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미로의 오카린티나 8화
날이 기울고 있다는데도, 아직 여름 햇볕은 강하다. 콘크리트에서 뿜어 나오는 열은, 도저히 견딜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서──
그러니까 나는 그늘진 장소를 찾아, 거기에 주저앉았다. 접은 양 다리를 양 손으로 모아 안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노력해서 냉정하게 사고를 회전시킨다.
──그래, 나는 생각해 냈다.
그것은, 내 안에서 존재하지 않아야 할 기억.
그, α세계선이라 부르던 장소에서 경험해, 그리고 β세계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없어질 것이었던 기억.
나는 그 모든 것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이해한다.
이것은 모순이라고──
『나는 아직, 존재하고 있어.』
마유리가 죽어버리는 α세계선에서, 내가 사라지는 β세계선으로의 이동. 그 선택을 하고 있지 않던 그 녀석에게, 내가 억지로 택하게 했을 터인, 하나의 해답.
그것을 거쳤을 터인 지금도, 나는 아직 이렇게, 세계의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다. 그 일을 생각해 내, 그것이 어떤 의미를 뜻하고 있는지, 이해해 버렸다.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런, 너무나도 비논리적이고 애매하며 수상쩍은 이야기에, 어쩔 도리 없을 정도로 싸구려 같은 말 앞에, 그 녀석도 나도 이길 수 없었다. 단지 농락되어 하릴없이 정신과 체력을 소모해, 아무런 변함없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채로──그리고 나는 세계에서 사라진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나온 결과일 것이었다.
그러니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내가 이 세계에 존재할 리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런 상황인데도 내 머릿속에는, 그 모순에 대한 의문은 생기지 않는다.
이유는 알고 있다.
“오카베…….”
그래. 그것은 오카베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너를 구할거야”라고 한 남성. 그것이, 오카베였기 때문에.
나를 감싸고 다친 남성. 그것이, 오카베였기 때문에.
그러니까 나는, 모순을 품고 있는 이 세계에, 어떠한 의문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결과는, 분명 오카베가 손에 넣어 준 것──
나는, 이 세계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론도, 여기에 도달할 때까지의 과정도 모른다.
그러니까 물증도 확증도 없는 것은 물론, 입증하는 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의심하지 않는다. 오카베의 마음을, 오카베의 결의를,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혐오스러울 정도로 깨달았을 터인, 완강하고 냉철한 세계의 의사.
그것을 앞에 두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무릎 꿇어, 사람으로서의 정상적인 감각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오카베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카베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데도 오카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세계의 의사를 상대로 무모한 투쟁에 도전했을 것이다.
나를 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에 농락당할 각오를 해서──
그런데도, 나는 말해버렸다.
『이런 기억, 지워버리고 싶어.』
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오카베는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너를 잊도록 하지.』 라고──
랩 문 너머로 들은, 끝을 고하는 작은 목소리를 생각해낸다.
그것은, 내가 기억을 되찾는 계기가 말. 그 말이 귀에 닿은 순간, 내 머릿속은, 노도처럼 넘쳐흐르는 기억으로 가득 찼다.
거리에서 오카베를 찾아냈을 때도, 랩 멤 배지를 보았을 때도, 마유리에 이끌려 랩에 들어갔을 때도, 내 기억은 어렴풋이 흔들렸다. 그렇지만 그 어느 장면에서도, 무언가를 생각해 내는 것에는 이르지 못하고──
다만 한 마디.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그 말이, 나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왜냐면 “잊지 마” 라고 전한 그 말은, “절대로 잊지 마”라고 전해진 그 말은, 사라져 버렸어야 할 내가 바랐던, 오직 하나뿐인 소원.
오카베가 들어줬으면 했던, 오직 하나뿐인 나의 마음.
그리고 오카베가 나를 생각해 준, 오직 하나뿐인 궤적.
『그것을 나는, 내 손으로…….』
후회하고 있다.
랩 문 너머로, 오카베에게 해버린 말.
그것이 오카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말이었는지, 지금이라면 안다.
──나는, 나를 위해 오카베가 도전한 투쟁의 모든 것을, 정면에서 부정했다──
그러니까 그 말을, 그것을 말한 자신을 격렬하게 후회한다.
그리고 경멸한다.
랩 문 저편. 스스로 밀어 연 문 저편에 보인, 오카베의 모습.
무너지듯 주저앉아 있던 오카베에게, 나는 『미안』이라고, 『이제 잊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남겨, 그리고 도망쳤다. 오카베가 준 랩 멤 배지를 놓아두고, 있을 법한 일인가, 도망쳐버렸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허락할 수 없어, 스스로를 힘껏 경멸한다.
『나는 그때, 도망가서는 안 됐는데──』
그렇게 생각한다.
눈앞에 어떤 광경이 벌어졌다고 해도, 도망가서는 안 되었다. 나는 그 장소에 남아, 되찾은 기억과 함께 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멈추지 못할 정도로 흘러넘치는 내 마음을, 오카베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도망쳐버렸다. 그것은──
『무서웠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어.』
문 저편으로 보인 광경. 그것을 본 순간, 나는 격한 공포에 습격당했다.
지금, 이렇게 생각해내는 것만으로도, 격한 떨림이, 몸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올라 온다. 견딜 수가 없다.
내가 본, 오카베의 모습. 거기에서 본, 오카베의 눈동자.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어떤 의사도 가지지 않은 무색의 눈동자. 나는 그런 눈동자를 알고 있었다. 나는 과거에 같은 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서웠다. 오카베가 그런 눈동자를 하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싫어.”
부정하고 싶은 기분이, 떨리는 소리가 되어 입에서 새어 나온다.
언제나 냉정하게 있을 수 있었을 터인 나의 사고. 그 정확하고도 무자비한 톱니바퀴가, 공포에 짓눌리듯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싫어, 오카베.”
내가 본 오카베의 눈동자. 그리고 어린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눈동자. 그 두 눈동자에 대한 기억이 무서워, 나는 눈을 감고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는다.
『이래서야, 파파 때와 같잖아…….』
어릴 무렵의 나는, 모르는 동안에 파파를 깊이 상처 입히고 있었다. 그 결과, 두 번 다시 다가설 수 없을 정도의 도랑을 만들어 버렸다. 그 도랑은 깊어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다가서려고 했는데도──
자신을, 마치 구더기를 보는 듯한 눈초리로 보는, 그런 아버지의 시선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그것과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그런 오카베의 모습을 상상해버린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처 입혀버린 아버지와 아무것도 몰라서 상처 입혀버린 오카베. 이 두 명이 놓인 입장이, 어딘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혹시, 파파처럼, 오카베도 내가 상처 입혀버린 것을 계기로 해서──』
그런 일을 생각해 버린다.
“싫어 오카베……. 그런 건 싫어…….”
넘쳐흐르는 눈물이, 거추장스러웠다.
나는, 떠오르는 상상을 뿌리치듯, 감싸 안은 머리를 격렬하게 흔든다.
머릿속에서, 틀어진 톱니바퀴를 쳐 날려, 큰 소리로 외친다.
“아냐! 오카베는 그렇지 않아! 오카베만은 절대로 달라!”
안다. 알고 있다. 이해하고 있다. 오카베 린타로라는 존재가 그렇지 않은 것을, 나는 경험하고 있다. 그 세계선에서 차고 넘칠 정도로 보아 왔다. 그러니까 나는 오카베 린타로라는 존재에 강하게 끌렸다.
“그런데도, 어째서?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거야!?”
──자신의 잘못 탓으로, 소중한 사람의 자신을 보는 시선이 바뀌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실은 벌써, 바뀌어 버린 게 아닐까?
그렇게 소용돌이치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어떻게 해도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아!? 모르겠어! 모르겠다구!』
구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벌써 구해주었다는데도, 그런데도 나는, 구해주었으면 좋겠다.
돌아오고 싶었다. 평소의 냉정한 자신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그 녀석이 있는 장소로 돌아오고 싶었다.
“사라져!”
한 번 외쳐, 그런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 더 크게 숨을 들이 마신다. 그리고 삼킨 숨을 모두 토해버리듯이──
“내 안에서, 사라져!!!”
나를 보는 오카베를, 오카베가 보는 나를, 그런 모든 것을 믿었던 나의 절규는, 여름의 황혼에 울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