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어느덧 학원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날 저녁, 마호라축제 전야제 시작 전
“흐음... 과연 그렇단 말이지?”
오늘 낮에 있었던 차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시로는 과연이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시로로서도 아직까지 차오가 잠잠했던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었다. 차오의 성격으로 봐서는 벌써 일을 크게 벌려놓고도 남을 만한 녀석이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조용히 있다는 것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래서 일정관리하기가 힘들 것 같다니 이 시계를 줬어요.”
네기는 시계를 꺼내서 시로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고풍스러워 보이는 회중시계로 시계 안에 몇 개의 시계가 더 있었다. 시로는 거의 반사적으로 이 시계를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분석을 완료한 시로는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차오녀석, 정말 엄청난 것을 선물로 주었군!!”
“에...?”
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네기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로를 쳐다보았다. 시로는 의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네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큭큭큭... 가지고 있으면 두고두고 편할 거야. 뭐 학원제 한정이지만 말이지... 참, 그런데 빨리 가봐야 하지 않아? 아이들이 기다린다고.”
시로는 네기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며 네기에게 말했다. 네기는 “실례하겠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아이들과 전야제를 보내러 갔다. 네기가 가자마자 그늘 속에서 한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네기가 구한 차오린센 이었다. 시로는 차오를 향해 참으로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오린센, 너도 참 엄청난 녀석이다... 설마 ‘그것’을 네기에게 주다니...”
“하아... 단숨에 눈치 챈 건가?”
차오린센은 무척이나 놀랬다. 외견만으로 알아볼 수 없다.
당연하다. 누가 저런 고풍스런 회중시계가 ‘그것’이라고 생각할까? 게다가 ‘그것’은 마법에서도 과학에서도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아본 것이다.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뭐, 그렇게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저 내가 특이 한 것 뿐이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그것’을 네기에게 넘겨준 저의가 뭐야?”
의외의 질문에 차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어떻게 만들었냐?” 부터 나올 줄 알았던 탓이었다. 차오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시로는 반쯤 드러누우며 말했다.
“구조는 이미 파악했어. 게다가 너는 나와 같으니까.”
에미야 시로와 차오린센, 둘 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아야할 이레귤러... 시로는 그 점을 말하고 있었다.
“정말... 그저 단순한 변수로 생각했는데...”
차오는 오랜만에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로의 옆자리에 앉았다.
“너의 역사에는... 나란 존재가 없었겠지?”
“그것까지 눈치 채고 있었어?”
차오는 이제 놀랍다는 범주를 벗어나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시로를 바라보았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역사에는 없었다. 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역사란 언제 변할지 모른다. 설령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해도 0.000001%의 오차는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외의 오차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에미야 시로라는 남자... 처음에는 작은 오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남자가 나타나고 나서 상당한 오차가 생긴 것이다.(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이 남자를 아군으로 끌어들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그 짧은 기간에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다니... 정말 방심할 수 없는 남자다.
“뭐... 나도 너랑 비슷하거든. 정확히는 또 다른 나였지만 말이지.”
시로의 말에 차오는 생각했다. 설마 과거나 미래의 자신과 만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대로 엄청난 변수였다. 자신 말고 시간을 도약할 수 있는 존재가 현재에 있다는 것은... 그러나 뒤이은 시로의 말에 그런 걱정은 기우나 다름없었음을 깨달았다.
“엄청난 우연이었지... 지금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있을 걸?”
‘사실 없어졌다는 편이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시로는 차오에게 말하며 생각했다. 본래 영령의 좌에 있어야 할 자신이 이곳에 있다. 그럼 저쪽에 있는 아처로서의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차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행이군... 더 이상의 변수는 나도 사양이니...”
차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시로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나? 꽤나 중요한 이야기거든...”
평소와는 다른 눈빛에 시로는 차오의 눈을 직시했다.
“들어주겠지?”
시로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 나, 실은 네기선생님의 후손이야.”
“에엑-!”
단순한 시간여행자라 생각했던 시로로서는 조금 당황스런 이야기였다. 그러나 시로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차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아버지를 뛰어넘어 궁극의 마법사가 된 네기 스프링필드는 새로운 붉은 날개의 리더로서 수많은 모험을 헤치고 100년이 넘는 평화를 가져왔어. 물론 표면상에 드러나는 분쟁은 어쩔 수 없었지만 뒷세계에서는 분쟁은 거의 잠잠해졌지... 그렇게 평화가 오랜 시간 지속되자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모습을 감추었어. 그때가 90세 였지... 그는 모습을 감추기 전에 자신의 증손녀에게 자신이 후회하고 있던 한 가지 일을 고백했어... 그것은 자신이 수련마법사였던 시절에 지키지 못했던 한 제자에 대한 이야기였지... 그가 수련마법사로서 수행을 위해 마호라 학원에서 선생 일을 하고 있을 당시였어... 학원제 마지막 날, 학원결계를 뚫고 나타난 악마의 대군에 의해 학원 내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다쳤어. 뭐... 죽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한명의 소녀가 악마들에 의해 납치당했지... 그녀의 이름은 카구라자카 아스나... 그도 뒤늦게 알았지만 그녀는 마력무효화를 지닌 황혼의 무녀공주였지요... 어쨌든 그날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과격파 악마들의 지상침략... 물론 그도 나서서 싸웠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마법이 악마들에게 통하지 않은 탓에 마법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지요. 하지만 그의 활약에 의해 과격파 악마들의 수장격인 루이네트를 쓰러뜨렸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악마 속에 있던 아스나도 죽었습니다. 모르고 있었다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충격이었지요... 그는 한동안 방황에 빠졌지만 금방 회복해 평화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그 일은 평생이 가도록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지...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역사를 바꾸기로 생각했다. 덤으로 마법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서 마법사들의 활동범위를 늘리자는 계획을 세웠지... 그리고 지금 그 계획은 이제 막바지야...”
차오는 회상을 하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떴다
“어때? 우리들의 동지가 될 생각은?”
이야기를 마친 차오는 시로를 보며 물었다. 시로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의 표시를 드러냈다.
“없어... 아무래도 악용될 소지가 더 높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게다가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도 나오기 시작할 테고 말이야...”
“그래... 그런가...”
차오는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실 시로가 아군이 되어준다면 거의 100%의 확률로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아군이 되지 않겠다고 했으니... 방해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자신들로서는 시로를 막을 만한 전력이 없다. 물론 몇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시로에게도 통할지 의문이었다.
“걱정마, 네기에게 이야기 하지 않을 테니... 그리고 필요이상의 개입은 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보다 악마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아?”
시로의 물음에 차오는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 당시 할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나타난 곳은 마호라학원 북쪽에 있던 어느 산이었다더군요.”
차오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번 야외합숙 때의 일이였다.
“그러고 보니 그 근처에서 바포메트가 나타났었지...”
그렇게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있는 시로를 향해 차오는 두개의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한개는 그동안의 보수고 나머지 한 개는 이번에 부활시킬 마호라 무도회에 대한 것이라네. 무도회는 나중에 선조님과 같이 봐 주게나~”
시로는 얼떨결에 두 봉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차오는 봉투를 건네고는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차오가 사라지자마자 수십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졌다. 마호라 전야제의 시작을 알리는 불꽃이었다.
“어떻습니까. 차오?”
사토미의 물음에 차오는 고개를 저었다.
“동지는 되지 않겠다는군... 하지만 필요이상의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했어.”
“그렇습니까...”
사토미는 약간 실망스럽다는 기색을 보였다. 만약 시로가 동지가 되었다면 이번일은 배로 쉬워졌을 터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 이였다.
“뭐, 그쪽이 크게 개입을 안 한다면 우리로서도 환영할만한 일이야. 만약 그쪽이 직접적인 개입을 한다고 했으면 우리로서도 상당히 곤란했겠지...”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킬까요?”
사토미의 걱정에 차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마라, 그쪽은 다른 일로 바쁠 테니까.”
차오는 그 말과 함께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사토미도 차오의 뒤를 따라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날 오후
“흐음... 벌써 시간이 되었나?”
학원장의 명에 따라 고백학생을 저지하고 있던 시로는 어느새 차오가 말한 마호라 무도회의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시로는 아직 순찰하고 있을 네기에게 문자를 날렸다. 물론 어느 시간대의 네기가 이 문자를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였다. 네기에게 문자를 보낸 시로는 차오가 마호라 무도회를 개최한다고 말한 장소로 향했다.
“이거 엄청나군...”
도대체 몇 개나 되는 격투 대회를 인수한 것일까? 마호라 무도회의 규모는 시로의 생각 이상이었다. 어지간한 대기업이 주최한다고 해도 이렇게 화려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참가 신청을 해야겠지?”
참가신청을 하러가던 도중 익숙한 얼굴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제대로 확인한 사람만 해도 쿠페이,마나,카에데,에반젤린,다카미치등 대략 5~6명 정도였다. 시로는 그들을 보며 약간 식은땀을 흘렸다.
“아하하... 만만치 않을지도...”
쿠페이는 그나마 낮지만(그렇다고 쉽다는 것은 아니다.) 마나나 카에데, 에반젤린, 다카미치는 각자의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쌓은 실력자들이다. 보구나 마술을 사용하지 않고서 그냥 싸우면 마나와 카에데의 경우 50%, 에반젤린과 다카미치의 경우는 거의80%의 확률로 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전부터 생각 해 놓은 수가 있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게다가 미리 확인한 이번 무도회의 룰에 의한다면...
“뭐 하면 로 아이아스를 사용하면 되겠지?”
그렇게 시로가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차오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내가 이 대회를 부활시킨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은 공식, 비공식 세계를 불문하고 이 학원의 최강을 보고 싶다는 일념에서지. 20여년전까지만 해도 이 대회는 비공식적인 세계의 이들이 힘을 겨루는 전통적인 대회였다. 하지만 개인용 비디오 카메라등 기록장비의 발달과 보급으로 고수들은 기술의 사용을 자숙, 대회는 유명무실해 지고 규모는 축소 일로를 걸었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최고 번성기의 [마호라 무도회]를 부활 시켰다!! 공중을 나는 도구 및 도검류 사용금지! 그리고 주문금지!! 이 두가지 원칙만 지키면 그 어느 기술도 허용이다!!”
차오의 말에 마법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떠돌았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못 알아들은 듯한 탓에 조용히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는 영상 기록이 없으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잘 믿지 않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 타츠미야 신사는 공학부의 도움으로 설치된 전자장치에 의해 휴대폰, 카메라등 영상과 관련된 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 비공식적인 세계의 사람들은 그 실력을 마음대로 뽐내고 공식적인 세계의 사람들은 진정한 힘을 보고 견문을 넓힐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이상!!!”
차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많은 말이 오갔다. 그러나 이 대회에 참가할 사람들은 간만에 날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마음에 든 듯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둘러보던 시로는 코타로와 토닥거리고 있는 네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로가 네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차오의 입이 다시 열렸다.
“참,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군... 이 대회가 유명무실해 지기 전, 실질적으로 마지막 대회가 되었던 25년 전 대회의 우승자는 학원에 홀연히 나타난 어느 외국인 아이... 나기 스프링필드라 이름을 밝힌 당시 10살의 소년이었다. 그 이름이 귀에 익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보도록!!”
차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네기의 눈빛이 달라졌다. 시로는 그런 네기를 보면서 네기에게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시로가 발걸음을 멈추자마자 이번에 사회자로 나온 아사쿠라 카즈미가 대회 진행방식을 설명했다.
“그럼 참가 희망자는 앞으로 나와 제비를 뽑아주세요! 예선전은 제비뽑기로 결정된 각각20명1조의 그룹으로 진행되는 배틀로얄!! 예선전 직전까지 참가신청을 받겠습니다! 연령, 성별, 자격제한은 전혀 없습니다!! 본선은 학원제 이틀째인 내일 아침 오전 8시 부터!! 그럼 지금부터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카즈미의 선언과 함께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제비에서 뽑은 대로 A조 결투장에 올라선 시로는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길가메쉬, 네가 여기는 왠일이냐?”
“그냥 여흥일 뿐이야. 요즘 몸이 많이 굳은 듯 해서 말이지...”
“그래?”
시로와 길가메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어느새 성미 급한 선수들이 시로와 길가메쉬에게로 달려들었다. 나름대로 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전장을 거쳐 온 시로와 길가메쉬에게는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갓 너클(신의 주먹)
-암흑히스이권 나선굉차륜(螺旋轟車輪)
길가메쉬위 주먹이 다가오던 상대의 복부에 작렬하고 시로의 기술이 다가오던 상대를 잡아 넘겼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로에게 잡혔던 상대는 경기장 바닥에 메다 꽂혔다. 그것도 그냥 꽂힌 것이 아니라 경기장을 거의 반파시켜 놓을 만큼 강하게 내 던진 것 이였다.
A조에 속해있던 선수 모두는 눈이 빠질 만큼 시로와 길가메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은연중에 격이 다름을 느낀 탓이었다.
“자, 더 덤빌 잡종은 있나?”
오랜만에 나오는 길가메쉬의 독설에 인내심이 얕은 한 사람이 길가메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길가메쉬는 가볍게 옆으로 피한 후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그 사람이 넘어지려 공중에 떠 있는 상태가 되자 길가메쉬는 강하게 발을 차올렸다.
“크억!!!”
배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압력에 길가메쉬에게 주먹을 휘두른 선수는 속에 있던 것을 게워내며 경기장 밖에 떨어졌다. 길가메쉬는 무척이나 싸늘한 눈빛으로 다른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길가메쉬에게서 뿜어지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선수들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던 중 한 선수가 용기를 내어 길가메쉬와 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길가메쉬와 시로를 둘러싸고 있던 다른 선수들 모두가 두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찌 보면 아슬아슬해 보이는 장면... 하지만 두 사람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뭐... 이 정도면 몸 풀기 정도는 되겠지?”
“적당히 해라.”
시로는 길가메쉬의 말에 주의를 주고는 자신을 향해 목검을 휘두르는 상대의 옷깃을 잡았다.
-암흑히스이권 추락붕(墜落崩)
시로가 상대의 옷깃을 잡고 크게 팔을 돌리자 상대는 어떻게 하지도 못한 채 시로의 손에 끌려 띄워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전체에 엄청난 거력이 전해짐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구멍이 하나 생겼다.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시로와는 달리 길가메쉬는 다가오는 상대를 향해 그냥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영령의 좌에 속하는 자의 일격... 단지 평범한 주먹일지라도 가볍게 막을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크헉!”
“컥-!”
“쿨럭!”
가볍게 한방 맞았을 뿐임에도 길가메쉬의 주먹에 맞은 사람들은 내용물을 흘리며 멀리 날려졌다. 길가메쉬는 그런 선수들을 보며 싸늘한 한마디를 했다.
“주제도 모르는 잡종들...”
그 말에 노한 선수들은 아까보다 격렬하게 시로와 길가메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기본실력차가 워낙에 엄청난 터라 아까 와 같은 현상의 반복일 뿐이었다. 그렇게 선수들을 처리해 나가던 시로와 길가메쉬는 남은 8명을 보며 말했다.
“귀찮으니 빨리 끝내는 편이 좋겠군...”
“그러게 말이야...”
시로와 길가메쉬는 남은 8명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남은 8명은 긴장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시로와 길가메쉬가 발하려는 기술 앞에서 어설픈 방어 따위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암흑히스이권 봉사수정파(奉事修正派)
-갓 너클(신의 주먹)
엄청난 거력을 담은 두 개의 기파(氣波)는 남아있는 8명을 모조리 경기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다행이 그냥 날려버릴 목적으로 가볍게 날린터라 부상자는 없었다. 그렇게 A조 출전 선수 두 명이 정해졌다.
다른 조의 경우는 더 간단하게 정해졌다. 쿠페이가 있던 D조의 경우에는 쿠페이가 순식간에 주위를 정리한 탓에 마나와 쿠페이로 결정되었다. B조의 경우는 약간 고생은 했지만 네기의 선전으로 네기와 수수께끼의 사나이인 쿠우넬 선더스로 정해졌고 C조는 강력한 여중생 파워에 의해 아스나와 세츠나로 결정되었다. E조는 코타로와 카에데의 분신술 대결에 의해 시간이 좀 지체되었지만 결국 코타로와 카에데로 결정되었으며 F조의 경우는 무슨 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카미치가 모두를 KO시켜 버린 탓에 에반젤린과 다카미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G조도 너무나 순식간에 다나카와 히스리로 결정되었으며 H조도 츠쿠요미의 검기에 의해 츠쿠요미와 마리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본선에 진출할 16명이 결정되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본선 진출자 16명이 결정 되었습니다!! 본선은 내일 아침 8시부터, 타츠미야 신사 특별 회장에서!! 그럼 대회 위원회의 엄정한 심사 결과 결정된, 토너먼트 표를 발표하겠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카즈미는 자신의 옆에 놓여져 있던 거대한 두루마리를 펼쳤다.