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화 Are you going to give up?
하늘에 금빛 섬광이 튄다.
터진 섬광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페이트의 결계파괴마법 스프라이트 잔바로 어둠의 서의 정신세계에서 탈출해 나온 페이트와 유토다.
정신세계에서 돌아오면서, 유토도 사기사와 유토에서 어린 도미네 유토로 모습이 바뀌었고, 배리어 재킷도 평소대로 바지에 셔츠에다 재킷을 입은 차림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신세계와는 다르게, 현실에서의 유토는 비행마법을 쓸 수 없다.
정신세계에서 비행마법을 발동시켰던 기분 그대로 있던 유토는 당연히, 중력에 따라 추락을 시작한다.
“에, 으와오오오오?!”
“유토!”
추락하는 유토를 페이트가 잽싸게 안아든다. 속되게 말하면 공주님 안기 상태로.
“괜찮아?”
“……응, 이제 괜찮으니까 내려 줘.”
아무래도 자기보다 연하인 여자애가 자신을 안아드는 구도는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유토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바로 플로터 필드를 전개하고 내려달라고 부탁했지만, 페이트는 즐거운 듯 웃으며 유토를 내려주지 않는다.
“수줍어하는 유토는 왠지 신선하네. 조금 더 보고 싶을지도.”
“어이, 얌마.”
“아하하.”
유토는 볼멘 얼굴로 페이트를 노려봤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완전히 역효과여서 거꾸로 페이트의 웃음을 부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유가 넘치는군요.”
그 상황에서 들린 건 기막힌 듯한 소녀의 목소리.
유토와 페이트는 바로 긴장을 되찾아, 경계의 눈길을 향한다.
그쪽에는 여유로이 멈춰 있는 머티리얼 셋과 펠릭스의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둘의 가슴에 나쁜 예감이 들어찬다.
“……어이. 내 동료들은 어쨌어?”
그렇게 묻는 유토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유토의 물음에 어둠을 통솔하는 왕, 즉 로드 디아키는 조소를 띄우며 천천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적을 앞에 둔 상태서도, 유토와 페이트는 디아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눈길을 향해 버렸다.
“……으, 아.”
“……윽.”
유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중간에서 부러져 땅에 박혀있는 레바테인.
그 근처에 보이는 건, 배리어 재킷이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쓰러져 있는 동료들.
의식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멀리서는 죽은 건지 정신을 잃은건지조차 알 수 없다.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페이트마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농담, 이지?
유토의 머릿속에 그런 말만이 떠오른다.
말도 안돼. 이 녀석들이 질 리가 없어.
유토가 멋대로 믿고 있었던 환상이 맥없이 무너져 간다.
――왜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있었으니까? 내 탓으로?
자신이 쓸데없는 짓을 했으니까. 책임감인지 죄책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유토의 마음을 가득 칠해간다.
핏기가 가셔, 유토의 몸에서 힘이 빠져간다.
지금의 유토에게선 정신세계에서 보여준 강함이나 뻔뻔스러움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유토의 정신적인 강함은, 말하자면 유리 칼날 같은 거다.
공격으로 돌면 강하지만, 방어로 들어가면 굉장히 여리다.
이 세계에 있는 경위는 특수하지만, 그래봐야 특수한 훈련을 받거나 한 것도 아니고 위기에도 익숙하지 않은 범인에 지나지 않는다.
허용량을 넘은 충격에 마음이 딱 꺾여 버린다.
그 유토가 동요하는 모습에, 펠릭스나 머티리얼 들은 만족한 듯 웃음을 띄우고 있다.
“말했었지? 그 세계에서 꿈을 계속 꾸는 쪽이 너희들에겐 행복했을 거라고. 기다리고 있는 건 잔혹하고 지독한 현실이라고.”
펠릭스가 가볍게 땅을 가리킨다.
못 나는 유토에 대한 배려인 건진 모르겠지만, 땅으로 내려가라는 이야기겠지.
당장에라도 동료들에게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안고, 페이트는 땅으로 내려와 유토를 내린다.
그 뒤의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는 유토와, 바디시를 거머쥐고 전투태세를 취하는 페이트.
“정말 좋은 표정이야. 그래, 그걸 보고 싶었네.”
새디스틱한 미소를 띄운 펠릭스가, 천천히 그 손을 유토에게 향한다.
“유토!”
발이 굳은 유토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거기에 반응할 수 있었던 건 페이트 뿐.
내쏘인 포격에서 유토를 지키려는 듯 가로막아 서서, 실드를 펼친다.
“으윽……!”
포격 자체는 실드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펠릭스의 포격은 나노하에게도 필적할 위력에 의해, 방어 위에서 페이트의 마력을 계속 깎아나간다.
“멍청아! 나한테 신경쓰지 마!”
유토는 소리를 질렀지만, 그 발은 땅에 들러붙은 듯 움직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안돼. 친구를 버릴 수는 없어……읏.”
“――으.”
유토의 뇌리에 시간의 정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플래시백한다.
몬트리히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려다 부상을 입은 나노하의 모습.
그때도 자신은 거치적거리기만 하고, 도움만을 받았었다.
――움직여야 해.
――어떻게든 해야 해.
그렇게 생각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뭘 하면 좋을지도 떠오르질 않는다.
페이트의 앞에 나선다고 해도, 벽조차 되지 못하고 쳐날라 가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고민하는 동안에도 페이트의 배리어재킷은 찢겨나가, 치마나 망토가 너덜너덜해져간다.
――뭐든 해야 해.
――페이트를 구해야만 해.
마음만이 앞서나가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떠오르지 않는다.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토의 정신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크크큭, 그거야 말로 쓰레기에 어울리는 표정이야. 자, 그 표정을 보다 깊은 절망에 물들여 주지.”
디아키의 소리가 울려퍼진다.
펠릭스보다도 위에서, 세 줄기 빛이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레비, 슈테른, 그리고 디아키 세 사람이 각각의 디바이스를 쥐고, 포격준비에 들어가 있었다.
페이트와 유토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상태에서 저런 걸 먹으면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신들은 절망 속에서 어떤 표정을 보여 줄까요?”
억양이 없는 슈테른의 선고와 함께, 세 줄기 섬광이 땅을 꿰뚫었다.
“악……윽.”
온몸을 두드려 맞은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천천히 눈을 뜬다.
온몸에 고통은 남았지만, 몸 그 자체에 큰 피해는 없다.
예상보다도 적은 대미지가 의아스럽지만, 바로 그 이유를 이해했다.
“아……아아.”
자그맣게, 목이 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유토를 감싸듯 페이트가 위를 덮고 있었다.
몸에 걸치고 있던 망토나 치마는 물론, 온몸의 배리어재킷이 너덜너덜했다. 묶고 있던 트윈테일도 풀렸고, 의식도 없다.
눈에 보이는 부상은 없지만, 보기에도 딱한 모습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바디시에도 수많은 금이 들어가, 끔찍한 모습으로 굴러가고 있다.
자신이 받았어야 할 대미지 대부분을 페이트가 받은 거라는 건 일목요연했다.
“아……윽.”
멀찍이서 비슷한 참상을 보인 동료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내 탓이다. 전부, 내가 있었으니까.
“공격은 비살상이야. 생명에 이상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네.”
펠릭스의 소리가 들린다.
“내가 보고싶은 건 자신의 무력을 알고, 분해하며, 탄식하는 그 모습이네. 지금의 자네처럼.”
그러니까 죽일 필요는 없다. 보다 길고, 확실히 그 모습을 즐기기 위해서.
“제 주인이지만, 굉장히 비뚤어진 성벽이네요.”
펠릭스의 말에 깊게 한숨을 내쉬는 슈테른.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유토는 이를 갈았다.
펠릭스 일행을 향한 분노는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할 힘이 없다.
자신에게 힘이 없는게 원통하다. 자기 탓으로 모든 걸 잃는게 무섭다.
“이제 일어선 기력도 없는 건가? 지금부터 우리는 너에게 공격하겠네. 그 애가 말려들어도 상관 없다면 그래도 괜찮겠네만.”
유열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펠릭스는, 유토를 향해 손을 내민다.
“젠……장!”
작게 욕지기를 뱉으면서도 페이트를 천천히 눕혀놓고 비실비실 일어난다.
머릿속을 온갖 상념들이 뒤덮어서 제대로 된 생각도 나지 않지만, 페이트를 더이상 다치게 하고 싶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떨어진다.
“그래.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땅바닥을 기도록 해!”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비틀비틀 꼴사납게 걷는 유토를 향해, 디아키가 마력탄을 한발 두발 잇따라 연사한다.
직접 유토를 노리는게 아니라, 그 발치나 진행방향을 노려 날려댄다.
“윽!”
발아래서의 충격에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젠, 장!”
양손을 땅에 짚으며 무릎을 꿇는 유토의 눈에, 분통으로 가득찬 눈물이 흘러넘친다.
좋아지길 바라고 한 일로, 자신이 최악의 결과를 불렀다. 잃는데 겁먹어 몸이 떨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적인 펠릭스쪽 보다도, 한심스러운 자신을 향한 실망과 분노가 보다 강하게 솟구쳐 오른다.
“빌어먹을……빌어먹을……!”
힘이 탐났다. 동료들을 구할 힘이. 힘만, 힘만 있더라면.
하지만, 약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항할 수 없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다시 한 번 일어설 힘조차 솟아오르지 않았다.
『Are you going to give up?』 (당신은 이대로 무릎을 꿇고 끝낼 셈입니까?)
자신의 오열이 흘러넘치는 상황에서, 그 소리는 조용히――――그러면서도 확실히 유토의 귀에 닿았다.
“브레이……커?”
목소리는 유토가 허리에 차고 있는 디바이스, 다크 브레이커의 소리다.
얼이 나간 유토에게 다크 브레이커는 다시금 무기질적인 소리로 말을 걸었다.
『Are you going to succumb like that, breaking the promise you made with them?』 (그녀들과의 약속을 포기하고, 계속 무릎을 꿇고 있을 셈입니까?)
“……윽.”
――――그러니까, 유토는 유토의 행복을 찾아줘. 내가 좋아하는 유토인 채로.
――――유토라면 분명, 어떤 일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을테니까.
――――약속, 이야?
――――꼭, 다들 함께 돌아가자.
가슴 고동이 두근두근 커져가는 걸 느꼈다.
『She recovered from despair. What about you?』 (그녀는 절망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신은 어떡할 겁니까?)
뇌리에 솟구치는 건 프레시아에게 진실을 들은 뒤 보여준 페이트의 모습. 그 때, 소녀는 확실히 절망의 바닥에 떨어졌을 터다.
아직 어리고 가련한 소녀에게 있어, 그게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 일이었을지. 유토는 상상할수도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일이었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일어났다. 도망가려 하지 않고, 내던지지도 않고, 앞을 향하기 위해서.
꿈 속에서 어깨를 안아준 페이트의 감촉이 떠오른다. 아직 어리고 미덥잖은 연약한 소녀의 몸.
그런 작고 어린 애가 일어나서 보여줬다.
그런데 자신이 겨우 이 정도 일로 절망해도 괜찮은 건가?
드르륵 이를 갈면서도 땅에 짚은 손에 힘을 담는다.
일방적으로 주고받은,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
약속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잊을 뻔 했었다.
모두 무사히 돌아가야만 한다. 녀석을 찾아야만 한다. 이런데서 무릎을 꿇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힘이 없다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념할 이유가 되는 건가?
――대답따위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정해져 있잖아.”
몸은 아직 공포에 떨리고 있다. 상대는 강대하고, 자신은 무력하다. 힘의 차이는 또렷히 보인다. 승산은 만에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소린가.
나노하와 페이트. 그녀들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북받쳐 오르는 고요한 소원을 가슴에 담고.
“싸우겠어! 녀석들을 쳐날리겠어!”
팔짱을 낀 자세로 소리친다. 자신에게 그 말을 들려줘, 자신을 고무하기 위해.
“큭……크크크……아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때까지 조용히 상황을 보고 있던 디아키가, 끝내 참을 수 없게 된 듯 웃음을 터뜨린다.
“웃기지 마라, 쓰레기. 그렇게 떨리는 몸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네놈 따위론 시합조차 안 돼!”
펠릭스나 다른 머티리얼들도 디아키와 같은 걸 생각하고 있겠지. 각각 실소를 짓거나 기막힌 듯 한숨을 내쉬고 있다.
“………….”
디아키가 말하는 건 틀리지 않았다.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고, 주먹을 쥔 손도 떨리고 있다. 더이상 꼴사나울 수 없을 정도로.
우선은 이 떨림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지조차 못하리라는 걸 유토 자신도 이해하고 있지만, 이해한다고 해도 별 도리가 없는게 공포이며, 감정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 만으로 어떻게 될 정도로 세상은 쉽지 않다.
주먹을 힘담아 쥐고, 숨을 들이마쉬는 유토. 자신 속에 있는 눈꼽만한 용기를 불러 깨우기 위해서.
“핫!”
마음껏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쳐박는다.
“오, 오오?”
그 충격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 보다도 큰 충격을 줘서, 유토의 몸을 뒤흔든다.
“……공포가 넘쳐서 정신이라도 나갔나요?”
얼빠진 그 모습을 보고 연민이 담긴 눈길을 향하는 슈테른.
그에 반해 유토는 아픈 이마를 누르며 겁없는 미소를 띄운다. 그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설마. 그냥 떨림을 멈춘 것 뿐이야.”
그 말 대로, 소년의 떨림은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건가. 그래봐야 상황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의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다리는 건 절망으로 가득한 미래 뿐인데.
――그런데도, 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걸까?
슈테른이 그런 의문을 안고 있다는 걸 알 리도 없는 유토는, 겁없는 미소를 띄운 채로 입을 연다.
“하나, 내기를 하자고.”
“내기?”
펠릭스가 별 생각 없이 대답한다.
“이대로 싸우면 나는 순살당해. 그러니까 핸디캡을 달아줘.”
“호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만.
그런 말을 담은 펠릭스의 눈길에 겁먹지 않고 유토는 말을 계속 잇는다.
“너희가 쓰는 건 비살상 마법 뿐. 공격 대상은 나 하나. 내 마음이 꺾이면 너희의 승리. 내가 너희를 쳐날리거나, 혹은 비살상이 아닌 공격을 하거나, 내 동료한테 공격을 하면 너희의 패배다.”
제대로 싸우면 승산은 없다. 그건 유토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 제안인 거다.
피아의 역량차를 생각하면, 이것도 핸디캡이라고 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유토가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나 마찬가지다.
펠릭스나 머티리얼들 입장에선 비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이없군. 그런 결과가 뻔한 내기를 할 필요가 어디 있는데?”
“해 보면 안다고. 너희따위가 지금의 내 마음을 꺾는 건 불가능해. 이기는 건 나다.”
디아키의 말을, 유토는 누가 봐도 뻔한 도발로 돌려준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인데도 유토의 태도는 오만불손했다.
하지만 그건 객기면서도, 일부러 디아키 쪽의 자존심을 자극해 자신의 내기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 빤히 보였다.
“――괜찮겠지.”
위험한 빛을 눈에 담은 디아키가 입을 열기도 전에, 펠릭스가 동의를 표했다.
디아키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눈길을 펠릭스에게 향하지만, 펠릭스는 커다란 미소를 지우며 그걸 흘려버린다.
“자그만 희망에 매달리는 모습 또한 일흥. 그 희망을 흔적도 없이 깨부숴서, 절망에 쓰러지는 모습 또한 좋네.”
펠릭스의 새디스틱한 미소에 응한 건 역시 겁없는 미소. 날카로운 눈길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 모습은, 어린애가 띄우기에는 굉장히 부적절한 미소였다. 이 뒤로 얼마간 세월을 겹쳐 쌓으면 필시 악독한 얼굴로 평가받을만한 미소를 유지한 채로, 양손을 허리에 대는 유토.
날 수 없는 유토에 대한 최소한의 정인지, 머티리얼 셋과 펠릭스는 천천히 땅에 내려섰다.
“그럼, 우선 나부터 놀아도 괜찮을까?”
앞으로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딘 건 레비 더 슬래셔.
그 모습이 돌연 사라진다.
“조금은 즐겁게 해줘.”
“――아?”
눈이 그 모습을 인식한 순간엔, 레비의 디바이스――낫 모양의 하켄 폼이 된 불니피쿠스의 마력날이 유토의 몸을 비스듬히 베어갈기고 있었다.
말 그대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였기에 유토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비살상설정이기에 부상은 없지만, 배리어 재킷은 찢겨나가고 몸에선 갈라진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고통에 허덕일 틈도 없이, 유토의 가슴에 레비의 손이 닿는다.
“뇌인광폭파!”
“――――에!!”
번갯빛이 터진다. 영거리에서 작렬한 포격마법에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유토. 낙법도 방어도 취하지 못한 채로, 등 뒤의 돌더미에 부딪혀서 묻혀 버린다.
“……에, 약해?! 반응이라도 좀 해 달라고?!”
너무나도 반응이 없다보니 레비 쪽이 당황해 버린다.
“말만 못하네요. 이걸로 끝입니까.”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나 간단히 끝나서야 슈테른이 한숨을 안 쉴수 없었지――만.
무너진 돌더미를 밀어내며 일어나는 사람이 하나.
“아프잖아, 젠장!”
그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있지만, 몸은 어찌저찌 멀쩡했다. 쳐날아 가면서도 몸에 압축마력을 두른 덕에, 돌더미에 꽂혔을 때의 대미지가 어느정도 상쇄된 거다. 물론, 레비의 공격이 준 아픔은 그 몸을 덮치고 있지만.
“흐흥~, 안 이러면 재미 없지!”
좋은 장난감이 생긴 것만 같은 미소를 띄우며 몇 발의 마력구를 만드는 레비.
“자, 얼마나 참을 수 있으려나?!”
“당연히 내가 이길 때 까지다!”
레비가 손을 흔드는 순간 내쏘인 창같은 마력탄. 유토는 달리면서 그걸 피하지만, 목적지를 노리듯 차례차례 마력탄이 꽂혀나간다.
“자! 자! 잘 도망가라고!”
발밑을 박살낸 뒤 비틀거리고 있을 때 쳐날린 마력탄을, 몸을 날려 구르는 걸로 회피. 다음에 쳐날아온 마력탄을 양손을 짚고 벌떡 일어나며 피한다.
일부러 맞을지 아닐지 아슬아슬한 선으로 내쏘고 있는 공격을, 온몸을 다 써서 말 그대로 필사적으로 피해나간다.
땅바닥을 구르는 그 모습은 정말 꼴사나웠지만, 그래도 조금씩 레비와의 거리가 좁혀져 간다.
사방으로 튄 파편들이 부딪쳐오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유토는 어떻게든 레비를 붙들 수 있는 간격에 발을 디뎠다.
몸이 비틀거리는 걸 축다리로 균형을 잡고, 있는 힘껏 점프. 온몸을 날릴 기세로 주먹을 내뻗어――
“――에?!”
아무것도 때리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느려. 그런 속도로는 내 그림자도 밟을 수 없다고!”
순식간에 레비가 유토의 뒤로 돌아 들어가서 유토는 당황스레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그 몸을 충격이 덮친다.
봐주고 있다곤 해도, 그 위력은 유토를 공처럼 쳐날려서, 그 힘에 몸이 한 바퀴 돌았을 즈음 돌산에 쳐박혔다.
커억 숨을 토해낸 유토는, 그대로 등쪽부터 미끄러지듯 무너져 내렸다.
“넌 약해. 특별한 힘도 없어. 그런 네가 뭘 한다고 해도 쓸모 없다고. 얌전히 포기하면 어때?”
돌산에 등을 기댄 채로 앉아있는 유토를 여유로이 내려다보며 말하는 레비.
얼굴을 숙이고 있기에 유토의 표정까진 보이지 않더라도 필시 힘의 차이에 절망하고 있는 상황이리라 보고 유열에 젖지만, 그 기대는 다음 순간에 배신당했다.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든 유토의 눈에는 두려움도 체념도 전혀 섞여있지 않았다. 단지 결의만을 담은 눈길로 레비를 바라보며, 천천히 일어난다.
“약한게 어쨌는데?”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딘다.
“특별한 힘이 없는게 어쨌다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닌, 스스로에게 들려주듯이 토해내는 말들.
뚜벅, 뚜벅, 옮기는 발걸음에는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런 게 포기할 이유가 되진 않아.”
쓰러져 있는 그녀들이 저런 이유로 포기하거나 했을까? 그런 건 고민할 것도 없다. 자신보다 자그만 여자애들은, 이런 고통을 뛰어넘어 싸우는 거다.
“너희를 세상에 내놓은 게 나라면, 내가 뒷정리를 하겠어. 녀석들의 미래를 뺏게 둘까보냐.”
온갖 인연에 얽혀서 고통받아온 그녀들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미래를 알고 있다. 그걸 자신이라는 존재 탓으로 없애버려서야 안된다.
“흥. 잘난 듯이 말해봐야, 힘없는 너는 아무것도 못해. 할 수 있는 건 오직 절망하며 어둠에 떨어지는 것 뿐이야!”
손에 든 불니피쿠스를 앞으로 향하며, 레비는 유토의 결의와 각오에 코웃음을 쳤다.
약자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건 패자의 헛소리에 불과하니까.
“힘이 없다면…….”
걸음을 멈춘 유토가 양손을 가슴 앞에서 교차시킨다.
“지금! 이 자리에서! 손에 넣으면 될 거 아냐!”
『Get set.』
그런 외침과 함께, 교차된 팔을 펼치며 자신의 마력을 전개해 내뿜는다.
그와 동시에 다크 브레이커가 엉망진창이 된 유토의 배리어 재킷을 재구성한다.
“엣?!”
“뭣?!”
“무슨…….”
“……윽!”
머티리얼들은 물론, 펠릭스마저도 눈 앞에서 일어난 광경에 말을 잃었다.
“으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멈추지 않는다.
유토의 자그만 몸에서 흘러넘치는 마력의 방출이.
깨닫고 보니 주변 일대, 아니 결계 내 전체를 유토의 몸에서 흘러나온 짙은 마력빛이 채우고 있었다.
유토가 한 행위 자체는 의미가 없는――아니, 아무런 효과도 부여하지 않은 마력을 흩뿌리기만 한 마력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경악시켰던 건, 그 마력량.
“어디에 이런 마력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슈테른이 중얼거린다. 어둠의 서에 수집된 뒤 시간도 그리 지나지 않았다. 설령 모든 마력을 수집한 게 아니었다고 해도, 남은 건 약간의 찌꺼기여야 했을 터다.
“말도 안 돼……!”
디아키가 얼굴을 찌푸리며 노려본다.
유토가 지금 방출하고 있는 마력량만으로도 이미 자신이 가진 마력량을 넘어서고 있다.
상식적으론 상상조차 안 되는 터무니없는 사태였다.
“흥! 확실히 마력은 대단하지만……너한텐 재능의 낭비야!”
하지만, 유토가 그 마력을 써낼 기술이 없다는 건 머티리얼들도 알고 있다.
두려워할 것 없다는 듯, 위협탄을 내쏜다.
레비가 쏴낸 마력탄은 유토의 뺨을 스쳤지만, 유토의 눈에는 일절의 공포도 떠오르지 않는다.
“가자, 브레이커!”
『Get set.』
맹렬히 레비를 향해 돌격하는 유토.
“데이터보다도 몇 단계는 빨라.”
예상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유토에게, 슈테른은 놀라 눈을 깜빡인다.
수집때 얻은 유토의 데이터나 아까까지와 비교해도, 눈에 보이는 마력의 출력이 올라 있었다.
고양된 감정 덕에 평소 이상의 출력과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나랑 비교하면 거북이 수준이라고!”
두둥실 떠오른 레비는 순식간에 유토의 옆으로 돌아간다. 유토가 보기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이 느껴지는 속도다.
푸른 섬광이 빛나고, 유토의 어깨에 찢어진 듯한 통증이 달린다. 그 고통과 충격으로 균형을 잃은 유토의 몸이 앞으로 기운다.
“아직이야!”
“엣?!”
유토는 그대로 쓰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땅에 짚은 손으로 멋지게 반동을 줘서 뒷쪽의 레비에게 날아차기를 날린다.
허를 찔린 일격이었지만, 그런 자세로 찬 발차기에 기세도 위력도 실릴 리가 없다. 레비는 타고난 반사신경으로 시원스레 그걸 피한다.
공격이 빗나간 유토는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발차기를 날린게 탈이 되어, 얼굴에서부터 땅에 찍는 꼴로 착지한다.
“어이?”
그대로 움찔도 하지 않는 유토를, 불니피쿠스로 꾹꾹 찔러보는 레비.
“……이걸로 끝이야?”
김이 빠진 듯 레비가 불만을 토한 그 순간, 유토의 몸이 뒤집힌다.
“에잇!”
“으앗?!”
몸을 반만 일으킨 상태에서 다리 후리기. 이것도 시원스레 피했지만, 내뻗은 다리를 축으로 삼아 레비를 향해 뛴다.
“하아아아아아앗!!”
펼친 손가락들로 햘퀴듯 아래로 긋는다. 헛손질. 그 기세 그대로 몸을 반전시켜서, 왼쪽 뒤 돌려차기. 헛발질.
다리축이 미끄러져 쓰러지는 몸을 왼손으로 지탱해, 오른 다리를 차 올린다.
“와, 와, 와와?!”
기습에서 시작된 공격은 끊임없이 레비를 연속으로 노린다.
양손 양발, 때때로는 어깨, 팔꿈치, 그 끝에는 머리까지 써서 계속 공격하는 꼴은, 빈말로도 세련됐다고 할 수 없는, 더이상 꼴사나울 수 없는 꼴이었다.
“이게, 기어오르지 마!”
밀착상태로 유토의 공격을 모두 피한 레비는, 주먹을 휘두른 유토에게서 한 발짝 물러나 거리를 벌려, 손에 든 하켄 폼의 불니피쿠스를 휘두른다.
“악……!”
“번갯날 충돌!”
고통에 움직임이 멈춘 순간, 마력탄을 통한 추가 공격.
어쩔 도리 없이 직격을 받은 유토는 그대로 버텨서지도 못하고 무릎이 꺾여서 쓰러진다.
“헤헹~이다! 어때! 이걸로 이젠 못 일어나겠지!”
자신의 성과에 만족한 레비가 자랑스레 가슴을 펴지만, 슈테른이 완곡하게 그걸 부정한다.
“아뇨,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에요.”
“에?”
바라보자, 거기에는 살아있는 시체처럼 흔들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유토의 모습이 있었다.
“엑.”
“아직……부족해…….”
몸에 두른 배리어 재킷도 엉망진창이 된데다 숨까지 헐떡거리면서도, 그 날카로운 안광에선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교대하죠.”
유토의 이상한 분위기에 움찔한 레비 대신, 슈테른이 한 걸음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먼저 한 마디 해 두겠습니다만……당신의 염화, 전부 들리고 있다고요?”
헤엑, 헤엑, 헐떡이던 유토의 움직임이 한 순간 뚝 멈춰, 거북한 듯이 눈을 피했다.
“『내가 시간을 벌게. 그동안 회복해서 이 녀석들을 쓰러뜨릴 수단을 생각해. 내가 무슨 일이 있든지 절대 나오지 마』, 인가요.”
담담히 고하는 슈테른의 말에, 유토의 뺨이 죄어든다.
그건 레비에게 공격당하고 있던 때 부터, 쓰러져 있는 다른 애들에게 계속 보냈던 유토의 메시지였다.
본인은 몰래 보낼 셈이었겠지만, 애꿎게도 적인 그녀들에게도 죄 흘러나갔다.
으윽, 하고 신음하며 유토가 얼굴을 창피한 듯 붉게 물들이며 눈을 돌리자, 레비와 디아키, 펠릭스까지도 옅은 훗음을 띄우고 있었다.
적에게도 죄 들리는 메시지를 본인만이 깨닫지 못했다니, 이리 우스울 수가.
“스스로의 힘으론 우리들에게 이길 수 없으니,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아 동료가 회복할 시간을 벌겠다. 자기희생 정신이라는 거군요. 정말로 감동적이에요.”
전혀 감명받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슈테른은 담담히 말한다.
“하지만 의미는 없어요. 설령 그녀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마력은 다하고, 싸울 힘도 남아 있지 않아요. 당신이 얼마나 시간을 벌든지 그건 헛수고에 지나지 않아요.”
실제로, 슈테른이 말하는 대로 그녀들의 공격에 의해 동료들의 잔존 마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보다 오래 가지고 놀아 깊은 절망을 주려 하고 있던 펠릭스의 의향에 따라 공격은 비살상으로 설정해 뒀었지만, 그 가열찬 공격은 그녀들의 체력, 마력을 뿌리째로 깎아냈었다.
설령 일어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공격 하나 불가능할 정도로.
슈테른의 말은 유토 입장에선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토가 보여준 반응은 슈테른이 예상했던 거랑 달랐다.
“후, 후후후, 하하!”
조용히 퍼지는 웃음소리.
예상하고 있었던 절망, 공포, 아니면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과는 반대되는 반응에, 슈테른은 미간을 찌푸린다.
“뭐, 이 판국에 녀석들의 손을 빌리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꼴사나웠지!”
웃음을 억누르려는 듯 쿠쿠쿡거리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얼굴을 덮고 있던 오른손을 앞으로 뻗곤, 손을 활짝 펼친 유토.
“싸그리 혼자서 결말을 낼 생각이 아니면, 이길 수 있을 것도 못 이길테니까.”
그 말에 담은 결의를 나타내듯, 펼친 손가락을 하나씩 쥔다.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당신의 힘으로?”
“이겨.”
막힘 없고, 고민 없는 대답에 저도 모르게 머쓱해진 슈테른. 허풍인가 싶어도, 적어도 눈을 보면 진심으로 말하는 것 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렇게 단언을 할 수 있는 걸까. 유토의 사고는 완전히 슈테른의 이해를 넘어 있었다.
“괜찮겠지요. 뭘 가지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신 전부를 제가 깨부숴 드리지요.”
“바라던 바다!”
등 뒤에 플로터 필드를 다중 전개. 스스로 그쪽으로 뛰어서, 필드의 반발력을 이용해서 가속한다.
슈테른은 그걸 방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지켜본다.
“충격의 퍼스트 블리잇!!”
자신의 도약력과 필드의 반발력을 더해서 내지르는 주먹.
“장난 수준이네요.”
유토가 전력을 다한 일격은, 슈테른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펼친 실드에 덧없이 가로막힌다.
슈테른의 머리칼 하나조차도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그러면!”
일격으로 통하지 않는다면 통할 때 까지 내지르겠다는 듯이, 좌우의 주먹을 연속으로 내질러 댄다.
물론 유토의 힘으로는 몇십, 몇백, 몇천 방을 두드리든 슈테른의 실드를 부술 수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두드리고 있는 유토의 주먹 쪽이 단단한 실드에 부딪쳐서 피에 젖는 상황.
그래도 유토는 그 손을 멈추지 않고, 우직해 보일 정도로 주먹을 내질러댄다.
슈테른은 유토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공격하게 둘 셈이었지만, 이래서야 시간 낭비일 거라 생각을 고치곤 펼쳤던 실드를 폭발시켜 유토를 튕겨날린다.
“크윽!”
“이번에는 제 쪽에서 갈게요.”
벌떡 일어난 유토에게 날아오는 건, 나노하의 액셀 슈터와 비슷한 유도조작탄 파이로 슈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피했지만, 광구는 바로 방향을 돌려서 유토의 등을 두드린다.
“으헉……?!”
등 뒤에서 덮치는 충격에 의식이 아찔해진다.
“그아아악!”
앞쪽으로 쓰러질 뻔한 상황에 발을 내디뎌서, 버텨 선다. 찌릿 슈테른을 노려보며 그대로 그쪽으로 돌격한다.
“몇 번 하든 마찬가지예요.”
어리석은 짓을, 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이 슈테른의 앞에 생긴 마력구가 여섯발의 광탄이 되어 유토를 덮친다.
스스로의 역량으론 회피도 요격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유토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곤 스스로 탄막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비살상 설정이라곤 해도, 그 위력은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다. 유토 수준으로 가드를 한대봐야, 종이방패로 총탄을 막으려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슈테른의 예상과 다를 바 없이, 온몸에 광탄을 맞은 유토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이걸로 끝내죠.”
더 이상 장난에 어울려 줄 수 없다는 듯이 디바이스――루치페리온을 거머쥔다.
블라스트 파이어. 나노하의 디바인 버스터마저 능가하는 위력의 포격이 유토를 삼킨다.
비명도 올리지 못한 채로 땅에 부딪치는 유토.
――――끝났다.
저 정도의 공격을 받으면 더이상 일어설 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슈테른이 그대로 몸을 돌리려 한 순간――믿기 어려운 광경이 그 눈에 보였다.
“――에?!”
작게 신음하며 양손을 짚고 일어나려 하는 유토의 모습이. 아직 꺾이지 않은, 싸울 의사를 담은 눈동자가.
왜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어떻게 아직 싸우려 할 수 있는 거야?
애초에 레비의 공격을 몇 발이나 맞은 시점에서 평범한 마도사라면 전투불능이 될 수준의 대미지를 받은 거다.
거기에 자신의 포격까지 받으면, 싸울 의지는 커녕 의식을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들 터.
실제로 유토는 일어나지조차 못하곤, 땅에 얼굴을 부딪쳤다.
그런데도.
떨리는 손을 땅에 짚고,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하는 그 모습에 뭔지 모를 감정이 솟아 오른다.
레비도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건지, 슈테른과 마찬가지로 기분나쁜 걸 보는 듯한 눈빛을 향하고 있다.
“흥, 정말. 저런 쓰레기를 상대로 뭘 애먹고 있어.”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하고 있는 유토의 머리를 힘차게 짖밟는 디아키.
“내게 맡기도록. 이런 천것의 의사따윈 산산이 박살내 주지.”
꾹꾹 유토의 머리를 밟아 뭉개면서, 입꼬리를 올리는 디아키.
발로 밟고 있는 쪽에서 올려다 노려보는 유토의 눈길을 즐겁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자, 자그맣게 유토가 중얼거린다.
“별 상관 없지만, 다 보인다고.”
“?”
한 순간, 유토의 말이 뭘 가리키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디아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눈길이 자신의 치마 속을 향하고 있는 걸 깨닫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다.
“이 쓰레기가!”
부끄러움과 분노에 떨리며 다시금 들어올린 발을 내려찍었지만, 유토는 데굴데굴 굴러 그걸 피한다.
“꼬맹이 속옷같은 걸 봐도 아무것도 안 느껴지니까 신경 쓰지 마.”
“죽어!”
일어나자마자 꺼낸 말에 대한 대답은 포격이었다.
그 반응을 예상하고 있던 유토는 아슬아슬하게 그 일격을 굴러 피했지만, 피할 수 있었던 건 여기 까지였다.
“느려!”
굴러 일어나려던 참에 내쏘인 마력탄이, 빗나가지 않고 유토의 다리를 때린다.
“윽!”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몸을 버텨세우듯 손을 내짚지만, 그것 또한 빛에 방해받는다.
그 결과, 비참하게 얼굴쪽부터 땅과 충돌.
“편하겐 안 끝내줘. 차근차근 괴롭혀 줄테니까!”
“윽, 아아악!”
고통에 떨리는 몸에 채찍질을 해서 일어나지만, 움직일 틈도 없이 디아키의 마력탄이 그 몸에 꽂힌다.
배에 꽂힌 일격에 커헉 숨을 내뱉는다.
거기서 이어지는 연발탄.
한발, 두발, 세발, 끊임없는 마력탄이 유토의 온몸을 두드려댄다.
“하하하핫! 춤춰! 춤추라고! 내게 거스른걸 죽을 정도로 후회하게 해 주지!”
유토의 몸이 무너지려 할 때면, 아래서 쳐 올리듯이 마력탄을 부딪친다.
중간에 쓰러지는 것마저 용서되지 않는 가열찬 공격에, 유토의 몸은 디아키의 뜻대로 계속 농락당했다.
“네 투지, 희망……그 모든 걸 지워 날려주마!”
예르시니아 크로이츠를 쳐들어 올리고, 빛이 폭발한다.
비살상 설정 외에는 전혀 봐주지 않는 포격마법――아론다이트가 유토의 몸을 삼킨다.
쓰레기처럼 날아간 유토가 돌더미에 부딪쳐, 그 몸이 무너져가는 돌더미 속에 쳐박힌다.
돌더미 속에서 힘없이 드리워진 왼손만을 내뻗은 꼴은, 어찌 보면 묘표처럼도 보였다.
“흐음. 조금 너무했나?”
돌더미에서 내뻗친 손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만한 공격을 받았으니 의식이 날아갔어도 이상하지 않고, 돌더미에 부딪친 대미지만 놓고 봐도 상당했겠지. 비살상 설정 덕에 육체에 대미지가 없다곤 해도, 땅이나 돌더미에 부딪치면 적어도 물리 대미지는 받는다. 부딪친 곳이 나쁘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겠지.
“너무 했어요, 디아키. 죽여 버리면 이쪽의 패배인 걸로 되어 있어요.”
“흥, 여파로 입은 부상까지 봐줄 수 있겠냐. 그걸로 죽었다고 하면, 녀석이 진 거야.”
완곡히 타이르는 슈테른의 말을 코웃음으로 날려버리며, 유토의 손을 발로 걷어차는 디아키.
움찔 움직이지도 않는 손에 “결국은 이 정돈가” 하고 코웃음을 쳤다.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거기서 꺼집어 낼지를 고민하는 사이에 변화는 일어났다.
갑자기 유토의 손이 움직여서, 디아키의 발을 꽉 움켜쥔다.
“뭣?!”
“아~직~모~자~라~.”
뒤이어 들려오는 무저갱에서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
와르르르 돌조각들이 무너져내리곤, 그 안에서 사람이 나타난다.
눈에 심상치 않은 빛을 머금고, 피에 젖은 얼굴로 돌더미에서 기어나오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시체 같아서.
“힉!”
유토의 지나치게 이질적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디아키.
“놔, 놔! 천것이!”
자신의 발을 잡는 손을 발로 차내곤, 디아키는 당황스레 거리를 벌린다.
“섬뜩해……이 녀석, 정말 인간이야?”
“굳이 말하면 좀비? 적어도 인간은 아니지?”
뼛속까지 기분나빠하는 디아키에게 레비도 동의한다.
잔뜩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건 유토의 귀에 들어오지 않고,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도 어떻게든 일어나려 한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네요. 당신이 일어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건 싫을 정도로 그 몸으로 맛봤을 거예요. 어째서, 일어나는 건가요?”
“……할 수 있냐, 할 수 없냐, 가 아냐. 할 거냐, 안 할 거냐, 인 거……야.”
숨도 헐떡거리고 몸도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어떻게든 일어선 유토.
배리어 재킷은 한참 옛날에 누더기가 되었고, 온몸에 타박상과 찰과상도 보인다. 특수한 훈련을 받지 않은 유토같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일어날 기력마저 남지 않아야 할 터다.
――그런데 어째서.
“질문을 바꿀까요. 어째서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
슈테른의 질문에 유토는 대답하지 않는다. 오직, 입꼬리를 올리며 웃을 뿐.
“흠. 정신이 육체를 능가했다……는 상태일까?”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펠릭스가, 흥미진진한 듯이 유토를 바라본다.
펠릭스의 눈으로 봐도 유토의 몸은 진작 한계를 넘었고, 실제로도 유토는 기력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한 가지, 나로부터 제안이 있는데. 들어 보지 않겠나?”
“……말해, 보라고.”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도 오만불손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유토는 펠릭스에게 뒷말을 재촉한다.
“동료의 생명과 바꿔서 자네를 보내준다……고 하면 자네는 어쩔텐가?”
“거절할게 뻔하잖아, 등신아.”
즉답이었다.
“이유를 물어도 괜찮을까? 뭐가 자네를 그렇게까지 지지하고 있어?”
그런 유토의 대답에 옅은 미소를 띄우면서 펠릭스는 다시금 묻는다.
조금만 다치게 해도 바로 본성이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 못할 정도로 들러붙었다.
꿈의 세계에서 자신을 일축했다곤 해도, 기껏해야 평범한 인간. 이렇게까지 들러붙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아까의 물음은 흥미 반 놀림 반으로 꺼낸 말이었지만, 설마 즉답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인간은 그 누구든지 자기 몸이 제일 소중한 법이다. 최종적인 선택이 같다고 해도, 조금은 갈등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과정조차 없었다.
따라서 흥미가 들끓었다. 뭐가 이 소년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는 건지. 뭘 하면 그 마음을 부술 수 있는 건지. 그 마음이 절망으로 물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보여줄지를.
“밥이 맛없어지니까.”
“……뭐?”
한 순간, 유토가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티리얼들도 마찬가지로, 독기가 빠진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동료를 버리거나 하면 다음부터 먹는 밥이 맛없어지잖아. 그런 뒷맛 나쁜 짓을 한 다음 혼자 오래 살 수 있다고 해도, 맛있는 밥을 못 먹는 인생은 사절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녀석에게, 그 녀석들에게 가슴을 펴고 만날 수 있는 상태로 있고 싶으니까.
마음속으로 유토는 한 마디를 더한다.
쓰러질 때마다, 마음이 꺾일 것만 같을 때마다, 유토의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가 힘을 주었다.
――힘내, 유토.
그 누구보다 사랑스런 사람. 그녀에게 자랑할 수 있는 상태로 있고자.
마음에 떠오르는 그녀의 미소가 있으면, 뭐든지 넘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다들 함께 돌아가자.
둘이 나눈 약속
――유토 군
――유토
――오빠야
――유토
――유 군
자신을 부르는 수많은 목소리.
반 친구들이나 여동생뻘 되는 애들, 가족들의 목소리.
유토의 망상이 자아낸 단순한 환청에 지나지 않을 그 목소리들이, 몇 번이고 뇌리에 울린다.
일어날 힘을. 포기하지 않는 강함을 준다.
그래서 일어날 수 있다. 힘낼 수 있다.
“쿠쿠쿡. 좋은데, 너는.”
우스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펠릭스.
그리고 입꼬리를 당겨올리며 비웃는다.
“자네의 절망으로 비틀린 얼굴……어떻게든 보고 싶어졌어.”
“내가 이길테니까 무리야.”
“그 꼴로 잘도 말하는데.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코웃음을 치며 마력구를 만드는 디아키.
유토의 패기에 한순간 삼켜졌었지만, 냉정을 되찾고 생각해 보면 객기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을 리 없다. 아무리 정신이 육체를 능가한다 해도, 머잖아 한계는 찾아온다.
“그러면, 그 기적을 일으킬 수 밖에!”
아픈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다시 달린다.
“아무런 힘도 없는 쓰레기 주제에 웃기지 마! 내가 그 돼먹잖은 환상을 쳐부숴주겠어!”
무수한 마력탄을 일제히 발사하는 디아키.
온몸에 닥치는 고통을 무시하며 유토는 질주한다.
기력으로 고통을 견딜 수 있다고 해도 한계는 있고, 어린애의 몸에 남아있는 체력도 그리 많지 않다.
승부에 나선다면 이게 마지막 찬스. 남아있는 모든 힘을 쥐어짜서, 달려나간다.
“브레이커! 용기는 있어?!”
『Such thing is not necessary. I only need probability.』(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제게는 확률만 있으면 됩니다.)
“확률은?!”
『0.000000125%.』
파트너가 돌려준 대답에 무심코 뺨이 풀린다.
“충분해, 가자고!”
『OK, Boss.』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라면, 그 뒤는 거기 모든 걸 걸 뿐.
“아니아니아니, 말도 안 되니까.”
“단순한 산수도 이해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건가요?”
그런 둘의 대화에 저도 모르게 태클을 거는 레비와 슈테른.
무모라거나 만용이라거나 하는 레벨조차 아니다.
디아키마저, 얼이 빠져서 공격을 멈췄다.
“흥, 이런 말을 알고 있냐……?”
디아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벌렸던 거리를 이 틈에 채우며 큰 소리로 선언하는 유토.
“성공률 따윈 단순한 기준이다, 부족한 건 용기로 채워넣으면 돼!”
“한계가 있잖아!”
태클걸 곳 가득한 선언에, 저도 모르게 포격으로 딴죽을 넣는 디아키.
“위험하잖아! 포격으로 딴죽걸지 마! 그러다 죽는다고?!”
“시끄러워!”
가까스로 포격을 피한 유토와 소리지르는 디아키를 뒷전으로, 불쑥 중얼거리는 레비.
“몰랐어……용기가 있으면 그런 게 되는 거구나.”
“아뇨, 안 되니까요.”
머티리얼들은 완전히 유토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지만,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유토는 지극히 진지했다.
다행히, 디아키가 발끈한 탓인지 조준이 어설퍼져서 어떻게든 회피를 계속 하곤 있지만, 그만큼 그녀들과의 거리가 아직 벌려져 있다.
원거리 공격수단이 없는 유토는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야만 한다.
“빌어먹으으으으을!”
이대로 계속 피해봐야 그 끝에는 체력이 바닥난다. 그렇게 판단한 유토는 도 아니면 모라는 심정으로 앞으로 발을 디뎠고――거기로 덮쳐오고 있는 건 부채꼴로 내쏘인 마력탄 여럿.
왼쪽도 오른쪽도 앞쪽에도 도망갈 곳은 없다. 발을 디딘 기세가 있어, 후퇴하는 것도 불가능.
“젠장!”
반사적으로 뒤로 뛴다.
디아키의 입에 미소가 떠오른다. 디아키 입장에서는 정말 쉬운 표적이 된 거니까.
비행마법을 쓸 수 없는 유토는, 공중에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유토의 특기인 플로터 필드는 전개, 착지에 두 공정이 필요해서, 이 상황에서는 맞기 전에 대항할 수단이 안 된다.
“날아가 버려라아!”
딱 좋은 표적을 노려서 내쏘인 빛의 격류. 그 궤도는 공중에 있는 유토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을――터인데.
돌풍이 일어났다.
“뭐야?”
디아키의 입에서 경악이 터져나온다.
필중이었어야 할 포격이 빗나간――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등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게 있다.
디아키와 눈길이 마주친 유토가 입꼬리를 당겨올린다.
유토가 등에 펼친 검은 날개(같은 날개라도 하야테의 슬레이프닐 같은 깃털이 난 날개는 아닌, 박쥐나 익룡과도 같은 피막형 날개)가 펄럭인다.
그건 이 반년간, 유토가 계속 연습해온 비행마법의 성과.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 마법이 막판에 와서야 성공한 건, 궁지에 몰려 한없이 높아진 유토의 집중력과 유토에 맞춰서 마법의 프로그램을 최적화한 다크 브레이커의 힘이다.
아직 비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공중에서 자세를 고치거나, 활공을 하거나, 이동 속도를 더하는 정도였지만, 유에게 있어선 커다란 진화였다.
“쳇!”
경악에서 돌아온 디아키가 공격을 재개한다.
낙하 스피드를 더한 유토는 착지 후 바로 질주한다. 그 속도는 눈에 차이가 보일 정도로 빨라져 있다.
“확실히 빨라졌지만……그 정도론!”
하지만 아무리 유토가 성장했다곤 해도, 피아의 실력차를 생각하면 오차 범위 안인데다가, 거리가 좁혀지면 그만큼 맞히는게 쉬워진다.
견제 공격과 이어 내쏜 진짜 마력탄. 이번에야 말로 회피는 불가능.
“오오옷!”
그걸 깨달은 유토는 돌진하던 기세 그대로 온몸을 돌려, 왼쪽 팔로 마력탄을 정면으로 쳐낸다.
“의미 없어! 네놈 정도의 힘으론 막을 수 없다고!”
디아키가 말한 대로, 휘두른 팔은 공격을 쳐내긴 커녕 역으로 밀려나려는 듯한 꼴이다.
하지만 여기서 밀려나서야 지금까지랑 아무런 차이도 없다. 최후의 도박에 나서기엔, 여기가 최선이자 최후의 승부처였다.
――힘내, 유토.
떠오르는 건 자신을 분발시키는 마법의 말. 그 미소와 말이 있으면, 뭐든지 뛰어넘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법칙도, 억지도, 자신의 한계도. 그 어떤 불가능마저도.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포효와 함께 모든 힘을 왼팔에 모은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팔을 휘두른다.
마력탄째로 땅에 팔을 부딪친다. 그 충격에 땅이 폭발해, 모래먼지가 주변에 감돈다.
“저걸 쳐냈어?”
지긋지긋한 듯 얼굴을 뒤트는 디아키. 물론 전력에서 한없이 먼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토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어야 할 터다.
새로운 마법을 발동시킨 것만이 아니라, 마력의 출력 자체도 디아키의 예상 이상으로 늘어나 있다는 증거였다.
“쓰레기 주제에!”
보잘것없는 존재여야 할 유토의 저항이 굉장히 신경 거슬렸다. 자신의 손으로 유토를 굴복시키지 않으면 이 분노가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시야를 뒤덮는 모래먼지를 날려버린다.
“어라?”
얼빠진 소리를 흘린 레비. 거기에 있어야 할 유토의 모습이 없었다.
“윈가!”
올려다 본 곳에는 커다란 빛의 날――잔바 폼으로 변한 다크 브레이커를 들고 있는 유토의 모습이 있었다.
그 눈길이 향하고 있는 건 오직 머티리얼 들의 안쪽에 있는 펠릭스 한 사람. 처음부터 전력을 담아 일격을 날릴 상대는 정해 뒀었다.
머티리얼 들이 수호기사 들과 마찬가지 존재라면, 원인을 끊지 않는 한 부활한다. ――그렇게 추측하고 한 판단이었다.
“펠릭스!!”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펠릭스를 노려 하강한다.
디아키가 그걸 격추하려 했지만, 당사자인 펠릭스가 그걸 저지한다.
펠릭스 자신도 요격하려 하는 생각 없이, 옅은 웃음만을 띄우며 유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왼팔은 아까 대미지 탓으로 움직이지 않는 건지, 오른손 하나로 다크 브레이커를 들고있는 유토.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모든 힘을 도신에 모은다. 그 증거로 등 뒤의 검은 날개도 사라져 가고, 거의 누더기나 다름없었던 배리어 재킷마저도 해제되어, 자신의 키를 넘는 거대한 마력칼날로 마력이 집중되어 간다.
말 그대로 전력을 담아 쳐내린 칼날은――――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하고 막혔다.
“――아, 크윽!”
유토의 입에서 실의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다, 바로 괴로워하는 소리로 바뀐다.
전력을 담은 칼날은 한 팔에 막혔고, 카운터로서 다른 한 쪽의 손이 유토의 목을 붙잡는다.
칼날을 잡은 손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만으로 거대한 칼날은 시원스레 박살나서, 중간부터 칼 끝까지의 마력칼날이 사라진다.
“유감이었어. 아무리 거대한 마력이라 해도 다 써낼 수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네. 혹시, 자네가 그 힘의 반이라도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면 나를 한 번 정도는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연민을 담아 유토의 눈을 바라본다.
이 상황에서도 유토의 눈은 싸울 의지를 잃지 않는다. 그 강인한 정신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봐야 여기까지다.
마음만으론 아무것도 불가능하니까.
“자네덕에 꽤 즐거웠네만, 슬슬 끝내기로 하지.”
유토의 몸을 들어 올려, 그 몸에 다른 한 손이 닿는다.
지금까지의 대미지에 더해 배리어 재킷 없이 공격을 받으면, 이번에야 말로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을 담아서.
“게임 오버다.”
밀착한 손에서 내쏘인 마력탄. 그 충격에, 유토의 몸이 멀리 튕겨 날아간다.
머티리얼들조차 넘어서 날아가는 중에, 천천히 유토의 입이 호를 그린다.
“……?”
슈테른은 쳐날아가는 유토의 몸을 눈길로 쫓으면서, 위화감을 느꼈다.
유토가 들고 있던 디바이스――다크 브레이커의 마력날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확실히 저 칼날은 주군의 손에 박살났었다. 하지만 날밑에서 중간까지의 칼날은 방금까지만 해도 남아있었을 터.
대미지로 인해서 소실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슈테른 안에 있는 무언가가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눈길을 주군에게 돌리자, 그곳에 그 원인이 보였다.
――주군의 옆에, 도려내진 채로 떠오른 마력칼날이.
――한계를 넘어 압축된 마력이, 지금 이 순간 해방되려 하고 있는 모습이.
“방어를!”
슈테른이 소리친 그 순간, 마력날이 폭발했다.
한때 시간의 정원에서 프레시아를 상대로 날렸던 자폭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마력폭발.
그 빛은 펠릭스는 물론이고 머티리얼들까지 먹어 삼키고, 그 너머 있는 유토의 몸조차 감싼다.
유토의 목적은 처음부터 이 일격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전력을 쥐어짜도, 정면에서의 공격이 통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상대의 방심을 불러, 허를 찌르는 것 외의 방법은 없다고.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붙은 상태로 자폭을 하려 해 봐야, 자신에게 의식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그 의도를 눈치채인다.
또한, 지금의 자신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마력을 폭주시켜서야 생명이 남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시켜서 동료를 구하려고 하는 자기희생정신따윈 유토는 가지고 있지 않다.
폭주를 준비하고, 거기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폭주의 중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었다.
펠릭스에게 다가간 뒤 제대로 거리를 벌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완전히 운에 맡겼다.
작전이라고 하기엔 한참 조약하고, 성공률도 한없이 0에 가까운 방법이었다.
자신의 폭주가 일으킨 빛에 삼켜지면서도, 유토는 지나치게 좋은 결과에 미소를 지으며 의식을 잃었다.
“어이구야, 끝의 끝까지 그에게는 놀랄 뿐이군.”
폭주한 빛이 잦아든 곳에는, 상처 없이 머문 펠릭스와 머티리얼들의 모습이 있었다.
“아, 위험했다―.”
쓰윽 식은땀을 닦는 레비. 그 순간, 슈테른의 경고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방어마법을 제때 펼칠 수 없었다.
주위의 참상을 보면, 혹시 무방비한 상태로 폭주에 말려들었다면 적잖은 대미지를 입었을 건 틀림 없다.
“사람의 집념이라는 건 만만찮은 거였군요…….”
오직 마음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할 수 있나 싶어, 슈테른은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두는 헛수고로 끝났다.”
그 눈길이 향한 건, 폭심지에서 먼 곳에 쓰레기처럼 구르고 있는 유토의 모습.
원래부터 입고 있었던 옷은 헝겊이 되었고, 눈꼽만치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폭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곤 해도, 무사하다고 할만한 상태는 아니다.
“자신의 마력으로 다치다니……얼마나 멍청한 거야. 아직 살아는 있나?”
원격에서 만든 바인드로 유토를 구속한다. 양팔, 양다리, 몸을 구속하는 그 모습은, 안 보이는 십자가로 묶어두는 것 처럼 보였다.
머리는 푹 숙인 채였지만 약간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이니, 죽진 않은 모양이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모양이네요.”
“어라, 어떡할래?”
“당연하지. 두드려 깨워서, 그 얼굴을 절망과 공포에 물들여 주겠어.”
레비의 말에 디아키는 히죽 미소를 띄우며 손을 든다.
깨우기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마력탄을 내쏜다.
디아키가 내쏜 일격이 유토에게 맞으려고 한 순간――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네놈…….”
디아키 일행의 눈이 놀라 크게 뜨였다.
휘날린 건 검은 외투. 금색으로 빛나는 칼날을 거머쥔 페이트가 유토를 지키듯 가로막고 있었다.
가로막고 있는 건 페이트만이 아니다.
은색 빛이 빛나, 유토의 구속을 가른다.
샤말에게 안겨있는 유토를 지키듯, 쓰러져 있는 전원이 나란히 서 있었다.
“더 이상, 유토에게는 손가락 하나 못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