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시로가 밖에서 돌아왔을 때 네기는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천장만 올려보고 알아듣지 못할 의미 불명의 말들을 내뱉으며 현관 의자에 앉아있었다. 네기의 이상하기 그지없는 상태에 시로는 네기와 함께 갔던 아스나를 불러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말이지요...”
아스나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시로는 네기의 상태를 납득하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밀서와 코노카 납치사건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플 텐데 갑자기 고백이라니... 난데없는 복병이군... 그러니 네기 상태가 저럴 만도 하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아스나의 물음에 시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둬. 사랑문제는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니까.”
“하지만...”
아스나는 안절부절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너... 마치 네기의 누나 같다.”
“엑~!?”
갑작스런 시로의 말에 아스나는 자신도 모르게 기겁해버렸다. 어째서일까? 아스나가 네기의 누나 같다는 말에 기겁해버린 이유는?
시로는 그런 쓸데없는 의문을 품으며 말을 이었다.
“이스나, 어차피 그런 고민은 옆에서 도와줄 수 없어. 자기 자신의 문제니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다른 거라고.”
시로는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리야 탓에 하지 못한 경계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서.
“하지만...”
아스나는 한동안 네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상해...”
“응응!!”
반장인 유키히로 아야카를 비롯한 몇 명의 학생들은 네기가 중얼거리고 있는 의미모를 중얼거림 속에서 고백이란 말을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음을 느낀 반장과 아이들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전문가에게로 향했다. 그 전문가란...
“뭐? 교사랑 제자가 불륜의혹?”
바로 학원 신문부 소속의 돌격대이자 3-A반 공식 카메라맨(이라 쓰고 파파라치라 읽는다.)인 아사쿠라 카즈미였다.
“그래서 그 용의자는 누구야? 세루히코? 니츠다?”
“실은 그게 말이지...”
유키히로 아야카와 아이들은 네기의 중얼거림을 정리해 그것을 토대로 짜 맞춘 이야기를 카즈미에게 말했다.
“뭐?! 이건 불륜이 아닐뿐더러 이야기의 정확성도 불분명하잖아!!!”
“충분히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지!!”
반장은 카즈미의 말에 되려 소리치며 말했다.
“어쨌든 누가 네기선생님께 무슨 짓을 했는지 조사해줬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카즈미...”
“하아... 특종이 아닌것에는 관심이 없는데...”
카즈미는 한숨을 내쉬면서 방을 나섰다.
“하지만 뭐 이런 작은 사건에서 특종이 발견되는 일도 있고...”
‘하지만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일만한 사람은 한명밖에 없지...’
카즈미는 녹음기를 들고 사건 당사자가 있을 만한 곳을 향했다. 그곳은 5조의 객실. 문을 열고 객실 안으로 들어간 카즈미 앞에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 당사자가 창 근처 걸터앉아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카즈미는 몰래 사건당사자인 미야자키 노도카에게 소형녹음기를 들이대며 물었다.
“여, 노도카. 이번에 네기선생님이랑 키스했다면서?”
푸웃-
카즈미의 갑작스런 등장과 질문에 노도카는 마시고 있던 주스를 뿜어버렸다. 그리고는 한껏 붉어진 얼굴로 카즈미를 향해 횡설수설했다. 도저히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아사쿠라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런이런... 너무 흥분시켰나 보군...”
카즈미는 횡설수설하고 있는 노도카의 목덜미를 내리쳐 기절시킨 후 증거를 인멸하고 객실을 빠져나왔다.(여담이지만 카즈미는 이 과정을 전부 1분 만에 해치웠다.) 카즈미는 객실을 나오면서 녹음된 노도카의 증언(이라 할 수 있겠느냐만...)을 지웠다.
“안타깝지만 이 기사는 지워야겠지... 이런 것을 아이들에게 말했다간 난리가 날테고... 게다가 노도카는 천천히 사랑이 이루어지는 타입이니...”
아사쿠라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도 뭐해서 현관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나저나 요즘은 특종거리가 별로 없군... 이래서야 마호라 파파라치라는 이름이 울겠어...”
카즈미는 평화로운(?) 지금이 너무나 불만이었다. 파파라치로서 활동을 위해 변장과 기본 격투술, 그리고 은신술까지 익혔건만 쓸 일이 거의 없는 것이 파파라치 혼을 지닌 카즈미로서는 너무나도 불만인 것 이였다.
그렇게 불만에 가득 찬 채로 돌아다니던 카즈미는 숙소를 빠져나가고 있는 네기를 발견했다.
“좋아, 이왕 도서관에게 물어 본거 네기선생님에게도 물어보는 편이 좋겠지?”
카즈미는 다시 녹음기를 꺼내들고 천천히 네기의 뒤를 밟았다. 네기는 아직도 고민의 후유증이 남아있는지 무척이나 기운이 없어보였다.
“냐아~”
카즈미는 갑자기 들린 아기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길 한가운데서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네기도 고양이 소리를 들었는지 아기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공교롭게도 아기고양이가 있는 방향에서 상당한 속도로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차는 고양이를 보지 못했는지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앗차! 하면 그대로 하나의 생명이 사라질 순간.
“풍화 풍진난무!”
네기는 재빨리 아기고양이를 안고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에 의해 생긴 강력한 돌풍에 차는 허공을 한바퀴 돌아 네기의 뒤에 착지했다.
“?!!!”
운전수는 갑작스런 충격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네기는 그 틈을 타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고있던 카즈미는 눈물을 흘리며 속으로 외쳤다.
‘특종!! 그것도 슈퍼 울트라 특종이다!!!’
‘이건 정말 특종이야 특종이라고!’
카즈미는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천성이 파파라치인 그녀로서는 이번 일을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나저나 아까 네기선생님이 사용한 기술은 뭐였지? 합기? 초능력? 마법?’
장장 30분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으나 알 도리가 없었다. 카즈미는 옆에 놓여진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며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뭐 모르겠으면 밝히면 되는 거겠지? 그나저나 내가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그동안 이상한 일도 많았는데...”
카즈미는 예전에 자신이 찍었던 사진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눈치 채지 못한 것이 참으로 이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카즈미는 마음을 다잡으며 웃었다.
“하지만 뭐 어때! 결정적인 증거만 있으면 되는 것!! 좋았어 이렇게 되면... 큭큭큭-”
카즈미의 음산한 웃음이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하아~”
한껏 고민을 하다 지친 네기는 온천에서 노곤한 심신을 풀고 있었다. 네기가 너무 넋을 놓고 있는 듯하자 카모는 걱정이 되는 듯 네기에게 말했다.
“형님, 너무 넋놓고 있지 마세요. 어제처럼 학생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요.”
“괜찮아. 지금은 선생님타임이니까...”
네기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욱 깊숙이 몸을 담궜다. 그리고는 다시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그나저나 요즘 한꺼번에 많은 일이 일어나서...”
“형님! 누가 들어오는 데요.”
갑작스런 카모에 말에 네기는 긴장을 하며 입구를 보았다. 드르륵- , 문이 열리며 탕 안에 들어온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에 신세를 많이 지던 시즈나선생님 이었다.
“우앗!! 시즈나선생님?!”
아무리 신세를 많이 졌다고는 하나 시즈나선생님은 여성... 네기는 재빨리 탕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시즈나 선생님은 무척이나 능숙한 몸놀림으로 네기의 퇴로를 막았다. 시즈나선생님은 평소와는 달리 약간은 섬짓한 미소로 네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기선생님, 저 선생님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
네기는 경직된 표정으로 시즈나 선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척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시즈나선생에게 물었다.
“무... 무슨 비밀이요?”
“선생님이 마법사라는 걸...”
시즈나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기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마법지팡이를 꺼내 시즈나 선생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매서운 눈초리로 물었다.
“당신... 정체가 뭐지요?”
“네? 무슨...?”
시즈나선생은 갑자기 바뀐 네기의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네기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었다.
“시즈나 선생님은 학원장님 직속비서... 비록 마법사가 아니지만 마법사의 존재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마법사라는 것 가지고 비밀을 알고 있다며 말하지는 않습니다!”
네기의 말에 시즈나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쳇... 들켰군...”
“정체를 밝히세요!”
시즈나 선생... 아니 시즈나 선생으로 변장하고 있던 사람은 네기의 말에 가발과 가면을 벗어 던졌다. 잠시 후 드러난 그녀의 진짜 모습에 네기는 주체할 수 없이 놀랬다.
“아... 아사쿠라양!!”
자신의 학생 중 한명인 아사쿠라 카즈미였기 때문이었다. 카즈미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본래는 천천히 네기선생님의 정체를 밝힐 생각이었지만 선생님이 알아서 정체를 말해주시니 한결 편해졌어요.”
카즈미의 말에 네기는 패닉에 빠졌다. 마법의 대한 것은 절대 비밀... 관계자 이외의 사람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면 그대로 본국으로 송환되어 족제비가 되어 일생을 살게 된다. 가볍게 처벌되더라도 몇 년간 족제비가 된후 본국에서 일생을 보내게 된다. 마기스텔 마기를 지향하는 네기로서는 최대의 핀치인 것이다.
“아... 아니 아까 그것은...!”
“이미 늦었어요! 그리고 엉뚱한 수작부릴 생각은 마세요.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간...”
카즈미는 뒤쪽에 숨겨둔 특수 카메라폰을 꺼내들며 말을 이었다.
“제 홈페이지에 올려둔 선생님의 사진과 설명, 그리고 방금 선생님께서 말한 선생님의 정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될 거에요.”
카즈미의 말에 네기는 천천히 마법봉을 거두었다. 카즈미는 계획대로라는 표정으로 네기에게 말했다.
“좋아요, 좋아요! 자~ 네기선생님... 자... 마법을 써보시죠!”
“네?”
“마법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온 세상이 발칵 뒤집어질 테고 그럼 내 독점 인터뷰 기사가 온 신문이며 잡지에 도배되겠지요? 그럼 나는... 큭큭큭...”
카즈미의 말을 들은 네기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는 둘도 없는 악수(惡手)였다. 그렇게 네기와 카즈미가 대치상태에 들어 간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자... 슬슬 마법을...”
콰직-
네기에게 마법사용을 강요하던 카즈미의 폰이 갑자기 두 쪽이 되어버렸다. 네기는 짐작가는 것이 있는 터라 카즈미가 들고있던 폰의 방향을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네기의 예상대로 네기의 시선의 끝에는 하얀 백색의 단검이 바위에 꽂혀있었다.
“장난이 심하군요. 아사쿠라 카즈미...”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카즈미는 무척이나 경직된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고개를 돌리자 백발에 탄탄한 근육을 지닌 사람이 카즈미의 눈에 띄었다.
“에... 에미야 선생님...”
“카즈미...”
“네... 넵!”
카즈미는 자신도 모르게 힘껏 대답했다. 시로는 살기(비스무리 한 것)을 피워 올리며 카즈미에게 말했다.
“카즈미양... 그쯤 하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입니다.”
시로는 그렇게 말하고 네기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카즈미는 시로가 사라지자마자 다리가 풀려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다른 학생들이 올 때까지 탕에 있었다고 한다.(여담이지만 그때 카모가 그녀와 접촉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