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좀 있다가 올걸 그랬나?"
사미다레장으로 돌아온 서현은 지금 슈우지의 방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묘한 암류에 식은땀을 흘리며 바로 돌아온것을 후회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슈우지의 방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는 보통사람이라면 들어가는 순간 압도당해 죽을 정도로 무겁고 날카로웠다. 사각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앉아있는 세사람 덕분에 말이다.
"오늘따라 슈우쨩에게 손님이 많네."
"그렇군요."
"그러게 말이죠."
서로를 경계하며, 또한 서로를 적대하며 말을 하는 세사람에게선 일말의 온화함도 찾을 수 없었다. 만약 이 사미다레장에 전투금지약정이 없었다면 벌써 반파되고도 남을 분위기였다.
"처음뵙는군요. 유우키 차기총수님, 그리고 뉴욕에서의 파티에선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하도우재벌 총수님."
"별 말씀을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키리코양."
"절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살육공간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지경, 서현은 저 가공할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누군가 말했던가? 세상사 대부분의 일은 차한잔 마실시간이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그 말에 의지해 자신의 문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특제차를 준비하러간 서현이었지만 그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타마키씨, 야미에씨. 어쩐일로?"
"아니 그게..."
"커피를 타려고하는데..."
"..."
서현은 눈앞에 보이는 참극을 보며 고개를 돌릴뻔했다. 아마도 어울리지 않게 원두를 갈아 고급커피를 내려 했는지 주방에는 끓다만 커피원액과 원두가 가득했다.
"집사씨는요?"
"급한일이 있는지 자리를 비웠더라고. 메이드씨와 함께-"
"크흠..."
서현은 눈앞의 처참한 광경에 한숨을 내쉬며 근처에 있던 걸레를 집어들었다. 아마도 저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는 데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듯 싶었다.
"하아, 정말인지"
호텔 라마단을 나온 슈우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떠올렸다. 친자관계에 대하여 오해한것은 둘째치더라도 그 화려하고 정신이 아득해질 만한곳에서 같이 살자는 제안은 솔직히 슈우지로서 무리였다. 땡전한푼 없는 가난한 고학생 경력이 10년, 해결사사무소 아카긴에 들면서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가난한 생활에 찌든 슈우지에게 있어서 그런 돈으로 쳐바른듯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위장을 비롯해 몸에 좋지 못했다. 더구나 아직 팔팔한 20대인 자신이 딸의 신세를 지는 일은 아직 20대인 자신의 자존심 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 자존심도 미사가 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 붙였으면 대번에 박살날 만큼 얄팍한 자존심이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째야 하려나..."
갑작스럽게 밝혀진 딸의 정체로 골머리를 썪는 슈우지, 사실 이것만해도 슈우지로선 한계일 터이나 자신의 어머니라 주장하는 하도우 루리와 갑작스럽게 적대하게 된 키리코 렌의 문제도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하다가는 머리가 터져 나갈듯한 상황.
"일단은 잠이나 자자..."
사미다레장에 도착한 슈우지는 긴장이 풀린듯 맥빠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타이밍 안좋아 슈우지..."
먼저 도착한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현은 입구까지 느껴지는 이 흉흉한 분위기를 못느끼는 슈우지를 보며 역시 둔감한 녀석이라고 속으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빨리 네 방에 가봐, 손님이 와 있어."
"하도우씨?"
"그 사람 말고 둘 더- 걔중엔 아까 습격한 키리코씨도 끼어있던걸."
"에엑?!"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놀라며 다급히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하도우 루리와 키리코 렌, 그리고 어쩐지 미사를 닮은듯한 모르는 소년이 자신의 방에서 흉흉한 기세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말이다.
"슈우쨩! 엄마는 이런 불량스런 여자랑 얽히는걸 허락한적 없어!!"
언제 눈치챈 걸까? 하도우 루리는 키리코 렌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슈우지를 향해 외쳤다. 자칭 엄마의 감이란 녀석일까? 그렇다면 조금 무서울지도 모른다고 슈우지는 생각했다.
"누나는 어디있죠?"
이것은 어딘가 미사를 닮은 소년의 말.
"이걸로 모든게 밝혀졌군요. 더티페이스의 무한하다 싶을정도의 자금력과 친부모조차도 알아내지 못한 권력의 비밀을 말이죠."
이것은 키리코 렌씨-
각자 자신의 말을 던진탓에 한층 더 머리가 복잡해진 슈우지는 유래없이 절규하며 세사랑을 향해 외쳤다.
"일단 한사람씩만!!!"
슈우지가 전투외 일로 폭발한 몇 안되는 일이 추가되었다. 전혀 기념스럽진 않지만.
"그러니까, 누나는 호텔 라마단에 있다는거죠?"
"응"
"거짓말!!"
자신의 말이 대번에 부정당하자 슈우지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미사는 내가 나올때까지만해도 라마단에 있었단 말이야-"
"방금 연락해 봤지만 누나는 라마단을 나왔다고 대답했습니다. 누나를 어디로 빼돌리신 겁니까!!"
"내 아들을 너무 괴롭히지 말려무나 손주야"
어느새 하도우 루리의 손에 들려있는 기묘한 형태의 월도- 순간 지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슈우지의 머릿속에는 하도우 루리가 들고 있는 월도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발자이의 언월도..."
"어라, 알고 있는거니? 역시 그 사람의 아이네-"
"어째서..."
"저도 뒤늦게 알아챘건만- 역시 그 안목 더티페이스가 맞는듯하군요."
"잠깐 키리코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것 같은데..."
"뭐가 오해란거죠? 이만한 배경을 등에 업고 그만한 안목을 지니며 또한 구두룡이란 막대한 힘을 등에 업은 존재를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그건..."
키리코의 말에 슈우지는 할말을 잃었다. 평소라면, 적어도 딸이 나타나기 이전이라면 자신을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자신을 둘러싸고있는 주변정황이 자신이 평범하지 않음을 말하고있었으니까 말이다.
"잘도 날 속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키리코씨!!"
그대로 뛰쳐나가는 키리코 렌,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외치고 말았다. 그녀가 뛰쳐나가는 모습이 너무 슬퍼보였기에- 키리코가 사라지기 무섭게 유우키 카시오와 하도우 루리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발하며 온화함과는 절대로 거리가 있는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저에게 그런 위험한걸 들이대지 말아주시겠습니까 '할머님?'"
"못된 손주에게는 훈계가 필요하겠네"
일촉즉발의 순간- 뛰쳐나간 키리코대신 들어온 것은 먼지투성이에 초연내를 가득 풍기고 있는 쿠사카리 슈우지의 딸인 유우키 미사였다. 미사는 다급히 사미다레장으로 들어오며 슈우지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 슈우지? 사미다레장 근처에서 뮤지엄 별동대가 있던데- 물론 다 뭉개주고 왔지만."
"아니 문제는 없는데..."
"누님!"
"앗?!"
카시오의 외침에 미사는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M16MC(미사커스텀)를 카시오에게 겨누었다. 미사는 무척이나 동요한듯 동생인 카시오를 향해 외쳤다.
"네...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야?!"
"누님 다행이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찾았다고?! 잡았다는걸 잘못말한거 아냐? 그보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그런, 전 단지 같이 돌아가고 싶어서... 집을 나온지 벌써 2년이 넘었잖습니까."
"그러니까 미사의 나이가 12이니까..."
"간단히 말해서 초등학생때란거지."
아직 10살도 채 되지 않은, 초등학생때 집을 나와 자수성가했다는 말이 되었다. 그것을 깨달은 슈우지는 남몰래 의기소침해졌다. 그때 슈우지는 한창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사부에게서 구두룡을 배우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말이다.
"누, 누가 그런 집에 돌아간데?! 돌아가서 그 영감들에게 전해! 그 빌어먹을 유우키 가문 따윈 내가 포춘텔러로 뭉개주겠다고 말이야! 아항, 그런거네 그 영감탱이들 내 포춘텔러가 잘나가는게 부러운거지! 이미 늦었다고!"
"아니 그게... 이건 제 독단으로"
"독단?"
"할아버지께서는 가문의 수치라고 그냥 내버려..."
그 말에 순간 얼굴이 새파래진 미사는 이내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사미다레장을 요란하게 했다.
"돌아갓!!! 당장 돌아가!!!! 여기는 나만의 장소! 내가 겨우 찾아낸 나만의 장소라고! 그딴 빌어먹을곳 두번다시 돌아갈까봐!!!"
"그럴 순...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카시오의 주위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순식간에 미사를 감싸며 들어올렸다.
"싫어어어엇!!!!"
둔한 슈우지를 제외한 루리와 서현은 카시오가 어떠한 초상적인 힘으로 미사를 강제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둔한 슈우지도 미사의 몸에서 푸른빛이 번뜩이자 카시오가 뭔가 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만 돌아가요 누님. 안그래도 떨어져 살고있는데 누님마저 사라지면..."
"그만해!!!!!!"
투타타타타타타타-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M16 연사음- 슈우지와 루리, 그리고 서현은 반사적으로 카시오에게 향해는 총탄을 막아섰다. 루리는 품안에 있던 네크로노미콘 신석(新錫)과 발자이의 언월도로 카시오에게 향하던 총탄을 튕겨냈으며 서현은 들고있던 티 스푼으로 총탄의 궤도를 천장으로 틀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슈우지는 화경으로 총탄의 에너지를 소실시켜 바닥에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셋이 나서고서도, 아니 셋이 나섰기에 서로 방해되는 부분이 있어 모든 총탄을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끼이이이이이이-
요란한 굉음과 함께 카시오의 눈앞에 멈춰있는 M16의 NATO탄. 푸른 불꽃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사를 들어올리고 있는 것처럼 어떠한 초상적인 힘으로 그 총탄을 막고있는 것이 분명했다.
"누님?!"
순간 놀란 카시오의 힘이 풀리기 무섭게 카시오의 눈 앞에 떠 있던 NATO탄은 바닥에 굴러 떨어졌고 또한 공중에 떠 있던 미사도 바닥에 떨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미사는 거친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카시오를 향해 외쳤다.
"괴물!"
"네?"
"너나 그 영감탱이나 똑같아! 자기 뜻대로 굴복하지 않으면 그 이상한 힘으로 굴복시키려 들지. 이 기분나쁜 괴물 녀석!"
"괴... 물..."
"가, 가버려!"
미사의 외침과 함께 미사가 들고 있던 M16이 카시오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카시오를 향해 날아가던 M16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검은 구체에 의해 박살나 바닥에 흩어져버렸다. 카시오는 아니었다. 카시오였다면 그가 놀란표정을 지을리가 없었으니까-
"이런이런, 반사적으로 써버린건가- 슈우지 이건 비밀로 해줘."
어느새 슈우지 옆으로 다가온 서현이 능청을 떨며 말했다. 슈우지는 자신의 또 다른 자식인 카시오가 다치지 않았음에 안도하면서도 남매싸움에 총까지 쏴재끼는 미사에 대해서 분노를 드러냈다. 그리고 훈계하려는 순간...
짝-
"아-"
"미사, 네가 그 집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지니고 있고, 또 어떠한 슬픔을 지니고 있는지는 난 몰라.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해도 동생에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총을 겨누고 또 쏜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단다."
루리는 아까와는 다른 조금 굳은 표정으로 미사에게 훈계를 내렸다. 루리에게 뺨을 맞은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대신 그 나이에 어울리는 울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근처 지하철에서 내린 마토우 미키는 한껏 짜증을 내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기껏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가 싶더니 이상한 여자가 찾아와서 도서관을 날려버리지 않나, 그 직후에는 이상한 괴물이 튀어나와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않나, 마지막에는...
"정말 그아이도. 언제 슈우지랑 만난거야?"
미키는 트윈테일의 소녀 유우키 미사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미키는 버스 막차에서 내리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응? 후우카?"
"응? 마토우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미키의 질문에 후우카양이라 불린 소녀는 뱅글이 안경을 살짝 들어올리며 말했다.
"집안에 일이 있어서요. 가족회의가 있었거든요."
"이제 막 돌아온거네?"
"그런거죠. 그런데 마토우씨는 어째서?"
"그게, 이상한 일에 휘말려 버렸거든."
뺨을 긁적이며 후우카에게 말하던 미키는 문득 자신의 머리 뒤쪽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재빨리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돌릴 수 없었다. 지금 고개를 돌렸다가는 그대로 머리에 바람구멍이 날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좀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말이야, 같이좀 가주지않겠어?"
"네?"
"어라?"
그렇게 미키와 후우카는 거부할 틈도, 방법도 없이 얼굴에 긴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끌려갔다.
"저녁 아직 안먹었지?"
어느새 야식을 차려온 서현을 보며 유우키 카시오는 조금 씁슬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됐습니다. 식욕은..."
"식욕이 없더라도 먹으라고. 남자는 밥심이니까 말이야."
"남자는 밥심이라..."
"왜그래 슈우지?"
갑작스럽게 생각에 빠진 슈우지를 보며 서현이 물었다. 서현의 물음에 슈우지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석연치 않은 슈우지였으나 굳이 캐묻는 취미는 없는 서현이었다. 자신이 차린 야식을 먹기 시작하는 서현을 보며 카시오와 슈우지도 눈치를 살피다 이내 야식을 먹기 시작했다. 대접한걸 안먹기도 그렇고 또 실제 배가 꽤 고픈 탓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야식을 들기 시작하자 서현은 입을 열며 말했다.
"남자란 말이야, 여자에게 휘둘리는게 일이지."
"네?"
서현의 말에 카시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서현을 바라보았다. 서현은 그 시선을 확인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자란 언제나 불합리한 존재야. 자기 좋을대로 남자를 휘두르고 뒷수습은 대개 남자에게 시켜버리지, 더구나 자기사정에 맞춰 남자를 휘두르니- 남자로선 그저 휘둘릴수밖에 없어. 솔직히 공감할걸?"
"..."
"..."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사람으로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미사랑 미키 두사람의 사정에 의해 사정없이 휘둘리고 있는 두사람으로선 말은 할 수 없어도 서현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이야, 그 제멋대로는 회로움을 나타내는거야. 그러니까 우리들은 남자로서 그 제멋대로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그녀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런거야?"
"보통은. 어쨌든 남자라면 여자의 휘둘림에 아는척 모르는척 당해주는게 일이라고. 아는척 모르는척 당해주면서 실리를 챙기는거지, 솔직히 기가센 여자들에게는 남자다움을 나타내려고 해봤자 역효과고 또 솔직히 너희들이 남자다움을 나타내기엔 좀 무리니-"
"그... 그렇군요.
어째서인지 서현의 강론에 빠져든 카시오와 슈우지는 자신들도 모르게 필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왠지 옆방이 소란스럽네."
"그래서, 아빠와는 어떻게 알게된거에요?"
설교를 가볍게 끝내고 옛날이야기로 들어간 조손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것에 크게 흥미를 느낀 것이었다.
"솔직히 20세 전까지는 그 아이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지. 그때당시 난 막 아캄의 미스카토닉 대학을 졸업하고 막 하도우 재벌 사업에 막 손을 대기 시작한 차였지. 그때 당시에는 내가 사랑하고 있던 남자는 갑작스럽게 이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고 나는 우울해할 틈도 없이 막 졸업한 나에게 모든걸 떠넘기고 간 부모님 덕에 바쁜나날을 보내야만했지.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이었어."
루리는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어두운, 비가 우수수내리는 아캄시의 야경을 보며 서류작업을 하던 그녀가 처음 마도와 접하고, 또한 슈우지를 알게 된 그때의 일을-
"모종의 사유로 마도를 처음 접하고, 또 슈우짱의 의모였던 엔네아씨와 만나게 되어 슈우짱에 대한 소식을 접했지. 그리고 수년에 걸쳐 내가가진 모든 권한과 정보망을 동원해 슈우짱을 찾았어."
그리고 찾아서 처음 만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녀는 깨달았다. 이 아이가 바로 자신과 '그'의 아이란 것을- 비록 자신이 낳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슈우짱을 데려가려 했는데, 그 아이 옆에는 소중한 사람이 생겨있었지 그것도 하도우가에서, 아니, 내가 꺼려하는 유우키의 아이가 말이야."
루리의 말이 미사는 자신도 모르게 공감해 버렸다. 물론 어머니를 생각하자면 공감해선 안될 내용이나 유우키를 싫어하는 그녀로서는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난 유우를 슈우짱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일부러 유우키에 정보를 흘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둘다 데려올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말이야. 그렇게 유우를 떠나보내게 한 후 다시 찾아갔지만. 슈우짱은 나에게 화를 내며 모습을 감추었지. 그때이후 10년이 넘도록 슈우짱을 찾아다녔단다-."
말을 다 들은 미사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루리를 향해 물었다.
"아빠는 분명 할머니가 낳은 아이가 아니죠?"
"그렇지"
"그런데 왜 그렇게 아버지를..."
"가족이니까-"
미사를 납득시키는데 그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미사도 가족이기에 아버지인 쿠사카리 슈우지를 찾은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루밤을 넘긴 슈우지 일가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아침상에 모였다. 결국 슈우지 일가가 밤을 새는 동안 하도우 루리가 내보낸 윈필드와 츠루노 미츠루기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아침은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피곤한 슈우지 대신 서현이 챙겼다.
"왠지 사람이 너무 늘어난것 같은데."
"긴코 왔어?"
슈우지와 서현이 몸담고 있는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의 정보및 협상담당이자 실세인 무라카미 긴코의 등장에 유우키 미사와 카시오, 하도우 루리는 꽤나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보상 무라카미의 후계자의 실체를 직접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던 탓이었다.
"아침 먹을래?"
"아니, 그보다 큰일이야-"
"응? 무슨일이야?"
"마토우양이 납치됐어. 뮤지엄에게-"
"뭐?!"
긴코의 말에 슈우지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어떻게 된거야?"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오늘 사무소 입구에 이런 편지가 있더라고."
긴코가 건넨 편지에는 한장의 사진과 히노에다레 사본을 가지고 아래의 좌표로 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현, 미키 옆에 있는건..."
"후우카네- 음..."
서현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응시했다. 어떠한 의미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말이다.
"좌표상 보자면..."
"후지산 수해쪽일려나."
"미키는 관계 없는데..."
"저쪽이 그런걸 신경쓸리 없겠지"
"키리코씨."
시계를 보고 협상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은 서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사미다레장을 나왔다.
"시간이 없어보이니 먼저 갈게-"
"현, 어쩌려고?"
"만나자는장소는 후지산 수해, 내 바이크로는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보다 히노에다레 사본은?"
"그건 '진짜' 더티페이스에게 맡겨야겠지?"
미사를 쏘아본 서현은 헬멧을 쓰고 라이딩 재킷을 걸친 후 어제 그 수라장에서 겨우 건져낸 자신의 애마 신룡 발키리에 올라탔다.
"나보다 먼저 도착하겠지?"
"물론-"
미사의 말에 서현은 엑셀을 강하게 당기며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검은 질풍이 되었다.
먼저 사라진 서현을 보며 슈우지는 혼란과 걱정이 뒤섞인 슈우지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어... 어떻게해야?!"
"보스-"
"나이스 타이밍이야 사에바-"
"긴코씨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럼 얼른 차에-"
"응, 아참 카시오, 할머니. 일단은 이곳에 있어줘- 분명 저 녀석들 인질을 다른데 잡아두고 있을테니까. 아빠랑 내가 인질이 잡힌곳을 알아내면..."
"구해달라는 거네. 응, 알았어."
"누님 저도-"
"너는 그 힘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대번에알 수 있잖아. 그러니까 부탁해-"
"누님..."
비록 어제는 총을 겨눈 그녀였지만 루리의 얘기를 듣고 가족의 소중함을 약간이나마 깨달았기에 상냥하게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럼 시간에 맞추려면 출발해야겠지? 사에바 준비는."
"완료했습니다. 다만 도쿄항까지는 시간이..."
"총리에게 압박넣어- 그리고. 모함 라이트닝 레이디에 해리어를 준비해!"
미사는 그렇게 말하며 사에바의 차에 올라탔다. 혼란스러워하는 슈우지와 함께-
- 막간 : 그때의 쿠레나이 -
"구구라 선술 격 폭쇄!"
"쿠레나이 선술 포 혈옥탄"
""격파!!!!!""
두사람의 기합성과 함께 요란한 폭음이 수행장을 가득 메웠다. 포탄과도 같이 쏘아진 주먹만한 핏덩어리와 그것을 막아선 폭발- 뒷세계에서 꽤나 유명한 해체삳. 선술사 가문 구구라가의 대표선술인 폭쇄였다. 폭쇄의 폭발은 주먹만한 피구슬을 산산조각내고 뒤이어 날아오는 충격파까지 해소해버렸다.
"음, 이치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나."
"그다지 자유자재라고는..."
구구라야의 사장 구구라 가몬의 말에 신쿠로는 여전히 기가 약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술사 쿠레나이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쥬자와 베니카의 제자. 그리고 우라쥬산케의 하나인 호즈키류의 문하생이며 현재 도쿄에서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을 차린 쿠레나이 신쿠로는 지금 선술사 수행을 하고 있었다. 쥬자와 베니카의 부탁으로 수행한 의뢰에서 중상을 입은 신쿠로는 긴코몰래 부상을 치유할겸 일본 선술사 가문의 종가라 할 수 있는 시마즈가로 왔다. 마침 회합도 겸하고 있던터라 회합으로 모인 선술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네 이치는 선술사들 중에서도 좀 특별하니까"
"이단의 선술사라 불릴정도니..."
피를 자신의 이치로 삼은 쿠레나이 일족은 선술사들 중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만큼 이단으로 불려 한때 경원시 되기도 했다.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서도.
"그나저나 많이도 배웠구나 너- 보통 다른 이치를 자신의 이치에 접목시키는건 쉽지 않은데."
"피라는 특수성 때문일지도-"
지금까지 쿠레나이 신쿠로가 접목시킨 이치는 시마즈가의 수선술과 구구라가의 폭발의 이치, 그리고 호즈키의 뼈를 이식한 탓인지 한정적으로 강철의 이치까지 체현 시킬 수 있게된 신쿠로였다. 물론 피를 매개로 해야만 했지만.
"그나저나 긴코에게 혼나려나..."
"여전히 긴코에게 잡혀사는구나"
"수행중 잡담은 금물!!!!!"
갑자기 쏟아지는 물칼- 시마즈의 종주가 흩뿌리는 물칼. 쿠레나이 신쿠로와 구구라 가몬은 갑작스런 물칼 세례에 절규하며 자신들의 선술을 발해야만 했다.
사미다레장으로 돌아온 서현은 지금 슈우지의 방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묘한 암류에 식은땀을 흘리며 바로 돌아온것을 후회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슈우지의 방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는 보통사람이라면 들어가는 순간 압도당해 죽을 정도로 무겁고 날카로웠다. 사각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앉아있는 세사람 덕분에 말이다.
"오늘따라 슈우쨩에게 손님이 많네."
"그렇군요."
"그러게 말이죠."
서로를 경계하며, 또한 서로를 적대하며 말을 하는 세사람에게선 일말의 온화함도 찾을 수 없었다. 만약 이 사미다레장에 전투금지약정이 없었다면 벌써 반파되고도 남을 분위기였다.
"처음뵙는군요. 유우키 차기총수님, 그리고 뉴욕에서의 파티에선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하도우재벌 총수님."
"별 말씀을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키리코양."
"절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살육공간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지경, 서현은 저 가공할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누군가 말했던가? 세상사 대부분의 일은 차한잔 마실시간이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그 말에 의지해 자신의 문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특제차를 준비하러간 서현이었지만 그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타마키씨, 야미에씨. 어쩐일로?"
"아니 그게..."
"커피를 타려고하는데..."
"..."
서현은 눈앞에 보이는 참극을 보며 고개를 돌릴뻔했다. 아마도 어울리지 않게 원두를 갈아 고급커피를 내려 했는지 주방에는 끓다만 커피원액과 원두가 가득했다.
"집사씨는요?"
"급한일이 있는지 자리를 비웠더라고. 메이드씨와 함께-"
"크흠..."
서현은 눈앞의 처참한 광경에 한숨을 내쉬며 근처에 있던 걸레를 집어들었다. 아마도 저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는 데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듯 싶었다.
5화 가족
"하아, 정말인지"
호텔 라마단을 나온 슈우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떠올렸다. 친자관계에 대하여 오해한것은 둘째치더라도 그 화려하고 정신이 아득해질 만한곳에서 같이 살자는 제안은 솔직히 슈우지로서 무리였다. 땡전한푼 없는 가난한 고학생 경력이 10년, 해결사사무소 아카긴에 들면서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가난한 생활에 찌든 슈우지에게 있어서 그런 돈으로 쳐바른듯한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위장을 비롯해 몸에 좋지 못했다. 더구나 아직 팔팔한 20대인 자신이 딸의 신세를 지는 일은 아직 20대인 자신의 자존심 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 자존심도 미사가 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 붙였으면 대번에 박살날 만큼 얄팍한 자존심이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째야 하려나..."
갑작스럽게 밝혀진 딸의 정체로 골머리를 썪는 슈우지, 사실 이것만해도 슈우지로선 한계일 터이나 자신의 어머니라 주장하는 하도우 루리와 갑작스럽게 적대하게 된 키리코 렌의 문제도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하다가는 머리가 터져 나갈듯한 상황.
"일단은 잠이나 자자..."
사미다레장에 도착한 슈우지는 긴장이 풀린듯 맥빠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타이밍 안좋아 슈우지..."
먼저 도착한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현은 입구까지 느껴지는 이 흉흉한 분위기를 못느끼는 슈우지를 보며 역시 둔감한 녀석이라고 속으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빨리 네 방에 가봐, 손님이 와 있어."
"하도우씨?"
"그 사람 말고 둘 더- 걔중엔 아까 습격한 키리코씨도 끼어있던걸."
"에엑?!"
서현의 말에 슈우지는 놀라며 다급히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하도우 루리와 키리코 렌, 그리고 어쩐지 미사를 닮은듯한 모르는 소년이 자신의 방에서 흉흉한 기세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말이다.
"슈우쨩! 엄마는 이런 불량스런 여자랑 얽히는걸 허락한적 없어!!"
언제 눈치챈 걸까? 하도우 루리는 키리코 렌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슈우지를 향해 외쳤다. 자칭 엄마의 감이란 녀석일까? 그렇다면 조금 무서울지도 모른다고 슈우지는 생각했다.
"누나는 어디있죠?"
이것은 어딘가 미사를 닮은 소년의 말.
"이걸로 모든게 밝혀졌군요. 더티페이스의 무한하다 싶을정도의 자금력과 친부모조차도 알아내지 못한 권력의 비밀을 말이죠."
이것은 키리코 렌씨-
각자 자신의 말을 던진탓에 한층 더 머리가 복잡해진 슈우지는 유래없이 절규하며 세사랑을 향해 외쳤다.
"일단 한사람씩만!!!"
슈우지가 전투외 일로 폭발한 몇 안되는 일이 추가되었다. 전혀 기념스럽진 않지만.
"그러니까, 누나는 호텔 라마단에 있다는거죠?"
"응"
"거짓말!!"
자신의 말이 대번에 부정당하자 슈우지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미사는 내가 나올때까지만해도 라마단에 있었단 말이야-"
"방금 연락해 봤지만 누나는 라마단을 나왔다고 대답했습니다. 누나를 어디로 빼돌리신 겁니까!!"
"내 아들을 너무 괴롭히지 말려무나 손주야"
어느새 하도우 루리의 손에 들려있는 기묘한 형태의 월도- 순간 지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슈우지의 머릿속에는 하도우 루리가 들고 있는 월도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발자이의 언월도..."
"어라, 알고 있는거니? 역시 그 사람의 아이네-"
"어째서..."
"저도 뒤늦게 알아챘건만- 역시 그 안목 더티페이스가 맞는듯하군요."
"잠깐 키리코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것 같은데..."
"뭐가 오해란거죠? 이만한 배경을 등에 업고 그만한 안목을 지니며 또한 구두룡이란 막대한 힘을 등에 업은 존재를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그건..."
키리코의 말에 슈우지는 할말을 잃었다. 평소라면, 적어도 딸이 나타나기 이전이라면 자신을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자신을 둘러싸고있는 주변정황이 자신이 평범하지 않음을 말하고있었으니까 말이다.
"잘도 날 속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키리코씨!!"
그대로 뛰쳐나가는 키리코 렌,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외치고 말았다. 그녀가 뛰쳐나가는 모습이 너무 슬퍼보였기에- 키리코가 사라지기 무섭게 유우키 카시오와 하도우 루리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발하며 온화함과는 절대로 거리가 있는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저에게 그런 위험한걸 들이대지 말아주시겠습니까 '할머님?'"
"못된 손주에게는 훈계가 필요하겠네"
일촉즉발의 순간- 뛰쳐나간 키리코대신 들어온 것은 먼지투성이에 초연내를 가득 풍기고 있는 쿠사카리 슈우지의 딸인 유우키 미사였다. 미사는 다급히 사미다레장으로 들어오며 슈우지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 슈우지? 사미다레장 근처에서 뮤지엄 별동대가 있던데- 물론 다 뭉개주고 왔지만."
"아니 문제는 없는데..."
"누님!"
"앗?!"
카시오의 외침에 미사는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M16MC(미사커스텀)를 카시오에게 겨누었다. 미사는 무척이나 동요한듯 동생인 카시오를 향해 외쳤다.
"네...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야?!"
"누님 다행이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찾았다고?! 잡았다는걸 잘못말한거 아냐? 그보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그런, 전 단지 같이 돌아가고 싶어서... 집을 나온지 벌써 2년이 넘었잖습니까."
"그러니까 미사의 나이가 12이니까..."
"간단히 말해서 초등학생때란거지."
아직 10살도 채 되지 않은, 초등학생때 집을 나와 자수성가했다는 말이 되었다. 그것을 깨달은 슈우지는 남몰래 의기소침해졌다. 그때 슈우지는 한창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사부에게서 구두룡을 배우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말이다.
"누, 누가 그런 집에 돌아간데?! 돌아가서 그 영감들에게 전해! 그 빌어먹을 유우키 가문 따윈 내가 포춘텔러로 뭉개주겠다고 말이야! 아항, 그런거네 그 영감탱이들 내 포춘텔러가 잘나가는게 부러운거지! 이미 늦었다고!"
"아니 그게... 이건 제 독단으로"
"독단?"
"할아버지께서는 가문의 수치라고 그냥 내버려..."
그 말에 순간 얼굴이 새파래진 미사는 이내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사미다레장을 요란하게 했다.
"돌아갓!!! 당장 돌아가!!!! 여기는 나만의 장소! 내가 겨우 찾아낸 나만의 장소라고! 그딴 빌어먹을곳 두번다시 돌아갈까봐!!!"
"그럴 순...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카시오의 주위에서 푸른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순식간에 미사를 감싸며 들어올렸다.
"싫어어어엇!!!!"
둔한 슈우지를 제외한 루리와 서현은 카시오가 어떠한 초상적인 힘으로 미사를 강제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둔한 슈우지도 미사의 몸에서 푸른빛이 번뜩이자 카시오가 뭔가 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만 돌아가요 누님. 안그래도 떨어져 살고있는데 누님마저 사라지면..."
"그만해!!!!!!"
투타타타타타타타-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M16 연사음- 슈우지와 루리, 그리고 서현은 반사적으로 카시오에게 향해는 총탄을 막아섰다. 루리는 품안에 있던 네크로노미콘 신석(新錫)과 발자이의 언월도로 카시오에게 향하던 총탄을 튕겨냈으며 서현은 들고있던 티 스푼으로 총탄의 궤도를 천장으로 틀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슈우지는 화경으로 총탄의 에너지를 소실시켜 바닥에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셋이 나서고서도, 아니 셋이 나섰기에 서로 방해되는 부분이 있어 모든 총탄을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끼이이이이이이-
요란한 굉음과 함께 카시오의 눈앞에 멈춰있는 M16의 NATO탄. 푸른 불꽃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사를 들어올리고 있는 것처럼 어떠한 초상적인 힘으로 그 총탄을 막고있는 것이 분명했다.
"누님?!"
순간 놀란 카시오의 힘이 풀리기 무섭게 카시오의 눈 앞에 떠 있던 NATO탄은 바닥에 굴러 떨어졌고 또한 공중에 떠 있던 미사도 바닥에 떨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은 미사는 거친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카시오를 향해 외쳤다.
"괴물!"
"네?"
"너나 그 영감탱이나 똑같아! 자기 뜻대로 굴복하지 않으면 그 이상한 힘으로 굴복시키려 들지. 이 기분나쁜 괴물 녀석!"
"괴... 물..."
"가, 가버려!"
미사의 외침과 함께 미사가 들고 있던 M16이 카시오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카시오를 향해 날아가던 M16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검은 구체에 의해 박살나 바닥에 흩어져버렸다. 카시오는 아니었다. 카시오였다면 그가 놀란표정을 지을리가 없었으니까-
"이런이런, 반사적으로 써버린건가- 슈우지 이건 비밀로 해줘."
어느새 슈우지 옆으로 다가온 서현이 능청을 떨며 말했다. 슈우지는 자신의 또 다른 자식인 카시오가 다치지 않았음에 안도하면서도 남매싸움에 총까지 쏴재끼는 미사에 대해서 분노를 드러냈다. 그리고 훈계하려는 순간...
짝-
"아-"
"미사, 네가 그 집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지니고 있고, 또 어떠한 슬픔을 지니고 있는지는 난 몰라.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해도 동생에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총을 겨누고 또 쏜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단다."
루리는 아까와는 다른 조금 굳은 표정으로 미사에게 훈계를 내렸다. 루리에게 뺨을 맞은 여태까지 보여주었던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대신 그 나이에 어울리는 울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근처 지하철에서 내린 마토우 미키는 한껏 짜증을 내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기껏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가 싶더니 이상한 여자가 찾아와서 도서관을 날려버리지 않나, 그 직후에는 이상한 괴물이 튀어나와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않나, 마지막에는...
"정말 그아이도. 언제 슈우지랑 만난거야?"
미키는 트윈테일의 소녀 유우키 미사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미키는 버스 막차에서 내리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응? 후우카?"
"응? 마토우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미키의 질문에 후우카양이라 불린 소녀는 뱅글이 안경을 살짝 들어올리며 말했다.
"집안에 일이 있어서요. 가족회의가 있었거든요."
"이제 막 돌아온거네?"
"그런거죠. 그런데 마토우씨는 어째서?"
"그게, 이상한 일에 휘말려 버렸거든."
뺨을 긁적이며 후우카에게 말하던 미키는 문득 자신의 머리 뒤쪽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재빨리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돌릴 수 없었다. 지금 고개를 돌렸다가는 그대로 머리에 바람구멍이 날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좀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말이야, 같이좀 가주지않겠어?"
"네?"
"어라?"
그렇게 미키와 후우카는 거부할 틈도, 방법도 없이 얼굴에 긴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끌려갔다.
"저녁 아직 안먹었지?"
어느새 야식을 차려온 서현을 보며 유우키 카시오는 조금 씁슬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됐습니다. 식욕은..."
"식욕이 없더라도 먹으라고. 남자는 밥심이니까 말이야."
"남자는 밥심이라..."
"왜그래 슈우지?"
갑작스럽게 생각에 빠진 슈우지를 보며 서현이 물었다. 서현의 물음에 슈우지는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석연치 않은 슈우지였으나 굳이 캐묻는 취미는 없는 서현이었다. 자신이 차린 야식을 먹기 시작하는 서현을 보며 카시오와 슈우지도 눈치를 살피다 이내 야식을 먹기 시작했다. 대접한걸 안먹기도 그렇고 또 실제 배가 꽤 고픈 탓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야식을 들기 시작하자 서현은 입을 열며 말했다.
"남자란 말이야, 여자에게 휘둘리는게 일이지."
"네?"
서현의 말에 카시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서현을 바라보았다. 서현은 그 시선을 확인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자란 언제나 불합리한 존재야. 자기 좋을대로 남자를 휘두르고 뒷수습은 대개 남자에게 시켜버리지, 더구나 자기사정에 맞춰 남자를 휘두르니- 남자로선 그저 휘둘릴수밖에 없어. 솔직히 공감할걸?"
"..."
"..."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사람으로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미사랑 미키 두사람의 사정에 의해 사정없이 휘둘리고 있는 두사람으로선 말은 할 수 없어도 서현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이야, 그 제멋대로는 회로움을 나타내는거야. 그러니까 우리들은 남자로서 그 제멋대로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그녀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런거야?"
"보통은. 어쨌든 남자라면 여자의 휘둘림에 아는척 모르는척 당해주는게 일이라고. 아는척 모르는척 당해주면서 실리를 챙기는거지, 솔직히 기가센 여자들에게는 남자다움을 나타내려고 해봤자 역효과고 또 솔직히 너희들이 남자다움을 나타내기엔 좀 무리니-"
"그... 그렇군요.
어째서인지 서현의 강론에 빠져든 카시오와 슈우지는 자신들도 모르게 필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왠지 옆방이 소란스럽네."
"그래서, 아빠와는 어떻게 알게된거에요?"
설교를 가볍게 끝내고 옛날이야기로 들어간 조손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것에 크게 흥미를 느낀 것이었다.
"솔직히 20세 전까지는 그 아이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지. 그때당시 난 막 아캄의 미스카토닉 대학을 졸업하고 막 하도우 재벌 사업에 막 손을 대기 시작한 차였지. 그때 당시에는 내가 사랑하고 있던 남자는 갑작스럽게 이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고 나는 우울해할 틈도 없이 막 졸업한 나에게 모든걸 떠넘기고 간 부모님 덕에 바쁜나날을 보내야만했지.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이었어."
루리는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어두운, 비가 우수수내리는 아캄시의 야경을 보며 서류작업을 하던 그녀가 처음 마도와 접하고, 또한 슈우지를 알게 된 그때의 일을-
"모종의 사유로 마도를 처음 접하고, 또 슈우짱의 의모였던 엔네아씨와 만나게 되어 슈우짱에 대한 소식을 접했지. 그리고 수년에 걸쳐 내가가진 모든 권한과 정보망을 동원해 슈우짱을 찾았어."
그리고 찾아서 처음 만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녀는 깨달았다. 이 아이가 바로 자신과 '그'의 아이란 것을- 비록 자신이 낳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슈우짱을 데려가려 했는데, 그 아이 옆에는 소중한 사람이 생겨있었지 그것도 하도우가에서, 아니, 내가 꺼려하는 유우키의 아이가 말이야."
루리의 말이 미사는 자신도 모르게 공감해 버렸다. 물론 어머니를 생각하자면 공감해선 안될 내용이나 유우키를 싫어하는 그녀로서는 너무나도 공감이 가고 있었다.
"그래서 난 유우를 슈우짱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일부러 유우키에 정보를 흘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둘다 데려올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말이야. 그렇게 유우를 떠나보내게 한 후 다시 찾아갔지만. 슈우짱은 나에게 화를 내며 모습을 감추었지. 그때이후 10년이 넘도록 슈우짱을 찾아다녔단다-."
말을 다 들은 미사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루리를 향해 물었다.
"아빠는 분명 할머니가 낳은 아이가 아니죠?"
"그렇지"
"그런데 왜 그렇게 아버지를..."
"가족이니까-"
미사를 납득시키는데 그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미사도 가족이기에 아버지인 쿠사카리 슈우지를 찾은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루밤을 넘긴 슈우지 일가는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아침상에 모였다. 결국 슈우지 일가가 밤을 새는 동안 하도우 루리가 내보낸 윈필드와 츠루노 미츠루기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아침은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피곤한 슈우지 대신 서현이 챙겼다.
"왠지 사람이 너무 늘어난것 같은데."
"긴코 왔어?"
슈우지와 서현이 몸담고 있는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의 정보및 협상담당이자 실세인 무라카미 긴코의 등장에 유우키 미사와 카시오, 하도우 루리는 꽤나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보상 무라카미의 후계자의 실체를 직접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던 탓이었다.
"아침 먹을래?"
"아니, 그보다 큰일이야-"
"응? 무슨일이야?"
"마토우양이 납치됐어. 뮤지엄에게-"
"뭐?!"
긴코의 말에 슈우지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어떻게 된거야?"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오늘 사무소 입구에 이런 편지가 있더라고."
긴코가 건넨 편지에는 한장의 사진과 히노에다레 사본을 가지고 아래의 좌표로 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현, 미키 옆에 있는건..."
"후우카네- 음..."
서현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응시했다. 어떠한 의미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말이다.
"좌표상 보자면..."
"후지산 수해쪽일려나."
"미키는 관계 없는데..."
"저쪽이 그런걸 신경쓸리 없겠지"
"키리코씨."
시계를 보고 협상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은 서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사미다레장을 나왔다.
"시간이 없어보이니 먼저 갈게-"
"현, 어쩌려고?"
"만나자는장소는 후지산 수해, 내 바이크로는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보다 히노에다레 사본은?"
"그건 '진짜' 더티페이스에게 맡겨야겠지?"
미사를 쏘아본 서현은 헬멧을 쓰고 라이딩 재킷을 걸친 후 어제 그 수라장에서 겨우 건져낸 자신의 애마 신룡 발키리에 올라탔다.
"나보다 먼저 도착하겠지?"
"물론-"
미사의 말에 서현은 엑셀을 강하게 당기며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검은 질풍이 되었다.
먼저 사라진 서현을 보며 슈우지는 혼란과 걱정이 뒤섞인 슈우지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어... 어떻게해야?!"
"보스-"
"나이스 타이밍이야 사에바-"
"긴코씨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럼 얼른 차에-"
"응, 아참 카시오, 할머니. 일단은 이곳에 있어줘- 분명 저 녀석들 인질을 다른데 잡아두고 있을테니까. 아빠랑 내가 인질이 잡힌곳을 알아내면..."
"구해달라는 거네. 응, 알았어."
"누님 저도-"
"너는 그 힘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대번에알 수 있잖아. 그러니까 부탁해-"
"누님..."
비록 어제는 총을 겨눈 그녀였지만 루리의 얘기를 듣고 가족의 소중함을 약간이나마 깨달았기에 상냥하게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그럼 시간에 맞추려면 출발해야겠지? 사에바 준비는."
"완료했습니다. 다만 도쿄항까지는 시간이..."
"총리에게 압박넣어- 그리고. 모함 라이트닝 레이디에 해리어를 준비해!"
미사는 그렇게 말하며 사에바의 차에 올라탔다. 혼란스러워하는 슈우지와 함께-
- 막간 : 그때의 쿠레나이 -
"구구라 선술 격 폭쇄!"
"쿠레나이 선술 포 혈옥탄"
""격파!!!!!""
두사람의 기합성과 함께 요란한 폭음이 수행장을 가득 메웠다. 포탄과도 같이 쏘아진 주먹만한 핏덩어리와 그것을 막아선 폭발- 뒷세계에서 꽤나 유명한 해체삳. 선술사 가문 구구라가의 대표선술인 폭쇄였다. 폭쇄의 폭발은 주먹만한 피구슬을 산산조각내고 뒤이어 날아오는 충격파까지 해소해버렸다.
"음, 이치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나."
"그다지 자유자재라고는..."
구구라야의 사장 구구라 가몬의 말에 신쿠로는 여전히 기가 약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술사 쿠레나이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쥬자와 베니카의 제자. 그리고 우라쥬산케의 하나인 호즈키류의 문하생이며 현재 도쿄에서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을 차린 쿠레나이 신쿠로는 지금 선술사 수행을 하고 있었다. 쥬자와 베니카의 부탁으로 수행한 의뢰에서 중상을 입은 신쿠로는 긴코몰래 부상을 치유할겸 일본 선술사 가문의 종가라 할 수 있는 시마즈가로 왔다. 마침 회합도 겸하고 있던터라 회합으로 모인 선술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네 이치는 선술사들 중에서도 좀 특별하니까"
"이단의 선술사라 불릴정도니..."
피를 자신의 이치로 삼은 쿠레나이 일족은 선술사들 중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만큼 이단으로 불려 한때 경원시 되기도 했다.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서도.
"그나저나 많이도 배웠구나 너- 보통 다른 이치를 자신의 이치에 접목시키는건 쉽지 않은데."
"피라는 특수성 때문일지도-"
지금까지 쿠레나이 신쿠로가 접목시킨 이치는 시마즈가의 수선술과 구구라가의 폭발의 이치, 그리고 호즈키의 뼈를 이식한 탓인지 한정적으로 강철의 이치까지 체현 시킬 수 있게된 신쿠로였다. 물론 피를 매개로 해야만 했지만.
"그나저나 긴코에게 혼나려나..."
"여전히 긴코에게 잡혀사는구나"
"수행중 잡담은 금물!!!!!"
갑자기 쏟아지는 물칼- 시마즈의 종주가 흩뿌리는 물칼. 쿠레나이 신쿠로와 구구라 가몬은 갑작스런 물칼 세례에 절규하며 자신들의 선술을 발해야만 했다.
출처:아카긴의 의뢰일지 the birth of daddyface[5]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