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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긴의 의뢰일지


Original | ,

4화 durty face


어느새 저녁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유우키 미사는 어느새 밤이되어가고있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12살인 유우키 미사는 아직 의무교육의 대상자... 학교를 다니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다녀야만하는 가련한 12세의 소녀였다.

"에휴... 정말 지겨워..."

"미스 유우키"

"네!"

수녀의 부름에 미사는 경직된 표정과 목소리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수녀는 그녀에게 악보 한뭉치를 건네어 주었다.

"중학생이 되서도 여전하군요 유우키양은..."

​"​아​하​하​하​.​.​.​.​"​

"최근 또 결석이 늘었다면서요. 가정사에 문제가 있는겁니까?"

"아뇨 그게..."

수녀의 말에 미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정사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결석이 늘어난건 다른 사정이었다. 얼마전 발견된 히노에다레 사본의 발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뒷세계의 사정을 말할 수 없는 미사로서는 그저 쓴 웃음을 지으며 시스터에게 시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미사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구원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등부의 한 여학생이었다.

"시스터, 그만두세요. 저 때문이니까"

"미스 소메이양? 무슨 의미입니까?"

"얼마전에 제가 급작스럽게 쓰러져버린탓에 절 간호한다고 미사가 결석해 버린겁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고등부 여학생의 말에 수녀는 안경을 고쳐쓰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쩔 수 없는 일이로군요. 유우키양, 그런 사정이 있었으면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말 없이 있으면 저희로서는 모르지 않습니까. 이런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세요."

"네..."

약간의 설교를 마친 수녀는 유우키 미사에게 악보를 건네고 고등부의 여학생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냈다. 학교를 나오기 무섭게 미사는 날카로운 눈매를 보여주며 자신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고등부 여학생을 노려보았다.

"그래, 이번엔 뭘 요구할 생각이야?"

"무슨 소리...?"

"네가 이런일을 공짜로 할리가 없잖아 프리영매사이자 도굴꾼인 소메이 요시노."

유우키 미사의 말에 고등부 여학생... 아니 소메이 요시노라 불린 소녀는 아까까지의 온화하고 병약해보이는 모습을 버리고 미사와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는데? 나한테서 골동품하나 사가지 않겠어?"

"뭔데?"

"리 사기(裏 史記)"

리 사기... 역사를 기록한 진짜 사기와는 달리 진시황의 진짜 무덤을 숨겨놓은 장소를 적어놓은 3권의 책이었다. 그 3권이 있어야 진짜 진시황의 무덤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책... 그것이 지금 소메이 요시노의 입에서 언급된 것이었다.

"진짜?! 진본이지?"

"물론."

"얼마야?"

"600억 엔은 어때?"

갑작스럽게 세게나오는 요시노. 물론 이미 세계급의 영향력을 지닌 포춘텔러로서는 그렇게 부담가는 금액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이쪽계통에서 꽤나 노련한 존재. 흥정없는 거래는 없다가 지론인 미사였다.

"너무 많아. 300억엔"

"너무 짜다! 550억엔!"

"400억!"

"520억!"

"430억!"

"500억!"

"440억!"

"알았어 알았어 졌어 450억"

"OK 그럼 거래 성립"

짧고도 치열한 거래가 끝나기 무섭게 미사의 가슴 언저리에 있는 핸드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군함 마치. 좀 심하게 마니악한 벨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폰을 받았다.

"왜 그래 사에바. 거래중인데"

약간의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은 미사는 이후 이어진 비서 카타기리 사에바의 말에 눈을 둥그렇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그런건 빨리 말하라고! 사가미 대학이지? 내 애마 좀 빨리 부탁해!"

다급하게 전화를 끊은 미사는 재빨리 가방을 챙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달리는 미사를 보며 요시노는 살짝 당황하며 뒤를 쫓았다.

"갑자기 왜 뛰는거야 미사?"

"뮤지엄이 습격했어"

"뮤지엄? 그 트라이던트 이상가는 사이코들이!"

지금은 사라진 어둠의 무기상 트라이던트... 고대의 기술을 무기로 만들어 세계의 무기균형을 좌지우지 하던 죽음의 상인. 뭐 제 3자 입장에선 그저 사이코패스였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런 그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바로 뮤지엄이었던 것이었다.

"리 사기는 다음에 받아갈게. 계좌번호도 다음에 달라고."

"어이 미사!"

미사는 어느새 나타난 자신의 애마 람보르니기 카운타크 LP500에 타 급하게 몰기 시작했다. 난폭한 야생마를 몰며 사라지는 미사를 보며 소메이 요시노는 내일 거래에 대해 이래저래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 슈우지. 그 히노에다레 사본을 넘겨."

수십명에 달하는 전투원으로 사가미 대학 도서관을 점령한 키리코 렌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키리코의 말에 슈우지는 당황하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슈우지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서현은 키리코 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어이, 남의 학교 도서관을 완전 박살 내놓고서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상관없잖아? 이딴 도서관 어찌 되든. 그리고 말이야..."

키리코가 손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전투원들이 기관총을 겨누었다.

"우리는 히노에다레 사본이 꼭 필요하거든."

키리코가 손을 내리기 무섭게 전투원들이 들고있던 기관총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슈우지는 재빨리 옆에있던 미키를 데리고 바닥을 굴렀으며 서현은 책장뒤로 숨은 후 책짱째로 전투원들을 향해 날렸다. 날려진 책장에 당한 전투원들은 피를 게워내며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칫!"

키리코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권총을 꺼내들어 서현에게 쏘았다. 하지만 서현은 키리코의 총탄을 무척이나 가볍게 피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을 전투원들을 향해 던졌다. 책이 한권, 한권씩 날아갈때마다 전투원들은 무력화 되어갔고 전투원들이 무력화 되어갈수록 키리코 렌은 초조함을 드러냈다. 서현과 뮤지엄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책상 밑에 숨은 슈우지와 미키는 갑작스런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키리코씨... 대체..."

"슈우 어떻게든 해봐!!"

"에? 슈우?"

갑작스런 미키의 말에 당황하던 슈우지는 문득 기묘한 목소리를 들었다. 낮고 음산한 목소리... 공포영화에서 나올법한 귀신의 목소리가 딱 이러할까 싶을 정도로 음산한 목소리였다.

-돌려다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도서관 한쪽 벽이 박살나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도 5m는 될법한 거대한 무언가는 거대한 손을 내뻗으며 무언가를 찾는듯 손을 뻗어 휘둘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거대한 존재에 뮤지엄과 슈우지들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뭐... 뭐야 저건!"

"큭... 니요다케의 오니!"

"진짜인거냐?!"

키리코의 침음성에 서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들을 여유같은건 없었다. 오니는 어느새 근처에 있던 전투원들을 모조리 찢어발기고는 슈우지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이런... 위험한것 같은데, 슈우지 얼른 미키를 데리고 도망쳐!"

"현!"

"괜찮다고 이정도는."

서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가오는 오니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서현이 손을 내뻗기 무섭게 돌풍이 뿜어졌다. 육식창무의 절초인 용격포가 그의 손에서 발현된 것이었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오니의 상반신이 휘청거렸다. 서현은 그것을 보며 상당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정도로는 안되는가..."

자세를 바로잡은 오니는 자신을 공격한 서현을 향해 돌진했다. 서현은 돌진해 오는 오니를 향해 진각을 내딛었다. 그 순간이었다.

쾅-!

또한번의 굉음이 들려오면서 도서관의 또 다른 벽이 박살나 버렸다. 그리고 그 도서관 벽을 부수고 들어 온 것은 바로 붉은색 차량 람보르니기 카운타크였다. 카운타크는 도서관에 들어오기 무섭게 오니를 향해 엄청난 기관총 세례를 퍼부운 후 차문을 열었다. 차 문이 열리기 무섭게 그 안에서 나온것은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자그마한 소녀였다.

"슈우지, 괜찮아?!"

"미사!"

"미사!"

"응 누구?"

"엥? 여자 목소리?"

갑작스런 미사의 외침에 서현과 슈우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사람이 놀라하고 있는 사이 미키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미키가 고개를 들기 무섭게 미사도 갑작스럽게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두 여자는 눈을 마주쳤다.

"에엑?!"

"왜 그래 미사, 미키?"

"서로 아는 사이?"

갑작스런 두여자의 반응에 슈우지는 의아해 하며 두사람을 향해 물었다. 슈우지의 질문에 두사람에게서 나온 반응은 그야말로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아는~ 슈우지의 친구랍니다~♪"

"아, 난 또 둘이 같은 카틀레야 출신이기에 아는가 싶었지"

당연하게도 수상만빵인 두사람의 반응이었지만 서현은 그런 수상함에 신경쓸 생각 없었고 슈우지는 학교 내 최고 둔감남이었다. 결국 상황문제도 있고 유야무야 넘긴 미사는 재빨리 슈우지와 미키를 안으로 밀어넣으며 말했다.

"자자, 얼른 타!"

"미사 밀지마! 쿠헥!"

"꺄악!"

미사가 슈우지와 미키를 태우기 무섭게 엄청난 총탄 세례를 받은 오니가 다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돌려다오!

"뭘..."

"돌려달라는 거야!"

현과 미사는 오니의 말에 한가득 짜증을 내며 공격을 퍼부었다. 서현의 손에서 풍압의 창이 쏘아지고 어느새 미사의 손에 들린 L85A1을 무자비하게 난사했다. 풀오토로 난사한 나머지 10초도 안되어 총탄이 다떨어졌다. 하지만 미사는 그대로 총구 밑에 달려있는 유탄발사기로 손을 가져갔다.

투팡-

투박한 소리와 함께 유탄발사기에서 유탄이 쏘아졌다. 쏘아진 유탄은 소이작렬탄. 오니에게 닿기 무섭게 무지막지한 폭발을 일으키며 오니를 화염으로 휘감았다.

"된 건가?"

"아니 재생중이다."

서현은 불타고 있는 오니의 피부를 보며 말했다. 불에 타고있지만 그 타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재생중인 오니의 피부를 보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토록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재생이라니... 솔직히 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들어버린 서현과 미사였다.

"으음... 일단 도망치는게 좋을지도."

"동감이다. 곧 뒤따라 갈테니 슈우지랑 미키를 부탁해."

"OK!"

슈우지들이 현재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쑥덕거려 행동을 정해버린 두사람은 재빨리 그 자리를 뜨기 위한 준비를 했다. 미사는 재빨리 카운타크의 운전석에 타 도서관을 떠났다. 서현도 재빨리 학교 주차장에 주차되어있을 자신의 바이크 신룡 발키리를 향해 달렸다. 서현과 미사가 그 자리를 뜨기 무섭게 오니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뒤늦게 모두가 사라진 것을 눈치챈 키리코 렌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진 이들이 있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응?"

재빨리 밖으로 빠져나온 서현은 자신을 뒤쫓아온 뮤지엄의 전투원들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기도 던질것도 없는 이 상황에서 총을 든 병사를 상대하는 것은 조금 곤란했다. 물론 용격포를 쓰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직 수련이 모자란 관계로 사부처럼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는것 이상으로 빠르게 충격을 날리는 일은 아직 무리였다.

"저기다 쏴-"

촥-

뮤지엄의 전투원이 외치던중 무엇인가 흩뿌려지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며 외치던 전투원의 상반신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그것을 기점으로 갖은 총성이 들려오며 서현을 뒤쫓아온 전투원 무리가 갈기갈기 해체되어 바닥에 흩뿌려졌다. 이러한 무시무시한 광경을 연출한것은, 척 보기에도 다루기 힘들듯한 장도를 든 10살 남짓한 소녀-

소녀는 품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든 후 사진과 서현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장도를 서현을 향해 겨눴다. 급작스런 진행에 채 따라가지 못한 서현은 소녀의 장도가 자신의 목을 노리며 휘둘러지고 나서야 반응했다.

"힉?!"

마치 이전에 사카가미 토마와 싸웠을때처럼 날카롭고 빠르고 고요한 일섬, 만약 서현이 조금만 늦게 반응했다면 앞서 살해당한 전투원들 처럼 자신의 등 뒤를 구경하는 처지에 놓였을 것이 분명했다.

검면을 쳐낸 서현은 재빨리 장도의 사각을 파고들며 소녀의 관절을 노렸다. 서현으로서도 10살 남짓할 정도의 어린아이를 패는 취미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서현의 오만이며 소녀를 너무 얕본 처사였다. 소녀는 관절이 잡히기 무섭게 장도의 무게와 원심력을 통해 서현이 잡은 팔을 풀며 그대로 제로거리에서 참격을 넣어들어왔다.

"말도안돼!!"

상식을 벗어난 공격과 속도에 재빨리 비엽번보를 밟으며 참격을 피한 서현은 곧장 진각을 밟으며 소녀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0거리에서 무게중심 이동을 통한 진각과 회전으로 상대를 날려버리는 기술. 그것이 바로 ​무​문​팔​극​권​팔​대​절​초​중​ 하나인 탄유비선격이었다.

투쾅-

포탄이 터지는듯한 굉음과 함께 날려지는 소녀, 단일위력으로 육식창무의 절초인 용격포에 비견되는 위력을 지닌 이 공격은 보통사람에게는 좀처럼 쓰지 않는 절초중 하나였다. 잘못썼다가는 상대가 폭사할 우려가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격중당한 소녀는 날려가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착지했다.

"칼로 막은건가."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막았는지 눈치챈 서현이지만 납득할 수는 없었다. 탄유비선격의 위력이면 왠만한 무기는 단번에 박살내고 충격을 전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되먹은거야 저 무기는"

서현은 후속타를 먹이기 위해 소녀를 쫓았으나 소녀는 아주 유려한 움직임으로 이미 이곳을 벗어난 뒤였다. 소녀가 사라지고 서현은 완전히 초토화된 주차장과 폐허가 된 주차장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자신의 애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아아악!"

"살려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새빨간 카운타크. 그 카운타크를 몰고 있는 미사의 광기어린 운전에 슈우지와 미키는 질릴대로 질려 생존을 갈구하는 절규를 외치고 있었다. 시속 200km가 넘는 초속의 질주... 애초에 스피드하고 연관이 없는 슈우지와 미키로서는 현기증이 나다 못해 기절할 정도의 속도였다.

"정말인지 끈질긴 녀석들은 싫다고!"

미사는 뒤쫓아오는 뮤지엄의 전투원들을 보며 패널에 있던 키를 하나 눌렀다. 그러자 보닛 일부가 열리며 개틀링 2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척 보기에도 헬기나 전투기에서 쓰일법한 개틀링이었다. 두정의 개틀링은 각기 다른각도로 약간씩 어긋나 있었다. 자동조준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다.

"파이어!!!"

미사의 외침과 함께 두정의 개틀링은 불을 뿜었다. 요란한 굉음과 함꼐 뒤에서 쫓아오던 차량들은 그대로 불을뿜으며 터져나갔다. 터져나가는 차들을 보며 슈우지는 질린 표정으로 미사를 향해 물었다.

"저기... 미사 괜찮은거야?"

"걱정마 슈우지! 저 바보들 확실하게 날려버릴테니까."

"아니 그런게 아니라 도심지에서 이렇게 소란을 피워도..."

슈우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슈우지들이 타고 있는 카운타크를 누군가가 멈춰세웠다. 경찰이었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던 카운타크는 뒤집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의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경찰이 만든 바리케이트에 도달하기 직전에 멈춰섰다.

"욱..."

"속이 안좋아..."

카운타크에서 겨우겨우 내린 미키와 슈우지는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지고 말았다. 슈우지들이 나와서 널부러지기 무섭게 길을 막고 있던 경관들이 슈우지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뭔가 말하고 싶었으나 급제동에 의해 뇌가 반쯤 쉐이크상태가 된 슈우지와 미키로서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슈우지들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때 뒤쫓아온 뮤지엄의 에이전트가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채 차에서 내렸다. 경찰들은 정장을 차려입은채 볼보에서 나온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향해 물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시더군요. 무슨일이십니까?"

"저들이 저희 회사 기밀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신속히 구속해 주십시오. 여기 증거도 있습니다."

검은 양복의 사내는 위조된 증거를 내밀며 말했다. 슈우지는 뭔가 반박하고 싶었으나 아직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때 미사가 경찰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어쩔거야 경찰아저씨?"

"글쎄... 어쩔 수 없겠지?"

경찰의 말에 슈우지와 미키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그때 요란한 총성음이 밤의 고속도로에 울려퍼졌다. 슈우지는 약간 회복된 몸을 일으켜 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검은 양복의 사내를...

"어째서...?"

슈우지가 그런 의문을 보일떄 경찰들이 느긋하게 아직 초연이 피어오르고 있는 권총으로 모자를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나쁜놈이니 어쩔 수 없지 안그래 친구들?"

"그렇지."

"그나저나 누구부터 쐈지?"

"저쪽 부터잖아. 안에서 토가레프를 꺼내려 했다고."

"아, 그랬지?"

경찰들의 말에 검은양복의 사내는 무척이나 당황하며 외쳤다.

"서... 설마 네놈들 더티페이스의?!"

타당탕탕탕-!

검은양복의 사내가 뭐라 하려고 하기 무섭게 경관들이 총을 난사했다. 결국 수십에 달하는 총탄에 의해 죽어버린 검은 양복을 보며 경찰들은 침을 뱉은채 말을 이었다.

"저녀석 무기를 들었는데 뭐였지? 렌즈를 안끼고 와서 잘 안보이거든"

"슈타이어의 AUG야. 위험했는걸"

"어쩔 수 없잖아 악당이니까~ 푸하하하하"

전혀 경찰답지 않은 말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미사가 미소를 지으며 경찰들을 말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아저씨들~"

"뭘요 늘상 하는 일인걸요~"

경찰들의 말에 슈우지는 살짝 질리며 입을 열었다.

"설마... 진짜 경찰?"

"승진시켜줄까?"

"에이~ 됐어요. 우리들은 이런재미로 경찰을 하는거니까요!"

"역시 악당은 쏴야 제맛이라니까요!"

전혀 경찰답지 않은 발언에 슈우지와 미키는 식은 땀을 흘려야만 했다.

"수수하네 그럼 보너스는?"

"됐어요 됐어요. 그보다 우리 상관이 선거에 출마할거라고 좀 밀어달라던데요."

한 경찰의 말에 미사는 잠시 고민하는듯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해?"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 돼지가 선거에 출마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죠."

"그래? 그럼 그렇게 할께."

뭔가 민감하고도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마치 잡담하듯이(실제 ​잡​담​이​었​지​만​)​오​갔​다​.​ 슈우지와 미키는 너무나 태연하고도 엄청난 대화에 질린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자신들의 범위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대화였다. 대충 대화를 마친 미사는 겨우겨우 일어선 슈우지를 데리고 카운타크에 올라타며 말했다.

"아참, 아저씨. 저 아줌마를 부탁해."

"예이~ 언제라도 불러주세요!"

"알았어"

미사는 아직 얼떨떨해하는 슈우지를 카운타크에 밀어넣은 후 수려한 드라이빙을 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미사와 슈우지가 사라지기 무섭게 경찰들을 미키를 향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어디에 데려다 드릴까요? 싸이렌만 울리면 어느길이든 고속도로와 다름없답니다~ 오다이보도 금방이에요!"

"그...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주세요."

왠지 지칠대로 지친 미키의 한숨이 어둠이 가득한 고속도로에 울려퍼졌다.




"흐음, 슈우지 녀석 늦네..."

"평소라면 돌아왔을 ​시​간​입​니​다​만​.​.​.​"​

사미다레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도우 루리와 그의 집사 윈필드, 그리고 특무메이드대 메이드장인 츠루노 미츠루기는 평소보다 늦고 있는 슈우지를 걱정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슈우지를 기다리고 있던 하도우 루리들을 향해 무토 타마키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저기 하도우씨~"

"왜 그러새요 무토씨?"

"혹시 일행있어?"

"네?"

"아니, 하도우씨처럼 슈우지를 찾는 사람이 있기에..."

"글쎄요... 저희쪽 일행은 저희가 다 입니다만..."

하도우는 타마키의 말에 의아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 말고 슈우지를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한 탓이었다. 윈필드와 미츠루기를 대동하고 내려간 루리는 이내 상당한 불쾌감을 느껴야만 했다.

"유우키 ​차​기​총​수​님​이​시​로​군​요​.​ 이곳엔 왠 일이죠?"

"하도우 재벌 총수 하도우 루리... 당신이 어째서..."

유우키의 차기총수 유우키 카시오라 불리는 소년은 하도우 루리와 같은 불쾌감을 느끼며 반문했다. 카시오의 말에 루리는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들인 슈우짱을 만나러 온 거라구. 그런데 넌 왜 슈우를 찾는거지?"

날카로운 눈매로 카시오를 노려보는 루리. 그 모습은 슈우지 앞에서 보이는 팔불출 어머니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로서의 모습이었다.

"여기로 도망쳐온 누님을 찾으러 왔습니다. 누님을 직접찾으면 아무래도 도망칠테니까요"

"나이는 같아보이는데 말이야... 쌍둥이?"

"네,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그보다 아버지... 슈우지가 당신의 아들이라고요?"

"물론! 엄연한 내 아들이야"

"과연... 그래서 12년전일이 그렇게 된 겁니까?"

"그런거야"

카시오와 루리는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쿠사카리 슈우지를...





그 시각, 호텔 라마단

세계 유수의 고급호텔들 중에서도 유달리 높은 평가를 받고있는 세계 최정상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이 호텔 앞에 새빨간 람보르니기가 멈춰섰다. 다름아닌 유우키 미사의 람보르니기 카운타크였다.

"미... 미사 이곳은?"

"내 호텔"

"뭐...?"

미사의 말에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미사를 바라보았다. 이해못할 상황에 슈우지가 멍하니 있는 동안 로비에서부터 깔끔한 신사복을 걸친 중년인이 걸어나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오너께서 오셨군요."

"오랜만이야 지배인 아저씨- 주차좀 부탁해"

자신의 애마인 람보르니기의 차키를 넘긴 미사는 슈우지를 끌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일을 겪는동안 상당한 시간이 흐른탓인지 벌써 심야라 할 수 있는 11시가 된 상황. 그탓인지 로비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자... 잠깐 미사 대체 어디로?"

슈우지의 말을듣는건지 안듣는 건지 슈우지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미사는 재빨리 40층이란 버튼을 눌렸다. 40층 버튼을 누르자 열리는 패널에 카드를 집어넣자 엘리베이터는 무척이나 빠른속도로 40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 보이는 광경은 온갖 장식품으로 가득한 복도. 마치 박물관 과도 같은 복도의 모습이었다.

"미... 미사 이것들은 대체?"

"여태까지 주워모은 전리품이랄까? 뭐 제일 싼거라 해도 세상에 풀리면 100억정도는 가볍게 받겠지만 말이야. 달러로"

"100억?!"

너무나도 단위가 다른 금액단위에 슈우지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잠깐의 생각하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한 슈우지는 이내 결론을 내리며 미사를 향해 물었다.

"미사, 혹시 키리코씨가 말하는 ​더​티​페​이​스​가​.​.​.​"​

슈우지가 말을 꺼내는 중 갑작스럽게 눈앞의 문이 열리며 처음보면서도 왠지 익숙한 얼굴과 복색을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경관 수배한건 그쪽이지? 타이밍이 좋았다고."

"비서니까 말이죠. 아, 그리고 자리를 비우신 동안 15개의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일단 12개는 제 판단하에 ​기​각​시​켰​습​니​다​만​.​"​

"나머지 셋은?"

"미국 로버트슨 상원의원. 마나메 가문의 마나메 마야, 아캄 고고학의 티어 아캄 플래트 ."

"로버트슨은 기각- 아마도 차세대 디바이스 때문이겠지."

"논제에 오르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그딴 싸구려 협박을 한다면 제3국으로 본사를 옮긴다고 해. 우리가 무엇때문에 그 멀고먼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둘은?"

"마나메 가문과 틀어져서 좋을일 없고 게다가 마침 그쪽과도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일단 하고. 아캄의 마녀씨는... 안만나자니 후환이 두려워."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사에바는 슈우지를 보며 명함을 내밀었다.

"처음뵙는데 실례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얼떨결에 여성이 내민 명함을 받아든 슈우지는 그 명함에 적힌 이름을 보고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카타기리 사에바?! 포춘텔러 회장 비서라는 그..."

"네, 알고계시는군요."

"알고자시고 가장 유명한 사람이... 잠깐 그렇다면."

이전에 미사가 지나가듯이 한 말, 자신이 포춘텔러의 주주라고 말한것이 떠오른 슈우지는 미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미사는 정말 포춘텔러의 주주?"

"주주라... 그렇다기 보단. 창립자- 체어맨이시죠."

"회장?!"

포춘텔러 회장비서 카타기리 사에바의 말에 슈우지는 일순간 혼이 이탈하는듯한 기분을 느껴야만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슈우지는 자신의 딸 미사를 향해 물었다.

"저기, 미사 물어볼께 있는데 말이야."

"응? 뭐가"

"키리코씨가 말한 더티페이스란거 혹시."

"응, 나야"

"그런데 왜 날 노리는거지?"

"그... 그게 말이야."

슈우지의 물음에 미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돌리려 했다. 그때 말을 받은 사에바가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티페이스란 인물은 없습니다. 보스와 저희쪽 실행팀이 그 실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데 왜?"

"그게... 실은 이쪽에서도 길드가 있는데. 매리 엔이라고 들어두면 그럭저럭 편한 길드가 있거든. 그런데 거기 가입하려면 사진이랑 개인정보는 어찌한다 치더라도 실명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래서 내 이름을?"

"응, 얼마전에 저쪽 녀석들이랑 부딪히면서 슈우지의 집 주소를 잃어버린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인..."

"갈께-"

갑작스럽게 차가워진 슈우지의 목소리에 미사는 기겁하며 외쳤다.

"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어. 나에게 이런 부자 딸이 갑자기 찾아올 이유가 없는데 말이야... 설마 대역이 필요 했을 뿐이..."

"잠깐! 잠깐! 나 진짜 딸 맞거든!"

"뭐?"

"그렇지 않고서야 아빠랑 엄마의 첫만남이라던가 반지에 대해서라던가 알리가 없잖아!!"

​"​그​러​고​보​니​.​.​.​"​

"정말!!"

그리고 미사는 얼떨떨해 하는 슈우지를 그 연약한 주먹으로 오라지게 두들겨 팼다. 슈우지는 그 얼떨떨함 속에서 미사의 주먹을 다 받는 수밖에 없었다.



막간 ~더티페이스의 탄생~


"우우, 유우키가를 나온건 좋지만서도."

동생인 유우키 카시오의 동정아닌 동정으로 조단위를 가뿐히 넘어서는 돈을 받고 집을 나온 미사였지만 아직 10살 남짓한 소녀가 홀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차갑고 힘든 곳이었다.

"저기..."

"응?"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미사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여성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당신?"

"카타기리 사에바라고 합니다. 미스 유우키"

"으음, 유우키의 위세를 등에 업으려고 온거야?"

"아뇨 틀립니다. 전 당신이란 존재에 대해서 흥미가 생겨서 왔습니다."

"응?"

"비록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는 하나 유우키일족 직계의 일원 그것도 현재 최고의 권력자라 할 수 있는 유우키 차기 총수의 누나인 당신이 단호하게 집을 뛰쳐나온것에 대해서 말이죠."

"비웃는거야?"

미사의 말에 사에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전 그런 당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데 미스 유우키- 저의 능력을 사지 않겠습니까?"

"뭐?"

"저에게는 능력도, 인맥도 있지만 돈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꿈은 워낙에 허황된거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투자할 생각조차 하지 않겠죠."

"호오, 그점이 도리어 관심이 가는데?"

"역시 미스 유우키- 제가 사람하나는 똑바로 본듯 하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미사는, 아니 카타기리 사에바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생각한 것이 얼마나 커질 것이며 또한 얼마나 큰 여파를 몰고오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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