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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읽기 전 역자의 말:
 오랜만에 널리 알려진 이름과 다르게 번역한 캐릭터들의 바겐세일이네요.
 읽는 중에 헷갈리시지 않도록 윗쪽에 정리합니다.

 제스트 그란가이츠 -> 제스트 그랑가이츠 (성은 ​G​r​a​n​g​e​i​t​z​의​ 독일식 독음. 이름은 혼다 제스트에서.)
 메가누 -> 메간 (Megane. 르노 메간에서 온 이름.)
 칭크 -> 친퀘 (이탈리아어 Cinque)
 슈텔 -> 슈테른 (Stern의 독일식 독음. Stern은 독일어로 별.)
 란스터 -> 랭스터 ​(​L​a​n​s​t​e​r​여​서​ 랭스터 쪽이 좀 더 맞다고 봤습니다.)

  벨카 관련 캐릭터들이 우르르 나온 덕에, 독일식 독음의 바겐세일이네요.


제 33화 처음 만나 뵙겠습니다.


“핫!!”
“읏차!”

 기백이 담긴 주먹을, 오른손으로 떨쳐내면서 왼 주먹을 내지른다.
 ――반응은 없다. 상대는 내가 떨쳐낸 기세를 타고 발을 디뎌, 내 뒷쪽으로 빠져나가듯이 내 주먹을 피했다.
 혀를 차면서 뒤를 돌아보자, 눈앞에 보이는 건 바람을 가르며 육박하는 발끝. 막을까, 피할까. 나는 순간적으로 판단해, 발을 디뎠다.

“흣!”

 다리를 휘두르기 전에 스스로 이마를 부딪치는 걸로 위력을 반감시킨다.

“――?!”

 예상치 못한 대응과, 격돌의 충격에 상대의 자세가 무너진다. 이마에 닥친 충격은 내게 적잖이 대미지를 주고 있지만, 그걸 견뎌내면서, 상대의 다리가 되돌아가기 전에 잡아, 축이 된 발을 후려친다.

“왓?!”

 당연히 양 다리가 땅에 붙지 않은 상대는 그대로 뒷쪽으로 땅에 넘어져, 나는 그녀의 발을 잡은 채로 그 눈 앞에 주먹을 내지른다.

“내 승리네.”
“으―!”

 내가 빙긋 웃음을 짓자, 쓰러진 소녀――긴가는 분한듯이 뺨을 부풀린다.

“으―. 지금 건 먹힐거로 생각했는데~.”
“핫핫하. 그렇게 간단히 꼬맹이한테 질 수는 없다고.”

 약간 휘청거리면서도, 그대로 긴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줬지만, 말하는 만큼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이렇게 대련을 하게 된 지도 몇 달이 지났지만, 그녀의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초반에는 타고난 마력량이나 체격의 차이가 있었기에 아무리 나라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봐줄 여유가 점점 사라져 왔다.
 우리 정도의 나이라면 약간의 나이 차이가 보기보다 큰 핸디캡이 될텐데, 그걸 뒤집을 기세로 긴가가 강해져 오고 있다.
 마력량 쪽은 내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여하튼 나는 그 마력을 전혀 유효하게 쓰지 못한다. 요즘은 긴가도 디바이스 없이 나랑 동등한 정도로 신체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어 왔다.
 격투의 기술적으로도 긴가가 매일 슈팅 아트의 연습을 하고 있는데 반해, 나는 1주일에 한 번 볼켄즈와 연습 하는 정도기에, 당연하고 하면 당연하지만.
 마법의 훈련은 나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약간 비중을 바꾸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하하, 이번에는 꼭 오빠야한테 이기려고 노력했는데~.”

 퀸트 씨가 즐거운 듯이 웃으며 긴가를 달래지만, 긴가는 뺨을 부룽퉁 부풀린 채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으―, 오빠야.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해!”
“아하하~, 괜찮지만, 조금 쉰 뒤에 하자~.”

 나는 굳은 미소를 띄우면서, 긴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까 발차기의 대미지가 아직 남아 있어서, 연전은 조금 괴로운 거다. 아니 뭐, 애초에 나는 그렇게 체력 안 많다고.

“수고했어~. 언니야, 오빠야. 자, 수건.”
“오, 땡큐~.”
“고마워~, 스바루!”

 후다닥 달려온 스바루가 수건을 내밀었지만, 수건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스바루를 꼭 껴안는 긴가.

“어, 언니야, 힘들어…….”

 긴가에게 세게 껴안긴 스바루가 발버둥치지만, 긴가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스바루의 우는 소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볼을 비벼댄다.
 과연. 이 커뮤니케이션 덕에, 내성적인 스바루가 10년 뒤에는 그렇게 되는 건가. 납득했다.

“오, 오빠야도 보지만 말고, 도와……”

 긴가의 허그 속에서 내게 구조를 요청한 스바루의 말이 중간에 끊긴다. 그 얼굴은 완전히 굳어있다. 어째서?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간신히 이마에 흐르는 뜨뜻한 감촉을 깨닫는다.

“오오?”

 굉장한 기세로 콸콸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 곤란한데 하고 생각한 순간, 지독한 현기증을 느낄 때처럼 세계가 도는 감각이.

“유토 군?!”
“오빠야?!”

 퀸트 씨와 긴가, 스바루의 당황하는 소리를 들으며, 내 시야는 페이드아웃 되었다.




“오빠야, 괜찮아?”
“아~, 괜찮아, 괜찮아.”

 머리에 붕대를 감고 벤치에 누워있는 나를, 스바루가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본다.
 생각해 보면, 잘도 스바루가 이렇게까지 따르게 되었구나 싶다.
 처음으로 만났을 때는 겁내면서 제대로 이야기조차 하지 못했던 걸 떠올리면 감개무량하다.
 그렇다곤 해도, 스바루가 내게 마음을 열어준 계기가 나에게는 트라우마란 걸 생각하면 꽤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번에 롤러 부츠를 빌렸을 때까진 괜찮았지만, 그걸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폭주한 결과 벽에 격돌해 사람 모양의 구멍을 뚫는다는, 개그만화 같은 추태를 내보인 건 틀림없이 내게는 흑역사다. 하지만, 그걸로 스바루가 잔뜩 웃어서, 마음을 열어준 계기가 된 거니까, 인간 만사 새옹지마라는 거다. 스바루와 긴가의 마음 속에 내 캐릭터가 “재밌는 오빠야”로 성립되어 버린 건 굉장히 눈물이 나오지만. 모처럼 나를 연상 취급해 주는 귀중한 상대인데.

“자, 긴가.”

 퀸트 씨의 목소리에 그쪽을 돌아보자, 침울해진 긴가가 퀸트 씨에게 등을 떠밀리고 있었다.

“저, 저기, 오빠야, 미안해.”

 뭘 침울해하고 있나 했더니, 나한테 부상을 입힌 걸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다. 에고……하는 마음이 드는 반면, 그런 긴가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이건 시합중의 사고니까 어쩔 수 없어. 나는 전혀 신경 안 쓰니까.”
“진짜? 진짜 진짜 오빠야, 안 화났어?”

 아아, 정말. 눈물맺힌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긴가, 진짜로 귀여운데~.
 몸을 일으켜, 요요요요~하고 손짓을 해서 긴가를 이쪽으로 부른다.

“진짜 진짜 안 화났으니까 괜찮아. 그런 걸로 화내진 않는다고, 오빠야는.”

 그렇게 말하며, 긴가의 머리에 얹은 손을 부비적부비적 움직인다.
 조금 근지러운 듯이 눈시울을 좁히며, 이쪽을 치뜨고 살펴보는 긴가가 정말 귀엽다.
 이윽고, 긴가도 내가 화내지 않았다는 걸 이해했는지, 에헤헤~하고 마음이 놓인 듯 얼굴이 풀어졌다.
 아니아니, 이런 솔직하고 귀여운 애들은 진짜 마음을 풀어준다니까~.

“오늘도 자고 갈테니까, 밤까지 잔~뜩 놀아 줄게.”
“응!”

 한 달에 한 번, 내가 나카지마 가와 만나러 올 때는 이렇게 낮에는 마법 연습을 하고, 밤에는 내가 가져온 DVD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노는 습관이 들어 있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긴가도 스바루도 나랑 노는 시간을 기대해 주고 있어서 나도 노는 보람이 있다.

“응?”

 옷소매를 질질 끌려 뒤를 돌아보면, 기대가 가득한 눈길로 나를 올려다보는 스바루의 모습이.

“W 뒷편은……?”
“괜찮아, 문제 없어.”

 내 말에 얼굴을 활짝 피우는 스바루. 사이클론과 조커의 메모리를 건네면, 하룻밤 내내 그걸로 변신놀이를 할 정도로 나카지마 자매는 가면 라이더 W에 푹 빠져 있다.











 본국에 있는 나카지마 집안에 묵은 다음 날. 나는 린디 씨에게 이끌려 본국의 통로를 걷고 있다.

“미안해. 계획을 잡는게 늦어져 버려서.”
“아뇨, 억지를 쓴 건 이쪽이니까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이번에 내가 본국을 찾아온 이유는 세 가지 있었다. 하나는 물론, 긴가와 스바루랑 만나는 것. 뭐어, 이쪽은 단순한 습관인 것 뿐이니, 이번에는 덧거리 같은 느낌이다.
 본편 중 하나는 오늘 오후, 페이트의 재판이 끝나기에 나노하와 함께 페이트를 만나러 온 거다.
 그러니, 사실은 어제, 본국에 온 시점에서는 나노하도 함께였다. 재판의 참고인으로서 한발짝 먼저 본국에 와 있던 유노와 크로노가 본국에 처음 방문한 나노하를 안내하겠다고 해서, 도착하자마자 떨어져 행동하게 되었지만.
 재판 종료가 내 기억에 남은 것보다 한 달 이상 이른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런 부분은 프레시아가 살아있는 게 영향을 준 거겠지. 프레시아의 몸상태 등 신경쓰이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좋은 쪽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결과 장땡이라는 느낌이다.
 나노하와 페이트가 기뻐하고 있는데 어둠의 서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꺼려지지만, 어둠의 서 완성이 가까이 다가온 것도 사실이기에 더 이상 이야기를 미룰 수도 없다.
 지금의 수집 페이스에 더해, 나노하와 페이트, 나를 수집하면, 12월 초순에는 어둠의 서가 완성되겠지.
 이래저래 너무 순조로워서, 뭔가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들지만, 지금까진 이상적으로 흐르고 있다. 주제에 안 맞게 뒤에서 이래저래 움직인 보람은 있었다는 거다. 솔직히 이 이상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지만, 마지막에 하나쯤 더 해 둬야하는 게 있다. 그게 이번에 본국에 찾아온 다른 한 가지 목적이다.
 최근 몇 달간, 비슷한 이야기를 얼마나 했나 싶어 내가 생각해도 우울해지지만, 이게 마지막이라고 자신을 설득한다. 긴가와 스바루를 위한 거기도 하니까.

“여기야.”

 린디 씨에게 안내받아 들어간 방에는 남자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레이엄 제독.”

 우선, 이미 안면을 익혔던 초로의 남성에게 인사를 한다. 공식 상으론 린디 씨와 크로노를 통해 알게 된 걸로 되어 있지만, 그건 제쳐두고. 나는 다른 한 사람의 인물을 돌아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스트 그랑가이츠 씨. 오늘은 이쪽으로 행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나를, 제스트 그랑가이츠는 수상쩍어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스트 씨 상대로 할 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레지어스 중장(현재의 계급은 좀 더 낮은 모양이지만)과 최고평의회, 제일 스칼리에티와의 연결. 전투기인 관련 수사로 퀸트 씨를 포함한 제스트 씨의 부대가 전멸하는 것. 그리고, 죽은 제스트 씨와 제스트 대의 일원이기도 했던 메간의 딸 루테시아가, 스칼리에티의 손에 의해 렐릭 웨폰으로 이용되게 되는 것 등등.
 어슴푸레한 기억 속에서, 린디 씨나 그레이엄 제독의 도움을 받아가며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그런 헛소리를 믿으라는 건가?”

 그렇게 말하며 날카로운 안광으로 나를 바라보는 제스트 씨는, 누가 보더라도 심기가 언짢다는 걸 알 수 있을만한 모습이었다. 뭐어, 자신의 친구가 범죄자의 한패가 되어 자신의 부대가 전멸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든 좋은 기분은 들지 않겠지. 거기다, 제스트 대가 전멸하는 시기나 그 과정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일체 ​불​명​인​―​―​이​라​기​보​다​,​ 나도 모르는――거다. 헛소리라고 일축되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지. 우리 입장에서도, 그의 이야기가 망상이나 헛소리, 혹은 뭔가의 착각이길 바라고 있다.”

 그레이엄 제독이 엄숙히 말을 꺼낸다. 듣기에 따라선 지독한 소리를 말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레이엄 제독이나 린디 씨 등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실제로 이 자리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할 때, 미리 이야기의 내용을 크로노를 포함한 셋에게 전했을 때는, 셋이 모두 머리를 감싸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서 너는 그런 농담으로 안 끝나는 소리를 시원스레 말하는 건데.”

 물론, 남 일이어서 그런 게 당연하잖아. 그 소리를 했더니 셋 다 원망스런 눈초리로 나를 노려본 건 기억에 새롭다.

“하지만, 이 애의 이야기는 단순히 헛소리나 망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게 머리가 아픈 부분이어서. 비공식적이지만 P.T사건이나 어둠의 서 사건에 있어서 그게 증명되어 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내는 그레이엄 제독에게, 제스트 씨는 입을 다물고, 린디 씨가 준비해둔 자료를 손에 든다. P.T 사건과 어둠의 서 사건. 그 두 사건에 얽힌 내 발언 등을 정리한 물건인 모양이다. 내가 공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기에 비공식적인 자료긴 하지만, 제독 둘의 보증이 붙어 있기에 어느 정도의 신빙성은 가지고 있겠지.

“설령 네가 말하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내게 어떻게 하라고 할 셈이냐?”

 일단, 자료를 살펴본 제스트 씨는 신음하듯 말했다.
 예상했던 반응 중 하나기는 하지만, 꽤나 까다로운 문제다. 관리국의 인간에게, 위험하니까 수사를 그만두라고 해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대책을 세우기에도, 제스트 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전멸했는지를 나는 모른다. 부대를 감싸는 제스트 씨를 친퀘가 죽였다는 건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런 정보만으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스칼리에티의 전투기인, 넘버즈에 대해서도, 누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조차 기억하고 있지 않고, 애초에 이름과 얼굴도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한 번에 사람이 그렇게 드글드글하게 튀어나오면 기억할 수 있을리 없잖아.
 이 건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뻔하다. 기껏해야 넘버즈의 능력의 일부, AMF 기능을 갖춘 가제트의 정보 정도다.

“구체적으로 어떡하면 괜찮은지는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일이 실제로 이 세계에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도 없고.”

 현실에 내가 얽히는 걸로 바뀐 건 있고, 내가 모르는 것 뿐이지 서로 다른 부분도 잔뜩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혹시, 제가 말한게 현실로 일어났을 때, 그러리라고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 사이에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행동도 달라질 겁니다. 바꿀 수 있는 비극이 있다면, 저는 그걸 바꾸고 싶어요. 당신이나 퀸트 씨가 죽지 말아줬으면 하고――긴가나 스바루를 위해서라도.”
“……그런가. 들은 적 있는 이름이다 싶었더니, 네가 퀸트가 말했던 애였나.”

 퀸트 씨에게서 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모양이다. 뭐어, 긴가나 스바루의 놀이 상대라는 정도밖에 듣지 않았겠지만.

“퀸트의 아이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나?”

 제스트 씨의 탐색하는 듯한 눈길에,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를 한 순간 망설였지만, 여기선 솔직히 대답하기로 했다.

“둘이 스칼리에티 외의 누군가가 퀸트 씨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전투기인의 프로토타입이라는 것. 제작자에 대해서는 스칼리에티도 파악하지 못해, 10년 뒤 시점에서 그녀들을 알게 되었을 때는 타입 제로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 그 외에는, 제 기억으론 미드에 살고 있었기에, 지금 왜 본국에서 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요.”
“……왜 퀸트의 아이들과 접촉했나?”

 제스트 씨의 의문에, 나는 고민하지도 않고 딱 잘라 대답한다.

“단순한 우연이에요. 국내에서 미아가 되었을 때, 미아가 된 스바루가 울면서 매달렸습니다.”
“………….”

 자리에 흥이 가신듯한 분위가 감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가​.​”​

 기나긴 침묵 뒤에, 간신히 제스트 씨가 짜내듯이 말했다. 기분 탓인지, 굉장히 힘 빠져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그 뒤엔 언제나 전형적이었던, 상대방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는 식의 대화――반도 제대로 대답 못했다――를 거쳐, 자리를 정리해, 나는 린디 씨에게 이끌려 방을 나섰다.

“후아~…….”

 방을 나선 나는 크게 숨을 내쉬며 어깨를 내리뜨렸다.

“후훗, 수고했어.”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린디씨는 쿡쿡 웃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역시 지쳤어?”
“지쳤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굳이 말하자면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다는 게 맞을 거예요. 이젠 이런 일을 하는 일은 없을 테고.”

 어깨를 풀듯이 팔을 돌린다. 애초에, 교섭이나 설득 같은 화술은 능숙하지 않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무지 서투르다. 인간, 자기에게 안 맞는 일은 하는게 아닌 법이라고 뼛속까지 실감했다.
 그렇다곤 해도, 이번 건만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간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될 테니, 그러지도 못했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건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다. 바라건대, 최선의 결과가 나와줬으면 하지만…….
 그런 생각이 겉으로 드러난 건지, 린디 씨의 손이 내 머리 위를 통 두드렸다.

“괜찮아. 네 마음은 제대로 제스트 대장에게 전해졌어. 관할은 다르지만, 나나 그레이엄 제독도 가능한한 그에게 협력해 갈 생각이야. 네가 걱정하고 있는 일은 절대로 안 일어나게 할테니, 안심해.”
“……예.”

 린디 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중에, 제스트 씨가 한 말을 떠올린다.

“네 말을 모두 믿을 순 없다. 하지만, 퀸트와 메간――아니, 내 부하들은 절대로 죽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거기에 당신 자신도 포함하라고, 라고 생각했지만, 입으로 꺼내진 않았다. 외부자인 내가 말을 더 하는 것도 뭔가 아닌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미래를 알아도 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는 건 안타깝다.
 티아나의 오빠, 티다 랭스터의 경우도 그렇다. 수도방공대로 역임중에 뭔가의 임무를 하다 순직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제스트 대 이상으로 손쓸 수단이 없었다. 내가 연결을 가지고 있는 린디 씨나 그레이엄 제독의 관할이 바다인데 반해, 티다 랭스터는 육지 소속. 부대의 배치를 바꾼다든가 하는 걸로 회피할 수단을 생각해 봤지만, 관할이 다르고 본인이 수도방공대의 임무를 지망하고 있는 케이스를 생각하면 그것도 어렵겠지. 애초에 순직 시기를 모르는 게 제일 큰 문제고. 제일 좋은 방법은 전선에서 떼어놓는 거지만, 제스트 씨 때랑 마찬가지로 죽을지도 모르니까 전선에서 떨어지라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죽음의 위험이 있는 건 본인도 당연히 이해하고 있을 테고, 관리국의 임무――아니, 살아있는 한 죽을 가능성이라는 건 크든 작든 가까이 있는 거니까. 린디 씨나 그레이엄 제독에게 뭔가 손을 써줄 수 없는지 부탁은 해 봤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어찌 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겠지.
 마음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쉰다. 새삼스럽긴 하지만, 새상엔 어떻게도 안 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뭐, 티다 랭스터 건은 면식도 없고 어떤 인물인지도 모르니 어떻게 안 된다고 해도 뉴스에서 전혀 관계 없는 타인이 죽었다든가 그 정도로 끝나긴 하겠지만.
 ――단지, 자기 손이 닿는 범위에 있는 긴가나 스바루, 나노하나 페이트, 하야테 등의 미소만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설령 아무리 내 힘이 부족하다고 해도, 할 수 있을만한 건 해 나간다. 그렇게 결심한 거다.








 한가하다.
 린디 씨에게 이끌려 이번에는 다른 응접실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내게 만나게 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모양이라, 여기서 혼자 기다리고 있다.
 내 이야기를 했더니 상대쪽에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을 꺼낸 모양이다. 나노하 같은 애들이라면 몰라도, 나랑 이야기하고 싶다니 기특한데도 정도가 있다.
 뭐, 페이트의 재판이 끝날 때 까진 아직 시간이 있다. 사람과 만나는 건 전혀 신경쓰지 않지만, 5분을 넘게 기다리느라 짬을 주체 못하고 있다.
 뭔가 따분함을 날릴만한 방법은 없으려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참에, 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에 있는 건 나 한 명. 에? 이거, 내가 대답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한순간 고민했지만, “들어오세요”라고 대답하고 문이 열리는 걸 기다린다.

“실례하겠어요.”

 문을 열며 들어온 건 13~14살쯤 되는 소녀였다.
 머리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머리칼은 긴 금발. 하지만 그 질감은 페이트보다도 풍성하단 느낌이어서, 어딘가의 아가씨같은 분위기가 물신 풍겨나고 있다.
 잘 갖춰진 이목구비에, 어딘가 기품같은 것도 느껴지는 귀여운 애다.

“어느 분인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자, 소녀는 내 손에 잔이 들려있는 걸 알아본 건지, 이쪽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로 손짓으로 주스를 마시도록 권한다. 딱히 사양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유리잔의 빨대에 입을 댄다. 소녀는 그 타이밍을 노린 것 처럼,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처음 만나 뵙겠어요. 저는 카림 그라시아라고 해요.”
“――에?!”

 사레걸렸다. 자칫하면 입에 머금은 액체를 잔뜩 내뿜을 뻔 했다.

“괘, 괜찮으신가요?”

 사레걸린 내 등을, 소녀――즉, 카림 그라시아가 쓸어내려준다. 미소녀가 등을 문질러 주는 건 나쁜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전에 말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왜 성왕교회의 높으신 분이 여기에……?”
“……도미네 유토 씨, 그 모습을 보면, 저에 대해 알고 계셨던 모양이네요?”

 내 등을 쓸어내리며, 생글거리며 꺼내는 카림의 말에 나는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아니, 딱히 꺼림직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딱히 문제는 없지만.

“……그래서, 제게 볼일이란 건 뭔가요?”

 마음을 가다듬고 그렇게 물어봤지만, 반쯤은 예상하고 있다. 예전에 린디 씨와 크로노가 나에 대한 걸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것도 포함해서 어느 인물에게 말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본 적이 있다. 둘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다는 조건을 붙여서 허가를 했었는데, 그 상대가 이 카림이었던 거겠지. 그때는 둘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면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해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용은 십중팔구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한 거겠지.

“린디 제독에게서 듣지 못하셨나요? 당신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입가에 손을 대며 빙긋 미소짓는 카림. 거리가 가깝다.
 ‘이야기’라는 단어에 묘하게 가슴이 술렁거린 건, 틀림없이 나노하 탓.
 하지만 그 이상으로 카림의 미소가 위험하다. 그 미소에 어리석게도 가슴이 술렁인다. 안돼, 귀엽다. 원래라면 수비범위 밖이었을 텐데, 아니, 지금 내 상태를 생각하면 충분히 스트라이크 존인가. 아니, 뭐, 어쨌든 필요 이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미소녀를 앞에 둔 남자의 슬픈 본성이라는 거겠지.
 『바람둥이.』
 어째선지 뇟속에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온 듯한 기분이 들지만, 지금 건 노 카운트……겠지.

“……뭐어, 뭐든 괜찮은데.”

 카림을 상대로 이것저것 흥정을 할 필요도 없겠지. 상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적령기의 미소녀와 이야기할 기회다. 마음 편하게 대화하기로 하자.
 정면에 고쳐앉은 카림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빼면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로노 녀석,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헤에―, 그 크로노 집무관이?”

 카림과의 대화는 예상외로 즐거웠다. 초대면인 상대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야깃거리는 의외로 널려있어서, 나는 크로노나 야가미네 사람들에 대한 걸 화제로 삼고, 카림은 카림의 ​남​동​생​(​베​로​사​)​나​,​ 어릴 무렵부터 교제가 있는 시스터의 화제 등, 이야기가 막힐 일은 없었다. 덧붙여서 그녀의 호위이기도 한 시스터는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내 지식에 대해선 가급적 퍼트리지 말아 달라는 내 희망을 신경써 준 모양이다. 고맙구먼, 고마워.
 그건 어쨌든, 카림과의 대화로 얻은 결론.
 ――미소녀와의 대화는 굉장히 즐겁다.
 아무리 나노하 등의 정신연령이 높다곤 해도, 결국엔 꼬맹이다. 뭐라고 할까, 이렇게 카림같은 제대로 된 적령기의 소녀와 이야기하는 건 또 다른 감개인지 즐거움인지가 있는 거다. 응, 역시 꼬맹이랑 이야기하는 것 보다 카림같은 미소녀와 이야기하는 쪽이 정신 위생적으로도 즐겁다는 걸 재인식. 꼬맹이로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이성의 여자애로서 접할 수 있는 상대는 처음이 아니려나. 시그넘이나 샤말은 그 이전의 문제가 산더미처럼 있고, 에이미는 어느 의미로 유부녀 같은 거고.

“……그건 그렇고.”

 이야기가 일단락된 시점에서 혼자 기쁨에 젖어있자, 카림이 지긋이 이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유토 씨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연하랑 이야기하는 기분이 안 드네요. 동년배나, 연상의 분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흠.”

 정말 정곡을 찌른 카림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뭐, 이래 봬도 이래저래 있으니까.”
“이래저래, 인가요.”
“응, 이래저래.”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나를 바라보는 카림의 눈길에 약간 고동이 빨라지고, 그걸 얼버무리려는 듯――카림이 스스로 타 준――홍차 컵에 손을 뻗는다.
 그러고 보면 예전 인생에선, 유나를 빼면 이렇게 여자애랑 일대일로 이야기한 기억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노하랑 사이가 좋아진 이래, 꼬맹이들을 포함해 여자애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잔뜩 늘었구나.
 그대로 어쩐지 이야기가 끊겨, 침묵이 이어진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 그걸 깬 건 카림 쪽이었다.

“――재앙의 때가 찾아오리니. 낡은 망집에 얽매인 자, 모이는 땅. 13으로 나뉜 조각은 다시 하나가 되어, 허공의 저편에서 찾아온 넋을 희생해, 옛 신이 소생하리. 그 힘, 무수한 이치를 먹어 치워,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 것이니.”

 카림이 갑자기 전파같은 소리를 중얼거렸다――고 생각한 것도 한순간, 곧 그 말이 뭔지를 깨닫는다.

“설마 그거, 카림――씨의 레어스킬로 나온 예언이야?”

 카림은 존칭을 뺄 뻔한 내 말에, 기분이 상하지 않은 채로 끄덕인다.

“카림이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생각하시는 대로, 제 능력 ‘예언자의 저서(프로페틴 슈리프텐)’으로 쓰인 예언서의 한 구절이에요.”

 내가 알고 있던 스칼리에티에 얽힌 거랑은 또 다른 예언. 게다가 확 전해진 느낌으론, 스칼리에티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나쁜 내용인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기분 탓인지, 카림의 표정도 굳어 보이는건 그 터무니없이 불길한 내용 때문일까.
“제 ‘예언자의 저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나요?”
“에, 에?”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과거의 기억을 파낸다. 으~, 그 부분은 방송중이랑 DVD로 한 번씩 본 것 뿐이니까, 별로 기억이 없는데.

“몇 년인가에 한 번 써서, 잘 맞는 점 정도의 확률로 미래를 예언한다……가 맞던가?”
“예. 정확히는 1년에 한 번 이지만요. 대략적으로는 그대로예요.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빠르겠네요.”

 이 뒤의 카림의 말을 예상하면서 자세를 고친다.

“솔직히 예기할게요――이 예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나요?”
“없는데.”

 예상대로의 질문에 나는 즉답했다. 그 대답에 눈을 둥글게 뜬 카림을 귀엽다고 생각하며, 뒷이은 말을 입에 담는다.

“지금 예언이 몇 년 뒤를 나타내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론 그 예언에 대해 들은 적도 없고, 앞으로 10년 전후 사이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인식도 없어.”

 ――어디까지나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는, 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것 뿐이고, 실제로는 그 세계에서도 지금 예언에 해당되는 사건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예언은 뉘앙스를 보기엔 스칼리에티 때보다 커다란 재앙처럼 들렸다. 혹시 그런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하면, StS에서라도 화제 정도로는 나왔었겠지.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세계에선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 그렇다곤 해도, 내 추론만으로 결론을 내는 건 경솔하겠지.

“덧붙여서 지금 예언은, 어떻게 해석되어 있어?”
“……과거에 봉인된 뭔가가 소생해, 관리국을 능가하는 힘으로 수많은 차원세계를 붕괴시키는 것……지금 시점에서는 그 정도밖에 모릅니다.”

 한숨 섞인 카림의 말은 예상대로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어떻게 봐도 스칼리에티 때보다 위험하지 않나?

“괜찮아요. 유토 씨가 알고 있는 대로, 잘 맞는 점 정도의 정죽율이니 반드시 맞는다곤 할 수 없고.”

 라며, 눈썹을 찌푸리던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카림은 아까까지 짓던 딱딱한 표정을 풀며 말했지만, 그 말 대로 “예, 그럴게요.”라며 납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그렇다곤 해도, 그걸 입에 담는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카림에게 맞춰 맘편한 분위기로 어깨를 움츠린다.

“뭐, 내가 알고 있는 세계에선 거기에 해당하는 일은 안 일어났어. 십수년 지난 뒤에도 관리국은 건재했고. 어떻게든 되겠지.”

 만에 하나, 뭐가 있다고 해도 나노하에 페이트, 하야테와 수호기사들이 모이면 어지간한 건 어떻게든 해 버릴 수 있겠지. 그보다, 그렇게 모였는데 어떻게 안 되는 장면이 상상이 안 된다. 완전히 남한테 맡기는 꼴인게 남자로선 한심하긴 하지만.

“………….”
“……왜?”

 홍차가 든 잔을 입에 대려고 한 타이밍에, 카림이 묘한 걸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걸 깨닫는다.

“아뇨, 크로노 집무관이 말하는 대로 재밌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해서.”
“별로 좋은 의미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은 안 드는데…….”

 쿡쿡 웃는 카림에게 쓴웃음을 돌려준다. 까놓고 말해서, 크로노가 나를 호의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떠오르질 않는다. 아니 그런데, 지금 흐름에서 어느 부분이 그런 느낌인 거야.
 그런 내 내심을 알 리도 없어, 카림은 품위있게 미소를 머금는다.

“아뇨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후훗.”

 웃으면서 말해도 설득력이 없다. 뭐, 녀석이 나를 어떤 식으로 이야기했는지는 신경도 안 쓰이지만.

“뭐, 여하튼 미안했어. 이번 예언에 대해선 아무런 도움도 못 될것 같아.”
“……이번의, 라는 건 다른 기회라면 뭔가 알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싱글벙글 거리는 미소도 안 무너뜨리는 주제에, 하나하나 꼼꼼하네.

“이쪽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말야. 그렇다 쳐도 일이 일어나는 건 10년 뒤. 당분간은 거기에 대해선 이야기할 일은 없어. 어설프게 이야기했다가 나쁜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어도 곤란하고.”

 정보를 꺼내기 아까워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부터 기동 6과에 대한 걸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 너무 빠르다. 스칼리에티에 대한 것도, 제스트 씨에게 전한 이상의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유감이네요.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뺨에 손을 대며 카림은 어머머 거리며 말했지만, 그대로 미소를 지키고 있다. 전혀 유감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걱정 안 해도 시기가 오면 제대로 이야기 할거야.”
“예. 그 때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약속이에요.”

 입술에 검지를 대면서 말하는 카림을 보고 쓴웃음 지으면서도 알겠다고 대답한다.
 귀엽지만, 평범하게 대하기 힘든 아가씨. 그게 카림과의 퍼스트 콘텍트에서 얻은 감상이었다.
■PREVIEW NEXT EPISODE■

무사히 페이트와의 재회를 마친 유토와 나노하.
어둠의 서의 완성을 눈앞에 뒀으면서도, 어수선하면서도 평온한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의 서의 완성의 때가 찾아온다.

슈테른 ‘앞으로 알아두시기를.’

역자의 말: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랜만에 알려진 이름과 다르게 번역한 캐릭터들의 바겐세일이네요. 다른 애들은 몰라도 칭퀘같은 경우 이름이 잘못 알려질 이유가 없는데……안 귀여운 이름이라서 그러려나요.
 그나저나, 카림의 반응을 보면 유토가 굉장히 어른스럽게 이야기 한 것 같은데……상상이 안 되는 제가 나쁜 건지, 유토의 평소 행실이 나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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