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6화
작게 울리는 소리에, 얇은 눈꺼풀을 올린다.
눈에 비치는 광경을 잠에 취한 머리로 식별해간다. 아직 어슴푸레한 랩 안. 이미 완전히 친숙한 모습에 느긋하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므, 조수잖아…….』
그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다. 평소에 입는 개조 교복 위에 애용하는 백의를 입은, 과학자로서 자연스럽고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
나는 그런 크리스의 등을 반쯤 열린 눈으로 뒤쫓으며 생각한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동이 튼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창으로부터 비춰드는 햇볕은 적다. 암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랩 내의 광원이 부족한 것은 명백하다.
크리스는 그렇게 어슴푸레한 랩 안을 조명도 켜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고 있다.
조금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선반이나 책상이나 난잡하게 쌓아 올린 짐에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잠시 후 또 걷기 시작한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뭔가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크리스의 행동. 그 모습을 눈으로 쫓으면서 작은 의문이 싹텄다.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달라』라든지 『모르겠어』라든지 『무의미해』라는 혼잣말이, 싹튼 의문을 키운다.
『직접 묻는 게 빠르겠는데.』
그렇게 생각해 누워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소파가 작게 삐걱거리며 소리를 냈다.
“뭘 하고 있는 거가, 조수여?”
백의를 입은 가녀린 등 뒤를 향해 조용히 물어본다. 그러자 크리스의 어깨가 놀란 듯 작게 움찔했다.
“아…… 오카베, 일으켜 버렸어?”
당황한 모습으로 뒤돌아보는 크리스. 그 억지로 만든 미소 속에, 크게 낭패한 듯한 기색을 감지한다.
“무슨 일이야? 랩에 왔으면 일으키면 되잖아.”
“아, 응. 그치만, 잘 자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크리스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어조가 좋지 않은 듯한 말. 그것은 마치 뭔가 꺼림칙한 일이라도 한 듯한 말투로──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뭔가, 찾고 있었어?”
“아니, 꼭 그런 것만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내 말에, 크리스자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말끝이 흐려진다.
“변함없이 거짓말이 서투르군. 뭔가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직접 말하면 되잖아.”
“별로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든가…….”
역시 말투가 뚜렷하지 않다. 분명히 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굳이 그 일에 대해서 캐물으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섣불리 캐물어버리면, 완고한 크리스가 상대인 만큼 무의미한 입씨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솔직히, 거기에 시간을 할애할 장면은 아니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어제 라디관 옥상에서 단단히 굳힌 결의를 불러일으킨다.
『지금부터 크리스에게 모든 것을 전하자. 그리고 크리스의 귀국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돼.』
그것이야말로 현재 상황에 있어서, 최대 중요 항목이었다.
재발한 리딩 슈타이너.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나카바치.
정체를 모르는 세계선의 미래.
머리에서 피어나는 의문은 넘칠 정도다. 하지만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내게서 떨어져가려 하고 있는 크리스다.
『그 외의 일은 일단 뒷전이지.』
머릿속에 남은 몇몇 의심을 뿌리쳐, 소파에서 일어선다.
“잘 왔어, 크리스. 그럼, 약속대로──”
말하기 시작한 이야기의 후반을 짐작했는지, 크리스가 손바닥을 내밀어, 계속해야 하는 말에 잠깐 하고 외쳤다.
“미안, 오카베. 그 이야기는 다음에.”
크리스의 말에, 나는 눈썹을 조금 올렸다.
“다음이라니 너…… 오늘,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어?”
“어, 그러니까, 그 일에 관해서인데…… 일단, 보류되었어.”
그 말의 뜻에 당황한다.
“보류?”
“그래, 보류. 아직 당분간은, 돌아가지 않아.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다음에 들으려고 생각하는데…… 안될까?”
“아니, 딱히 안 된다는 건 아닌데…….”
상황을 채 파악하지 못하고, 내 말투까지 흐려진다.
모친과의 약속이라며, 매듭짓지 않으면 하고, 만류하면 곤란하다며, 어제 그렇게 말했던 크리스. 나는 그 말에 강한 결의를 느꼈다.
그러니까 그것을 만류해 멈추려는 나도, 강한 결의를 가지고 크리스에게 말하려고 했다.
그렇다는데──
『크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
불과 하루 사이에 너무나도 크게 바뀐 크리스의 결의.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내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크리스가 지금부터 당분간 일본에 머문다고 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들뜬다.
“그럼, 얼마 동안 일본에 있을 수 있지?”
“어떨까.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10일 정도는…….”
『아마……?』
역시, 어딘가 평소의 크리스답지 않다. 짧은 대화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 들떠가던 마음이 다시 땅에 발을 붙인다.
『크리스는 아마라는 어중간한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크리스의 입으로부터 그런 애매한 표현을 들은 적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정말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 뿐……인 건가?』
하고 생각하지만──
어슴푸레한 랩 안에서, 불을 켜지도 않고 뭔가 찾고 있던 크리스.
내 소리에 놀라 뒤돌아본, 낭패를 채 숨기지 못한 크리스.
눈앞에 있는 크리스의, 그런 소행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무슨 일이야, 오카베. 갑자기 잠자코 있고? 그러고 보니, 내 귀국이 미뤄진 게 상당히 기쁜가보네. 적중이지?”
어딘가 조롱하는 것 같은 크리스의 말에, 마음이 담기지 않은 대답을 돌려준다.
“어어, 그래.”
“어, 그니까…… 그 대답은, 저기, 너무 스트레이트하잖아. 이, 이상한 착각 해버린다구…….”
크리스의 말이 귀에서 빠져 나가지만, 그다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맞장구만은 잊지 않는다.
“어어, 그래도 딱히 상관없어.”
“후에? 오카베, 그건, 어떤…….”
어제까지의 말을 바꿔, 갑자기 귀국을 취소한 크리스.
억지로라도 추측을 세워본다면, 크리스의 변심의 원인. 그건 아마 어젯밤, 크리스가 나와의 약속을 취소해서까지──
『아아, 그러고 보면…….』
거기까지 생각해, 문득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나카바치의 일이 있었군. 크리스의 이상한 언동은, 그것과 관련되어 있는 건가?』
그렇게 중요한 일에 생각이 미치지 않다니, 아무래도 아직, 조금 잠에 취해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둔한 두뇌를 각성시키려고 가볍게 머리를 흔들면서 크리스에게──
“무슨 일이지, 조수여? 어째서 붉어지고 있어?”
“다, 당신이 이상한 말을…….”
“아무튼 됐어. 그보다도, 너의 체재 연기는 혹시 나카바치 교수 관련인 건가?”
“됐을 리 없잖아! ……랄까, 파파? 파파가 왜?”
나카바치의 이름을 말하자, 크리스가 멍한 눈을 했다.
“아니, 너 모를 리가 없잖아? 나카바치 교수에게 국적이 수여된 거……”
“뭐야 그거, 거짓말…….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어.”
“들은 적 없다니, 뉴스에서도 다루고 있는데…… 랄까, 정말로 몰라?”
“에, 그러니까, 어제부터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보지 않았으니까…….”
우물거리는 크리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내 잠에 취한 머릿속이 성대하게 뒤섞인다.
『크리스의 기묘한 언동은, 나카바치와 관련 없는 건가?』
간신히 보여 온 하나의 해답 같았던 것은, 아무래도 완전히 번지수가 달랐던 것 같다.
“파파가……러시아 국적…….”
조금 크리스의 안색이 새파래진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으로부터 정말로 금시초문이었던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작게 입술을 떨고 있는 크리스. 역시, 저런 아버지라고 해도, 다른 나라의 인간이 되어버리면 그 나름대로 동요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크리스를 보기 힘든 듯이──
“어쩔 수 없군. 다루의 말로는, 야후 톱 페이지에 실려 있었던 것 같으니 아직 과거 기사로 볼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해 크리스의 옆을 지나 PC 앞으로 향한다. 그러자──
“……됐어.”
크리스가 작은 소리와 함께 내 팔을 잡아 만류했다.
“됐다니 너, 아버지의…….”
“오카베, 됐으니까. 나, 지금……그럴 때가 아니니까…….”
『──그럴 때가 아니다?』
그 말에 혼란이 격해진다.
자신의 아버지가 뭔가 터무니없는 상황이 된 것을, 『그럴 때』라고 단언한 크리스. 무심코 귀를 의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아니, 하지만…….”
“나는…… 괜찮으니까.”
“크리스, 너, 무슨 소릴 하는──”
나오는 말을 삼킨다.
내 팔을 잡은 가녀린 손을 떠는, 내리뜬 눈동자가 너무나도 애처롭게 내 눈에 비친다.
어떻게 해도 『괜찮아』라는 크리스의 말에 털끝만큼의 신빙성도 찾아낼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을 느낀다.
“어이, 무슨 생각 하는 거야, 크리스.”
크리스의 양 어깨를 힘주어 잡고, 정면에서 크리스의 얼굴을 응시했다.
“너, 뭔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건 아니겠지?”
똑바로 크리스를 본다. 작은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게 눈도 깜박이지 않고 시선을 향한다.
그런 내 앞에서, 크리스는 시선을 허공에 두고──
“오카베. 하나만, 가르쳐 줬으면 좋겠어.”
벗어났던 시선이 돌아와, 크리스의 눈동자에 내 표정이 비친다.
그 강한 의지를 느끼는 눈동자에, 거기에 비친 내 자신의 비장감 넘치는 얼굴에, 날카롭게 숨을 집어 삼킨다.
“……질문하고 있는 건 나야.”
“안 돼.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어. 그렇지만 대답했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거기에는, 지금까지 말투가 또렷하지 않았던 크리스의 모습은 조금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에 여느 때처럼──아니, 여느 때 이상으로 강한 빛을 품은 크리스의 눈이 있었다.
나는 크리스로부터 발해진 유무를 말하게 하지 않는 강한 뭔가에 의해, 다음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카베, 그 때……어제, 당신에게서 전화가 오기 조금 전에…….”
──세계선은 이동한 거지?──
크리스의 그 말에, 내 얼굴이 놀란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크리스는 리딩 슈타이너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세계선의 이동을 자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는데──
“너, 어떻게 그걸……?”
있을 수 없는 말을 들었기에 조금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런 내게 크리스가 몸을 기대듯 가까워져 소리를 쥐어짜듯이 말한다.
“그래, 역시”
크리스는 내 동요를 해답으로 이해해 한번 크게 얼굴을 숙인다. 그리고 어깨를 떨면서 얼굴을 올려──
『누……눈물……?』
크리스는 울고 있었다. 단정한 얼굴을 쭈글쭈글 일그러뜨리면서도 입가에 웃음을 띠어 미소 짓고 있었다.
“다행이야…… 오카베, 다행이야…… 정말로…… 정말로…….”
──세계선이 이동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크리스의 오열 섞인 말. 나는 그것을 들으며,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