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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 오카린티나 시리즈

オカリンティーナ


원작 |

역자 | 크로센

* ​귀​향​(​帰​郷​)​:​고​향​(​故​鄕​)​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
* ​미​아​(​迷​子​)​:​길​이​나​ 돌아갈 곳을 잃고 헤매는 아이

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1화


​​
그 길었던 여름도, 정신 차려보면 끝자락에 다가서고 있었다.

9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달력상으로는 벌써 가을이라고 해도 지장 없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시원한 바람이 불어도 좋을 때지만──

『더워.』

유감스럽게도, 이 비좁고 답답한 랩 안은 아직도 수그러들 줄 모르는 의욕 만만한 늦더위에 유린되고 있었다.

나는 비져나오는 이마의 땀을 백의의 소매로 닦으며 크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열기가 피어오르는 랩 한 구석. 소파에 앉은 크리스는 아까부터 테이블 위를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무릎 위에 있는 우-파 쿠션이 쓸데없이 숨 막힐 듯 더워 보여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어때, 조수여. 이걸로 내 설명은 대충 끝난 거지만…….”

확인하는 의미로, 말끝에 “이해할 수 있었어?” 하고 덧붙인다. 그러자 크리스가 얼굴을 들어 나를 보았다.

“당연히, 이해할 수 있어. 이해할 수는 있는데…….”

“할 수는 있는데, 뭐야?”

“솔직히, 갑자기 믿기는 좀 그런 이야기네…… 라든지, 생각하고 있어.”

크리스는 어딘가 회의적으로 보이는 눈동자를 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결국 삶아지는 듯한 더위에 못 이겼는지, 무릎 위에 안고 있던 우-파 쿠션을 옆으로 치워, 대신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두꺼운 종이 같은 것을 손에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터무니없이 덥네. 오카베, 빨리 선풍기, 고쳐.”

그런 소릴 하면서, 조금이라도 시원해지기 위해 손에 든 종이를 부채처럼 부치기 시작했다.

그런 크리스에게 말한다.

“유감이다만, 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지 수리공이 아니야. 시원해지고 싶으면 스스로 어떻게든 하는 게 어때?”

“그걸 할 수 있으면, 하고 있어.”

마치 시시한 문답이라도 하듯, 크리스는 무뚝뚝한 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 크리스를 보며 물어본다.

“그래서, 내 이야기의 어디가 믿기 어렵다는 거지?”

갑자기 되돌려진 회화 내용에 크리스의 반응이 미미하게 늦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내가 물어 본 의미를 알아채 곧바로 대답을 돌려준다.

“어디냐고 묻는다면, 전체적으로. 억지로 고르라고 하면…… 그러네. 역시 이걸까…….”

크리스는 다시 시선을 테이블 위로 되돌렸다.

“뭐라고 했더라. 메탈 우-파던가? 그런 장난감 하나가 세계 대전의 유무를 좌우한다는 이야기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거야. 과연 너무 엉뚱해서──”

“그럴 리 없잖아.”

아직도 계속 될 것 같은 크리스의 반대의견. 그것을 막듯이 목소리를 낸다.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일어난다. 나비 효과라는 건, 원래 그런 거겠지?”

“그건 아무튼, ​그​렇​지​만​서​도​…​…​.​”​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헤아렸는지, 크리스의 대답은 어딘지 불투명했다. 그러나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작은 사건이, 후에 예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사태로 발전한다──


그것이 나비 효과라고, 이전에 내게 설명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크리스 자신이다.

마치 그 일을 증명하듯, 내 말을 들은 크리스는 테이블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금속제 완구를 응시하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당분간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오카베가 말하는 대로일지도.”

혼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잇는다.

“작은 일을 계기로 해서, 그 후에 생각지도 못한 전개가 일어난다. 확실히 나비 효과라고 해도 지장이 없는 듯한 현상이, 지금까지 몇 번이나 관측되어 왔고…….”

관측.
아마 크리스가 말한 것은 스스로 되찾은 기억이나 내게서 들었던 이야기 등에 포함된, 그 3주간의 사건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 것이다.

확실히 나는 그 지나가버린 3주 동안 『나비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듯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경험해 왔다.
단지 한 통의 메일을 계기로, 한 소년의 성별을 바꾸고 아키하바라를 없애, 미래의 작은 암살자를 초래하고, 또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그런 체험을, 이 몸에 싫을 정도로 새겨 왔다.

그리고 크리스 또한, 그 지나가버린 영원한 3주간의 기억을 생각해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의 기억에는 D 메일에 의한 과거 개변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지만…….』

크리스가 되찾은 기억은 리딩 슈타이너를 갖추고 있는 나 정도로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α세계선에서 크리스가 가지고 있던 최종적인 기억』에 머물러 있어, 걸핏하면 지워왔던 D 메일에 관련된 기억은 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스즈하가 다루의 딸로 미래인이거나──
페이리스의 파파가 살아 있거나──
루카코가 여자이거나──

하는 등의 정보에 관해서는, α세계선에 대해 내가 알기 쉽게 들려준 것 이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크리스 자신은 그토록 기상천외한 일을 경험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 이야기가 완전히 황당무계한 것이라고 웃어버리는 일 따위──

“으~응, 그렇지만, 오카베가 말하니까. 역시 신빙성이 걸린다고 할까, 뭐라고 할까.”

걸리는 건 정보 출처의 신빙성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의심 많은 녀석! 나는 직접 이 눈으로,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을 확인해 왔다. 그런데도 그걸 의심한다고 하려는 건가?”

소리를 높여 주장한다. 그리고 양 손으로 힘차게 뻗어, 걸쳐 입은 백의를 크게 펄럭이는 채로 외친다.

“가련하구나! 믿는 마음을 잊어버린 과학자, 크리스티나여!”

“이상한 직함 붙이지 마! 그리고 티나가 아니라고 몇 번 말해!”

재깍 걸려오는 크리스의 딴죽. 익숙한 대화.

그것은, 한 번은 단념하고 한 번은 거절했을 터인, 줄곧 애태워왔던 일상 풍경. 나의 보답 받은, 내가 바랐던 세계. 고민해, 헤매어, 그리고 마지막에 선택한 랩 멤으로서의 크리스가 있는, 지금.

그런 세계를 이 눈에 새겨 넣으며──

『역시, 이걸로 좋았던 거야.』

같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크리스의 방금 전 발언 내용을 무시하고 소리를 지른다.

“흐음, 솔직하지 않구나 크리스티나여! 믿고 싶지? 본심으로는, 이 나를 믿고 싶어서 어쩔 수 없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자아, 맹목적인 양처럼 믿는 게 좋다!”

그런 내 모습을 눈을 치켜뜨고 보는 크리스의 시선은 어딘가 서늘했다.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돼. 당신의 언어 해석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흥. 최상의 칭찬이라고 받아들여주마! 후우―하하하!”

야유 받으면서도 가슴을 펴고 크게 웃는다. 그런 내 모습에 크리스는 기가 막힌 듯한 얼굴을 하고──

“아아 정말, 무슨 말을 해도 쓸데없네. 알았습니다, 믿습니다. 믿으니까, 그 숨 막힐 듯 더운 캐릭터 설정은 봉인해 줘. 그러지 않아도, 여기는 찌는 듯이 더우니까.”

라고 말하며 소파에 몸을 젖혀 종이를 흔드는 손을 좀 더 빨리 한다.

건방진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실례의 끝을 모르는 조수다.

『설마, 내 안에 살아 숨쉬는 『호오인 쿄우마』를, 난방기구 비슷한 뭔가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지만 크리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지금의 랩 안에서 호오인 쿄우마 모드의 체력소비는 너무나도 크다.

“후, 어쩔 수 없군. 오늘은 이 정도로 해 두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양쪽으로 뻗고 있던 손을 거두어,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는다. 그러자──


“고마워”


생각지도 못한 인사가, 크리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말에 나는 조금 놀라, 그리고 동시에 상처 받았다.

“어, 어이. 그만두는 것만으로 인사 받을 정도로,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미움 받고 있는 건가?”

어쩐지 허둥지둥하는 내 물음에, 크리스는 한 순간 멍청한 얼굴을 하다가──

“뭘 착각하고 있어. 딱히, 그 일에 대해서 인사한 게 아니야.”

“……?”

“나는 이것에 대해서, 인사한 거야.”

크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테이블에 내려놓아, 그 대신 작은 금속제 인형을 가녀린 손끝으로 집어 올렸다.

“당신이 이걸 처리해 줬기 때문에 나도, 내가 쓴 논문도, 그리고 파파도──”


──개전의 주범이 되지 않고 끝났어──


약간 눈을 내리뜨며 그렇게 말하고, 집어든 인형을 양 손으로 감싼다.

소파에 자리 잡아 몸을 움츠리는 크리스. 그 모습을 보고 묻는다.

“그건 즉, 내 이야기를 전면적으로 믿고 이해했다……고 해도 좋은 건가?”

내 질문에 크리스는 약간 숙인 채로 미미하게 끄덕여보였다.

그 행동을 보고, 크리스가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갑자기 알려달라고 했을 때는, 과연 놀랐지만……』

하지만 그런데도 눈앞의 크리스의 모습에, 길고 긴 『호오인 쿄우마의 무용담』에 대해 들려준 제대로 의미가 있던 것을 알아──

『아무튼, 결과는 최상인가』

하고 작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일의 발단은, 오늘 정오 지나서였다.

다루가 단골 메이드 카페로 여행을 떠나, 마유리가 코스프레 동료의 긴급 요청에 따라 출동한 오후.
랩 안에 나와 둘이가 되자마자, 크리스는 화제를 꺼냈다.


──나를 도왔을 때의 일. 자세히 듣고 싶어──


평소와 다르게 진지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깊은 생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눈동자. 그런 눈동자로 나를 보며 확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크리스가 다시 랩 멤으로 돌아가 꽃피운, 그 날.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크리스와 기적적인 재회를 완수해, 우여곡절 끝에 결과적으로 크리스가 기억을 되찾은, 그 일련의 사건.


그 후로, 이미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 며칠간 그 화제를 한 마디도 꺼내지 않던 크리스가, 갑자기 생각해 낸 듯 그런 질문을 내게 던져왔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조금이지만 놀랐다.

그렇다 해도, 놀라기는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한 성과다, 음.』

크리스 앞에서 펼친 논리 정연한 정보전달. 그 솜씨에 나로서도 그런 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크리스에게, 그 때의 사건이 정확히 전달되고 있다──

지금은 그것을 솔직하게 기뻐하려 한다.


──이 세계는, 크리스를 배제하려 하지 않아──


그 사실을 크리스가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나쁜 일이 아니니까.

그런 생각으로 자기 회상과 감상에 잠겨 있자──

“그런데, 오카베…….”

크리스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되돌렸다.

“아아 응, 뭐야?”

다소 멍한 대답을 하자, 크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내 견해로는…… 사실, 조금 전 이야기……조금, 설명이 부족한 곳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어쩐지, 입에 뭔가를 물고 있는 듯한, 확실하지 않은 어조. 크리스로서는 드물다고 생각했다. 나는 되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직 뭔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건가?”

“……뭐어, 그 비슷한 건데.”

역시 어딘가 분명하지 않은 어조다. 그런 크리스의 태도가 미심쩍었다.

“어디야? β세계선에서 이 세계선으로 오는 과정인가?”

“……그건 이해했어.”

“그럼, 제 3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거기는 이제, 충분.”

“그렇다면, 네가 알지 못하는 스즈하가 시간 여행자였던 일이라든지, 미래의 다루가 타임머신을 만든 일이라든지, 그 근처 흐름에 대해서인가?”

“그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할까 『모르는』게 아니야. 그 부분은, 『오카베에게 들었다』는 기억만은 있으니까…….”

크리스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그 의도를 모르겠다. 적어도, 얼굴을 이쪽으로 향해 준다면, 그 심정만이라도 읽어낼 수는 있지만.

그러나 크리스는 소파에서 몸을 움츠린 채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로, 어쩔 수 없이 계속 묻는다.

“그러면 뭐야? 대체 뭐가──”

그렇게 따지는 듯한 내 말을──

“주관.”

크리스의 가냘픈 목소리가 차단했다.

작게 울리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관​─​─​주​관​(​主​観​)​?​”​

나의 그 말에, 크리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도 그 시선은 작은 인형을 양 손으로 감싸 쥔 그대로다. 그러니까 나는 크리스의 심경을 읽는 것을──

『귀까지, 새빨갛습니다만.』

놀랐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얼핏 보이는, 작고 사랑스런 크리스의 귀. 그것이, 본 적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이건 대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 채로 동요한다. 그때 갑작스럽게 크리스의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우오!?』

나의 동요가, 낭패로 클래스 체인지 했다.

새빨갛다. 빨간 얼굴, 이라는 간단한 게 아니다. 뭔가 벌써, 당장이라도 열로 얼굴이 녹아버릴 만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크리스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작게 입술을 떨면서 끊어질 듯한 가냘픈 소리로, 소리를 자아내기 시작한다.

“당신의 이야기 속에, 오카베 린타로의 주관이…… 없었어.”

“미, 미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당장 폭발할 것 같은 정도로 물드는 크리스.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정직한 감상을 고한다.

“모른다고…… 말하지 마. ​알​아​채​라​구​…​…​바​보​.​”​

“알아채라고, 말해도.”

“그러니까!”

크리스의 말투가, 한 순간 강해진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또 작은 속삭임으로 되돌아가──

“당신의 심정이랄까…… 뭐라고 할까, 그런 부분을…… 듣지 않았어.”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스의 눈동자에, 내 심장이 크게 뛴다.
얼굴을 붉게 물들여 부끄러운 듯 꼼지락꼼지락하는, 그 모습. 그것을 보고, 크리스를 따라 내 얼굴까지 빨개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내 귀에 크리스의 목소리가 작게 와 닿았다.

“오카베…… 또다시 세계선에 도전했지? ……어째서야?”

수줍음을 숨길 생각으로, 나는 순간적으로 대답한다.

“어째서라고 해도, 조금 전에 설명한 것처럼, 세계 대전 회피를…….”

“거짓말. 그것뿐이 아닌……거지?”

“아니, 거짓말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러면…… 정말로, 그 뿐이야? 그뿐이었던 거야?”

크리스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그 뿐』일 리가, 없다. 하지만──

“그건…….”

한 번 막힌 말은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나의 끝이 잘린 말은 찌는 듯이 더운 랩 안으로 녹아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똑바로 내게 향해진 크리스의 눈동자가, 조금씩 물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 광경에 나는 뒷걸음질 쳐 버린다.

“아, 아무것도 울만한 일은.”

“아직 울지 않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내 말을 부정하는 크리스를 보며, 깨닫는다.


──나라는 남자는, 또 다시, 저지를 뻔 했던가──


방금 전 크리스가 지적한 것. 설명 속에 내 주관이 없다는 말. 그것은 올발랐다.
왜냐면, 나는 일부러 설명 속에 내 마음──크리스가 말하는 나의 주관을 담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스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
세계 대전의 회피 따위, 단순한 덤이라는 마음.
50억 명 이상의 생명과 크리스 한 명의 존재를 저울질 해, 크리스의 무게로 50억 명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그런 마음.

나는 그런 마음 모두를 생략하고, 크리스에게 설명했다.
왜, 그런 답답한 일을 했냐고? 그거야 당연하잖아.

『그런 것, 왠지 부끄럽다고!』

결국은, 시시한 프라이드로부터 오는 수치심이 원인이었다.

크리스가 물어봐 오기까지의, 이 며칠간.
그것은 내게 크리스와의 거리감을 생각나게 하고, 그리고 그 솟구치는 마음을 전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철은 뜨거울 때 두드리라는 말은, 괜한 게 아니야.』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천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마키세 크리스.
그런 소녀에게 자신의 주관을 빼고, 그런데도 논파되지 않도록 반복해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온 자신의 행동을 비웃는다. 일주일간의 시간을 그런 어쩔 수 없는 일에 소비해 온 자신을, 『바보냐』하고 매도한다.

나는 한 번, 크리스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이제 두 번 다시, 말도 안 되는 독선적인 행동으로 크리스의 마음을 짓밟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아직 철은 식지 않았을 터.』

눈앞의 크리스가 아직 열을 띠고 있다고 믿어──

“크리스.”

이름을 불러, 크리스의 몸을 가볍게 껴안았다.

“!?”

갑작스러운 일에 크리스가 놀라 소리 높인다. 메탈 우-파가 크리스의 손을 빠져 나가 마루를 두드렸다.

나는 랩 구석으로 굴러가는 공처럼 둥근 모뉴먼트를 시선으로 쫓으며 크리스의 귓가에 속삭인다.

“미안해. 제대로, 말했어야 했는데.”

크리스의 숨결이 귓가에 들리고, 크리스의 고동이 조금씩 전해진다.

그런 감각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말한다. 한 마디 한 마디를, 확실하게 명확하게, 크리스에게 전하듯이, 말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과거로 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구했는지, 모두 들려줄게. 그러니까──”


──들어 줄래?


내가 전한 그 말에, 크리스의 가는 어깨가 작게 꿈틀댔다.

“알았어…… 들을게. 그러니까…… 이제 놔, ​B​Y​E​O​N​T​A​E​.​”​

작은 대답이, 내 귀에 닿았다.

그 말을 따르듯 크리스를 감쌌던 양 손을 풀어, 봉인을 푼다.

개방된 크리스는, 잠깐의 사이를 두고, 내 몸에서 떨어져──

“저기, 크리스 씨? 놓으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놓​았​습​니​다​만​…​…​.​”​

“아, 알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지금 떨어질 거니까!”

그러나 그 말과는 정반대로, 크리스는 내 몸에 들러붙은 채로, 몸을 밍기적밍기적 하고 있을 뿐. 기다려도 기다려도, 전혀 나와 떨어질 기색은 없다.

​“​저​…​…​저​기​…​…​.​”​

“시끄러, 아무 말도 하지 마! 알았다고 했잖아!”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내 소리를, 크리스가 쾅 하고 되받아쳤다. 그리고 밀착한 상태로, 계속 머뭇머뭇 움직인다.

『이……이건 어느 의미, 쌓였다고 하는──』

하고, 나는 내가 놓인 상황을, 환희하면서 한탄했다. 그 때──

“뚜뚜루―☆ 다녀왔습니다~.”

그 순간, 크리스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내게서 날아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일은 제쳐두고, 『전광석화』라는 말을 눈앞에서 체험한 감동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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