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다음날
네기는 어제일이 무사히(?) 해결 된 기념으로 시로와 아스나에게 커피를 사기로 약속, 수업과 업무가 끝나자마자 모두모여 교내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하자 네기는 모두에게 무엇을 마실 거냐고 물었다.
“나는 카페오레”
“나도~!”
“나는 아이스 카푸치노”
“형님 저는 모카로.”
모두의 주문을 받은 네기는 커피를 사기위해 주문대로 향했다.
“저기 카페오레 3잔과 아이스 카푸치노 1잔, 모카1잔으로...”
막 주문하려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한기에 네기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두 인영. 에반젤린과 그녀의 시종인 차차마루였다.
“안녕 네기선생...”
“안녕하십니까, 네기선생님?”
상당히 기분이 나쁜지 이마의 혈관을 띄우며 인사하는 에반젤린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정중히 인사하는 차차마루.
“아... 안녕하세요? 에반젤린,차차마루”
네기는 약간 떨면서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에반젤린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빨리 받아, 뒤에서 기다리잖아!”
에반젤린의 말에 네기는 황급히 커피를 받고는 시로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가기 전에 에반젤린에게 말했다.
“저기... 에반젤린 괜찮으면 저희들과 함께 마시지요.”
“갈까보냐?”
에반젤린은 그렇게 말했지만 정작 커피를 받고나니 자리가 없었다. 결국 네기들과 같이 앉는 수밖에 없었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묵묵히 커피를 마시는 에반젤린의 표정에 시로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리고 예전에 다카하타선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에반젤린, 너 사우전드 마스터를 좋아했었다면서?”
푸앗-
시로에 말에 에반젤린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뿜었다. 그리고 한껏 붉어진 얼굴로 시로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글쎄~”
능글거리는 시로, 에반젤린은 모자란 마력을 모아서 시로에게 주먹을 날리려했다. 그 순간...
“그게 사실인가요?”
네기의 물음에 에반젤린은 김이 새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사실이야... 벌써 15년도 더된...”
에반젤린은 천천히 회상에 잠기며 이야기를 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산길을 걷다가 미끄러져 절벽으로 떨어지려 했을 때였어. 어차피 떨어져 상처를 입어봤자 금방 회복 될 테니 그냥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지. 그때 내 손을 잡아끌어 구한게 나기 녀석이었어... 참 신기한 녀석이었지... 그러다가 흥미가 생겨 한 반년쯤 죽어라 쫓아다녔지... 반년이 다되어갈 쯤에는 고백조차 했었어... 그래도 내게 자신이 갈 길로 가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지, 그래서 실력행사를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에반젤린 주위의 공기가 변했다. 그리고 시로는 보았다. 에반젤린의 등뒤에 강림하는 붉은 악마를...
“어느새 눈치 채고는 함정을 파놓고 그 안에다가 파랑 양파, 마늘을 잔뜩 넣어놔서 내가 힘을 못쓰게 했지... 그러고는 쫓아오는 게 귀찮다고 이 학교에 묶어놓기 위해 등교지옥의 마법을 쓴 거야...”
얼마나 화가 났는지 채 다 마시지 않은 카페오레 잔을 구겼다. 에반젤린의 손등으로 갈색빛 액체가 흘렀다.
“아하하...”
모두들 에반젤린의 박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후 에반젤린은 진정이 됐는지 쉼호흡을 하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돼서 이 학교에 오게 된 거지... 그 녀석 학교생활을 끝내고 나면 저주를 풀어준다고 했었는데... 결국 10년 전에 죽어버렸어...”
순간 네기들이 앉아있는 탁자에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어쨌든 그렇게 된 거야. 그래서 15년 동안 이 빌어먹을 학교에서 죽치고 있지.”
에반젤린의 말을 다 듣고 난 시로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나기가 10년 전에 죽었다고?”
“뭐야? 모르고 있었어?”
“그럼 내가 6년 전에 네기의 고향에서 만난 나기는 누구인 거지?”
“뭐?”
갑자기 시로의 말에 에반젤린은 어안이 벙벙했다. 6년전 이라니?
“무슨 소리야! 사우전드 마스터, 나기 스프링필드는 10년 전, 1993년에 죽었어!”
“하지만 나랑 네기는 봤다고! 6년 전, 불타던 네기의 고향에서!”
시로의 말에 에반젤린은 네기를 쳐다보았다. 네기는 사실이냐는 에반젤린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6년 전. 저는 아버지, 사우전드 마스터 나기 스프링필드를 만났습니다.”
“뭐~!”
네기의 말에 또 한번 소란스러워진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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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그랬어...!! 그 녀석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었는데 말이지!”
네기와 시로의 이야기를 들은 에반젤린은 웃으며 소리쳤다. 얼마나 웃었는지 에반젤린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고...”
“교토.”
자신없어하는 네기의 말에 에반젤린이 말했다.
“네?”
“교토. 만약 그녀석이 정말 살아있다면 그곳에 있는 나기 녀석의 별장에 뭔가 단서가 남아있을거야.”
“교토라고요?! 에... 그럼 휴가도 내야하고, 돈도... 아~! 이번 달은 전부 송금한 터라 돈이 없는데...”
허둥지둥거리는 네기, 차차마루와 아스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걱정 없겠네.”
“그러게요.”
시로는 허둥거리는 네기의 어께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기, 이번 달 학사 일정은 본거야?”
“예?”
“다음 주, 수학여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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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H.R
“네기 선생님~ 이번 저희 반 수학여행은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선생님을 위해 교토행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네...”
반장 유키히로 아야카는 평소보다 한층 더 리액션을 취하며 네기에게 말했다. 네기는 그런 아야카의 리액션에 약간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드르륵-
갑자기 교탁쪽 문이 열리며 시로의 모습이 보였다.
“네기, 학원장실에서 호출이야.”
시로의 말에 네기는 무슨 일로 부르는지 생각하며 학원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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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학원장실
“네~?! 교토행 수학여행이 중단이요?!!!”
“그렇다네, 대신 하와이나 한국 쪽으로...”
학원장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네기는 심한 리액션을 취하며 쓰러졌다. 기껏 아버지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것이 무산 되어버린 탓이었다. 시로는 그런 네기의 리액션을 무시하며 학원장에게 물었다.
“특별히 중단될만한 사유라도..."
"그쪽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거든...“
“그쪽? 교토 관청에서 일리는 없고...”
학원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관서 주술협회. 그곳의 명칭이네...”
“그런데 왜 그곳에서...?”
“사실 난 마호라학원장이란 직책 말고도 관동 마법사협회의 이사장직도 겸하고 있지... 그런데 이번 수학여행에 마법선생이 끼여 있다니까 그 쪽에서 심하게 난색을 표하더군... 뭐 원래 앙숙지간이기는 했지만, 요 근래 젊은이 들이 전통을 잃고 마법에 심취한 것이 그 원인이겠지...”
시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세력싸움은 해결하기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전쟁직전의 마탑과 아틀라스를 중재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었는가... 겨우 중재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탓에 봉인지정에 부당한 현상금까지 걸려 한동안 고생했었다.
“하아... 방법이 없는 겁니까?”
시로의 물음에 학원장은 조용히 서랍 속에서 마호라 학원의 인으로 봉해진 하얀 봉투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은?”
“나는 오랜 세월동안 지속되어온 주술협회와의 반목을 끝내고 싶네... 그러기 위해 이 서신을 교토에 있는 관서 주술협회장에게 전해주기를 바라네.”
“한마디로 저희가 특사라는 거군요.”
“그런게지. 하지만 가는 도중에 어떤 방해가 있을지 몰라. 동쪽과 서쪽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많거든... 뭐 그들도 표면적으로 드러날 정도로 일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방해가 많을 거야...”
“뭐, 문제없습니다.”
“맡겨주세요. 학원장님”
두사람의 대답에 학원장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뛰웠다.
“오~ 자신감이 붙었구려. 뭐 상관은 없겠지만. 참, 교토하니 생각났는데 내 손녀인 코노카의 생가도 거기에 있다네, 네기선생. 자네가 마법사라는 걸 코노카에게 들키진 않았겠지?”
“네, 아마도...”
학원장의 질문에 네기는 약간 긴장하면서 대답했다.
“나는 상관없지만 그 아이의 부모의 교육방침이 그러하니 가능한 마법에 대한 일은 들키지 않도록 부탁하네.”
“네”
“그럼, 수학여행은 예정대로 하기로 하지 그럼 부탁하네.”
“예.”
“참, 그리고 에미야 선생은 잠시 남게나. 할 얘기가 있으니.”
학원장의 말에 네기를 먼저 보냈다. 네기가 학원장실을 나선지 조금 지나고 나서야 학원장은 무겁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에미야 선생... 이번일은 방해가 많을 게야... 네기 선생에게 말은 안했지만 반목이 좀 심한게 아니거든... 사실 주술협회와는 그렇게 나쁜 관계는 아니야. 주술사중 일부 강경파가 문제지... 하지만 그 강경파가 꽤 말썽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호위를 늘릴까 하는데...”
“그걸 왜 저에게...”
시로는 학원장의 말에 반문하다가 떠올렸다. 자신과 함께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을... 인류 최고(最古)의 영웅왕과 과학과 마술의 정수가 모여 만들어진 오토마타(자동인형).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있는 존재가 이곳에 몇이나 될까?
“알겠습니다. 길가메쉬와 히스리양을 이번 수학여행에 대동하기로 하지요.”
“고맙네. 뭐 이쪽에서도 호위를 몇 명 붙였지만 안심이 안돼서 말이네... 그럼 이만 가보게.”
“그러지요.”
시로는 학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학원장실을 나섰다.
“이걸로 어느 정도 대비는 한 건가?
학원장은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학원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