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안녕, 마야"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라니... 좀 거리를 두는것 같아 서운한걸."
"후후훗, 그럼 다시 오빠라고 불러드릴께요."
토마의 말에 마나메가의 no.2인 마나메 마야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냉철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녀지만 사카가미 토마 앞에서만큼은 그녀도 다른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녀였다.
"1년 반만이네요 오빠."
"그러게, 그날 그 이후 처음이구나..."
사카가미 토마는 1년하고도 반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선혈로 채색된 그날의 기억... 그리고 일어난 화신의 피의 폭주. 그날 사카가미 토마는 마나메가에 침입한 모든 이들을 베어버렸다. 걔중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폭주한 화신의 피는 그런것을 가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적의를 지닌 모든 존재를 그 즉시 배제해 버린 것이다. 단 한명도 남기지 않고...
그리고 그날 사카가미 토마는 도망치듯 마나메가에서 뛰쳐나왔다. 자신이 저지른 피의 흔적을 견딜 수 없었던 탓이었다.
"정말인지 오빠도 참... 마나메 가문 사람으로서의 자각이 없는건지. 마나베가문 사람인 오빠가 왜 미네시마 유지로의 발명품인 스피어라보에서 일하고 있던가죠? 마나메 가문이 미네시마와 연관되는걸 극도로 피하고 있다는건 알고 계시죠?"
"그렇긴 한데... 솔직히 그것만큼 일당 좋은 일이 없어서 말이야."
"하기사... 마나메가문을 나오시고 부터는 지원을 받지 못하셨죠. 연락주셨으면 제가 도와드렸을 텐데..."
"아니,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냐"
사실 이번에 아르바이트가 파토나면서 그만큼 엄청난 구멍이 생겼지만 오빠로서 동생에게 손을 벌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카가미 토마는 재빨리 이야기의 소재를 바꾸기 위해서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저기 마야, 아버지는 지금?"
"글쎄요. 어디선가 저희들의 형제라도 만들고 있는게 아닐까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는 마야. 웃으면서 할말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여태까지 아버지의 행적이라던가 마나메 가문의 방침으로 보자면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만한 일이었다. 사실 남자가 아닌 마나메 마야는 일반적으로는 벌써 다른 집안에 정략결혼차 보내졌어야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마나메 마야는 그 누구보다도 마나메 후자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존재였다.
약혼자로 내정된 사람들을 모조리 자의로 사퇴하게 만든 그녀는 후자에게 한방 먹이고 후자의 귀여움을 받으며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마나메 가문 내에서 현 당주인 후자 다음가는 존재였다.
"아참 오라버니. 드릴게 있습니다."
마나메마야는 그 말과 함께 통신기 하나와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만한... 혹은 그에 약간 못지치는 길이의 철막대기가 있었다. 철막대기 끝에 달려있는 수실은 너무나도 익숙한 그것이었다.
"나루카미노미코토..."
"네, 가급적이면 뽑을 상황이 오질 않기를 바라지만... 오라버지가 다치는건 싫으니까요."
"미안... 그러고보니 마야. 아버지가 1년 반전 사건을 들으셨을땐 뭐라고 하셨었니. 실망하셨었니?"
"아뇨. 기쁜듯이 웃으셨어요. 역시나 화신의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존재라며..."
"그래?"
역시나 아버지랄까... 너무나도 아버지 답다고 생각해버린 사카가미 토마는 잠시 자신의 나루카미노미코토를 집어들며 살짝 뽑아보았다. 스르릉-이라는 소리가 들려오며 반치정도 드러난 은백색 칼날이 토마의 눈에 비춰졌다.
잠시동안 칼날을 응시하던 토마는 힘껏 나루카미노미코토를 집어넣었다. 그것을 본 마야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오빠 사카가미 토마를 향해 말했다.
"방심하셨군요 오라버니."
"미안..."
한순간 자신의 또다른 인격에게 제어권을 빼앗길뻔한 사카가미 토마는 동생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자칫했다간 자신의 소중한 동생을 위험에 빠뜨릴뻔한 탓이었다. 하지만 마야는 개의치 않는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통신기는 저희쪽에서 특수 제작한 통신기에요. 포춘텔러쪽에 비하면 좀 모자라지만 그래도 전 세계의 97%정도는 커버할 수 있답니다."
"고마워 마야."
"오빠를 위한 일인걸요."
마야는 미소를 지으며 토마에게 화답했다. 마야의 그 미소가 마치 자신의 아버지 마나메 후자와 같다고 느낀 토마였다. 만약 그 말을 마야에게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사카가미 토마가 그런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마야는 예를 갖추듯, 자신의 결심을 내뱉었다.
"마나메 가문의 일원으로서 저는 오빠가 하려는 일을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설령 그것이 아버지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 될지라도."
토마는 그런 마야의 선언이 왠지모르게 고마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다. 자신의 동생과 아버지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게 되어 자신의 동생이 해를 입게 되는게 아닐까라는...
토마가 방을 나서기 무섭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서 있었다. 물론 토마보다 약간 키가 크긴 했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사카가미 토마씨죠?"
"아... 예."
"저는 이번에 쿠사카리씨와 함께 토마씨의 호위를 맡게된 쿠레나이 신쿠로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그런데 쿠사카리씨도 이번 일에?"
"네. 쿠사카리씨는 저희 해결사 사무소에서 제일가는 실력자니까요. 뭐 3명밖에 없는 해결사 사무소지만..."
뺨을 긁적이며 하는 신쿠로의 말에 토마는 약간 불안감을 조금 느꼈다. 왠지 미덥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는 탓이었다. 특히나 기가 약해보이는 얼굴 탓인지 보고 있는 사람이 되려 불안해지는 그런 인상이었다.(물론 그 자신도 같았기에 남말할 처지는 아니었다만 말이다.)
"미덥지 못하죠?"
"아... 아뇨"
"신경쓰지마세요. 어차피 자주 그런취급 받고 있으니까요."
확실히 저런 얼굴에 저런 미소라면 그런취급받는게 당연했다. 안습이라 해야할까... 여러의미로 이쪽 계통에 있을 만한 사람은 아닌것으로 보였다. 뭐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쿠사카리 슈우지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그럼 가볼까요? ADEM쪽에서 기다리고 있는것 같으니..."
쿠레나이 신쿠로라 소개한 청년은 토마를 이끌고 LC부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흐음... 역시 내몸. 나이프에 긁힌 정도로는 꿈쩍도 안하네."
사카가미 토마와 쿠사카리 슈우지, 요코타 켄이치. 이 세사람을 도주시킨 의리의 아르바이트생 이서현은 수시간전 나이프에 베인곳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분명 베였건만 그의 옆구리에 남아있는것은 붉은 자상뿐... 그것도 긁힌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어떤 놈들인거지? 이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광학미채따윈 들어본적도 없는데..."
아무리 감각이 무뎌졌다지만 서현에게 그정도까지 접근하려면 최소한도로 체온과 소리 전부를 차단할 수 있어야했다. 그리고 그 루리코는 실제로 소리와 체온을 전부 차단하고 있었다. 보통의 광학미체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유산인건가... 하여간에 유산대책반이라는 LC보다도 유산범죄자가 더 강하다니까."
서현은 투덜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직까지 이곳을 발견한 녀석은 없는듯 싶었다. 한동안은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알바를 하고 있었건만... 역시 자신과 트러블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듯하다. 라고 생각중인 서현이었다.
"나에겐 일상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건가..."
어디선가 "그거 무리..."라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듯하지만 애써 무시한채 서현은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강하더라도 아무런 정보없이 움직이는 것은 여러므로 위험했다. 뭐 솔직히 이쪽계통에서 일하다보면 간혹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감정만으로 돌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말이다.
"응?"
통로를 걷고 있던 서현은 문득 느껴지는 위기감에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전력으로 뛰어갔다. 마침 건너편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에 발걸음 소리를 죽이는건 쉬웠다. 서현이 그 자리에서 벗어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옆의 벽이 백열화 되면서 녹아내렸다.
벽이 녹아내리고 한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팔괘음영가의 일원인 호메이 소아라였다. 소아라는 녹아내린 벽 너머의 통로를 살펴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소아라를 본 철중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뭔일이야 소아라?"
"아니, 아까전까지만해도 이쯤에 거대한 생쥐가 있는것 같았거든."
"흐음, 내가 보도록하지."
그렇게 말한 철중은 소아라를 물러서게 한 후 통로를 살폈다. 오랜세월동안 전장을 누벼온 철중은 흔적을 찾거나 하는데 꽤나 도가 터 있었다. 통로를 살피던 철중은 뭔가를 알아냈는지 바닥을 몇번 짚더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왜 그래 철중?"
"아니, 쥐가 있었음을 확인한것 뿐이야. 그것도 아주 실력좋은 쥐가말이지..."
"어느정도길래?"
소아라의 의문에 철중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최소한도로 우리가 즐거울 정도는 될듯하군"
"헤에, 꽤 실력있는 녀석이네."
"어쩔 생각인가 소아라?"
"결정되어 있잖아 그런건~"
"후후후... 확실히."
소아라와 철중은 다르지만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서현이 지나간 자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응?"
아까 있던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던 서현은 문득 뒤쪽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뒤를 돌아보았다. 서현이 뒤를 돌아보자 통로 저편에서부터 모자란 산소를 태우며 위협적인 불길이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들켰나?!"
서현은 전력으로 달리며 뒤에서 쫓아오는 불길을 피했다. 인간의 달리기 속도로고 보기 힘든 속도로 달린 서현은 재빨리 통로에서 빠져나와 바닥을 굴렀다. 서현이 바닥을 구르기 무섭게 뒤쫓아 오던 불길은 서현이 빠져나온 통로를 불태웠다. 그 광경을 본 서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위험해...!"
"위험하지 확실히"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중년인의 목소리에 서현은 재빨리 바닥을 굴렀다. 서현이 바닥을 구르기 무섭게 거한의 주먹이 서현이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강타된 곳은 약간이지만 우그러졌다. 외장소재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강도를 자랑하는 소재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호오, 반사신경이 좋군. 보통은 상반신째로 날아가 버릴텐데 말이야."
거한은 꽤나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서현을 바라보았다. 서현은 재빨리 눈동자를 굴려 빈틈을 찾은 후 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거한도 호구는 아닌지라 서현의 도주를 눈치채고 그대로 팔꿈치를 휘둘렀다. 날카롭게 휘둘러지는 팔꿈치. 그리고 그와 함께 찢겨지는 공기. 서현은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거한의 팔꿈치치기를 피했다. 거한의 팔꿈치 치기는 서현의 옆에 있던 벽을 스치며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서현은 되려 식은땀을 흘려야만했다. 거한의 팔꿈치가 스쳐지나간 벽에 남은 흔적을 본 탓이었다. 무척이나 날카롭게 베인 흔적... 자신이 기억하는 기술중에서 단순한 팔꿈치 치기로 이런 흔적을 낼 수 있는 기술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대에 남은 기술중에선 단 하나뿐이었다.
"전왕 11투의 참절주...!"
"호오, 이걸 알고 있는건가? 재미있군. 보통 사람은 아니란건가? 뭐 그 움직임부터가 이미 보통사람은 아니란걸 증명하고 있지만 말이지..."
"알지.. 너무나도 말이야."
서현인 이빨을 갈며 말했다. 어찌 모르겠는가? 아무리 지친상태였다지만 젊은나이로 그 괴물같은 사부와 동수를 이뤘던 그 존재를... 그 존재가 사용한 무술을...
"너... 전왕가의 사람이냐?"
"전왕가를 알고있나? 뭐, 전왕 11투를 알고 있아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서도... 네가 방금 한 질문에 대답하자면 지금은 아니오다."
"반도란 말이군..."
"그렇지."
거한과 한담을 나누던 서현은 자세를 잡으며 거한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듯 한탄을 하며 말했다.
"정말인지... 나는 싸움이란 인생의 굴레에서 잠시도 벗어날 수 없는건가?"
"호오, 해보겠단건가?"
"이래보여도 호구는 아니거든. 그리고..."
"그리고?"
"전왕가에는 나름 빚이 있어서 말이야!"
도망칠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땅을 박찬 그는 거한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거한 갑작스러운 서현의 돌진에 조금 놀라며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었다.
팡-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먹과 장저가 격돌했다. 두사람의 주먹과 장저가 격돌하기 무섭게 주먹과 장저에 실린 경력의 여파가 두사람의 팔에 작렬했다. 두사람은 경력에 의한 고통과 반발력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얼핏 동수를 이룬듯 했지만 엄연히 경중에 차이는 있었다. 서현의 주먹에서 발한 경력이 거한의 장저에서 발한 경력보다 좀더 강했었다. 그탓에 거한의 장저쪽으로 조금 밀린 후 경력이 폭발해 피해만 따진다면 거한쪽이 좀 더 손해를 본 택이었다.
"크읍... 아무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지만 이정도 경력이라니."
"아무리 반도라지만 역시 전왕가란건가? 적당한 공격으론 무리군..."
"정체가 뭐냐?"
"글쎄... 테러리스트 따위에게 밝힐 이름같은건 없어서 말이야."
"그럼 철저히 밟아준 후 들어야겠군."
그렇게 말한 거한은 거대한 어깨를 내밀며 서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 시각 스피어라보 메인게이트 앞
"돌입준비는?"
"완료되었습니다."
이번 LC부대의 책임자 쿠노키는 총사령관 다테 신지에게 경례를 하며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보고했다. 쿠노키의 보고에 다테 신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쿠노키를 향해 카드키를 넘겼다. 쿠노키는 다테가 넘긴 카드키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령관님, 이건...?"
"저기있는 소녀의 구속구를 해방하는 카드키다. 비상시가 아닌한 사용하지 말도록."
"저 소녀는 대체..."
"그것까진 알 필요 없다."
"옙."
"그럼 돌입준비!"
다테의 외침과함께 LC부대원들은 돌입을 준비하며 메인게이트 앞에 도열했다. 그리고 도열을 마치기 무섭게 쿠사카리 슈우지와 쿠레나이 신쿠로를 대동한 사카가미 토마가 인증을 위해 시큐리티 인증 센서에 다가갔다. 토마가 인증을 마치기 무섭게 메인게이트가 열렸다.
"전원 돌이-"
돌입을 외치던 쿠노키는 갑작스럽게 문 안에서 뛰처나온 한 거한에 의해 날려지는 수명의 LC대원을 볼 수 있었다. 완전 무장해 있었건만 거한에 부딪힌... 아니 휩쓸린 LC부대원들은 사지가 찢겨지고 뭉개지고 박살난채 허공에 날려졌다. 난데 없는 선혈에 쿠노키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그때 문 안쪽에서 불평이 터져나왔다.
"젠장 왜 문이 열린거야?!"
슈우지와 토마에게 있어선 익숙한 목소리... 바로 두사람을 도망치게 한 아르바이트 동지 서현의 목소리었다.
"현씨!"
"응? 쿠사카리?"
서현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어느새 멈춘 거한은 그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서현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서현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거한의 턱에 발을 건채 문 안쪽으로 던져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당황스런일에 다른 사람들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지금 멍청히 있을 상황이 아닐텐데. 카자마 녀석이 눈치챈다. 빨리 돌입하지 않으면 못들어간다고."
미네시마 유우의 냉철한 말에 다테 신지는 재빨리 쿠노키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쿠노키는 갑작스런 부하들의 죽음에 당황했으나 다테 신지의 지시에 자신이 해야할 바를 깨닫고 재빨리 게이트 안으로 돌입했다. 그리고 잠시 후 메인 게이트가 닫히기 무섭게 LC부대 전원과 미네시마 유우가 돌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때까진 아무도 몰랐다.
들어가선 안될 이들도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윽... 상당하군. 나 혼자로는 상대가 힘들겠어."
서현에 의해 던져진 거한 철중은 약간의 피를 개워낸 후 중얼거렸다. 자신이 공격에 사용한 힘과 자신이 상대한 청년이 자신을 던질때 더해진 힘이 합쳐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준 탓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 있었다간 분노한 LC대원들에 의해 총맞기 딱 좋은상황이었기에 철중은 고통도 무시한채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처참하네 중"
"소아라인가..."
"그녀석, 그렇게 실력자인거야? 네가 피를 흘릴만큼?"
소아라의 물음에 철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상당히 강한 녀석이다. 1:1로 싸웠을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있을지 어떨지..."
"흐음, 강한 녀석이네..."
"전왕가주 만큼은 아니더라도 철벽같은 내 육체에 제대로 상처를 줄 수 있는 녀석이다. 약할리가 없지."
"헤에, 그러고보니 LC부대도 같이 들어왔다면서?"
"그래."
"그럼 말이야~"
소아라는 잠시 입구쪽을 바라보더니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냥을 시작해 볼까~"
"흡연은 적당히 하도록."
"알아~ 알아~ 나도 흡연은 싫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불씨를 가지고 있어도 의심치 않는건 요거 밖에 없단 말이야!"
잔혹한 그녀의 대사는 어느새 철중의 태클로 인해 만담으로 변해있었다.
"젠장 놓쳤나..."
"현씨!"
"현형!"
거한을 놓친걸 아쉬워 하고 있던 서현은 문득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까전에도 본 쿠사카리 슈우지와 사카가미 토마의 모습이 보였다. 서현은 두사람을 향해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희들 왜 여기 있는거야? 탈출한거 아니었어? 요코타씨는!"
서현의 질문에 쿠사카리 슈우지와 사카가미 토마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두사람의 설명을 들은 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럼에도 이쪽으로 돌아와버린 두사람에 대해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뭐라 말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그만두었다.
"그보다 그쪽은 누구?"
서현은 처음보는 소년을 가리키며 두사람을 향해 물었다.
"아, 전 해결사팀 아카긴의 대표인 쿠레나이 신쿠로라고 합니다."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하는 쿠레나이 신쿠로. 서현은 그 명함을 받아들며 신쿠로를 바라보았다. 어딜 어떻게 어떤식으로 보아도 미덥지 않을 얼굴이었다. 이런 얼굴을 지닌 녀석에게 누가 의뢰를 맡길까?
서현의 복잡미묘한 표정에 신쿠로는 쓴 웃음을 지었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왠지 조금 서글펐다. 자신의 인상이 그렇게나 아닌 걸까...
"보기엔 라면집 점원이나 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무심한 서현의 말에 둘도 없는 크리티컬이 신쿠로의 가슴 한복판에 작렬했다.
자신들도 모르게 좌담회를 가지게 된 서현들과는 달리 돌입한 LC부대는 경계를 하며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물론 미네시마 유우도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자재 일시 반입창고인가?"
"네, 도면에 있는 그대로입니다."
부하의 말에 쿠노키는 다테에게 예정대로 진행중이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그 직후 미네시마 유우는 보이지 않는 눈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왔다."
"응?"
쿠노키의 반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입창고의 천장이 일부 열리며 천장으로 부터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설령 과장된 마스크에 컴벳슈츠, 손에는 어설트 라이플을 든채 20m를 뛰어 내린 녀석들일 지라도.
LC부대 한가운데로 난입한 그들은 재빨리 LC부대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LC부대원들도 재빨리 대응사격을 행했다. 보통이라면 테러리스트들이 벌집이 되었어야 하나 어째서인지 테러리스트들은 멀쩡한 대신에 LC부대원들이 하나 둘 씩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있었다. 엄폐물 뒤로 숨으란 명령을 내린 쿠노키는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며 외쳤다.
"왜 멀쩡한거지?!"
"젝트사의 A9 범용 특수 장갑이다. 총탄은 가볍게 막아내고 각부 관절에 있는 충격방지 기어로 충격을 흡수하지. 예정대로라면 반년 뒤에나 완성되었을텐데... 시제품이라도 유출된건가?"
무표정하게 말하는 미네시마 유우. 쿠노키는 그녀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한 대원을 향해 외쳤다.
"오바 그것을!"
"라저!"
오바라 불린 LC대원은 어께에 매고있던 케이스를 내려 놓은 후 케이스 안에 있던 총기를 조립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완성된 소총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렛 82A 전차장갑도 뚫는다는 괴물 소총이 그의 손에 들렸다.
"먹어라!"
철갑탄을 장전한 오바는 그대로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발포했다. 포격과도 같은 총성과 함께 상당한 반동이 느껴졌으나 유능한 LC대원 오바는 그 반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을 향해 발포했다.
퍽-
요란한 굉음과 함께 적병 하나가 벽에 처박혔다. 상반신에는 상당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별로 인도적이진 못하군."
무심하지만 사실만을 말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채 오바는 자신들을 공격한 녀석들에게 사격을 계속했다. 한 녀석은 머리가 날아갔고, 한 녀석은 상반신 일부가 날아갔다. 그리고 다른 한 녀석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남은 상황...
"오바 멈춰, 저녀석에게 정보를 좀 얻어 내야지."
"넵!"
LC부대가 태세를 정비하는 동안 쿠노키는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며 피해점검에 들어갔다. 쿠노키는 초장부터 입은 엄청난 피해에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쿠노키는 모르고 있었다...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