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잠시 후, 뒤늦게 도착한 네기와 세츠나는 나신으로 쓰러져있는 아스나를 보고는 놀라서 다가갔다.
"괜찮아요 아스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세... 세츠나... 미안... 코노카를 지키지 못했어..."
아스나의 말에 두 사람은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스나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조... 조심해, 아직 그녀석이 근처에 있을지도..."
아스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네기와 세츠나는 뒤쪽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공격이 옴을 직감한 세츠나는 재빨리 검을 뽑으려 했으나 소년이 검을 잡으려는 손을 쳐내는 바람에 공격을 정통으로 당했다. 소년의 펀치에 맞은 세츠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튕기고 벽에 부딪혔다. 타격이 상당한지 세츠나는 신음성을 흘렸다.
"세츠나!"
네기는 날려진 세츠나를 보다가 세츠나가 아직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백발의 소년에게 고개를 돌렸다.
"당신인가요...? 코노카를 어디로 보냈지요?"
"...."
소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네기는 에이슌이 말한 그 백발의 소년이 소년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백발이고... 그리고 강했다. 현재의 자신으로 상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용서 할 수 없었다.
"모두를 돌로 만들고... 세츠나를 때리고... 코노카를 납치하고... 아스나에게 나쁜 짓을 하다니... 선생으로서... 친구로서... 나는... 용서하지 않겠어!!!"
그러나 소년은 네기의 말에 가소롭다는 눈으로 네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쩔 거지. 네기 스프링필드? 날 쓰러뜨릴 생각인가? 그만두는 것이 좋아. 지금 너의 힘으로는 무리다."
그리고 소년은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카모는 재빨리 소년이 있던 곳으로 가서 살폈다.
"물을 이용한 [문]... 순간이동이에요 형님... 이거 상당한 고등 마법인데..."
"큭-!"
네기는 눈앞에서 소년을 놓친 것에 대해 무척이나 분해하고 있었다. 그때 기껏 거동할 수 있게 된 세츠나가 아스나를 향해 외쳤다.
"괘... 괜찮아요, 아스나?"
"으... 응, 세츠나는?"
아스나와 세츠나의 대화도중 아스나가 알몸임을 깨달은 네기는 자신이 입고있던 로브를 벗어서 아스나에게 입혔다.
"아스나는 여기서 기다려요. 코노카는... 제와 시로형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요."
"아... 으... 응."
세츠나는 상처가 쓰라린지 힘겹게 일어나며 말했다.
"일단 쫓아가요, 선생님! 기의 흔적을 더듬어 가면... 윽!"
"세츠나!"
네기는 세츠나에게 다가가 소년에게 당한 상처를 살폈다. 다행이도 상처자체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터라 네기의 치유술 정도로 완치가 가능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그런데 어르신 말마따나 보통 녀석이 아니야 무작정 무모하게 돌진해 봤자..."
그러던 중 무척이나 좋은 아이디어가(자기 딴에는...) 카모의 뇌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카모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세츠나를 보았다.
"후후후... 세츠나 누님... 네기형님 좋아해?"
"아니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내말은 세츠나 누님과 네기 형님이 뽀뽀를 하는 거..."
"이런 비상시에 무슨 소리야!"
카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네기의 발이 허공을 가르며 카모를 찼다. 네기의 발에 걷어차인 카모는 목욕탕 벽에 몇 번이나 튕기다가 네기앞에 쓰러졌다. 쓰러진 카모는 힘겹게 일어서며 네기에게 말했다.
"그... 그런게 아니에요, 형님! 가계약 말이에요. 가계약!!! 형님도 아시다시피 세츠나 누님은 기를 사용할 수 있잖아요. 거기에 형님의 마력을 더하면 단숨에 두배의 힘을 낼수 있을지도 몰라요!"
카모의 말은 무척이나 그럴듯 했다. 하지만...
"하지만 느닷없이 키스라니..."
"맞아 카모."
"저.. 저한테는 아가씨가..."
"아무렴 어때요? 해치워 버리라고요! 쮸~ 하고..."
실없는 카모의 말에 네기는 다시 한번 카모를 걷어차 버렸다.
"어쨌든 이렇게 얘기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네기 선생님!"
"그래요 세츠나! 어서가요! 그럼 아스나 다녀올게요!"
"자... 잠깐 같이 가!! 금방 옷입을 테니까!!"
갑자기 기세가 올라 뛰쳐나가려는 두 사람을 보며 아스나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으며 두사람을 뒤쫓았다.
3시간 전 신명류 도장
동대에 합격하고 세미나 관련으로 교토에 오게 되어, 잠시 집인 도장에 들린 신명류의 사범 아오야마 모토코는 도장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져있는 수많은 문하생들을 보고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자신의 애검인 히나를 불러들였다. 도장 안으로 향하던 모토코는 역대 신명류 검사들이 위험한 요검들을 봉인한 창고에서 예전에 히나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사이함을 느낄 수 있었다. 황급히 창고 쪽으로 향한 모토코는 두 자루의 요검을 든 한 소녀를 볼 수 있었다. 바로 문하생중 한명인 츠쿠요미였다.
"츠쿠요미... 어떻게 된 일이지?"
"어라? 모토코 사범님 아니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츠쿠요미!!"
너무나도 여유가 넘치는 츠쿠요미의 인사에 모토코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토코의 말에 츠쿠요미는 별거 아니다 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닙니다. 그저 검이 두 자루 필요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검을 들고 가려고 하는데 모두가 막더군요. 그래서 모두 쓰러트린 것뿐입니다. 걱정 마세요. 죽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츠쿠요미, 그 요검들의 봉인을 푼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지?"
"네,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너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생각이냐!"
모토코의 말에 츠쿠요미는 피식 웃었다.
"그러는 사범님도 환상의 요술검인 히나를 사용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말로 해서는 안 듣겠다는 거로군..."
모토코는 엄지손가락으로 히나를 살짝 밀어 꺼냈다. 그리고 전신의 기를 활성화 시키며 츠쿠요미를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신명류 오의 참마검(斬魔劍) 제2대 검!
참마검보다 좀 더 상위의 기술인 참마검 제2대 검, 모토코는 츠쿠요미가 들고 있는 두자루의 요검을 봉인하기 위해 그 오의를 썼다. 하지만 츠쿠요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기를 보며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가자. 마검 스즈카제(涼風),시노노메(東雲)"
-신명류 오의 참마검 쌍아
츠쿠요미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검이 휘둘러지며 생긴 두 개의 검기가 모토코의 검기를 상쇄했다. 츠쿠요미는 모토코에게 반응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곧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신명류 오의 참철섬!
하지만 상대는 신명류의 사범인 모토코, 모토코는 츠쿠요미가 그렇게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무척이나 손쉽게 츠쿠요미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츠쿠요미는 모토코가 그렇게 손쉽게 자신의 공격을 막을 줄 몰랐던 터라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당황은 빈틈을 낳았다.
-신명류 오의 참암검!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당하고말 상황... 하지만 츠쿠요미의 손은 제멋대로 움직이며 모토코의 참암검을 막아냈다. 의외의 상황에 모토코는 뒤로 물러서며 츠쿠요미를 살폈다. 두 자루의 마검이 서로 호응을 하는지 츠쿠요미에게서 느껴지는 사기(邪氣)가 아까보다 더욱 강해져있었다. 츠쿠요미는 두자루의 마검을 번갈아 보며 광소를 흘렸다.
"아하하하하!! 내가 왜 신명류의 검을 고집했던 거지? 그저 검에 몸을 맡기면 되었을 것을!"
츠쿠요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츠쿠요미에게서 풍겨지는 사기가 한층 더 진해졌다. 모토코는 츠쿠요미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신명류 오의 극대 뇌명검!
츠쿠요미를 향해 쏟아지는 백색의 뇌우. 그러나 검은 바람이 되어버린 츠쿠요미를 백색의 뇌우는 잡을 수 없었다.
-용취선풍(龍取颴風)
검은 두 가닥의 바람이 모토코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모토코의 전신에는 미세한 자상이 새겨졌다.
"큭-!"
보지 못했다. 막지 못했다. 반응하지 못했다. 모토코는 히나에 몸을 기대며 겨우 지탱했다.
두 자루의 마검에 몸을 맡긴 츠쿠요미는 쓰러지기 직전의 모토코를 보고는 광소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3시간 후 본산 밖 근처 호수
치구사는 코노카를 데려온 백발의 소년을 보고 칭찬했다.
"오오... 제법인데 신참?! 어떻게 본산의 결계를 뚫은 거지? 처음부터 네게 맡겼으면 좋았을 텐데... 후후... 어쨌든 덕분에 코노카 아가씨를 손에 넣었다. 이제 그 장소에 데려가기만 하면 우리들의 승리야."
정신을 차림 코노카는 발버둥 쳤으나 이미 양손과 양발은 꼼짝 못하게 묶여있는 상태였다. 치구사는 '그 장소'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거기서!!"
"겁도 없이 이런 짓을 하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코노카를를 돌려줘!"
"귀찮게 하다니..."
"가게두지는 않습니다."
치구사는 코노카를 구하러온 6명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또 너희들이냐?"
"아마가사키 치구사! 내일 아침이면 널 잡으러 원군이 올 거다! 쓸데없는 저항 말고 순순히 투항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걸!"
그러나 치구사는 세츠나의 말을 비웃으며 말했다.
"흥, 누가 원군 따위 겁나기나 한 대? 그 장소까지 가기만 하면... 그보다..."
치구사는 가뿐하게 호수물 위로 올라섰다. 식신도 그녀의 뒤를 따라 코노카를 데리고 물위로 올라섰다.
"아가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너희들에게도 살짝 맛보여주지. 그냥 본산에서 벌벌 떨고 있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후회하게 될 걸? 아가씨 잠시 실례..."
치구사는 품속에서 부적을 한장 꺼내 코노카에게 붙였다. 코노카에게 붙인 부적은 밝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치구사에게로 코노카의 주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치구사는 주력이 차오름을 느끼고 소환의 진언을 내뱉었다. 그러자 호수 곳곳에 소환진이 생기면서 수많은 요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잠깐 이게 다 뭐야?!"
"코노카의 마력으로 닥치는 대로 소환해버렸군..."
"족히 500이상은 되는군요."
치구사는 괴물들에게 둘러쌓인 네기일행을 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은 거기서 그 괴물들과 사이좋게 놀고 있으라고. 뭐 죽이지만은 말라고 해뒀으니 안심해."
치구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년과 식신, 코노카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수백에 이르는 괴물들에게 둘러쌓인 상태... 아스나는 전신에 밀려오는 압박감에 몸을 벌벌 떨었다. 네기는 카모에 말에 따라 시간을 벌기위해 주문을 외웠다.
"거꾸로 몰아쳐라 봄의 폭풍. 우리에게 바람의 가호를! 풍화선풍 풍장벽!!"
네기가 주문을 외우자마자 네기를 중심으로 회오리가 몰아쳤다.
"네기, 이것은?"
"바람의 장벽이에요. 하지만 2~3분 정도 밖에는..."
"당장 작전을 세우자고요! 그런데 어쩌지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
카모의 말에 모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코노카는 이미 납치되어 멀리 사라져가고 있고 500이 넘는 괴물들에게 둘러쌓인 상태... 이미 상태는 최악의 바로 앞이라 해도 무방했다.
"역시 이럴 때는 둘로 나눠지는 것이 좋겠지요? 제가 괴물들을 상대할 테니 여러분들은..."
"안 돼."
의견을 말하는 세츠나. 하지만 시로는 세츠나의 말을 단숨에 잘라버렸다.
"만약 너 혼자 남게 되면 네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금방 당하게 돼. 게다가 쫓아가는 사람은 빠른 소수면 충분해. 모두 다 쫓아갈 필요는 없어. 나와 네기가 쫓아간다. 길가메쉬, 히스리, 아스나, 세츠나, 너희들은 여기에 남아서 저 괴물들의 발을 묶어줘."
시로의 말에 네기는 놀라서 시로에게 물었다.
"잠깐! 아스나를 여기에 남긴다고요?! 아스나는 일반인이라고요! 이런 곳에서 버틸 수 있을 리가..."
그러나 대답은 시로가 아닌 카모에게서 나왔다.
"아니요.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요. 아스나 누님의 아티펙트인 하마노츠루기는 때리기만 해도 소환된 괴물들을 되돌릴 수 있는 물건인 것 같아요. 저 괴물들을 상대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이에요. 그리고 형님, 아스나 방어부문을 최저치로 하면 누님에 대한 마력공급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지요?"
"흐음... 술법이 복잡하지만... 30분... 아니 40분까지는 가능해."
네기의 입에서 나온 예상외의 사실에 네기는 놀라면서도 내심 기뻐했다.
"그럼 굳이 최저치까지 줄일 필요는 없을 듯 하군요... 그럼 네기형님! 어서 쮸~ 해요!"
"무슨 소리지?"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 카모의 입에서 나오자 시로는 곧장 간장과 막야를 투영해 카모의 목에 들이대었다. 카모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하얀 칼날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시로에게 말했다.
"가계약 말이에요. 가계약! 지금은 긴급사태라고요! 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어요?!"
"그것도 그렇군..."
시로는 그제서야 카모의 목에서 간장을 거두었다. 카모는 간장이 목에서 사라지자마자 열을 올리며 네기와 세츠나의 가계약을 권유했다. 결국 바람의 장벽이 풀리기 직전에 두 사람의 가계약이 성립되었다.
"흐음...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소환된 괴물들 중에서 리더격이 되는 요괴가 말했다. 사실 공격은 아까 전에 이루어 져야 했으나 갑작스럽게 생긴 바람의 장벽에 의해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던 것이었다.
"바람이 점점 약해집니다. 대장!"
"좋아! 모두들 공격준비!"
부하요괴의 말에 대장요괴는 공격준비를 명하며 바람이 가라않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바람이 잠잠해지며 네기일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네기 일행은 전투준비가 끝난 뒤였다. 게다가...
"모두 피해라!"
심상치 않음을 느낀 대장요괴는 모두들 정면에서 비켜설 것을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조금 늦은감이 있었다.
"인디그네이션 레이!"
"엑스칼리버!"
두 개의 섬광이 치구사가 도망친 방향으로 쏘아졌다. 섬광의 진로에 있던 요괴들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네기 가자!"
"네, 형!"
"소드엔진 스타트!"
네기는 지팡이에 올라타 허공으로 치솟았고 시로는 소드엔진으로 랜서를 모방해 전력으로 달렸다.
"대장! 녀석들이 도망쳐!"
"한 50~60은 당한 것 같은데?"
"쯧쯧... 서양마법사들은 풍취가 없어..."
그렇게 요괴들이 잡답을 나누고 있을 때 나머지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가메쉬와 히스리는 오랜만의 전장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길가메쉬는 세츠나와 아스나를 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굳이 싸울 필요 없어. 버티기만 해. 우리들이 모두 쓸어버릴 테니까."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길가메쉬. 굳이 어린아이들에게 고생을 시킬 필요는 없겠지요?"
히스리는 살벌한 미소를 지은 채 머리장식을 떼며 길가메쉬의 말에 동의했다. 그 말을 들은 요괴들은 무척이나 분개하며 외쳤다.
"우리들이 호구로 보이나!"
그렇게 몇 요괴가 길가메쉬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하지만 격을 모르는 자의 말로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열려라. 왕의 재보"
"카리스, 베이넌."
길가메쉬의 등 뒤에 전개된 수십의 보구가 쏘아지고 히스리의 양손에 들린 마총에서 총탄이 쏟아졌다. 돌진해오던 요괴들은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하지 못한 채 쏟아지는 공격에 의해 전신이 난자당한 채 강제 소환되거나 소멸되어야 했다.
"자아~ 계속 덤벼 보시지?"
세츠나와 아스나는 흥이 오른 길가메쉬를 보며 자신들은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절실히...
호수중앙의 제단
“저쪽에 보이는 큰 바위에는 너무 위험해서 지금은 아무도 소환할 수 없다는 거구의 괴물이 잠들어 있지... 18년 전인가? 딱 한번 난동을 부린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협회장과 사우전드 마스터에 의해 봉인되었다 하더군... 하지만 그것도 아가씨의 힘이 있으면 제어가 가능할터...! 이 소환에 성공하면 응원부대 따위는 떼거지로 몰려와도 상대가 안 될 거야.”
의식의 준비를 마친 치구사는 눈앞에 보이는 큰 바위를 보며 백발의 소년에게 말했다. 아까 마력전이에 의해 잠깐 기절해 있던 코노카는 정신을 차렸으나 이내 의식을 시작하는 치구사의 의해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다카마노 하라에 머무시는 신들이여 천지만물의 시작이신 신의 명을 받들어 여쭌 나이다. 천상의 팔백만 신들을 모아 그 뜻을 모으고 모아 그 뜻을 듣고자 하나니...”
의식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거구의 괴물이 잠들어 있는 바위는 불길한 빛을 내뿜었다.
“아하하!! 나를 막을 자는 없는가!”
전투가 시작되고 1분이 채 지나지 않았건만 1/3에 해당하는 요괴가 사라져 있었다. 세츠나와 아스나도 많이 처리하기는 했으나 이중 대부분이 길가메쉬와 히스리에 의한 결과였다. 그렇게 길가메쉬와 히스리가 괴물들을 학살하고 있는 중,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길가메쉬와 히스리, 세츠나에게 포착되었다. 아스나는 기척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으나 그 강함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모두는 그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사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두 자루의 마검을 든 츠쿠요미가 서 있었다.
“츠쿠요미?!”
세츠나의 외침에 츠쿠요미는 그제서야 발견했다는 투로 세츠나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세츠나 선배? 하지만 지금은 선배 따위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요... 저기 저 길가메쉬 꼬마를 상대하러 왔거든요?”
츠쿠요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력한 기운이 길가메쉬에게 폭사되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길가메쉬는 히스리에게 아스나와 세츠나를 부탁하고 츠쿠요미 앞에 섰다.
“낮에 보다 강해졌군... 검 탓인가?”
“네, 당신과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 도장에서 최흉(最凶)의 마검으로 불리던 8자루의 검중 두 자루를 내어들고 왔지요. 오직 당신과 싸우기 위해서 말이죠...”
“그럼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군... 와라!”
길가메쉬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십수개에 달하는 보구가 츠쿠요미에게로 쏘아졌다. 츠쿠요미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자루의 검을 휘둘렀다.
-용취설(龍取雪)!
두 자루의 검에서 뿜어진 눈보라와도 같은 검기에 의해 츠쿠요미를 향해 날아가던 보구들은 방향이 틀어져 츠쿠요미의 옆으로 떨어졌다. 길가메쉬는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사출하는 보구의 수를 늘렸다. 그러나 츠쿠요미는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사출된 보구를 쳐내갔다. 분명 낮에는 한번 받아치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했으나 지금은 무척이나 가볍게 길가메쉬가 쏘아 보낸 보구를 쳐냈다.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길가메쉬는 왕의 재보에서 그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람의 진명을 개방했다.
“그람(태양의 마검)-!”
낮과는 달리 본래의 위력에 반 정도... 아니 반에서 약간 더 강한의 위력. 길가메쉬는 이 정도면 충분 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낮에 본 공격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츠쿠요미는 마검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두 자루의 마검을 힘껏 휘둘렀다.
-와룡초광패(臥龍超光敗)
검이 휘둘러지자 7마리의 용이 대지를 가르며 그람의 빛과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용과 빛은 한참동안 그 힘과 기세를 겨루더니 이내 힘을 다했는지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길가메쉬는 무척이나 놀랐다. 영웅도 아닌 평범한(?)인간의 검기에 자신의 검이 막힌다는 것은 상상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였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츠쿠요미가 들고있는 검이 상당한 개념무장이라는 소리였다. 최소 B급에서 A급 보구에 해당하는 정도의...
“후후후... 신나게 싸워 보자구요~”
“그래...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한번 보자...”
그 말과 동시에 또다시 왕의 재보에서 보구의 비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