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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긴의 의뢰일지


Original | ,

2화 움직이기 시작한 이면(異面)


"일어낫!!"

새된 목소리의 외침과 함께 슈우지는 아침잠에서 깨어났다. 물론 이유는 익숙치않은 소녀의 목소리가 아침부터 들려온 탓. 하지만 이내 소녀의 얼굴을 보며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하하... 잘잤어 미사?"

"응, 좁은 것도 의외로 아늑한걸?"

슈우지의 어색한 인사에 미사는 무척이나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사가 온지 하루... 정확히는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슈우지의 방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칙칙하다고 싶을정도의 방이 밝은 계통의 핑크빛으로 도배되었다.(물론 이것을 본 서현이 악취미라고 말했으나 그 말을 받아들일 미사가 아니었다.) 더불어 가전제품도 슈우지가 쓰던 낡은것 대신 미사가 가져온 최고급품으로 ​바​뀌​어​있​었​다​.​(​물​론​ 이전에 쓰던건 폐기되었다. 그런것에 민감한 슈우지가 눈물을 흘린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불어 사미다레장에 있는 욕실과 부엌에 급탕기까지 달리게 되었다.(의외로 급탕기를 가장 반긴것은 무토 타마키와 야미에였다. 아니 어떤의미로는 당연하다고 해야하는 건가...)

어쨌든 이런저런 정신없는 변화를 겪게 된 슈우지와 사미다레장 주민들은 기쁨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날 밤을 지세웠다.

"슈우지, 미사 일어났어?"

슈우지와 미사, 두 사람이 일어나기 무섭게 서현이 문을 열어젖히며 말했다. 사미다레장은 다른곳과는 다르게 공동주택과 연립주택을 뒤섞어 놓은듯한 느낌의 저택이었다. 그런탓에 각 방마다 복도와 이어진 거실과 방2개 정도는 존재하고 있었다.

"아, 서현. 오늘 네가 아침당번이던가?"

"그래, 빨리 내려와 아침 식는다고."

백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서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슈우지의 방을 나섰다. 서현이 방을 나서기 무섭게 미사가 슈우지를 향해 물었다.

"뭐야 방금?"

"아아, 사미다레장 주민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아침은 같이 해결하는게 암묵적인 룰이거든. 뭐 사미다레장만의 규칙이랄까?"

"뭐야 그게."

"그래도 말이지 각자 차려먹으면 낭비도 심하고 말이야. 다행스럽게도 사미다레장 사람들은 생활리듬이 비슷하거든."

뭐 야미에씨나 무토 타마키의 경우에는 밥하기 귀찮아서 억지로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말이다. 사실 아침당번도 슈우지와 신쿠로정도였다. 그나마도 서현이 들어오면서 3사이클로 변했지만 말이다.

"헤에, 그나저나 여기사는 언니들 생활력 없네."

"뭐 그래도 타마키씨의 경우 특별식은 꽤 맛있으니까."

"야미에씨는?"

"그게... 야미에씨의 경우 너무 ​신​출​귀​몰​해​서​.​.​.​"​

"슈우지! 빨리 내려와!"

"이런, 빨리 내려가자."

"흐음..."

서현의 외침에 슈우지는 재빨리 미사와 함께 1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잘 먹겠습니다!"""

사미다레장 사람들은 모두들 식탁에 앉아 자신들 앞에 놓여져있는 따끈따끈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메뉴는 뭐야?"

"한국식 떡국, 지역은 부산쪽이지. 소고기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쌀로만든 가래떡을 썰어서 넣어 만든 거야."

"맛있어!"

서현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사미다레장 사람들. 그렇게 맛있게 먹던 중 슈우지가 약간 의문스러워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현, 어째서 네가 아침당번일때는 매번 밀가루나 쌀가루 음식이야? 그것도 대개 면으로"

"아무래도 예전부터 돌아다니는 일이 꽤 있어서 말이야. 요리도 재료보존이 편한 녀석들이 주특기가 되어버렸거든. 뭐 면이 주류인건 내 취향이지만 말이야."

서현은 덤덤히 말하며 국물을 들이켰다. 아직 꽤 뜨거웠지만 참을만한 정도의 온도였다. 그렇게 아침을 즐기고 있던 서현은 문득 한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아카긴의 정보통이자 실질적 대표인 무라카미 긴코였다.

"어라, 긴코? 신쿠로는 어디가고?"

"베니카씨를 만나러갔어."

묘하게 불쾌한듯한 긴코의 표정. 하지만 서현은 그런 긴코의 표정에 신경쓸 수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 사람의 이름 탓이었다.

"베니카... 혹시 쥬자와 베니카 말이야?"

"알아?"

"모를리가 있나... 게다가 일단은 안면이 있기도 하고."

'안좋은 쪽이지만 말이지'

대략 5년 전쯤, 서현은 사부의 명을 수행하던 중 쥬자와 베니카와 싸운적이 있었다. 사실 서현은 쥬자와 베니카를 살짝 우습게 보고 있었다. 그동안 싸워온 이름있는 실력자 대부분이 허명만 있는 녀석들이 었던 탓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서현의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자 오판이었다. 그동안 싸워온 사람들과는 달리 베니카는 그야말로 강력한 존재였다. 딱히 기술을 사용하거나 하는것은 아니었지만 강했다. 뭐랄까... 비교하자면 무술가의 강함이 아닌 사자의 강함이랄까? 한마디로 선천적인 강자였다.

결국 서현은 그동안 무리한것도 있는 탓에 그녀에게 뼈아픈 패배를 겪어야만했다. 뭐, 몸을 뺄 정도는 되었지만서도...

"될 수 있으면 만나기 싫은 쪽이지."

"확실히."

서현의 말에 긴코는 동감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슈우지는 두사람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몇번 만나보았지만 그렇게 나쁜 느낌을 받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서 신쿠로는 언제쯤 돌아올것 같아?"

"글쎄... 좀 걸릴것 같은데? 그동안은 병가로 처리해 놔야겠지."

"고생이구나 긴코도."

"그러게 말이야."

서현과 슈우지, 그리고 사미다레장의 사람들은 신쿠로때문에 고생하는 긴코를 보며 뜻뜨미지근한 시선을 보냈다. 그녀가 무리하게 신쿠로를 돌보는 이유를 사미다레장 사람들은 감잡고 있는 탓이었다. 뭐,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눈치채겠지만 말이다. 네사람의 뜻뜨미지근한 시선을 느낀 긴코는 살짝 당황하며 두사람을 향해 말했다.

"아니 왜 다들 그런 시선으로 보는거야?!"

"아니 그냥."

"역시 긴코는 긴코구나 싶어서 말이지."

"젊은건 좋구나."

"좀더 솔직한게 좋을텐데. 우후후..."

평소의 사람좋은 슈우지 답지 않게 살짝 음흉한 표정으로 사미다레장 사람들과 함께 긴코를 놀리고 있는 슈우지였다. 그렇게 즐거운 사미다레장의 아침 식사시간이 지나갔다.







"이삿짐이 많네."

"뭐 아무래도 이것저것 싸오다보니."

미사의 짐은 슈우지의 방 이외에도 1층 공용거실에도 놓여져있었다. 뭐 그래도 대부분의 짐은 슈우지의 방에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돌아와서 정리해야 겠는걸."

"그래야겠지?"

"야미에씨나 타마키씨에게 맡기는건 좀 미안하고 말이야."

'그보다 미덥지 ​않​은​거​겠​지​만​.​.​.​'​

슈우지의 말에 서현은 금기에 가까운 말을 집어 삼켰다. 그런말을 했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탓이었다. 일단은 민간인이지만 무토 타마키씨와 야미에씨는 여러의미로 곤란한 사람들이었다. 뭐... 여러가지 의미로 이해불능에다 상대하기 힘든 성격도 한 원인이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민간인이면서도 '뿔'을 개방한 신쿠로에 준하는 실력을 지닌 '실력자'라는 점이었다.

"뭐, 어쨌든 다녀온 후 하자고. 슈우지도 오늘은 바쁘잖아."

"그렇긴하지... 그럼 갔다올께"

슈우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상당한 속도로 달려갔다. 슈우지도 그렇고 서현도 그렇고 아마 저 달리기를 운동부에서 발휘했으면 그대로 에이스 선수가 되었으리라. 뭐 서현의 경우 천생 뒷세계 사람으로 살 운명인데다가 슈우지의 경우는 일부러 드러내는 성격도 아니기에 가능성없는 공론일 뿐이었다.

"자, 그럼 나도 가볼까?"

서현은 기지개를 살짝 펴며 말했다. 아직 첫 수강까지 시간이 한참남은 서현이었지만 그냥 집에서 시간을 때우기에는 서현은 꽤나 부지런했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미유를 찾아가기도 그랬다.

'어제 그난리를 피워서인지 아침부터 미유를 만나러가기엔 좀 피곤한데...'

그렇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던 서현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불쾌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어제 자신과 싸운 메이드가 이곳 사미다레장을 지켜보고 있음을. 하지만 서현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던 미사가 그와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같은곳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말이다.







"..."

한동안 서현과 그 옆에 있던 소녀의 시선을 마주한 메이드는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이 두르고 있는 에이프런의 주머니에서 약간은 투박해보이는 군용 통신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통신기를 켜기무섭게 통신기 너머에서 조금은 앳되어 보이는 목서리가 들려왔다.

[어때 사미다레장 상태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다만 유우키 미사라는 아이가 슈우지님의 방으로 이사왔더군요. 일단 친딸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슈우지의 딸 유우키 미사라...]

"조사해볼까요?"

[아니 됐어, 그 아이가 내가 생각하는 그 아이가 맞다면 그 아이는 분명 슈우의 친자식이 분명하니까 말이야.]

통신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순간 메이드의 눈동자가 떨린 것은 우연일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신기 너머의 목소리는 메이드의 반응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보다 힘들지 않아? 네가 원하기만한다면 슈우지의 옆에서...]

"아닙니다. 저는 슈우지님을 모시는 몸... 그분의 옆에 있는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고생이구나 너도.]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된 말. 하지만 메이드는 그 의미를 굳이 캐묻지 않았다.

[6년전이 좋았겠지? 그때는 마음대로 슈우쨩의 옆에 있을 수 있었을 테니까.]

"아... 아가씨 무슨 말씀을!"

[조금은 솔직해지는 편이 좋단다.]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아가씨."

[그래... 그럼 계속 부탁해. 나도 곧 그쪽으로 갈 생각이니까.]

"알겠습니다 아가씨."

통신이 끝나기 무섭게 메이드는 자신의 에이프런에 통신기를 집어넣고 그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그시각 미국 아캄시티

통신기가 끊기기 무섭게 하도우 재벌의 총수 하도우 루리는 통신기와 연결된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엘리자, 일본으로 가겠습니다."

"직접 가시는겁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아캄시티는 저 없이도 돌아갈 정도로 궤도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간만에 그 아이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루리의 말에 엘리자는 안경을 살짝 고친 후 뭔가 생각난듯 창문 너머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10년이 흘렀군요. 루리님이 슈우지님과 마지막으로 직접 대면한날로부터. 뭐 전 그땐 만들어지지도 않았지만."

"엘리자... 그때 내가 슈우에게 너무 잔혹한 짓을 했던 것일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유우키쪽하고 저희는 사이가 좋지 못하니까요. 만약 유우키에서 슈우지님이 저희들과 관계가 있단걸 알아챘다면 위험했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엘리자, 그때 난 그런것보다도 좀 더 다른걸로 움직였던것 같아요."

"어떤..."

"질투... 랄까요? 유우키의 어린 계집이 저보다 더 슈우와 가깝다는걸 인정하기 싫었던 거겠죠."

"확실히... 그때 당시 아가씨는 참으로 미묘한 나이대 셨으니까 말이죠."

쿠사카리 슈우지와 하도우 루리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 것은 슈우지가 유우랑 헤어지기 얼마전. 한창 슈우지와 유우가 미래를 약속했을 때였다. 그때 하도우 루리의 나이는 18세. 한창 꽃다운 나이의 사춘기 소녀였다.

"참으로 이상하죠 엘리자? 결혼도 하지 않은 제가 배아파 낳지도 않은 아이에게 이토록 강렬한 모성애를 느낀다는게."

"기계에 불과한 저로선 이해가 힘든 감정입니다만. 그래도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네요. 제가 아닌 '내가'낳은 자식이라도 제 자식인것은 틀림이 없으니까요."

그리움과 자애로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창밖을 보던 루리는 문득 생각이 난듯 엘리자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보니 그때당시 슈우의 존재를 저희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였었죠?"

"마도사 엔네아였습니다. 뒤쪽 세계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던 마도사였죠. 저희에게 연락을 한 직후 행방불명 ​되​었​습​니​다​만​.​.​.​"​

"엔네아는 슈우의 의모(義母)기도 했죠?"

"네, 슈우지님을 6~7살때까지 돌본게 그녀였죠."

"그런 그녀가 슈우를 무책임하게 버릴리는 없겠죠?"

"그때 당시 그녀의 성정으로 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 그녀가 갑자기 행방불명 되었다는건 어떤 위험이 그녀를 덮쳤다는 의미게 되겠군요."

"그렇겠지요."

"어떤것일까요? 우리 슈우에게 위험이 될까요?"

"그것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는 쓰고있는 안경을 다시한번 고쳐쓰며 입을 열었다. 중요한 말을 꺼내기 직전에 안경을 고쳐쓰는 것 이제는 습관이 된 버릇이었다.

"그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오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확실히 그렇죠. 그럼 가요 엘리자. 오늘내로 슈우를 만나려면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할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엘리자는 하도우 루리에게 고개를 숙인 후 곧장 '그'와 '그녀'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일본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던 중 루리는 뭔가 생각이 난듯 입을 열었다.

"아참, 엘리자 그 아이 말이죠."

"그 아이라 함은... 특무메이드대의 메이드장을 ​말​씀​하​시​는​겁​니​까​?​"​

"네, 그 아이. 슈우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제가 아는 사람들중에선 가장 났다고 생각합니다만... 정작 슈우지에게는 한분뿐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렇네요... 정말 아쉬운 일이에요. 정말 유우키의 계집은 도움이 안된다니까요."

뾰루퉁한 루리의 표정을 보며 엘리자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나이가 30이건만 아직도 소녀 같은 하도우 루리였다.

"그나저나 엘리자, '닥터'와 '그녀'는?"

"닥터라면 현재 저의 또 다른 자매를 만들고 있고 언니라면, 지금쯤 대서양에서 발굴이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기계적으로 답하던 엘리자의 얼굴에 어느새 곤혹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 시각, 일본 근해 포춘텔러소속 항공모함 'GAZE'

"함장!"

"비상근이니 사에바로 좋습니다. 무슨 일이죠?"

다급하게 외치는 직원을 보며 포춘텔러 회장 비서이자 미사를 제외한 더티페이스의 실질적 최고권한자인 카타기리 사에바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안그래도 미사가 떠넘긴 일을 비롯해 할일이 넘치는 판에 다급한 직원의 목소리가 거슬렸던 탓이었다.

"미스 사에바, 이것을..."

"응?"

여성직원이 재빨리 키보드를 두들기자 화면이 바뀌며 포춘텔러의 위성인 무라쿠모에서 직접 보내져오는 위성 영상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모니터에 드러난 것은 미사를 쫓은 순백의 거인. 바로 오니(鬼)였다.

오니를 본 사에바는 씁슬한 표정을 지으며 멀쩡한 오니를 바라보았다. 그때 말하지는 않았지만 미사 몰래 토마호크 미사일 한발을 직격시킨 그녀였다. 그런데 며칠새에 멀쩡히 부활해 버린것이었다. 새삼 오니의 회복력을 느낀 사에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라쿠모의 배터리가 떨어질때까지 추적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스에게 전송해두세요."

"알겠습니... 헙"

"왜 그러죠?"

"오니가..."

사에바가 다시 모니터를 내려보니 화면에는 모라쿠모의 카메라와 눈을 맞추고 있는 오니가 보였다. 하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기에 사에바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놀랄것도 없어. 몽골쪽에는 맨눈으로 대낮에 인공위성을 볼 수 있는 인간도 있어. 그걸 생각하자면 상대는 인간을 초월안 인외. 그정도야 당연한 일이겠지. 그보다 아까 내가 말한걸- 뭐하면 주변위성 해킹해도 되니까."

"국제문제가 될 수도있습니..."

"불만이 들어오면 기술 사소한거 몇개 넘겨줘버려. 준 유산급으로 말이야."

"넷!"

사에바의 말에 여인은 재빨리 복명하고 컴퓨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사에바는 모라쿠모를 바라보며 이동중인 오니를 보며 알게모르게 섬찟함을 느껴야만했다.





"그래서, 슈우지에 대한 조사결과는?"

하이큐레이터 키리코 렌은 일본에 오자마자 슈우지부터 만나려던 계획을 급히 수정하고 슈우지의 신변조사부터 시작했다. 솔직히 자신의 지인인 슈우지의 뒷조사를 한다는게 탐탁치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뮤지엄의 일과 직결된 일이었다. 아무리 지인이라도 서투루이 넘길 수는 없었다.

"쿠사카리 슈우지. 현재 사가미 대학에 재학중, 아카긴이라는 이름의 해결사 집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상처의 남자는 그동안 모아왔던 쿠사카리 슈우지에 대한 정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페이스의 행적과 일치하거나 수상한 부분은 없었으나 키리코 렌으로서는 너무 '깨끗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전이라면 슈우지는 터무니없는 호인에 범생이 타입이니까라며 ​넘​어​갔​겠​지​만​.​.​.​'​

그가 더티페이스와 연관된... 혹은 더티페이스 그 본인 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된 이후로 그에 관한 신상정보나 여태까지 자신이 봐온 모습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아까 그거 다시 말해봐!"

상념에 빠졌던 키리코 렌은 문득 자신의 귀에 들려온 한 단어에 화들짝 놀라며 상처의 남자에게 외쳤다. 상처의 남자는 놀라면서도 황급하게 아까 자신이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러니까... 구두룡을 배운..."

"구두룡을 익히고 있다고? 슈우지가!"

"네, 그 정보는 직접조사해서 얻은겁니다. 확실합니다."

사내의 말에 키리코 렌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구두룡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왜그러십니까 미스 키리코."

"구두룡은 안돼... 구두룡은..."

"도대체 어떻기에? 그냥 무술이 아닙니까?"

"평범한 무술이 아냐. 에미시의 고무술인 구두룡은 인간의 기술이 아니라고."

"도대체 어떻기에..."

"너도 이쪽계통의 사람이니 잘 알고 있겠지? 과거 세계 2차대전당시 있었던 731부대에 대해서 말이야."

"네, 거기 실험 테이프를 본적이 있는데... 솔직히 저로서도 맨정신으로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731부대. 통칭 순살무음부대라 불리던 하가쿠레 시로가 이끄는 생체실험부대로서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만행과 실험을 저지른 그야말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분명 각종 생체실험중 우연히 그곳을 들리게 된 두명의 무인에 의해 완전히 ​와​해​되​어​버​렸​다​죠​?​"​

"와해라기보단 전멸이었지. 731... 순살무음부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제로식의 창시자 하가쿠레 시로마저도 그 무인들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말이야. 뭐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난 말이지, 뮤지엄 내에서 731 부대의 실험 테이프를 볼 수 있었어. 구두룡 권사의..."

잠시 침묵하던 키리코는 이내 침을 삼킨 후 입을 열었다.

"믿을 수 있겠어? 구두룡권사는 말이지 정말괴물이야 바주카포 탄도 맨손으로 잡고 물위를 달리며, 장저로 탱크를 일격에 박살내 버렸지. 인간의 기술이 아닌거야."

"괴... 괴물이로군요. 완전."

"애초에 선인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니까. 어떤의미로 보자면 당연한 것이겠지."

"그럼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내일 슈우지를 만나러간다. 직접 슈우지를 만나고 그 뒤에 결정하겠어."

"위험합니다! 만약 그가 진짜 ​더​티​페​이​스​라​면​.​.​.​"​

"그렇기에 직접 만나야해. 만약 그를 회유할 수 있다면 뮤지엄에 크나큰 전력이 생기는 거니까 말이야."

"과연"이라며 감탄하는 상처의 사내. 하지만 키리코가 직접 나서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슈우지가 더티페이스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함...

'슈우지... 네가 더티페이스일리가 없겠지? 하지만 만약 네가 진짜 더티페이스라면 나는...'

키리코 렌은 간절한 소망을 담은채로 저녁노을을 보았다. 붉디 붉은 진홍빛 노을을...





막간 : 그때 엘자는



"이런, 실수했다로보"

"이 빌어먹을 년이!!!!!"

뮤지엄과 대치중이던 엘자는 무심코 함정을 밟아버렸고 그 탓에 현재 뮤지엄의 인물들과 함께 유적을 달리고 있었다. 물론 달리는 도중에도 싸움은 잊지 않았기에 갖은 총탄이 오갔으며 그로 인해 유적의 붕괴를 비롯한 함정의 발동은 여러의미로 가속화 되었다.

"죽어라! 제발 죽어!!"

"음, 다음에는 발걸음에 좀더 ​조​심​해​야​할​지​도​로​보​.​"​

뒤에서 총을 갈기고 있는 상대를 가볍게 무시한체 엘자는 눈앞에 보이는 절벽을 향해서 강하게 톤파건을 휘둘렀다.

투쾅-

단번에 부서지며 뒤쪽의 공간을 드러내는 벽, 그리고 그 벽을 향해 뛰는 사람들- 그야말로 영화같은 장면이었으나 직접 행하는 입장에서는 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엘자 제외)

"로보~!"

​"​제​기​랄​!​!​!​!​!​"​

수명이 뒤에서 굴러오는 바위에 깔려죽고 그로 인해 새빨개진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내리는 엘자와 뮤지엄을 향해 떨어졌으나 엘자는 개의치 않고 손을 하늘로 뻗었다. 그리고 외쳤다.

"DIG ME NO GRAVE!!!"

그녀의 외침과 함께 천장을 뚫고, 바위의 일부를 박살내며 떨어지는 쇠사슬이 휘감긴 흑철의 관- 그리고 그 관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칠흑빛을 띄고 있는, 마술적 처리를 행한것이 척보기에도 드러나는 마포-

엘자의 전용 무장, 술식마포 DIG ME NO GRAVE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마력충전- 전 타겟 LOCK ON"

순간 엘자의 눈에서 록온 표시가 떴다. 고작 수초- 그동안 충분한 마력을 충전한 마포는 엄청난 섬광을 내뿜으며 떨어지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단한 조각의 파편도 남기지 않고- 그 광경을 본 뮤지엄 소속의 사내는 식은 땀을 흘리며 엘자를 바라보았다.

"너, 정체가 뭐냐?"

"닥터 웨스터가 만든 최고의 걸작! 마도인형 엘자다로보"

"터무니 없는 녀석이구만-"

체덴발의 '아이언 메이든'을 본적있는 그로서는 자기 자신을 '인형'이라 소개하고 있는 로봇을 보며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했다. 뮤지엄이 발견한 ​'​자​동​인​형​'​중​에​서​도​ 저딴 짓거리를 하거나 저정도로 자아를 강하게 지닌 개체는 단 한대도 존재하지 않았다.

"뭐 어쨌든 그점은 됐고. 너 어쩔 생각이지?"

"뭘 말인가 로보?"

"싸울거야 말거야?"

그의 말에 엘자는 고민하다가 이내 DIG ME NO GRAVE를 관 안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사람이 없으면 싸움도 없다 했다 로보. 가겠다 로보."

"그러던지, 나도 너같은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랑은 싸우기 싫다고."

"무례하다 로보"

엘자는 그렇게 말하며 흑철의 관과 함께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엘자가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사내는 바닥에 늘어지며 외쳤다.

"두번다신 보기 싫다고. 저딴 어처구니 없는 놈이랑-"

자신도 어처구니 없는 녀석의 범주에 들어가지만서도 저녀석은 한술 더 뜨고 있었다. 티타늄장갑으로 무장된 자신보다 더 높은 방어력에 '마도'에 의한 높은 공격력과 신체능력- 솔직히 제대로 싸운다 할지라도 이기기는 힘든, 아니 도리어 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일단 돌아가자- 저 빌어먹을 것과는 두번다시 얽히지 않길 빌고"

하지만 이때가지만해도 남자는 몰랐다. 수개월 후 독일에서 세계수의 배를 둘러싸고 그녀의 자매와 만나게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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