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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긴의 의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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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겠습니다."

겨우 혼란에서 진정한 슈우지에게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하는 사에바. 사에바는 몇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것은?"

"탄소측정 결과 1300년전쯤에 만들어진 국자입니다. 사실 이만큼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것도 기적이라 해야겠죠. 이 국자가 바로 카구야 히메가 남긴 불사의 미약을 떴다고 전해지는 국자입니다."

"아, 그렇군요. 불사의 미약이라... 에엑?!"

불사의 미약이라는 말에 슈우지는 놀라며 사에바를 바라보았다. 불사의 미약이라는 소재는 슈우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져있는 소재였다. 사실 그렇게 동떨어진 녀석도 아니지만 말이다.

"분명 카구야 히메전설에서 후지산에서 불태웠다 전해지는..."

"네, 그것입니다. 역시 카구야히메 전설은 일본인의 기본소양입.... 싪례했습니다. 어쨌건 이번에 뮤지엄과 얽히게 된 것은 이 불사의 미약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는 거기 갔을때 바로 얻을 수도 있었는데, 오니랑 뮤지엄 별동대의 등장으로 말이야-"

"불사의 미약은 어째서..."

일순간 날카로워진 슈우지의 눈초리에 미사는 순간 싸한 느낌을 받았다. 그 싸한 느낌에 이내 손을 흔들며 대답하는 미사-

"아니아니 불사의 미약을 탐하는게 아냐, 그저 연구하고 싶을 뿐- 고대 기술에서 얻어지는 테크놀러지는 우리에게 많은 이득을 주니까. 그리고..."

"그리고?"

"뿌리를 찾고 싶었거든"

"뿌리?"

슈우지가 의아해 하면서 묻자 미사는 말을 이었다.

"아빠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주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 유우키가문은 내방자와 피를 섞은 가문이라고 알려져 있어. 그 때문인지 유우키 가문은 극히 오만하고 또 특별한 힘을 타고나게 되지."

"카시오의 그 힘처럼?"

"응, 카시오 같은 경우엔 시조의 재래라 불릴 만큼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난 그 집안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만했지."

"네가?!"

슈우지는 놀라며 미사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현재까지 미사가 보여준 능력을 보자면 그 누구도 쓰레기 취급할 수 없었다. 아니 되려 자괴감을 지니지 않는 쪽이 이상할 정도였다. 상리를 벗어난 천재- 그것이 슈우지가 보는 미사였다. 그런 미사가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니...

"아무런 힘도 타고나지 않은 탓에 넌 카시오를 빛내기 위해 태어난거니... 게다가 카시오는 그런 날 동정만 하니 결국 화가나서 집을 나와 버렸지. 뭐 나올때 동생에게 조단위로 돈을 갈취하긴 했지만-"

슈우지로선 아득하리만큼 엄청난 금액 단위에 순간 휘청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린 슈우지는 미사를 향해 물었다.

"솔직히 납득이 안가는걸-"

"그녀석들은 일반인이랑 사고 방식이 틀리니까- 그러니까 엄마도 집을 나온거...앗"

"유우가?"

"아아, 이 부분에 대해선 일단-"

"미사 잠깐만!"

슈우지가 미사에게 추궁을 하랴던 순간 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보이는것은 도쿄항에 정박된 거대한 항공모함- 포춘텔러가 보유한 모든 기술을 집약해 만든 세계 최강의 항공모함 라이트닝 레이디가 그 모습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지... 진짜 항모?"

"그럼 당연하지."

기관포 달린 카운타크도 상당히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항공모함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놀랄 기운조차 생기지 않았다. 미사의 손에 이끌려 올라간 슈우지는 항모에있는 전투기를 볼 수 있었다. 흔히 해리어라 불리는 이 전투기는 개조되어있는지 일반적인 해리어보다 앞부분이 조금 컸다. 더블 시트로 개조된 것이었다.

"이건... 그보다 전투기 조종 가능한거야?"

"슈우지~ 세간에서 더티페이스가 어떻게 알려져있는지 알아?"

"어... 어떻게?"

"온갖 최신병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적의 트레져 헌터-"

​"​?​!​@​$​!​@​%​$​#&​!​$​^​!​#​$​%​$​^​$​%​@​!​#​$​"​

"자 그럼 출발하자고~"

형언할 수 없는 반응을 하고 있는 슈우지를 강제로 캐노피 뒷자석에 태운 미사는 부하들의 배웅을 받으며 해리어를 이륙시켰다.

 



6화 개풍쾌청凱風快晴


 

 

"전자 지뢰 설치는 끝났나?"

"네, 더불어 센트리건도 설치해 놨습니다. 하지만 이정도까지 할 필요가..."

"상대는 더티페이스다. 이것도 한참 모자라다고!"

키리코는 그렇게 외치며 프라마닷타를 꺼내들었다. 상대는 온갖 최신병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환상의 고무술인 구두룡을 사용하는 더티페이스를 상대로 이정도 태세로는 모자랐다. 사실 진짜로 상대한다치면 인근 미군기지라도 제압하거나 빌려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음 상대해야만 겨우 안심할 상대였다. 그래도 여기서 적을 맞이하는 이유는 첫번쨰로 이곳이 히노에다레사본에 기록된 위치와 가깝워서 곧바로 발굴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외부의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는 점, 무엇보다도 상대가 슈우지인 이상 제대로 싸우지 않고도 목적한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곳에서 페이스를 맞이하기로 결심했다.

"자, 어서오렴 슈우지-"

그런 키리코의 말에 화답하듯 수풀너머에서 히노에다레 사본을 든 슈우지가 굴러떨어져 내려왔다. 슈우지가 나타나기 무섭게 수많은 전투원들이 총을 겨누었고 키리코도 프라마닷타 대신 데저트이글을 슈우지 머리에 겨누며 입을 열었다.

"왔네, 슈우지... 아니 더티페이스"

이전 박물관에서 보여준 미소가 아닌 비릿한 조소를 보이며 말하는 키리코, 그런 키리코의 생소한 모습에 슈우지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약한,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안녕하세요 키리코씨"

"아직도 사람좋은 청년행세야 페이스?"

"페이스가 아니라니까요~!"

"아직도 그런말을, 뭐 됐어- 히노에다레 사본은 어디있지?"

"여기..."

키리코의 말에 슈우지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철제가방을 키리코에게 넘겼다. 가방을 넘겨받은 키리코는 곧장 앞서 준비한 탄소측정장치로 진본 여부를 확인했다.

"탄소측정결과 년도 1300년정도 개가죽을 이용해 만든 확실히 진본입니다!"

"헤에, 진짜 제대로 진본을 들고 왔네"

"저기, 미키랑 후우카씨를 풀어주..."

"미안하지만... 우리에 대해 알게 된 이상 살려둘 생각은 없어."

슈우지의 말에 키리코는 대번에 말을 자르며 말했다. 실제로 뮤지엄에 대해서 뜬소문은 몰라도 실제로 접촉한 이상 살려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실제로 살려둔 적도 없지만 말이다.

"그런...!"

"하지만..."

슈우지의 안색이 창백해지자 키리코는 운을 띄었다.

"하지만?"

"네가 우리 조직에 속한다면 이야기가 틀리겠지?"

"네?"

"뮤지엄에 들어와 슈우지- 그럼 그 두사람을 살려줄게"

마지막 미련- 그 미련에 발목을 잡힌걸까? 키리코는 준비해둔 모든 말을 잊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키리코씨- 게다가 전!"

"유감이네 슈우지. 그럼 그곳에서 인질들이 죽는걸 들으면서 후회하도록 해. 내 마지막 권유를 거절한것에 대한 후회를- 인질들은 어디지?"

"강동구 메종 루주라는 맨션입니다."

"내가 신호하면 처치해- 살려둘 필요는 없어"

"넷!"

"그런...!"

키리코의 말에 당황하는 슈우지- 그때 슈우지의 뒷편에서 부터 총성이 들려왔다.

탕- 탕-

"끄악!"

"악!!"

"아니!!"

들려오는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전투원들, 슈우지는 들려오는 총성음에 다급히 외쳤다.

"지금 들었지! 나는 물러선다!!"

"큭- 슈우지가 아닌 제3자? 설마 슈우지가 아닌건가! 하기사 좀 이상하긴 했어"

확실히 슈우지가 총을 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여태까지 보여준 슈우지의 모습은 총기나 기계와는 영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슈우지와 기계는 영 친하지 못했다. 기껏 선물한 핸드폰 조차도 실수로 고장 연발로 수리비가 더 나와 고생했다고 하니까-

"제길! 어디야! 어디인거야!!!"

키리코의 절규에도 아무런 신경쓰지 않은채 총탄은 착실하게 전투원을 급습해갔다.

 

 

"아악! 늦었을지도-"

"뭘 그렇게 궁시렁거려- 사내주제에"

먼저 출발한 서현은 후지산으로 향하던 도중 백발이 수려한 여성을 칠뻔한 관계로 시간을 상당히 지체해 버렸다. 그나마 그녀가 가려는 곳이 자신과 같은 후지산이란 점에서 태워주는 것으로 끝냈지만 이미 시간을 상당히 지체한 관계로 바이크를 모는 서현의 놀림에선 초조함이 가득했다.

"응?"

"왜 그래?"

"왠지 총성이 들리는것 같은데?"

"뭐?"

서현은 뒤에탄 여성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총성이 들렸다는 말은 벌써 일이 벌어졌다는 말과 동일했다.

"꽉잡고 있으라고! 근처에서 내려줄테니까."

"뭐? 꺅!"

서현은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보이며 도로에서 벗어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신기를 보여주는 와중에도 다급함으로 가득한 서현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의 신체능력을 뛰어넘은 서현이 아무리 헬멧을 쓰고 있었더라도 일반인이 들을 수 았는 소리를 놓칠리 없다는 점- 그리고 인적이 없는 후지산으로 홀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향하고 있음을 말이다.

 

 

"룰루루~"

콧노래를 부르며 WA2000을 난사하는 미사는 문득 슈우지가 향할 루트에 빨간점이 보이는 것을 눈치챘다. 처음에는 스코프가 고장났나 싶었으나 이내 그것이 스코프 고장이 아닌 전자지뢰의 신호기가 반짝이는 것이었다.

미사는 WA2000을 허리에 메고 다급히 언덕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전자지뢰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슈우지를 향해 외쳤다.

"슈우지 거기 가면 안돼!"

"뭐?!"

슈우지가 미사의 외침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아본 순간 전자지뢰가 있는 곳에서 부터 폭음이 들려왔다. 갑자기 떨어진 무엇인가와 함께 연쇄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하는 지뢰- 그리고 그 폭발을 넘어 하나의 인형이 슈우지의 옆에 떨어졌다.

​"​아​야​야​야​야​.​.​.​"​

익숙한 가죽재킷과 부서진 헬멧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슈우지들보다 먼저출발한 서현이었다. 부서진 헬멧을 벗어던진 서현은 살짝 익은듯 구수한향을 풍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한 서현을 향해 슈우지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오던도중에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서, 겨우겨우 피하긴했지만 결국 내 애마는...."

눈물을 흘리는 서현, 이번 일에 연관되어버리면서 심혈을 기울여 커스텀한 신룡 발키리가 단번에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서현으로서는 자신이 벌인 일도 아니건만 미사랑 엮이면서 날아가버린 신룡 발키리를 보며 상당히 억울해했다. 그리고 반드시 자신의 애마가 날아간 것에 대해서 미사에게 따지기로 결심했다- 물론...

철컥-

여기서 살아나가야 겠지만 말이다.

"그때의 꼬마인가? 게다가 그 맨션의 거주자?"

"페이스는 누구인거지?"

갑작스러운 미사와 서현의 등장에 뮤지엄측에서도 이래저래 혼란이 일었다. 페이스라 생각한 슈우지는 아무리봐도 민간인 같고 뒤에 나타난 미사나 서현쪽이 페이스쪽 같기도 하였으나 정보와는 전혀 틀린 탓이었다.

"조용! 이봐 슈우지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된 일이고 자시고 더티페이스는 실존하지 않는다고요!"

"뭐?"

슈우지의 말에 키리코는 어이없어하며 입을 열었다.

"페이스가 없다니... 실존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에요... 더티페이스는 실존하지 않는 존재에요."

"그럴리가! 그럼 유령선 셀러스트호를 정박시킨 사람은 누구야?! 사하라의 타실리 나제르에서 5m짜리 거인을 발굴한 인간은? 존재도 하지 않는 인간이 우리쪽 요원 500명 이상을 불구로 만들었단 말이야!!"

격정하는 키리코, 그런 키리코를 향해 구수한 향을 풍기는 서현이 말했다.

"그쯤하시지- 슈우지는 진짜 더티페이스가 아니야."

"그런... 거짓말!!"

"진짜래도..."

"그럼 진짜 더티페이스는 어디있는거야!!"

"없다니까- 어디도!"

"진짜 더티페이스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겠다고? 아 그거 무리-"

"뭐?"

너무나도 태평한 서현의 말에 키리코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서현이 보여주는 반응은 절대 인질이 잡힌쪽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반응이 아니었으니까.

"무슨 의미?"

"세상엔 말이지- 순순히 잡혀줘도 납치하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있지."

"뭐?"

"댁도 뒷세계인간이니까 이름은 들어봤을걸? 일본의 뒷세계 결사중 하나인 팔괘음영가. 그리고 그곳의 여덟가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후우카란 성을"

"여덟가주... 후우카(風花). 설마?!"

키리코 렌이 다급히 외치기 무섭게 통신기 너머에서 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외침이라던가 절규같은게 아닌 바람소리- 모든것을 찢어 붕괴시켜버리는 잔혹한 광풍의 소리였다.

"네가 미키랑 함께 납치한 어리버리한 여자애는 말이지 팔괘음영가의 여덟가주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또 가장 위험한 녀석이라고."

"그런!"

키리코의 경악과 함께 무전기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불어라! 불어라!! 불어라!!!"

평소와는 다르게 미친듯이 외치고 있는 후우카 미유를 보며 묶여있는 마토우 미키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 평범한 문학... 아니 '오덕'소녀인 후우카 미유가 이런식으로 날뛰는건 처음본 탓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가문 사람이 아니면서도 저만한 힘을 행사하는 미유에 대한 의문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었다.

미유들을 노리던 사람이 모조리 죽고 나서야 멈춘 광풍, 광풍이 그치자 미유는 평소와 같은 미소로 미키를 향해 말했다.

"미키씨 슬슬 돌아갈까요?"

"으...응? 그보다 그 힘은 대체?"

"비밀이라고 해둘게, 그나저나 마중이 많이 나와있는걸?"

"뭐?"

미유의 말에 미키는 주변을 둘러다 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피투상이가 된 처참한 상태의 방과 창문. 그때 갑작스럽게 창 밖에서 부터 두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벽 뒤쪽에서는 한명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부터 모습을 감추고 있던 윈필드와 츠루노 미츠루기,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사미다레장에서 대기중이던 카시오였다.

"어머니, 이 광경은?"

"어... 어머니?!"

갑작스런 카시오의 발언에 미키를 보며 당황하는 미유, 그런 미유를 보며 윈필드와 츠루노 미츠루기는 멋쩍은듯 말했다.

"이런이런, 등장하는 타이밍이 좀 늦었군요."

"그러게 말이죠. 그나저나 주인님 주변에는 좀 특이한 사람들이 많군요."

"응? 주인님? 그건 또 누구를..."

이런 느낌으로 가볍게 이야기가 진행중인 미키쪽이었다. 어차피 납치범은 모조리 몰살당한 후였으니 말이다.

 

 

"뭐, 미키쪽은 저런 느낌으로 해결되었으려나? 가급적이면 사람들이 많이 안죽었으면 좋겠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저쪽 상황을 대충 예상하는 서현의 말에 키리코 렌은 자신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납치에 돌린 인원은 일본지부 인원중에서도 정예- 그런 그들이 단번에 몰살당한 것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키리코는 슈우지들을 향해 외쳤다.

"당신들, 정체가 뭐야?!"

"정체가 뭐냐고 해도 말이지... 사미다레장에 살고있는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의 멤버인 대학생이지. 안그래 슈우지?"

"가난한도 붙여야 하려나?"

슈우지와 서현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그들로서도 자신들의 정체를 명백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특히 서현의 경우 아카긴 이외에도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일도 많았기에 더더욱-

"그런 엉망진창인..."

"하지만 그게 사실이야-"

순간 키리코 렌은 자신의 깊숙한곳에서 무엇인가가 부서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슈우지들을 향해 프라마닷타를 겨누었다.

"저기 혼란 스러운건 알겠는데 그런 장난감을 겨누어봤..."

"서현 피해!"

"뭐?"

키리코가 프라마닷타를 겨누기 무섭게 서현을 밀쳐내는 슈우지- 그리고 서현과 슈우지가 서있던 자리에는 은백색 섬광이 지나가며 공기를 백열화 시켰다. 그것은 전광- 하늘과 대지를 불태우는 백색의 전광이었다. 서현은 장난감처럼 생긴 총에서 발한 백은의 전광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뭐야 저건?!"

슈우지는 예전 키리코 렌이 자신에게 프라마닷타를 보여주며 자랑했던것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서현의 의문에 대답했다.

"프라마닷타- 뇌전의 총."

"뭐? 뇌전의 총이라니... 설마 집열하전입자포?"

서현이 프라마닷타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무섭게 키리코의 신호에따라 뮤지엄의 전투원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미사는 집열하전입자포의 위력에 놀라다가 전투원들에 의한 공격이 시작되었음을 깨닫자 재빨리 응사를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유탄에 의해 폭발하는 지뢰- 그리고 흩날리는 열풍과 파편. 그곳은 곧바로 전장이 되었고 지옥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뭐, 그 광경도 두명에 의해서 전장이라고 하기 힘든 광경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SMG의 난사를 마치 피구공 피하듯피하고 있는 두 남자에 의해서-

"서현 그쪽을 좀- 우왓!"

"이놈들은 제식사격도 안배웠나- 왜이리 쏴재끼기만 하는거야!"

간간히 날아오는 하전입자포의 섬광을 피하며, 총탄을 튕겨내고 또 빗겨내며 착실하게 전투원들을 제압해가고 있는 서현과 슈우지는 가장 위협적인 키리코 렌을 제압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총탄을 피구공피하듯피하는 두사람이라도 키리코렌 주변에 펼쳐진 탄막을 파고들기에는 여러므로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소홀히했다간 저 탄막을 피할 수 없었고 저 탄막에만 신경썼다간 키리코의 하전입자포가 몸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터였다.

"꺄악!"

"미사!!"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미사의 비명성- 탄막과 유탄속에서 쏘아진 센트리건에 당한것이었다. 물론 팔 한쪽이 다친 정도지만 그것만으로도 슈우지의 눈에서 불똥이 튀게하기에는 충분했다.

"키리코씨, 인질을 잡고 어린아이도 주저없이 쏘는.... 그게 뮤지엄의 방식입니까!!"

슈우지의 분노와 함께 일그러지는 대기- 그리고 그 분노에 호응이라도 하듯 막대한 기운이 슈우지와 동조하기 시작했다. 슈우지가 분노하며 대기를 일그러뜨리고 있을 무렵 뮤지엄의 포위망의 일각이 무너지며 니요다케의 오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니까지!!"

갑작스럽게 등장한 오니에 의해 상황은 급박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두사람의 경우엔 총으로 상대가 가능하고 또 격퇴도 가능했으나 오니의 경우에는 키리코 렌의 프라마 닷타밖에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도 통할지 통하지않을지 의문스런 상황-

"이런이런, 꽤 난장판이잖아."

"뭐?"

갑작스럽게 등장한 은백발의 여인에 서현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까 자신이 태우고 온 여인이었던 탓이었다. 여인은 총탄이 난무하는 이 전장을 유유히 산책하듯걸어 니요다케의 오니 앞에 섰다.

"오랜만이야 할머니- 1300년 만이네."

"뭐?"

서현은 여인의 말에 의아함을 표했다. 할머니라니, 그럼 저 니요다케의 오니가 인간이란 말인가? 그보다 1300년만이라니 마치...

"불완전한 불사의 미약에 의해 피에 미쳐살아온 1300년은 어땠어?"

​"​그​어​어​어​어​어​어​!​"​

여인의 물음에 답하듯 오니는 괴성을 내질렀다. 그 괴성속에 담긴 감정은 슬픔, 괴로움, 그리고 분노와 한.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후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네, 그렇다면 그 괴로움 내가 끊어줄게"

그 말과 함께 여인의 등뒤에서 펼쳐지는 홍염의 날개,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리는 한장의 카드- 바깥에서는 거의 안쓰이지만 세계의 이면에서는 일상으로 쓰이는 카드, 통칭 스펠카드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갑작스럽게 전장을 가득 메우는 열기, 그 열기에 뮤지엄을 향해 분노를 표하던 슈우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불꽃의 날개를 펼친 익숙한 뒷모습을-

"모코우... 씨?"

"여, 오랜만이네 슈우지."

"어떻게 여기에... 그보다 환상향 주민들은..."

"유카리에게 좀 부탁해서 말이지- 카구야 대신에 구원(舊怨)을 갚으러 왔어."

"설마..."

슈우지는 그제서야 괴성을 지르는 오니를 바라보았다. 괴로운듯, 구슬픈듯 괴성을 지르는 오니를 보며 이전에 카구야가 한 말이 떠올랐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 의해서 자신의 시종이 죽었었다고,

그리고 모코우가 했던 말도 떠올렸다.

카구야의 부모때문에 자신은 봉래의 약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야만 했다고...

"봉래-"

짝-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박수소리- 그리고 막대한 영력을 받으며 빛나기 시작하는 모코우의 스펠카드. 후지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한을 담은 이 스펠카드를 모코우는 이렇게 명명했다.

"개풍쾌청 후지산 볼케이노!!!"

요란한 굉음과 함께 니요다케의 오니 발 밑에서 부터 엄청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그야말로 화산폭발- 땅을 꿰뚫고 올라온 마그마의 창이 니요다케의 오니를 관통했다.

 

 

- 막간 : 호라이산 카구야 -

 

 

"정말 괜찮은거야 카구야?"

환상향의 관리인이자 요괴현자로 불리는 야쿠모 유카리는 한창 게임삼매경인 호라이산 카구야를 향해 물었다. 직접적인 원한이 있는 그녀 자신이 아닌 대리인으로 친구이자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지와라노 모코우에게 대신 갔다오도록 한 저의가 궁금한 탓이었다.

"뭐, 솔직히 바깥구경도 해보고 싶긴 하지만 말이지- 모코우 녀석에겐 빚이 있으니까 말이지."

"빚?"

"비밀이야- 그리고"

"그리고?"

"간만에 그녀석을 만나게 할 기회잖아?"

"아... 그 구두룡의 권속?"

야쿠모 유카리는 수년전 환상향에 잠깐 머문 왠지 유약해보이는 장신의 청년을 떠올렸다. 그 인간 한명때문에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던 후지와라노 모코우가 요괴현자인 자신을 상대로 봉래인인 자신이 소멸할 정도의 격렬한 싸움을 했단것은 상당히 의외였던 일이었다. 더불어 카구야까지 개입해서...

"정말, 그 인간 정체가 뭐야?"

"옛날도, 지금도 터무니 없이 사람 좋은 녀석이지. 만약 그때당시 천황이, 그리고 내가낸 난제가, 후지와라노 모코우가 없었다면 내가 반려로 삼았을지도 모를 남자야-"

"어이어이, 네 이야기는 1300년 전이잖아. 그 인간은 그때당시 20살도 채 되지 않았었고- 생판 남인게..."

"과연 그럴까? 이래보여도 난 윤회사상은 꽤나 믿는편인지라"

"명련사의 히지리 뱌쿠렌한테라도 가보는게 어때?"

"가끔은 괜찮을지도-"

그런 느낌으로 엄청나게 평화로운 환상향이었다.

 

 

"아, 그나저나 카구야. 그 녀석 가기전에 스펠카드 한꾸러미 안겨줬지?"

"글쎄, 나 말고도 다른 애들도 하나씩은 챙겨주지 않았으려나?"
 
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다.

정말 취미대로 쓴글이라 미진한 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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