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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궁병 푸른마법선생


원작 |

2화


아처가 가까스로 어둠을 빠져나왔을 때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불타고 있는 마을 하나와 옆에 쓰러져있는 금발의 소년한명이었다.

“길가메쉬인가?”

아처는 쓰러져있는 소년을 보며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이 입고 있는 옷은 길가메쉬의 라이더슈츠. 그것도 길가메쉬의 크기와 취향에 딱 맞춘 특제품이었던 것 이였다.

“뭐... 이쪽은 걱정이 없으려나...”

아처는 길가메쉬를 나무 밑에 놓아둔 채 불타고 있는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온통 폐허였다.
거대한 괴물의 습격이라도 있었는지 여기저기 손톱자국 비슷한 것들이 대거 남아있었다.

“흐음... 대규모 습격인가... 그런데 왜 이런 작은 마을에...?”

아처는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았다.

“집은 영국 고전풍의 집들인가... 그렇다면 적어도 일본은 아닌가? 그리고 여기저기 남아있는 마력의 잔재라... 상당수의 마술사들이 살고 있었나 보군... 그런데 이정도로 처참히 당하다니...”

좀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석상들이 보였다.
아마도 고위 석화마술에 걸린듯 싶었다.

“이거 이거... 환상종이라도 나타난 거야?”

아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도 모르게 실없는 소리를 했다.
그 순간, 아처의 마음 한구석에서 위험하다며 경고를 울렸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몸이 그 경고에 따라 반응했다.

쾅!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아처가 서있던 땅이 움푹 파였다.

“마물인가?!”

아처는 자신을 공격한 괴이한 형태의 생물(?)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젓고 양손에 간장과 막야를 투영했다.

“일단은 싸우고 나서 생각하자...”

아처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부웅-!

거대한 팔이 아처에게로 휘둘러졌다.
그러나 아처는 음검(陰劍) 막야로 거대한 팔을 가볍게 막아낸후 양검(陽劍) 간장으로 그 팔을 잘라내었다.

​-​б​с​у​х​щ​д​ч​ж​е​у​!​

괴물은 알아듣지 못할 거대한 비명을 질렀다.

푸슉!

아처의 검이 거대한 생물의 목을 갈랐다.

푸슈-

쿵!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몸체가 쓰러졌다.

짝짝짝-

어디선가 들려오는 박수소리...
아처는 박수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쓰러뜨린 괴물보다 작으면서도 강대한 힘을 지닌 존재가 있었다.

“호오... 하급이라지만 단순한 칼놀림만으로 쓰러뜨리다니... 당신 강하군요...”
“당신... 인간이 아니군.”

아처는 박수를 친 노신사를 보며 말했다.
인간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음을 느낀 아처는 곧장 다음 전투준비를 했다.

“호... 역시 단번에 알아차리는 군요... 그렇다면 사양할 필요가 없겠군요.”

노신사의 말이 마치자마자 아까 쓰러뜨린 녀석과 비슷한 모습의 괴물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하​급​악​마​들​입​니​다​.​ 조금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면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과연 이정도 수면 어떨까요?”
“과연... 악마인가...?”
‘그렇다면 처음부터 전력전개’
“트레이스 온!”

아처가 주문을 외우자 교회측 대행자들이 쓰는 흑건이 아처의 주위를 감쌌다.

“가라”

아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처를 감싸고 있던 흑건들이 일제히 악마들을 향해 쏘아졌다.
그것은 가히 검의 비-

-ѢѣѥѦѹק!

​-​ר​ק​󰔈​Ѣ​у​е​ѥ​ѣ​!​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악마들이 쓰러져 나갔다.
흑건이란 원래 교회의 대행자들이 쓰는 마(魔)를 멸하기 위한 도구중하나, 하급마물정도라면 이것으로 거의 정리가 가능했다.

“트레이스 온!”

두 번째 검을 투영한다.
아처가 투영한 두 번째 검은 버서커의 부검(斧劍), 이런 난전에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검 이었다.

“소드엔진 스타트”

-검의 경험을 모방하여...
-그 검에 담긴 기술을 자아낸다.

“흐아아아!!”

아처의 요란한 함성과 함께 버서커의 부검이 휘둘러진다.
부검이 휘둘러 질 때마다 남는 것은 오직 파괴의 잔재...
부숴라! 부숴라! 부숴라!

​“​사​살​백​두​(​射​殺​白​頭​)​!​”​

이윽고 부검을 이용한 헤라클레스의 최고의 검기가 여기서 재현되었다.

쾅!

단 일순간에 일어난 9번의 파괴는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 파괴 속에서 의연히 서있는 붉은 기사...

“이게 끝인가?”

아처의 물음에 노신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흐음... 더 있지만 자네의 상대로는 모자랄 것 같구려...”

노신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처를 바라보았다.

“그래... 노부가 상대해 주지...”

노신사는 기운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아처에게로 다가왔다.

“노부의 이름은 다이만, 남작위를 지닌 고위악마중 하나일세...”

노신사의 말이 마치자마자 악마형으로 모습을 변화시키며 아처에게로 달려들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아니 어느 정도 수련한 사람이라도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빠르기였으나, 아처는 이미 수많은 전장을 거쳐 왔다.
이정도 반응하지 못 할리 없었다.

“트레이스 온”

순식간에 투영해낸 칼리번으로 다이만을 벤 아처.
다이만은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와 검은피를 토하며 물었다.

“그... 그 검은 무엇인가?”
“선정의 검 칼리번...”
“과연... 그 성검이란 말이군...”

다이만은 그 말을 끝으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고위악마치고는 꽤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자... 그럼 다시 주위를 살펴 볼...”

콰광!
갑자기 뒤에서 들린 요란한 굉음에 아처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이... 이건?!”

아처의 눈에 보인 것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파괴할듯한 뇌전의 폭풍.
마을 한쪽 구석에서 시작된 뇌전의 폭풍은 마을을 반쯤 날려 버리며 종극에는 산비탈의 한쪽을 무너뜨려 버렸다.

“...”

위력에 압도당한 아처는 자신도 모르게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확실히 자신이아는 마술사들도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있기는 했다.
그러나 아무런 백업이나 주문 없이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는 마술사는 거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전에 만난 캐스터나(마력이 충분할때 얘기지만) 매직캐논이라 불리는 마법사인 블루정도?

콰광!

뇌전의 폭풍이 시작된 곳에서 벼락이 난무했다.

“서번트 뺨칠 정도의 ​전​투​능​력​이​군​.​.​.​”​

아처는 벼락이 난무하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처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쯤 벼락이 멎어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보이는 것은 로브를 눌러쓴 한 남자와 폐허를 뒤덮은 악마들의 시체...

“누구지..?”

로브를 눌러쓴 남자는 아처를 보고 물었다.

“뭐 지나가던 궁병 정도로 해두지... 그나저나 정말 요란하게 날뛰었구만...”
“뭐... 당신도 제법 날뛰지 않았나?”
“본 건가?”
“뭐 본의 아니게 말이지...”

별 의미 없는 듯 한 대화...
그러나 그 속에서 아처는 고도의 탐색전을 벌이고 있었다.

‘우선 마력에서 밀리는군... 육체단련에서는 내가 우세하지만 저쪽은 무지막지한 마력에 의한 강화로 그것을 커버하고 있다. 전투센스는 아직 모르겠고... 하지만 전투능력만큼은 확실하다!’

“당신의 이름은?”
“나기... 나기 스프링필드...”

아처의 질문에 로브를 눌러쓴 남자는 로브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대답했다. 그러나 로브 사이로 삐져나온 그의 머리카락은 왠지 그를 두드러지게 하였다.

“당신의 이름은?”
“뭐 일단은 아처라고 해두지. 이름은 이미 버린지 오래니 말이야...”
“그런가?”
“그런 거다.”

잠시간의 침묵...

“일단 정리부터 하지...”
“동감이다.”

나기의 말에 아처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어느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악마들...
그러나 이 둘에게 있어 하급악마들은 상대도 아니었다.

“하얀 사슬번개”
“소드배럴 풀 오픈”

하얀 번개가 악마들을 태우고, 수십의 마검이 악마들을 꿰뚫는다.
그야말로 이곳은 인세의 지옥도.
그런 지옥도에 모습을 드러낸 4존재가 있었으니...

“크륵... 마기스텔 마기인 나기 스프링필드야 이해가 간다만...”
“저기 저 빨간 녀석은 도대체 누구 길래...”
“확실한건...”
“저쪽도 만만치 않다는 거지”

강렬한 존재감 탓일까?
싸우고 있던 나기와 아처는 그 넷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정도 존재감이라면 필시 작위를 받은 ​고​위​악​마​인​가​.​.​.​”​
“그런 것 같군... 게다가 아까 내가 싸운 녀석 보다 강하다.”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호흡은 잘 맞았다.

“처음부터 전력이다.”
“이런데 낭비할 시간 같은 건 없다 인가? 좋아 전력으로 가주지!”

나기의 말에 아처는 동의하며 몸을 날렸다.

“트레이스 온”

그와 동시에 간장과 막야가 허공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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