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12화
제 3자가 손에 넣은 과거 개변 능력을 사용해 과거를 개변했다.
“확실히, 이런 생각을 계속 해봤자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크리스의 목소리가 내 불안을 돋우기 시작했다.
오리무중. 암중모색.
생각하는 방향성도, 붙잡아야 할 희미한 가능성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진전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올바르다. 그런 상황에, 잊고 있던 조바심이 작게 연기를 피우기 시작한다.
『이대로 이틀 후를 맞이해 버리면…….』
나도 모르게 불쾌한 상상이 뇌리를 지나치자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뿌리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대로 손 놓고 있으라는 건가?”
“아직 생각할 여지는 있을 거야. 그러니까 초조해 하지 마, 오카베.”
이런 상황에서, 초조해하지 않고 있을 수 있겠냐. 만약 이대로 어떠한 진전도 없이, 이틀 후에 내가 죽어버리면──
『크리스의 앞으로의 인생이, 엉망이 되어버리잖아.』
내가 죽으면 분명 크리스는 반복한다. 여기에 있는 크리스도 분명, 타임머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머지 인생을 헛되이 한다.
만약 내가 그 의사를 거부한다 해도, 크리스가 그것을 단념한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어.』
자신의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경황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머릿속에 그런 사명감 같은 것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생각해. 생각해라.』
문제 해결의 실마리. 존재조차 의심스러운 그 계기를 찾아 사고를 회전시킨다.
『관측자인 나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대답에 근접한 입장이겠지. 그렇다면 나 밖에 모르는 일도 분명 있을 터. 거기에 해답이 있을지도 몰라.』
머릿속에서 모든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라디관에서 크리스와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기억. 그것을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이 상황과 대조한다.
『과거 개변은 있었어. 하지만 그것은 제 3자의 손에 의한 게 아냐. 즉, D 메일처럼 의도적인 과거 조작이 행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가정했을 경우, 과거 개변의 원인은 뭐지?』
크리스가 부정한 『제 3자의 과거 개변』. 그것을 발판삼아, 『그 외』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전화 렌지는 없다. D 메일도 없다. 거기에 바뀐 것도 없다. 전제되어야 할 가정을 정해 눈앞의 사실을 필사적으로 분석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개변은 일어났다. 설마,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건가? 아니──그럴 리 없어』
다루가 말한 대로 아무 것도 없다면 과거 개변 따위 일어날 리 없다. 그야말로 우주가 품고 있는 법칙마저 뒤집힐 수 있다.
『바보 같은 생각이군.』
그래, 우주의 법칙은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어느 세계선에서도, 기본적인 룰은 변함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야말로 예상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서──
──심각한 문제──
머리 한 구석에서, 뭔가가 걸렸다.
어디선가, 같은 말을 누군가로부터 들은 것 같았다.
지금과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반드시 피해』라고 들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확실히…….』
방금 전에 들춰냈던 기억을 찾아다닌 끝에, 곧바로 목적으로 했던 것에 생각이 미친다.
──자기 자신과의 접촉은 반드시 피하세요. 심각한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스즈하의 말. 과거로 향하는 타임머신 안에서 스즈하에게 내게 한 주의를 촉구하던 한마디.
『타임 패러독스……. 라니 어이 어이, 뭘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나는.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인데, 왠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이…….』
타임 패러독스. 즉, 시간적 개념의 모순. 그것은 너무 중2병 설정 같은 망상.
『실제로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현상이라고? 도저히──』
──저건 단순한 페이크 정보──
또 다시 타임머신 안에서 들은 스즈하의 말이 머릿속에 울린다.
스즈하는 2000년에 존・타이타로서 『타임 패러독스는 없다』고 선언해, 그리고 『없다』는 정보 자체를 『페이크』라고 했다.
『즉, 타임 패러독스는 일어날 수 있다……는 건가.』
몇 번이나 말하지만 바보 같은 상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망상처럼 보이는 것이 내 사고에 파문을 일으킨다.
『크흐. 완전 바보 같군, 나는. 이런 상황이라는데 아직도 나쁜 병을 억제하지 못하다니.』
스스로의 생각에 기가 막혀 무심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을 침식하는, 세상에서 중2병이라 불리는 증세.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얼굴을 내미는, 그 왕성함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싶어진다.
그런 내 모습을 알아차린 스즈하가 내게 시선을 보내 왔다.
“무슨 일이야?”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시시한 망상에 잠겨 있었을 뿐이야.”
“헤에. 여유 있네. 어느 의미, 거물이구나 너는.”
스즈하의 말에 나는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나는 그런 어마어마한 게 아냐. 이건 단순한 현실도피 같은 거다.”
스스로가 말해놓고 싫어진다.
『이 시기에 이르러도 아직 현실을 직시할 수 없다는 건가?』
이래서는 너무나도 다르지 않은가.
그때 본, 역으로 사라지는 크리스의 뒷모습. 거기에 보인 각오의 위대함을 통감한다. 그 때──
“있지, 오카린. 그건 어떤 망상이었어?”
갑작스런 마유리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던 자기혐오가 머리를 움츠렸다.
“듣고 있었어, 마유리?”
어느 샌가 내 바로 근처에 서 있던 소꿉친구 소녀에게 놀라움을 숨기고 물어본다.
“응. 그래서 오카린은 뭘 생각하고 있던 거야? 마유시는 알고 싶은 거예요.”
그런 마유리의 발언을 우연히 들어, 다루까지 내 옆으로 걸어왔다.
“뭥미? 오카린, 뭔가 생각났음여?”
“아니, 생각난 게 아니고, 단순한 시시한 망상을…….”
“뭐임, 평소의 병이잖음. 기대해서 손해봤삼.”
한숨을 섞어 중얼거리는 다루.
“미안하구만. 어차피 나는 기대 이하의 남자야.”
가볍게 흘겨보며 내뱉는다.
“오오? 오카린, 드디어 자신에 대해 이해한 겅미? 굉장함. 버전 업 왔다―! 오카링 Ver3.65임여!”
다루의 과장된 말에 나도 모르게 조금 뿜었다.
“정말이지, 어디까지나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녀석.”
욕하면서도, 『신경 쓰이게 하지 마』하고 생각해, 동료들에게 그런 태도를 취하게 해 버린 자신의 행동을 마음속에서부터 반성했다.
『지금은 시시한 자기혐오에 신경 쓰고 있을 틈 없어』
나는 결심하고 크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의견이 하나 있어.”
내가 낸 소리에, 전원의 시선이 쏠린다. 그 가운데, 나는 조금 전의 바보 같은 망상을 입에 올렸다.
“세계선이 이동한 것은 뭔가의 타임 패러독스가 원인……이라는 일은, 생각할 수 없을까?”
좀 변변치 않은 말투로 그렇게 말해 봤다.
지금은 어떤 가능성이라도 매달려봐야 한다고 생각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야, 그건 없죠, 레알.”
“어, 그러니까, 오카린. 신경쓰지 마~.”
“미안. 나, 노코멘트.”
얼마 안 되는 침묵 뒤에, 랩에 난무하는 반감의 폭풍우.
『아아, 역시 말하지 않은편이 좋았어.』
하는 작은 후회가 머리를 지나고──
“자세히 이야기 해 봐, 오카베.”
크리스의 그 말에,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가장 놀랐다.
“자, 자세히? 자세히 라고 말해도, 단순한 망상을 어쩌라고……?”
“그 망상에 이른 과정. 어째서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 그걸 자세히 듣고 싶어. 지금은──”
──지금은, 어떤 가능성에라도 매달려야 해──
크리스가 한 그 말에, 크리스를 제외한 전원이 매우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