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뭐? LAFI세컨드로 스피어라보의 LAFI퍼스트의 해킹을?"
ADEM의 LAFI세컨드를 관리하는 키나시는 난데없는 다테 사령관의 요청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절대로 안된다던 다테사령관이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이유가 궁금한 탓이었다.
하지만 이내 키나시는 그 의문을 뒤로한채 자신이 LAFI로 펼칠 쇼를 기대하며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키나시 타카시. 과거 유능한 해커로서 이름을 날리다가 ADEM에 스카웃 되고 LAFI 세컨드의 관리자가 된 무척이나 유능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큰 불만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열등감이라고 칭하는게 좋을 것이었다.
자신보다 더 천재인 미네시마 유우의 존재였다. LAFI 세컨드도 실질적으로는 그녀에 의해 완성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그녀의 존재를 부정했지만 최고책임자인 그 만큼은 알 수 있었다.
단 하루의 시간. 자신이 했던것 보다 더 우수하게 LAFI 세컨드가 바뀌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키나시가 수개월을 거쳐 고민과 고생을 다해서짜낸 프로그램이, LAFI 세컨드의 최고 성능을 끌어냈다고 자부하는 프로그램이 단 하루만에 수배는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지만 LAFI의 개발자기 때문에 이런일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억지로 납득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만큼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고생고생해서 만든 프로그램을 단 하루만에 완전히 분석되어 그걸 토대로 개량된 것이었다. 해커출신이라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자인 자신의 자신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사건이었다. 차라리 알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재능이 없었다면 다행이었을 것을... 하지만 키나시는 재능이 있었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바뀌었단것을...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어떤식으로 짜여져 있으며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그것이 키나시에게 있어선 불행이나 다름없었다. 재능에 자존심밖에 없는 인간이 자신보다 위에 있는 존재가 있다는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당연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브레인 프로텍트에 의해 분풀이도 할 수 없는지라 키나시의 화는 극에 달해있었다. 그런때 이런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할 수 있는 사건이 생겼으니... 키나시는 지금 한창 신이난 상태였다.
"응?"
LAFI 퍼스트로 스피어라보를 살피고 있던 미라주의 리더 카자마 료는 문득 자신의 LAFI퍼스트로 침입을 시도하는 불쾌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카자마님?"
"별것아니다. 외부에서부터 해킹 시도가 있을 뿐... ADEM인가? LAFI퍼스트에 이만한 해킹을 걸 수 있다는건?"
"카자마님 그럼...?"
"문제없다. 상대방 실력이 꽤 괜찮은 편이지만 예상범위 내. 30분 이내로 격퇴 가능하다."
카자마는 그렇게 말하며 일렉트론 퓨전에 들어갔다. 예전, 미네시마 유지로의 조수로서 그에게 인정받은 유일한 이유였던 능력인 일렉트론 퓨전. 그것은 뇌를 직접적으로 컴퓨터에 링크해 컴퓨터를 자기의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물론 그 능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는 LAFI급의 컴퓨터가 아닌 이상엔 무리였다. 하지만 LAFI 퍼스트가 그의 손에 들어간 이상 전뇌세계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도 우월한 존재였다.
"제법하는군... 하지만!"
이리저리 재주를 부리며 LAFI 퍼스트로 접근하려는 상대를 보며 카자마는 전신 전령을 다해 자신의 퍼스트로 침입해오는 상대를 배제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자마는 몰랐다. 이 해킹전이 단순한 미끼에 불과한 것임을...
'자신만만하게 말은 했지만...'
서현은 속으로 식은땀을 상당히 흘리고 있었다. 아까 호시가미 타쿠야라는 사람에게서 맞은 부분이 심하게 욱신거렸다. 보통 타격이 아니었다. 안쪽까지 파고드는 타격이랄까... 고위력의 발경을 정통으로 맞은듯한 상황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약간 피가 나는 정도였지만 내출혈도 있었다. 그리 심각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싸움에 지장을 주는데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반사적으로 충격을 줄였다지만... 이정도면 거의 줄인것도 없고. 아직도 머리는 울리고. 여러의미로 안좋구만.'
서현은 아까입은 타격에 대해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격렬한 움직임은 무리, 게다가 기본위력은 저쪽이 위. 결국 근거리 난타전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해야한다는 말... 평소 서현의 방법과는 심하게 틀린 스타일이었다. 물론 취향상이랄까 습관상 얘기지만 말이다.
"호시가미제 육전 이식 백구호, 호시가미 타쿠야."
"응?"
갑작스런 상대의 말에 서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그 말을 외친 저의가 궁금한 탓이었다.
"여태까지 얕보고 있었다. 사과하지... 전력을 다해 그대를 쓰러뜨리겠다"
'안그래도 되는데...'
정상적인 상태라면 또 모를까? 아니 하다못해 이것보다 괜찮은 상태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금 몸상태는 상당히 안좋은 상태... 전력으로 싸우는건 될 수 있으면 사양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좋아, 얼마든지 오라고!"
하지만 속의 생각과는 달리 입에선 허세가 가득한 말이 나왔다.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지금의 상태를 들켰다간 딱 위기에 몰리기 좋은 상황인 탓이었다.
"간다!"
쾅-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타쿠야는 자신이 있던 자리를 박찼다. 보통 방법으로는 내기힘든 속도로 돌진해 오는 타쿠야를 보며 서현은 타이밍을 맞춰 가볍게 몸을 빼었다. 물론 TV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바보도 아니고 이런걸로 인해 벽에 쳐박히거나 할 존재는 아니었기에 서현은 타쿠야가 제동을 걸기 무섭게 그대로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고 그대로 뒤집어 버렸다.
간단한 합기였지만 지금만큼 절묘한때에 걸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이기도 했다. 뭐 상대가 상대인지라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 좀 많이 아쉬운점이었지만 말이다.
타쿠야는 낙법을 행한 직후 재빨리 일어나 서현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서현은 눈을 감은채 그 주먹의 측면을 가볍게 낚으며 타쿠야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렸다.
타쿠야는 아까와는 너무나도 다른 서현의 스타일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서현이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강권의 권사. 그랬던 그가 지금 자신과 싸울때는 어울리지도 않는 유술이나 합기계통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장난치는거냐?"
타쿠야는 상대가 주특기가 아닌걸로 보이는 유술과 합기를 사용하자 무척이나 분노하며 살기를 드러냈다. 갑자기 늘어난 그의 살기에 서현은 살짝 당황하며 타쿠야를 향해 말했다.
"장난 아냐!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다고!"
서현은 열이 받을 대로 받은 타쿠야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며 외쳤다. 서현이 지금 펼치고 있는 기술은 '청류경(淸流鏡)'이란 이름의 기술이었다. 강권일색인 무문팔극권 중에서 몇 안되는 정(靜)의 유(流)계통 기술. 몸에 힘을 빼고 주변의 공기와 동화해 주변공기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로서 서현이 쓰는일이 거의 없는 기술중 수위를 다투는 기술이었다.
평소 강한 공격을 연속으로 사용해 상대를 완전히 뭉개버리는... 필살(必殺)의 기술을 이용해 필사(必死)로 승화시키는 그에게 있어서 완전 방어용 기술인 청류경은 그의 취향에서 심하게 벗어나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수세에 몰렸을때는 이것만한 기술도 없었다.
"내가 이 기술을 쓴건 몇번 안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한 서현은 공격중인 타쿠야의 공격을 잡으며 팔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해지는 파축(破軸).
"뭣?!"
너무나도 가볍게 무너지는 자신의 무게중심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타쿠야. 하지만 서현의 입장에서는 지금 타쿠야에게 행해지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었다. 서현이 사용한 기술은 합기중에서도 꽤나 유명한 용신류 합기유술 혹은 무녀합기라 불리는 합기의 기본이 되는 기술이었으니까 말이다.
타쿠야를 뒤집어 띄운 서현은 진각을 밟으며 타쿠야의 가슴을 향해 회전력을 가득 실은 일장을 날렸다.
"여자에게 거칠게 하는건 본의가 아니지만..."
슈우지는 섬도를 사용하며 소아라의 불꽃을 무력화 시켰다. 물론 그 직후에 남는 수백도의 달궈진 공기가 문제가 되었지만 그 문제도 섬도 직후에 발출되는 무지막지한 발차기로 인해 생긴 바람에 의해서 슈우지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날려지거나 막혔다.
섬도에 의해 불꽃이 상쇄당하고 발차기로 인한 대류공기벽에 의한 열기 봉쇄. 소아라로서는 최악의 상성을 지닌 상대였다. 그렇게 착실하게 소아라에게 다가가고 있던 슈우지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위기감에 바닥을 굴렀다. 슈우지가 바닥을 구르기 무섭게 슈우지가 서 있던 자리의 코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이도 슈우지는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난 탓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예상외의 공격에 많이 놀란 상태였다. 놀라며 소아라를 바라보는 슈우지. 소아라는 그런 슈우지의 모습을 보고는 비릿안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불만 다룰줄 안다고 생각한거야?"
"솔직히..."
슈우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박찼다. 슈우지가 자리를 박차기 무섭게 일어나는 폭발들. 슈우지는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일어나는 폭발들을 회피했다. 하지만 슈우지의 속도에 비례해 폭발의 속도도 빨라져만갔다. 게다가 폭발이 겹쳐지면서 그 위력이 더해지고 범위도 더 넓어져만 갔다.
'도대체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거지?'
슈우지는 폭발을 피하며 폭발을 유심히 관찰했다. 대략 1분 남짓 폭발을 더 피한 슈우지는 폭발에서 발생한 불씨가 갑작스럽게 증폭되어 폭발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것을 본 슈우지는 아까 여인이 어떤식으로 불을 사용하는지 떠올렸다.
'담배의 불씨를 증폭시켜 사용했었지!'
슈우지는 재빨리 폭발에서 멀어지며 떠올렸다. 아까 소아라가 불을 사용했을때를, 그 조건을 눈치챈 슈우지는 어떻게 하면 저 폭발을 막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아까처럼 섬도로 분쇄할까 했지만 그러기에는 기의 소모가 너무 막심했다. 한번막는다고 끝이 아니라 연달아 터트릴 수 있으니 그게 문제였다.
'방법은 막강한 위력으로 단번에 날리는 수밖에 없나...'
물론 슈우지가 배운 구두룡은 그게 가능했다. 하지만 불완전한 슈우지 그 자신이 문제였다. 등에 있는 상처때문에 기의 효율적인 운용에 여러므로 문제가 되고 있었다. 결국 슈우지가 위력적인 기술들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기의 보급이 필요했다.
'지금 상태로는 그게 무리지만...'
슈우지는 계속 피하면서 이 상태를 타계할 방법을 모색했다.
'현재로선 그것밖에 없나?'
결국 방법을 결정한 슈우지는 회피를 멈추고 자세를 고정했다. 슈우지가 준비를 마치자 슈우지의 눈앞에는 수많은 폭발로 인한 폭발의 벽이 생겨나 있었다. 단번에 전부 날려버리지 않으면 언제 또 늘어나 슈우지를 덮칠지 모를 상황이었다.
슈우지는 기를 끌어올리며 오른쪽 손을 내밀었다. 오른손으로 집중시킨 기가 포화상태에 이르기 시작했다.
"구두 우룡보장 3초 한정 발사"
슈우지의 중얼거림과 함께 슈우지의 오른손에서 엄청난 위력의 광파가 쏘아졌다. 만약 자세를 단단히 고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날려졌을 정도로 엄청난 반동이 슈우지의 몸에 걸리고 있었다.
"큭...!"
물론 그 반동만큼이나 위력은 엄청났다. 광파가 발해지기 무섭게 통로에 가득하던 폭발은 그대로 날려졌다. 아니 광파에 의해 먹혀소멸되었다. 소아라는 갑작스럽게 발한 광파를 보며 재빨리 불의 벽과 봉황익(鳳凰翼)을 전개하며 광파를 막으려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개했다는 점과 출력면에서 너무나도 틀렸다.
"꺄악!"
호메이 소아라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기절해 날려졌다. 불의 벽과 봉황익으로 거의 상쇄 시켰다지만 막대한 충격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소아라가 기절한것을 확인한 쿠사카리 슈우지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방금 사용한 우룡보장에 의한 기의 소모가 상당히 심각했던 탓이었다.
"위력을 죽이면서 썼는데도 이정도라니... 역시 내가 배운거긴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무술이야."
슈우지는 상식을 완전히 벗어나있는 무술 구두룡에 대해 투덜거리며 한숨을 내 쉰 후 회복에 집중했다.
"큭!"
서현의 일장을 맞고 날려진 타쿠야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신체 대부분이 개조된 호시가미가의 인간인 그가 이토록 고통을 느끼는것은 정말 간만이었다. 타쿠야는 재빨리 반격하려 했으나 신체 일부가 약간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안의 기계부품 일부가 어긋났지?"
서현의 물음에 타쿠야는 서현을 노려보았다. 타쿠야의 반응에 자신의 말 대로 상대의 상태가 안좋아 졌단 것을 알아낸 서현은 약간 빈정거리는듯한 투로 타쿠야를 향해 말했다.
"네가 이름을 댄 덕분에 겨우겨우 기억해 냈어. 우라쥬산케중 하나인 호시가미가. 예전부터 호천육가의 하나인 기신가(器身家)와 교류를 하며 신체를 개조해 뒷세계에서 살아오던 존재... 선조들의 문헌에서 본 기억이 있긴한데 까먹고 있었거든. 그 약협을 통한 펀치력 강화를 보며 혹시나혹시나 했지만... 설마 진짜였을 줄은 몰랐어."
"네놈, 뭘 한거냐?"
"호시가미가는 신체 중요기관을 제외하고는 죄다 기계장치로 구성되어있다지? 그래서 난 다른 공격을 재끼고 내가 아는 기술중 회전력과 전도력이 가장 높은 기술인 팔대절초의 유파격류장(流波激流掌)을 먹였지. 아마 전도된 회전력에 의해서 축이라던가 맞물림이 어느정도 어긋났겠지?"
"크...!"
서현의 말에 타쿠야는 분통을 터트렸다. 설마 자신이 이런식으로 한방 먹을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그런 타쿠야를 보며 서현은 말을 이었다.
"호시가미가의 기계장치는 단순 타격에는 무척이나 강하지만 회전력이라던가 톱니바퀴나 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 작용하면 의외로 갑작스래 균형이 어긋나 버리지. 뭐 그것도 어느정도 위력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그 부분에 대한건 나중에 호시가미가에 돌아가면 보고해야겠군."
"얼마든지! 하지만 우선은 잘자라고!"
서현은 왼발을 들어올리며 발꿈치로 타쿠야를 내리찍으려 했다. 하지만 타쿠야는 재빨리 오른손의 약협을 교환하며 서현의 발꿈치찍기를 맞받아쳤다.
쾅-
약협의 격발음과 함께 서현의 몸이 뒤로 회전하며 튕겨졌다. 타쿠야도 저릿거리는 손을 뒤로빼며 인상을 찌푸렸다. 단순한 발꿈치찍기였건만 자신의 일격을 상쇄시킬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에 타쿠야는 충격과 함께 불쾌감을 느꼈다.
타쿠야는 어긋나는 감각을 무시한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같은 고속기동은 불가능했지만 일반인을 상회하는 정도의 움직임은 충분히 가능했다. 서현도 아까처럼 했다가는 좀체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맞상대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두사람의 주먹이 스쳐 빗겨나갔다. 두 사람 다 일격일격이 사람을 단번에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위력들이었다. 일격이 서로 빗나가자 서현은 재빨리 몸을 회전시키며 이격째를 날렸다. 타쿠야도 재빨리 약협을 교환했다.
그리고 제 이격째-
팡-
격발되는 약협, 하지만 반박자 빨랐던 서현에 의해 타쿠야의 일격은 빗겨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타쿠야에게는 왼손의 숨은 이격째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현이 일격째를 쳐내고 파고들려는 찰나 왼손의 이격째가 격발되며 서현에게 들어갔다.
쾅!
그리고 울리는 요란한 굉음. 서현과 타쿠야는 서로 각자의 몸에 손을 갖다댄 채 굳어있었다.
"쿨럭-"
호시가미 타쿠야의 입에서 피가 뿜어지며 몸이 무너졌다. 호시가미 타쿠야는 서현과 시선을 맞추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무문팔극권 팔대절초중 하나인 격중진자(擊中振子). 상대의 공격을 온전히 전달하는 일종의 카운터지."
격중진자. 그것은 진자의 힘의 전달에서 파생된 기술로서 단일 상대의 공격을 온전히 상대에게 되돌리거나 다른 상대에게 전달하는 기술이었다. 물론 여기서 그치는 기술이었으면 팔대절초중 하나에 들지 못했으리라. 이 기술의 무서운점은 전달에 사용자의 힘이 더해진다는 점이었다. 흔히 사량발천근이라던가 이화접목이라 불리는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기술이 바로 이 격중진자였다.
기절한 호시가미 타쿠야를 보며 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운이 좋았다고 해야하나... 켁"
피를 한사발 가량 쏟아낸 서현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 격중진자로 대부분의 타격을 되돌릴 수 있었지만 '대부분'일 뿐 상당한 타격은 그대로 서현의 몸에 작렬했다. 그 위력은 아까 서현이 호시가미 타쿠야에게 날린 유파격류장에 비견될 정도였다. 한마디로 내부를 진탕시키는데는 충분했다.
"내장이야 충분히 단련이 되어 있지만서도... 아까의 충격으로 상처가 벌어졌군. 내출혈이야 아까 멈춘데다가 울혈을 토하면서 거의 내뱉었지만... 하아, 일단 이녀석부터 묶어두고 쉴까나..."
서현은 가누기 힘든 몸을 일으키며 호시가미 타쿠야에게로 걸어갔다. 작업용으로쓰던 끈을 들고서...
"현씨, 끝났어요?"
어느새 온 것일까? 쿠사카리 슈우지는 조금 지친얼굴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서현을 향해 물었다. 현은 피곤에 가득한 얼굴로 슈우지의 질문에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두사람다 상상을 넘은 격렬한 사투에 지쳐버릴대로 지쳐버린 탓이었다.
"죽을 맛이었지?"
"네, 역시 이쪽에서 꽤 이름을 날린 상대인 탓인지 여러므로 힘들었어요."
"이쪽도 말이지... 뭐 이런저런 말을 늘여봤자 결국 하고싶은 말은. 죽을 맛이었어."
슈우지는 서현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우지가 고개를 끄덕일때 서현은 슈우지에게 뭔가를 던졌다. 서현이 던진 물건을 받은 슈우지는 그 물건을 확인했다. 그것은 포박시 사용하기 딱 좋은 공업용 구속용 끈이었다.
"이건...?"
"적당히 묶어. 안묶기도 뭐하잖아?"
확실히 그냥 그대로 두기에는 여러므로 위험한 존재였다. 특히나 저 소녀랑 싸우는건 두번다시 패스하고 싶을 정도로 이미 학을 떼고 있는 슈우지에게 있어 서현의 말은 끝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끈을 받아든 슈우지는 재빨리 호메이 소아라를 포박한 채 벽 구석에 놓았다. 호시가미 타쿠야도 소아라처럼 통로 구석에 놓았다.
"그러고보면 토마들은 무사하려나?"
"괜찮을겁니다. 신쿠로 녀석, 저래보여도 일단은 배테랑이고 말이죠."
"괜찮을려나..."
왠지 심하게 미심쩍어하는 서현, 그런 서현을 보며 슈우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유능한 녀석인데..."
"그건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조금 쉰 후 그녀석들을 뒤쫓아 가자고"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현의 옆에서 주저앉았다.
"말도안돼... 이 내가... 말도 안돼!!"
ADEM에서 LAFI세컨드를 관리하고 있는 키나시 타카시는 절구하고 있었다. 그 절규의 이유는 다름아는 미라주의 리더 카자마 료가 쓰고있는 LAFI 퍼스트에게 철저하게 역습을 당한... 통칭 발려버린 상태였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천재인 이몸이!!"
LAFI세컨드의 주임 키나시 타카시는 그 자존심 만큼이나 실력이 상당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재는 될 수 있어도 천재는 될 수 없는 인물... 그런 그에게 LAFI한정이나 진정한 천재라 할 수 있는 카자마 료를 이기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카나시의 실력도 나쁜건 아니었다. 기본에 착실하게 상대를 제압해 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자만심이 차 있는 카나시에게 일렉트론 퓨전으로 LAFI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카자마 료는 극 상성이라 할 수 있었다.
뭐랄까... 플레이어와 관전객+플레이어의 상황이랄까? 한쪽은 모든걸 보고 있는데 한쪽은 그걸 모르고 온갖 재주를 부리고 있으니 당하는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카나시는 분통을 터트리며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카나시는 한사람의 범부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