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약15분전 본산 방향으로 가는 열차
"하아... 오늘따라 숙소탈출자가 많군..."
에반젤린은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도 없는 심야의 열차를 타고 있는 자신과 자신의 시종인 차차마루 외 5명... 그들은 바로 에반젤린과 같은 반인 마나,쿠페이,카에데, 그리고 에미야 자매였다. 카에데는 자신들은 에반젤린을 보며 말했다.
"그러는 에반젤린도 숙소탈출자가 아니오?"
".뭐 확실히 그런 셈인가?"
"역시 한밤중에 숙소를 빠져나오는 건 수학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미지~"
"나도 동감~"
"하아... 언니..."
"놀러가는 게 아니야."
마나는 너무 들떠있는 쿠페이와 이리야를 보고 말했다. 이번일은 아마도 뒤쪽세계에 관련된 일일 것이 뻔했다. 카에데가 전한 유에의 말만으로도 충분히 저쪽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살벌하게도 들고 왔구나... 마나는..."
이리야는 마나의 기타케이스에 들어있는 총들을 보며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단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총만 해도 바렛81A에 데져트 이글 2정, 개조형 PSG-1과 슈류탄 몇 개가 들어있다. 그리고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옷 아래에도 콜트 2정과 초소형리볼버 2정이 숨겨져 있었다. 마나정도의 사격실력을 지닌 이가 이정도의 무장으로 상대를 저격한다고 하면... 왠지 적이 한참 불쌍해지는 이리야였다.
"만약을 위해서 들고 온 것들일 뿐이야."
'만약을 위해서가 그 정도라면 진심은 어느 정도인 겁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은 이리야 였으나, 갈 길이 바쁜데 굳이 분쟁을 조장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리야는 알고 있을까? 자신의 아버지인 키리츠쿠는 만약을 대비해 들고 다니던 것이 마나보다 스케일이 컸다는 것을...
시로와 함께 나뉘어 치구사에게로 향하고 있던 네기는 빛의 기둥을 발견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빛의 기둥에서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마력이 퍼지고 있었다.
"이... 이 강력한 마력은 분명 의식소환마법?!"
"뭔가를 불러내려나 봐요!"
네기는 지팡이에 마력을 더욱 주입하며 빛의 기둥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뒤쪽에서 무엇인가 다가옴을 느끼고 방어마법을 준비하며 고개를 돌렸다. 네기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코타로와의 싸움 때 보았던 이누가미였다. 네기는 재빨리 바람의 방패로 이누가미를 막았다. 그러나 워낙에 많은 수의 이누가미가 바람의 방패에 부딪힌 터라 네기는 그 충격을 못 이기고 지팡이에서 떨어졌다.
"큭! 지팡이여! 바람이여!"
네기는 지팡이를 불러들이고 바람의 마법을 이용해 가까스로 착지했다. 착지하자마자 네기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네기는 가까스로 피하며 자신에게 주먹을 날린 사람을 보았다.
"헤헤헤, 반갑다 네기! 설마 이렇게 빨리 싸울 기회가 올 줄은 몰랐어... 자! 여기서 부터는 통행금지구역이다!"
"코타로!"
네기의 외침과 동시에 코타로의 펀치가 네기에게로 향했다.
길가메쉬와 츠쿠요미의 싸움은 꽤나 길게 갔다. 길가메쉬가 아스나와 세츠나에게 미칠 여파를 생각해 적당히 한 탓도 있지만 츠쿠요미가 예상외로 강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 승부도 거의 끝이 보였다.
"큭-!"
츠쿠요미는 신음성을 흘렸다. 왕의 재보에서 사출되는 고대의 마검,성검들이 뿌리는 번개,불꽃,얼음,저주등을 겨우겨우 막기는 했지만 겨우 그뿐 이였다. 그저 보구를 쏘아만 댔을 때와는 그야말로 위력이 천지차이였다. 이미 츠쿠요미가 들고 있던 마검은 검신이 균열로 가득 차 버렸다.
"고작 그 정도냐? 고작 그 정도의 힘으로 나와 싸우려 했단 말이냐?!"
길가메쉬는 힘겨워하는 츠쿠요미를 보며 외쳤다. 가소로웠다. 정말로 가소로웠다. 약간 놀라게 했으나 그뿐이었다.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힘으로 자신에게 덤빈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모독이었다. 츠쿠요미는 길가메쉬의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길가메쉬를 향해 외쳤다.
"어째서야! 어째서 이길 수 없는 거냐고!!! 마검에 내 몸까지 넘겨주었는데 왜?!"
츠쿠요미의 외침은 외침을 넘어서 이젠 아예 절규에 가까웠다. 그러나 길가메쉬는 그런 츠쿠요미를 보며 한껏 비웃음을 흘렸다.
"검을 제어하지 않고 몸이나 넘겨주다니... 그러니까 네가 질수밖에 없는 거다! 츠쿠요미!"
길가메쉬의 말에 츠쿠요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줘... 저 녀석에게 한방 먹일 수 있게..."
우웅- 우웅-
츠쿠요미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는지 두 자루의 마검이 떨렸다. 그리고 츠쿠요미의 몸속에서 약간씩 힘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츠쿠요미는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을 위해 기를 끌어올렸다.
"간다..."
-뇌룡열광패(雷龍烈光敗)!
마검에 인식되어있는 검기 와룡초광패와 신명류의 결전오의인 뇌광검을 융합시킨, 현재 츠쿠요미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검이 펼쳐졌다. 아까의 와룡초광패 보다 배 이상 강한 검기... 그 대신 한계에 달해있던 두 자루의 마검은 기술의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미안해 스즈카제,시노노메'
"뇌열진(雷裂陳)!"
츠쿠요미의 외침과 동시에 주위가 온통 백색의 뇌우로 가득 찼다. 얼마나 범위가 넓은지 이미 요괴 중에서도 뇌우에 의해 희생된 녀석이 수십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내 아스나와 세츠나가 있는 곳 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히스리!"
아이기스의 거울로 뇌우를 막고 있던 길가메쉬는 히스리를 불렀다. 히스리는 뇌우를 막고있는 길가메쉬를 보더니 길가메쉬가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깨닫고 곧장 아스나와 세츠나에게로 향했다.
"전자기융합마력결계 코하쿠력 배리어 전개-"
히스리의 팔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오는 듯 하더니 이내 아스나와 세츠나, 히스리의 주위로 선홍빛의 전자기장이 생겨났다. 전자기 마력결계는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을 맞춰서 백색의 뇌우를 막아냈다.
"뭐... 뭐야?! 이 위력은?!"
"이... 이런 검기는 모토코 사범도 불가능한데?!"
아스나와 세츠나는 츠쿠요미의 검기에 무척이나 놀랐다. 현 신명류의 최강자라 불리는 전 사범대리 아오야마 츠루코도 이런 검기는 보일 수 없을 것 이였다.
뇌룡이 백색의 뇌우 사이를 누비며 길가메쉬에게로 향했다. 길가메쉬는 그람을 꺼내들며 츠쿠요미의 검기를 향해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런 검기 앞에서 다른 사람걱정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이었다. 그리고 히스리가 두 사람을 보호하고 있을 터... 아마도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람(태양의 마검)-!!"
낮, 그리고 아까와는 다른 전력의 진명개방. 길가메쉬의 손에 들린 그람은 하나의 태양이 되어 츠쿠요미의 뇌룡과 맞부딪혔다. 둘다 전력에 이르는 공격이라(길가메쉬는 아니지만...) 그런지 주위에 미치는 여파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충격의 여파로 호수물이 밀리며 태양과 뇌룡이 부딪히고 있는 자리는 호수의 바닥이 보이고 있었다.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쪽을 향해 달리고 있던 시로는 문득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 존재를 보았다. 치구사의 옆에 있던 백발의 소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년의 인형인 존재였다. 시로는 잠깐 멈추고 소년의 분신을 응시했다.
"이 앞으로는 더 이상 가지 못해."
소년의 분신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시로는 입 꼬리를 올리며 소년에게 물었다.
"계속 가겠다면?"
"돌이 되어야겠지..."
소년의 분신의 손끝에서 회색빛이 머물렀다. 그때 한줄기 붉은 섬광이 소년의 몸을 꿰뚫었다.
"게이볼그... 미안하군.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거든. 특히 인형이랑은 말이야..."
시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강대한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허나 기가 센 영들은. 만세에 걸쳐 평온을 얻지 못하였나이다. 이에 이 몸이 감히 그것을 알고 근원의 나라, 땅속 나라로부터, 올라와 주십사 청하며 제물을 바치는 바. 고귀한 가문의 처녀를 신성한 호박제단에 올립니다. 후지와라노 아소미 코노에 코노카의... 웅장하고도 명예롭게 왕림하시어 살아있는 신이 되소서!"
"큭!"
치구사가 의식을 지행하던 도중 갑자기 소년이 신음성을 흘렸다. 기이하게 여긴 치구사는 소년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지?"
"별거 아닙니다. 그저 분신이 하나 당했을 뿐... 그보다 당신은 의식에 완성에 신경을 쓰시길..."
소년의 말에 치구사는 의식을 계속 진행했다.
약 1분에 이르는 태양과 뇌룡의 싸움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태양과 부딪히던 뇌룡은 그 힘이 다했는지 점점 모습이 작아지고 있었다. 태양도 막는데 힘을 다 썼는지 뇌룡과 같이 점점 작아져만 갔다. 그리고 이내 뇌룡과 태양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츠쿠요미는 힘이 다했는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저 칼에 자신의 목이 떨어질 일만 남았으리라... 츠쿠요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목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의아해한 츠쿠요미는 살짝 눈을 떠 보았다. 눈을 떠보니 한쌍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히익-!"
너무나도 놀란 츠쿠요미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길가메쉬는 그런 츠쿠요미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기술은 꽤나 재미있었어.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다면 도전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그럼 나는 바빠서~"
길가메쉬는 츠쿠요미에게 유쾌하게 말한 후 히스리와 아스나, 세츠나를 돕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츠쿠요미는 갑작스런 길가메쉬의 말에 잠시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 손에 있을 두 마검의 자루를 보았다.
"!!!"
분명 깨져서 사라졌어야할 두 검의 검신이 그대로 존재했다. 아니 그대로는 아니었다. 두 검의 검신은 검은색이 아닌 은백색을 띄고 있었고 사기나 마기대신 신기가 검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츠쿠요미는 두 자루의 검을 쓰다듬으며 길가메쉬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느새 평소에 표정으로 돌아온 츠쿠요미는 황홀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반한 것 같네요~"
순간 길가메쉬가 오한이 든 것은 우연히 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절대로...
"이런... 우리가 올 필요는 없었던듯 하군..."
아스나와 세츠나가 있는 호수 쪽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마나는 호수 쪽의 전투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4명... 아니 단 둘이서 280이 넘는 요괴들을 압도 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마나도 쿠페이도 무척이나 잘 아는 사람들 이었다. 실질적으로 여자기숙사를 관리중인 강철 메이드 히스리, 관리인실에 머물고 있는 소년 길가메쉬...
그 둘의 전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우선 히스리양은 두 자루의 권총을 난사하며 요괴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1발 1살... 적진 한 가운데 있는 그녀(?)는 마치 어느 만화에 나오는 어떤 메이드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길가메쉬... 그의 등 뒤에는 엄청난 양의 무기들이 떠 있었다. 총도 있고 창도 있고 칼도 있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무기들을 구한 것일까? 거기다가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무구들이 떠 있는 것일까? 초능력인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많았다. 길가메쉬의 공격방법은 무구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쏘아보내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냥 물러갈까해?"
쿠페이의 물음에 마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래도 이왕 왔으니 난리는 쳐줘야겠지?"
어느새 마나의 양손에는 두 자루의 데저트 이글이 들려있었다.
"네기... 싸울 생각이 있는 거냐?"
코타로는 회피에 급급한 네기를 보며 말했다. 낮에 적극적이었던 공격과는 매우 달랐다. 그래서 짜증이 났다. 자신과 맞붙을 만한 실력을 지닌 녀석이 왜 계속 소극적으로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전력을 다해서 나를 쓰러뜨리면 제시간에 갈수 있을지 몰라 네기! 전력으로 오라고! 너도 명색이 남자잖아!"
그러나 네기는 그런 코타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코타로, 난 먼저 코노카부터 구해야 돼. 지금까지 여기서 버틴 것도 나를 대신할 사람이 오고 있으니까 있었던 거야. 대타도 오고했으니 그럼 난 이만!"
네기는 지팡이에 올라타 전속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코타로는 이누가미로 네기를 공격하려 했으나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거대 수리검에 공격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코타로는 수리검이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코타로의 시선 끝에는 네기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호오~ 네기도령 수양이 훌륭하구려, 역시 와보기를 잘했어. 단지 나한테 짐짝을 떠 넘긴 건 조금 너무하지만... 뭐 구경만 하고 있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
"이봐! 거기 키 큰 누나, 당신이 날 방해한 거야?"
코타로는 호적수와의 승부를 방해한 카에데에게 적개심을 불태우며 말했다. 카에데는 그런 코타로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훗... 네기도령을 호적수로 찜하다니... 안목이 뛰어나구려... 뭐 승부를 방해한 대신 내가 상대해 주도록 하지."
카에데의 말에 코타로는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여자는 안 때리는 주의야. 방해 말고 빨리 가라고!"
"훗... 그런 신조는 버리는 것이 좋다네... 아직은 내가 네기 도령보다는 강하거든..."
카에데가 한발짝 한발짝씩 걸음을 옮겼다.
카에데가 걸음을 옮길 때 마다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분신이 생겨났다. 어느새 그녀에 등 뒤에는 15에 이르는 분신들이 생겨나 있었다.
"나는 코우가 중급닌자 나가세 카에데. 상대해주도록하지."
카에데의 말에 코타로는 식은 땀을 흘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와라!"
코타로의 외침과 동시에 코타로와 카에데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아직 멀었나요?"
"거의 다 됐어!"
백발의 소년은 의식 중인 치구사에게 물었다. 치구사는 의식에 쏟아 붓고 있는 정신력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범주에서 대답했다. 그렇게 의식에 집중하던 중 소년은 누군가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왔다?"
"응?"
멀리서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 소년과 치구사는 오고 있는 상대가 네기임을 알아챘다. 소년은 치구사에게 의식에 집중하라고 한 뒤 식신인 루비칸테를 소환해 네기를 공격하게 했다. 그러나 루비칸테로서는 네기의 돌진을 막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다.
"번개의 9화살, 집속! 최대가속!"
마력이 실린 펀치에 마법의 사수, 그리고 가속도 까지 더해진 탓에 루비칸테는 네기의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역소환 당해버렸다. 네기는 뒤이어 다음 계획을 위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불어라 한줄기 바람, 풍화 풍진난무!!"
네기의 손에서 뿜어진 엄청난 바람과 함께 주위가 온통 물안개로 가득 차 버렸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 그러나 소년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소년은 안개를 틈탄 네기의 기습을 장벽으로 무력화 시키고 무표정한 눈으로 네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근접공격이지? 분명한 실력 차가 있음을 너도 느끼고 있었을 텐데...?"
씨익-
네기의 미소에 소년은 갑자기 불안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이내 현실로 드러냈다.
"포박마법진 발동!"
네기의 외침과 동시에 소년의 발밑에서 예전에 에반젤린에게 사용했던 봉인진과 비슷한 모양의 결계진이 생성되고 결계진에서 나온 빛의 띠는 소년의 몸을 묶어버렸다. 소년은 눈살을 찌푸리며 네기에게 물었다.
“이것은?”
“포박결계진... 효과하나는 정말 끝내주지요. 게다가 대마법 장벽의 효력이 최소화되는 0거리에서 직격으로 걸렸으니... 빠져나오기 힘들 겁니다.”
네기는 그렇게 말하고는 코노카를 탈환하기 위해 제단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제단에는 치구사도 코노카도... 아무도 없었다.
“이미 늦었어. 의식은 네가 물보라를 일으켰을 때 이미 마쳤다.”
네기의 귓속을 파고드는 소년의 말. 네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후후후... 한발 늦은 것 같군... 의식은 이미 끝났어.”
네기의 귀에 치구사의 말 같은 것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봉인에서 풀려난 대요괴의 모습만이 네기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단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던 시로는 갑자기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파동에 이미 무엇인가가 불려져 나왔음을 깨달았다.
“이런... 무척이나 귀찮게 되었군...”
시로는 전직 정의의 아군 겸, 수호자였던 만큼 이런 경우에 대한 경험이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여지없이 피곤한 일이 생기곤 했다.
“일단은 가봐야겠지...”
시로는 아까보다 빠른 속력을 내며 제단 쪽으로 향했다.
“흐음... 재미있는 게 모습을 드러냈군...”
“그러게 말이야.”
이리야와 에반젤린은 빛의 기둥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인을 보며 말했다. 너무나도 태평한 두 사람의 말에 마리는 당황하면서 물었다.
“저... 저기 빨리 도와주러 가야하지 않을까요? 저 정도면 네기선생님이나 시로오라버니도 상대하기 힘들듯 한데...”
마리의 걱정에 이리야는 괜찮다면서 손을 저었다.
“걱정 마, 저 정도에 당할 사람들이 아니니까.”
“저 정도에 당할 정도면 이미 나한테 사정없이 당했겠지...”
너무 태평하기 그지없는 답변. 하지만 차차마루의 물음에 두 사람은 자리를 털고 일어서야만 했다.
“하지만 코노카가 잡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적 쪽에서 코노카를 인질로 잡는다면...”
차차마루의 지적에 두 사람은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말했다.
“흐음... 그건 생각 못하고 있었네...”
“역시 조금 도와줘야 겠지?”
4명의 소녀들은 재빨리 빛의 기둥에서 나타난 거인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후후후... 이면사수의 거구 도깨비[료우멘 스쿠나노카미]! 1600년 전에 쓰러졌다 전해지는 비탄의 귀신이지... 소환은 성공이야.”
치구사는 네기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거인에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뭐... 전설에 따르면 18척의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지만... 이 녀석은 그 이상인듯 하군...”
네기는 한동안 거인을 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양이 얼마나 엄청난지 네기의 어깨에 있던 카모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혀... 형님! 어쩌실 생각이에요?!”
“아직 완전히 소환된 것은 아닐 거야... 그렇다면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되면...”
네기는 전신에 퍼져있던 마력을 외부의 마력과 공명시키며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나, 네기 스프링필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뇌전의 왕이여 빛의 왕이여 부름에 응하라!”
치구사는 갑작스럽게 네기에게서 뿜어지는 엄청난 마력소용돌이에 당황했다. 그 순간에도 네기의 영창은 계속되고 있었다.
“천공을 부수는 광뢰, 대지를 꿰뚫는 분노의 창! 칠흑을 부수는 여명! 내리쳐라! 인디그네이션!!!”
네기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을 꿰뚫는 듯한 뇌광이 거인에게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