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미아의 오카린티나 덤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말했잖아.”
어딘가 기막힌 듯한 내 말투에, 크리스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돌려준다.
“그렇지만, 설마 그 후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다니, 보통 생각하지 않잖아…….”
그런 크리스의 말들 들어, 나는 『아무튼 확실히……』라고 생각하며, 앉은 벤치에 등을 꾹 기댄다.
가슴을 뒤로 젖혀, 하늘을 바로 보듯이 얼굴을 올리자, 시야에 비치는 것은 매우 높은 공항 로비의 천정.
그것은, 바로 하루 쯤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 그것을 다시 보며, 나는 중얼거린다.
『스쳐 지나가거나 엇갈리는 일은, 연애물의 왕도 중의 왕도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지나치잖아 …….』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어──
그 때, 전화 너머로 전해진 크리스의 마음. 그런, 상냥함과 외로움으로 흘러넘친 열에 데인 나는, 이번에야말로 크리스의 마음에 보답하지 않으면──하고 생각해, 달랑 몸 하나만 가지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도착한, 외국 땅. 물론 어디가 어딘지도 몰라, 마중 나오라고 하기 위해 크리스에게 연락한 내가──
『지금, 일본에 도착했는데…….』
라는 크리스의 말을 듣고, 성대하게 무릎을 털썩 꿇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있을법한 일인가, 크리스 또한 그 전화 뒤에, 곧바로 일본을 향해 미국을 떠났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듯한, 신의 타이밍. 비행기의 비행 요소 시간에, 탑승자 캔슬 상황. 그 외에도, 많은 우연이 겹겹이 쌓여, 결과적으로 나와 크리스의 재회는 방해 받았다.
그런 상황에, 내가 툭 하고 내뱉은 한 마디.
“마치, 세계선의 수렴 같잖아…….”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시 할 필요 없는 말에, 크리스는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것 싫다고, 그럴 리 없다고, 반드시 만나자고──
답지 않게, 전화 저편에서 이성을 잃고 흐트러진 크리스. 나는 그런 그녀를 달래고 얼러서, 곧바로 일본으로 당일치기를 자처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뭐라는 짧은 해외 체제의 끝에──
“뭐, 이렇게 해서 만날 수 있었으니까, 좋았던 걸로 하자.”
나는, 벤치에 등을 맞대고 앉은 조수의 존재를 느끼며, 중얼거린다.
“……응.”
크리스의 짧고 작은 대답이 들렸다.
“기운 없는데. 이렇게 무사히 만날 수 있었으니, 좀 더 기뻐하는 건 어때, 크리스티나여?”
“……응, 알고 있어.”
그, 냉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나의 말 부족이 부른 엇갈림의 트러블. 그것을 야유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약속한 거나 다름없는, 이름이 틀린 것에 대한 공격도 없다. 그런 산만한 크리스의 반응을 걱정해, 작게 마음이 술렁인다.
“정말로, 왜 그래? 설마, 이제 만나고 싶지 않다……든지, 그런 건가?”
“그럴 리…… 있겠어.”
등 너머로, 크리스가 작게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을 감지한다.
“그렇다면, 뭐야? 명백히 기분이 안 좋잖아.”
“딱히, 기분이 안 좋다던가 하는 게 아니야. 단지…….”
거기에서 크리스가, 당황한 듯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잠깐의 사이를 두고──
“굉장히…… 불안해졌어. 정말로,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되서…….”
“뭘 바보같이. 이렇게 만날 수 있잖아. 그런데도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달라. 알고 있어. 단순한 기우라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런데도…… 몹시, 몹시 불안했어. 곧 만나게 될 건데,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비행기 안에서, 그런 꿈을 꿨으니까──
크리스의 말에, 나는 작게 뿜었다.
“꾸……꿈? 설마, 싫은 꿈을 꿔서, 그래서 낙담하고 있었던 거냐? 조수여, 올해로 몇 살이야? 응?”
“시끄러워! 스스로도, 터무니없이 애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지만…….”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외로웠다고 말한 크리스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당신이 보내온, 뭐라고 했더라,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하는 예의 그거. 분명 그 탓이야.”
크리스가 말하는 『그거』. 그것은 틀림없이, 사라져버린 크리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고, 내가 적어 내린 없어진 역사.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와의 상냥한 약속의 증거.
“못살겠군. 대체 어떤 꿈을 꿨다는 거야. 그 이야기는, 그걸로 완결 났잖아? 그걸 이제 와서…….”
“끝나지 않았어. 내 꿈속에서는, 아주 조금만 상황이 달라서…… 나는…… 돌아갈 수 없었어.”
등 너머로 전해지는 떨림. 그 진동을 느끼며, 나는 귀를 기울인다.
“오카베의 이야기에서는, 7월 28일에 간 것은, 나와 당신 두 명이었지……?”
그 질문을 받아 짧게 “그래”하고 짧게 긍정한다.
“그렇지만, 내 꿈에서는 그렇지 않았어. 타임머신으로 과거에 돌아온 것은, 나 혼자였어……. 거기에서 나는, 우-파를 바꿔치기 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라디관의 그 장소에서, 모든 것을 봐 버렸어──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스의 말. 그것은 틀림없이, 사라져 버렸던, 내 기억에 남아 있는 크리스의 마음일 뿐으로──
“……그런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고, 짧게 맞장구를 친다.
크리스는 계속 말한다.
“그래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 마음을 이론으로 뒤엎어, 돌아가려고 했어. 하지만, 어떻게 해도 버튼을 누를 수 없었어. 봐 버린 것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되어서, 스스로는 어떻게 하는 일도 할 수 없어서…….”
──그래서, 결국 나는, 홀로 7월 28일에 계속 남았어──
크리스가 말한 마음.
계속 남는다──는, 꿈속에 방치하고 왔던 마음. 그것은 마치, 그 때 나를 향해 『조금만 더 여기에 있을 수 없을까』라고, 『안될까?』라고 물어본, 그런 크리스의 마음과 아주 비슷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생각한다. 크리스가 보았다고 하는 꿈속에서는, 그녀의 너무나도 상황 판단을 어지른 소원을 말리는, 내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그러니까, 외톨이인 크리스는, 그대로 과거에 계속 남아버린 걸까……?
그런 일을, 두서없이 생각하고 있으면, 크리스가 내게 물어본다.
“오카베……. 남은 내가, 그 뒤로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해?”
“글쎄……다.”
“정말…… 너무 심한 이야기였어. 그로부터 나는, 자신과 만나지 않게, 누구와도 만나지 않게, 쭉 홀로 생활해. 그대로 며칠이나, 당신도 마유리도 하시다도 만나지 못하고, 이 아키하바라에서 쭉 홀로……. 그리고…….”
──이따금, 우연히 당신과 엇갈리거나 하면, 울어버리는 거야──
“눈앞에 있는데, 말을 걸 수 없어. 왜냐면, 그런 흉내를 내버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오카베의 주관이 바뀌어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또 세계선이 바뀔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참아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당신에게 발견되지 않게, 만나지 않게…… .”
담담하게 이어지는 크리스의 말. 그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는 떨림. 그 작은 진동이, 등 너머로 크리스로부터 전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쥐어, 조그맣게 말한다.
“……꿈이야.”
크리스의 말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또 다른 내가 오카베를 찾아내.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생명의 은인인 당신을 찾아내, 그리고 랩 멤이 되어…….”
“단순한……꿈이야.”
“그리고는, 당신의 곁에는, 줄곧 또 다른 내가 있어서……. 그러니까 나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그렇지만, 그런데도 봐 버린 것이 중요해서. 어떻게 해도 돌아갈 수가 없어. 이제 싫은데…… 외로워서 죽어버릴 것 같은데, 그런데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어. 마치──”
──돌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미아같아──
크리스의 목소리에 섞인 떨림이 전해진 것처럼, 내 그러쥔 주먹이 떨린다.
크리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제나, 그녀의 진심을 붙잡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것, 단순한 농담이잖아……』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꿈속에서 보았다는, 있지도 않은 크리스의 역사. 그런 것을 품어, 크리스는 지금, 내 바로 뒤에서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나 견딜 수 없고,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
“……단순한…… 악몽이야.”
신음 소리를 쥐어 짜낸다.
이제 멈추라고, 시시한 일로 흔들리지 말라고, 크리스가 입을 다물기를 바라며 짜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데도, 크리스는 말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나는 생각해. 이제 분명, 두 번 다시 오카베를 만날 수 없다고. 분명 오카베는, 나를 알아차릴 수 없다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계속, 이제 다른 한 명의 나와 즐겁게 걸어가는 오카베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그런 꿈을 꾸었어──
채 참지 못하고 떠는 크리스를 등으로 느꼈다. 들려야 하지 않을, 눈물이 흘러넘치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러니까 안다. 크리스가 품고 있는 불안. 그렇게 무서워하는 대상이, 혹시 그럴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단 홀로 과거로 돌아온 크리스. 그리고 불필요한 호기심 때문에 돌아가는 길을 잃은, 크리스.
그 존재하지 않아야 할 소녀가, 나를 향해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 같은──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일어선다.
크리스 안에 소용돌이치는 망상을, 내 안에 넣어 부풀린다. 시시한 전개와 최악의 결론을 이끌 듯한 시나리오를 박살내주기 위해, 머릿속에서 사고한다.
그, 너무나도 바보스러운 망상을 날려버려 주려고.
과거에 뒤쳐진 한 소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런 역사는 없는 것이라고──
그것을 크리스에게 알려 줄 생각으로, 뒤돌아선다. 힘없이 벤치에 앉은 크리스의 등을 보며, 걸쳐 입은 백의를 펄럭이며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지른다.
“그렇다면, 그 꿈의 결말을,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가르쳐 주마!”
갑작스런 큰 소리에, 주위에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엔 개의치 않는다.
“유감스럽지만, 네 녀석의 꿈은 해피엔딩을 향해 일직선이다! 그 당연한 일 뒤에, 네 녀석은 내게, 홀딱 반할 게 분명하다!”
“무슨!?”
놀란 크리스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나를 뒤돌아본다.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아아아며느으으은! 나는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과거에 홀로 뒤쳐진, 푼수 전개인 조수! 그 존재를, 이 대천재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쉬이 알아차려 버린다! 자아, GJ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
“잠ㄲ……오카베! 부끄럽잖아―!”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란피우는 나를, 매우 당황한 크리스가 덮어 누르려고 한다. 하지만──
“물러!”
크리스의 팔을 훌쩍 피해, 나는 바보같이 떠들어댄다.
“대체로, 네 녀석이 시작한 이야기겠지! 입 다물고 들어!”
“아니, 들을 테니까,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각하닷! 지금 여기서다! 나는 알아차린다! 네 녀석이 홀로 과거로 날아온 시간. 그것을 깨달은 순간에, 나는 또 한 명의 네 존재를 알아차린다! 남겨져 돌아갈 수 없는, 푼수 미아인 네 녀석을 알아차린다! 이유 같은 건 뭐든지 좋다! 어쨌든 알아차린다! 그것은 내가, 네 녀석 이상의 대천재이기 때문이다!!!”
“아니, 레알 부끄럽잖아! 그렇달까, 이유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든가 과학자로서──”
“이유가 있겠냐!? 그렇다면 타임머신이다! 네 녀석이 돌아갈 수 없다면, 타임머신이 남아 있겠지! 그 야나바야시 신사 한 구석에, 언제까지나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 타임머신이 계속 남아 있을 터다!”
“아아, 그런 단어를 큰 소리로!?”
“그 은빛 기계를 찾아내면, 리딩 슈타이너를 완비하고 있는 내게는, 모든 상황이 일목요연하다! 어딘가에 숨어, 혼자 벌벌 떨고 있는 변태 천재 소녀가 있는 것 따위, 뻔히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만약 또 한 명의 크리스가 내 곁에 있어도, 내가 남겨진 네 녀석을 알아차리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말해야 할지, 사라져라, 구경꾼들!”
내가 360도 턴하며, 흉악한 눈빛을 주위에 뿌리자, 마치 거미새끼 떼가 흩어지듯──아니, 불필요하게 인산인해가 커져버린 것 같은데.
『큭, 지지 않아!』
나는 얼굴을 끓는점에 가깝게 물들인 크리스에게 시선을 되돌려, 소리 지른다.
“눈치만 채면, 나는 네 녀석을 돌려보낸다!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아 해도, 잊고 싶지 않아 해도, 문답무용으로 돌려보내 준다! 도망치면 뒤쫓아서 붙잡는다! 거부한다면, 넘어뜨린 후 집어넣어 주마! 강제 송환이다 봐라아!”
두 팔을 뻗어, 백의를 전력으로 휙하고 돌린다. 턱이 빠져라, 힘껏 소리 지른다.
“만약 내 힘이 부족하다면, 마유리나 다루나 그 외의 랩 멤을 집합시킨다! 어쨌든지, 네 녀석에게 그렇게 외로운 생각 같은 걸, 시키고 있을 소냐!”
──어떤 상황이어도, 나는 반드시 네 녀석을 구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필요하다면 또 울어 주마! 몇 번이라도 울어서, 반드시 네 녀석을 구해주마!”
크리스가 보았다는, 시시한 꿈. 나와 크리스의 재회에 찬물을 끼얹은, 시시한 꿈. 도움을 청하는, 미아 소녀. 그런 있지도 않은 환상을 싹 지워주기 위해, 나는 있는 힘껏 외친다.
“그것이 광기의 대천재 매드 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우마라는 것이다아아아아!!!”
내 절규가, 뻥 뚫린 공간에 메아리친다. 주위에 모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귀를 흔들어, 웅성거리는 공기를 흔들어, 크리스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크게 흔든다──
그런 환상을 보았다.
그러자──
“경비원 아저씨, 여기에요! 젊은 여성이 성범죄자에게 습격당하고 있어요!”
인산인해 밖에서부터 들린, 구경꾼의 소리를 들어──
『체포 플래그!?』
당황한다.
“아아 정말, 바보 오카베…… 가자구!”
일어선 크리스가, 나보다 빨리 확실한 행동을 보였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내 손을 잡아 이끈다.
“……오, 오우!”
재촉된 대로, 달리기 시작한 크리스에 보조를 맞춰, 나도 달리기 시작한다.
지금은 이제, 나와 크리스의 손에 수갑은 걸려 있지 않다. 있었을 터인, 그러나 사라져버린 철의 이음. 그것은 이제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수갑 같은 건 없어도, 떨어질 생각 같은 건 없어.』
공항 출구를 향해 달린다. 앞서가는 크리스의 어깨가, 격하게 상하하는 모습을 봐,
“왜 그래!? 감동에 흐느껴 우는 거냐, 조수여!?”
숨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며, 큰 소리로 농담을 한다.
“그럴 리 있겠어! 오히려 부끄러워서 죽고 싶어! 랄까, 그렇게 숨을 턱턱 막히면서 큰소리 내지 마! 또 산소결핍이 되어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그거다! 전처럼 무릎베게 해 줘! 분명 그러면 부활할 수 있을 테니까!”
“뭐야 그게!? 내가 당신에게 무릎베게 해 준적 없어!”
“어? 아니, 다른 세계선의 일이였던가!?”
“어! 분명 다른 세계선의, 완전 미친 나의 짓이야! 틀림없어!”
“랄까 아니잖아! 이 세계선이잖아!?”
“칫! 들켰구나!”
시시한 대화를 거듭하며 바란다.
홀로 남겨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크리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도움을 청하는 크리스. 그런, 존재하지 않는 소녀의 눈에서, 외로움의 눈물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생각한다.
크리스가 본 꿈. 시시한, 너무나도 시시한, 시시하기 짝이 없는 꿈.
만약 그것이, 정말로 있던 일이라고 해도──
만약 그것이, 내가 관측할 수 없었던 다른 세계선이라고 해도──
『그게 어쨌다는 거냐!』
홀로 과거로 가,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크리스. 만약 정말로, 그런 크리스가 있던 거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크리스를 구한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 내가 그러자고 하는 생각. 그것은 가능성이 아닌 결의.
그러니까 분명, 아무리 먼 길을 돌아간다 해도, 반드시 나는 크리스를 구해 낸다.
저, β세계선에서 크리스를 구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저, 사라져버린 세계선에서 크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반드시, 몇 번이라도 나는 크리스를 구해 낸다. 그리고 크리스는 나를 구해 낸다.
『분명, 그렇게 된다.』
그런 확신을 가져, 나와 크리스는 넓은 하늘 아래로 뛰어 나간다.
초가을의 바람은, 기분 좋은 서늘함을 품고 있고──
내 손을 잡은 크리스의 손은, 조금 따뜻해──
그리고 나와 크리스는, 달린다.
아키하바라가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일단 다리를 내디뎌, 한 걸음을 새긴다.
분명, 여기로부터, 또 이어져 간다. 이 한 걸음을 시작으로 해서, 우리들의 분명 새로운 이야기가, 새겨져 간다.
──그런 일을 꿈꾸며, 나와 크리스는 계속 달린다.
끝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