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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사상미로의 오카린티나 6-3화



유달리 큰 크리스의 목소리가, 나의 골수를 격하게 흔들었다. 절로 다리에서 힘이 빠져, 나는 무너지듯 땅에 무릎 꿇는다.


『날, 기억해 줄래?』


그날 밤, 스러질 듯한 소리로 중얼거린, 그런 크리스의 말이 희미해져간다.


『오카베만큼은, 날 잊지 않기를 원하니까…….』


괴로움을 억누른, 그런 크리스의 말이 희미해져간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에 느꼈던 크리스의 온기가, 내 안에 있는 크리스에게의 마음이, 조금씩 희미해져간다.

기억이──마음이, 사라져간다.



『아아, 과연. 이런 일을, 나는 해 왔던 건가.』



불가사의하게, 납득하고 있는 자신이 거기에 있었다.

많은 동료들의 마음을 메일 하나로 지워왔던, 그런 자신의 행동.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지금 깨닫기 시작한──그런 기분이었다.

마음을 지워 없앤다는 것은, 즉 이런 일이다.

등 뒤의 벽에 기대듯이 주저앉아, 머리를 숙여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린다.

“과연. 이건 상상 ​이​상​으​로​─​─​괴​로​운​데​.​”​

자학적인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나는 크리스에게 말하기로 했다. 해서는 안 되는 그 말을, 마지막 말을, 멈출 듯 멈출 듯 하면서 천천히 소리 냈다.



“그렇다면, 나도…… 너를…… 잊도록 하지.”



힘없는 말. 간신히 짜낸, 약한 소리. 이것이 지금 내게 있어서는, 한계였다. 지금의 말은, 문 너머 멀리 떨어져 있는 크리스에게는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를 향한 말. 그것은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봉인이었기 때문에.


3주간의 나날을 함께 걸어 온, 냉정하고 강하지만 울보였던 소녀. 지옥 밑바닥에서 갈 곳 잃어 헤매고 있던 내 등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밀어준 소녀.

나는 그런, 나를 믿어주었던 한 소녀를 잊지 않으면 안 된다. 전화 렌지(가칭)도 D 메일도 타임리프머신도, 지금의 내게는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싫어어어!!!”


문을 격하게 흔들 정도로 격렬한 절규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나는 감고 있던 눈을 작게 뜬다.


──크리스?


숙이고 있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지금 것은, 크리스의 목소리──?

머릿속이 저리고 있다. 그런 내게는, 크리스의 것으로 추측되는 절규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보통 아닌 일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채로 멍한 얼굴로 문을 응시한다. 그러자──

“크리스 쨩!?”

비명과도 같은 마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굳어져 부서지고 있던 내 의식이, 약간 각성한다.

“괜찮아, 크리스 쨩!? 오카린! 크리스 쨩이!”

마유리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문 저편에서, 격렬하게 날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뭐가──?

모르겠다. 상상도 할 수 없다. 마치 머리가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오카린 도와줘! 크리스 쨩이!”

비통한 마유리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 그러나 움직일 수 없다.

“크리스 쨩이 머리를 쥐어 싸고 있어!”


머리를 쥐어 싸? 머리가 아픈 건가? 두통? 뭐지? 뭔가 중요한──


“아, 크리스 쨩! 무슨!?”

마유리가 놀란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동시에 문에서 작은 금속음이 들려, 그리고 느긋하게 문이 열려가는 광경을,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소녀의 모습. 거기에는, 창백한 얼굴로 당장이라도 얼어붙을 것처럼 몸을 떨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그런 소녀의 모습을, 어딘가 공허한 눈으로 본다.

이 무슨 눈동자야.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눈동자 안에 괴로움이 차 있는 거지?

스스로의 양 어깨를 껴안아 비틀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서 있는 소녀. 그런 소녀의 눈동자에서 흘러넘치는, 굵은 눈물. 나는 그 의미를, 추측해 볼까──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멈춰버린 머리로는, 좀처럼 생각이 돌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사고가 돌지 않는다.
나는 단지 망연자실하게 눈앞의 상황을 보고만 있다. 그런 내게, 소녀는 몸을 굽혀 나와 같은 눈높이의 시선을 만들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말한 건가? 목소리는 들렸다. 그러나 그 의미를 모르겠다. 당황한다.

“심한 소리…… 해서 미안해. 이제…… 나를, 잊어도 괜찮으니까…….”

이 소녀는, 대체 뭘──?

“……이거, 기뻤어.”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힘없이 처져 있는 내 손에, 뭔가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이제…… 갈게……” 하고 짧게 중얼거려,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크리스 쨩! 아아, 오카린이!?”

주저앉아 있는 나를 봐 놀란 마유리의 목소리를, 나는 어딘가 먼 곳에서 듣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움직이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다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소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이제 아무도 없는 계단에 계속 시선을 두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상당히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던 생각도 들고, 그저 한 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자신의 손이 뭔가를 잡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먹 안에 있는 작은 감촉을 생각해낸다. 그것은, 떠날 때 크리스가 내게 쥐어준 것──

팔을 얼굴 앞까지 들어올려, 천천히 손을 연다.

거기에는, 작고 평평하고 둥근 금속 조각이 있었다. 본 적 있는, 작은 배지. 8개의 이니셜이 새겨진, 영광과 좌절의 심볼.

멈춰있던 머리가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 소녀는 이 배지를 “기뻤다”고 말해, 손을 놓았다. 그 말의 의미가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


“……크리스?”


상대도 없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소녀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그녀가 한 말을, 불안과 후회로 굳어진 눈동자를 생각해 낸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심한 말을 했다고 한탄해, 찢어지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잊으라고 말한 그 소녀를 생각해 내, 그리고 이해한다.


“크리스──”


그건 마키세 크리스. “이제 갈게”라고 중얼거려 내 앞에서 떠난 소녀. 그건 틀림없이 내가 알고 있는 마키세 크리스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크리스? 크리스? 크리스?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겨우겨우 일으켜 세웠다.

“괘, 괜찮아, 오카린!?”

내 옆으로 달려온 마유리가 걱정스러운 듯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을 신경 쓰지도 않고, 다리를 질질 끌듯이 해서 걷기 시작한다. 벽에 짚은 손을 버팀목으로 해서,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힘껏 바닥에서 떼어 놓으며 걷는다. 통로로 가, 계단에서 떨어질 것 같은데도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밖에 나와, 근처를 바라보고, 그러나 그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그러니까 나는──




“크리스!!!”




그 이상 없을 정도의 절규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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