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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긴의 의뢰일지


원작 | ,

1화 딸 등장


수백년전 후지산
평범하게 대나무 숲에서 생활하고 있던 노인 앞에 흉흉한 기세를 흩뿌리는 칠흑의 무복을 걸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가 다케도리옹인가?"
"누구지?"

수백여년에 달하도록 이 후지산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다케도리옹은 자신의 손등에 흐르는 식은땀의 감촉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손도끼로 손을 가져갔다. 그것을 눈치챈 사내는 재빨리 발걸음을 크게 내딛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마치 포탄과도 같은 그 주먹은 단번에 노인이 있던 자리를 초토화 시켰다.

"권마신창. 불노불사의 몸을 지녔다는 그대를 죽이러 온 사신이다."
"죽지도 않는 이몸을 죽이겠다고? 간도 크군-"

때는 전국시대 아직 신화가 채 잊혀지지 않고 자그마한 신화가 계속 꽃피던 시기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일, 그리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훗날 골치아픈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꿈에도 알지못할 일이었다.



 

일본 후지산인근 모처

"젠장 너무 질겨!!"

나이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거친말흘 내뱉으며 M16을 갈기던 소녀는 자신의 뒤를 쫓아온 순백의 거인을 보며 질린듯이 외쳤다. 소녀가 고서를 얻기 무섭게 등장한 순백의 거인 오니(鬼)는 정말 끈질기게도 소녀의 뒤를 쫓았다. 수류탄에 당해도, 수백발의 총탄을 맞아도 아랑곳 하지 않는 순백의 거인은 미사를 향해 그 거대한 손을 내뻗었다. 그순간 어디선가 자신의 키만한 머스켓을 꺼내든 미사는 그것을 오니의 머리에 겨누며 방아쇠를 당겼다.

"파이어!"

그와 함께 쏘아지는 신형소이작렬탄. 그 위력과 비례해 발사에 엄청난 압력이 생겼기에 이 개조 머스켓으로 밖에 쏘지 못하는 포춘텔러 연구반의 걸작이었다. 지근거리에서 작렬한 소이작렬탄의 막강한 화력에 살짝 구워지는 느낌을 받은 미사였으나 그래도 저 순백의 거인을 물리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기에 신경껐다. 하지만 그 작열하는 불꽃속에서도 거인의 목소리는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누가 줄것 같아!!"
소이작렬탄에도 꿈쩍하지 않은 거인을보며 내심 놀라다 못해 긴장하는 미사는 허세를 부리며 여남은 수류탄을 흩뿌렸다. 그리고 그녀가 서 있던 절벽에서 뛰어 내렸다.
3
던져진 수류탄의 핀이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한다.
2
거인의 손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트윈테일의 소녀의 머리가 흩날리며 허공을 날아오른다.
1
그리고 파열되기 시작하는 수류탄-

콰과과과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절벽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사라진 순백의 거인의 모습. 하지만 미사는 방금 그걸로 죽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방금 그걸로 죽을 것이었다면 아까전 소이작렬탄에 맞고 멀쩡할리 없었으니까말이다.

"미사일이라도 한방 더?"

탕-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사이 들려오는 총성, 그리고 우수수떨어져 내리는 보조 주머니 안의 내용물. 여태까지 꺼낸 흉흉한 것과는 다르게 그나이대 소녀가 쓸법한 여러가지 물품, 립 글루즈를 비롯한 각종 화장품이었다. 그것도 얼마전에 나온 신작 상품들- 흙 투성이가 된 화장품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꺄악! 전부 얼마전에 산건데!!"
"움직이지 마, 그 다음에는 머리다."
"쳇, 뮤지엄인가..."

지금은 망한 트라이던트 이전부터 고대유산을 모으고 있는 정체불명의 조직, 그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그 조직의 이름에 대해 비아냥을 담아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박물관'이라고

"허세는 그만 부리지, 넌 이미 포위되었다. 아군은 없어."
"헹, 그럴까나?"
"이미 반경 500m는 철저히 배재했다. 이곳은 너 하나 뿐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뭣?"

소녀의 자신만만한 말과 함께 소녀의 뒤편에서 날아온 거대한 물체, 그것은 공대지 미사일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나타난것은 'MISA CUSTOM이라 적힌 해리어, 좌석이 두개가 있는것로 봐선 엄연히 개조한 물건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무리한-

"꺄하하하하 뒈져버려!!!"

소녀의 외침과 함께 쏟아지는 미사일 세례, 본래 전투기에는 달 수 없는 미사일런처에서 부터 미사일의 비가 쏟아져 내린 것이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뮤지엄의 인물들은 미사일의 비에 학살당했고 그 틈을 탄 미사는 자신의 해리어에 올라타 유유히 사라졌다. 겨우 살아남은 상처의 남자는 상처투성이의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진 한장의 메모를 바라보았다. 거기에 적혀있는것은 단 한줄-

'사미다레장 쿠사카리 슈우지'

"더티페이스의 관계자?"

상처의 남자는 몸을 일으키며 부하들을 불렀다. 그리고 이것이 뮤지엄 최대의 적인 더티페이스를 '만드는' 일이 될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 복건성 어느 산골

"불노불사라... 인간의 업으론 바래서는 안될 일이건만 왜 그리 집착하는지."
불타고 있는 한 연구시설을 보며 서현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불노불사에 대한 연구. 그 불노불사에 대한 연구를 파기해달라는 의뢰에 의해 간만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서현이었다.

"데이터는 남겨두면 안되니... 물리적으로 완전히 ​박​살​내​버​려​야​겠​지​?​"​

서현은 연구시설에 있는 컴퓨터와 하드를 향해 묵빛 창을 휘두르며 형체조차 제대로 남지 않도록 박살냈다. 물리적으로도 복구하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이 자식! 넌 대체 누구냐!!"

어느새 나타난 연구소의 경비로 보이는 무장 병력이 나타나 현에게 총을 겨누었다. 서현은 부수던것을 멈추고 재빨리 경비가 나타난 곳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경비가 나타난 곳과 서현이 서있는 곳의 거리는 대략 100m가량. 일반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쾅!

"커헉!"
"뭐.. 뭐야!"

요란한 굉음과 함께 경비들이 몰려있던 곳에 폭발이 일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폭발이라기보다는 전차포의 포탄이 작렬한것 같은 상황- 진짜 포탄에 맞은것처럼 사람의 몸이 완전히 날아가버린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착탄'한 곳 주변에 있던 이들이 기절하거나 상당한 부상을 입은채 날려져 버렸다.

"바쁘다고. 너희같은 녀석들 일일히 상대해 줬다간 모레 있을 강의 수강을 못한단 말이다. 그보다..."

서현은 당황해 하는 경비들을 잠시 보더니 봉을 휘둘러 하드와 컴퓨터를 마저 박살낸 후 그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어이, 너희들중에 혹시 이곳에서 연구하고 있던게 뭔지 상세히 알고 있는 사람 없나?"
"말할것 같으냐?"
[말해-]

순간 서현의 목소리가 기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목소리를 들은 경비들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경비들에게서 연구소 내에 흘러다니는 소문을 들은 서현은 경비들을 모조리 기절 시킨 후 유유히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폭음이 가득 울려퍼지는 연구소를 빠져나온 서현은 방금 경비들에게서 들은 소문에 대해 중얼거렸다.

"일본의... 오니(鬼)라."

서현의 시선은 어느새 이 중국대륙에서 머나먼 일본을 향하고 있었다.




수일 뒤 사가미 대학

"슈우지!!"
"미안, 미키!!"

갑작스럽게 대학 한 구석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그 외침을 들으며 사가미 대학학생들은 무척이나 즐거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평범하게' 스쿨 라이프를 보내고 있었다. 사가미 대학의 여러 명물중 하나인 쿠사카리 슈우지x마토우 미키 커플. 바퀴벌레 같은 한쌍도, 그렇다고 어느한쪽에서 휘두르는 관계도 아닌 아주 애매모호한 관계때문에 사가미 대학의 명물중 하나가 되었다.

"오늘도구만 저 두사람은"
"그러게 말이야."
"정말인지 두사람은 대체 뭐인걸까..."
"슈우지는 슈우지대로 강하게 나갈 수 없고..."
"그렇다고 미키쪽에서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니. 외야쪽에선 정말인지 답답할 따름이지."

솔직히 외야쪽에서 보기에 미키쪽이 많이 안타까운데다가 이해가 안가는 커플링이었지만서도 두사람이 헤어진다거나 흔들리는 없었다. 한번은 슈우지가 아르바이트로 유우의 옆을 잠시 비운 사이 누군가가 미키에게 대시했으나 미키의 얼음... 아니 드라이아이스보다도 차가운 반응에 극심한 상처를 받고 휴학계를 내버렸다. 그 이후 슈우지가 없다고 해서 미키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보면 좀 기묘한 녀석들은 또 있지."
"확실히."

슈우지와 미키를 보던 인원중 몇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또다른 두사람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보이는 평범한 미남 미녀 커플이었지만 그 구성이 꽤나 기묘했다. 여성쪽이 들고 있는 책들은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통칭 오타쿠 서적이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후우카 미유. 마토우 미키에 버금가는 미소녀임에도 불구하고 초(超)자가 붙을 만큼 엄청난 오타쿠성 때문에 묘하게 인기가 적은 여인이었다.
그렇다고해서 그녀의 곁에 있는 청년이 오타쿠인것은 아니었다. 그보단 뭐랄까, 다가가기힘든 분위기를 풍기는 왠지모르게 위험한느낌의 청년이었던 탓이었다. 물론 관계자체가 애매모호한 슈우지와 미키보다는 덜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소란스럽고도 평범한 하루가 지나고 있는 사가미 대학이었다.




"아야야야..."
"괜찮냐 슈우지?"

함께 사미다레장으로 향하는 서현은 살짝부은 슈우지의 오른쪽 뺨을 보며 걱정과 쓴웃음이 뒤석인 표정을 보였다. 사가미 대학으로 편입한지 오늘로 보름을 조금 넘겼다. 전입한 서현은 슈우지의 '그녀'를 보며 어째서 슈우지같은 호인이 그런 여왕님 타입과 사귀게 되었는지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에 왈가왈부하며 간섭할만큼 눈치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슈우지쪽도 미키쪽도 꽤나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는 것같으니...

"뭐 매일있는 일이니까 말이야."
"뭐 그건 그렇지."

이런식으로 과격한건 드물지만 미키가 트집을 잡거나 해서 슈우지가 곤란을 겪는일은 거의 매일 있었다. 뭐 일종의 애정표현인듯 싶지만서도... 솔직한 말로 현이 보기에는 슈우지가 아니라면 저 애정표현에 질려 떨어져 나갔겠지만.

"응?"
"왜 그래 현?"

갑작스럽게 뒤쪽을 바라보는 서현, 그리고 그런 서현을 향해 의문을 던지는 슈우지. 서현은 능청스럽게 슈우지에게 말했다.

"아니, 학교에 두고온게 생각나서 말이야. 먼저 가 있겠어?"
"그래? 알았어."

너무나도 쉽게 슈우지를 속여넘긴 서현은 천천히 학교로 향하는 척 하면서 인근에 있던 담벼락을 밟고 뛰어올랐다. 자신이 느낀 시선의 주인을 찾기 위함이었다.

"저곳인가?"

직선거리 1.8km. 보통사람이라면 시선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으나 기감이 민감한 서현으로서는 불쾌함을 느끼고도 남을 정도였다. 물론 특별히 살의라던가 관심이 담겨있지 않다면 그만큼 감지하기도 힘들지만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이쪽을 주시하고 있으면 그냥 넘기려고해도 넘길 수가 없었다.
인간을 초월한 무지막지한 각력으로 뛰어오른 서현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시선의 주인을 향해 날아올랐다. 시선의 주인을 향해 뛰어가는 서현을 향해 무엇인가가 쏘아졌다. 서현은 그간의 수행과 실전으로 단련된 직감으로 재빨리 팔에 숨기고 있던 단창을 꺼내 조립해들며 쏘아진 것들을 쳐냈다.
갑작스럽게 쏘아진 무언가에 의해 자세가 흐트러진 서현은 재빨리 근처에 있는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 착지한 서현은 자신이 쳐낸 무언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척보기에도 평범한 철이 아닌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철제 화살을.

"이거 원... 저쪽도 보통은 아니란 건가?"

서현이 중얼거리기 무섭게 어느새 몇발의 철화살이 더 쏘아졌다. 서현은 재빨리 분리된 창을 휘둘러 철화살을 쳐냈다. 서현이 철화살을 쳐내는 사이 사람의 팔만한 거대한 칼이 서현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카강-!

서현은 재빨리 단창창을 교차해 막은후 자신을 공격한 검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현은 급격히 인상을 찌푸렸다.

"메이드?"

서현이 말에 메이드는 거칠게 팔을 휘둘러 서현의 단창을 튕겨냈다. 서현은 재빨리 단창을 조립해 장창으로 만들어 메이드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절묘하기짝이 없는 타이밍. 하지만 메이드도 상당한 실력자인지 힘겹게 서현의 '참격'을 막아내었다. 서현은 자신의 참격을 막아낸 메이드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지? 누구기에 나와 슈우지를 감시하고 있는거지?"
"당신이 알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적의가 없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그렇게 계속 감시하고 있으면 뒤통수가 가렵다고!"

서현은 진각을 밟으며 재빨리 역방향으로 휘둘렀다. 서현이 방어가 곤란한 역방향으로 휘두르자 메이드는 재빨리 박고있던 검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가 피하자 서현의 흑창은 허무하게 그녀의 검을 강타했다. 소녀는 검이 강타당하자 그 강타당한 충격을 이용해 서현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 했었다.

쾅!

울려퍼지는 요란한 굉음. 어느새 들린 서현의 발이 여인의 검면을 강타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묵직한 일격에 메이드의 검은 대번에 튕겨졌다. 서현은 메이드를 향해 창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저기.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말이야. 나랑 슈우지를 감시하는건 그만둬주지 않겠어?"
"불가"
"역시 그런가?"

서현과 메이드는 서로를 노려보며 서로를 향해 창과 검을 힘껏 휘둘렀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두사람의 무기가 튕겨져 나갔다. 강렬한 충격에 수걸음이나 뒤로 물러간 메이드. 하지만 이내 자세를 고쳐잡은 메이드는 강한 진각과 함께 서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내지르는 일섬- 서현은 그 일섬을 빗겨내보낸 채 메이드를 향해 파고 들었다. 흩날리는 머리칼과 함께 튀어오르는 불똥을 타고 빗겨져나가는 대검, 그리고 그 대검의 날을 타고 명치를 향해 파고드는 서현의 창-
서현의 창대가 메이드의 명치를 가격하려는 순간,

투쾅-

마치 포탄이 내리꽂은듯한 굉음이 서현과 메이드를 갈라놓았다. 흩날리는 먼지속에서 서현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한 중년남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사 복을 입고 가죽장갑을 낀 남자. 하도우가의 중역이자 총수 하도우 루리의 집사인 윈필드였다.

"이런이런, 거물의 등장이군"

포탄과도 같은 주먹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허세를 부리며 창을 겨누었다. 하지만 윈필드는 싸울 의사가 없다는듯 손을 펴며 서현을 향해 말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쪽 메이드가 위험해보여서 구하러온것 뿐이니까요. 우리쪽 메이드는 유능하거든요. 한명이라도 결원이 생기면 곤란하답니다."
"말이나 못하면..."

서현은 윈필드의 말에 빈정거리며 창을 겨누었다. 약간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그대로 찔러버릴 준비를 하고. 하지만 윈필드는 정말 그 메이드를 구하러 오기만 한것인지 서현이 창을 내지르지 못하겨 견재하면서 메이드를 데리고 헬기에 올라탔다. 졸지에 닭쫓던 개가 되어버린 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미 시간을 상당히 지체한 상황, 너무 늦었다가는 둔하디 둔한 슈우지라도 의심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직 슈우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서현으로서는 더이상 그 자리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홀로 집인 사다미레장으로 향하던 슈우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떡대의 남성을 보며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척보기에도 야쿠자로 보이는 두 사람은 슈우지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쿠사카리 슈우지인가?"
​"​그​렇​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이런 사람이다."

한 거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슈우지의 등에 기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쪽일에 종사하게 되면서 무척이나 자주 느끼게 되는 권총 총구의 감촉이었다. 슈우지는 그 느낌을 자각하기 무섭게 몸을 돌리며 뒤에있던 녀석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 가볍게 날려지는 거한. 다른 거한은 그 광경을 보며 당황한채 식은 땀을 흘렸다. 슈우지는 조금은 유약해보이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분들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처에서 오신분들은 아닌것 같네요. 뭐 이 근처분들이라면 이렇게 무방비한 방식으로 저에게 접근하지도 않겠지만요..."
"아아..."

거한은 처참하게 널부러진 자신의 동료를 보며 당혹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표정으로 슈우지를 쳐다보았다. 슈우지는 그런 거한을 향해 평소의 그답지 않은 살짝 잔혹한 선언을 했다.

"어느조직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각오해 주세요."

그리고 그날 두명의 거한은 급성 양완탈골증이라는 기이한 병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게 되었다. 평소 유약해보이는 슈우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대체 뭐인거지..."

이유모를 야쿠자의 습격을 넘긴 슈우지는 갑작스럽게 습격한 야쿠자들에 대해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야쿠자와 충돌할만한 의뢰를 맡은적이 전무한 탓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사미다레장으로 향하던 슈우지는 문득 사미다레장 앞에 있는 거대한 트럭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미다레장 앞에 서 있는 트럭은 이전에 슈우지가 한번 알바한적이 있는 집게발 이사집센터의 트럭이었다.

"왔구나 슈우지~"
"타마키씨, 이건 대체? 새로운 입주자라도 온겁니까?"
"입주자라... 확실히 입주자라면 입주자인데."
"무슨 의미에요?"
"뭐, 직접 확인하는게 좋겠지."

타마키씨는 총총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타마키씨가 그 자리를 벗어나기 무섭게 트윈테일을 한 소녀가 슈우지에게로 다가왔다. 소녀는 마노색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쿠사카리 슈우지?"
"으응, 그런데? 그보다 네가 새 입주자야?"
"뭐, 그런셈이랄까. 앞으로 잘 부탁해"
"이름은?"
"유우키 미사"
"유우... 키?"

순간 슈우지는 '유우'가 연상되는 이름에 목소리를 떨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이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해 버렸다. 그 '무라카미'의 정보망을 이용하고서도 3년동안 꼬리조차 잡지못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지금 생각하고 있는게 맞을걸?"
"응? 무슨소리야?"

슈우지는 갑작스럽게 능글맞게 미소짓는 미사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의아한 표정을 본 미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유우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
"그걸 어떻게."
"다 아는 방법이 있지~ 뭐 알수밖에 없다고 해야하나."

능청스럽게 말하는 미사, 그리고 잠시 후, 미사는 자신의 눈동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 눈동자 색 보니까 생각나는거 없어?"
"마노색... 설마?"

슈우지가 유우를 떠올리며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을때 미사는 익살이 가득한 표정으로 슈우지를 향해 말했다.

"콩그레츄레이션~ 당신의 딸인 유우키 미사랍니다~"

장난기가 넘치는 미사의 말에 슈우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충격에 잠시 혼백이 빠져나간 상태가 된 슈우지는 문득 이사짐센터의 짐이 들어간 곳이 자신의 방쪽임을 기억해냈다.

"설마..."
"실은 증조할아버지가 짜증나게 해서 가출했거든. 잘 부탁해요 아.버.지"

미사의 아버지란말에 슈우지는 벌벌떨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난..."
"기네스 기록을 알고 있어? 아프리카에서는 8살에 출산한 여자아이가 있지."
"그때 내가 8살이었고 유우가 ​7​살​이​었​으​니​까​.​.​.​!​"​
"비공식적이지만 기네스랄까~ 우후후후후"

뭔가 사악함이 가득한 미사의 미소에 슈우지는 묘하게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유우'와 닮은 악동을 바라보았다.

"그럼 '유우'는..."
"아마 유우키의 유우겠지. 엄마는 의외로 부끄럼 쟁이니까 말이야. 어쨌든..."

한참 말을 하던 미사는 갑작스럽게 베시시 웃으며 슈우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잘 부탁해요 아빠!"
"아하하..."

쿠사카리 슈우지. 나이 21세가 된 해 갑작스럽게 딸이 생겨나게 되었다.





"쳇... 그 녀석들!"

서현은 투덜거리며 사미다레장으로 향했다. 하의는 괜찮으나 상의는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이미 너덜너덜. 물론 그렇게 심하게 찢어진거나 한게 아닌 구멍투성이가 된 정도지만 자잘하게 전체적으로 상해있었다.

"윈필드까지 나설줄이야. 그나저나 틈만들기 용 일격이었지만서도 가장 피해를 본건 역시 그 일격이군."

자신의 옷을 바라보며 투덜거리던 서현은 이내 하도우재벌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그나저나 하도우라... 미국에 있는 하도우재벌이 일본까지 왜 온거지?"

하도우 재벌, 표면적으로도 뒤쪽세계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한 거대 재벌중 하나였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여타 재벌들과는 다르게 최근 50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급성장한 가문으로 우연히 발견한 황금과 하도우 코조의 탁월한 능력으로 아캄시티란 곳을 만들고 그곳에서 왕처럼 군림중인 가문이었다. 그곳은 주지사 대신 하도우 재벌이 모든것을 관리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 중앙정부 조차도 아캄시티는 함부로 건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인지 알수없는 노릇이로군. 일단 내가 하도우 재벌이랑 엮인일은 없으니 천상 슈우지쪽과 관련되었단 말인데..."

물론 여태까지 자신이 한 일들중 우연히 하도우쪽이랑 연관된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원한을 만들지 않는 사부의 성격을 보나 자신의 여태까지 행적을 보나 하도우 가문에서 주로 손대는 일들을 보아할때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슈우지쪽에서 연관될 만한일도 꽤 드물어보이는데 말이야."

지난번 사건이 좀 크게 엮이긴 했지만 아카긴 자체는 중소규모의 자그마한 해결사집단이었다. 물론 유능한 정보원 '무라카미'의 이름을 이은 무라카미 긴코가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쪽에서 딱히 무리해서 아카긴과 접촉하거나 충돌할만한 메리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아, ​골​치​아​프​구​만​.​.​.​"​

사건을 추론해내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했다. 서현은 생각을 잠시 그만두고 일단은 슈우지에게서 반응을 이끌어내거나 긴코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중 어느쪽을 행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어라 슈우지? 아직 안들어간거야? 그보다 뭐야 그게, 그 엄청난 짐들은?"

서현은 상당한 양의 짐을 들고 있는 슈우지를 보며 말을 걸었다. 서현인것을 알아본 슈우지는 살짝 놀란표정과 함께 안도감, 그리고 당혹감등이 뒤섞인 표정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게."
"안녕하세요."
"안녕, 슈우지 이 아이는?"
"그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딸입니다~"
"응?"

소녀의 말에 서현은 당황하며 슈우지를 바라보았다. 서현이 슈우지를 바라보자 슈우지는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현은 놀란표정으로 슈우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 진짜인거냐?!"
​"​어​쩌​다​보​니​.​.​.​"​
"양녀?"
"친딸..."

상상을 초월한 친우의 대답에 서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까 하도우에 대한것도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건만 갑작스럽게 이해불가한 일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네 나이에 10대로 보이는 딸이라... 그것도 친딸..."
"그게..."

서현은 슈우지의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입을 열었다.

"슈우지."
"왜...?"
"소아성애는 범죄다. 마토우 미키를 생각해!"
"틀리다! 절대로 틀려!!!"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무척이나 강력하게 부정하며 외쳤다. 안그래도 미키랑 소원한게 슬픈데 로리콘으로 몰리는것은 정말인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헤에, 아빠 로리콤?"
​"​아​니​라​니​까​!​!​!​"​

슈우지는 두사람을 향해 절규하며 외쳤다.





"아하하, 미안미안 아빠. 왠지 재미있어서 말이야."
"그러게, 슈우지군 그런면에선 반응이 꽤 재미있으니까."
"너무해..."

슈우지와 서현, 그리고 미사는 짐들을 나눠들며 사미다레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돌아가는 도중에 꽤나 슈우지를 놀려먹은 터라 슈우지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슈우지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
"말하기에는 살짝 그러니까 말이지."
"확실히... 뭐 그래도 일편단심의 순정파라. 꽤나 여자에게 사랑받을 타입이네."
"확실히 우리쪽 아줌마도 맨날 왕자님 거리면서 헤롱헤롱 거렸으니까..."
"엄마에게도 가차없네 미사는."
"뭐 이래저래 엄청난 엄마니까 말이야."

슈우지와 서현은 그렇게 미사와 잡답을 나누며 사미다레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였다.

핑-

근처에서도 들릴까 말까할정도로 미세한 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며 미사에게로 날아가는 한줄기 섬광. 그 섬광은 무척이나 빠른속도로 날아가 미사의 머리를 꿰뚫으려 했다.
그 순간, 서현의 발이 아래쪽에서 부터 타원을 그리며 화살대를 차올렸고 슈우지의 발이 큰 원을 그리며 화살촉을 내리찍었다. 두사람의 발차기에 두동강이 난 화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두조각난 화살이 떨어지고 그들의 발이 원래자리로 돌아갈때까지 두사람의 그림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것은 그림자마저 소실시킬 만큼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는 의미였다.
두사람의 발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1초가량이 지나자 뒤늦게 엄청난 바람이 미사의 밑에서 부터 불어왔다. 그 엄청난 바람은 미사의 검은 미니스커트를 거칠게 들추며 사라져버렸다.

"꺄악! 뭐인거야!!"
"글쎄..."
"그보다 두사람 봤지?"
"뭐... 뭘 말이야?"
"내 팬티 말이야."

너무나도 노골적인 미사의 말에 두사람은 뻘쭘해 하며 뺨을 긁적였다.

"봤구나!"
"아니 그게..."
"미사, 12살에 가터벨트는 안어울린다고 생각해. 그치 슈우지?"
"확실히 나도 12살짜리에게 검은색 가터벨트는 좀 아니라고 생각..."
"역시 봤잖아!!!"

그렇게 화내던 미사는 문득 자신의 뒤에 떨어져있는 반토막난 은빛 화살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이런게 왜 이런곳에 떨어져있지?"
"글쎄... 신사에 갔다온 사람이 떨어뜨린게 아닐까?"
"반토막난걸?"
"요즘은 흉흉한 일이 많으니까 말이야."

슈우지와 서현은 능청을 떨며 미사에게 걸음을 재촉했다. 두사람의 재촉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미사, 미사가 발걸음을 옮기자 슈우지와 서현 두사람은 평소의 눈빛이 아닌 전장에서 보이는 눈빛을 보이며 잠시 골목 너머를 바라보다가 미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슈우지들이 사라지기 무섭게 골목너머에서 하카마를 걸친 한 노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방금전에 그 청년... 에미시의 고무술을 익힌 것인가? 재미있군... 현대에 이르러 요술사를 보게 될줄이야. 그보다 또 다른 청년쪽도 에미시의 고무술과는 다르지만 뭔가 특별한걸 익힌듯 한데..."

서현이 보여준 몸놀림에 대해 떠올리던 노인은 문득 등줄기가 싸늘해지는듯한 차가운 눈빛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버렸다. 수백년전, 자신을 죽이겠다고 찾아온 한명의 무술가. 철로만든 창과 두 주먹으로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간 두려움의 대상.

"설마... 아니겠지..."

노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수 시간 후 나리타 국제 공항

"어서오십시오. 하이 큐레이터 미스 키리코."

얼굴을 가로지르는, 척보기에도 위압적인 상처를 지닌 남성은 공항에 입국하고있는 한 여성을 향해 직각으로 인사했다. 척보기에도 과례나 다름없지만 여성은 그것에 상관하지 않는다는듯 입을 열었다.

"당신입니까. 뮤지엄 내에서 실패뿐인 당신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뮤지엄은 만만한 조직이 아니랍니다. 그건 알고 계시겠죠?"
"네... 넵!"
"더티페이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지난번 더티페이스의 관계자로 보이는 소녀에게서 얻은 주소와 이름으로 부터 '길드'에 등록된 정보를 빼와 대조한 결과 일단 더티페이스의 관계자로 보이는 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가 조심스럽게 정보를 넘겼다. 정보를 받아든 키리코 렌은 자료를 읽어내려가다가 심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없어야 될 이름이 그 자료에 기재되어 있던 탓이었다.

"확실한 것인가요?"
"'길드'에서 탈취한 후 단 한번의 수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

키리코는 손톱을 잘근 물어뜯으며 극심하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길드'에서 탈취한 정보에 '쿠사카리 슈우지'란 이름이 있었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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