어.”
『All right.』
브레이커에게는 오늘 여기에 온 목적도 이유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약간의 독백과 행동만으로도 뭔가를 느끼고 나를 격려해 주었다. 제대로 써주지도 못하는 주인인데도.
절절히, 자신에게는 너무나 과한 디바이스라고 느낀다.
“때가 되면, 너에겐 이야기할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내 비밀과 이야기 할 일 없을 과거. 크로노나 나노하 같은 애들이라면 혹시나 믿어줄지도 모르겠지만, 동시에 연민이나 동정도 느껴 버리겠지. 그런 건 귀찮다.
하지만 이 파트너라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 주겠지.
이 녀석이라면 내 소중한 추억을 공유해 준다.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럼, 슬슬 돌아갈까.”
『Yes, boss.』
우미나리에 돌아왔을 즈음에는 완전히 해가 저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축제 날이기도 해서, 역 앞은 소란에 휩싸여 있다.
나도 날 불렀던 반 남자애들과 합류해서 축제 기분을 즐기고 싶지만, 오늘의 교통비로 가지던 돈을 다 쓴 상태다.
홀로 쓸쓸하게 어딘가 경치 좋은 곳에서 불꽃놀이라도 바라볼까 고민하던 참에, 스즈카에게서 메일이 왔다.
『지금 어딨니? 괜찮으면 같이 축제 안 갈래? 나노하랑 알리사도 함께야.』
고마운 초대기는 하지만, 이것도 돈이 없어서야 별 도리가 없다.
적당히 대답을 돌려주려던 참에, 유카타 차림을 한 소녀 셋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트윈 테일에다가 어깨에는 페럿 유사품이 있으니 틀림 없다.
나는 메일을 답장하며, 슬쩍 그 뒷모습에 다가간다.
“아, 유토 군한테서 답장 왔어.”
“뭐래?”
“에에, 『지금 뒤에 있는데?』래, 에?”
“푸!”
“꺄악!”
머리칼을 업한 스즈카가 메일을 읽는 순간에, 목덜미가 드러난 부분에 숨을 후 불었다.
그걸로 놀란 스즈카가 폴짝 뛰어, 스즈카의 비명에 나노하와 알리사까지 놀란 소리를 낸다.
“유유유유유유토 군?!”
“여어~, 세 사람 다 모였네.”
허둥지둥거리는 셋을 보고 낄낄 웃는다.
“너, 너 말야. 좀 더 평범하게 말 걸 수 없는 거야?!”
“……아니, 나한텐 이게 평범한 건데?”
“슬슬 자기 평범이 다른 사람의 평범과 다르다는 걸 깨달아 줘…….”
나노하가 기막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례한 놈.
“가, 가급적 다음부턴, 이런 거 하지 말고 말만 걸어줬으면 해.”
아직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지, 가슴을 누르면서 말하는 스즈카에게 얌전히 대답한다.
“선처할게.”
“……절대로, 그럴 생각 없어. 이 사람.”
나노하의 말을 무시하고 셋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다.
“뭐, 뭐야.”
“아니, 셋 다 유타카다 싶어서. 잘 어울려. 평소랑 다른 분위기 나와서 좋은데?”
“그, 그래?”
“뭐야, 갑자기. 칭찬해 줘도 아무것도 안 나와.”
“에, 정말? 에헤헤~, 고마워.”
등등, 셋 다 칭찬받은 게 나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아첨도 뭣도 아니고, 진짜로 어울린다.
스즈카는 어두운 파란색을 베이스로 꽃을 곁들여, 정결하면서도 얌전한 인상을 자아내고 있다.
알리사는 빨강을 베이스로한 화려한 색조지만, 알리사 자신의 아름다운 금발과 어울려, 나쁘지 않은 화려함을 내보인다.
나노하는 하얀 유카타에 빨강과 파랑 무늬가 들어간 녀석이라 평소와 같은 이미지지만, 어울린다는데 변함은 없다.
“그래도, 왠지 유토 군에게 칭찬받으면 왠지 이상한 느낌.”
“OK. 앞으로는 나노하는 절대로 칭찬 안 하고, 헐뜯는데 전념하지.”
“와앗, 미안. 농담 농담! 지금 거 없었던 걸로!”
그런 대화에 스즈카와 알리사가 웃기 시작해, 거기에 따라 나와 나노하도 웃기 시작한다.
“여기에 있다는 건, 유토 군도 축제에 가는 거지? 혼자야?”
“같이 갈 다른 상대가 없으면, 같이 가 줘도 괜찮아.”
왜 잘난듯한데. 이 금발은.
“가고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지만, 애석하게도 가진게 없어. 좀 볼일이 있어서, 지갑 안이 텅 비었어.”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너, 사실은 굉장한 바보지?”
알리사의 말에는 배려도 뭐도 눈꼽만치도 없었다.
“상상에 맡길게. 어쨌든, 그렇다 보니 어딘가 경치 좋은 데서 불꽃놀이만 볼게. 혼자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건 좀 괴로우니까~.”
오랜만에 찾아온 포장마차의 맛을 못 느끼는 건 유감이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인 것도 아니다.
“아, 그러면 나랑 반씩 먹을래? 아마 나 혼자선 못 먹는 거 많을 거고, 그 쪽이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을 거고.”
라고, 스즈카가 정말로 감사한 제안을 꺼냈다. 하지만 여자애한테 얻어먹는 건 좀 그렇지? 라고 생각한 순간, 내 배가 전에 없을 정도의 타이밍으로 반응했다.
꾸르르륵~.
“아하하, 배는 정직하네.”
“에에, 그, 괜찮아?”
“응. 기왕이면 다들 같이 도는게 즐거운 걸.”
이런, 좀 뭉클했다. 스즈카의 기개에 반할 것만 같다.
“감사히 그 제안을 따르기로 하겠습니다.”
헤헤~, 하고 오체투지할듯한 기세로 고개를 숙인다. 요즘 스즈카에게는 빚만 지는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건 머잖아 꾸준히 돌려주기로 하고, 지금은 감사히 따르도록 하자.
“스즈카는 이 녀석한테 너무 물러.”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이라면 짐 담당이든 뭐든지 해 줄게.”
“축제에서 그렇게 짐 많이 안 나올 것 같은데.”
“나노하 주제에 정확한 딴죽……이라고?”
“아, 모처럼 나도 나눠주려고 했는데, 그런 소리 하는 구나?”
바로 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개라고 불러 주세요.”
“……너, 프라이드라는 건 없어?”
나는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훗, 프라이드로 배가 차겠냐!”
“…………하아, 어쩔 수 없네. 내 몫도 나눠 줄게.”
“진짜냐.”
“스즈카랑 나노하가 나눠주는데, 나만 안 나눠줄 수도 없잖아.”
“이런, 알리사가 너무 사나이다워서, 이거 또 반해버릴 것 같아.”
“좋아, 그 시비 콜. 거기에 앉아.”
“분위기를 너무 탔습니다. 죄송합니다.”
주먹을 손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알리사가 얼마나 진심인지를 느끼게 했기에, 바로 사과했다.
“자, 유토 군, 앙~.”
“에.”
눈앞에 보이는 건, 이쑤시개에 꽂힌 다코야키가 이쪽을 향하는 모습.
이전에 아스라에서 있었던 일이 플래시백 된다.
그건 괜찮다.
하지만 이리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건 일종의 수치 플레이가 아닌가?
“에에……스즈카 씨?”
“에헤헤. 한 번, 이런 거 해 보고 싶었어.”
우와. 뭐야, 이 데자부.
역시나 이건 봐줬으면 싶다고 생각하는 참에, 배가 꼬르륵 울었다.
그러고 보면, 점심도 안 먹었었지. 배가 맛있어 보이는 모이를 앞에 두고 전력으로 꾸르륵 거리며 날뛰는 것 같다.
“덧붙여서, 평범하게 직접 먹는 건 안돼?”
“응.”
웃는 얼굴로 즉답이었다.
……뭐어, 됐나. 솔직히, 수치보다도 공복 쪽이 버티기 힘들다.
어린애 상대로 깊게 생각하면 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스즈카가 내민 다코야키를 덥썩 문다.
응, 뜨거워. 뜨겁지만 맛있어.
“맛있어?”
“아후아후.”
“유토 군, 유토 군, 이번은 이쪽.”
다코야키를 입에 밀어 넣고 고개를 끄덕이자, 나노하는 야키소바를 내밀었다.
어떻게든 다코야키를 삼키고, 야키소바를 입에 한가득 찔러넣는다.
뭐어, 맛있기야 맛있지만, 왠지 그……여러모로 잘못된 기분이 든다.
“……이상한데. 원래라면 앙~이라는 행위는 좀 더 가슴이 뛰는 러브러브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게 아닌가.”
“굳이 말하자면, 먹이를 받는 애완동물?”
“악마냐, 넌.”
마침내 나노하에게 사람 아닌 취급을 당했다. 굉장히 거슬린다.
“아하하, 뭐, 그래도 틀리진 않았잖아? 진귀한 짐승이란 의미로.”
“누가 진귀한 동물이야.”
알리사를 노려보는 중에, 나노하가 입을 연다.
“그래도, 아까 개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었지?”
“………….”
나는 스스로의 행위를 크게 반성했다. 앞으로는 좀 더 뒷일을 생각하고 말하기로 하자. 아니 그보다, 요즘 이 삼인조의 대화 레벨이 비약적으로 오른 것 같은 느낌을 숨길 수 없다.
“말해두겠지만, 난 안 할거야.”
“그편이 좋습니다.”
이 상황에서 앙~당해도 전혀 두근거리지 않고, 기쁘지 않다. 어떻게 생각해도 고문입니다. 진짜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등 뒤에서 두다다다닥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우우우토오오오오오!!”
뒤를 돌아보면 낯익은 꼬맹이가 굉장한 기세로 달려온다 싶었더니, 땅을 밟고 뛰어 올랐다.
“죽어!”
“네가 말야.”
몸을 반걸음 비켜서 날아온 날아차기를 피하고, 카운터 스럽게 손바닥으로 이마를 누른다.
“으엑!”
반 친구 남자 A는 덧없이 엉덩방아를 찧어, 꼴사나운 소리를 낸다.
“뭐 한 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뭐야! 돈 없으니까 안 온다든가 해놓고서 왜 있는건데?!”
“돈 없는 건 진짜라고. 단지, 얘들이 쏘겠다고 해서 어울리고 있는 것 뿐이야.”
“……너, 남자로서의 프라이드 없냐?”
“빈속 앞에선 그런 건 휙 버렸어.”
한동안 침묵.
“일단,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줄래?”
등 뒤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반 친구 B에게 어깨를 꽉 붙잡혔다.
“그래 그래, 좀 남자끼리 이야기하자고.”
추가로 반대쪽을 반 친구에게 붙잡혔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이렇게 셋이서 축제에 온 모양이다.
“아~, 좀 기다려 줘.”
우리가 하는 짓을 보고 얼이 빠진 여자애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반 친구 셋에게 질질 끌려간다.
“자, 다들. 어때. 이 녀석의 형량은?”
“죽음을.”
“죽음을.”
인기척 없는 곳에 끌려간 순간 이 꼴이다. 무지무지하게 죽일 기색으로 가득했다.
“자, 그쪽 리얼충? 뭔가 변명은 있냐?”
어디에 리얼충이 있다는 건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우리 외에는 그래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그런 녀석이 있는지, 눈길로 물어본다.
“너잖아! 너! 뭘 헛소릴 하고 있는 거야, 이 녀석들 같은 표정 짓지 마!”
“뭘 헛소릴 하고 있는 거야, 이 녀석들. 바보 아냐? 죽으면 좋을텐데.”
“입 밖으로 말하지 마! 거기다 추가로 덧붙이지 마!”
“떼쟁이네~.”
“누구 탓인데!”
“큰일이구나, 힘내. 그럼, 그런 걸로.”
“어이어이어이?!”
셋을 너무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해서, 이야기를 자르려 했더니 손을 팍 잡혔다.
“아니, 나 그런쪽 취미는 없는데…….”
“나도 없다고?!”
“그건 캄샤.”
“진정해, 고타. 이 녀석의 말에 넘어가지 마.”
“유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상상해 봐라.”
이대로 떠들어봐야 놔줄 것 같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의 초대를 거절하고, 여자랑 같이 있는 치사한 녀석을 발견했어.”
“음음.”
“거기다, 그 녀석은 반에서도 톱 5에 들어가는 귀여운 애 둘이 앙~해주는 야키소바랑 다코야키를 먹고 있었어. 어라면 어쩔래?”
상상해 봤다.
“좋아, 죽이러 가자고. 그새낀 어디야.”
“““너야!”””
세 방향에서 동시에 소리가 겹쳤다.
아아,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 문제없네. 한 건 해결.”
“““되겠냐!”””
다시금 겹쳤다.
뭐어, 마음은 모르지도 않는다. 주관적으론 고문이었다고 해도, 그런 광경을 본다면 누구든 살의를 안겠지.
“즉, 너희도 같은 걸 당하고 싶다고?”
“………….”
셋은 함께 입을 다문다.
살의를 안기엔 충분했지만, 자신이 같은 걸 당하고 싶냐 하면 단순히 예스라고 하긴 힘들겠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주위에 사람이 있는 곳에서 그걸 당하는 건 창피하고 낯부끄럽다.
설령 하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나이대의 애들이 솔직히 그렇게 말할 리도 없다.
그걸 이해한 뒤에 나는 입을 열었다.
“뭐, 그, 뭐야.”
나는 입가에 가득 악의와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패배자 수고.”
“죽인다!”
“죽어!”
“못 봐줘!”
“와하하핫!”
바로 손과 발이 날아와서, 빈틈없이 피한다.
“이자식! 도망치지 마! 유토!”
그런 말을 일부러 들어줄 이유는 없다. 마력으로 강화한 다리로 후다닥 거리를 벌리고, 가슴을 편다.
“후하핫. 유감스럽지만 이 도미네 유토, 도망치기도 숨기도 하고, 거짓말도 한다!”
“전부 안되잖아!”
“흐응, 좋겠지. 그렇다면 노점의 게임으로 승부를 보지 않겠는가!”
“좋아! 내 사격 솜씨를 보여주지!”
“좋아, 금중어 잡기랑 뽑기도 더하자고!”
“꼴지는 벌 게임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분위기를 잘 타는 이 녀석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이~, 너희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미안 미안. 앞으로 좀 노점에서 승부하기로 돼서.”
“일단 일치단결해서 이 녀석을 박살내자.”
다들 응응 끄덕이고 있지만, 사격이나 금붕어 잡기로 어떻게 일치단결할지가 정말 흥미진진하다.
“헤에~, 왠지 즐거워 보여.”
“우리도 참가할까?”
“응, 그것도 좋겠네. 어라? 그래도 유토 군, 돈 없었지?”
“괜찮아! 이 녀석들이 다 같이 나 하나 몫쯤은 나눠줄 모양이니까.”
“에.”
얼이 빠진 반 친구들에게 가슴을 펴며 말한다.
“자랑할 건 아니지만, 지금의 내 지갑에는 백엔 동전 하나도 없다고.”
“……진짜 자랑할 거 아니네.”
“어떻게 그렇게 잘난듯이 말할 수 있는 거야?”
“이 녀석에게 상식을 적용하면 진 거라고.”
어디에 가도 내 평가는 다들 이런 식이다. 세상은 불합리하다.
“뭐, 너희들이 돈 못 낸다면, 승부 이야기는 없는 걸로. 설마 남자와 남자의 승분데, 여자한테 돈 내게 하자는 건 아니겠지?”
“쳇…….”
“더러운데, 역시나 유토. 더러워.”
“좀 더 칭찬해.”
“칭찬 아냐!”
반 친구 ABC는 얼굴을 맞대고 한동안 망설이고 있었지만, 결국은 셋이서 내 몫을 내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절대로 박살내 줄테니까!”
분노에 가득차 앞을 걸어가는 꼬맹이 셋의 등을 배웅하며, 나는 남몰래 미소를 짓는다.
“좋아, 이걸로 공짜로 놀 수 있다고.”
“……설마, 유토 군. 처음부터 노렸어?”
나노하가 전율한 듯이 조심조심 물어본다.
나는 미소를 히죽 띄우며 한 마디로 대답했다.
“계획대로.”
나노하와 알리사가 잽싸게 거리를 한 걸음 벌렸다.
“소악당의 귀감이네…….”
“그치~?”
“그러니까 칭찬 아니라니까!”
“아하하.”
이래저래 꼬맹이들과 소란스런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
신나는 소란 속에, 슬쩍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본다.
혹시 유나가 이 세계에 있다면. 그녀도 이 하늘 아래서, 비슷하게 별을 보고 있을까?
“유~토! 뭘 멍하니 있어! 놓고 간다―”
“아, 지금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