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스걱-
서로의 검이 교차하고 코조와 토마 둘은 서로 등을 마주한채 검을 내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어땠나, 나의 마지막 검은?"
"제법이었어. 내 속도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토마는 씨익 웃으며 왼손에 흐르고 있는 몇줄기의 피를 보았다. 코조에게 공격을 하던 중 채 막지못한 충격파에 의해 상처입은 부분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토마의 말에 코조는 무척이나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입가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며...
"그거... 다행... 이군."
그 말과 함께 코조의 몸은 사선으로 이등분 되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단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토마의 일격은 코조의 어깨부터 대퇴부까지 단숨에 갈라 버린 것이었다.
"뭐, 이걸로 충분한건가? 자, 그럼 다음 상대를 찾아볼까나~ 안그래도 가까운데에 상대가 있는것 같으니."
사카가미 토마, 아니 화신의 피는 이 나루카미노 미코토에 피를 묻힐 다음 제물을 찾으며 유유히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갑작스럽게 무지막지한 포탄의 충격파에 얻어맞은 슈우지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뒤로 날려졌다. 사실 마하 30을 초월한 속도로 쏘아진 알루미늄탄에서 부터 발생된 충격파는 구두룡을 익힌 슈우지로서도 몸이 산산조각으로 갈려지지 않게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충격에 기절하던 슈우지는 문득 자신의 머리 한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나라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군.'
'누구?'
'너의 또다른 모습이다. 정확히는 너의 아버지가 지닌 또다른 특성을 지닌 존재지. 뭐 인간인 너로서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무슨 말인건지...'
'흐음 역시 너로서는 알아듣기 힘들겠군. 역시 직접 보여주는게 좋을려나? 기억에는 안 남겠지만서도.'
'무슨 의미야?'
'지금부터는 직접 봐!'
그리고 일순간 목소리와 자신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느낀 슈우지였다. 슈우지는 목소리가 자신이 있던 곳으로 나가기 직전에 불러 세워 물었다.
'잠깐! 널 뭐라고 불러야 하는거지?'
슈우지의 질문에 목소리의 주인인 또다른 슈우지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크티아트 아쿠아딩겐 레비아탄. 크티아트 아쿠아딩겐 수룡의 편이란 이름을 지닌 마도서지. 뭐 크티아트라고 불러.'
그렇게 말하며 크티아트는 슈우지가 있던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이걸로 끝인건가?"
아몬은 다단식 경가스건을 어께에 메고 처참한 전방을 쓸어보며 중얼거렸다. 다단식 경가스건은 그야말로 엄청난 무기였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만큼 상당한 거체와 힘이 필요했지만 아몬에게 있어선 무리없는 조건이었다.
거기다가 이 가스건에서 쏘아지는 마하 30을 초월한 알루미늄 탄환은 그 여파만으로도 왠만한 장갑차조차도 가볍게 박살내고도 남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아까 다른 LC부대에게 쐈을때는 꽤 멀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나는 사선 근처에 있었던 탓에 단지 충격만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산산조각나 버렸다.
아몬은 아까 싱거운 녀석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부스럭-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전방의 통로 폐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몬은 경계하면서 주위를 다시 살폈다. 그러자 아까 청년이 서 있던 장소 옆쪽에서 돌무더기 하나가 움찔거리며 하나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의 청년과는 다르게 전신이 검은 무엇인가로 뒤덮혀있었다.
아몬은 불쾌감과 함께 미묘한 위기감을 느끼며 짊어진 다단식 경가스건을 정조준했다. 다단식 경 가스건은 그 충격파뿐만이 아니라 마하 30 이상으로 쏘아지는 알루미늄 탄환 그 자체도 심하게 위력적이었다. 아까 확인한 결과 착탄지점에서 부터 방사형으로 완전히 구멍이 뚫린데다가 마찰열에 의한 열풍이 휘몰아쳤다. 이미 전술병기급의 위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풍-
쏘아진 알루미늄 탄환은 그대로 검은 무엇인가를 뒤덮고 있는 존재를 향해 날아갔다. 검은 무언가에 뒤덮여 있던 그는 조용히 무언가를 읊조린 후 한쪽팔을 내밀었다. 그가 읊조린 것은 한단어... 네크로노미콘의 파편중 하나이자 거미들의 여왕의 이름이었다.
"아틀락 나챠"
슈우지의 입에서 이 이름이 내뱉어지기 무섭게 수천,수만가닥의 실이 어디선가 나타나 알루미늄 탄환을 휘감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가닥에 의해 힘을 거의 소진한 탄환은 그대로 여남은 힘을 짜내 검은 존재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검은존재는 가볍게 손을 내밀어 잡았다. 이미 힘을거의 소진한 탄환을 잡는데 검은 존재는 아무런 힘도 필요치 않았다.
탄환을 잡은 검은 존재는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꽤 괜찮은 위력이야. 마술적 개념도 없이 순수 물리력 만으로 아틀락나챠의 구속을 이정도나 박살내다니 말이야."
"네놈 대체...!"
아몬은 당황하면서도 프로답게 재빨리 다단식 경가스건을 조준했다. 그리고 쏘아지는 2차째 사격. 검은 존재는 재빨리 술식을 구성하며 다가오는 탄환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검은 존재의 발과 다단식 경가스건의 알루미늄 탄환이 격돌했다. 스피어라보의 엄청난 강도를 지닌 벽 조차도 단숨에 녹여버리는 위력을 지닌 탄환은 해룡왕 레비아탄이 지닌 권능 해저화산분화와 대륙융기를 이용한 유사 아틸란티스 스트라이크에 의해 완전히 소멸 된 이후였다.
이 유사 아틸란티스 스트라이크의 이름은 레이지 포 샹그릴라(이상향에 대한 분노)... 대륙을 가르고 움직이는 레비아탄의 권능으로 구성한, 슈우지와 자신의 '아버지'의 주력기 아틀란티스 스트라이크를 모방한 기술이었다.
"말도 안돼...!"
아몬은 다단식 경가스건에서 쏘아진 탄환의 위력이 어느정도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한 발차기로 완전히 상쇄 시켜 버린 것이었다. 너무나도 상식외의 사태에 아몬은 어찌할바를 몰랐다. 아무리 프로라지만 이런 상식외의 사태는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검은 존재, 아니 크티아트는 그런 아몬의 동요를 눈치챘는지 재빨리 레이지 포 샹그릴라에 사용된 해저화산분출의 권능을 응용한 술식 중연 곤륜을 통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일격!
"해룡왕의 포효!(레비아탄 하울!)"
아몬의 강화슈츠의 위에 닿은 크티아트의 손은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키며 아몬을 관통했다. 순수 충격파를 통한 일격... 죽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일어나는건 확실히 무리였다.
아몬을 쓰러뜨린 크티아트는 쓰러진 아몬을 뒤로한 채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너에게 있는건 구두룡뿐만이 아냐, 쿠사카리. 나도 있어. 너의 또 다른 가능성인 내가 말이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각해주기를 바래."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직후, 전신을 뒤덮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지며 크티아트... 아니 쿠사카리 슈우지가 쓰러졌다. 물론 곧 깨어날 것이었다. 크티아트에 대한 모든 것을 잊은 채.
"멈춰!"
"이번엔 뭡니까 현씨?"
서현이 멈춰세우기 무섭게 신쿠로가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현은 긴장하는 표정을 지으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서현이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신쿠로는 찌릿찌릿한 감촉의 살기를 내뿜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다름아닌 사카가미 토마, 방금 유우를 쫓아간 소년이었다. 서현은 살기를 잔뜩 뿌리고 있는 토마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런... 화신의 피... 인가?"
서현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리기 무섭게 살벌하고도 즐겁게 웃고 있는 토마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게 됐네, 내가 상대할만한 녀석이 둘... 아니 셋이나 있는건가?"
"셋?"
"!!"
토마의 말에 서현과 신쿠로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서현이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또다른 살기를 흘리고 있는 거한이 눈에 띄었다. 평소라면 금방 눈치챘을 터이나 밀도가 다른 살기를 지닌 토마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소아라를 쓰러뜨렸나... 그럼 파트너로서 복수를 해야겠군."
"실제로 쓰러뜨린 쪽은 다른 사람이지만 말이지."
서현은 그렇게 맞받아치며 말했다. 실제로 호메이 소아라를 쓰러뜨린 것은 쿠사카리 슈우지, 서현이 아니었다. 서현은 양쪽을 번갈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양쪽다 만만치 않은 상대...
"어이 신쿠로라고 했던가? 어느쪽이랑 싸울래?"
"글쎄요... 둘다 위험할듯하니 조금은 쉬워보이는 저 거한쪽을 맡고 싶은데요."
확실히 살기의 질이 틀리니 어떤의미로는 거한쪽이 더 쉬워보이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의뢰주가 호위를 부탁한 호위대상을 상대하기도 그렇고 말이죠"
"확실히 그렇겠네. 조심하라고. 그쪽도 위험하니까"
"알고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각각이 자신의 상대를 선택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결전을 위해서...
"이곳이 적당하려나?"
"확실히. 이곳이라면 서로 전력을 다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인듯하군"
화신의 피 상태인 토마는 서현의 선택에 유쾌하다는듯 웃으며 대답했다. 서로 실력을 다하기 최적의 공간.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브레인 프록시에가 착상된 197명의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할거지?"
"뭐, 애피타이저로서 딱 좋지."
토마의 말에 서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죽일 생각인가?"
"죽여? 이딴 시시한것 죽일 생각도 안드는군. 게다가 이녀석들을 죽였다간 겁쟁이쪽의 내가 망가져 버릴테니까 말이야."
"화신의 피가 그런걸 신경쓰다니 놀랍군."
서현의 말에 토마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메인 디쉬가 있으니까말이지."
"나 말인가?"
"설마~ 너는 오보르되에 지나지 않아. 나에게 있어 메인 디쉬는 오직 하나. 그 여자 뿐이다."
"미네시마... 유우"
"잘 아는군."
둘이 대화를 하던 중 어느새 두사람을 발견한 사람들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둘은 애초에 그 자리에 없었다는듯 엄청난 속도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프레인 프록시가 착상된 사람들이 밀집된 곳에서 우수수 사람들이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토마의 검극이 번뜩일때마다 가루가 흩날렸다. 서현의 권이 사람들에게 닿을때 마다 파편이 튀었다. 두사람은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200명의 가까운 상대를 완전히 전멸시킨 후 아까 있던 장소에 섰다.
"방해꾼은 완전히 정리 되었고."
"몸풀기도 어느정도 되었다는 건가?"
"자, 그럼... 시작해볼까?"
토마가 잔인한 미소로 자세를 잡기 무섭게 서현도 토마를 노려보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바닥을 박차며 서로에게 돌진했다.
"큭...!"
묵직하기 짝이없는 철중의 일격을 겨우 막은 신쿠로는 신음성을 흘리며 밀려났다. 몸이 튼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쿠로였지만 철중 특유의 파고드는 타격은 신쿠로로서도 버티기 힘들었다.
"꽤 하는군... 하지만 방금 다른 녀석이랑 싸우러간 녀석에 비하면 모자라!"
"우와... 너무한데요. 일단 정식으로 이쪽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르바이트하다 얽힌 현씨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슬프네요."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철중의 말에 신쿠로는 평소의 사람좋은 얼굴을 지우고 날카로운 모습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정식으로해야겠죠?"
어느새인가 그의 오른팔 팔꿈치에는 날카로운 뿔이 튀어나와 있었다. 철중에 그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릴때 신쿠로는 자세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호즈키류 갑 일종 제2급 전귀, 쿠레나이 신쿠로(崩月流甲一種第二級戰鬼、紅眞九郞) 갑니다!"
입후보한 신쿠로는 그대로 철중에게 돌진해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철중은 대전격을 날리며 맞부딪혔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철중의 손바닥과 신쿠로의 주먹이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사람의 발차기. 하지만 그 역시 서로 튕겨져 두사람을 벽에 쳐박게 만들어 버렸다.
"저 체격에..."
"우라쥬산케도 아닌데..."
""인간이 맞는건가 저놈!""
철중과 신쿠로, 둘은 서로에 대해 경악하며 노려보았다. 사실 둘다 평범한 존재는 아니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데에서 나오는 오해였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자세를 취했다.
"흐아아아아!"
요란한 기합성과 함께 철중이 참절주를 행하며 신쿠로에게 달려들었다. 신쿠로는 그런 철중을 보며 자세를 낮추고 땅바닥을 강하게 딛었다. 그리고 철중이 거의 접근 했을때. 신쿠로는 재껴둔 주먹을 철중을 향해 날렸다.
"흡!"
서현이 발을 빼기 무섭게 토마의 나루카미노미코토가 서현의 머리카락을 몇가닥 갈랐다. 토마는 무척이나 유쾌해 하면서 발을 놀렸다. 서현은 토마를 상대하면서 식은땀을 흐르고 있었다. 분명한 살의를 지닌 밀도가 높은 살의 때문에 공격방향은 읽기 쉬웠지만 신체 스펙 자체가 틀렸다. 서현도 인간을 초월한 스펙을 지니고 있었으나 토마는 이미 신체 자체에서부터 있을 수 없는 스펙을 보여주고 있었다.
"쳇...!"
이대로는 당하기 딱 좋은 상황... 서현은 재빨리 무문팔극권의 비술중 하나인 '초연(超燃)'을 사용했다. 어깨와 목에 있는 혈을 점한 직후 서현의 몸이 붉어지며 서현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그건?"
"별거 아닌 도핑이라고 해두지."
서현은 그렇게 말하며 토마에게 달려들었다. 토마는 특유의 몸놀림으로 서현의 공격을 피했다. 아니 피했어야 했다.
퍽-
"어?"
"미안하지만 지금은 아까보다 빠르거든. 조심해라."
어느새 명치에 틀어박혀있는 정주, 토마는 재빨리 나루카미노 미코토를 휘둘러 근접한 서현을 베려했으나 서현은 재빨리 토마의 팔을 잡고 집어 던졌다. 날려진 토마, 하지만 토마는 인간같지 않은 몸놀림을 보이며 몸을 뒤집어 벽을 딛고 몸을 날렸다.
서현에게로 향하는 토마, 서현은 날아오는 사카가미 토마를 가볍게 피했으나 어느새 서현의 몸 일부에서는 피가 거칠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칫...!"
서현은 재빨리 근육으로 상처가 난 곳을 지혈하며 토마를 바라보았다. 다행이도 미미한 상처인지라 지혈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지혈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혈류탓에 어느정도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생각외로 제법이잖나 서현"
"정말인지... 사부가 왜 화신의 피랑은 되도록 싸우지 말랬는지 알만하군."
서현은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다시 토마와 붙었다.
"인과!"
신쿠로의 외침과 함께 철중의 가슴에 신쿠로의 정권이 작렬했다. 정권이 작렬하기 무섭게 철중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려져 벽에 부딪혔다. 벽에 부딪힌 철중은 피를 토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신쿠로를 향해 물었다.
"그것은...!"
"제로식 방위술 오의 인과."
신쿠로는 수년전 어떤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기술의 이름을 철중에게 대었다. 한창 호즈키류를 전수받고 쥬자와 베니카에게서 전투기술을 익히고 있을때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서 몰래 전수받은... 시험삼아 유노누나에게 썼던날 무지하게 얻어터지게 된 원인이 된 기술이었다.
"제로식... 제로식인건가!"
철중은 제로식이란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외쳤다. 과거 731부대보다도 더한 악명을 떨친 순살무음부대의 대장 하가쿠레 시로가 만들어낸 악마의 기술... 그것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탓이었다.
"제로식!!!"
자신의 아버지가 순살 무음부대의 피해자였던 철중은 제로식에 대해 강렬한 증오를 드러내며 신쿠로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전수받기만한채 유래에 대해 자세히 듣지 못한 신쿠로로서는 철중이 분노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신쿠로는 다시한번 인과를 날렸으나 철중은 그것을 예상하고 피했다. 한번 당한 기술을 두번씩이나 당할 만큼 그는 이성을 잃고있지는 않았다.
"타합!"
신쿠로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참절주. 그 순간, 신쿠로의 머리가 참절주의 목표지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직후 철중은 자신의 턱에서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제로식 방위술 오의 대의."
신쿠로의 양발이 철중의 턱에 작렬하기 무섭게 철중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신쿠로는 힘겨운 승리를 얻어냈다. 물론 그 직후 목표를 잃은 참절주에 의해 다리 한쪽이 골절에 가까운 부상을 입게되었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이었다.
"설마... 토마!"
뒤늦게 깨어난 유우는 중앙제어실의 흔적을 보고는 재빨리 제어실을 뛰쳐나왔다. 중앙제어실 전체에 광폭하게 남아있는 나루카미노미코토의 흔적... 토마의 화신의 피가 발동된것을 깨달은 유우는 재빨리 중앙제어실에서 나와 토마를 찾았다. 카자마 료가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토마보다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토마를 찾아해메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벽 한쪽이 무너지며 등장한 두사람에 무척이나 놀라야만 했다. 한쪽은 아까 자신이 치료한 사람이었으며 한쪽은 나루카미노 미코토를 난폭하게 휘두르고 있는 토마였던 탓이었다.
둘 모두 지친듯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유우만 없었다면 네가 메인 디쉬였을 거다."
"젠장... 이놈이랑 싸우느니 차라리 군대랑 싸우고 말지!"
"그만두지 못해!"
유우는 재빨리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외쳤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이유는 필시 화신의 피 때문, 그럼 화신의 피를 얌전하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거기까지다 이면의 토마"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서도. 겁쟁이 녀석이 진짜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좀 안좋군"
"너는 토마의 살인 본능이 극대화 된 것이 아닌가?"
"좀 다르지만서도 말이지. 어느쪽이든 진짜다."
"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보다 이 싸움, 그만두지 않겠어?"
"내가 그래야 할 이유는?"
토마의 말에 유우는 그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네가 가장 고대하고 있는 나와의 싸움이 없어질테니까 말이야"
"무슨 의미지?"
"잊은 거야? 너도 토마라면 모를리가 없을텐데? 내 몸에 독캡슐이 있다는걸. 그리고 그 독캡슐의 시효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도."
"큭!"
토마는 그것을 떠올리기 무섭게 침음성을 흘렸다. 실제로 몇시간 있으면 유우의 몸안에 있는 캡슐이 터져 죽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싸울 수도 없었다. 지금 유우의 몸상태로는 토마 자신이 바라는 싸움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 말에 토마는 거칠게 화를 내며 나루카미노 미코토를 칼집안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순순히 물러가 주지... 하지만 다음엔 이런 요행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거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토마의 몸이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그리고 유우는 그의 몸을 껴안듯 감싸 안았다.
"쿄카 멋지지?"
"응!"
모든 싸움이 끝나고 LAFI 퍼스트를 찾는걸 도와달라는 유우의 요청에 유일하게 그나마 멀쩡한 서현은 쿄카를 데리고 온 후 LAFI 퍼스트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었다. 쿄카가 필요한 이유는 두사람이 가야 할 곳이 레벨0의 시큐리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병원에 입원중인 요코타 켄이치씨와의 약속도 있었지만 말이다.
요코타 쿄카에게 LAFI 퍼스트의 본체, 즉 '별'을 보여 준 후 서현과 쿄카는 그대로 조용히 LAFI 퍼스트의 본체가 있는 방에서 나왔다. 그 뒤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서현은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것은 모든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것. 슈우지를 비롯한 생존자 전원은 무사히 구조되었고 유우도 토마가 꺠어날 동안 그에게 무릎베개를 해 주면서 바깥의 하늘을 만끽했다. 물론 토마가 깨어난 직후 뭔가 몇마디의 말이 오갔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은 두사람의 일이니까 말이다. 물론 ADEM의 사령관인 다테 신지는 그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해 했지만 자의로 귀환한 유우를 보고는 굳이 추궁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수일이 지났다.
호텔 라마단.
"사에바, 스피어라보 인수건은?"
"네, 꽤 비싸긴 했지만 어떻게든 ADEM쪽에서 부터 넘겨 받았습니다. LAFI 퍼스트마저 양도받지는 못했지만요."
이제 막 중학생이 된듯 반질반질한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녀는 척보기에도 유능하기 짝이 없는 OL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유우키 미사. 현재 주식상장 20000%를 달성하고 있는 괴물 벤처기업 포춘텔러의 창립자이자 유명 트레져헌터 더티페이스의 정체인 소녀였다.
"그건 좀 아쉽네..."
"그보다 회장님 이걸..."
카타기리 사에바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얻은 자료를 미사에게 넘겼다. 자료를 넘겨받은 미사는 잠시 훑어보더니 이내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정말인거야?"
"네, 드디어 '그분'의 소재를 확실히 파악했습니다."
"정말 유쾌한걸!"
그렇게 웃으며 소녀는 책상위에 서류를 집어던졌다. 소녀가 보고 있던 서류에 첨부된 사진에는 미덥지 못한 얼굴에 안경을 쓰고 있는 보기만해도 가난의 오라를 풍기고 있는 한명의 남성이 찍혀있었다.
"응? 이 짐은...?"
사미다레장으로 돌아온 슈우지와 신쿠로는 사미다레장 앞에 쌓여있는 짐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잠시 출장갔을때만해도 이런 짐은 없었던 탓이었다.
"여, 신쿠로군, 슈우지군 왔어?"
"타마키씨. 이 짐은?"
"응? 그거 새 입주자의 이사짐. 이름이..."
"이 서현이다."
타마키가 입주자의 이름을 고민하는 도안 그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전 함께 스피어라보 사건을 해결한 또한명의 동료... 이 서현의 목소리였다.
"여, 오랜만이군 쿠사카리 슈우지군, 쿠레나이 신쿠로군."
"현씨..."
"서현씨?"
"어라, 아는 사이?"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말한 서현은 두사람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참 슈우지, 신쿠로.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이라고 했던가? 거기에 들어가도 되지?"
"네?"
"그럼 허락한 걸로 알고 있을께"
"자... 잠시만요 현씨!"
그날 사다미레장과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에 신입이 한명 생겨났다.
그 시각 지리산 어느 산골.
계곡물이 흐르는 고요한 지리산 계곡, 그곳에서 나무를 얽어 만든 정자 위에 두명의 중년인이 술잔을 맞대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권마신창 유월형."
"오랜만이로군 너도."
"대략 10년 만인건가?"
"그동안 서로 제자를 키우느라 바빴으니까 말이지."
두 중년인은 서로 술잔을 교환하며 허심탄회했다. 사실 친분이 있기 힘든 두사람이었지만 젊었을적 교환한 두 주먹으로 인해 생긴 친분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아참, 묻고싶은게 있다고 했는데 뭔가?"
"우리들의 조사 구두룡... 아니 크툴루에 대한 자료가 있나?"
"갑자기 그건 어이하여..."
"실은 내 제자 때문일세."
제자에 대한 일을 풀어놓은 중년인. 그 얘기를 들은 또다른 중년인 유월형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채란아."
"네, 아버지."
유월형이란 이름의 중년인이 부르기 무섭게 중국풍의 통이 큰 옷을 입고 있는 20대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중년인은 편지를 건네며 말했다.
"일본에 있는 서현에게 잠시 다녀오거라."
"무슨 일이신지..."
"친우의 일인지라 설명할수는 없구나. 하지만 그 편지를 서현에게 전달하면 된다. 그 녀석 마술이라던가 신화에 대해서도 꽤나 관심을 가졌었지?"
"그랬죠. 그때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쓴다고 아버지께서 혼내셨지만요."
"그랬었지. 하지만 이번엔 그것이 도움이 될것 같구나."
"그렇습니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채란이란 이름의 소녀는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마지막 한잔을 들이킨 두사람은 어느새 그 계곡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다만 술이 아주 약간 남아있는 술잔을 남겨둔 채.
그시각 미국 아캄시티
"윈필드..."
"네, 아가씨."
미국의 일부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하도우 재벌의 총수인 하도우 루리는 비가내리는 창밖을 보며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은채 자신의 집사를 불렀다. 그 부름에 집사는 무척이나 정중히 고개를 숙인 후 대답했다.
"그 아이는 잘 있나요?"
"그분이라면 잘 계십니다. 다만 얼마전에 꽤 큰일에 휘말렸던듯 합니다."
"그렇습니까..."
뭔가 그리운듯한 눈빛으로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하도우 루리. 그런 루리의 표정을 보며 그녀의 집사 윈필드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역시 그때 그분을 모셔오는 것이 좋았을까요?"
"어쩔 수 없죠. 그 아이는 아직도 절 엄마라고 인정하지 않는 걸요. 쿠사카리라는 성이 그 증거..."
"루리님..."
집사 윈필드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30대에 들어선, 아직 한참 젊은 자신의 주인은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을 위해 모든걸 바치려 하고 있었다.
"참 이상하죠? 자신이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없을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이란걸 자각하기 무섭게 이런 모성애라니..."
"이상하지 않습니다."
"언제쯤... 그 아이를 똑바로 대면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걸까요?"
루리는 한숨을 내쉬며 다른 세계의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부탁한 자신의 아이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