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2화
마유리의 미싱 소리가 랩 안에서 리듬을 탄다.
익숙한 기계음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내 귀를, 기분 좋게 흔들고 있었다.
그런 빠른 박자에 의식을 흔들며, 마유리의 작업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슨 일도,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건가…….”
“무슨 일이든, 즐거운 듯하네, 마유리는…….”
혼잣말할 생각이었던 내 읊조림. 그러나 그것이 들렸던 건지, 크리스가 내 말에 반응을 보였다.
바로 근처에서 주저앉아 있는 크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수여, 너도 그렇게 생각하나?”
“조수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해.”
접은 무릎 위에 올린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거기에 얼굴을 실어 마유리를 보는 크리스. 그 두 눈이, 얼마나 얼이 빠져 있는지.
“하아…….”
또 이런 한숨. 뭐어, 그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한숨만 쉬고 있으면, 늙는다고.”
일단 한마디 해둔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한숨은 스트레스 해소에 높은 효과가 있어. 이건, 뇌과학 상식. 거기에, 스트레스 해소는 젊음의 비결. 그러므로 당신의 이론은 성립하지 않아.”
틀림없이 잔소리 심한 반론을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크리스는 의외로 냉정한 반론을 했다.
『그렇달까, 어떻게 해도 반론되는 건 변함없군,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해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미래 예상도에 왠지 모르게 불안을 느끼고 있자──
“있지, 오카베.”
마유리에게서 눈길을 돌린 크리스가 근처에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야?”
“저기 말야…… 조금 전의 이야기 말인데…….”
그, 어딘지 어조가 불분명한 말투에, 크리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예측해 대답한다.
“알고 있어. 머지않아 제대로 들려줄게. 걱정하지 마.”
그런 나의 말에, 크리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머지않아? 머지않아 라는 건 어떤 거? 지금 당장이 아닌 거야?”
“뭘 초조해 하는 거냐? 그렇달까, 지금 이 상황으로 그런 이야기를 해도, 뭔가 이제 좀 그렇잖아”
“나는 상관없어. 그러니까 들려줘, 오카베.”
“허나 거절한다. 말했잖아? 무슨 일이든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하지만…….”
“괜찮겠어? 내 주관 곳곳에, 『뚜뚜루―☆』가 대량 발생해도? 잊지 마. 지금 저기에서 미싱을 돌리고 있는 건, 타이밍의 산물이라고. 포인트 포인트마다, 정확하게 지적해 올 거라고? 그런데도 좋은 건가?”
내 담담한 어조에 크리스는 “우우~”하고 신음소리를 내고는, “그럼 장소를 바꿔서”라는 대안을 제출했다.
“그니까,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냐?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내일, 돌아가.”
“그렇다고 해도, 서두를 이유는…….”
──거기에서, 내 사고가 멈췄다──
『지금, 크리스가 뭐라고 했어?』
분명하게 들린 크리스의 말에, 벽에 기대고 있었던 등이 조금 떨어졌다.
『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지?』
의미 같은 건 그 말을 들은 순간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을 이해해, 납득하는 것은 망설여져──
“호……호오. 이 랩을 돌아가는 장소라고 하다니, 존경해야 할 랩 멤 정신이구나, 조수여.”
나는 크리스의 말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파탄 투성인 해석을 말해 보기 흉하게 매달린다.
그런 내게, 크리스는 말한다.
“아니야. 미국으로 돌아가.”
담담하게 고하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내가 매달리는 것을 시원스럽게 떼어놓았다.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 말을 가슴 속에서 반복하자, 머릿속이 크게 삐뚤어져가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런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듯, 마음속으로 홀로 중얼거린다.
『바보냐 나는. 이 정도의 일에, 뭘 동요하고 있어.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거잖아.』
그래, 알고 있었던 거다.
언젠가 이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은, 거듭해서 알고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찮고 사소한 문제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던 거다.
엔터키를 눌렀을 때에 비하면──
병원 침대에서, 크리스를 단념했을 때에 비하면──
랩 문 너머로, 크리스를 거부해버렸을 때에 비하면──
처음부터 예정된 크리스의 귀국 같은 건, 대단한 문제도 아니었던 거다. 그럴 터인데──
『너무, 지나치게 갑작스럽……잖아.』
예측하고 있던 예기치 못한 사건에, 마음의 준비가 따라잡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쥘 듯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솟구치는 충동을 억지로 눌러, 떨어졌던 등을 억지로 벽에 꽉 눌렀다.
그리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이야기군.”
“미안. 좀 더 빨리 말했어야 했어.”
“사과할 필요 없어. 네 귀국 같은 건, 애초에 상정 내야. 신경 쓰지 마.”
마음에도 없는 대사를 내뱉는다. 그런 내 말에, 주저앉아 있던 크리스가 작게 어깨를 떨었다.
“내가 돌아간다고 해도, 의외로 냉정하네.”
“상정 내라고 했잖아. 거기다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으면 뭐야? 호들갑스럽게 만류했으면 좋겠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소리를 쥐어 짜 『어디에도 가지 마』라고, 『내 곁에 있어줘』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다.
크리스에게는 크리스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그런 본심을 숨겨, 가벼운 어조로 익살맞은 짓을 해 보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눈동자에 넣고, 크리스는──
“그건…… 곤란하네.”
그렇게 말하고,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마마와의 약속이니까. 지금까지는 무리하게 체재 기간을 연장시켰고.”
“그랬어?”
“그래. 적당하게 이유를 대서. 처음에는, 당신을 찾을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내고 난 후에도, 조금이라도 길게 여기에……그렇게 생각해서.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
크리스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앞에 놓인 부채 대신을 손에 든다.
“왜냐면, 도착했으니까. 그러니까 마마와의 약속도, 여기에서의 생활도 매듭짓지 않으면.”
그것은 크리스가 부채대신 사용하고 있던, 두꺼운 종이 같은 것으로──
『아니, 두꺼운 종이라고 하기에는…….』
두꺼운 종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단순한 종이라고하기에는 묘하게 부풀어 오른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커다란 봉인지에 영어인가 뭔가로 보이는 문자가 모여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신인…… 국제편인 짐? 이런 물건, 랩에는 없었을 건데.』
거기서, 두꺼운 종이라는 것보다는 봉투에 가까운 그것이 크리스의 개인적인 소유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건 뭐야? 외국으로부터 온 소포 같은 건가?”
그 정체를 크리스에게 물어본다.
“어. 전에, 도착했어. ……그렇지만, 내용은 단순한 쓰레기. 불에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이 조금 있을까나.”
“쓰레기……인가.”
“어, 쓰레기. 하지만 이거 말야. 실은 사이언스지에 무리하게 부탁해서 받은 거야. 설마 정말로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조금, 계산 착오일까.”
크리스는 접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도착하지 않았으면, 아직 여기 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일까. 크리스의 그 말이, 묘하게 걸렸다.
“그런 말 하지 마. 사별하는 것도 아니잖아. 기억을 잃는 것도 아니고. 단지, 미국으로 돌아갈 뿐이지?”
낙담하기 시작한 크리스를 위로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동시에 『미국인가……』하고, 그 먼 거리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파일럿도 아니고, 비즈니스맨도 아니고, 스포츠 선수도 아니고, 거기에 돈도 없다. 그런 내게 바다 너머의 장소가 얼마나 먼 곳인가, 상상이 채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말한다.
“외로워지면, 언제라도 말 해. 어쨌든 나는, 마유리를 구하기 위해, 지구 반대쪽까지 간 적도 있어.”
할 수 없는 것은,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미국 같은 건, 옆집과도 다를 바 없어. 언제라도 가 줄게.”
그런 생각으로 옆집에도 가 본 적 없는 내가 분수를 모르는 발언을 한다.
그런 내 말을 듣고 크리스가 고개 숙인 얼굴을 조금이나마 올렸다.
“거짓말이라도, 기뻐. ……조금뿐이지만.”
그리고 크리스는 일어선다.
“한 번, 호텔에 돌아갈게. 밤에 다시 한 번 올 테니까, 그 때에…….”
“알았다. 그 때는 약속대로 모두 이야기 하지. 너를 구해 냈을 때의 내 주관을”
내 말에 크리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느릿느릿, 마치 떨어지지 않는 듯한 발걸음으로 랩 출구로 향한다.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기다려, 크리스.”
그 말에 크리스의 걸음이 멈춘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벽에서 떨어져 랩 구석으로 향했다.
분명, 거기에 있을 것이다. 크리스에게 건네주어야 할 것이, 그 장소에 있을 것이다.
“마유리, 미안하지만, 조금 물러나 줄래?”
미싱과의 격투 삼매경에 빠져 있던 마유리에게 이야기 한다. 눈짐작으로는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말에 마유리는 반응하지 않고, 다만 묵묵히 미싱을 계속 돌려──
“왜 울고 있어, 마유리?”
그 광경에 놀란다. 그리고 내 말을 계기로, 마유리의 어깨가 크게 떨기 시작했다.
“마유시가, 우는 것 따위, 없는 거예요……. 외롭지만, 그렇지만 크리스 쨩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까…… 마유시가 울 리, 없는 거예요…….”
나는 그런 마유리의 말에, “그런가. 고마워, 마유리”하고 대답한다. 분명 마유리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대신 눈물을 흘려주고 있던 게 아닐까──같은, 두서없는 것을 생각해 버린다. 그러자──
“오카린이 찾는 거, 이거……일까?”
마유리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손을 뻗었다. 손을 펴자, 거기에는 금속제의 작은 인형이. 마유리의 손에 메탈 우-파가 실려 있었다.
“마유시는 잘 모르겠지만, 오카린. 메탈 우-파는 크리스 쨩이 가지고 있는 편이, 좋은 거지?”
나는 마유리의 그 말에 조용히 수긍한다. 그리고 살그머니 마유리의 손에서 작은 둥근 인형을 잡아서──
“약속의 증거다. 가지고 가.”
그렇게 말해, 마유리에게서 받은 메탈 우-파를 크리스를 향해 가볍게 던진다.
은빛 마음이 랩 공간에 한 줄기 궤적을 그렸다.
“나이스 캐치다, 조수여.”
엄지를 세운 주먹을 크리스를 향해 내밀어 보인다.
“괜찮아……?”
“아아. 네가 가지고 있으면 좋겠어.”
“……너무 폼 잡네. 오카베 주제에.”
크리스의 말에 무심코 쓴 웃음이 떠오른다.
그리고 크리스는 마유리에게 “고마워”라고 하고, 내게 “그럼 이따……”라는 말을 남겨, 랩 문에서 자취를 감췄다.
나는 그런 크리스의 뒷모습을 보며, 미싱을 앞에 두고 굵은 눈물을 계속 흘리는 마유리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