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追想):추억.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 사사(謝辞):감사의 말
/01
랩와 바깥을 나누는 문을 밀어 열자, 아늑하고 익숙한 공기가 코에 닿았다.
“어서와~, 오카린.”
현관 앞에서 대충 구두를 벗어 단지는 나를 보고 마유리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마유리의 말에, 재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내가 아니라──
“*염햇¹.”
소파에 앉아 있던 크리스가,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쇼핑에서 돌아온 내게 시선을 보내는 일 없이, 테이블 위에 펼치고 있던 뭔가 책같은 것을 재빨리 닫는다. 그리고, 당황한 모습으로 그것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기려고──
“으헉!?”
다음 순간, 기절하는 듯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상반신을 털썩 떨어뜨렸다.
테이블 위에 퍼진, 선이 가는 가녀린 등. 그 한 가운데에, 크리스의 손에 잡힌 책 모퉁이가 박혀 있다.
보이는 상황을 그대로 해석하면, 책을 잡아 서둘러 등 뒤로 숨기려던 찰나에, 기세가 지나쳐서 책 모둥이를 자신의 등에 꽂아버렸다──는 상황 같지만.
“괜찮아, 크리스 쨩?”
크리스가 보인 갑작스럽고 기이한 행동에, 마유리가 걱정스러운 듯 말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나는,
“돌아오자마자 푼수 어필인가? 열심이구나, 조수여.”
능청스럽게 그런 말을 던졌다. 그리고, 에구에구 하는 표정을 지어 크리스에게 다가간다.
“……아파.”
테이블에 털썩 엎드린 채인 크리스로부터,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내 트집 같은 말이나, 약속한 거나 다름없는 이름이 틀린 것에 대한 공격도 없는 것을 보자──
『아무래도, 상당히 아팠던 것 같군.』
조금 동정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며, 태연하게 크리스의 등 뒤에 올려져 있는 책에 눈을 돌렸다.
“것보다, 너…… 그거, 어디에서…….”
좀 놀랐다. 어째서 크리스의 손에──아니 등 뒤에, 그런 물건이 있는지 당황해, 그 대답을 상상하고 마유리를 본다.
“마유리냐, 이건?”
약간 따지듯이 그렇게 말하자, “에헤헤~. 발각되린 거예요”라며, 시치미 뗀 모습으로 활짝 미소 짓는다.
“못살아…….”
나는 찡그린 표정을 얼굴에 쓰곤, 크리스의 등 뒤에서 그 책을 빼 들었다.
“아…….”
크리스는 짧게 소리 내며 천천히 테이블에 붙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내가 가진 책을 뒤쫓듯이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건가, 조수여?”
내 말에 갑자기 반응해, 크리스가 손을 움츠렸다.
“따……딱히 오카베의 과거에 흥미가 있다든가 그런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런 변명 같은 퇴장 대사를 들으며, 나는 손에 든 책을 적당히 펼친다. 거기에 있는 것은, 색이나 배치 같은 것을 고려해 늘여놓은, 많은 사진들.
“또 이런 오래된 걸…….”
그것은, 우리 집에 보관되고 있었던 어릴 때의 기록. 아직 디지털 카메라 같은 근대 병기가 침투하기 전의 것일 터다.
“그래서, 뭐야. 조수여……감상은?”
내가 수줍어하며 물어보자, 크리스가 무표정하게 답했다.
“하드커버 모퉁이는 딱딱했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냐. 참나, 그렇게 아팠던 건가? 보여 봐.”
내가 허리를 숙여 손을 뻗자, 마유리가 “아아~ 오카린 상냥해~”하고 호들갑스럽게 소란을 피운다.
“잠ㄲ, 오카베! 바보! 마유리가 있는……게 아니고, BYEONTAE! 어쨌든 BYEONTAE!”
아무래도, 크리스가 새빨간 얼굴을 모로 돌리고 있는 이유는, 조금 전에 받은 아픔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크리스의 등에 뻗은 손을 되돌려 몸을 세웠다. 그러자 마유리가 내 움직임에 맞추는 듯이 일어섰다. 그리고──
“그러니까아~. 크리스 쨩이 마음에 들어 했던 건 있잖아~.”
마치 새로운 발견을 어머니께 보고하는 아이처럼, 순진한 미소로 내 손에 있는 앨범에 얼굴을 들이댄다.
“호오…….”
나는 마유리에게 앨범을 양도해, 그 손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바라본다.
그런 나와 마유리의 행동에, 크리스가 완전히 당황해서 소파에서 일어선다.
“잠깐 마유리!?”
그러나 그런 크리스의 비명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마유리는 한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가르켜,
“크리스 쨩, 이 페이지에서 넋을 잃고 있던 거야~.”
넋을 잃고 있던 크리스. 언제라도 냉정하게 주위 상황을 고루 살피는 천재 소녀. 예리함이야말로 본질이라 말할 듯한, 그 마키세 크리스가──넋을 잃고라.
『설마, 그런 말을 듣는 날이 올 거라고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마유리가 가리킨 페이지의 사진을 본다. 거기에는, 의무 교육에 들어가기 시작했을 무렵의 어릴 적의 내가,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몇 장. 그 안에는, 초등학교 입학식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의 사진도 있어──
『어디의 초등학생 명탐정이냐…….』
나비넥타이에 반바지. 그, 억지로 입혀진 듯한 모습에,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솟구친다.
“조수여……너, 이런 취미…….”
“아니라구! 오해야! 착각하지 마, 내 시선을 끌고 있던 건……하우.”
당황한 모습으로 내 손에 있는 앨범을 들여다 본 크리스가, 뭔가를 보고 맞은 것처럼, 연약한 소리를 내 무릎을──
“흐읍!”
기합과 함께, 무너질 듯 된 몸을 세워 보였다. 좀처럼 보기 힘든 조수의 근성이었다.
“내, 내, 내가! 내가 보고 있던 것은, 어, 그러니까! 아아, 그래! 여기! 여기야!”
그리고, 한 사진의 한 구석에 푹 하고 손끝을 꽂았다.
“아아~. 오카린 파파야~.”
마유리가 말하는 대로, 크리스의 손끝에 내 근처에서 우뚝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버지잖아…….”
“그래! 이 중후한 얼굴이 정도가 심해서, 넋을 잃어도 어쩔 수 없잖아, 이거라면!”
“남의 부모를 이거라니, 너……. 그렇달까, 뭔가 이제 다양하게 무리하고 있어, 조수여…….”
왠지 모르게, 필사적인 크리스의 변명에 이상한 동정마저 느껴버린다.
“별로 무리 같은 건 하고 있지 않아! 나는 중후한 얼굴에 넋을 잃은 것뿐만으로, 누가 좋아서, 근처에 덤처럼 보이고 있는 꼬마 오카베 같은……하우우.”
크리스가 손끝을 내 아버지에서 근처에 있는 어린 나로 슬라이드 한 순간. 이번에야말로 견디기 힘들었는지, 크리스가 무릎을 풀썩 꺾어 마루에 주저앉았다.
이미,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고 생각되었다. 말보다는 증거라고 자주 말하지만, 크리스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크리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또렷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구나~. 응. 오카린 파파는 옛날부터 멋졌으니까 어쩔 수 없지~.”
크리스의 무리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 마유리가 양 손을 얼굴 앞에 맞대며 기쁜 듯이 폴짝 뛰었다
“아~, 하지만 최근 오카린은, 조금 오카린 파파를 닮아 왔다고 생각 하는 거예요! 이대로 오카린이 중후중후하게 되면, 분명히 꼭 닮게 될거야아~. 아~,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크리스 쨩, 오카린에게 넋을 잃고──”
그런 마유리의 말에, 마루에 주저앉아 있던 크리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Stop! 마유리! 그 이상의 고찰은, No thank you야!”
마루 위에서 마유리를 향해 펼친 손바닥을 들이대는 크리스. 그 필사적인 행동을 보면, 당장 그 손바닥으로부터 에너지파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그런 기세였다.
어쩔 수 없이, 계속 허둥지둥하는 크리스에게 구조선을 준비했다.
“알았다, 알았으니까 조수여. 어쨌든 네 녀석은, 중후한 얼굴이 기호인 파더콘티나라는 것으로 타결하지 않겠나.”
“어디에 티나를 붙이고 있어!?”
눈을 치켜뜨고, 아래에서부터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 맑고 예리한 안광에,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봐 버리고──
“있지 있지 크리스 쨩. 크리스 쨩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마유리의 한 마디가, 랩을 채우고 있던 따뜻한 공기를, 미미하게 얼어붙게 했다.
/02
마유리가 아르바이트 장소로 여행을 떠나, 크리스와 둘이 남겨진 랩 안. 소파 위에서 쿠션을 안아, 몸을 둥글게 하고 있던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한 거야, 오카베…….”
“무슨 소리야.”
어딘가 공허한 소리로 되묻는 내게, 크리스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미미하게 들어올린다.
“시침 떼지 마. 마유리에게 이상한 소리 했잖아. ……어째서야?”
“어째서……라고 해도.”
나는 크리스의 질문에 작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머리를 긁는다.
──크리스 쨩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그 때, 마유리가 크리스에게 한, 별 뜻 없는 한마디. 그리고 동료 랩 멤의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을 앞두고, 말이 막힌 크리스.
『무리도 아니지…….』
말 못하는 크리스를 앞에 두고 그렇게 생각했다.
마키세 크리스의 아버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엿보아 온, 무너진 과학자인 한 남자. 그런 남자에 생각이 미쳐, 나는 가슴 속으로 신음을 지른다.
『대답 같은 것, 할 수 없잖아…….』
자신의 딸이 가진 재능에 질투해, 자신의 딸의 성장을 자신에게 있어 굴욕이라 말한 남자.
크리스가 그런 아버지에 대해 마유리에게 말한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좋을 테지. 조수의 아버지에 대해서라면, 이 내가 설명해 주마.”
그런 망언을 해, 나는 크리스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마유리에게 마음대로 해석한 말을 늘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마유리는, 내가 크리스의 아버지와 안면이 있다는 일에 놀라면서도, 크리스 아버지의 인간상에 대해 일단은 만족한 것 같아──
“역시 크리스 쨩의 파파 씨구나~.”
라며 홀로 납득했다.
하지만 그런 크리스로부터 보면, 내가 취한 제멋대로인 말과 행동이 석연치 않은 것 같았다.
“마음대로 간섭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나는 솔직하게 크리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 왜 저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건지 묻고 있는 거야.”
내 사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걸까, 크리스의 어조는 어딘가 캐묻는 것처럼 들렸다.
“그건 완전히, 거짓말──”
“딱히 거짓말 한 적은 없는데.”
크리스가 하는 말을 예측해 막는다. 그리고,
“어째서 내가 조수의 아버지에 대해 마유리에게 거짓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내게는 그런 의리도 인정도 없어.”
단호히 말한다.
“어디가 그래. 이상하게 신경 쓰고……바보네.”
“무례한 조수군.”
“시끄러워 거짓말쟁이 오카베. 뭐가 위대한 과학자야. 뭐가 감사하고 있다는 거야. 당신이 파파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 리 없잖아.”
그런 크리스의 악담을 흘려들으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앞에 『다양한 의미로』를 붙였잖아. 다양한 의미로 위대. 다양한 의미로 감사. 나는 그렇게 말했을 텐데.”
“그렇다고 해도, 거짓말인 것에는 변화 없잖아.”
크리스가 우-파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크리스를 보며 말한다.
“그렇지도 않아. 그런 남자라고 해도, 과학자라는 것에는 변함없어. 거기에 위대한지 어떤지 묻는다면,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
“그럼, 당신은 파파를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다양한 의미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누구에게 관심 받는 일도 없이, 다만 홀로 광기의 길을 내달린다. 그런 남자를 앞에 두고,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내가 그것을 부정할 수 있을 소냐.”
나는 자신만만하게 코를 높이 쳐들고, 그렇게 대답한다.
“뭐야. 말은 하기 나름이라는 거잖아, 그건.”
우-파로부터 얼굴을 든 크리스의 말에,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을 지도』라고 가슴 속에서 중얼거리며 말한다.
“거기에다. 감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야. 그렇다고 할까, 네 녀석은 감사하고 있지 않은 거냐?”
내 말에 크리스의 눈이 점이 되었다.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 거야…….”
“어떻게든 저렇게든 간에. 나와 네 녀석을 만나게 해 준 것은, 누구도 아닌 네 녀석의 아버지잖아.”
“……에.”
크리스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정말, 이러니까 *스위츠(웃음)²은……알겠어? 확실히 나카바치라는 남자는, 사람으로서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야.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와 네 녀석은 만날 수 있었어.”
나는 말한다.
그 최저이자 최악인 한 남자가 악의 길을 전력으로 달려 나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는 것이라고.
“그 사람이 네 녀석을 찌르는……것 같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최초의 D 메일도 최초의 세계선 이동도 일어날 수 없었어. 딸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네 녀석이 일본에 오는 일도 없었을 지도 몰라. 만약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분명 우리들이 만나는 일 같은 건 없었을 테지. 그렇지 않아?”
“……그건.”
“만약 네 녀석의 아버지가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었다면, 지금도 나와 너는 보지도 못한 타인일 테지. 그렇다면, 존경할 수는 없다고 해도, 조금 정도는 감사해 줘도 괜찮지 않아?”
숨도 쉬지 않고 지껄이는 내 말에, 크리스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 남자가 정말 싫다. 자신의 딸을 다치게 하려고 해, 말리려 들어간 내게 흉하게, 바람구멍을 뚫었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허락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데도, 크리스의 아버지다.』
그런 남자와 화해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고 있던 크리스를 알고 있다.
그를 위해 함께 아오모리에 갔으면 좋겠다고 들었던, 크리스의 안타까운 소원을 기억하고 있다.
할 수 있다면, 그녀가 안고 있는 작은 소원을, 언젠가 만족시켜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크리스가 마음에 그리고 있는, 행복한 가족. 그런 사소한 행복을, 그 가녀린 손에 잡게 해 줄 수 있다면 하고 분수도 모르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함께 아오모리에, 갈까?”
나는, 언젠가 했던 약속을 입에 댔다. 그러자 크리스의 입술이 미미하게 떨렸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함께 가주는……거야?”
“흥, 착각하지 마. 그렇달까, 오히려 네 녀석이 거부해도, 나 혼자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될 리 없지.”
그렇게 말해, 그리고 가슴을 펴고 거만한 태도를 취한다. 다리로 버티고 양 손을 펼쳐, 걸친 백의를 성대하게 휘날리며 소리 높여 외친다.
“이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두 명씩이나 필요하지 않아! 재차 맞짱 떠서, 어느 쪽이 실로 광기를 주관하는 존재인지 알려 주지!”
조금 부끄러웠지만, 소리를 줄이는 일 없이 생각을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남자에게, 자신은 단순한 중년 아버지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지! 아아 기다려지는구나! 자신의 무력함에 기가 꺾여, 완전히 낙담한 녀석이, 맥없이 아내나 딸에게로 도망치는 모습이,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후우―하하하!!!”
가혹한 목소리로, 큰 웃음소리를 울렸다. 그런 내 모습에 크리스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건……나도 기다려지네.”
“그렇다면, 네 녀석도 따라와. 이 호오인 쿄우마의 실력을 과시해 주지. 반드시……야.”
“뭐가 따라와라야. 입장이 역이잖아……바보.”
크리스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넘친 듯이 보인 것은──분명 기분 탓일 거다.
마키세 크리스가 도착하는 앞. 이 내가 이끄는 그녀의 미래에, 눈물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러니까 반드시──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가끔씩 그런 일을 하고……반칙이야.”
크리스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렸다.
“뭔가 말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크리스는 우기면서 외면한다. 어딘지 모르게 복잡한 듯한 표정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혹시 아직 등이 아픈 건가?”
그런 내 말에, 크리스는 잠시 사이를 두고──
“조금…… 아플지도…….”
왜일까,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이어이……얼마나 세게 부딪힌 거야?”
“하지만, 초조했으니까…….”
“뭐 좋아. 보여 봐.”
“응……”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의 등 뒤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서──
다음 순간 랩에 울린, “알바 쉬는 날이었어요~”라는 마유리의 발언에, 나와 크리스가 홱하니 날아 떨어진 일은──말할 필요도 없었다.
끝
* 사사(謝辞):감사의 말
추상사사의 오카린티나
/01
랩와 바깥을 나누는 문을 밀어 열자, 아늑하고 익숙한 공기가 코에 닿았다.
“어서와~, 오카린.”
현관 앞에서 대충 구두를 벗어 단지는 나를 보고 마유리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마유리의 말에, 재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내가 아니라──
“*염햇¹.”
소파에 앉아 있던 크리스가,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쇼핑에서 돌아온 내게 시선을 보내는 일 없이, 테이블 위에 펼치고 있던 뭔가 책같은 것을 재빨리 닫는다. 그리고, 당황한 모습으로 그것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기려고──
“으헉!?”
다음 순간, 기절하는 듯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상반신을 털썩 떨어뜨렸다.
테이블 위에 퍼진, 선이 가는 가녀린 등. 그 한 가운데에, 크리스의 손에 잡힌 책 모퉁이가 박혀 있다.
보이는 상황을 그대로 해석하면, 책을 잡아 서둘러 등 뒤로 숨기려던 찰나에, 기세가 지나쳐서 책 모둥이를 자신의 등에 꽂아버렸다──는 상황 같지만.
“괜찮아, 크리스 쨩?”
크리스가 보인 갑작스럽고 기이한 행동에, 마유리가 걱정스러운 듯 말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나는,
“돌아오자마자 푼수 어필인가? 열심이구나, 조수여.”
능청스럽게 그런 말을 던졌다. 그리고, 에구에구 하는 표정을 지어 크리스에게 다가간다.
“……아파.”
테이블에 털썩 엎드린 채인 크리스로부터,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내 트집 같은 말이나, 약속한 거나 다름없는 이름이 틀린 것에 대한 공격도 없는 것을 보자──
『아무래도, 상당히 아팠던 것 같군.』
조금 동정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며, 태연하게 크리스의 등 뒤에 올려져 있는 책에 눈을 돌렸다.
“것보다, 너…… 그거, 어디에서…….”
좀 놀랐다. 어째서 크리스의 손에──아니 등 뒤에, 그런 물건이 있는지 당황해, 그 대답을 상상하고 마유리를 본다.
“마유리냐, 이건?”
약간 따지듯이 그렇게 말하자, “에헤헤~. 발각되린 거예요”라며, 시치미 뗀 모습으로 활짝 미소 짓는다.
“못살아…….”
나는 찡그린 표정을 얼굴에 쓰곤, 크리스의 등 뒤에서 그 책을 빼 들었다.
“아…….”
크리스는 짧게 소리 내며 천천히 테이블에 붙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내가 가진 책을 뒤쫓듯이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건가, 조수여?”
내 말에 갑자기 반응해, 크리스가 손을 움츠렸다.
“따……딱히 오카베의 과거에 흥미가 있다든가 그런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런 변명 같은 퇴장 대사를 들으며, 나는 손에 든 책을 적당히 펼친다. 거기에 있는 것은, 색이나 배치 같은 것을 고려해 늘여놓은, 많은 사진들.
“또 이런 오래된 걸…….”
그것은, 우리 집에 보관되고 있었던 어릴 때의 기록. 아직 디지털 카메라 같은 근대 병기가 침투하기 전의 것일 터다.
“그래서, 뭐야. 조수여……감상은?”
내가 수줍어하며 물어보자, 크리스가 무표정하게 답했다.
“하드커버 모퉁이는 딱딱했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냐. 참나, 그렇게 아팠던 건가? 보여 봐.”
내가 허리를 숙여 손을 뻗자, 마유리가 “아아~ 오카린 상냥해~”하고 호들갑스럽게 소란을 피운다.
“잠ㄲ, 오카베! 바보! 마유리가 있는……게 아니고, BYEONTAE! 어쨌든 BYEONTAE!”
아무래도, 크리스가 새빨간 얼굴을 모로 돌리고 있는 이유는, 조금 전에 받은 아픔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크리스의 등에 뻗은 손을 되돌려 몸을 세웠다. 그러자 마유리가 내 움직임에 맞추는 듯이 일어섰다. 그리고──
“그러니까아~. 크리스 쨩이 마음에 들어 했던 건 있잖아~.”
마치 새로운 발견을 어머니께 보고하는 아이처럼, 순진한 미소로 내 손에 있는 앨범에 얼굴을 들이댄다.
“호오…….”
나는 마유리에게 앨범을 양도해, 그 손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을 바라본다.
그런 나와 마유리의 행동에, 크리스가 완전히 당황해서 소파에서 일어선다.
“잠깐 마유리!?”
그러나 그런 크리스의 비명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마유리는 한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가르켜,
“크리스 쨩, 이 페이지에서 넋을 잃고 있던 거야~.”
넋을 잃고 있던 크리스. 언제라도 냉정하게 주위 상황을 고루 살피는 천재 소녀. 예리함이야말로 본질이라 말할 듯한, 그 마키세 크리스가──넋을 잃고라.
『설마, 그런 말을 듣는 날이 올 거라고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마유리가 가리킨 페이지의 사진을 본다. 거기에는, 의무 교육에 들어가기 시작했을 무렵의 어릴 적의 내가,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몇 장. 그 안에는, 초등학교 입학식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의 사진도 있어──
『어디의 초등학생 명탐정이냐…….』
나비넥타이에 반바지. 그, 억지로 입혀진 듯한 모습에,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솟구친다.
“조수여……너, 이런 취미…….”
“아니라구! 오해야! 착각하지 마, 내 시선을 끌고 있던 건……하우.”
당황한 모습으로 내 손에 있는 앨범을 들여다 본 크리스가, 뭔가를 보고 맞은 것처럼, 연약한 소리를 내 무릎을──
“흐읍!”
기합과 함께, 무너질 듯 된 몸을 세워 보였다. 좀처럼 보기 힘든 조수의 근성이었다.
“내, 내, 내가! 내가 보고 있던 것은, 어, 그러니까! 아아, 그래! 여기! 여기야!”
그리고, 한 사진의 한 구석에 푹 하고 손끝을 꽂았다.
“아아~. 오카린 파파야~.”
마유리가 말하는 대로, 크리스의 손끝에 내 근처에서 우뚝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아버지잖아…….”
“그래! 이 중후한 얼굴이 정도가 심해서, 넋을 잃어도 어쩔 수 없잖아, 이거라면!”
“남의 부모를 이거라니, 너……. 그렇달까, 뭔가 이제 다양하게 무리하고 있어, 조수여…….”
왠지 모르게, 필사적인 크리스의 변명에 이상한 동정마저 느껴버린다.
“별로 무리 같은 건 하고 있지 않아! 나는 중후한 얼굴에 넋을 잃은 것뿐만으로, 누가 좋아서, 근처에 덤처럼 보이고 있는 꼬마 오카베 같은……하우우.”
크리스가 손끝을 내 아버지에서 근처에 있는 어린 나로 슬라이드 한 순간. 이번에야말로 견디기 힘들었는지, 크리스가 무릎을 풀썩 꺾어 마루에 주저앉았다.
이미,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고 생각되었다. 말보다는 증거라고 자주 말하지만, 크리스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크리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또렷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구나~. 응. 오카린 파파는 옛날부터 멋졌으니까 어쩔 수 없지~.”
크리스의 무리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 마유리가 양 손을 얼굴 앞에 맞대며 기쁜 듯이 폴짝 뛰었다
“아~, 하지만 최근 오카린은, 조금 오카린 파파를 닮아 왔다고 생각 하는 거예요! 이대로 오카린이 중후중후하게 되면, 분명히 꼭 닮게 될거야아~. 아~,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크리스 쨩, 오카린에게 넋을 잃고──”
그런 마유리의 말에, 마루에 주저앉아 있던 크리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Stop! 마유리! 그 이상의 고찰은, No thank you야!”
마루 위에서 마유리를 향해 펼친 손바닥을 들이대는 크리스. 그 필사적인 행동을 보면, 당장 그 손바닥으로부터 에너지파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그런 기세였다.
어쩔 수 없이, 계속 허둥지둥하는 크리스에게 구조선을 준비했다.
“알았다, 알았으니까 조수여. 어쨌든 네 녀석은, 중후한 얼굴이 기호인 파더콘티나라는 것으로 타결하지 않겠나.”
“어디에 티나를 붙이고 있어!?”
눈을 치켜뜨고, 아래에서부터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 맑고 예리한 안광에,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봐 버리고──
“있지 있지 크리스 쨩. 크리스 쨩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마유리의 한 마디가, 랩을 채우고 있던 따뜻한 공기를, 미미하게 얼어붙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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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리가 아르바이트 장소로 여행을 떠나, 크리스와 둘이 남겨진 랩 안. 소파 위에서 쿠션을 안아, 몸을 둥글게 하고 있던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한 거야, 오카베…….”
“무슨 소리야.”
어딘가 공허한 소리로 되묻는 내게, 크리스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미미하게 들어올린다.
“시침 떼지 마. 마유리에게 이상한 소리 했잖아. ……어째서야?”
“어째서……라고 해도.”
나는 크리스의 질문에 작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머리를 긁는다.
──크리스 쨩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그 때, 마유리가 크리스에게 한, 별 뜻 없는 한마디. 그리고 동료 랩 멤의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을 앞두고, 말이 막힌 크리스.
『무리도 아니지…….』
말 못하는 크리스를 앞에 두고 그렇게 생각했다.
마키세 크리스의 아버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엿보아 온, 무너진 과학자인 한 남자. 그런 남자에 생각이 미쳐, 나는 가슴 속으로 신음을 지른다.
『대답 같은 것, 할 수 없잖아…….』
자신의 딸이 가진 재능에 질투해, 자신의 딸의 성장을 자신에게 있어 굴욕이라 말한 남자.
크리스가 그런 아버지에 대해 마유리에게 말한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좋을 테지. 조수의 아버지에 대해서라면, 이 내가 설명해 주마.”
그런 망언을 해, 나는 크리스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마유리에게 마음대로 해석한 말을 늘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마유리는, 내가 크리스의 아버지와 안면이 있다는 일에 놀라면서도, 크리스 아버지의 인간상에 대해 일단은 만족한 것 같아──
“역시 크리스 쨩의 파파 씨구나~.”
라며 홀로 납득했다.
하지만 그런 크리스로부터 보면, 내가 취한 제멋대로인 말과 행동이 석연치 않은 것 같았다.
“마음대로 간섭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나는 솔직하게 크리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 왜 저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건지 묻고 있는 거야.”
내 사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걸까, 크리스의 어조는 어딘가 캐묻는 것처럼 들렸다.
“그건 완전히, 거짓말──”
“딱히 거짓말 한 적은 없는데.”
크리스가 하는 말을 예측해 막는다. 그리고,
“어째서 내가 조수의 아버지에 대해 마유리에게 거짓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내게는 그런 의리도 인정도 없어.”
단호히 말한다.
“어디가 그래. 이상하게 신경 쓰고……바보네.”
“무례한 조수군.”
“시끄러워 거짓말쟁이 오카베. 뭐가 위대한 과학자야. 뭐가 감사하고 있다는 거야. 당신이 파파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 리 없잖아.”
그런 크리스의 악담을 흘려들으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앞에 『다양한 의미로』를 붙였잖아. 다양한 의미로 위대. 다양한 의미로 감사. 나는 그렇게 말했을 텐데.”
“그렇다고 해도, 거짓말인 것에는 변화 없잖아.”
크리스가 우-파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크리스를 보며 말한다.
“그렇지도 않아. 그런 남자라고 해도, 과학자라는 것에는 변함없어. 거기에 위대한지 어떤지 묻는다면,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겠지.”
“그럼, 당신은 파파를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다양한 의미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누구에게 관심 받는 일도 없이, 다만 홀로 광기의 길을 내달린다. 그런 남자를 앞에 두고,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내가 그것을 부정할 수 있을 소냐.”
나는 자신만만하게 코를 높이 쳐들고, 그렇게 대답한다.
“뭐야. 말은 하기 나름이라는 거잖아, 그건.”
우-파로부터 얼굴을 든 크리스의 말에,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을 지도』라고 가슴 속에서 중얼거리며 말한다.
“거기에다. 감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야. 그렇다고 할까, 네 녀석은 감사하고 있지 않은 거냐?”
내 말에 크리스의 눈이 점이 되었다.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 거야…….”
“어떻게든 저렇게든 간에. 나와 네 녀석을 만나게 해 준 것은, 누구도 아닌 네 녀석의 아버지잖아.”
“……에.”
크리스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정말, 이러니까 *스위츠(웃음)²은……알겠어? 확실히 나카바치라는 남자는, 사람으로서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야.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와 네 녀석은 만날 수 있었어.”
나는 말한다.
그 최저이자 최악인 한 남자가 악의 길을 전력으로 달려 나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들이 있는 것이라고.
“그 사람이 네 녀석을 찌르는……것 같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최초의 D 메일도 최초의 세계선 이동도 일어날 수 없었어. 딸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네 녀석이 일본에 오는 일도 없었을 지도 몰라. 만약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분명 우리들이 만나는 일 같은 건 없었을 테지. 그렇지 않아?”
“……그건.”
“만약 네 녀석의 아버지가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었다면, 지금도 나와 너는 보지도 못한 타인일 테지. 그렇다면, 존경할 수는 없다고 해도, 조금 정도는 감사해 줘도 괜찮지 않아?”
숨도 쉬지 않고 지껄이는 내 말에, 크리스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 남자가 정말 싫다. 자신의 딸을 다치게 하려고 해, 말리려 들어간 내게 흉하게, 바람구멍을 뚫었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허락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데도, 크리스의 아버지다.』
그런 남자와 화해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고 있던 크리스를 알고 있다.
그를 위해 함께 아오모리에 갔으면 좋겠다고 들었던, 크리스의 안타까운 소원을 기억하고 있다.
할 수 있다면, 그녀가 안고 있는 작은 소원을, 언젠가 만족시켜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크리스가 마음에 그리고 있는, 행복한 가족. 그런 사소한 행복을, 그 가녀린 손에 잡게 해 줄 수 있다면 하고 분수도 모르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함께 아오모리에, 갈까?”
나는, 언젠가 했던 약속을 입에 댔다. 그러자 크리스의 입술이 미미하게 떨렸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함께 가주는……거야?”
“흥, 착각하지 마. 그렇달까, 오히려 네 녀석이 거부해도, 나 혼자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될 리 없지.”
그렇게 말해, 그리고 가슴을 펴고 거만한 태도를 취한다. 다리로 버티고 양 손을 펼쳐, 걸친 백의를 성대하게 휘날리며 소리 높여 외친다.
“이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두 명씩이나 필요하지 않아! 재차 맞짱 떠서, 어느 쪽이 실로 광기를 주관하는 존재인지 알려 주지!”
조금 부끄러웠지만, 소리를 줄이는 일 없이 생각을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남자에게, 자신은 단순한 중년 아버지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지! 아아 기다려지는구나! 자신의 무력함에 기가 꺾여, 완전히 낙담한 녀석이, 맥없이 아내나 딸에게로 도망치는 모습이,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후우―하하하!!!”
가혹한 목소리로, 큰 웃음소리를 울렸다. 그런 내 모습에 크리스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건……나도 기다려지네.”
“그렇다면, 네 녀석도 따라와. 이 호오인 쿄우마의 실력을 과시해 주지. 반드시……야.”
“뭐가 따라와라야. 입장이 역이잖아……바보.”
크리스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넘친 듯이 보인 것은──분명 기분 탓일 거다.
마키세 크리스가 도착하는 앞. 이 내가 이끄는 그녀의 미래에, 눈물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러니까 반드시──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가끔씩 그런 일을 하고……반칙이야.”
크리스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렸다.
“뭔가 말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크리스는 우기면서 외면한다. 어딘지 모르게 복잡한 듯한 표정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혹시 아직 등이 아픈 건가?”
그런 내 말에, 크리스는 잠시 사이를 두고──
“조금…… 아플지도…….”
왜일까,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이어이……얼마나 세게 부딪힌 거야?”
“하지만, 초조했으니까…….”
“뭐 좋아. 보여 봐.”
“응……”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의 등 뒤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서──
다음 순간 랩에 울린, “알바 쉬는 날이었어요~”라는 마유리의 발언에, 나와 크리스가 홱하니 날아 떨어진 일은──말할 필요도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