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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궁병 푸른마법선생


원작 |

21화


“시로~!”

네기가 5조와 함께 나간 후 혼자 있는 시로에게 이리야와 마리가 찾아왔다. 시로는 마시고있던 차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이리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직 안 나간 거였어?”
“아니, 지금 막 나가려고 말이지... 그런데 시로. 마땅히 할 일은 없지?”
“뭐 일단은...”

중요인물인 코노카가 있는 5조에는 네기와 아스나가 있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네기와 아스나의 경험부족이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다른 조도 길가메쉬와 히스리양이 코스가 비슷한 두조씩 맡아서 경계하고 있는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거기다 2조와 4조에는 마호라 무도 사천왕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할 터였다.) 그리고... 6조는 경계할 필요가 ​없​으​니​.​.​.​(​한​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일반인이 아니니... 뭐 그 나머지 한명도 약간 정체에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시로 로서는 한가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시로는 이 한가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비는 이용해서 숙소 내에 여러 마술적 결계 및 경계망을 구축해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리야는 시로를 가만히 둘 생각이 없는듯 했다.

“시로, 우리랑 같이 가자.”

이리야는 배시시 웃으며 시로에게 말했다.

“하아...”

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야에게 한없이 약한 시로 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흐음... 어디로 갈 생각이야?”
“그거야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이리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로와 함께 집합장소로 향했다.




같은 시각 6조 집합장소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에반젤린. 당신 어떻게 학원결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지요?”

신명류의 검사라지만 세츠나도 엄연히 마호라 학원의 마법학생 중 한명. 거기다가 학원장의 부탁으로 코노카의 경호 외에도 은연중에 에반젤린의 감시도 도맡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가 학원결계로 인해 못 나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학원에서 벗어나다니... 세츠나는 손잡이에 손을 살짝 얹으며 긴장했다. 학원결계에서 벗어난 이상 마력은 대부분 회복했다고 봐도 좋을 터였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지만...

“저주가 바뀌어 버렸으니까...”
“네?”
“귀찮아! 그 이상은 차차마루에게 물어봐!”

에반젤린의 말에 세츠나가 되묻자 에반젤린은 귀찮은지 차차마루에게 떠넘기고 한쪽구석으로 향했다. 세츠나는 하는 수 없이 차차마루에게 물었다.

“어째서 에반젤린이 학원을 벗어날 수 있는 거지요? 차차마루.”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에미야 선생님께서 손을 쓰신 것 같더군요...”
“에... 에미야 선생님이?!”

차차마루의 말에 세츠나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누가 에반젤린에게 저주를 걸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기 스프링필드. 네기 선생님의 아버지 천의 주문의 사나이 사우전드 마스터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최강의 마력을 지닌 마법사. 그런 사람의 저주를 풀다니...

“하지만 아직 저주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닙니다. 마스터의 말씀으로는 하루에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이 채 되지 않는 다는 군요...”
“10... 10분씩이나?!”

그녀의 능력으로 10분이면 학원도시의 반...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 전성기 때의 그녀는 그만큼 엄청난 ​마​인​(​魔​人​)​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다른 생각이라도 한다면...

‘지금 베어야한다!’

세츠나는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주변에 일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쟈지도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자리를 비웠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자신과 에반젤린과 차차마루... 차차마루가 바로 옆에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발도를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왜 이리 안 오는 거야 에미야 자매는?”

에반젤린은 투덜거리며 숙소 쪽을 바라보았다. 세츠나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임을 느끼고 손잡이를 힘껏 쥐었다. 그리고 기를 전신에 퍼트리며 엄청난 속도로 검을 뽑았다. 그 속도는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신명류 오의 참마검(斬魔劍)

세츠나의 검이 뽑히며 엄청난 위력을 지닌 검기가 에반젤린을 유린했다. 세츠나가 쓴 기술은 신명류에서도 퇴마용으로 이름 높은 기술... 이 기술이라면 아마도 방심중인 에반젤린을 확실하게 보낼 수 있을 터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촤라라라락-

세츠나의 검기에 난자당했다고 생각한 에반젤린은 갑자기 박쥐로 변하며 하늘로 흩어졌다. 그리고 세츠나의 뒤에서 아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팠어.”

세츠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이 베었다고 생각한 에반젤린이 아주 멀쩡하게 서 있었다.

“꽤나 아팠다고... 세츠나”

에반젤린은 약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세츠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붉은 검지 손가락의 손톱으로 세츠나의 뺨을 살짝 긁었다.

촤악-

세츠나의 뺨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세츠나는 그대로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무릎을 꿇었다. 차원이 다르다. 평소 봉인된 에반젤린만을 봐 온 탓인지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넘을 수 없는 벽, 그 자체였다. 도대체 이런 마인을 봉인한 사우전드 마스터는 도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말인가?

“세츠나... 봉인이 어느 정도 풀린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제거할 생각이었나 보지? 하지만 말이야... 너 정도의 실력으로는 나에게 상처하나 주기 힘들어... 알아? 나는 어둠의 복음 에반젤린A.K 맥도웰 인형사이자 불사의 마법사지... 그런 나를 견습검사인 네가 죽이겠다고? 그야말로 재미없는 2류... 아니 3류 개그로군. 잘 들어 세츠나... 난 말이야... 여지 껏 나를 죽이려든 사람을 가만히 둔적이 없어... 가장 덜했던 것이 저주며 ​얼​음​기​둥​이​었​지​.​.​.​ 하지만 말이야, 나는 간만에 학원 밖을 나와서 그럭저럭 기분이 괜찮아. 게다가 말이야 너는 일단 클래스메이트기도 하니 이번만큼은 뺨의 상처정도로 넘어가 주겠어. 하지만 한번만 더 나를 노렸다가는...”

쿵-

에반젤린이 말끝을 흐릴 때 에반젤린이 서있던 자리 앞에 있던 나무가 쓰러졌다. 참마검의 예리한 검기에 의해 베어진 것이 이제야 쓰러진 것 이였다.

“알지?”

아까와는 다른 밝은 미소였지만 세츠나에게 있어서는 공포, 그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럼 기다리기나 하자고. 에미야 자매가 올 때까지.”

에반젤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쓰러진 나무를 얼음결정화 한 다음 그 터에 걸터앉았다.
세츠나는 한참동안 땅만 쳐다보며 일어서지 못했다.





쟈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에미야 자매와 함께 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반젤린은 시로의 모습이 보이자 인상부터 찌푸렸다.

“어째서 에미야선생님과 함께 오는 거지?”

에반젤린의 물음에 시로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리야는 에반젤린에게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오빠랑 같이 있고 싶어서지.”
“칫... 어디로 갈 거야?”

에반젤린은 투덜거리면서도 어디로 갈 생각인지 일정을 물었다. 이리야는 한동안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 세츠나가 쿄토 출신이니까 이곳 명소를 잘 알지 않을까?”

결국 모두의 시선이 세츠나에게로 향했다. 그러던 중 시로는 세츠나의 뺨에 생긴 얇은 상처를 발견했다. 시로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세츠나, 뺨의 상처는 어떻게...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지 않았나?”
“오... 오다가 긁혔어요.”

시로의 물음에 세츠나는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시로는 세츠나의 말에 약간 의문이 들었으나 세츠나가 말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냥 넘어갔다.

“그건 그렇고... 어디부터 갈 생각이야?”
“일단 쿄토하면 역시 키요미즈사 지만... 그곳은 어제 갔으니 금각사(金閣寺)는 어떨까요?”

이리야의 질문에 세츠나는 살짝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호오 괜찮을 것 같군.”
“....”
“금각이라... 왠지 멋질 것 같네요.”
“금각사인가... 그러고 보니 아직 못 가봤었지...”
“그럼 지금 바로 출발이다~!”

모두 흥미를 보이자 이리야는 힘껏 출발을 외쳤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가까워 졌다. 다들 열심히 돌아다닌 탓인지 모두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물론 차차마루 제외)

“세츠나, 근처에 식당 같은 거 없어?”

꼬르륵 소리를 낸 것이 부끄러웠는지 에반젤린은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세츠나에게 물었다. 그러나 세츠나도 쿄토를 나온 지 꽤 된 터라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렇게 모두가 주린 배를 부여잡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중 갑자기 모두의 콧속으로 맛있는 냄새가 스며들었다. 에반젤린을 비롯한 모두는 눈을 부릅뜨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앗! 저기!!”

이리야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리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끝에는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유서가 있을 듯한 포장마차였다. 모두는 재빨리 포장마차로 향해 자리에 앉았다.

“어서 오세요.”

포장마차의 주인은 꽤나 인심이 좋아 보이는 할머니였다. 모두는 차림표를 보고는 각자 시킬 것을 골라 주문했다.(물론 안드로이드인 차차마루는 제외)

“튀김우동. 하나”
“나는 소유라면. 국물 진하게요.”
“저는 ​미​소​라​면​으​로​.​.​.​”​
“된장라면...”
“저도 된장라면.”
“여기는 우동!”

주인 할머니는 모두의 주문을 받자마자 냄비와 국자를 놀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의 앞에 따끈한 우동과 라면이 놓여졌다. 주문한 음식이 놓이자마자 여섯 사람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그릇을 비워갔다.

“하~ 잘 먹었다.”

어느새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운 에반젤린의 한마디. 그 한마디를 내뱉은 에반젤린의 표정은 한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아줌마 계산이요.”
​“​1​7​0​0​円​이​다​.​”​

시로와 모두는 대금을 그 포장마차를 벗어났다. 시로들이 떠나가자 할머니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이​구​만​.​.​.​ 이곳에 손님이 온 것도...”

갑자기 포장마차 할머니의 얼굴이 점점 젊어지더니 어느새 20대 중반의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확실히 평범한 손님들은 아니네... 전부다 나를 볼 수 있다니 말이야.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에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

그 말을 끝으로 할머니(?)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마스터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없이 가만히 걷고 있던 차차마루가 에반젤린에게 물었다.

“뭐야?”
“마스터들에게 음식을 준 사람은 누구지요?”

차차마루의 말에 에반젤린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아까 떠나온 포장마차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저기 저 포장마차의...”
“갑자기 왜 그래?”

말을 하던 에반젤린은 말을 이을 수 가 없었다. 에반젤린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이리야가 물었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말없이 손가락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들 에반젤린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장소를 보았다.
없었다. 아까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 포장마차가 사라지고 부서지기 직전으로 보이는 초라한 포장마차가 대신 있었다. 게다가 주인 할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포장마차 옆에 철로 된 표지판이 하나 있을 뿐 이었다.
모두는 재빨리 포장마차가 있던 장소로 가 보았다. 포장마차는 만들어진지 50년도 더 된 것 처럼 보였다. 포장마차를 충분히 살핀 모두는 포장마차 옆에 있는 표지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숨겨진 교토명물 유령 포장마차 - 평소에는 그냥 버려진 포장마차지만 가끔씩 죽은 포장마차 주인이 내려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우연히 영업 중에 포장마차를 발견하게 된 손님들은 정말로 맛있는 요리를 싼 값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단 아주 가끔씩 내려오는 터라 먹을 수 있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다.]

“우리... 숙소로 돌아갈까?”

시로의 물음에 사정을 모르는 차차마루를 제외한 모두는 창백한 얼굴로 숙소로 ​돌​아​갔​다​.​(​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쟈지마저도 표정이 변했으니 알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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