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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컬 브레이커

リリカルブレイカー


원작 |

역자 | 淸風

제 38화 내 망상을 얕보지 말라고.


 별 것 아니라는 듯 다가오는 펠릭스를 상대로, 제일 먼저 행동을 시작한 건 시그넘과 비타였다.
 좌우 양측에서의 협격. 평범한 마도사라면 반응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의 격렬한 일격.
 하지만 펠릭스는 양손을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등쪽에 있는 어둠의 날개가 그 형태를 인간의 손과 같은 모습으로 바꿔, 칼날과 철퇴를 각각 막는다.

“무슨 일인가, 수호기사의 힘이라는 건 이 정돈가?”
“큭!”
“이, ​게​에​에​에​에​에​에​에​!​”​

 시그넘과 비타. 둘 다 디바이스를 잠는 손에 힘을 담았지만, 어둠의 손에 붙들린 디바이스는 움찔거리지조차 않는다.

“그 정도론 상대도 안 되겠는데.”

 갑자기 디바이스를 잡은 어둠의 손이 폭발한다. 나노하의 폭격에도 필적할 것만 같은 위력의 폭발이 둘을 날려버려, 교대하듯 돌격하는 알프와 자피라.
 유노와 샤말이 둘의 돌격을 바인드로 원호.
 유노의 체인 바인드와 샤말의 클라르 빈트의 실이 펠릭스의 팔다리를 얽어맨다.

“너희의 전력을 부딪치게나. 그 모든 걸 박살내고, 절망으로 물들여 주지.”

 자신의 팔다리를 얽어맨 바인드를 어둠의 날개로 손쉽게 뜯어내고, 알프와 자피라를 어둠의 손으로 송두리째 움켜쥔다.

“으앗?!”
“오옷?!”

 그대로 손쉽게 뒷쪽으로 집어던진다. 힘을 담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동작이었지만, 던져진 두 사람은 낙법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할 정도의 기세로 땅에 쳐박혀 버렸다.
 펠릭스는 스스로 공격을 거는 일 없이, 얇은 미소를 띄우며 그 자리에 멈춘다.
 대책을 강구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한 여유다.

“리인포스. 저 녀석이 말한 건 전부 사실이라고 생각해?”

 펠릭스를 상대하면서 하야테 안의 리인포스에게 묻는 크로노.
 아까 전엔 날카롭게 말하긴 했지만, 펠릭스가 한 말이 진실이라면 설령 아무리 큰 대미지를 준다고 해도 결정력이 부족한 거다. 봉인마저도 쉽지 않겠지.
 어떤 계책도 없는 상태로 계속 싸워봐야, 이쪽이 힘이 빠질 뿐이다.
 페이트와 유토를 내팽개칠 생각은 없지만, 집무관으로서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할 수도 없으니 도망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무관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이가 갈리지만, 크로노에겐 이 상황을 타파할 수단이 짚이지 않았다.
 단지, 어둠의 서의 관제인격이었던 리인포스라면 뭔가 수단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자그만 희망을 걸 뿐이었다.

『……설령 아르크 앙 시엘로 소멸시킨다 해도, 어둠의 서 본체랑 마찬가지로 재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녀석의 허세라고 단언할 순 없어.』
“결계마법이나 다른 수단으로 봉인하는 건?”
『그것도 불가능하겠지. 결계도 일시적인 시간 벌기밖에 안 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이라면 대미지는 줄 수 있겠지만, 그게 다야. 시간만 있으면 무한히 재생한다.』

 리인포스의 대답은 이쪽이 가진 희망의 싹을 모조리 잘라나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단히 포기할 수는 없다.

“뭔가 수단은 없어?”
『전생 프로그램에 끼어둘 수 있다면……어쩌면』
“과연.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군. 전생 프로그램에 간섭해서, 동작 이상 상태에 빠트린 틈에 내 코어를 박살내면 확실히 재생할 수는 없네.”

 크로노와 리인포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듣고 있던 펠릭스가 이야기에 끼어든다.
 크로노는 시원스레 자신을 소멸시킬 수단을 폭로하는 펠릭스를 의심했지만, 얼마 안 가 그런 태도가 여유에서 비롯된 거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의 네게는 간섭할 수단이 없네. 그렇지 않나?”
『…………』
『………….』

 리인포스의 침묵은, 그대로 펠릭스의 말을 긍정하고 있었다.
 혹시 본래 계획대로 하야테가 야천의 서의 주인으로서 각성해, 시스템이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상태였다면 전생기능을 정지시키고 자신과 함께 어둠의 서를 소멸시킬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어둠의 서 시스템과 분리되어, 융합기로서의 능력 외에는 대부분의 능력을 잃었고, 자신에게 남겨진 마력도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도 적다.
 지금의 자신이 외부에서 시스템에 간섭하더라도 부하를 주는 것조차 불가능하겠지.
 자신의 무력함에 이를 갈면서도 리인포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주인과 소중한 기사들을 살릴 수단을.
 처음으로 만난 거다. 부여된 사명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지키고 싶다 느끼는 주인을.
 축복의 바람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준 상냥한 주인. 슬픔의 연쇄를 끊어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설령, 자신이 소멸하더라도 그 주인과 소중한 가족만은 지키고 싶다.
 하지만 눈앞의 어둠은 그런 마음마저도 비웃듯 움직임을 시작했다.

“작전 타임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슬슬 내 쪽에서도 움직이도록 할까.”

 펠릭스가 위협하듯 양손과 어둠의 날개를 펼친다.

“그렇게 둘까 보냐!”
“하아아아앗!”
“주에게 손은 못 대!”

 펠릭스의 좌우 및 후방에서, 비타, 시그넘, 자피라가 덮쳐든다.
 네 개의 인영이 교차한 건 한순간. 오른쪽에서 육박해온 철퇴를 주먹으로 부수고, 왼쪽의 참격을 손칼로 찢어발긴다. 그리고 뒤에서 향한 주먹은 어둠의 날개로 떨쳐낸다.

“아이젠?!”
“뭣……?!”

 한순간에 자신의 파트너가 박살난 비타의 눈이 흔들린다. 레바테인의 칼날 중간을 잘린 시그넘도 동요를 숨길 수 없었다.

“비타! 시그넘 씨! 떨어져요!”
“클라우솔라스!”

 나노하와 하야테가 동시에 포격을 한다. 분홍빛과 흰색 섬광이 폭발한다.
 하지만, 둘의 포격은 펠릭스에게 대미지도 주지 못하고 어둠의 날개에 가로막혔다.

“위가 텅 비었어!”
“뒤쪽도!”

 양손이 찬 펠릭스를 크로노와 알프가 노렸다. 위에서 브레이크 캐논, 뒤에서 플라즈마 랜서 멀티 시프트.

“미지근하군.”

 막고 있던 나노하와 하야테의 포격을 어둠의 날개로 떨쳐낸다.
 그런 단순한 동작으로 둘의 포격은 상쇄된다. 그리고 푸른 섬광과 번개의 탄환은 각각 어둠빛 포격과 어둠의 번개에 영격된다.

“지금 건 나노하와 페이트의?!”

 가까스로 펠릭스의 전격을 피한 알프가 소리친다.
 지금, 펠릭스가 쓴 건 마력빛이 다르긴 하지만 틀림없이 디바인 버스터와 플라즈마 스매셔였다.

“아아, 말할 것까지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둠의 서가 수집했던 마법은 나도 쓸 수 있네. 그 점도 생각하고 공격을 하도록 하게.”

 어둠은 웃는다. 사람의 의지를 부수고, 절망으로 물들이기 위해서.




“으……여기는?”

 페이트가 눈을 뜬 곳은, 아스팔트 위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보이는 건 낯선 거리 풍경. 아무래도 알지 못하는 건물 옥상에서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건물 울타리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우미나리 주변에선 본 적 없는 풍경이다. 페이트는 주얼 시드를 찾기 위해서 주위를 조사해 다닌 적이 있기에 그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주위에 전투나 마법이 쓰인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노하나 펠릭스 등의 모습도. 페이트는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해 혼란을 피하고 침착하게 분석한다.
 이 상황, 그리고 펠릭스가 이야기 한 말을 통해 추측해 보면, 답은 거의 확실하다.

“혹시나, 여기가 유토의 꿈 속?”
『It is thought that it is very likely』(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시험삼아 최대 효과 범위로 염화를 써 본다. 오직, 유토의 이름만을 부르면서.
 유토의 이름을 부르길 몇 분. 거기에 대한 응답은 없다.
 단순히 자신의 염화가 닿지 않은 건지, 유토가 대답하지 않은 것뿐인 건지.
 전자라면 그나마 괜찮다. 단지, 후자라고 하면.
 마음이 욱신거리는게 느껴진다. 유토가 현실의 자신을 거절하고, 이 꿈의 세계를 고른다고 하면.

“그럴 리……없어!”

 붕붕 고개를 저으며, 약한 마음을 떨쳐낸다.
 ――괜찮아. 제대로 만나서 이야기 하면 유토는 꼭 돌아와 줄거야. 찾자, 유토를.
 눈 아래의 거리를 내려다본다. 거기에는 사람이 잔뜩 있었고, 시끌벅적한 거리가 엿보인다.
 이 넓은 마을 어딘가에 유토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배리어 재킷을 풀고, 달리기 시작한다.
 ――유토, 꼭 같이 돌아가자.





“――페이트?”

 페이트가 나를 부른――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닦아도 페이트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무슨 일이니? 유토?”

 손을 맞잡은 유나가 사랑스레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은 유나와 둘이서 데이트 중이다. 거리를 특별한 목적 없이 걷기만 할 뿐인 시간.

“아, 아니……기분 탓, 이려나.”

 사람이 오가는 쇼핑몰을 돌아봤지만, 페이트의 모습은 물론이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당연하다. 여기는 내 꿈속이니까. 캐릭터로서의 페이트라면 이 세계에도 있고, 내 방에도 DVD나 만화는 물론 피규어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로서의 페이트가 내 이름을 부를 일은 절대로 없다.
 페이트가 내 꿈속에 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도 아니라고 느낀다. 그 세계가 꿈이 아니었다고 하면.
 솔직히, 유나와 보내는 시간이 늘면 늘수록 그 세계에서의 사건들이 꿈이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해져 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있다고 할까.
 한심한 이야기지만, 내 발로 이 세계에 작별을 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깊게 빠져가는 걸 자각하고 있는데도.
 단지, 아까 전의 목소리를 그대로 무시하는 것도 주저됐다.
 만일을 위해, 까진 아니지만, 최대 음량으로 염화를 날린다. 오직, 그녀의 이름만이 담긴.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대답은 없다. 역시 아까 목소리는 기분 탓이었나.

“유―토―?”
“아아, 미안. 가자.”

 손에 꾸욱 힘을 담은 유나에게, 손을 맞잡으며 미소짓는다.

“응.”

 그런 행동만으로도 기쁜 듯이 싱글벙글 웃는 유나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사랑스런 마음이 솟구친다.
 아아, 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이 녀석을 좋아하는 거구나 하고 거듭 재인식시켜주는 미소.
 그와 동시에 솟구쳐오르는 죄책감. 알고 있다. 이런 걸 하고 있을 상황이 아냐. 이런 꿈속 세계에 계속 도망쳐있어도 괜찮을 리가 없어. 밖에선 나노하 일행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텐데.

“또 언짢은 표정 짓고 있어.”
“으.”

 유나의 손가락이 내 뺨을 찌른다.
 그대로 즐거운 듯 꾹꾹 뺨을 찌르는 유나.
 유나의 얼굴을 지긋이 노려봤지만, 이 상황에서 효과는 있을 리 없고.

“에헤헤―.”
“………….”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죄책감에 유나의 얼굴을 직시하는 게 괴로워져 간다.
 아까 페이트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그런 건 거의 느끼지 않았을 텐데.

“앗, 음, 좀 목이 마르니까 마실 거 사 올게.”
“에, 앗, 잠깐!”

 유나의 손가락에서 달아나듯 몸을 빼고, 맞잡은 손을 푼다.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뒤론, 죄책감이 서서히 부풀어 오른다.
 이 죄책감을 안은 채로 유나랑 있는 건 힘들었다.
 기분을 한 번 리셋하기 위해, 잠시 혼자 있고 싶었다.

“바로 돌아올 테니까 거기서 기다려 줘.”

 옆에 있었던 벤치를 가리키면서 유나에게서 몸을 돌린다.
 “차암―!” 하며 뺨을 부풀리는 유나의 얼굴에, 웃음을 조금 흘리면서 나는 자판기를 향했다.





 페이트는 군중 속을 달린다.
 유토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람 하나를 찾는 건 쉽지 않은 법이다. 토지감이 없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달리면서 계속 염화로 유토를 계속 되풀이해 부른다.
 하지만, 거기 응하는 소리는 없었고, 시간과 함께 불안이나 초조감만이 쌓여간다.

“우왓.”
“앗.”

 주위에 의식을 너무 돌리다, 앞쪽을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게 나빴다.
 진행방향에 서 있던 여성과 그대로 정면에서 부딪쳐 버렸다.
 제법 힘차게 달렸던 탓에, 양쪽이 다 밸런스를 무너뜨려서 부딪친 여성을 내리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쓰러져 버렸다.

“죄, 죄송해요!”
​“​아​야​야​…​…​안​돼​잖​니​―​,​ 곁눈질 하면서 달리면……아.”

 당황스레 일어난 뒤 고개를 숙이는 페이트. 여성 쪽은 엉덩방아를 찧은 꼴이었지만, 바로 일어나서 치마 위로 엉덩이즈음을 문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페이트의 얼굴을 보곤 놀란 듯 눈을 빛낸다.

“저기, 정말 죄송합니다! 다치진 않으셨어요?”
“응, 괜찮아. 너는 괜찮니?”
“아, 예. 괜찮아요.”

 페이트가 대답하는 동안에도 여성은 자기 눈으로 페이트의 몸을 보고,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하곤 페이트의 옷을 털어 주었다.

“응, 됐어.”
“가, 감사해요.”

 페이트는 친절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낀다. 몸을 굽혀 페이트와 눈높이를 맞춰준 여성의, 허리까지 뻗어 내려온 머리칼에서 감귤계의 좋은 향기가 감돈다.
 나이는 10대 후반일까. 적어도 에이미보다는 연상으로 보인다. 안정된 분위기에 상냥한 미소. 그리고 가슴이 크다.
 예전에 들었던 유토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을까, 하고 느낀다.
”왜 그렇게 서두르고 있었니?“
“에, 그……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저랑 비슷한 나이의 남자애고, 조금 눈초리가 나쁜 도미네 유토라는 앤데요.”
“유토…….”

 여자는 음―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면목 없다는 듯 입을 연다.

“음―, 미안해. 오늘은 그런 애는 못 봤어.”
“그런, 가요.”

 기대는 하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낙담하지 않을 순 없었다.

“저기, 괜찮으면 언니도 같이 그 애 찾아 줄까?”
“에?”
“그쪽이 혼자서 찾는 것보다 빨리 찾을 수 있잖니?”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을 듣고 반사적으로 받아들일 뻔 했지만, 여기서 폐를 더 끼치나 싶은 마음에 참는다.

“그러면 너무 죄송해요.”
“음―, 그래도 네 그런 필사적인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안될까?”
“…….”

 자기 혼자선 효율이 나쁜 건 틀림 없다. 염화도 안 듣는 이 상황에서, 유토를 찾아낼 자신도 없었다.
 이 여자에게 폐를 끼치는 건 마음이 아팠지만, 계속 사양할만한 여유가 없는 것도 확실했다.

“죄송하지만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응. 그럼, 음……휴대폰 가지고 있니? 연락용 번호 교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찾는 남자애의 특징도.”
“아, 예. 에…….”

 그 이야기대로 서로의 연락처를 적외선 통신으로 교환하려던 참에, 여성의 움직임이 딱 멈춘다. 뭔가에 놀란 듯 눈을 빛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아, 미안. 페이트라고 하는 구나. 나는 유나. 잘 부탁해.”
“예, 저야 말로요. 그리고 이게 찾고 있는 남자애의 사진이에요.”

 유나라고 자칭한 여성이 뭐에 놀랐는지는 신경쓰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교환한 메일 주소에 휴대폰에 저장해 뒀던 유토의 사진도 보낸다.
 휴대폰을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 찍은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은 유토의 사진을 본 여성은, 자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
“아하하, 미안해. 언니가 알고 있는 사람도, 자주 이런 무뚝뚝한 표정 짓는데 싶어서.”

 유나는 쿡쿡 즐거운 듯 웃은 뒤, 힘차게 일어나서 페이트를 보며 웃는다.

“그럼, 헤어져서 이 애를 찾을까? 찾으면 바로 연락하기로 하고. 나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으니까, 분명 얼마 안 가 찾을 수 있을 거야.”

 한 명이 더 있다는 말을 듣고 또 사양하려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걸 꾹 눌러 참는다. 우선은 유토를 찾아야만 하는 거니까.

“예,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럼, 저는 저쪽을 찾아 볼게요.”
“이번엔 사람한테 부딪치면 안된다―.”

 페이트는 유나에게 힘차게 고개를 숙이곤, 그대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유나가 말한 대로 이번에는 사람에게 부딪치지 않도록 제대로 앞에도 신경을 쓰면서.
 찾아야 할 사람이 얼빠진 얼굴로 자기를 보고 있었던 것도 깨닫지 못하고.




“………….”

 유나와 페이트가 함께 있는 걸 본 순간, 과장이 아니라 생각이 멈췄다.
 어째서, 라거나 어떻게, 라는 말조차 떠오르지 않는, 생각이 멈췄단 말 그대로의 상황.
 페이트는 나를 깨닫지 못하고 떠나가고, 유나가 그걸 배웅한다.
 알고 있었을 터다. 페이트가 나를 부르러 온다면, 나는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유나에게 작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 유토.”

 나를 찾은 유나가 이쪽으로 달려온다.

“저기, 저기, 지금 애, 봤어? 진짜 귀여웠지. 거기다 쟤, 페이트 테스타로사라고 한대. 나노하에 나오는 페이트랑 쏙 닮기만 한게 아니라, 이름도 똑같다니 신기해!”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동거하고 있는 이상 자연스레 내가 보는 건 유나도 볼 때가 많다. 나만큼 깊진 않지만, 유나도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꽤나 지식을 쌓고 있다. ‘리리컬 나노하’에 대해서도.

“저런 애도 실제로 있는 거구나―. 인형 같아서 진짜 귀여워! 그리고 저 애가 친구를 찾는다고 해서――.”

 평소라면 신나게 말하는 유나에게 농담 한두 마디는 들려줄 법한 상황이지만, 지금 나에겐 그런 여유가 없었다.
 전혀 대답을 돌려주지 않는 나를 보고 유나가 걱정스러운 듯이 얼굴을 살핀다.

“유토? 괜찮아? 안색 나쁜데?”

 유나가 말하는 대로, 핏기가 가셨다는 감각은 들었다.

“아, 응. 괜찮아.”

 어떻게든 멈춰있던 뇌를 돌려서, 그 말만을 꺼낸다.

“아무리 봐도 안 괜찮아. 얼굴, 새파랗잖아? 일단, 앉자?”

 유나가 말하면서 손을 끌어서 벤치에 앉힌다.
 유나가 불안한 듯 내 모습을 살핀다.
 말해야만 해.
 “이제, 나는 가야만 해.”라고.
 이렇게 잡고있는 유나의 손을 떨쳐내고, 가야만 하는 거다.
 꿈을 꾸는 시간은――이제 끝내야만 하는 거다.
 겨우, 그 정도의 일인데.
 몸은 덜덜 떨리고, 고개를 들 수도 없다.
 한심해. 페이트는 제대로 자신의 힘으로 꿈의 세계에서 깨어났었는데.
 움직여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 손을 떨치고 싶지 않아.

“유토.”

 꾸욱, 유나가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잡는다.

“괜찮아. 유토라면 분명 괜찮아. 자, 고개를 들어줘. 응?”

 고개를 들어 보니, 평소의 낯익은 미소가 보인다. 지금까지 내게 수도 없이 힘을 준 그 미소가.

“……쿡.”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래, 나는 이 미소를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언제든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잠깐, 갑자기 웃는 건 너무하지 않아?”

 뿌―하고 뺨을 부풀리며 날 노려보는 유나.

“미안, 미안. 풉!”
“유, 유토?!”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때린 날 보고 당황하는 유나.

“~~읏.”

 생각보다 아팠다. 내가 때린 이마를 누르면서, 유나에게 웃어 보인다.

“좀 기합을 넣은 것 뿐이야,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해도…….”

 그 눈에 불쌍한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 조금 섞인 걸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난다.

“미안, 나, 이제 갈게.”
“……그게 유토의 대답이야?”

 나를 보는 유나는 평온하고 상냥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아아.”

 유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이 세계라면 나는 유토랑 계속 함께 있어줄 수 있어. 돌아가는 세계에 나는 없어. 그래도 괜찮아?”

 유나의 말 하나하나가 가슴을 찢어발기는 것만 같다. 유나가 없는 세계에 돌아간다니.

“좋진 않……지만 말야.”

 가능하다면 계속 이 세계에 있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좋다. 오직 유나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적으로 돌려도 괜찮다.
 페이트나 나노하 등을 버리더라도.
 하지만.

“현실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동료들을 버려뒀다간, 널 볼 수 있는 낯짝이 없어.”

 나는 제대로 웃음을 지었다고 생각했지만, 무리가 있는 미소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쪼매난 애를 버린다고 했다간, 분명 화낼거고.”

 그래, 유나라면 분명 그런 걸 바라지 않을 거다. 오히려 슬퍼할 거고, 화낼 거다.
 유나는 그런 애였다. 그러니까, 그런 상대였으니까, 나는 녀석에게 가슴을 펴고 만날 수 있는 나를 지키고 싶다.
 언제까지나 유나의 미소와 마주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있고 싶은 거다.

“그러니까, 나는 갈게.”
“……응.”

 눈을 감고 유나는 조용히 끄덕인다. 그 입가에 자그만 미소를 띄우며.

“유토가 그런 사람이니까, 나도 유토를 좋아하게 된 거야.”

 천천히 일어나, 양손을 내미는 유나. 그 손바닥에는 검은 금속 플레이트, 다크 브레이커가 놓여 있었다.
 어느샌가 주위에서 사람들은 사라지고, 둘만의 세계가 되어 있었다.

“사랑스런 여자애를 울리면 안된다?”
“선처할게.”

 장난스레 쿡쿡 웃는 유나에게 대강 대답하면서 다크브레이커를 받아든다.
 이 세계에서 나가기 전에 확인해야만 하는게 하나 있었다.

“저기, 이 세계……라고 할까, 도미네 유토가 있는 세계에 너는 있는 거야?”
“글쎄, 어떨지 모르겠어. 나는 네 기억 속의 존재일 뿐인 걸.”

 뭐, 그렇겠지. 여기는 어디까지나 내 심층의식이 만들어낸 세계고, 거기에 있는 유나가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을 리가 없는 거다.
 그래도, 꼭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 이쪽 세계의 나를 찾으면 어떡할 거니?”

 장난스런 눈으로 유나가 내 얼굴을 살펴본다.
 그런 건 당연하다.

“고백해서 사귈거야.”
“유토를 차버릴지도 모르는데?”
“몇 번 차이든 단념 못해.”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죽이더라도 뺏을 거야.”

 유나가 한순간 이쪽을 흰 눈으로 봤지만, 무시했다.

“유토보다 연상일지도 몰라.”
“알고 있어.”
“유토보다 훨씬 연하일지도 모르는데?”
“롤리콤 감사.”
“변태.”
“………….”

 자신이 유나한테 했던 걸 생각하면 꽤 부정하기 힘들었다.
 내 생각을 꿰뚫어 봤는지, 유나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노려본다.

“유토 야해.”
“……뭐어, 좋아하는 상대한텐 어쩔 수 없잖아.”

 눈을 슬쩍 피하면서, 그럴싸한 말로 대답했다.

“차암!”

 내 태도에 곤란한 듯한, 기막힌 듯한 표정을 지으며 유나는 말을 잇는다.

“유부녀거나 할머니였다면 어떡할 거야?”

 아무래도 이 말엔 즉답하기 힘들었다. 으으, 그렇게 오는 건가.

“……그 때 생각할래.”
“아하하, 유토다워.”

 유나는 정말 웃긴 듯이 웃는다.
 시꺼. 아무리 나라도 그 레벨까지 가면 바로 사귀자고 말할 수 있을 자신은 없다고.
“그래도, 이 세계에 내가 있다고 해도, 네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닌 거야. 같아 보여도 완전히 다른 사람.”

 그런 건 말 안해도 잘 알고 있다.

“이 세계의 나한테, 원래 세계의 나를 겹치지 않고 접할 수 있어?”
“………….”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답은 뻔하다. 알고 있기에 대답할 수 없는 거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녀와 같은 얼굴, 같은 이름, 같은 존재면서, 다른 사람. 그런 애를 만나면 싫어도 내가 알고 있는 유나의 모습을 겹쳐보게 되겠지.
 입을 다문 나를 보고, 유나는 쿡쿡 웃는다.

“안돼잖아. 다른 사람을 내 대신으로 삼으려고 하면. 그게 이 세계의 나라도.”
“………….”

 유나의 말에 윽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확실히 그녀가 말하는 건 정론이다.
 혹시나,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겠지.
 이 세계의 유나가 내 세계의 그녀와 완전히 동일하리란 보증은 없다. 아니,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 나랑 만난 시점에서 다른 존재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두 유나에게 어떠한 차이가 있으면, 분명 나는 두 유나를 비교해 버리겠지. 그걸 이 세계의 유나가 깨닫게 되면, 분명 그녀는 슬퍼할 거다.
 그런 건 절대 싫다.
 좋아하는 여자를 슬퍼하게 하는 것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이 세계의 나랑 만나지 말라고는 안 할게. 그래도, 사기사와 유토가 아니라 도미네 유토로서, 제대로 그 애 자신과 마주봐 줘.”

 이 세계의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며 유나는 어딘가 슬픈 듯 웃는다.

“나를 생각해 주는 건 기쁘지만, 너를 속박하는 짐은 되고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나는!”
“자―, 이제 가야지. 더이상 저 애를 기다리게 할 수도 없잖아.”

 스스로도 뭘 말하려고 했는지 모르는 말은, 유나의 말에 막혔다.

“아까도 말했지만, 귀여운 여자애를 울리면 안 되잖아?”

 유나는 쑥 내민 손가락을 내 입가에 댄다.
 어떤 말이든 해야만 한다. 유나한테 내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마음이 목에 걸려있는데, 그게 아무래도 말로 만들어지질 않는다.

“나를 변명거리로 삼지 말아 줘.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여자애랑 제대로 마주봐줘. 응?”

 갑자기 시야가 비틀린다. 유나가 말하는 말은 옳다. 뭘 어떡한다 해도, 내가 내가 알고 있는 유나와 원래의 나로서 만나는 건 이제 절대 불가능한 거다.
 그러니까, 유나가 말하는 말은 옳다.

“나를 생각해 주는 건 기뻐. 그래도.”

 한 번 말을 자르고, 유나는 쓸쓸한 듯 웃는다.

“너 자신을 위해서, 잊는 걸 잊지 말아줘.”
“――――에.”

 깨닫고 나니 나는 유나의 몸을 꼭 껴안고 있었다. 말로 만들어지지 않는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꼬옥, 꼬옥.

“응, 괜찮아……유토라면 분명 괜찮을테니까.”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유나는 내 등을 쓸어내린다.
 나는 뭘 어쩌지 못할 정도로 그녀가 사랑스럽고도 소중했다.

“……나, 너를 좋아해서 다행이야.”
“응. 나도 유토를 정말 좋아해.”

 손을 약간 풀고, 입술을 겹친다. 잠시 맞닿기만 하는 가벼운 키스.
 팔 안의 유나는 눈물 맺힌 얼굴로 미소짓는다.

“유토, 정말 좋아해.”


 ――――그러니까, 유토는 유토의 행복을 찾아줘. 내가 좋아하는 유토인 채로.


  ――――유토라면 분명, 어떤 일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을테니까.


    ――――약속, 이야?


 그리고, 어느샌가 팔 안의 유나는 사라져 있었다.
 내 손 안에, 그 온기만이 남았다.
 젠장. 하고싶은 말만 하고 사라지기냐.
 꿈속이라면 꿈답게, 좀 더 나한테 사정 좋은 전개가 되라고. 젠장할.

“쿠쿠쿡.”

 저도 모르는 새 웃음이 흘러나온다.
 상대에게 일방적인 약속만 거는 게 아냐, 바보야.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으면, 지킬 수 밖에 없잖아. 멍청아.

 얼마나 되는 시간을 그렇게 서 있었던 걸까. 깨닫고 나니 페이트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당신은?”

 모든 사람이 사라진 곳에서, 페이트가 경계심을 드러낸 채로 나를 노려본다.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날 보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얼마 안 가 내 모습을 떠올린다.

“아아, 이 모습으론 모르나. 나야 나, 유토.”
“에, 유토? 진짜?”

 놀란 듯이 눈을 빛내는 페이트.
 지금의 내 모습은 사기사와 유토지, 도미네 유토가 아니다. 어딘지 비슷한 부분은 있는 듯한 기분이 안 들진 않지만, 몸은 전혀 다른 사람이니 도미네 유토가 커도 지금의 나와 같은 모습은 절대로 못 되겠지.
 페이트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진짜야, 진짜. 그 증거로……그렇네. 너랑 처음 만났을 때의 치태를 남김 없이 이야기 해 볼까?”
“엣?!”

 페이트의 얼굴이 순식간에 수치의 빛으로 물든다.

“이야~, 그 때는 걸작이었어. 시리어스한 장면에서 갑자기 “왁―! 와―! 왁―! 믿을게! 믿을테니까!”

 말하려고 한 말은 페이트의 큰 소리에 지워졌다. 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양손을 흔드는 필사적인 모습을 보면 정말로 놀리는 보람이 있어서 좋다.

“저, 정말―. 유토 심술쟁이.”
“하핫.”

 으으하며 화내는 모습이 어린애다워서 귀여웠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페이트로 놀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미안했어. 수고를 끼쳤네.”
“에, 아, 응. 에에, 그…….”
“응?”

 뭔가 거북한 듯이 말을 더듬는 페이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지?

“그, 울고 있는, 거야?”
“아?”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됐다.

“눈물, 흘리고 있어.”
“오옷?!”

 당황하며 페이트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에 손을 대 보자, 눈물이 홍건하다. 확실히 울고 있었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채로,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윽, 진짜냐.
 페이트한테 진짜 우는 모습을 보인 걸로, 얼굴이 새빨개지는게 느껴진다. 으으으, 이런 실수가.
 슥슥 손으로 눈물을 닦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페이트 쪽을 돌아본다.

“아, 아하하.”

 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페이트는 어쩔 수 없네~ 라고 말하는 듯이 자그만 웃음을 흘린다.
 으, 꼬맹이한테 동정받다니 너무 큰 실수다.

“그래서, 왜 그런 모습이?”
“아아……뭐어, 이러저런 복잡하고 귀찮은 사정이 있어서. 뭐, 사소한 일은 신경쓰지 마.”
“설명이 귀찮은 것 뿐이지?”
“예.”

 도끼눈을 뜬 페이트가 정답을 정확히 맞췄다.
 나름대로 오래 함께해온 만큼, 어느 정도는 내 생각도 읽을 수 있게 되어 버린 모양이다.

“뭐, 일단은 빨리 여기서 나갈까. 여기에 있어도 별 수 없고.”
“응, 그렇네.”

 페이트가 동의한 순간, 뚜벅뚜벅 발소리가 울려서 나와 페이트는 바로 그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이런, 아무래도 이번 내기는 내 패배인 모양이군.”

 그 녀석은 적의가 담긴 우리의 눈길을 멈추지 않고, 여유롭게 다가온다.

“내기라는 게 무슨 이야긴진 모르겠지만, 뭘 하러 왔어.”
“완전히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너는 꽤나 재밌어.”

 이쪽의 질문을 태연히 무시하고, 펠릭스는 나를 관찰하듯 눈길을 움직인다.
 녀석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남자한테 주목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다.

“것보다,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밖은 어쨌어. 그리고, 멋대로 남의 꿈에 들어오지 마.”
“무정한 소리를 하는구나. 이 세계를 만들어 낸 건 날세. 내 처리능력이 있으면, 밖과 이 세계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것 따윈 별것도 아니야.”

 하나하나 손짓발짓하면서 말하지 마. 아니꼬워.

“그러냐. 뭐, 제법 괜찮은 꿈을 꿀 수 있었으니 그건 감사할게. 하지만 슬슬 시간 제한도 된 것 같으니, 돌아가겠다고.”
“그런가? 사양 없이 좀 더 느긋히 있어도 되네. 현실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건 절망 뿐이야. 거기의 아가씨와 함께, 끝없는 꿈을 보고 있으면 괜찮지 않나.”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나한테도 사정이라는 게 있어. 거절할게.”

 딱 잘라 말하는 내 말을 듣고, 펠릭스가 기막힌다는 듯 어깨를 움츠린다.

“이쪽은 친절로 말하고 있는 거네.”
“끈질겨. 방해할 거라면 힘으로 밀고 가겠다고.”
“……자네 정도의 힘으로? ”

 지금 코웃음 쳤다고, 이 자식.

“돌아가겠다면 방해할 생각은 없었지만……그런 거라면 상대하겠네.”

 그렇게 말하곤 펠릭스는 천천히 그 양팔을 펼진다.
 이런, 쓸데없는 말을 했나.

“뭐, 상관없나. 후다닥 정리하고 돌아가자고, 페이트.”
“응.”

 나는 다크 브레이커를, 페이트는 바디시를 꺼내쥔다.
 뜨겁다. 몸속 깊은 곳에서 마음이 불타오른다. 힘이. 마음이. 차례차례 내 안쪽에서 솟아오른다.
 몸의 안쪽부터 욱신욱신거린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이 녀석에게 이길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질 것 같지가 않다.
 상대가 어디의 누구든지, 어떤 수단을 쓰든지 지금이라면 질 것 같은 생각이 눈꼽만치도 안 든다.
 그런 자신감이 들었다.

“다크 브레이커!”
“바디시 어설트!”

 두 사람의 목소리, 두개의 디바이스의 소리가 각각 잇따른다.

『변신!』
『Get set.』

 나와 페이트는 함께 검은 배리어 재킷을 두르고 뛰어나간다.
 페이트는 평소의 망토에 치마를 걸친 라이트닝 폼.
 나는 재킷을 롱코트로 바꿔, 조금 마이너 튜닝. 왜냐면 이쪽이 옷자락이 펄럭여서 멋있으니까.

“후. 돌아가? 어디로 돌아간다는 건가?”

 나보다 속도가 빠른 페이트가 앞서, 펠릭스의 뒤쪽으로 돌아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곳.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쳐내린 전투도끼는 펠릭스의 등에서 생긴 나비같은 검은 날개에 막혔다.

“방해를 하는 녀석은 쳐날려!”

 돌진하는 기세를 그대로 담아 주먹을 휘둘러 내린다.
 헛손질.
 붙잡은 바디시를 받아 흘리듯이 비껴낸 펠릭스는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걸로 내 주먹을 피했다.

“너희 정도의 힘으로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
“해“해 보일거야!”

 뺐겼다?! 내 결정 대사를 뺐겼다?!
 덕분에 날아 오르려다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어이.
 펠릭스랑 마찬가지로 하늘 높이 날아오른 페이트가, 하켄 폼이 된 바디시를 옆으로 휘두른다.
 펠릭스는 그 일격을 어둠의 날개로 쓸어넘기듯 흘려내고, 옆으로 휘두른 주먹으로 페이트를 날려버린다.
 추격타는 포격으로. 펠릭스의 손에서 생겨난 마력구가 팽창해, 섬광이 달린다.







“――――읏!”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페이트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아 버렸다.

“――역시나.”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와 함께, 몸이 뭔가에 꽉 껴안긴다.
 직후에 올리는 폭음.
 하지만 그 뿐이다. 예상하고 있던 충격도 고통도 전혀 없었다.

“――?”

 조심조심 눈을 떠 보자, 자신의 뒤쪽에서 뻗어나온 팔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대로 눈길을 움직이자, 자신의 어깨를 안은 손과 낯선 얼굴이 거기 있었다.

“유토?”

 왼손으로 페이트를 끌어안고, 오른손을 내민 자세를 취한 유토가 씨익 미소를 띄우며 웃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 준 게 유토였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반면, 어떻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유토는 전투력이란 의미에서는 자신보다 아득히 약하다. 그런 유토가 어떻게 펠릭스의 공격을 막은 건가.
 아니, 그 이전에 유토는 날지조차 못했을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유토는 공중에서 페이트를 끌어안고 자신의 힘으로 날고 있다.

“흥, 아무래도 생각한 대로인 모양이네.”
“무슨 소린가?”

 펠릭스는 그렇게 시치미떼듯 말했지만, 유토가 뭘 말하려는 건지 이미 알고있으리란 건 그 즐거워 보이는 표정을 보면 예상이 갔다.
 앞으로 내민 손바닥을, 감촉을 확인하듯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유토는 확신에 가득찬 소리로 말한다.

“여기는 현실 세계가 아냐. 네가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세계 같은 거지. 현실의 강함이나 물리법칙이 그대로 적용될 리가 없어.”

 그건 유토 자신의 몸이 ‘도미네 유토’가 아닌 ‘사기사와 유토’인 채로 있는 것으로부터 추측한 거다.

“여기서의 강함을 정하는 건 현실의 강함이 아냐. 정신력, 즉 마음의 강함이 모든 걸 결정하지. 설령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도, 자신의 이미지와 그걸 구체화할 정신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유토의 말을 뒷받침하듯 펠릭스의 미소가 깊어지고, 유토도 이를 드러내듯 흉악한 미소를 띄운다.
 단순히 환각같은 마법일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자신이 체현한 것과 펠릭스의 표정이 자신의 추측이 올바르다는 걸 웅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절대 무적이라고!”

 그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그 오른손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모이고, 그 여파에 페이트의 머리칼이나 망토, 유토의 코트가 펄럭인다.

“후. 그걸 깨달은 건 칭찬해 주지. 하지만, 이래 봬도 나는 살아있는 몸으로 100년 이상을 살아온 몸이다. 지금의 겉모습은 육체의 전성기인 20대로 설정해 두었지만.”

 자신에 가득찬 유토의 말을, 펠릭스는 일소에 붙인다.

“겨우 십여년에도 미치지 않는 시간밖에 살지 않은 자네들이 날 이길 수 있을 리는 없어.”

 정신력의 강함은 살아온 연령과 경험에 비례한다. 자신이 살아온 년수의 반도 살지 않은 유토나 페이트는, 절대로 자신을 이길 수 없다. 펠릭스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혼자 날 수 있어?”
“아, 응.”

 하지만, 유토는 펠릭스의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페이트가 자력으로 비행마법을 발동시킨 걸 보곤 손을 떼고, 여유가 담긴 미소를 띄우며 펠릭스를 바라본다.
 펠릭스가 말하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분명, 정신력이나 마음의 강인함이라는 건 살아온 세월과 거쳐온 경험에 비례하리라는 건 사실이겠지.
 ――하지만.

“우리들이 이기지 못할지 어떨지……그 몸으로 확인해 봐라!”

 오른손에 마력을 모으고, 정면에서 돌격.
 펠릭시는 평소처럼 손을 들려고 하지도 않는 채로 장벽을 쳐서 공격을 막으려고 하――

“――윽?!”

 처음으로, 그 표정을 경악으로 물들였다.
 페이트나 나노하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온 장벽이, 단순한 정권 한 번에 손쉽게 박살났다.
 장벽을 파괴한 주먹은 기세가 전혀 줄지 않은 채로 펠릭스의 얼굴을 두드려, 그 몸을 날려버린다.

“이런 등신같은?!”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으며 입가를 닦는 펠릭스. 그 손에는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맺혀있다.

“등신은 네놈이고! 네놈같은, 톡 튀어나온 기생생물자식이 지금의 나한테 이기려면――.”

 주먹을 대강 거머쥐고, 순식간에 펠릭스의 품으로 들어간다. 동요중인 펠릭스에게 방어를 하거나 거리를 벌릴 틈도 주지 않고.

“일억살은 더 쳐먹고 와라!”

 아래서 혼신의 힘을 담아 올려친 주먹이 펠릭스의 턱을 꿰뚫는다.
 ――힘이 넘친다.
 흘러넘치는 감정이. 마음이. 모두 자신의 힘이 된다.
 이게 유토가 느끼는 솔직한 감각이었다.
 설령 어둠의 서의 꿈속 세계에 오기 전의 유토였다면, 힘을 이렇게까지 발휘할 수 없었겠지.
 마음의 강함이란 건, 살아온 기간과 경험만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다.
 지금의 유토는 유나와의 만남, 그리고 새롭게 나눈 약속으로 전에 없을 정도로 기세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게 환상이든 환각이든 꿈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단지 오래 살아온 것만을 자랑하는 수준의 녀석이 상대가 될 턱이 없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불가능은 없으리라 착각할 정도로 그 마음은 불타올라, 끝없이 강해져 간다.
 흥이 오른 단순한 바보만큼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는 없다.
 얄궂게도, 이 꿈 세계에서의 일들은 일시적이나마 유토에게 펠릭스를 압도할 마음의 강인함을 주었다.

“유토 대단해.”
“하핫! 겨우 이 정도로 끝이 아니니까!”

 펠릭스를 향해 오른손을 든다.
 ――할 수 있어.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확연한 감촉에, 유토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카이자드! 알자드! 키 스크 한세 그로스 실크!”

 그 손에 소용돌이치는 건 남색의 마력. 유토가 말을 자아낼수록 손 안의 마력이 강해지며, 그 거대함을 늘려나간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어다 명계의 현자여! 7개의 열쇠를 가지고 지옥의 문을 열어라!”

 유토의 손에 태어난 광구는 직경 2미터는 가소롭게 넘을정도로 거대해져, 그 힘을 내뿜을 순간을 기다린다.

“칠건수호신(할로 인)!!”

 샘솟는 남색 마력.
 나노하의 엑셀리언 버스터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포격마법.
 현실세계에선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포격에, 유토의 흥분은 멈추질 않는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며, 포격을 발한다. 유노와 만나, 목표해, 이룰 수 없었던 마도사로서의 자신이 지금 여기에 있는 거다.
 고양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있을 리 없다.
 덧붙여서, 딱히 주문 영창을 하지 않아도 포격은 쏠 수 있다. 일부러 영창을 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기분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다.
 그렇게 고양된 마음으로 위력이 올라가니, 전혀 쓸모 없는 거야 아니지만.

“계속 신나하지 말아줬으면 싶네.”

 아까 전의 체험에 따라, 유토의 포격을 정면에서 받는 우를 범하지 않고 회피한 펠릭스는 그 범위에 무수히 많은 마법진을 발생시킨다.
 그건 소환 마법진. 길이가 수 미터를 넘는 이형의 존재가 차례차례 소환되어 간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데다, 몸이 철보다도 단단한 비늘로 뒤덮이고, 그 등에 날개를 가진 그 존재의 이름은 드래건.
 다물고 있는 이빨의 틈에서, 작열하는 화염이 슬쩍 엿보인다. 소환된 수는 명백히 50 이상.

“이 화룡들의 브레스를 견뎌낼 수 있겠나?”

 펠릭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드래건들이 그 입에서 작렬하는 화염을 토해내며 유토에게 덮쳐든다.

“흥, 허접하군. 와라! 붉은 눈의 암룡!”

 크게 그 손을 좌우로 펼치며 소리치는 유토의 목소리에 대답하듯, 그 눈 앞에 출현하는 거대한 물체.
 그 눈은 불타는 홍련처럼 붉게 물들었고, 몸은 칠흑빛. 불길한 몸의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붉은 수정, 그리고 팔과 일체화된 거대한 날개를 가진 흑룡.
 유토에게 있어선 카드 게임에서의 주된 동료이며, 페이트도 본 기억이 있는, 한때 주얼시드의 힘으로 유토 자신이 변이했던 용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모든걸 불태워라! 다크니스 기가 플레임!”

 붉은 눈의 암룡이 토해낸 흑염의 격류. 흑염과 작렬하는 불꽃이 격돌해, 대폭발을 불러 일으킨다.
 그 여파에만도 수많은 드래건이 삼켜져, 소멸되어 간다.

“하하하핫! 왜 그래, 잘난척한 것치곤 별거 없잖아!”

 붉은눈의 등에 서서 팔짱을 끼며 크게 웃는 유토는 완전히 신나 있었다.

“붉은눈! 그대로 모든 걸 날려버려!”

 유토의 명령대로, 붉은눈은 토해낸 흑염으로 차례차례 드래건들을 격추해간다.
 상대의 브레스따위완 비교조차 안 되는 압도적인 힘의 체현이었다.

“왜, 왠지 유토 쪽이 악역같아…….”

 페이트가 중얼거린 대로, 불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파괴의 극한을 달리고 있는 흑룡의 등에 서 있는 그 모습은, 누가 어떻게 보든 판타지의 마왕 그 자체였다.

“크윽, 아무리 여기가 정신세계라곤 해도, 이렇게나 명확하게 이미지를 구현화 시킬 수 있을 줄이야……!”

 이론적으로 이해하더라도, 보통은 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나 이성에 따라 비현실적인 일을 명확하게 구현화하는 건 한계가 있다.
 그건 마도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마도사가 쓰는 마법은 어디까지나 물리법칙이나 자연현상을 프로그램화 해서 수정하는 걸로 사상을 일으키는 것이지, 지금의 유토처럼 현실세계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소환이나 힘의 구현하곤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프로세스인 거다.

“하핫! 오타쿠의 망상력을 얕보지 마! 봉인하고 있던 중이병을 전개하면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유토에게 있어 이 정도의 망상은 일상다반사다. 만화나 게임, 소설이나 애니메이션 등에 나와온 온갖 능력을 자신이 쓸 수 있다면 어떨지 망상하는 일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
 이를테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수업중에 학교째로 모르는 이세계로 날아간다. 그리고 나타나는 미지의 몬스터와 온갖 트러블들. 그 속에서 자신은 새로운 힘에 눈을 떠, 주인공으로서 활약한다. 물론 히로인은 당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
 이런 식의, 남에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는 부끄럽고도 어처구니 없는 망상을 한 경험은 수많은 사람에게 있을 거다.
 유토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유토의 경우, 그 망상이 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인데다가 배리에이션이 풍부했었다.
 이번 일에선, 우연히 그게 유리하게 움직인 거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전혀 도움이 될 리가 없는 수준이 아니라, 남에게 말하기조차 힘든 부끄러운 버릇이지만.
“정말……대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인간인 건가, 너는.”

 감탄 반, 기막힘 반이라는 느낌으로 한숨을 내쉬는 펠릭스.
 그 주위에는 직경 1미터를 넘는 마력구가 셋 떠 있다. 그 각각은 별이 빛나는 듯 주위에서 마력을 모으는 분홍빛, 번개가 스파크치는 금빛, 그리고 하얗게 빛나는 광채를 내뿜고 있다.
 그걸 본 유토는 바로 목적을 깨닫는다.

“흥, 트리플 브레이컨가.”

 나노하의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페이트의 플라즈마 잔바, 하야테의 라그나로크.
 엄밀히는 오리지날과는 다른 과정이겠지만, 세 소녀의 최강기를 동시에 펼치려 하고 있는 건 틀림 없다.

“네 친구의 기술이다. 마음껏 맛보도록 하게.”

 그리고 세 마력구가 뿜어내는 세 개의 섬광. 세 줄기 격류가 서로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격류가 되어 유토에게 이빨을 드러낸다.

“허나 거절한다! 리버스 카드 오픈!”

 붉은눈의 앞에 한 장 덮어뒀던 카드가 떠올라, 앞면을 드러낸다. 카드의 색은 검은 색. 그려진 그림은 금속 갑주.

“마법반사 장갑 레어메탈 플러스!”

 오픈 상태가 된 카드는 붉은 눈의 암룡과 동화해, 그 몸을 금속의 광택으로 감싼다.
 트리플 브레이커의 빛이 붉은눈의 몸에 직격한다.

“유토!”

 그 지독히 무시무시한 광경에 페이트는 전율하지만, 그 다음에 보인 광경에 말을 잃는다.
 흑룡에 직격한 빛이 그 몸에 아무런 대미지도 입히지 못하고 흡수되었나 했더니, 흑룡의 몸이 눈부신 빛을 내뿜끼 시작한다.
 웃음짓는 유토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붉은 눈의 암흑 메탈 드래곤에 마법은 통하지 않아! 받은 포격은 전부 튕겨 돌려준다!”
“잠깐 기다려! 법칙을 무시하는데도 정도가 있잖냐?!”

 유토의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발언에 저도 모르게 항의한 펠릭스.
 하지만 물론 그런 이야기를 유토가 상대할 리가 없다. 누가 어떻게 봐도 악역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선언한다.

“내가 룰이다! 전부 ​날​려​버​려​어​어​어​어​!​”​

 실제 게임 룰도 현실도 깡그리 무시한 독자 룰을 선언한 다음 순간, 집속된 마력이 모두 방출된다. 겨우 방출만으로 끝난 건 아니다. 위력이 증폭되지까진 않았지만, 집속된 방대한 마력이 여러 줄기의 빛으로 확산되어 터무니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흩뿌린다. 살아남았던 드래건들도 그 여파에 말려들어서 뿌리째 소멸되어 간다.
 펠릭스조차도 딱딱히 굳은 얼굴로 그걸 방어하고 있었다.

“강인! 무적! 최강! 분쇄! 옥쇄! 대갈채! 하하하하하핫!”
“대, 대단하지만 뭔가 좀…….”

 불길에 휩싸인 거리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페이트라도 질릴 수 밖에 없다. 유토의 상태는 여러 의미로 클라이막스에 달하고 있었다.

“오?”

 갑자기 거대한 무언가가 태양빛을 가렸다.
 뭔가 싶어 올려다 보자, 거기에는 하늘을 덮을 정도의 암석 덩어리, 아니,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네 상대를 정상적으로 하려고 했던게 실수였던 모양이네. 불합리에는 불합리로 돌려주지.”
“아니아니아니, 정도가 있겠지!”

 네가 그 소릴 하지 말라는 말을 삼키며, 옷이 너덜너덜해진 펠릭스는 손가락을 딱 튀겼다.
 거기에 호응하듯 유토와 페이트를 각각 둘러싸듯 거대한 무언가가 출현한다.

“엑.”

 전장 100미터는 넘어 보이는, 아까의 드래건따위완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몸에 촉수가 꿈실대는 그로테스크한 모습.
 낯익은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흘리는 유토.
 애니메이션에서 본 어둠의 서의 방위 프로그램의 폭주체였다. 그게 여럿 늘어선 광경은 괴수대결전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오옷?!”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주변의 폭주체들이 일제히 공격해 왔다.
 직경 1, 2미터는 될 법한 두꺼운 촉수를 휘둘러대며 내쏘는 포격의 폭풍.
 이 세계에서 아무리 자신이 강화된다 해도, 역시나 이것들의 공격을 그대로 먹을만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촉수를 회피하고자 날아올라서 흑염을 토해내며 반격하는 붉은눈의 등에 매달려 있는 중에, 같은 꼴로 농락당하는 페이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찌릿하고 가슴서 튀어오른 불쾌감.
 반사적으로 붉은눈의 등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주인이 떨어진 붉은눈은 역할을 마쳤다는 듯 모습을 지웠다.

“이게!”

 페이트를 후려치려 했던 촉수를 발차 찢어발기고, 육박하는 포격을 자신의 포격으로 격추시킨다.

“훗. 너는 몰라도, 그 아가씨에겐 내 상대는 벅찬 모양이구나.”
“――으.”

 펠릭스의 말에 숨을 삼키는 페이트.

“네가 말한 대로, 이 세계에서 우열을 정하는 건 마음의 강함이네. 슬픔과 고통에 떠는 약한 그녀는 전력조차 되지 않아.”

 펠릭스의 말을 전하기 위해선지, 폭주체는 그 움직임을 딱 멈췄다.
 페이트는 바디시를 꾸욱 붙잡는다.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었다.
 리니스에게 배운 마법기술이나 전투기술에는 자신――아니, 긍지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은 남이 말하지 않아도 자각하고 있었다.

“지금의 자네는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네. 허나, 동시에 마음 속 어딘가에서 겁내고 있지. 아닌가?”
“………….”

 아무 말도 돌려주지 못하고 펠릭스를 바라보며, 페이트는 펠릭스의 말을 반추한다.
 나노하를 필두로 한 소중한 친구들이나, 어머니인 프레시아와도 잘 지내고 있다. 불만따윈 전혀 없는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 그건 틀림 없다.
 그와 동시에, 그게 언젠가 무너지지 않을까. 한때 프레시아에게 버려졌을 때처럼 또 언젠가 모든걸 잃을 때가 와 버리는 건 아닐까.

“사실은 사람의 온기나 상냥함이 무서워. 배신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나?”
“…….”

 아니――라곤 말할 수 없다. 확실히 그 말은 페이트의 심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나노하도 프레시아도 크로노, 알리사나 스즈카, 그리고 유토가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무섭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생각을 부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쨌는데.”

 자신의 가슴에서 솟구쳐 오르는 마음을 대변하듯 힘찬 소리가 울린다.

“누구나 약함이나 불안같은 건 가지고 있는 법이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없어. 내가 이 세계에 틀어박히려고 했던 것처럼 말야.”

 페이트에게 있어 그 말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의 유토는 언제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해, 불안이나 무서운 것 따윈 전혀 없는 듯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유토도 자신과 비슷한 불안을 안고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가. 유토도 나랑 마찬가지구나. 으으응, 유토만이 아냐. 분명, 나노하나 크로노 등도 마찬가지야.

 그건 당연한 일로, 그 누구든 불안이나 공포를 안고서도 앞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다.

“소중한 건 내딛는 한 걸음. 망설임이나 두려움을 뛰어넘기 위한 결의와 용기.”

 자연스레 말이 나오고 있었다. 솟구치는 마음이 그대로 말로 변한다.

“나노하가 결의와 용기를 주었어. 어머니와 리니스가 내게 힘과 소망을 맡겨 줬어. 외톨이가 아니고, 혼자가 아니었어. ――우리는, 언제든!”

 ――맞아, 페이트. 나도 계속 페이트랑 함께. 그러니까 넌 혼자가 아니야.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눈을 끔뻑이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유토에게도 펠릭스에게도 그 소리는 안 들렸는지 의아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페이트를 보고 있었다.

 ――나는 페이트의 언니니까. 리니스와 함께 계속 페이트를 지켜보고 있어.

 마음속에 울리는 상냥한 목소리. 그게 누구의 목소린지 이해했을 때――페이트의 마음을 따스한 감정이 채운다.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 없고, 보지조차 못했던 존재.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그 존재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안에 머무는 그녀의 기억과 혼. 그게 이 정신세계에서 목소리라는 형태를 취한걸지도 모른다.

 ――고마워, 얼리샤.

 마음속에 떠오른 얼리샤의 모습이 기쁜듯 미소짓는다.
 바디시를 붙잡는 손에 힘이 담긴다.
 유토와 눈길을 나눈다.
 다부진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는 유토. 
 이렇게 옆에 누군가가 있어 준다.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곤란이든 뛰어넘을 수 있을만한 힘이 솟구쳐 오른다.

“그러니까, 절대로 이런 곳에서 멈춰있을 수 없어!”
“그렇단 거야. 적어도 이 녀석은 그만한 강함을 가지고 있어. 너나 나따위보다 훨씬 강한 힘을 말야. 뭣하면 내기해 볼래? 너희의 상대는 페이트 혼자로 충분해. 나는 농땡이칠래.”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단언하는 소리 뒤에, 당황한 건 페이트 쪽이었다.

“에? 잠깐, 유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건 딱 이런 상황을 말한다. 아까까지 자신이 위기에 빠졌던 걸 유토는 잊은 걸까. 확실히 질 생각은 없지만, 일부러 나 혼자서 싸우게 할 필요는 없는거지? 싶어 허둥지둥거리면서 눈길로 저항해 보지만, 유토는 즐거운 듯이 웃을 뿐이다.
 틀림없이 자신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고 있었다.
 시간과 장소를 생각해줬으면 싶다. 조금 울컥했다.

“유·토?”
“농담이야, 농담.”

 항의의 뜻을 담아 이름을 불러보지만, 유토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즐거운 듯이 이쪽의 머리를 통통 두드린다.
 완전 애 취급이었다. 페이트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꽤나 재밌는 소리를 하는데.”

 두 사람의 세계 밖에 있던 펠릭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끼어든다.

“뭐, 그건 어쨌든 이 폭주체는 맡길게.”
“유~토?”

 역시 농땡이칠 생각인 건가 싶어 항의섞인 눈길로 노려본다.
 폭주체라는 녀석과 상대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공격력과 재생능력은 어중간하지 않다.
 그게 총 여덟이나 있는데, 그걸 자기 혼자서 상대하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해도 새로운 방법의 괴롭힘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아. 여기는 꿈 세계야.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뭐든 된다니까. 현실에선 아무것도 못하는 나도 이렇게나 대활약이라고?”
“그런게 아니라――.”
“나는 저쪽을 정리할게. 어느쪽이 먼저 정리하는지 시합이야. 지면 벌게임.”

 유토는 그 눈길을 하늘로 향한다. 지금 당장에라도 떨어져내릴듯한 거대한 돌덩어리를.

“아.”

 확실히 저걸 냅둘순 없다. 저런게 떨어져 내렸다간, 아무리 자기나 유토라 해도 그냥 끝나진 않겠지.

“그런 사정이니 이쪽은 맡길게.”
“응.”

 이야기에 서로 동의한 뒤, 각자의 파트너쪽으로 눈을 돌린다.

“가자고, 브레이커.”
『OK, Boss.』

 버클 형태의 다크 브레이커에서 뻗어져나온 손잡이를 잡는 유토.

“바디시, 이쪽도 잔바 폼, 할 수 있지?”
『Yes, sir.』

 어설트 모드로 돌아온 바디시에게, 상냥하게 말을 거는 페이트.

『Zamber form.』

 두 기의 디바이스가 주인의 부름에 응해, 그 모습을 바꿔간다.
 붉은 보옥에 남색 마력칼날.
 금빛 보옥에 금색의 마력칼날.
 카트리지 시스템의 유무 등 여기저기 다른 부분이 있지만, 두 기의 디바이스는 같은 모습으로 형태를 바꾼다.
 어둠을 찢어발기는 섬광의 칼날로.
 (여담이긴 하지만, 유토는 대검형태로밖에 마력칼날을 모을 수 없었기에 블레이드 폼에서 잔바 폼으로 명칭을 바꾼 상태.)
 서로의 디바이스를 보고, 페이트는 쿡쿡 웃는다.

“똑같, 구나.”
“그렇네.”

 애초에 네거 짝퉁이고,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유토는 웃는다.

“슬슬 나를 무시하고 염장질이나 하는 건 그만둬 주지 않겠나.”

 펠릭스는 끝없이 자신의의 존재를 무시해나가는 둘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러다 지친 모양이다.
 항상 여유가 엿보였던 표정이, 약간 굳어있다.

“아아, 미안미안. 의외로 분위기 잘 읽어주네, 너.”
“………….”

 유토의 말에 펠릭스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져간다. 누가 어떻게 봐도 기분이 언짢은 상태인게 확실해 보인다.

“그럼, 후딱 저걸 정리하고 너도 쳐날려 줄게. 가자, 페이트!”
“응!”

 두 검은빛이 날아오르고, 동시에 둘을 감싸고 있던 폭주체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유토는 직선으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페이트는 폭주체의 한가운데로 날아간다.

“질풍신뢰!”
『Jet Zamber.』

 바디시 잔바의 칼날이 수백미터를 넘을법한 길이로 뻗어나간다.
 온몸을 써서 강대한 칼날을 휘두르는 페이트.
 한 번의 옆베기로 전혀 어려움 없이 폭주체를 두조각으로 갈라버린다.

 ――싸울 수 있어. 힘이――솟아올라!

 한 번 그걸 자각하고 나니, 그 뒤는 솟아오르는 힘을 그대로 내뿜기만 하면 됐다.
 순식간에 재생되는 폭주체의 촉수와 포격을 빠져지나가며 칼날을 휘둘러 하나하나 베어넘기며 술식을 구축한다.
 흘러넘치는 마음을 형태로 하는 마법을.
 암운이 하늘을 덮고, 뇌명이 울려퍼진다.

“선더어어어! 레이지!”

 광역뇌격마법 선더 레이지. 리니스의 졸업실험이자, 지금까지 수없이 페이트를 구해준 으뜸패 중 하나.
 유토가 했듯 강하디 강하게 이미지한다.
 모든 걸 삼키듯 태워버리고, 한조각의 육편조차 남기지 않는 막강한 벼락을.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어. 얼리샤와 리니스가 지켜봐주고 있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유토가 곁에 있어줘.

 수많은 벼락이 번쩍인다. 늦게 따라와 울리는 천둥소리.
 재생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 상식적으로 있을 리 없는 거대한 벼락이 폭주체를 내려쳐, 한 순간에 그 거체를 소멸시킨다. 그것도 여덟을 한 번에.
 그리고 뇌운을 찢어발기며 날아가는 존재가 하나.

“타올라라!”

 오른손으로 내지른 대검의 칼날이 작열하는 불꽃에 휩싸인다.

“좀더, 좀더, 좀더, 좀더! ​불​타​올​라​라​아​아​아​아​아​!​”​

 칼날을 덮는 불길은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고 한없이 격렬하게 불타오른다.
 유토의 몸조차 삼키고도, 계속 타오른다.
 그건 그야말로 한 줄기 유성과 같았고.

​“​오​오​오​오​오​오​오​오​옷​!​”​

 유성이 바위덩어리와 격돌한다.
 하늘을 한가득 덮다시피한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이게 무슨……!”

 펠릭스가 기막혀하며 말한다.
 말도 안 된다. 자신의 힘이 이렇게나 간단하게, 어찌할 여지 없이 박살나다니.
 자신의 반조차 살아오지 않은 꼬맹이 따위가 자신의 힘을 능가한다고? 그것도 둘이나?
 아무리 여기가 정신세계라곤 해도, 그런 일은 있을 리 없었다.

“펠릭스!!”

 망연자실해 하고 있던 펠릭스의 의식을 되돌린 건 청년의 목소리였다.
 남색으로 빛나는 칼날이 자신을 향해 쳐내리려 하고 있었다.

“칫!”

 몸을 감싸듯 어둠의 날개를 펼치고, 전력을 담아 장벽을 전개한다. 격렬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칼날을 막아낸다.
 하지만 칼날에 담긴 힘은 조금도 줄지 않고 펠릭스를 계속 밀어낸다.

“어찌된 거야……어째서, 내가 밀리고 있어?”

 펠릭스의 목소리를 듣고, 유토는 이를 드러내며 비웃는다.

“말했었잖아. 내 망상을 얕보지 말라고.”

 억지로 브레이커를 쳐내서, 펠릭스를 튕겨날린다.

“말도 안돼……내가 질리가!”

 펠릭스의 손이 손칼을 만들어내, 거기서 마력칼날을 구축한 뒤 올려친다.
 충격. 피부를 찢어발기는 감촉은――없다.
 쳐올린 칼날은, 맨손의 유토에게 막힌 상태였다.
 막은 칼날을 힘으로 쥐어 박살낸다. 그것만으로도 마력 칼날은 산산조각난다.
 유토는 펠릭스의 옆으로 날아가, 크게 소리친다.

“마무리야, 페이트!”
“응! 플라즈마 랜서 팰렁스 시프트!”

 이미 술식의 구축은 끝내 있었다.
 40을 넘는 마력구를 펼쳐내고, 바디시 잔바를 휘둘러 내린다.
 전개된 총 42개의 광탄이 방전과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파이어!”

 페이트의 목소리와 함께, 플라즈마 랜서의 일제사격이 시작된다.
 초당 10발의 고속사격을 4초, 총 1064발의 번갯줄기를 두드려대는 페이트의 필살마법.
 문자 그대로, 번개의 폭풍이 되어서 펠릭스를 향한다.

“깔보지 마!”

 어둠의 날개와 양손으로 장벽을 펼쳐서 방어. 힘을 집중하면 이 정도의 공격을 막을 수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 믿기지 않는 게 보였다.
 무수한 번개 속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존재가.

“오오오오오옷!”

 남색 칼날이 번쩍인다. 장벽이 한순간에 박살난다.

“이게!!”
“아직 남았어!”

 휘둘러내렸던 대검을 쳐올려 펠릭스의 가슴을 가른다.

“윽?!”
“우오오오오오!”

 칼날을 찌른 채로, 더욱 높은 하늘을 위해 날아오른다.

“페이트으으!”

 날아오르는 쪽에는 번개를 두른 대검을 번쩍 쳐든 페이트의 모습이.

“뇌광일섬! 플라즈마 잔바……!”

 바디시 잔바에 모인 마력이, 지금까지의 그 어떠한 공격보다도 크고 강하게 모여간다.
 어둠을 찢어밝이는 섬광의 칼날. 그 이름을 붙이기에 어울리는 일격을 내뿜기 위해서.

​“​브​레​이​커​어​어​어​어​!​”​

 혼신의 힘을 담아서, 바디시 잔바를 내리친다.
 굉음마저도 내버려 두고, 섬광의 칼날이 하늘과 땅을 뚫는다.

​“​으​랏​차​아​아​아​아​아​아​아​!​”​

 유토는 펠릭스의 몸을 방패로 삼아 계속 위로 날아오른다.
 위에서는 페이트의 플라즈마 잔바, 아래서는 유토의 돌진.
 아무리 펠릭스라 해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지만, 둘의 일격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페이트와 유토, 둘의 위치가 엇갈려, 둘의 칼날이 펠릭스의 몸을 끊어버린다.

“이……게 무슨…….”

 기막힌 듯한 펠릭스의 목소리가 울린다.

“우리의”
“승리야.”

 둘이 말한 뒤, 펠릭스의 몸은 폭발에 휩싸였다.




“크크크큭. 아니아니, 정말 놀랐네”

 하반신이 끊겨 상반신만 남은 모습이 되어서도, 펠릭스는 건재했다.
 이만큼 엉망진창이 된 뒤에도 아직 웃음을 띄울 여유가 있었다.

“……너도 끈질긴데.”

 펠릭스의 강인함에 질린듯 한숨을 내쉬는 유토.
 마무리를 하고자 다크 브레이커를 들어 올리지만, 펠릭스의 입에서 나온 건 예상 밖의 말이었다.

“아니, 여기선 얌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너희는 내 예상보다 강했어.”

 펠릭스의 기특한 말에, 유토는 의아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지만 이어지는 말에 바로 납득하게 되었다.

“너희에게 상냥한 꿈속 스테이지는 이걸로 끝이네. 앞으로는 잔혹하고 격렬한 현실 스테이지에서 너희를 대접하도록 하지.”
“흥, 그런 건가.”
“너희는 분명 후회하게 되겠지. 내가 말하는 대로 꿈속 세계에서 행복한 꿈을 계속 꾸고 있는게 좋았을 거라고.”
“안 해, 그딴 짓.”

 다크 브레이커를 휘두른다. 남아있던 펠릭스의 상반신을 세로로 이등분한다.

“후후후, 너희의 절망을 기대하고 있겠네.”

 얼굴이 둘로 나뉜 펠릭스는, 그 말을 남기고 소멸한다.
 말 그대로, 현실세계에서 결판을 낼 셈인 모양이다.

“내 동료들이 너따위한테 질까보냐.”
“……거기에 자신은 포함 안 시키는 구나.”
“훗.”

 페이트가 기막혀하는 표정을 지으며 거는 태클을 코웃음치며 흘려넘기는 유토.
 현실에서 자신이 도움이 되리라고 믿을 정도로 자뻑한 상태는 아니었다.
 단순히 남한테 다 떠맡기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저기, 유토.”
“응?”

 ――나, 유토를 데리러 와도 괜찮았던 거지?

 페이트가 떠올린 건 눈물을 흘리고 있던 유토의 얼굴.
 단지, 입 밖으로 나온 건 다른 말이었다.

“꼭, 다들 함께 돌아가자.”
“아아.”

 페이트의 말에 유토는 힘차게 동의한다.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토는 스스로 답을 골랐다.
 그게 자기 속에 떠오른 질문의 답인 거겠지.
 지금의 유토의 얼굴에 망설임이나 후회는 없다.
 그렇다면, 분명 자신이 이렇게 여기 있는 건 실수가 아닐 거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들이 잔뜩 있다.
 하지만 그건 싸움이 끝난 뒤에도 괜찮다.
 지금은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싸워나갈 뿐.

“……그런데.”
“응?”

 아까까지와는 딴판으로,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유토가 말했다.

“여기선 어떻게 나가면 되는 거야?”
“………….”
■PREVIEW NEXT EPISODE■

현실의 세계로 돌아간 유토와 페이트를 기다리고 있던 건 잔혹한 현실이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선 그 어떠한 마음도 무력한 건가.
공포와 절망에 갇힌 유토는,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걸까.

다크 브레이커 『Are you going to give up?』

역자의 말:
 안녕하세요, 淸風입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 이번 화 번역 시작한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그래도 작가분 연재주기보다는 제 번역주기가 짧다보니 분량이 쌓일 걱정은 없어 다행입니다. (?!)

 이번 화 번역에서 제일 고생한 부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어다 명계의 현자여! 7개의 열쇠를 가지고 지옥의 문을 열어라!” 부분입니다. 일본어판 주문은 익숙한데, 한국어판 주문은 기억이 안 나서; 결국 만화책을 다시 보면서 작업했습니다. 시대가 시대다 보니, 독자분들 중 저 주문을 보고 웃으실 수 있었던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네요.


 덧붙여서, 이번 화는 제가 리리컬 브레이커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화 중 하나입니다. 언제나 개그캐릭같아 보였던 유토의 진심이 드러나는데다, 그러면서도 유토의 유토다움을 놓치지 않는 화여서요. 불타올라라! 나의 소우주(중2력)! 이라는 느낌.

 그럼,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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