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며칠 후
차차마루의 정성스런 간호와 시로의 룬마술의 도움으로 감기가 깨끗이 나은 에반젤린은 학교에도 가지 않은 채 차차마루와 함께 집에 있는 컴퓨터로 무엇인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흐응... 등교지옥의 저주이외에도 학원결계와 나의 힘을 억누르기 위한 결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짜여있군...”
“네... 특히 학원결계로 인해 상당량의 전력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학원결계보다는 훨씬 적지만 마스터의 힘을 억누르기 위한 결계도 상당량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차차마루의 설명에 에반젤린은 매우 흥미롭다는 투로 말했다.
“호오... 나의 힘을 억누르는데 전기를 쓰다니... 요즘은 마법사도 과학을 이용하는구나...”
“그렇게 말하자면 저도 과학입니다만...”
에반젤린은 차차마루의 말을 무시하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때? 가능 하겠어?”
“보통 때라면 이곳에 있는 설비로는 해킹이 힘들 터이나 대 정전 때라면 일시적으로 전력을 완전 차단하는 게 가능하겠습니다.”
“좋아... 네기 스프링필드... 오늘이야 말로 너의 피를 빨아 이 저주를 풀고 말테다!!”
에반젤린의 외침이 집 가득히 울려 퍼졌다.
“하아...”
그렇게 심한 부상이 아니었던 탓인지 네기는 금방 상처를 회복했다. 상처를 회복한 네기는 부상으로 인해 미뤄두었던 업무를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로가 도와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엄청 밀렸구나...”
“그러게요... 정말 이대로 계속 처리한다 쳐도 대략 3시간은 그냥 잡아먹겠는걸요?”
네기의 말에 시로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저번에 바포메트를 만난 것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지만 밀린 선생 업무도 만만치 않았던 탓이었다.
“그나저나 에반젤린의 감기가 아직 낫지 못했나 보군... 학교에 오지 않을 걸 보니 말이야...”
“그러네요... 뭐 저로서는 다행이지만요...”
네기의 말에 시로는 에반젤린이 네기의 노리고 있음을 새삼 떠올렸다.
“네기, 어째서 에반젤린이 너를 노리는 거지?”
시로의 질문에 네기는 그때 에반젤린이 한 말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버지가 건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고 했었어요.”
“저주?”
“등교지옥의 저주... 그래서 지금 이 학교에서 머물고 있는 거 에요.”
“등교지옥의 저주인가...”
당연하겠지만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저주에 시로는 당황해야 했다. 아무리 세상이 다르다지만 그런 쓸데없는 저주를 만들다니... 한순간 이곳의 마법사들도 상당히 할 짓이 없다고 생각한 시로였다.
“그런 저주도 있는 거냐?”
“네... 옛날부터 전해져온 학교 안가려는 아이들을 위한 유서 깊은 저주라나...?”
네기의 설명에 시로는 한동안 굳어야 했다. 학교 안가는 아이들을 위해(?) 이런 저주를 만들다니... 다시한번 이곳의 마법사가 할 짓이 없다고 생각한 시로였다.
“어쨌든 그 저주를 풀기위해 아버지의 피를 이은 제 피가 많이 필요하데요.”
“흐음... 확실히 피에는 마력과 생명력이 담겨져 있으니...”
시로는 수긍을 하면서도 그녀가 왜 네기의 피를 노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의 살아온 세월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터... 그럼 네기의 피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저주를 풀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왜 네기의 피를 노리는 걸까?
시로는 다시한번 에반젤린에게 가볼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갑자기 학원장이 들어와 하는 말에 시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에... 오늘은 대대적인 전력점검 때문에 학원도시 전체가 정전에 들어갑니다. 주의해 주시길... 특히 에미야선생, 기숙사의 학생들에게 철저히 주의를 주세요.”
“이거... 오늘은 바쁘겠군...”
“그러게요...”
시로와 네기는 책상위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로와 네기가 막 서류의 처리를 재개했을 무렵, 히스리양과 길은 기숙사 각방에 정전시 사용될 구호품을 나누어 주느라 바빴다. 특히 길은 자신이 왜 이런걸 나눠줘야 하냐며 투덜거렸다.
“제길... 내가 왜 이런걸 나눠줘야 하는거야?”
불평을 하면서도 성실하게 나눠주고 있는 길... 물론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다른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은 왕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왕으로서의 자존심은 이 일을 하는데 무척이나 반발하고 있었다.
“하아... 그 메이드만 아니었어도.”
길은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자신의 성격이 온화해졌다지만 그 메이드의 행동은 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하지만 맞붙을 수도 없는 것이 그 메이드의 전투능력이 상당하다는 데에 있었다. 서번트와 맞먹을 정도의 전투능력을 지닌 메카 메이드 메카 히스이 MK-3 custom, 통칭 히스리... 아무리 자신이 최강의 서번트라지만 저런 상대와 싸우면 주위에 피해가 안생길수 없었다.
“하아... 뭐 옛날에 나라면 그런거 상관안하고 바로 맞붙었겠지만...”
길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각방 문에 걸어놓으며 일을 계속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군...”
길의 불길한 예감이 마음한구석을 스쳤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녁 6시경 여자중등부 기숙사 옥상
“자... 그럼 파티를 준비를 시작해볼까?”
대대적인 전력점검을 틈타 자신의 힘을 억누르고 있는 결계를 해제시킨 에반젤린은 이전에 자신이 피를 빨았던 사사키 마키에에게 남겨두었던 자신의 피를 발동시켰다. 체내에 남아있는 양이 무척이나 적은 터라 흡혈귀가 되지는 않았지만 마력이 되살아난 지금이라면 그 정도로도 흡혈귀로 만들 수 있었다.
“호오... 마침 파티에 필요한 시종이 모자라던 터였는데...”
마키에 안에 있는 자신의 피를 각성시키자 마키에 주위에 함께 있는 클레스 메이트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야월의 파티를 시작해볼까?”
에반젤린의 웃음이 어둠을 타고 밤하늘을 흘렀다.
같은 시각 여자중등부기숙사 대욕탕.
마키에와 같이 목욕하고 있던 유우나와 아코,아키라는 정전탓에 패닉상태에 들어가 버렸다.
“꺄악~!”
“무서워!”
“마키에, 네가 너 때문에...”
아키라는 마키에를 책망하던중 마키에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다.
“마키에?”
아키라가 다시 한번 마키에의 이름을 부르자 마키에는 수상한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왜?”
마키에와 눈을 마주친 순간 아키라를 포함한 모두는 정신을 잃으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3분 후 여자 중등부 기숙사 입구부근.
“하아...”
밀려있던 서류를 간신히 시간 내로 처리한 네기는 지친 심신을 이끌고 방으로 향했다. 시로는 전력점검 탓에 갑작스럽게 할 일이 생겼다며 서류처리가 끝나자마자 그대로 네기와 헤어져 버렸다.
“형님 괜찮으신가요?”
카모의 질문에 네기는 그저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서류처리에 기력이 상당히 소모된 터라 웃을 힘도 없었던 탓이었다.
“네기 스프링필드.”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린 목소리...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에 네기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칠흑의 메이드복을 입은 마키에가 서있었다.
“마키에양 무슨 일이시죠? 그보다 오늘은 전력점검이 있어서 출입이 통제 되었을 텐데요?”
네기의 말에도 대답이 없는 마키에... 그러다 어느 한순간 마키에의 눈이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네기 스프링필드. 에반젤린.A.K.맥도웰님이 대결을 청하신다. 10분후 대욕탕으로 와라.”
그리고는 인간이라고는 보기 힘든 운동능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키에... 방금...”
네기가 갑작스러운 일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카모가 물었다.
“형님, 저 아이 예전에 에반젤린에게 물린 적이 있지 않나요?”
“아차... 그때 피를 제거해야 했었는데...”
네기는 그제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흡혈귀에게 물린 인간은 그 흡혈귀에게 물렸을 때 남은 피와 마력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네기는 마키에에게 남아있던 마력의 잔향이 너무 미미했던지라 그냥 넘어갔었던 것 이였다.
“뭐 형님이라도 어쩔 수 없었겠지요. 그동안 봉인되어있다고 했었으니... 그만큼 마력의 잔향도 미미했었으니까요. 그나저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는데요...”
카모는 그렇게 말하며 네기를 보았다. 그러나 네기는 이내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입구 근처에 있는 기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만이 아는(실제로는 시로와 길가메쉬, 히스리양도 알고 있지만.) 비밀장소에 숨겨둔 마도구를 꺼냈다.
“엑-?! 이건!!”
“나의 마도구 컬렉션... 5년 전부터 계속 모아오고 있었지...”
네기가 꺼내든 마도구 컬렉션은 정말로 엄청났다. 구하기 쉬운 하급 시약부터 이제는 찾을 수 없다는 고대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아티펙트까지... 이정도 양이면 네기 혼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보였다. 그러나 카모는 선천적으로 책사. 승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았다.
“형님 그래도 도움은 청해야...”
“미안, 이건 나의 일이야...”
네기는 카모를 바닥에 내려놓고 만약을 위해 컬렉션과 함께 비밀장소에 숨겨두었던 파란로브를 걸쳐 입었다. 그리고 이번 대결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마도구들을 챙겼다.
“그럼...”
네기는 지팡이에 올라타 무척이나 빠른 속력으로 대욕탕을 향했다. 카모는 그런 네기를 보며 화를 내며 외쳤다.
“이젠 저도 몰라요! 이 벽창호!!!!”
그러나 카모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대욕탕에 도착한 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 칠흑의 메이드복을 입고있는 다섯명의 학생과 전혀 본적도 없는 미녀였다. 그러나 느껴지는 마력의 파장을 통해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에반젤린...”
“아... 왔구나, 네기. 기다리고 있었어.”
어른의 모습으로 있는 에반젤린은 웃으며 말했다. 네기는 칠흑의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학생들을 보며 에반젤린에게 말했다.
“에반젤린... 저들은 관계없지 않나요?”
“아... 뭐 일단 시종으로 만들어 놓은 터라 말이지... 사용안하면 손해잖아~”
아주 유쾌하게 말하는 에반젤린. 네기는 에반젤린 주위에 기립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난감해 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에반젤린이 손을 들어 네기를 가리키자 차차마루를 제외한 네명의 학생들이 네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네기는 아무리 반쯤 흡혈귀화 되었다지만 자신의 학생들에게 손쓰기 껄끄러워 한 터라 선기를 놓쳐 버렸다.
“아...!”
눈뜨고 당하려는가 하는 순간... 네기와 학생들의의 사이로 금빛으로 빛나는 끈 하나가 날아왔다. 그 끈은 무척이나 기묘한 움직임으로 네기에게로 향하고 있던 학생들을 모두 포박했다.
“뭐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에반젤린도 당황했는지 허둥거렸다. 그러나 네기는 금빛으로 빛나는 끈을 보고는 누가했는지 알 수 있었다. 네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에반젤린을 공격해 들어갔다.
“마법의 사수! 바람의 13화살!!”
네기의 외침과 동시에 13발의 마법의 화살이 에반젤린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에반젤린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에반젤린은 자신의 마법의 사수가 날아오고 있음을 알아채자마자 같은 마법의 화살로 상쇄시켰다.
“큭!”
흩날리는 얼음조각과 돌풍... 네기는 곧바로 이전에 세운 작전대로 들어갔다.
휘이잉~
강하게 휘날리는 바람과 함께 네기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올랐다. 질풍이 바로 이와 같을까? 네기는 에반젤린이 쫓아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도 안한 채 가속에 들어갔다. 자신을 쫓아온다는 확신이 있었던 탓이었다.
“호오... 뭔가가 있나보군... 차차마루 쫓아간다!”
“예스 마스터... 그런데 방해꾼은...?”
“그냥 놔둬... 더 이상 방해는 없을 거다.”
에반젤린은 그렇게 말하고 망토를 펼치며 네기를 쫓았다. 차차마루도 로켓을 전개하며 에반젤린을 뒤따랐다.
“형, 저쪽에서도 눈치챈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라이더 슈츠를 입은 길가메쉬는 아직 정장을 입고 있는 시로에게 말했다.
“뭐... 그렇겠지. 그녀는 뛰어난 마법사니까 말이야... 게다가 이곳에 15년 동안 있었어. 갑자기 나타난 우리들 이외에는 변수가 없으니까. 눈치 채는 건 쉬워.”
길가메쉬는 시로의 말에 수긍했다.
“그나저나 우리가 방해 안할 거라는 거... 알고 있었나? 경계도 안하고 그냥가네?”
“뭐... 나라고 생각했으니까겠지... 자! 우리도 따라가 볼까?”
시로는 그렇게 말하며 무척이나 빠른 몸놀림으로 네기와 에바들을 쫓았다.
그 시각 에미야자매의 방.
“언니... 안 나가 봐도 될까요?”
마리는 욕탕쪽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에(서번트에는 못 미치지만.) 우려를 표하며 이리야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리야는 무척이나 여유에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걱정 마, 시로가 나섰으니까. 아마 금방 끝낼걸?”
그러나 마리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시지를 않았다.
“하지만 나서지 않는데요?”
“남의 결투의 ‘끼어든다.’라는 건 정말 실례되는 행동이야. 시로는 중재나 심판으로 충분해.”
“하지만...”
“마리... 네가 네기선생님을 걱정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관여하는 것도 네기선생님께 실례되는 일이야.”
“네...”
이리야의 말에 마리는 힘없이 대답하고는 창가에 앉아 연홍빛으로 빛나는 달을 바라보았다.
“무사하기를...”
아스나,코노카의 방
“뭐?!”
“조용히 하세요.”
아스나는 카모의 말에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 바보가 에반젤린이랑 붙으러 갔다고?”
“네...”
“이익...!”
아스나는 재빨리 잠옷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은 잠자기 틀린 날인 것 같다.
“큭!”
“아하하하하!!! 고작 그 정도 였나? 네기선생!”
비산하는 얼음, 흩날리는 빙무(氷霧) 네기는 난무하는 에반젤린의 마법을 뚫고 전력으로 다리 쪽을 향했다. 물론 간간히 반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나 어설픈 마법에 주춤할 에반젤린이 아니었다.
‘크윽... 조금만... 조금만더!’
“빙폭(氷爆)!”
콰광꽝!
에바의 주문과 동시에 급격한 기온차로인한 공기 폭발이 일어났다. 네기는 마법의 장벽으로 아슬아슬하게 막으며 계속 전진했다.
“이제 도착했어!”
자신이 계획한대로 목적지에 도착한 네기는 지팡이에서 내려 여태까지와는 비교 자체가 힘든 마법의 장벽을 전개했다.
콰과과과과과!!
여지껏 네기를 추적하고 있던 마법의 사수와 뒤이어 전개된 빙폭, 빙하의 길이 전부 장벽에 부딪혔다. 그 압력은 네기의 예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네기는 자신이 지닌 마력의 반 이상을 장벽에 주입하며 에반젤린의 마법을 견뎌 내었다.
“에이... 시시하게 벌써 끝이야? 아니면 애초에 도망칠 생각?”
에반젤린은 다리에 착지해 숨을 헐떡이는 네기를 보며 말했다. 그러나 네기는 아무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왜 웃는 거지?”
“계획했던 대로 됐거든요.”
네기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있는 위치에 아무도 모를 정도로 희미하게 그려진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네기가 마력을 불어넣자 희미하게 그려져 있던 마법진이 빛을 내며 강력한 봉인진이 되었다. 봉인진은 강력한 마력으로 에반젤린을 짓눌렀다.
“큭!”
에반젤린의 환술이 풀리며 유아체형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봉인탓에 가용마력이 줄었다 하나 어둠의 복음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마법사인 에반젤린이 환술을 유지 못 할 정도라는 것은 정말 엄청난 위력을 지닌 봉인진이라는 얘기였다.
“크...!”
“에반젤린... 이제 항복하시지요!”
“하하하하하하하-”
네기의 말에 에반젤린은 자는 사람들이 다깰 정도로 크게 웃었다. 네기는 그런 에반젤린을 보며 어리둥절 했다.
“무엇이 그리 우스운 거죠?”
“이봐 네기... 내가 이 학원에 봉인된 지도 15년째야... 이런 함정도 생각 못했을 거라 생각했나?”
“하지만 당신은...”
“그래... 그 함정에 걸렸지... 뭐 현재의 나의 마력이라면 충분히 풀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강해... 그래서 나도 꼼수를 써야겠거든! 차차마루!”
“예스 마스터”
차차마루의 대답과 동시에 차차마루의 귀부분이 열리며 안테나같은것이 튀어 나왔다.
“대 결계,봉인 해제프로그램 작동”
차차마루의 말이 끝나자마자 봉인진에 균열이 갔다. 잠시 후 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 무척이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런?!”
“잡아 차차마루.”
네기는 봉인진이 깨진것에 당황한 나머지 차차마루에게 뒤를 잡혀버렸다.
“큭...”
차차마루에게 붙잡힌 네기는 발버둥을 쳤지만 네기의 힘으로는 차차마루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에반젤린은 붙잡혀 발버둥치고 있는 네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크크큭... 재미있었어... 그런데 이것으로 끝 인거냐? 시시해... 너희 아버지라면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에반젤린은 천천히 네기에게로 다가갔다.
“마스터...”
“알고 있어. 나도 네기에게 흥미가 있으니까 말이야.”
‘뭐 진짜 흥미있는 쪽은 따로 있지만...’
에반젤린은 네기 뒤쪽의 교각위에를 노려보며 웃었다.
‘자... 움직이려나?’
“형... 네기녀석 위험하지 않아? 슬슬 나서야 할 것 같은데...”
길가메쉬는 차차마루에게 붙잡혀있는 네기를 보며 말했다. 그러나 시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리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그런 시로의 행동에 짜증이나 물었다.
“형!! 나서야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시로는 길가메쉬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다리 끝 부분에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안 나서도 될 듯 한데”
시로가 가리킨 쪽에서 빛이 빛나고 있었다.
“흐아아아!!!!”
엄청난 기합성과 함께 다리 끝에서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에반젤린은 감각을 최대한으로 세우며 다리 끝에서 오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았다.
“카구라자카 아스나?”
에반젤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계약도 안한 평범한 인간이 아무리 자전거를 탔다지만 보통 인간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 이였다.
“이 괴력녀가...! 차차마루!”
에반젤린의 명령에 차차마루는 잡고있던 네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스나를 향해 달려갔다. 그 행동은 너무나 신속해서 아스나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으리라 여겨졌다. 아스나는 달려오는 차차마루를 보고는 어깨에 앉아있는 카모에게 물었다.
“준비됐지!”
“OK! 누님!!”
카모의 대답에 아스나는 카모를 잡아 그대로 차차마루에게 던졌다. 차차마루는 갑자기 날아오는 물체에 쳐내려 했으나 갑작스런 섬광에 시각센서가 잠시 마비되어 버렸다.
“족제비 플래시!”
카모의 특제 섬광폭죽에 의해 차차마루가 주춤거리자 아스나는 그대로 자전거 앞바퀴를 치켜들며 그대로 차차마루를 받아버렸다.
“라이더 브레이크!”
우렁찬 아스나의 외침과 동시에 차차마루는 자전거와 함께 다리 구석에 쳐박혀 버렸다. 아스나는 차차마루와 충돌하기 직전에 자전거에서 뛰어 내린터라 아무런 부상이 없었다. 아스나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곧장 에반젤린에게로 달려들었다. 에반젤린은 전번에 장벽이 뚫린 일도 있었던 터라 방심하지 않고 아스나의 공격을 기다렸다.
“타핫!”
기합성과 함께 에반젤린에게 날아간 아스나의 날아 차기, 아스나의 공격을 경계하고 있던 에반젤린은 무척이나 가볍게 막았다. 에반젤린이 아스나의 발차기를 막은 순간 에반젤린은 너무나도 가벼운 아스나의 발차기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곧장 물러섰다. 아니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었다.
“아스나 반전(反轉)킥!”
격려하게 몸을 비틀며 반대편 발로 엄청난 위력의 킥을 날리는 아스나. 에반젤린은 마법의 장벽으로 아스나의 발차기를 막으려 했으나 마법의 장벽은 너무나도 쉽게 깨졌다.
“크어억!”
아스나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에반젤린은 허공에서 3바퀴정도를 돌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스나는 그런 에반젤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네기를 안아들고 달렸다.
그리고 다리 한쪽구석으로 피한 아스나는 인정사정없이 기진맥진한 네기의 이마를 수도로 가격했다.
“이 바보자식!!! 이런 일은 도움을 청해도 되는 거잖아!!!”
갑작스런 아스나의 설교에 아까까지만 해도 잡혀있던 네기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여튼 간에... 어린애면 좀 어린애 다워라고!”
아스나가 설교하고 있을 동안 네기와 아스나의 발밑에는 예전 세계수 앞에서 카모가 발동시켰던 가계약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법진을 완성한 카모가 아스나에게 사인을 보내자 아스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당황해 하고 있는 네기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아스나의 키스와 동시에 가계약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졌다.
“?!!”
“가계약 카구라자카 아스나!”
카모의 외침과 함께 네기의 손에 아스나의 모습이 그려진 카드 한 장이 생겨났다. 아스나의 키스에 제정신을 차린 네기는 아스나를 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아스나가 먼저 선수를 친 탓에 말할 수 없었다.
“네기... 너무 무모하게 굴지 마. 여차하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아스나...”
“형님 가계약 카드의 사용법은...”
“알고 있어... 마법학교에서 배웠으니까 말이야.”
네기는 바닥에 떨어트린 지팡이를 불러들이며 아스나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어느새 회복한 에반젤린과 차차마루도 네기와 아스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스나와 차차마루도 영창이 시작됨과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계약집행 60초 카구라자카 아스나!”
“마법의 사수 얼음의 27화살!”
쾅!!
계약집행 때문에 선기를 놓친 네기였지만 풍진난무로 무난히 에반젤린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네기는 곧장 마법의 사수를 영창하며 에반젤린에게 쏘아 보냈다.
“마법의 사수 빛의 32화살!”
“마법의 사수 어둠의 32화살!”
마법의 사수끼리의 정면격돌... 네기와 에반젤린이 쏘아보낸 마법의 사수는 서로의 위력을 상쇄하며 사라져 버렸다. 에반젤린은 그것을 보고 가볍게 상대할 수 없음을 느끼고 현재의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강의 마법을 준비했다. 그것을 보고 네기도 덩달아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마법중 가장 강한 번개의 폭풍을 준비했다. 강하기로는 인디그네이션이 가장강하나 결계탓에 마력을 상당량 소모한터라 그것을 사용할 만큼의 마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둠에 따라 불어라 영원의 눈얼음이여!”
역시 어둠의 복음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실력을 지닌 마법사라서일까? 마법의 완성은 에반젤린 쪽이 빨랐다. 네기는 이대로는 자신이 질것임을 느끼고 지팡이에 올라타 에반젤린 에게로 돌진했다. 그러나 에반젤린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네기가 지팡이를 타고 돌진하자마자 주문을 날렸다.
“어둠의 눈보라!”
주문을 외치자마자 요동치는 엄청난 마력. 누가 그녀가 봉인된 마법사라 할까? 에반젤린이 날린 마법의 위력은 상당한 대마력을 지닌 네기를 바로 얼음 조각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엄청난 마법이었다.
“번개를 두르고 불어라...”
네기는 주문을 영창하면서 자신의 로브를 벗어 마력을 주입한 채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은 6년 전 네기가 시로에게서 받은 푸른 성해포로 만들어진 로브... 그 대마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팡!
에반젤린의 마법은 네기의 파란로브에 의해 가볍게 가로막혔다. 그것이 당황스러워서 였을까? 에반젤린의 경계가 한순간 흐트러졌다. 그 틈을 타 에반젤린에게 접근한 네기는 에반젤린의 바로앞에서 주문을 마저 영창했다.
“남양의 폭풍이여! 번개의 폭풍!!!”
그리고 네기의 손에서 뿜어지는 폭풍. 그 위력은 근거리에서 쓰기에는 워낙에 상당했던지라 두 사람 모두 기절한 채 다리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네기!”
“마스터!”
싸우고 있던 아스나와 차차마루, 두 사람은 네기와 에바를 구하려 했으나 서로 반대편인데다가 구하러 간다하더라도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순간 반흡혈귀화 되었던 학생들을 묶은 금빛의 줄이 다리와 하늘을 뒤덮었다.
“뭐...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아스나와 차차마루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미야 선생님!”
“에미야 선생님...”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이 좋아하고 있고... 또 자신이 원망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기억이...
처음 그 녀석을 만났었던 게... 아아... 그때였구나... 진조흡혈귀 답지 않게 어이없이 미끄러져서 굴러 떨어질 뻔 했을 때... 그때부터 몇 년 동안이나 쫓아 다녔었더라? 아아... 한1년 쫓아 다녔었지? 그러다가 녀석이 판 함정에 의해 등교지옥의 저주라는 어처구니 없는 저주에 걸리기 까지 하고... 하지만 왠지 그녀석이 밉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그저 그녀석의 미소가 다시 한번 보고시ㅍ...
“안녕?”
에반젤린이 눈을 뜨니 눈앞에는 ‘그’ 녀석과 비슷한 미소를 짓고있는 시로가 보였다. 갑자기 즐거웠던 회상에서 깨어난 탓일까? 에반젤린은 무척이나 짜증을 내며 시로에게 물었다.
“에미야선생...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된 거긴... 네기의 마법에 의해 기절한 채 튕겨나가던 두 사람을 구한 것뿐이야.”
“뭐?! 내가 네기에게 당했다고?!”
자신이 당한게 믿겨지지 않은 탓일까? 에반젤린은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는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돼!! 다시 한번...”
붙어 보자는 말을 하려던 에반젤린은 자신의 몸에 마력이 상당히 줄어있음을 느꼈다.
“지금 몇시야!?”
“음... 12시 3분인가?”
에반젤린은 시로의 대답을 듣고는 시간오버로 인해 봉인이 회복되었음을 깨달았다. 에반젤린은 엄청난 탈력감을 느끼며 또다시 기절했다.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오늘 하루는 소득도 없고 피곤하기만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